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바다로 간다면 - NASA의 과학자, 우주의 심해에서 외계 생명체를 찾다
케빈 피터 핸드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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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탐사 결과, 이 우주에 지구 같은 행성은 드물지만 얼음에 뒤덮여 하늘이나 대기와는 완전히 차단된 깊은 바다를 품은 천체는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타이탄, 엔셀라두스, 트리톤처럼 목성, 토성, 해왕성의 주변을 돌고 있는 위성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지구의 생명으로부터 배운 게 있다면, 대체로 물이 있는 곳에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극한의 조건에서 살아가는 지구 생명체도 있습니다. 지구의 심해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입니다. 그렇다면 저 위성들은 생명체가 거주할 만한 조건을 갖췄을까요.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과 함께 대서양 심해를 탐사하며 다큐멘터리 <에이리언 오브 더 딥>에 출연했고, 영화 <아바타>와 <프로메테우스>의 과학 자문가로 참여하기도 한 NASA 행성과학자이자 우주생물학자 케빈 피터 핸드. 외계 생명체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는 과학자입니다. 지구 생명체와 지구 밖에서 생명이 살 만한 바다 환경을 만드는 물리, 화학 사이의 연결고리를 탐험합니다. 


소설처럼 흥미를 끄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 작은 잠수정 안에서 배터리도 공기도 바닥나고 있는 상황에 처한 저자의 아찔한 모습이 절로 상상됩니다. 지하 바다를 품고 있다고 밝혀진 유로파에 관심을 가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그곳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지구의 심해와 연결지어 영화로 다루고 싶어 했습니다. 지구의 심해 환경이 유로파 바다의 조건과 유사할 가능성을 헤아려보려 했던 겁니다. 이 팀에 합류한 저자는 이 경험을 통해 우주의 또 다른 생명을 이해하게 됩니다.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은 지구 밖 생명 탐험기이지만, 지구의 심해를 이해하고 그 비밀을 발견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 어떤 동물도 살아가지 못할 극한의 환경에서 잘 살아가고 있었던 심해 생물. 400℃에 가까운 유체 구름을 피워대는 열수구에서 기이하고 아름다운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는 겁니다. 이곳 미생물은 광합성 대신 화학합성을 이용해 생명을 유지합니다. 열수구 발견을 계기로, 햇빛이 차단된 지구의 바다 밑 암흑 속에서도 얼음으로 뒤덮인 외계의 바다에서와 비슷한 방식으로 생명이 번성해 왔을 가능성이 생긴 겁니다. 지구 밖 먼바다에도 생명체가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던져준 겁니다. 


얼음이 물에 뜨고 열을 잘 전도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태양 에너지 대신 조석 에너지에 의해 열이 공급될 가능성 등을 토대로 얼음으로 덮인 일부 위성을 생명체 거주 가능성 높은 후보지로 손꼽게 됩니다.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에서는 지구 밖의 거주 가능한 세계를 위한 시나리오를 보여줍니다. 동화 골디락스에 비유해 기준에 들어맞는 알맞은 후보기를 찾는 여정이 공개됩니다. 칼리스토, 타이탄, 가니메데처럼 대형 얼음 위성은 바다와 내부 암석층 분리 문제로 까다롭지만, 유로파와 엔셀라두스 같은 위성은 적당한 크기와 밀도의 명당이라고 합니다. 


인간이 지하 바다에 대한 증거를 최초로 수집한 위성이자 과학적으로 가장 잘 분석된 위성인 유로파. 넓은 지역에 걸쳐 소금물로 이루어진 바다가 있다고 합니다. 유로파의 얼음 지각 밑에 약 100km 깊이의 대규모 지하 바다 존재의 증거를 찾아낸 과학 기술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물론 충분히 살 만한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생명의 기원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생명이 기원하는 데 필요한 조건, 외계 바다에서 생명이 탄생할 수 있을지 판단한 근거가 될 장소를 지구에서 찾아보는 일은 중요합니다. 2003년 제임스 카메론이 주도한 원정처럼 바다 세계는 적어도 생명의 기원 가설을 실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열수구는 1977년에 처음 발견되었지만, 본격적인 연구는 2000년 로스트시티가 발견되면서부터입니다. 생명의 에너지학과 열수구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생명의 사례를 통해 외행성계의 얼음 덮인 광활한 바다를 상상해 보게 됩니다. 진화의 문제들까지도 상상해 보는 저자의 시나리오가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인간이 경험한 진보의 과정을 벗어나야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주 탐사 역사상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것이 주요 임무였던 건 1976년 7월과 9월, 쌍둥이 화성 착륙선 바이킹이 최초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저자는 과거 임무를 교훈 삼아 앞으로의 지구 밖 외계 해양 탐사 기술 발전의 방향성을 일깨웁니다. 지구 심해를 탐험하는 인류의 기술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아직 탐사되지 않은 '외계' 지역이 우리 지구 바다 안에 많다는 게 중요한 문제임을 짚어줍니다. 


