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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영수는 핑계고 인생을 배웁니다 - 공부가 인생에 태클이 되지 않는 삶을 위한 안내서
조이엘 지음 / 섬타임즈 / 2025년 8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공부는 책상에서 반, 책상 밖에서 반이다.”
문제풀이보다 중요한 일상 최적화, 성적보다 중요한 자존감과 회복탄력성,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 각자의 삶의 리듬을 읽는 섬세한 감각. 자녀와의 관계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을 짚어주는 책을 소개합니다.
강남과 목동에서 '치료사', '학습 심폐소생술 전문가'로 불릴 만큼 아이들의 학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온 조이엘 저자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주제는 묵직하지만 흥미로운 썰을 듣는 듯한 생생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저자의 입담 덕분에 읽는 재미가 탁월합니다.
전작 『사소한 것들의 인문학』, 『고전의 위로』 등에서 인문학을 일상의 감각으로 되살려온 저자가 이번에는 교육 현장이라는 전쟁터에서 30년을 버틴 교육 실무자의 눈으로, 공부와 삶 사이의 결정적 균열을 탐색합니다.

조이엘 저자의 신간 <국영수는 핑계고 인생을 배웁니다>는 공부법에 관한 에피소드를 담아 입시전략서 느낌이 나면서도 국영수라는 교육의 상징 뒤에 숨겨진 아이들의 무력감, 부모들의 강박, 그리고 모두가 잊은 공부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조이엘 작가는 흔히 말하는 상위권 학생의 허상을 해체합니다. 서울대를 꿈꾸는 학생에게 필요한 건 선행학습이나 문제집이 아니라, 사고력과 독해력이라는 본질적인 역량입니다. 서울대 합격은 국어가 결정한다는 말처럼 국어는 아이의 사고력과 문해력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질문이 없으면 변화도 없다는 태도는 지도법에서도 핵심이 됩니다. 단순한 지식 주입보다 아이가 자발적으로 사고하고 질문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본질입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줄탁동시는 달걀 속 병아리가 깨어나려면 어미닭이 밖에서 두드리는 힘과 병아리가 안에서 깨고자 하는 의지가 동시에 작용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조이엘 저자가 지도했던 학생들의 사례는 단지 공부 잘하는 법이 아니라, 자기 안의 힘을 꺼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의 공부 시간과 문제집에만 집중할 때, 저자는 삶의 전반적인 패턴과 습관이 학습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봅니다. 책에서 소개되는 사례들을 보면 성공한 아이들은 모두 일상생활의 리듬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요령에서 휴대폰 사용 시간까지, 기상 후 비몽사몽 상태를 신속히 해결하는 방법에서 주말을 보내는 태도까지 인간관계는 물론 밥 먹는 양조차 공부에 미세하게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학부모들이 상위권 아이의 공부법에만 집중할 때, 조이엘 저자는 꼴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른들이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 꼴찌에게도 반드시 방법이 있다고 단언합니다.
이 말은 감상적 희망이 아니라, 수많은 실패와 실험을 거쳐 얻은 데이터입니다. 저자는 20년간 다양한 꼴찌들을 맡았고, 각기 다른 아이들에게 특화된 전략을 설계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맞춤형 전략이라는 프레임 위에 놓여 있습니다.
속도에 대한 강박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은 오히려 학습의 질을 떨어뜨리고, 아이를 탈진하게 만듭니다. 공부를 지능의 경주가 아닌 삶의 훈련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공부 속도가 느린 아이들에 대한 에피소드에서는 반띵 공부법 같은 실용적인 기법이 소개됩니다.
이 책은 부모 교육서이기도 합니다. 자녀를 지나치게 통제하는 부모가 결국 아이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해친다는 사실은 교육 심리학에서도 입증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방목 또한 아이를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중요한 건 빛날 아이는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다는 믿음 아래 아이를 지켜보는 인내입니다.
저자는 “쌤, 저는 학교에만 들어가면 정말 편해요. 학교 마치고 교문 밖을 나오는 순간부터 힘들어요.”라며 교문 밖에서 아이를 감시하듯 기다리는 엄마 때문에 오히려 아이가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장면을 묘사합니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행하는 과보호가 아이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줍니다.
인문학적 통찰이 빛나는 조이엘 작가의 <국영수는 핑계고 인생을 배웁니다>. 공부를 삶과 분리된 별개의 활동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신 공부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만의 인생관을 형성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키워나가는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부모의 기대에 짓눌려 결국 꿈을 포기해야 했던 아이의 이야기는 성과 위주의 교육이 가져올 수 있는 비극을 경고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것들은 완벽한 해답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입니다. 시험이 끝나도 아이의 인생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통해 당장의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라고 조언합니다.
<국영수는 핑계고 인생을 배웁니다>는 인생에서 실패하더라도 무너지지 않는 법을 가르칩니다. 국영수는 수단일 뿐, 목표가 아닙니다. 작가는 수능, 내신, 선행학습, 사교육 등으로 뒤엉킨 교육 현실 속에서도 공부는 결국 삶의 태도라는 걸 짚어줍니다.
부모는 더 이상 점수와 등수의 감시자가 아닌, 아이와 삶을 함께 설계하는 조력자여야 한다는 메시지는 입시를 둘러싼 모든 고민을 근본에서 다시 보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