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누가 간호해 주나요 - 간호사 비자의 마음 처방전
최원진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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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 비자로 현직 간호사들의 에피소드를 다룬 인스타툰 <리얼 간호사 월드>, 간호사 시점에서 바라본 병원 일상 <간호사 마음 일기>를 선보인 최원진 저자의 신간 에세이 <내 마음은 누가 간호해 주나요>. 그동안 동료들의 사연을 중심으로 보여줬다면 이번 에세이는 저자의 생각과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글을 펼쳐 보입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넘어 현대인이라면 경험하는 번아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내 마음은 누가 간호해 주나요>는 아픈 마음을 버티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절실함이 담겼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의미하는 태움 문화에 대해서는 소신 있는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사회에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저임금 고노동의 대명사인 간호사뿐만 아니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다양한 갈등 속에서 우리는 번아웃이라는 이름으로 태움을 당하고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여기저기서 나를 태우려 드는데 어떻게 버텨야 할까요. 


이 책은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을 통해 내 삶을 지켜나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크고 작은 사건과 상황들을 마주하는 인생입니다. 도무지 빠져나올 틈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빠져나갈 수 없는 어려움이란 없었다는 걸 시간이 지나면 어렴풋이 깨닫지만 막상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고통스러운 나날만 지속되는 것도 아닙니다. 전혀 예상 못 한 기회도 터무니없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픈 감정에 매몰되다 보면 일상에서 겪는 기쁨을 눈치채는 것조차 희미해진다는 걸 짚어줍니다. 


병원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자주 목격하며 '하루'를 가볍게 여겨왔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달은 저자는 '오늘'은 행운으로 가득한 시간 덩어리라는 마음으로 살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설령 힘든 하루였다고 해도 말입니다. 


"누군가는 갖지 못한 오늘을 우리가 가지게 된 것이다. 이 하루를 어영부영 보내지 않기로 했다." - p63 


분노하게 만드는 일은 숱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간호사 인력난의 악순환을 짚어주기도 합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이 최악이 아니라는 생각에 더 절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20년을 근무해도 업무량과 대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현실입니다. 의료계가 간신히 버텨나가고 있는 '희생'이라는 방식은 참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분노의 감정을 회피하기만 한다면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과도 같습니다. 다음 사람들이 자신이 겪은 피해와 불평을 겪지 않기를 바라기에 부당함에서 벗어나는 일이 특혜로 와전되는 현실 속에서도 목소리를 줄일 수 없는 겁니다. 그들의 이야기로만 치부하지 말고 각자가 몸담은 곳에서 누군가가 나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후려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사소한 일상들을 누리기 위해 자신을 돌보는 일에 소홀히 하지 말자고 응원합니다. 늘 자신을 뒷전으로 미룬다면 삶을 뒤흔들 만큼 병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아프지 않고 살아간다는 게 맘먹은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저자는 병동에서 마주하는 슬픔이 후유증처럼 오래 남더라고 합니다. 끝을 떠올리며 조금 더 후회 없이 사랑하고 살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더라고 말입니다. 


최선을 다하면 지치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열심히 해본 사람이라면 그 번아웃 또한 열심히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응원합니다. 상처에 휘둘린 마음을 아프지 않은 척 무덤덤히 대할수록 나를 잊게 된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만 사그라드는 게 아니라 마음껏 아파하고 분노하는 일도 꾸역꾸역 가두다 보니 열정도 즐거움도 함께 사그라듭니다. 지금 내 마음이 얼마나 다쳤는지조차 간과한 채 말이죠. 희로애락이라는 감정을 자신의 성장으로 발산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내 마음은 누가 간호해 주나요>. 잊고 있었던 나를 챙길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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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태국 남부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김경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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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대표 여행지 푸켓을 중심으로 태국 남부에서 한 달 살기 할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 가이드북. 태국 중에서도 푸켓, 끄라비, 피피섬이 있는 태국 남부 위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음식이 안 맞아서 여행을 못한다는 말은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이 많은 나라 태국. 그중 푸켓은 세계적인 휴양지여서 대충은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주변 구석구석 멋진 곳들이 많더라고요. 신나고 즐거운 빠통 비치에서부터 조용하고 한적한 나이한 비치까지 취향에 맞는 해변을 소개합니다.