달 기지를 만드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달 탐사 로켓 아르테미스 1호 발사가 29일 예정되었다가 아쉽게도 연기되었지만, 21세기 신우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때입니다. 그와 동시에 지구 심해에서 기술 개발 및 탐험 능력을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여전히 암흑에 싸여 있는 지구의 바다와 지구 밖 바다 탐사는 밀접하게 연결된 과제임을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생명의 나무를 범우주적으로 확장시키며 사고의 틀이 전환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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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스카이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김보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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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신작 <화이트 스카이 (원제 Under a White Sky)>. 하얀 하늘은 대기 오염의 기술적 해결 시도의 결과 하늘이 하얗게 변하는, 예기치 못하는 부작용을 말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다 일어난 또 다른 문제가 생긴 '의도치 않은 결과'를 상징하는 표현입니다. 


최근 물폭탄으로 침수된 강남의 모습에 아연해졌는데, 그뿐만 아니라 폭염 및 폭우로 대재앙에 가까운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성서에나 나올 법한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모두가 기후 위기 때문입니다.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라는 용어보다 이제는 지구 가열, 기후 위기라는 명칭이 더 와닿는 시대입니다. 인간은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요. 


전 지구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으로 인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질학적 시대를 인류세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인류의 시대이지만 대기 온난화, 해양 온난화, 해양 산성화, 해수면 상승, 빙하 융해, 사막화, 부영양화 등 지구는 정상이 아닙니다. 그동안 문제 해결을 위해 해온 것들은 효과가 있었을까요. 


인간의 능력으로 지구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며 덤벼들었다가 더 큰 재앙을 일으킨 현대인의 어리석음을 일깨우는 화이트 스카이. 토목 공사의 실수를 되돌리려는 뉴올리언스 재건 현장, 유전자 가위로 외래종을 처리하려는 호주의 연구실, 인간이 배출한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을 가진 아이슬란드 발전소 등을 찾아가 문제를 풀어보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제는 자연에 대한 통제가 아니라 자연에 대한 통제를 통제하려는 것으로 인간은 또다시 노력하고 있습니다. 통제가 문제라면, 더 큰 통제가 해법이라는 게 인류세의 논리인 겁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자연을 통제 대상으로 보는 인간을 겨냥했습니다. 그 덕분에 정부 정책은 살충제와 제초제 대신 안전한 해법을 구상하게 됩니다. 화학 약품 대신 생물학적 방제 수단으로 아시아 잉어를 들여와 수생 잡초를 억제하고 하수 처리에 도움을 받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일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탈출한 잉어는 이내 생태계를 정복합니다. 침입종을 퇴치하기 위해 시카고 강에 전기 장벽을 설치해 보지만 만만찮습니다. 


인간이 초래한 자연재해는 뉴올리언스 지역에도 나타났습니다. 루이지애나 남부를 물로부터 보호하려던 시스템이 오히려 문제를 낳은 겁니다. 마른 땅 대부분이 습지로 바뀌어 토지 손실 위기에 처했습니다. 선한 프로젝트의 결과가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 겁니다. 


