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로 가니 - 식민지 교실에 울려퍼지던 풍금 소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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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의 열두 고개처럼 이어령이 들려주는 한국 고유의 문화유전자 이야기가 꼬불꼬불 이어지는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이제껏 몰랐던 출생의 비밀로 시작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그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국인 이야기 완결편 <너 어디로 가니>. 


식민지 시대를 살아낸 이어령 저자의 경험이 듬뿍 담긴 책인 만큼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이어령 저자의 앞세대는 서당 세대였지만 그는 소학교에 입학해 다음 해 국민학교로 바뀐 학교 세대입니다. 1930~40년대 시절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첫 붓글씨 연습으로 쓴 건 바로 입춘대길 한자였다고 합니다. 동아시아인의 문화 유전자로서 작용해 온 한자. 소학교 입학 전 서당을 다닌 경험이 있는 그의 첫 수업은 <천자문>이었습니다. 이때 왜 하늘 천, 땅 지, 검을 현, 누를 황에서부터 의문을 가진 이어령 선생님. 왜 하늘은 파란데도 서당에 가면 까맣다고 하는가가 지식에 대한 그의 첫 궁금증이었습니다. 이 궁금증은 '검다'라는 말 하나에 얽힌 동서양의 역사와 사상이 담긴 이야기 보따리로 이어집니다. 


1940년에 소학교에 입학했지만 1941년에 공포된 국민학교령에 의해 국민학생이 되었습니다. 국민이란 말도 일본인들이 근대에 만든 말이라고 합니다. 사실상 봉쇄된 서당 교육 대신 학교 교육으로 체제가 변했습니다. 국가란 황국으로, 아동은 소국민으로 교육의 목적이 달라집니다. 황국신민을 단련시키는 연성도장이 된 셈입니다. 나치의 커리큘럼과 명칭을 따라 한 교과목으로 배우며 당시 우리는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쓰게 됩니다. 광복 후 국민학교란 말을 버려야 했음에도 1996년에 이르러서야 초등학교로 바뀌게 됩니다. 이때도 왜 바뀌어야 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학교 공부란 말의 어원과 의미를 짚어주면서 진정한 공부란 무엇인지,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진짜 공부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 봅니다. 이어령 선생님이 생각하는 배움이란 멘토와 멘티로 서로를 자극하며 함께 발전하는 관계라는 걸 짚어줍니다. 하지만 일제 36년을 거치며 우리의 교육은 교육 주체가 배우는 쪽에서 가르치는 쪽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제 국어는 일본어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딱지를 열 장씩 주며 한국말을 쓰면 딱지를 빼앗는 딱지 전쟁을 시킵니다. 야! 대신 오이! 해야 맞는 말이 된 겁니다. 일본말이 서툰 아이들은 아예 입을 다물게 됩니다. 언어를 지배하여 사고방식까지 조작할 수 있다는 속셈으로 일제는 말과 글을 뺏었습니다. 교육만능론적 사고입니다. 


일본 군국주의는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끼칩니다. 일본식 교복을 입고 책보 대신 책가방을 들면서 보자기 문화가 사라지게 됩니다. 보자기형 짚신문화도 사라집니다. 싸기 문화가 넣기 문화로 변질되어간 건 모든 사고체계에서 일어납니다. 


일제 강점기 한국인상을 분석하는 이어령 저자는 "역사는 블랙박스의 블랙박스다."라고 말합니다. 추리소설의 법칙처럼 죽음으로 덕을 보는 자가 곧 범인인 겁니다. 친일의 허구를 깨뜨리려면 일본 역사의 블랙박스를 깰 수 있는 추리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유년의 경험을 통해 식민지 아이들의 의식을 지배한 군국주의의 작동과 상징을 해부하는 이어령 선생님. 몸뻬 바지가 대동아공영권 이념을 주장한 일본의 생존관을 반영한 물건이라는 것도 이제서야 알게 됩니다. 


