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우울의 말들 - 그리고 기록들
에바 메이어르 지음, 김정은 옮김 / 까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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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통함, 공포, 슬픔과는 다른 현실의 상실과 짝을 이루는 우울증에 대한 고찰 <부서진 우울의 말들>. 네덜란드 철학자이자 작가 에바 메이어르는 열네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겪은 우울증을 고백하며, 자신만의 문법으로 우울증과 함께하는 삶을 묘사합니다. 


‘모든 색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결국에는 색의 기억만 남기고 회색으로 변해버리는’ 우울증을 이겨내는 극복기가 아닙니다. 그저 우울증의 어둠이 더 커지거나 더 줄어들거나 할 뿐 사라지진 않는다는 것을... 결국 우울증을 받아들임으로써 그로 인해 위안, 희망,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여전히 세상에 속해 있고 여전히 나 자신인데도, 우울증은 나와 세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고 주인공 로캉댕의 무덤덤함에 공감할 만큼 어린 시절부터 모든 것이 회색이 되어가는 세상에서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는 에바 메이어르. 


청소년기에는 그저 반항으로 표출하며 스스로 고립시키기도 했다고 고백합니다. 자살에 대한 생각도 함께 따라다녔지만, 이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은 접게 됩니다. 자살은 해결책이 아니라 끝이라는 걸 깨달으며 대신 그는 오히려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우울증에 대처하는 법을 고민한 겁니다. 마침내 에바를 구원한 것은, 다른 어딘가에서 뭔가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우울증 치유와는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주어진 뭔가에 대해 어떤 태도를 선택한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나는 나를 계속 살아 있게 해주는 일상을 나 자신에게 가르쳤다." - 책 속에서


우울한 사람의 뇌는 노화 질환에 취약하다고 합니다.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의 크기도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에바는 우울증이 무엇인지 더 잘 이해하는 과정도 경험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상태를 더 잘 이해하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불안과 슬픔은 종종 감정의 과잉을 일으키지만, 우울증은 모든 것을 공허하게 만들고 부정적인 감정의 고삐를 풀어놓는다고 합니다. 우울하면 모든 것이 부질없어 보입니다. 만약 우울에 색깔이 있다면, 회색이거나 때로는 침묵의 흰색이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우울증을 이해할수록 우울증과의 싸움이 아니라 우연의 문제임을 깨닫습니다. 내면의 우울의 바다가 수위를 조절할 뿐이라는 것을요. 누워버리면 물에 잠기게 될 테니, 그러지 않도록 뭔가 대체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우울증을 앓는 동안, 내 몸속에는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이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 책 속에서





어린 시절부터 우울증을 앓다 보니 에바는 우울증 이전의 자신이 어땠는지 모르고, 우울증이 없었다면 어땠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우울증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 우울증에 민감한 사람으로 인정하며 성장합니다. 


치료법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열네 살 때부터 청소년기에는 다양한 치료사들과 대화 치료를 했고, 이후엔 항우울제를 처방받기도 합니다. 섭식 장애를 앓으며 치료소에 입원해 다양한 인지 치료, 행동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우울증 약을 중단했을 때 6주 동안 속이 메스꺼웠던 이후 규칙적인 일상을 엄격하게 지켜오게 됩니다. 에바에게는 항우울제보다 더 효과가 좋았던 건 하루 두 시간 반려견들과 산책하고, 매일 한 시간씩 달리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행동 치료에서 중요시하는 습관 관리와도 맞물립니다. 


모든 것이 바닥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기분은 여전합니다. 몇 달 후에도 안개는 걷히지 않고, 무기력은 더 무겁게 짓누르지만 그럼에도 계속 걷습니다. 예전에 그랬듯이 결국 지나갈 것이고, 지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에서 단순히 견디는 것으로 초점을 바꾸고, 불쑥 들이닥치는 공허함을 자신만의 대처법으로 견뎌내고 있습니다. 에바의 이력이 철학자, 작가뿐만 아니라 화가, 가수 겸 작곡가 등 예술, 문학으로 펼쳐져 있는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걷기, 글쓰기, 작곡하기, 명상하기 등 자신만의 고요함 속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우울증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의연해지는 것입니다. 할 수 있는 한 내 운명을 세상과 연결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자크 데리다, 하이데거, 세네카, 비트겐슈타인 등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프란츠 카프카, 버지니아 울프, 페르난두 페소아 등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발견한 우울증에 대한 고찰을 곁들여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여정을 보여주는 <부서진 우울의 말들>. 