미국 사막의 동굴 못, 데블스 홀에는 2.5cm 짜리 작은 물고기 펍피시가 삽니다. 한 번에 깨알만 한 알 한 개만 딱 하나 낳는 물고기입니다. 근처 네바다 핵 실험장의 현장 노동자들을 겨냥한 주택 단지 건설을 위한 부지로 동굴에서 불과 240m 거리에 있는 땅까지 포함되었던 위기도 있었고, 사막의 물 해결을 위한 펌프 작동으로 데블스 홀 수위가 낮아지기도 하면서 어느 해에는 개체 수가 겨우 35마리만 남았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 물고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애처로울 지경입니다. 종의 소멸은 모든 대륙, 대양, 생물 분류군에 걸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곤충들조차도 급감하고 있습니다. 삼림 파괴, 서식지 단편화, 외래 포식자 유입, 병원체 유입, 광 공해, 대기 오염, 수질 오염, 제초제, 살충제, 쥐약 등으로 인해 전 지구적으로 생물 다양성 위기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아시아 잉어 이야기와 닮은 꼴인 어처구니없는 사례가 또 있습니다. 호주 절롱시에 있는 동물보건연구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도 폐쇄 실험실입니다. 이곳에서는 수수두꺼비에게 유전자 편집 기술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탕수수를 먹어치우는 딱정벌레 퇴치를 위해 외래종 수수두꺼비를 도입해서 생긴 최악의 결과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식용하면 사람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거대두꺼비였던 겁니다. 토착종들은 수수두꺼비를 먹이로 오인해 먹고, 결국 멸종에 이르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지구의 평균 기온은 여전히 상승 중입니다. 기온 상승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농업 체계 개조, 제조업 혁신, 휘발유 및 경우 차량 폐기, 전 세계의 발전소 대부분을 대체해야 하는 일은 얼마나 진행 중일까요. 인간이 화석 연료를 태움으로써 발생시킨 문제를 우리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출량 감소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대기 중 농도는 즉시 함께 줄어드는 게 아니라 여전히 누적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탄소 셈법이 어려운 겁니다.


결국 역배출을 고려한 시나리오도 필요합니다. 재앙의 임계점을 넘더라도 공기 중 탄소를 빨아들여 재난으로 이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을까요. 이 아이디어는 1990년대 초 이미 등장했지만 자금 유치가 되지 않아 발전하지 못했고, 여전히 공기 중 탄소 포집 기술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현실입니다. 태양 지구 공학에서도 아이디어가 쏟아집니다. 대기 중에 빛 반사 입자를 살포해 지구에 도달하는 에너지의 양을 줄여주는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결과 하늘색은 흰색이 될 겁니다. 


<최종 경고: 6도의 멸종>에서도 나왔듯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하는 기후 위기입니다. <화이트 스카이>는 대부분의 기술들은 증상만 치료할 뿐 원인을 제거하지는 못한다는 걸 일깨웁니다. 실행은 정치적 결정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미 온전한 상태가 아닌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인류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요. 하나의 생태계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화이트 스카이>. 문제는 언제나 '의도치 않은 결과'입니다.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야 하는 인류세 시대를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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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혼나고 오셔! - 택시운전사의 빙글빙글 일기
우치다 쇼지 지음, 김현화 옮김 / 로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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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일기' 시리즈, 첫 번째 책 <오늘도 혼나고 오셔!>. 법인택시기사 은퇴 후 독거 생활을 하고 있는 우치다 쇼지의 기록을 담았습니다. 다음 편은 안전유도원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가 출간 예정이라니 다양한 직업군의 희로애락을 담은 '일기' 시리즈 앞으로도 기대됩니다. 


쉰 살에 아무런 기술도 없던 무직의 남자. 아버지가 사장인 소규모 도매상에서 일해왔던 그는 일본의 거품 경제 붕괴 때 가족사업이 도산하며 가족 모두가 사업도 집도 잃게 됩니다. 아내마저 이 일이 얽히게 할 수 없어 이혼하고, 월세살이를 하며 나이 든 부모님과 대학생 외아들을 위해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우치다 쇼지 씨. 2000년 쉰 살에 택시기사를 시작합니다.


택시업계에 관한 지식이 전무했지만 그곳만이 그를 받아주었습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이력을 가진 이들과 한 달간 연수를 하며 열심히 택시기사 업무를 익힙니다. 한 달에 12번, 휴식 시간 3시간이 포함되어 있는 시간이지만 하루 18시간 근무를 해야 하는 택시기사. 하루 주행 거리는 300킬로미터에 이릅니다. 빈차로 달리는 시간은 공짜로 일하는 시간인 셈입니다. 납입, 일지 제출, 좌석 시트 교환, 손세차를 끝내고 그날 수입의 60퍼센트 정도가 기사의 몫입니다. 


지금은 내비게이션으로 모르는 길도 척척 갈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택시기사는 지도 같은 능력을 갖추어야 했습니다. 다른 현에 살아 도쿄 지리를 모르던 그에겐 도로 숙지가 큰 장애물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택시기사라면 소소한 지명까지도 잘 알 거란 생각을 당연하게 했던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았던 택시운전사 신참 시절. 직업에 귀천 없다는 말은 이상론일 뿐 현실은 사회의 계급 제도를 실감합니다. 아침에 출고할 때 사무직원의 인사말이 "오늘도 열심히 혼나고 오셔!"일 정도로 손님에게 혼나는 일이 많은 택시기사. 택시기사로서 마주하는 번거로운 트러블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고요. 