소년 이어령의 이야기는 세상을 뜬 할머니, 할아버지 대신 지금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값진 이야기들이 가득한 <너 어디로 가니>. 한국인의 문화유전자를 하나씩 끄집어낼수록 우리의 정체성도 선명해진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이어령 저자의 유작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에 이어 2부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로 더 이어질 예정이라니 여전히 이야기 보따리가 남아있다는 기대감에 즐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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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제주 - 최고의 제주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2023년 최신개정판 프렌즈 Friends
허준성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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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색다른 매력을 가진 제주 여행. 생애 첫 여행친구 프렌즈 시리즈 제주 최신판으로 제주 본섬과 부속 섬까지 만나보세요. 프렌즈 제주 2023에서는 뻔하지 않은 나만의 여행을 즐기고 싶을 때 유용한 테마 여행과 효율적인 동선으로 움직일 수 있는 지역별 여행으로 크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보통 여행 가이드북이 지역별 우선이라면 프렌즈 제주는 우리에게 익숙한 제주를 더욱 맛깔나게 여행할 수 있는 테마 여행에도 심혈을 기울인 느낌입니다. 


추천 일정으로 지역별, 일정별, 동반 여행자별로 나눠 소개되어 있습니다. 공항이 있는 제주시를 중심으로 제주시 동부, 서귀포시 동부, 서귀포시 중심, 서귀포시 서부, 제주시 서부 순서로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테마 여행 파트에서 소개된 여행지도 어느 지역에 해당하는지 표시되어 있어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남들 다 가는 여행지는 질린다 싶으면 테마 여행은 어떠세요. 프렌즈 제주에서는 히든 스폿, 물놀이 명소, 이색 카페, 향토음식, 제주 분식, 제주 양조장, 섬에서 섬으로, 오름, 숲, 다크투어, 올레길, 체험 여행 등 무려 24가지의 테마로 제주를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테마 여행과 지역별 여행을 적절히 조합해 여행하면 좋을 것 같아요. 


취향 따라 떠나는 제주 테마 여행 중 서해 갯벌 체험처럼 제주에는 '바릇잡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연중 즐길 수 있다니 더 좋네요. 바다에서 조개나 문어 등을 잡는 해루질을 제주에서는 바릇잡이라고 부른대요. 아이들과 함께 조개와 보말을 잡으며 놀 수 있는 제주 바릇잡이 명소 포인트를 이번 기회에 알아갑니다. 


나만 알고 싶은 제주 포토 스폿도 소개합니다. 인생샷 남기러 얼른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제주 인생사진 포인트들을 만날 수 있어요. 반짝 인기 있는 카페가 아니라 전통 있는 이색 카페가 이토록 많을 줄도 상상 못했습니다. 해외 와이너리 투어 못지않게 제주 양조장 여행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주 이름이 붙은 술 종류도 기대 이상으로 많네요. 





제주 역사와 문화를 알아가는 여행도 의미 있습니다. 제주 4·3사건의 상흔을 되돌아보는 제주 다크 투어도 지역별로 정리해두었습니다. 대자연의 신비를 만끽할 수 있는 한라산 등반, 화산섬 특유의 비경인 오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제주 올레길, 힐링 여행으로 좋은 제주 숲길 등 섬 전체가 지질공원이나 다름없는 제주의 자연도 함께 해보세요. 제주국제공항과 제주항 여객선터미널이 자리한 제주 여행의 시작과 끝인 제주시 중심을 시작으로 지역별로 제주의 구석구석을 소개합니다. 지역마다 추천 코스를 참고하면 당일 여행 코스를 계획하는 데 도움 됩니다. 


지역별 지도와 함께 주요 명소, 맛집, 카페 순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숙소는 별도로 한 번에 정리되어 있는데 고급호텔&리조트, 풀빌라, 키즈펜션뿐만 아니라 전통 돌담집도 있다니 다양한 숙소 체험도 계획해 봐야겠습니다. 제주도 부속 섬 중에서 우도, 가파도, 마라도, 비양도, 차귀도, 새섬, 서건도를 여행할 수 있는 방법도 잘 나와있어요. 


