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하는 과학 실험
오지마 요시미 지음, 김한나 옮김 / 생각의집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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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진 방학 때문에 가족 휴가 한 번 다녀오고 어영부영하다 보면 방학이 끝나버리는 느낌입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체험하며 방학을 보낼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두어 번 하다 보면 돈도 돈이고 함께 다니는 부모는 체력의 한계도 찾아옵니다. 뭘 하면서 아이와 시간 보내야 하나 고민된다면 집에서 신나게 놀면서 학습 효과 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집에서 하는 과학 실험>과 함께라면 가능합니다.​


알록달록 색색깔 과학 실험은 SNS에 자랑하기에도 딱 좋게 사진발이 최고입니다. 색깔이 코팅된 초콜릿 하나만으로도 단번에 기분 좋아지는 컬러풀한 연출이 가능하네요. 일본 쓰쿠바대학교에서 과학에 관심 있는 초중고생을 위한 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는 오지마 요시미 저자는 <집에서 하는 과학 실험>에서 저비용으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과학 실험만 쏙쏙 뽑아 소개해 줍니다. 


사진발이 잘 받는 실험, 움직임을 강조하는 실험, 변화에 초점 맞춘 실험, 요리 과학 실험까지 짧게 10분 이내에서 길게는 2주 정도 걸리는 실험을 다양하게 소개합니다. 하나의 과학 현상도 몇 가지 실험으로 골라 진행할 수 있게 다양한 응용법을 소개하고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준비물이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학교 과학실처럼 전문 과학 실험 기구가 필요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집에 있는 것들만으로도 꽤 많은 실험을 바로 할 수 있었어요. 책을 끝까지 살펴보면서 꼭 해보고 싶은 과학 실험은 체크해 재료만 모아보니 중복되는 재료가 많은 데다가 인터넷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이라 준비물 과정에서 머리 아플 이유가 없는 <집에서 하는 과학 실험>입니다. 


아래에서 위로 액체가 떠오르는 라바 램프처럼 떠오르는 액체 관찰 실험도 해보고, 아이들이라면 이미 한 번쯤 해봤음직한 멘토스 분출 실험의 비밀도 이번 기회에 자세히 알게 될 겁니다. 드라이아이스나 불을 쓰는 실험도 있어요. 안전한 실험을 위해 부모가 알려줘야 할 실험 수칙 등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잘 짚어줍니다. 





저는 밀크 크라운 실험을 간단히 해봤습니다. 마침 집에 우유와 스포이트가 있었거든요. 납작한 접시에 우유를 자작하게 채우고, 우유 한 방울을 똑 떨어뜨리면 크라운(왕관)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맨눈으로는 관찰하기 힘들어요. 스마트폰 슬로모션 기능으로 찍으면 됩니다. 


글로 읽을 땐 무척 쉬운 실험이라며 자신만만해했는데, 직접 해보니 은근 까다롭더라고요. 우유 방울이 똑떨어질 때 공기의 밀도, 액체 점도, 충돌하는 속도, 액체 두께 등에 따라 복잡한 조건 하에서 생기는 밀크 크라운입니다. 하얀 우유다 보니 촬영 초점이 맞지 않아 실패, 너무 가까이서 떨어뜨려 실패, 너무 와르륵 연속으로 떨어뜨려 실패... 그러다 적정 높이에서 딱 완벽한 크라운이 탄생할 때는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그저 놀이만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과학 현상의 핵심을 잘 짚어보면서 아이가 직접 남겨두는 관찰 기록의 중요성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실험이 실패할 수도 있어요. 그럴 때도 그 원인을 생각해 보게 한다면 과학 원리를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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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1948 바람청소년문고 15
심진규 지음 / 천개의바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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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청소년문학 수상작을 비롯해 청소년이 읽기 좋은 책들이 모여있는 바람청소년문고 시리즈 열다섯 번째 책으로 나온 한국소설 <섬, 1948>. 해방 후 제주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 사건 제주4·3사건을 다룬 청소년 역사 소설입니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제주4·3사건에 대해 알고 있을까요. 6·25 전쟁 다음으로 인명 피해가 컸던 현대사의 비극이라는 걸 아시나요. 그 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들과 더한 피해를 막고자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제1호 사형집행 기록 이면에 존재한 제주를 마주할 수 있는 <섬, 1948>에서 왜곡되고 외면했던 우리의 역사를 만나봅니다. 