만취 승객, 그쪽 세계에게 얽힌 것 같은 승객처럼 긴장하게 만드는 손님도 있고, 자기 볼일 다 보면서 몇 시간을 전용차처럼 쓰는 승객도 있습니다. 많은 요금이 나와서 오히려 택시기사가 괜찮냐고 되물을 정도이지만 미터 요금을 제대로 지불만 한다면 다행입니다. 긴장 속에서 장시간 핸들을 잡고 있는 택시기사. 끼니 때마다 편의점 도시락, 서서 먹는 밥집 등 간단히 해치울 때가 많고, 장거리 손님이나 연이어 손님을 만나게 되면 화장실을 편하게 다니지 못해 고생하기도 합니다. 


프로 중의 프로인 개인택시기사가 되기에는 월세살이를 하며 간당간당한 생활을 하는 그에게는 너무나도 먼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법인택시기사로만 15년 일했습니다. 부모님이 타계하고, 아들은 사회인이 되어 독립하자 이제 스스로만 챙기면 되는 상황에 이르자 그는 서서히 일을 줄여나갑니다. 은퇴 시기를 언제로 잡을지 고민하던 차에 눈도 나빠지니 65세에 퇴사를 하고 이제는 연금생활자가 되어 독거 생활 중입니다. 집세, 의료 관련 지출비, 각종 생활비 등을 해결하기엔 연금으로는 모자란 데다가 모은 돈도 결국 떨어질 테니 앞으로의 노후에 대한 고민은 여전합니다. 


그럼에도 택시기사로 일하며 보낸 15년은 그의 인생에 크나큰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가업이 도산했을 때 택시기사라는 일만이 그를 받아줬고, 15년의 세월을 열심히 달렸습니다. 그저 꿋꿋하게 살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우연인지 이 책을 번역한 김현화 번역자의 아버지도 병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저자처럼 법인택시를 몬 택시기사였다고 합니다. <오늘도 혼나고 오셔!>는 단순히 직업의 에피소드를 담은 기록을 넘어 가정을 살리려는 한 아버지의 인생이기도 합니다. 


저는 택시를 타면 먼저 말을 거는 택시기사님을 불편해하는 성격인데요. 그렇다고 조용히 가자는 말도 못 한 채 영혼 없는 리액션을 해주다 보면, 내리고 나서도 피곤하더라고요. 이처럼 손님 입장에서 느낀 택시기사님들의 사연도 제각각일 텐데,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대하는 그분들은 하루에만도 수십 가지 에피소드가 쏟아질 테지요. 


손님의 불합리한 트집도 참아야 하고, 별의별 사람들을 마주하는 택시기사. 업계 영업수익 상위권을 달성한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억을 벌고 퇴사한 사람도 아닌 우치다 쇼지 씨. 그저 살길을 찾아 택시기사로 일하다 은퇴한 평범한 일반인의 이야기여서 오히려 위화감 없이 읽으며, 함께 웃고 안타까워하며 공감할 수 있었던 <오늘도 혼나고 오셔!>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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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사 -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후루타 모토오 지음, 장원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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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는 여행지로 몇몇 도시만 알뿐 역사를 제대로 알지는 못했습니다. 한국인의 해외여행지 1순위 지역이지만 역사적 배경을 알고 떠나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수능 사탐 선택과목 중 하나인 동아시아사에서도 킬러문제로 자주 등장하는 동남아시아사. 


세계사와 연계해 다른 지역과의 교류사 관점으로 동남아시아 역사를 살펴보는 AK 이와나미 시리즈 <동남아시아사>로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가보려 합니다. 미얀마, 타이,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브루나이, 필리핀까지 동남아시아 11개국의 역사를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통사로 접근하는 책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의 국가로 성립되기까지 동남아시아 지역의 역사는 그야말로 낯섭니다. 여행 가이드북에 요약된 역사로 그나마 이름은 들어본 OO 왕조, 식민시대와 독립, 전쟁 등 굵직한 것만 대략 아는 수준이거든요. 옛 지명이 나올 때마다 어찌나 낯선지 그동안 얼마나 유럽사 위주로만 책을 읽었는지 깨닫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에도 동남아시아 역사는 비중이 높지 않았으니 교양서적으로 이렇게 접하지 않는 이상 가까워질 기회가 없습니다. 