이 책은 우울증의 경험을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한 현상학적 통찰을 건네기도 하면서 더불어 우울한 사람과 가깝게 지내야 하는 사람을 위한 교훈도 알려주는 책입니다. 에바 메이어르의 문법은 우울증을 묘사하는 데 있어 상투적이지 않으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묘사한 멋진 책입니다. 삶과 자기 자신에게 익숙해지는 방식을 이야기한 <부서진 우울의 말들>. 잘 견딜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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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준비 TIP 모음
이상호 지음 / 좋은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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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초보 여행자, 몇 번 다녀왔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경험을 가진 여행자에게 유용한 책 <해외여행 준비 TIP 모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아직 머뭇거리는 분들도 가슴 두근거리는 자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역별 여행 가이드북만 있는 현실에서 해외여행 준비에 필요한 정보만 담은 책이어서 특별합니다. 단순히 물품 준비라든지 여행 준비 절차 자체에 치우친 정보를 넘어 이 책은 해외여행을 왜 가는지를 생각하며 더욱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짐 꾸리는 법부터 헤매게 되는 해외여행. 기내용 캐리어와 화물용 캐리어에 넣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어 미리 정보를 알아둬도 정작 짐을 쌀 때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화물용 캐리어에 보조 배터리를 넣는 바람에 헐레벌떡 다시 달려가는 일도 생기고, 해외에서 좋은 와인을 사서는 기내용 캐리어에 넣는 바람에 버리고 와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러다 보면 그 여행의 즐거운 경험마저 반감되어버립니다. 불가 물품 종류보다는 왜 어떤 것은 화물용 캐리어에 넣으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으면 구분하는 데 기준이 되어 실수를 낮출 수 있습니다. 화물칸은 불이 나면 불을 끄기 쉽지 않기에 폭발할 수 있는 스프레이류와 일반 소화기로 잘 꺼지지 않는 배터리류는 화물용 캐리어에 넣으면 안 된다는 걸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항공권과 숙소 결제를 잘 끝내면 큰 산을 넘은 것처럼 안심됩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해외여행에서 가장 큰 비용이 지출되는 항공권과 숙소를 어떻게 가성비 좋게 선택할 수 있는지 이 책에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역시 조금이라도 더 손품을 팔아야 비용 면에서는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해외여행을 하는 데 드는 비용 중 일부는 환전하고, 해외에서도 결제 가능한 체크카드에 넣어두는 등 환전 원칙과 각종 비용에 대한 정보도 소개됩니다. 환율이 떨어질 때 조금씩 환전해 모아두는 방식도 괜찮아 보였어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여행을 꼭 가겠다는 버킷리스트를 가진 경우 이렇게 환전한 돈이 모이는 것을 보면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기분일 거예요. 





이상호 저자는 작은 스트레스가 쌓여 큰 스트레스 이어질 수 있음을 주의하도록 당부합니다. 시차 적응법, 피곤할 때 할 수 있는 팁 등은 즐거운 여행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정보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챕터 2에서 시작됩니다. 여행을 어느 정도 다녀본 이들이라면 여기서부터 읽어도 됩니다. 잘 준비된 해외여행의 의미를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이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스스로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바로 나만의 안테나를 세우는 겁니다. 여행을 삶의 활력소로 삼기 위한 안테나는 뇌에 신선하고 다양한 자극을 안겨줍니다. 여행 관련 정보 책에서 뇌과학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해외여행을 통해 나의 취향에 맞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자신의 코드에 맞는 사람과 인연을 만들려면 외국어를 잘 해야 할 거라 생각하지만, 외국어가 서툴러도 아주 쉬운 문장으로 상대도 이해하기 쉽게 대화하는 팁을 알려줍니다. 그 외에도 해외에서 한 달 혼자 살기, 외국에서 각 나라별 유명 맥주 마셔보기, 해외에 가서 그 나라 전통옷 입어 보기, 시티팝을 들으며 야경 보기 등 수많은 버킷리스트가 등장합니다. 