1948년 6월 18일 새벽,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집니다. 연대장을 피살한 중위 문상길과 하사 손선호. 군인의 신분으로 상관을 살해한 겁니다. 이들은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요. 강렬한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소설 <섬, 1948>은 1947년 3월 1일 제주 읍내에서 경찰이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쏜 사건으로 섬 전체가 어수선한 제주의 모습을 보여주며 제주4·3사건 전후를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소설은 빨갱이가 득실댄다는 윗선의 말과 달리 평범하기만 한 섬사람들을 바라보는 국방경비대 군인 문상길의 시선과 어느 날 밤에 나갔다 몇 달째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걱정하는 아내가 있는 한 가족의 상황을 번갈아가며 진행합니다. 





해방 후 제주는 인민위원회와 미군의 갈등 속에서 조금이라도 수상하다 싶으면 무조건 잡아가고 고문을 자행했습니다. 일본이 물러가고 새 세상이 왔다는 기쁨을 만끽할새 없이 제주는 빨갱이 섬으로 불리게됩니다. 빨갱이를 잡는다며 육지에서 건너온 2천 명이 넘는 외지인들, 서북청년단의 무고한 섬사람들을 향한 횡포는 악랄해져가기만 합니다. 시인이 되고 싶어 문학 모임을 가진 아이들은 이육사의 시 <절정>을 읽은 죄로 허망하게 쓰러져야 했습니다. 


제주도민 30만 전체를 희생시켜도 무방하다는 새 연대장의 취임사처럼 이제는 서북청년단과 경찰뿐만 아니라 경비대까지도 토벌 작전을 펼치는 제주. 그 과정에서 30만 도민을 위해, 3천만 민족을 위해 당당히 결심을 한 군인이 있었습니다. 소설 <섬, 1948>은 스물두 살의 나이에 사형 당한 문상길 중위의 유언을 전하며 우리가 외면했던 제주4·3사건의 진실을 알게 해줍니다. 


이름 자체는 제주4·3사건이지만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소요사태, 그리고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의미합니다. 이 기간 동안 제주도민의 10%에 달하는 사람들이 학살된 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제주4·3사건에 대한 문학작품은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소설 <섬, 1948>은 청소년들이 읽기 좋은 수준의 스토리텔링으로 진행하는 역사소설입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실제 인물도 등장하기에 역사의 진실을 마주하면서 느끼는 충격은 클 수 있습니다. 제주4·3사건이 반란이 아니라 제주 4·3 민중 항쟁임을 알아야 한다는 초등학교 선생님 심진규 작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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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필의 오늘은 짠테크 내일은 플렉스 - 제대로 혼쭐나며 배우는 재테크 기본기
김경필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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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예능 <국민 영수증> 머니 트레이너로 활약하며 월급쟁이들의 롤모델이 된 김경필 저자가 알려주는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재테크의 기본기를 담은 책 <오늘은 짠테크 내일은 플렉스>. 물가가 너무 올라 살 게 없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요즘. 예전만큼의 돈값을 못하는 얇은 지갑에 한숨만 나오고 있습니다. 2022년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6.0%로 300만 원 월급을 받아도 283만 원의 가치밖에 안 된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쓰던 버릇이 있는데 소비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면 어떻게 될까요. 


과소비를 소확행으로 포장하는 자기최면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요. 자본주의 마케팅의 힘에 혹해 플렉스 했던 생활은 이제 그만. <오늘은 짠테크 내일은 플렉스>에서 소비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자신의 소득수준에 맞지 않는 플렉스는 사실상 소확행이 아니라 크고 불확실한 행복이라고 합니다. 월급 적고 독립생활하는 사회초년생은 특히 돈 모으기를 소홀히 하면 월급이 올라도 월세살이를 벗어나기 힘듭니다. 


월급 24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의 사례를 예로 듭니다. 한 달 커피값이 40만 원. 1년이면 500만 원이고 두 달 치 월급이 사라지는 겁니다. 물론 커피값으로 소확행 할 수 있죠. 하지만 포인트는 자신의 소득의 약 20%를 사용한다는 데 있습니다. 모든 소비에는 소득에 걸맞은 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이 책의 핵심입니다. 고가의 외제차를 타면서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현실처럼 소득에 맞지 않는 소비는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해지게 만듭니다. 자동차, 쇼핑, 여행, 배달음식 등의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며 월급에 맞는 소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어줍니다. 