태국 남부를 처음 가는 여행자를 위한 맞춤 정보가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현지 적응이 수월하도록, 문화 예절을 지키며 다닐 수 있도록 주의사항과 노하우를 미리 알아두고 가면 좋습니다. 해양 스포츠, 트래킹 등 실외 액티비티와 함께 날씨와 상관없이 실내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이죠. 휴식, 모험, 현지인 사귀기, 현지 문화체험 등 하나의 여행 주제를 정해 한 달 살기를 하기 좋은 태국 남부입니다. 태국 북부에 비하면 물가가 조금 비싼 편이라고 해요. 태국 남부에서의 비용 파악, 숙소 선택 등 자신의 한 달 살기 스타일과 목적을 고려해 준비할 수 있게 조언하고 있습니다.


태국 남부로 간다면 피피섬 투어, 제임스 본드 섬 투어 등 섬 투어는 한 가지 정도 경험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자녀나 부모님과 함께 가는 가족 여행에서도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코스를 소개하고 있어요. 가이드북으로 만나는 태국 남부는 여유로운 생활방식에 흠뻑 취할 수 있는 매혹적인 곳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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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한 방울 -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2019~2022
이어령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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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영면에 들기 한 달 전인 1월까지 노트에 손수 쓴 육필원고를 정리한 책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눈물 한 방울>. 탁월한 통찰력으로 시대의 지성이라 불린 그만의 사유와 영감의 흔적이 손글씨와 그림으로 가득 남아 있어 뭉클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간암 판정 후 항암 치료를 거부한 채 약속된 출간 프로젝트에 전념했던 이어령 저자는 그 와중에도 내면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눈물 한 방울>은 죽음을 앞에 두고 써 내려간 인간 이어령의 내밀한 속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의 유일한 자서전이자 회고록과도 같은 책입니다. 


마지막까지 쓰는 일을 멈추지 않으셨던 이어령 선생님. 일찍이 컴퓨터로 글을 쓰셨기 때문에 이 책의 의미가 더 깊습니다. 2019년 11월부터 병상에서 노트에 쓴 시와 수필 110편, 그림이 기록된 육필원고가 고스란히 책 속에 들어있습니다. 40년 만에 병상에서 손글씨를 쓰기 시작하면서 처음 글씨를 배우는 초딩 글씨와 같다며 가나다라를 노트 한편에 조그맣게 적어내려간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2021년 이후부터는 나날이 지날수록 필체에 담긴 힘의 쇠락마저도 느낄 수 있어 그의 고통이 전달되는듯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평생 디지로그와 생명자본이라는 뜻깊은 개념으로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간 이어령 저자. 이제 자신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말은 '눈물 한 방울'이라고 하셨습니다. 눈물만이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짐승과 달리 인간은 정서적 눈물을 흘릴 수 있고, 인공지능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눈물을 흘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타인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박애야말로 우리 세상을 위한 희망의 씨앗과도 같다고 합니다. 그의 마지막 기록은 나와 다른 이도 함께 품고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관용의 눈물 한 방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병상에서도 끊임없이 사유하는 그의 노트는 우리에게 창조적 영감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귀여울 정도로 순수한 호기심이 아직도 반짝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유의 여정을 속속들이 만나는 시간입니다. 하얀 빈 노트에 쓰기를 머뭇거리는 마음도 슬쩍 내비칩니다. 겁먹지 말고 아무렇게나 쓰자며, 뒷간 벽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써보자며 "날짜도 적지 마!!!"라고 흘린 글도 있습니다. 갈릴레오도 셰익스피어도 되지 못한 한계를 슬며시 토로하면서 기력이 있을 때까지 그의 우물 파기는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승자가 쓴 역사보다 한 번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패자의 이야기에도 궁금해하고, 책을 읽다가 만난 문구에 재미난 발상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오늘이 마지막이다,라고 하면서도 책을 주문한다. 읽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런 힘도 이제 남아 있지 않다. 몇 구절 서평 속에 나와 있는 것이 궁금해서, 호기심을 참지 못해서다. 내가 마지막 주문할 책은 과연 어떤 것일까? 무엇이 또 알고 싶고 궁금한 것이 있어 또 책을 주문한 걸까. 아마 그 책이 배달되기 전에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 - p67 배달되지 않은 책에 대하여 