영화 같은 삶을 살고 싶어도 저마다 장애물이 있을 겁니다. 그 장애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짚어줍니다. 내가 마음속에서 망설이는 것들을 나만의 진짜 버킷리스트로 만들어 삶의 또 다른 기쁨을 찾을 수 있게 응원합니다. 힐링 여행, 우정 여행, 이별 여행, 인연을 기대하는 여행, 충전 여행 등 내 상황에 맞는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마주하는 온갖 장애물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노하우를 알려주는 <해외여행 TIP 모음>. 긍정적인 시너지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내는 다양한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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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나트랑 & 무이네, 달랏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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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남부 인기 여행지 나트랑, 무이네, 달랏을 연계해 3박 5일부터 9박 11일 일정의 다양한 코스를 소개하는 여행가이드북 해시태그 나트랑 & 무이네, 달랏. 한 달 살기 하기 좋은 나트랑은 빈펄 랜드가 있어 자녀와 함께 머무르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기본 일정은 휴가 기간에 맞춰져 있지만 한 달 살기를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도움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현지인과의 교감이 있는 낯선 곳에서의 삶. 베트남에서 오랫동안 머문 작가님의 진솔한 경험이 담긴 책입니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나트랑.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나트랑 비치가 지루해질 즈음엔 절경이 멋진 혼쫑곶, 덜 붐비는 족렛 비치, 사진맛집으로 유명한 혼 코이 염전, 베트남 전통자수박물관 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촬영한 신서유기 4를 다시 보고 있는데 베트남 음식들이 너무나도 먹고 싶어지더라고요. 현지의 그 맛을 알고 싶어 군침 돕니다. 가이드북에서는 반미, 쌀국수, 분짜 등을 최고의 맛으로 만날 수 있는 맛집들을 소개합니다. 커피가 특산물인 베트남에서 커피 맛집들도 빼놓을 수 없겠죠.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포함해 특색 있는 카페들을 소개합니다.


베트남에서 아프리카 사막을 만나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무이네 사막, 정말 경이롭습니다. 나트랑에서 3~4시간이면 갈 수 있는 달랏과 4~5시간이면 도착하는 무이네는 '짠내투어'에서 방송되어 주목받은 이후 로망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화이트 샌듄, 레드 샌듄에서 일출과 일몰을 보고, 베트남의 그랜드 캐니언으로 불리는 요정의 샘에서 멋진 자연을 만나는 것은 상상 그 이상으로 또 다른 새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은 곳, 시간이 멈춘 곳이라는 달랏의 매력도 만나보세요. 베트남의 유럽으로 알려진 달랏은 식민시절 프랑스의 휴양지로 개발된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고원지대여서 여름에도 시원하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건축물이 많이 도시여행을 하기에도 좋고, 주변 산에서 하이킹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베트남 최고의 커피 생산지이기도 해서 카페 문화도 발달한 곳입니다. 크레이지 하우스는 가우디의 건축물이 생각나게 하는 곳인데다가 온 가족이 좋아할 만한 곳인 것 같아요. 


첫 이미지가 여행의 전체 감상을 좌우하듯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 해결 노하우를 잘 알려줍니다. 우리 문화와 미묘하게 다른 부분들을 하나씩 알게되어 즐거운 문화 여행 시간이 되었어요. 섬세하게 로컬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북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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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그게 맞아?
이진송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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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보다가도 어느 지점에서 탁 거슬리게 하고 불편하게 하는 상황을 만난 경험이 있으신가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며 찰나의 재미에 집중한다면 인지하지 못한 채 넘어가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동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폭발적으로 물음표를 띄운 이진송은 미디어 비평가로 활동하며 관심사와 문제의식을 자극하는 수많은 콘텐츠를 만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이진송의 아니 근데>에 연재된 글을 엮고 보완한 책 <아니 근데 그게 맞아?>에서는 여성, 아동·청소년,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미디어에서 재미를 위해 착취되고 희생되는 존재들을 다룹니다. 