제주의 맛과 색을 잘 담고 있는 제주의 곳곳을 소개하는 프렌즈 제주. 다양한 테마로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요즘 트렌드에 딱 맞는 정보들 덕분에 제주 여행이 더욱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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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지극히 주관적인, 그래서 객관적인 생각의 탄생
이상완 지음 / 솔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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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사건을 계기로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함께 작용하는 시대입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은 얼마나 닮아있을까요. 이상완 교수는 1%의 겉은 같아 보이지만 99%의 속은 다르다고 말합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뇌가 다르다는 걸 이해하는 과정은 우리 자신을 좀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한 여정과도 같습니다. Google 교수 연구상, IBM 학술상을 수상한 KAIST 교수 이상완 저자는 뇌 기반 인공지능의 성장기를 <인공지능과 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에서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아는 사실 known knowns, 모르는 사실 known unknowns를 구분하는 게 메타인지라고 합니다. 그런데 내가 아는 사실이 정말로 아는 사실일까요.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건 아닐까요. 이상완 교수는 아는 사실 - 모르는 사실 - 내가 아직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문제까지 삼분법적 지식 체계로 의심하는 생각으로 서두를 엽니다. 인공지능과 뇌의 생각 기술에 대해 인지의 사각지대에 있던 문제를 인지 영역으로 바꾸는 여정으로 보는 거죠. 공학이 풀어내는 인공지능을 뇌과학의 눈으로 읽어보며 숨겨진 문제를 찾아내보자고 합니다. 그리고 뇌과학이 찾아낸 인간 지능에 대한 문제를 공학으로 풀어보며 그 원리와 이유를 살펴봅니다. 


인간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문제를 인공지능은 어떻게 풀어내는지, 우리에게는 너무나 쉬운 문제를 왜 인공지능은 풀지 못하는지. 인공지능 개발은 뇌의 방법을 응용해 해결하려 하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인공지능과 뇌에 대한 비밀을 파헤칩니다. 


1세대 인공 신경망이라 불리는 초기 인공지능은 개념의 추상화 문제에 도전합니다. 무언가를 이해하는 과정인 개념의 추상화는 인간이라면 약 0.02초 만에 사과를 찾아내는 일을 인공지능도 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과를 찾는다 하면 사과의 다양성을 이해해야 가능해집니다. 빨간 사과만 사과로 인정한다면 먹다 남은 사과는, 초록 사과는 어쩌나요. 저자는 인공지능이 본질과 다양성의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을 인공지능의 아버지 마빈 민스키의 순방향 생각열차 이론과 생각종이 접기 사고실험으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1세대 인공 신경망이 학습과정에서 경험하지 못한 문제에 대해 실수가 일어나게 되자 잠재적인 실수의 위험성을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우게 됩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만들어낸 추상적 개념 속에서 미래의 성공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복잡한 현실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방법을 터득해 그 속에서 미래를 꿈꾼다는 것, 2세대 인공 신경망의 탄생 배경입니다. 


사과인척하는 것을 걸러낼 줄 알아야 하고, 반대로 모형 사과를 볼 때도 사과라고 해야 하는 민감함과 둔감함의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둔감과 민감을 다 잡는 인공 신경망으로 성장해야 하는 겁니다. 이제 딥러닝 시대를 여는 인공 신경망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여기에도 해결할 문제가 나타납니다. 디테일과 전체의 모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개와 꽃이 함께 있는 사진에서 인간이 주목하는 방식과 인공지능이 주목하는 방식이 다른 겁니다. 우리 뇌가 어떻게 하향식 주의집중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 등 뇌과학 이론과 인공 신경망을 비교 분석하면서 인공지능의 문제를 해결해나갑니다. 





개념의 추상화만큼이나 중요한 건 개념의 구체화입니다. 이해한 것을 표현해 내야 하는 겁니다.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과 같은 기억의 문제도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어떻게 구체화를 해내고 기억 문제를 해결하는지 고행길이 펼쳐집니다. 낯선 용어투성이라 어렵게 다가오지만 해당 파트의 핵심 질문과 정리 작업이 잘 되어 있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가도 저자의 결론 문단을 읽다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편이라 만족스러웠어요. 뇌와 인공지능에 대한 심화 지식을 다루는 비밀노트도 도움 됩니다. 


인공 신경망 관점에서 신경세포가 생각하는 방식을 엿보며 효율적으로 학습하려는 도전기가 펼쳐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단 하나의 신경세포의 문제 해결 능력이 웬만한 인공 신경망의 수준을 넘어선다는 겁니다. 사실 우리도 우리 뇌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인공지능의 큰 숙원 사업인 생물학적 신경망을 닮아가는 인공 신경망 연구의 현재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심층 강화 학습으로 인공지능의 독립을 위한 여정이 펼쳐집니다. 알파고 제로는 딥러닝으로 벨만 방정식을 푸는 알고리즘입니다. 벨만 방정식은 문제의 대상인 상대와 상호작용하면서 얻는 경험으로부터 가치를 계산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입니다. 