죽음이 점점 다가올 즈음엔 한 호흡이라도 쉴 수 있을 때까지 숨 쉬고 싶고, 한 마디 말이라도 할 수 있을 때까지 말하고 싶고, 한 획이라도 글씨를 쓸 수 있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어 했던 선생님의 마음이 절절하게 담겨 있습니다. 2021년 12월 30일의 글에는 "이제 떠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끝을 기약하는 목소리가 담겨있었습니다. 눈물 한 방울을 이야기하던 마지막 우물 파기는 참 힘들었다며 더 이상 기록하지 못할 것 같다는 그의 아픔이 담겨 있어 먹먹해집니다. 


2022년 1월 23일 새벽 마지막 글을 한 자 한 자 남기며 이어령 선생님의 노트는 끝이 났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큽니다. 지상에서 가장 힘 있는 작은 눈물 한 방울의 흔적을 적어 내려간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눈물 한 방울>. 분야를 가리지 않고 160여 권의 저작을 남긴 그의 마지막 사유가 안기는 감동을 만나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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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서 만들다 보니 - 좋아하는 것을 오래 하기 위한 방법
한주희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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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던하게 정규 과정을 거치며 건축이 자신에게 딱 맞는 평생 직업이라 생각했던 파리에서의 생활. 파리에서 건축가로 일하며 경력을 쌓아간 한주희 저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정말 옳은 길을 가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빠져듭니다. 그동안의 투자 시간을 고려하면 계속 건축 일을 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였지만, 망설임의 고민은 깊어갑니다. 우연히 취미로 시작한 의상 제작과 자꾸 비교하게 됩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들고 떠났던 프랑스 유학길. 무일푼 유학생에서 건축가라는 화려한 명함을 얻었으니 성공한 자의 모습을 떠올릴 테지만 그 역시 불안과 도전 사이에서 고민이 많습니다. 프랑스어 실력도 답답한데 말하는 것에 별 흥미를 못 느끼다 보니 단조로운 일상, 한정된 관심사, 취향의 부재가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컸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계기로 변화가 일어납니다. 옷을 만들면서부터입니다. 


의상을 소재로 동료들과 말할 기회가 늘어난 겁니다. 좋아하는 것이 늘어날수록 대화의 주제가 다양해진 겁니다. 그제서야 언어는 단지 듣고 말하고 쓰는 도구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언어는 내가 어떤 태도로 삶을 대하는지 알게 해준 매개체였다."라고 하듯 프랑스어로 편하게 대화를 진행할 수 있는 주제가 생기니 설명할 수 없던 '나'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파리에서의 적응이 쉽지 않았던 이유도 비로소 알게 됩니다. 사고방식의 다름에서 오는 이질감은 문화 차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편협한 생각과 판단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건축가로서 직장생활을 하며 취미로 의상 제작과 디자인 연구를 했던 이중생활 동안 일과 삶의 균형이 깨져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은 무척 많았습니다. 그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에서는 저마다 다른 가치관, 일하는 방식이 있음을 배워나가는 여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인생을 해석하는 방식도 다양하다는 것을 터득하게 됩니다. 


정규 교육 과정을 착실히 밟으며 일로 시작한 건축과 달리 의상은 취미에 불과했지만, 의상 제작을 할 때면 즐거운 기억부터 떠올랐다고 고백합니다. 15년간의 직장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의상 사업에 도전하고, 결과는 실패로 끝났지만 파리 패션위크에도 참가해 보면서 건축과 의상을 대하는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알아나갑니다. 