콘텐츠를 둘러싼 다채로운 소란을 짚어주는 이 책은 어떤 것이 맞다라는 방향지시등이 아닌 결이 비슷한 사람끼리 시원하게 긁어주는 등긁이 역할을 합니다. 아무데나 '논란'을 갖다 붙이는 언론 보도의 문제는 부당한 공격을 논란으로 탈바꿈시키는 작태를 짚어줍니다. 온라인 학대·폭력이 논란이라는 단어로 변질되었을 때 피해자는 자신을 해명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대중 역시 자기반성이 뒤따르지 않게 됩니다. 


미디어의 관습적인 프레임은 수없이 많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재미로 소비하는 극복 엔터테인먼트의 문제는 스스로 극복하는 준비없이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아넣는, 그야말로 배려와 공감 없는 폭력과도 같다는 걸 알려줍니다. 콘텐츠 소비 속도가 빠른 시대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대중과 제작진의 윤리 의식은 어느 수준일까요. 이진송 저자는 재미와 웃음의 이면에 담긴 것을 바라보게끔 부추깁니다. 


살인, 불륜, 폭행은 그대로 내보내지만 성소수자가 등장하는 장면은 징계를 받는 시대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서로의 세계를 확장하며, 관습을 넘어서보자고 응원하는 <아니 근데 그게 맞아?>. 내가 이해할 수 없다거나, 잘 모르겠다는 것은 혐오와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걸 짚어줍니다. 


흠잡을 데 없이 도덕 교과서를 만들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과장된 연기에는 재미있게 빠져들기도 하고 위안을 받기도 합니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건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스며 들어와 경험이나 인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현실의 해석과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걸 지적합니다. 





"한 사람의 세계는 필연적으로 편협하다. 우리는 물리적 한계가 뚜렷한 몸에 기거하며 경험이 선을 그어놓은 범위 안에서 살아간다." - 책 속에서


권력 있는 사람의 갑질만큼이나 위험한 건 평범한 사람이 가진 왜곡된 사고방식입니다. 정치권은 그렇게 사회적 합의를 핑계 삼아 교묘하게 빠져나갑니다. 이분법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문화가 어떻게 이 사회를 차별로 구축되는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음지 문화로만 여겼던 BL은 왓챠의 첫 번째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의 히트처럼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삭제 당함을 경험하면서도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의식 있는 제작진들도 있습니다. 정상성에 대한 이분법적이고 편협한 사고방식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있습니다. 


드라마, 영화, 예능, 다큐멘터리, 유튜브 등에서 찾아낸 이 세상의 모습을 통해 우리 모두의 윤리 의식과 기민한 문제의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대중문화 비평서 <아니 근데 그게 맞아?>.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이던 것에서 이제는 의문을 표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그럼으로써 더욱 다채로운 삶을 긍정하는 쇄신을 경험하기를 응원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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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부모를 위한 긍정 훈육 - 내면이 단단해지는 상호존중의 공감 수업
제인 넬슨 지음, 김선희 옮김, 김성환 추천 / 더블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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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잇는 긍정 훈육의 표준을 제시한 제인 넬슨의 <교사와 부모를 위한 긍정 훈육>. 훈육과 양육의 살아있는 교과서, 육아서의 고전으로 알려진 이 책을 몇 년 전에 한 번 읽었는데 더블북 출판사 버전의 최신 완역판으로 다시 만나봅니다. 


"널 사랑해. ( ) 안 돼."에서 괄호 안에는 어떤 단어가 들어갈까요. 대부분 '하지만'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겁니다. 긍정 훈육에서는 다릅니다. 괄호 안에 '그리고'를 집어넣습니다. 문법적으로 맞는 말인가 싶을 정도로 낯설게 느껴질 테지만, 널 사랑한다는 부드러움 뒤의 '안 돼'는 단호하게 사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드러움과 단호함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사용한다고 생각했던 저도 충격적인 사고방식이었습니다. <교사와 부모를 위한 긍정 훈육>은 부드러움과 단호함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책입니다. 처벌도, 자유방임도 아닌 중간지대를 찾아내도록 도와줍니다. 가정과 학교라는 적용 환경이 다를 뿐 교사와 부모 모두에게 유용한 긍정 훈육법을 알려줍니다. 