인공지능은 정말 뇌처럼 생각할까, 뇌의 비밀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라는 문제가 여러 복잡한 경쟁과 협력이 상호작용해 선순환을 일으키는 여정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갈 길은 멀지만 점점 뇌를 닮아가는 인공 신경망이 탄생될 거라 여겨집니다. 


인공지능과 뇌가 가진 생각의 기술을 우리가 가진 사고의 틀에 맞춰 풀어나간 <인공지능과 뇌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뇌 기반 인공지능을 향한 도전은 결국 인간 지능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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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의 한국음악 - 좋아해서 듣고 사랑해서 부르는 조선-pop, 국악
현경채 지음 / 드루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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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에 오른 BTS 슈가의 <대취타>,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으로 사용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등 현대 국악이 세계를 종횡무진하고 있습니다.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 풍류대장이 생길 정도로 일부 마니아의 세계로만 생각했던 국악이 이제는 보편화, 대중화되고 있는 겁니다. 그 뒤에는 오랜 시간 묵묵히 자신의 음악 세계를 일군 아티스트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고루한 음악이 아닌 대중음악으로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국악의 저력을 소개한 책이 있습니다. 


전통예술과 음악, 여행, 인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은 음악평론가이자 음악인류학 박사 현경채 교수의 신작 <오늘, 우리의 한국음악>.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국악 교양서로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국악의 다양한 매력을 만나보세요. ​​


국악을 몰라도 한 번쯤 들어본 힙한 노래 <범 내려온다>. 1일 1범 할 정도로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었죠.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의 노래와 앰비규어스의 춤의 조화가 제대로 놀자판을 깔아줬습니다.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에서 나오는 노래라고 합니다. ​​래퍼들도 울고 갈 정도로 빠른 템포감으로 완성된 <좌우나졸>처럼 라임이 예술인 판소리를 보면 국악의 새로운 매력에 푹 빠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외계어 같은 약재 이름으로 가득한 <약성가>도 떼창을 할 정도로 인기 많습니다. 


국악의 다채로운 변화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골동품 같은 옛날 국악도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전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움직이는 현대 국악의 바탕에는 결국 전통의 맥을 놓지 않고 이어온 한국음악 아티스트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겁니다. ​​





<오늘, 우리의 한국음악>은 판소리부터 대취타까지 한국음악의 모든 것을 만나는 자리입니다. 판소리, 아리랑, 창극, 민요, 무속음악, 시나위와 산조, 사물놀이, 정가와 가사, 왕실 음악까지 국악의 변천사를 통해 순수 예술 영역을 확장한 국악의 세계를 바라보며 오늘날의 국악을 이야기합니다. 그 여정에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습니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서 <어사출두>를 부른 판소리계의 아이돌 김준수와 두번째달의 콜라보는 그야말로 감동이었어요. 판소리인지조차 모르고 대중들에게 알려진 <난감하네>의 퓨전국악그룹 '프로젝트 락', 이제는 전설이 된 민요 록 밴드 '씽씽' 등 국악의 변화를 시도하는 뮤지션들이 소개됩니다. 책 속 QR코드를 따라가며 영상을 보다 보니 현대 국악의 흥겨운 리듬감에 놀라기를 반복하며 하루 종일 듣게 되더라고요. ​​


<오늘, 우리의 한국음악>에서는 국악 스펙트럼이 넓어진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악의 흥망성쇠를 짚어줍니다. 다양한 장르와 어우러지는 우리 민요, 한국음악의 보물창고인 무속음악의 재발견뿐만 아니라 전통 악기까지 젊은 음악가들에 의해 힙하게 풀어낸 한국음악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수히 많은 버전이 있는 한국인의 소울 음악 <아리랑>은 유네스코 인류 무형 유산 걸작으로 등재되면서 그 가치가 더욱 커졌습니다. BTS 버전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부르기도 했습니다. 영국 브리태니커 사전에는 사물놀이 공연에 열광하는 광적인 팬들을 뜻하는 '사물노리안' 단어가 등재될 정도로 세계인이 우리의 국악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서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인기 있는 국악밴드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정작 우리 문화의 가치를 다른 이들이 더 잘 알아준 겁니다. 전통과 현대, 서구와 비서구 음악을 섞어 만든 새로운 대중음악이 된 퓨전음악인 월드뮤직에 입성한 한국음악. 젊은 국악인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몰랐던 세계 속의 한국음악의 위상을 만나게 됩니다. ​​