모든 직장인이 하는 고민이겠지만 새로운 일을 위해 기존에 하던 일을 그만두기까지 한주희 저자 역시 고민은 컸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조금 더 숙고할 기회를 줬습니다. 마지막으로 건축계 거장의 회사에서 일해보고 만약 그곳에서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과감히 새로운 길을 걷겠다고 말이죠. 그리고 그때 깨달은 게 자신은 누군가 대신 결정 내리는 것을 참지 못하는 스타일이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패를 해도 온전히 스스로가 감당하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건축이냐 의상이냐의 문제라든지 일과 취미의 문제가 아니라 결정에 수동적으로 반응해야 했던 직장인의 삶이 맞지 않았던 겁니다. 





이처럼 자신을 이해하는 소중한 경험은 스스로 부딪히면서 찾아야만 가능했던 겁니다. 36세의 나이에 안정적이지만 정체된 건축가의 길을 정리하고 그렇게 새로운 성장을 위해 의상 디자이너로 변신했고, 한국으로 들어온 후에는 지갑을 만들기도 하고 요즘은 가구 디자인에도 열정을 발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과정 중에 어느 것 하나 수월하게 진행된 건 없고 새롭고 낯선 분야에 도전하는 건 힘들었지만 처음이 없다면 그다음은 없듯, 시작하는 용기를 낸 한주희 저자입니다. 


나답지 않게 사느라 힘들고 혼란스러워하는 대신 쉽지는 않아도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 소소한 경험을 쌓아가는 그의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재밌어서 만들다 보니>. 거창한 성공담은 없지만 정체된 삶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막연한 미래의 불안감에 행동하지 못하는 이들이라면 한주희 저자의 성장기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여전히 앞날이 두려우면서 궁금하고, 순간적으로 무기력해질 때도 있다. 성공과 실패, 그 무엇도 짐작할 수 없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끝까지 가보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얻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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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의 기묘한 조선환담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괴담실록 지음 / 북스고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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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야사와 전설, 괴담을 들려주는 유튜브 채널 괴담실록 중 조선 시대 이야기를 모은 조선환담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전설의 고향을 이불 덮고 보던 그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살짝 권선징악 같은 괴담만 생각했다면 이 책은 그 결이 조금 다릅니다. 민초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역사적 인물과 관련한 신비로우면서도 괴이한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귀신의 보은을 받은 선비 이야기처럼 빵 터지게 하는 재미도 있어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의 후광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야담은 솔직히 어이없는 개연성 남발이지만, 이게 꽤나 묘하게 빨려 들어갑니다. 


역사는 승자의 이야기라지만 야사와 전설은 패자들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누군가 단순히 흥미를 위해 만든 이야기도 있지만, 염원이나 절망 등 의도를 가지고 만든 이야기도 있는 겁니다. 그저 괴이한 이야기로 남는 게 아니라 시대 상황을 반영하는 속뜻이 슬며시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그 지점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특히 숙종의 환국정치에 관련된 신하들의 괴담 중 자기 대신 죽게 만들었으면서도 그의 유가족을 잘 돌봐줬다는 과정이 씁쓸한 스토리마저도 냉정하고 담이 큰 인물임을 강조하기 위한 이야기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괴담 하면 뭐니 뭐니 해도 귀신 이야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귀신도 벌벌 떨게 만드는 인물이라든지 용을 아내로 둔 인물의 이야기에서는 역병과 천재지변의 상황을 절묘하게 보여줍니다. 비 오는 날의 외다리 귀신, 악취로 사람을 죽이는 귀신 등 귀신과의 담력 배틀은 언제나 흥미진진합니다. 용놀이와 같은 굿 전승으로 이어지는 김녕사굴과 관련한 괴담, 단양 온달굴에서 경험한 선비의 괴담 등 오늘날에도 명소로 남은 곳들의 전설도 만날 수 있습니다. 


보은을 하는 귀신 이야기도 많은 만큼이나 인간의 욕심이 도리어 큰 화를 불러일으킨 이야기도 많습니다. 누가 봐도 믿기 힘든 이야기임에도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조선의 야담집에 실리고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건 그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서일 겁니다. 고리타분한 교훈 대신 감칠맛 나는 재미를 얹어 현대적인 해석과 함께 풀어낸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괴담실록>. 허구이지만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파생된 이야기들이 안겨주는 재미를 만끽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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