자연 지리적으로 대륙부와 도서부로 나뉘는 동남아시아. 벼농사를 바탕으로 한 농업국가와 동서양 교역에 기반을 둔 교역국가로 구분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 지배를 받은 역사가 있어 우리나라와 닮은 꼴이 많아 동질감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동남아시아사>에서는 동남아 초기 국가 형성과 발전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부터 신석기 문화 출현 시기부터 살펴봅니다. 거대한 건축물이 출현했던 앙코르 왕조의 번영 배경도 이해할 수 있고, 유라시아 대륙에 출현한 몽골제국에 의해 동서교역이 발달하며 점차 발전하는 동남아시아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앙코르 제국의 쇠퇴, 이슬람의 확대, 세계적인 경기 확장의 시대를 거치며 외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 역사적 배경도 만날 수 있습니다. 오스만 왕조가 비잔틴 제국을 멸망시키고 이집트부터 소아시아 지역에 이르는 지역을 지배하자, 이 땅을 경유해서 동남아 산물을 수입하기 어려워진 유럽. 결국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 세력들이 직접 항로를 찾기 시작했던 것이 바로 대항해 시대로 이어지게 됩니다. 동남아시아로 진출한 최초의 세력은 포르투갈이었습니다. 동서 교역의 요충지 멀라까를 점령하고 기존 동방 무역망을 붕괴시키게 되니, 이 또한 세계사적 변화를 초래하게 됩니다. 





교역의 시대에서 육지의 시대로 접어들며 동남아시아는 근세를 맞이합니다. 유럽은 유럽 나름대로 한창 바쁜 시기다 보니 미얀마, 타이, 베트남 판도의 기초가 되는 왕조들이 이때 성립되고 근대로 이어지는 바탕이 됩니다. 하지만 이내 유럽 세력이 동남아시아 영역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대부분 지역이 구미 열강의 식민 통치하에 놓이게 됩니다. 우리나라처럼 외부로부터의 근대를 맞이하며 제국주의 시대를 살아갑니다. 


식민지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프랑스는 베트남을 노렸는데 여행지로 인기 많은 다낭이 그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베트남 북부 지역까지 군대가 출병하는 사태에 대항하여 중국 청조는 베트남 파병을 단행했으니 이것이 바로 청불전쟁입니다. 프랑스는 70년간 베트남을 점령했는데, 예쁜 프랑스풍 도시 흔적을 간직한 베트남 곳곳이 이제는 새롭게 보일 것 같아요. 


대한민국 독립사처럼 동남아시아도 민족주의가 형성되면서 저마다 독립의 역사를 가지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열강들의 지배 체제 속에서 근대 교육을 받은 식민지 엘리트들이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깨어있는 지식인들의 역할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사적 전환은 식민지주의의 붕괴와 함께 찾아옵니다. 동서 진영 간의 냉전 구조 속에서 새판이 짜이게 된 겁니다. 냉전은 동남아시아를 분열 상태로 내몰았고, 냉전 시대 최대의 국지전이라 부르는 베트남전이 발발합니다. 그동안 미국의 시각으로만 바라봤던 베트남전이었지만 이 책을 통해 중립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 부침이 많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인 ASEAN 아세안이 단순히 반공 군사동맹이 아니라 동남아시아 10개국을 포괄하는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도 이해하며 동남아의 자립 행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일찍이 빠른 성장세를 보인 동북아 일본, 한국보다 앞서가는 분야가 있을 만큼 개발도상국, 원조 공여국의 관계를 넘어선 동남아시아. 베트남은 2045년까지 개발도상국 이미지를 벗어나 고소득 선진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동서 세계의 교차로가 되어왔던 동남아시아는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될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풍부한 각주와 해설로 가득한 <동남아시아사> 책 덕분에 그동안 등한시했던 동남아시아 통사를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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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설계자 - 성공할 수밖에 없는 FBI식 레벨업 프로그램
조 내버로.토니 시아라 포인터 지음, 허성심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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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의 의미와 행동의 메커니즘을 분석한 베스트셀러 <FBI 행동의 심리학>의 저자 조 내버로의 후속작 <자기 설계자 (원제 Be Exceptional)>. 25년간 FBI 요원으로 활약하며 FBI 행동 분석 프로그램 창설 멤버인 조 내버로는 은퇴 후 미 국무부 자문위원 및 전 세계 여러 기업과 조직에 컨설팅, 하버드 경영대학원 강의 등 40여 년 동안 비언어 의사소통 전문가이자 행동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고 탐구한 그만의 통찰이 담긴 <자기 설계자>. FBI식 성공학의 결정체라 불리며 다시 한번 비즈니스와 일상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성장 전략과 실천법을 알려줍니다. 