그동안 어렴풋이 짐작했던 소비습관을 이번 기회에 낱낱이 파헤쳐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자동차를 사면 얼마나 유지비가 들어가는지, 특별한 지출을 위한 예산은 얼마나 잡아야 하는지, 일상 식비는 내 소득 수준에서 얼마인지 등을 직관적인 수치로 보여줍니다. 주식 투자 수익률 1%에 아등바등하면서도 소비 지출은 신경 쓰지 않는 것을 혼쭐내는 김경필 저자입니다. 허투루 돈을 쓰지 않으면 수익률은 100%라는 걸 강조합니다. 





월급만 모아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은 월급조차 안 모으면 더 말할 게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사회초년생은 최소한의 투자가 가능한 목돈을 빨리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합니다. 1억 원이라는 처음 목돈을 얼마 동안의 기한 내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사회초년생이 목돈 만들 때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인 자동이체로 보내는 정기적금의 힘을 무시하지 말자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비 통제되는 정기적금의 유용성을 알게 됩니다. 


저축을 할 때도 푼돈을 모으는 저축은 오히려 소비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300만 원 정도를 타먹는 소액 적금은 여행이나 노트북, 카메라 등 소비를 위한 저축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적어도 3개월 치 월급보다 많은 금액을 목표로 1,000만~2,000만 원을 손에 쥐는 저축을 해야 한다는 걸 우리 아이에게도 당장 알려줬습니다. 미혼에 자본 1억 원 이하, 월급 250만 원 이상인 사회초년생이라면 아묻따 60% 저축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시기에 급진적으로 저축을 실행하지 않으면 이후엔 더 모으기 힘들어진다는 건 진리인 것 같아요. 


주식 투자에 대한 재미있는 통찰도 있는데요. 주식해서 집 샀다는 사람이 없는 이유는 주식해서 번 돈은 또다시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현금화하지 않으면 수익이 아니라는 걸 일깨웁니다. 젊은 시절부터 돈 모으기에 성공하는 경험을 쌓으면 살아가는 데 분명 긍정적인 도움으로 나타나게 될 겁니다. 재테크 1순위 내 집 마련을 위한 계획도 세밀하게 세워줍니다. 


재테크란 말은 돈 버는 기술을 뜻합니다. 이 책에서는 돈 불리기의 기본기를 탄탄히 하며 재테크에 성공할 수 있도록 자산 가치 개념, 잘못된 재테크 상식을 올바르게 잡아주는 등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을 알려줍니다. 재테크 필승 전략인 고치기, 모으기, 굳히기, 불리기 4단계로 때로는 혼쭐내면서 때로는 다독이면서 응원하는 김경필의 <오늘은 짠테크 내일은 플렉스>. 똑똑한 소비를 통한 재테크 기초를 마련할 수 있도록 사회초년생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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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모로코 한 달 살기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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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곳 모로코. 해시태그 가이드북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억겁의 신비를 간직한 문화와 자연을 만나봅니다. 북아프리카에 위치했지만 스페인과 거의 맞닿아 있어 아프리카, 유럽의 문화가 혼재한 개방적인 이슬람 문화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해시태그 모로코 한 달 살기에서는 이슬람 문화의 기본 지식과 모로코 대표 도시 정보, 알찬 여행을 계획하고 렌터카로 여행하는 법까지 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모로코는 스페인 여행을 한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들러야 하는 곳으로 패키지여행 상품으로도 흔하게 접했을 만큼 스페인과 가깝습니다. 스페인에서 페리로 모로코 탕헤르로 입국하는 루트와 카사블랑카로 바로 입국하는 루트로 구분해 모로코 여행 일정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줍니다. 아틀라스산맥, 소도시까지 여행한다면 렌터카가 편리하고, 도시의 복잡한 메디나에서는 도보 여행을 해야 하기에 숙소는 도시 중심부에 마련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아라비안풍이 나는 전통 숙소 리아드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네요. 전통여관을 호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 리아드 숙박을 놓칠 수 없겠습니다.