어른과 아이의 상호 작용에는 세 가지 접근법이 있습니다. 지나친 통제, 자유방임 그리고 긍정 훈육입니다. 아이와 지루한 힘겨루기 싸움에 지친 부모라면 긍정 훈육을 배워보세요. 이 책에서는 벌을 주지 않고도 훈육할 수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가 등장합니다. 긍정 훈육은 수치심 없는 훈육입니다. 그러고 보면 저도 그동안 비난과 창피함을 불러일으키는 잔소리를 해왔던 것 같아 반성하게 됩니다. 


부드러움과 결합한 단호함은 아이를, 부모를, 상황을 배려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긍정 훈육은 상호 존중과 문제 해결 능력을 함께 배워나가는 셈입니다. 이는 건강한 자존감을 갖추게 되고 유용한 삶의 기술로 이어지게 됩니다. 아이의 그릇된 행동에 대처하다 보면 자칫 보복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긍정 훈육은 그릇된 행동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아이들은 그릇된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의 연령에 맞게 행동할 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그릇된 행동으로 취급해버리고,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통제하는 법을 배우기를 바랍니다. 


문제는 부모나 교사 역시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아이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의 행동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자신은 물론 아이들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면 할수록, 우리의 역할을 더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의 최우선적인 목표는 소속감과 중요성을 느끼는 거라고 합니다. 누구나 관심을 받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지나칠 때 문제가 생깁니다. 그릇된 행동은 그릇된 믿음에서 비롯됩니다. 지나친 관심 끌기, 힘의 오용, 보복, 아무것도 못 하는 척하기를 통해 아이들은 그릇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합니다. 


긍정 훈육은 아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소속감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을 목표로 해결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걸 짚어줍니다. 그릇된 믿음과 목표를 확인하는 실마리와 효과적인 대처법을 알려줍니다. "문제가 무엇인가?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긍정 훈육은 해결 방법에 초점을 맞춥니다. 우리의 태도와 기술을 조금만 조정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합니다. 


처벌성 타임아웃과는 다른 긍정적인 타임아웃을 아시나요. 잘못한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타임아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긍정적인 타임아웃입니다. 격려도 긍정 훈육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흔히 칭찬을 많이 해주면 좋다고 알고 있었는데, 즉각적인 결과에 대한 칭찬에 비해 자기확신이라는 장기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격려가 필요하다는 걸 배우게 됩니다. 격려를 받았을 때, 우리는 이해받고 인정받고 특별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격려의 과정은 학급회의와 가족회의에서도 적용됩니다. 흥미롭게도 이 책을 읽고 있는 부모와 교사도 격려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고안되었다고 합니다. 


어른의 성격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파트도 관심있게 읽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그릇된 목표를 자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른도 자신의 삶의 우선순위를 자각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숨겨진 우선순위가 성인의 그릇된 행동을 이끌고,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파트를 읽으며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유독 스트레스 받는 지점의 이유를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안락함에 우선순위를 둔 엄마라면 아이의 잠투정을 최대한 피하고 싶어 하기에 잠잘 시간만 되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삶의 우선순위가 통제인 엄마라면 아이들이 스케줄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우리 삶의 우선순위를 이해한다면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에 미치는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긍정 훈육에서는 안락함, 통제, 타인의 시선, 우월성이라는 네 가지 삶의 우선순위가 육아와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줍니다. 중요한 건 모든 아이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단 하나의 도구는 없다고 분명히 알려준다는 겁니다. 이 책에서 제시한 긍정 훈육 도구들은 결국 어른과 아이 모두 보다 큰 기쁨, 조화, 협력, 책임감, 상호 존중, 삶과 인간관계에서의 사랑을 경험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입니다. 아이도 부모도 완벽할 순 없습니다. 완벽함보다는 사랑과 기쁨을 가르치는 긍정 훈육, 삶의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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