조 내버로 저자는 수년 전 자신과 타인의 기대를 저버리는 사람의 특성을 분석하면서 정반대의 사람들의 특성도 발견하게 됩니다. 학력, 소득 수준, 타고난 재능과 상관없이 영향력 있고, 유능하고, 본받을 만하고, 지도자로 손색없는 사람, 즉 비범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FBI 요원으로 활동하며 20년간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는 저자의 경험부터 들려줍니다. 특수기동대 팀 지휘관이었을 때 생긴 사건입니다. 인질을 데리고 난동 부리는 탈주범을 두고 긴박한 작전을 개시하기 직전, 작전에서 스스로 빠지겠다는 결정을 내립니다. 일주일 전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여전히 깊은 상실감에 빠져 감정이 사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주변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는 그렇게 했습니다.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거기에는 자기 통제력이 있었습니다. 자기 통제력, 관찰력, 소통력, 행동력, 심리적 안정이라는 비범한 사람들의 다섯 가지 특성 중 다른 네 가지 특성의 바탕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이 바로 자기 통제력입니다. 


"자기를 소중히 여기는 최고의 방법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 책 속에서


자신의 감정, 장점, 약점까지도 아는 능력을 포함하는 자기 통제력. 일상 속 습관과 행동을 통해 자기 삶을 지휘할 수 있는 자기 통제력은 잠재력을 발휘하고 영향력을 키우고 자신의 브랜드를 키우고 싶다면 반드시 필요한 특성입니다. 자신에게 주는 선물, 자기 통제력은 훈련을 통해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기 설계자>에서는 자기 통제력을 위한 몇 가지 자질을 소개하고, 자기 통제 습관을 기르기 위한 방법을 알려줍니다. 신뢰, 협력, 감탄을 끌어내는 강력한 무기가 되는 자기 통제력 향상법을 배워보세요. 





비범한 사람의 두 번째 특성은 정보를 통찰력으로 바꾸는 관찰력입니다. 부모, 전문가, 리더 등 누구나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예리한 관찰력.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관찰의 의미를 이해했을 때 성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관찰력은 정보 과부하 시대에 오히려 꼭 필요한 특성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유용한 정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조 내버로 저자는 마음을 알려주는 12가지 몸짓 언어와 FBI 관찰력 강화 연습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비범한 사람의 세 번째 특성은 사람을 움직이고 변화를 만들어 내는 소통력입니다. 얼마나 완벽하게 소통하느냐가 아니라 변화를 만들어내고 관계의 질을 높이는 소통입니다. 배려, 울림 있는 소통의 조건들을 알려주고, 효과적이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냥 받아들여요.", "나한테 징징거리지 마."라는 말 대신 상대방의 기분을 인정해 주고 그다음에 일을 시작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상대가 보이는 불편함의 표시를 무시하거나 가벼이 여기지 말고, 논리적 설득 앞에 감정을 먼저 다뤄야 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우리 삶을 형성하는 것은 우리가 매일 하는 행동입니다. 행동이 나를 말해주듯 비범한 사람들의 네 번째 특성은 행동력입니다. 좋은 행동을 결정하는 기준과 나의 행동과 행위의 기준을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진정한 리더는 격려하고 다독일 줄 압니다. 비범한 사람들의 마지막 특성은 심리적 안정입니다. 심리적 안정이 가진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양한 사례로 보여줍니다. 성장의 발판이 되는 심리적 안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들을 파악하고 나면, 배려를 통해 주변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상과 비즈니스에서 자신을 타인과 차별화하고, 더 나은 내가 되게 도와주고, 더 좋은 리더로 만들어 주고,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읽어야 할 책 <자기 설계자>. 책을 읽기 전 목차를 보며 다섯 가지 특성 중 '나는 이건 확실히 부족해, 집중해서 읽어봐야겠다'라는 파트가 겨우 한 가지뿐이었는데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읽다 보니 다섯 가지 특성 모두 연습해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게 드러나더라고요. "나는 비범한가?" 하고 자문해 볼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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