모로코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개방적이라 할리우드의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글래디에이터, 본 시리즈, 스타워즈, 007 시리즈, 인셉션, 블랙호크다운 등에 등장하는 수많은 장면이 모로코에서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영화 <모가디슈>도 모로코에서 촬영했다고 알려져 있죠.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원주민 베르베르족 특유의 문화도 접할 수 있고, 700년대 아랍 군대가 들어와 이슬람 문화를 받아들인 후 현재도 개방적인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는 안전하게 모스크 체험하기 좋은 곳입니다. 모로코에서는 아랍어, 베르베르어, 프랑스어, 영어로 된 신문을 동시 발행할 정도로 다양한 언어를 사용한다니 문화의 개방성이 탁월한 것 같아요. 물론 여행 시 주의해야 할 문화적 지침은 꼭 인지하고 여행해야 합니다. 가이드북에서 옷차림, 초대받았을 때, 사진 찍을 때 등 각종 주의사항을 짚어줍니다.


모로코 여행은 겨울에 즐기는 게 가장 좋다고 합니다. 10월 이후부터 성수기인 모로코는 밤 기온이 떨어지는 것만 대비하면 쾌적한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유럽 관광객이 많아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도 걱정을 덜 수 있는 메뉴나 현대화된 마트, 패스트푸드점도 많다고 합니다. 모로코 최북단의 탕헤르는 스페인에서 배를 타고 입국하는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밟은 모로코 도시입니다. 지중해 휴양지로 유명한 탕헤르에서는 파란색 스머프 마을을 연상하게 하는 쉐프샤우엔, 벽화로 유명한 해안 마을 아실라 등 근교를 다녀오기에도 좋습니다. 


예전엔 외부의 출입이 제한된 요새 도시였던 쉐프샤우엔에는 잘 정비된 등산로가 있어 쉐프샤우엔의 전망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포인트 장소도 놓칠 수 없습니다. 그 외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도시 메크네스, 천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미로 도시 페스, 수도 라바트와 자유도시 카사블랑카, 윈드서핑을 즐길 수 있는 에사우이라, 유럽의 모나코 분위기를 내는 고급 휴양지 아가디르, 한적하고 아름다운 시디 이프니 등 모로코의 곳곳을 소개합니다.


모로코 남부로 내려가면 마을 전체가 영화 세트장인 아이트 벤하두를 비롯해 사하라 사막투어를 다녀올 수 있는 도시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모로코를 찾는 가장 큰 이유로 사하라 사막을 꼽는 여행자들이 많을 텐데요, 모래언덕이 끝없이 펼쳐지고 어느 순간 방향 감각도 사라지는 황금색 풍경과 은하수와 별똥별이 선사하는 환상적인 밤하늘을 눈으로 담아온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붉은 도시 마라케쉬에서 출발하는 1박 2일, 2박 3일 사하라 투어에 대해서도 꼼꼼히 다루고 있습니다. 사하라 투어 때 여행자들이 챙기면 좋은 준비물도 세심하게 짚어줍니다. 해시태그 모로코 한 달 살기로 다양한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모로코의 매력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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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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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사진작가에서 20세기 최고의 거리 사진작가로 이름을 올린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 1926~2009). 비비안 마이어를 우리가 알게 된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2007년 시카고 경매장을 찾은 존 말루프와 제프리 골드스타인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비비안 마이어의 존재를 여전히 알지 못했을 겁니다. 


수많은 네거티브 필름과 현상하지 않은 필름 14만 점이 고스란히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고, 대단한 물건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한 두 수집가의 노력으로 사진작가의 행방을 알아냈을 땐 이미 고인이 된 후였습니다. 


존 말루프가 플리커에 스무 장의 사진을 공개하자마자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비비안 마이어 밈이 형성될 정도로 화제를 모읍니다. 그런데 비비안 마이어를 조사할수록 오히려 미스터리한 인물이 되어갑니다. 비비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극과 극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입니다. 권위적인/소극적인, 배려하는/냉담한, 여성적인/남성적인, 쾌활한/냉소적인, 열정적인/둔감한, 사교적인/비사교적인, 눈에 띄는/은둔하는, 메리 포핀스/사악한 마녀... 어떻게 한 인물에 대해 이토록 상반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걸까요. 


이 여정은 2015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다큐멘터리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인상 깊게 본 앤 마크스 저자는 비비안 마이어 아카이브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허락받아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추적하게 됩니다. 가족조차 찾지 못한 비비안의 가계도를 작성해 내고, 생전에 교류한 사람들을 찾으며 6년의 세월을 보냅니다. 비비안의 일상과 관심, 세상을 보는 시각을 알아내야 했습니다. 그저 사진 작품집이 아니라 비비안의 전 생애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렇게 탄생한 전기 <비비안 마이어>. 비비안 마이어는 누구이며,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의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이 책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마지막 자화상 사진을 포함한 400여 점의 사진과 함께 비비안 마이어의 삶을 따라가봅니다. 