비주류 음악 세계인 줄로만 알고 있었던 국악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오늘, 우리의 한국음악>. 국악을 친근하게 접하게 해주는 소중한 국악 교양서입니다. 국악이야말로 가장 전통적이면서 가장 힙한 한국음악임을 깨닫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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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보, 백성을 깨우다 오늘의 청소년 문학 36
안오일 지음 / 다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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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다양한 미디어 환경의 언론 매체들이 있지만 오랜 세월 독보적으로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는 기능을 했던 건 종이 신문입니다. 놀라운 건 그 역사가 꽤 오래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세계 최초 활자 일간 신문은 독일의 아인코멘데 자이퉁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보다 73년이나 앞선 조선 선조 때 민간인쇄조보가 있었다는 기록이 발견되면서 조보를 널리 알리는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청소년 소설 작가 안오일 저자의 <조보, 백성을 깨우다>는 세계 최초 상업신문인 민간인쇄조보를 미래 세대에게 알리고자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열네 살 결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조보의 역할을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만나보세요. 


세계 최초 활자 신문 조보(朝報). 원래는 조선 시대 조정에서 배포한 신문입니다. 왕의 명령, 새로 정해진 조정 정책, 관리의 인사이동, 각종 상소와 왕의 답변 등의 소식을 싣습니다. 승정원에서 그날 그날의 중요 소식을 묶어 선별해 놓으면 기별청의 기별 서리들이 손으로 직접 적어 옮긴 필사본이 바로 조보입니다. 기록상 조선 시대 이전부터 있어 온 것으로 본다고 합니다. 이때만 해도 정부의 뉴스레터 방식인 셈입니다. <조보, 백성을 깨우다>에서는 기별청의 기별 서리로 일하는 아버지를 둔 결이가 아버지의 일을 돕다가 마주한 언론의 실체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변화는 아는 만큼 이루어지는 법이다." - 책 속에서


기별 서리인 아버지는 평소 결이에게 글의 힘을 깨닫게 합니다. 글이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힘을 가졌음을 일깨웁니다. 백성들이 알아야 할 권리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안 좋은 일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하고, 좋은 일은 널리 퍼지도록 하기 위해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필사를 할 때도 단순히 글을 베껴 쓰는 게 아니라, 그 글이 뜻하는 바까지 생각하며 옮겨 적는 일임을 알려줍니다. 본뜻이 그대로 옮겨질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일인 겁니다. 


그런데 필사로 만드는 기존의 조보는 한양과 지방 관청에만 배포하기에 흘려 쓰는 초서체로 쓰였다고 합니다. 학식 깊은 사람들만 읽을 수 있었던 거죠. 결이는 일반 백성들도 볼 수 있게 정자체로 필사를 하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의 한계가 있음도 알게 됩니다. 게다가 또 다른 문제도 생깁니다. 자신의 과오를 조보에 기록되지 않으려고 권력자들의 압력이 들어오는 겁니다. 일부 기별 서리를 이용해 조보를 통제하려 드는 거죠. 왜곡된 사실, 여론 조작, 모략 기사 등 언론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결이의 아버지에게도 위기가 닥칩니다.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은 조선 선조 때, 활자로 인쇄해 판매했다는 기록이 선조수정실록에 있다는 겁니다. 1577년 의정부와 사헌부 관리들이 민간에게 허가해 주고 인쇄한 민간 인쇄 조보 발행의 시작인 겁니다. 아쉽게도 선조에게 보고하지 않고 진행한 사항이라 뒤늦게 알게 된 선조가 분노해 관련자들을 처벌하며 결국 폐간에 이르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조보, 백성을 깨우다>는 필사 조보에서 인쇄 조보로 나아가게 된 여정을 상상해 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조보를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결이의 바람과 아버지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이 어우러져 민간 인쇄 조보의 탄생 과정을 그려냅니다. 글의 힘, 언론의 기능이라는 묵직한 주제에다가 콩닥거리는 로맨스가 살짝 들어간 흥미진진한 스토리의 힘을 얹은 매력적인 스토리텔링까지, 드라마 소재로 완벽하다 싶을 만큼 재미있게 읽은 청소년 역사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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