2022년 11월 13일까지 국내에서 열리는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270여 점의 사진과 자료가 선보이는데, 비비안 마이어의 트레이드마크인 1:1 정방형 사진이 그야말로 예술이더라고요. 6×6cm 포커싱 스크린의 롤라이플렉스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허리 부근에서 카메라를 잡아 사진 찍는 사람의 얼굴을 가리지 않는 롤라이플렉스는 아래에서 위로 찍어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는 기술을 쓴 비비안 마이어의 영감과 재능을 살린 카메라입니다. 


비비안의 사진 속 인물들은 나이, 인종, 성별 불문하고 피사체가 생동감 있게 다가옵니다. 도시 풍경, 건축물, 평범한 사람들, 유명한 사람들, 가판대, 자화상 사진, 거리... 다양한 장르를 탐구했던 비비안입니다. 살바도르 달리, 오드리 헵번 등의 사진을 뜻밖에 마주하는 즐거움도 얻을 수 있습니다. 전업 사진작가가 아닌데도 이처럼 사진을 찍으려면 수시로 사진을 찍으러 나갈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비비안 마이어는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로 생활비를 벌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학위도 인맥도 없이 홀로 배운 사진작가는 재능이 있었더라도 힘든 일을 많이 겪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손놓지 않고 카메라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불안정하고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어머니, 폭력적인 알코올중독자 아버지, 마약에 중독되고 조현병을 앓은 오빠. 이런 과거를 숨기고 독립적으로 살아나가기로 결정한 비비안은 입을 다물고 멀리 떨어지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럼에도 보모로서는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생각 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겐스버그 가족의 집에 고용되어 11년간 세 아이의 보모로 지낼 때는 가장 오랫동안 안정적인 생활을 누립니다. 어린 시절의 해독제가 되어준 가족을 만난 겁니다. 이때 언제나 목에 카메라를 매단 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고, 자화상 사진 기술이 발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삶은 형제들이 성장하며 끝나게 됩니다. 이때부터 비비안의 저장 장애가 심해지고 내면이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사진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정서적 유대감을 원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깨닫지 못한 채 냉담하게 떠난 비비안. 그렇게 감정적으로 좋은 이별을 스스로 해내지 못한 비비안은 추진력과 창의력을 잃으며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됩니다. 불행한 어린 시절에 대한 통제감을 얻기 위한 저장 장애는 악화되었고, 감정의 깊은 공허감을 물건으로 채우게 됩니다. 신문, 잡지 등을 강박적으로 모으며 그것들을 보관하기 위해 창고를 대여하기에 이릅니다. 사진 역시 타인과 공유하는 일이 점점 불가능해졌으니 꾸준히 찍었음에도 현상하지 않은 필름 상태 그대로 보관만 하게 됩니다. 


이렇게 우울모드로 인생이 끝나나 싶을 테지만 비비안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꾸준히 보모 일이나 노인 돌봄 일을 하면서 이제는 라이카로 컬러 사진을 찍으며 비비안의 자화상은 다시 한번 생기를 얻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비비안이 스스로 소소한 일상 기록물들을 찍은 사진을 보면 지금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는 듯합니다. 가지런히 배치하고 소품과 장식을 더해 찍은 사진을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40년 동안 사진에 열정을 바친 비비안 마이어. 말년에 도움을 준 겐스버그 형제들을 보면 비록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비비안의 삶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엉망이었던 건 아니라는 걸 엿볼 수 있습니다. 독립적이고 자존심 강한 비비안의 모습을 누군가는 냉담한 성격의 이상한 사람이란 편견을 가지고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비안의 삶을 알아갈수록 실패자, 낙오자가 아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애쓴 비비안의 투쟁을 곳곳에서 만나게 됩니다.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에서 자화상 사진을 보며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당시 비비안의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됩니다. 세상에 자신을 집어넣는 행위로서의 자화상 사진은 그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세상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촉진제였던 겁니다. 비비안 마이어 신화를 다시 써 내려간 전기 <비비안 마이어>. 슬픈 인생을 살다 간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내려고 노력한 예술가 비비안 마이어. 20세기 거리 사진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한 비비안의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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