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 - 예의 바른 무관심의 시대, 연결이 가져다주는 확실한 이점들
조 코헤인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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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바른 무관심이 고립과 단절을 강화하는 고독의 시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리를 하며 우리는 더욱 교류하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비대면화로 인해 서로 간의 상호작용이 이처럼 쉽게 끊어질 수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넘어 다정함의 쓸모와 친절의 이유를 찾아 나선 저널리스트 조 코헤인의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 사회성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는 한편, 낯선 사람이 사이코패스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사이에 놓인 현대인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낯선 이와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어딜 가든 친구를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심사 모임에 참석해서도 처음 보는 사람과의 대화가 두려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저 성격 문제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우리는 낯선 이들을 경계와 의혹의 대상으로 바라봅니다. 그러면서도 인간 사회조직은 탄생되었고 사회관계망은 확대되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흥미롭게도 침팬지는 낯선 상대를 적대하지만 보노보는 낯선 상대를 환대한다고 합니다. 둘의 유전자는 거의 일치하는데도 낯선 상대를 대하는 태도는 상반됩니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도시가 예의 바른 무관심을 지시한다고 합니다. 낯선 이에게 말을 걸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규범이 강화된 겁니다. 게다가 우리는 요즘 스마트폰에만 집중합니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걸 허용치 않고 그게 정상이라는 듯이 행동합니다. 많은 이들이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상대를 배려하는 겁니다. 이는 냉담한 무관심의 표현보다는 독특한 형태의 협력이 되었습니다. 서로가 과부하에 대처하도록 돕는 셈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하루 종일 인간과 접촉하는 일 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점점 낯선 이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능력조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회성 약화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듭니다.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려고 하면 어리둥절해하거나 어색해하거나 두려워합니다. 세상은 무서운 곳이고 낯선 사람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어린 시절부터 듣고 자랐습니다. 하지만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도와주는 사람도 결국은 낯선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왜곡된 위협감은 신뢰 능력을 손상시킵니다. 신뢰 수준이 높은 북유럽이 오히려 친화력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어떻게 고신뢰 사회가 친화력이 낮고, 저신뢰 사회가 친화력이 높을 수 있는지 짚어줍니다. 예의 바름의 역설인 거죠. 


"낯선 이와의 대화는 단순히 살아가는 방편이 아니라 살아남는 전략이다." - 책 속에서





저자는 낯선 이에게 말 걸기를 옹호합니다. 우리는 낯선 이와 대화함으로써 개개인의 한계를 확장하여 새로운 기회와 관계, 이점을 얻는다고 합니다. 낯선 이와의 관계에 대한 아주 사소한 변화부터 커다란 문제 해결까지, 낯선 이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에서 다양한 사례와 최신 심리학 연구 결과를 알려줍니다. 뜻밖의 결과들이 많았습니다. 낯선 이에게 말 거는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부정적이었던 사람들이 실제 실험을 한 이후에는 편견을 내려놓게 됩니다. 대화를 시작하기 어려울 거라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쉬웠고, 성격 유형과는 무관했다고 합니다. 지레짐작했던 부정적 편견의 장벽은 쉽게 허물 수 있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지 못하게 하는 요인과 말을 걸게 만드는 요인을 다각도로 살펴보며 예의 바른 무관심의 시대 속에서 연결이 가져다주는 이점들을 짚어줍니다. 영국은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운동의 중심지입니다. 전염병처럼 번지는 고독감과 싸우기 위해 2018년 고독 담당 장관을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수다 카페를 영국 전역에 900군데 넘게 설치합니다. 가족, 친구, 동료와 같은 친밀한 관계를 넘어 바깥 세계 사람들과 만나게 합니다. 약해진 사회유대의 시대에 결속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낯선 사람이라는 경이로움의 원천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목적은 낯선 이에게 말을 걸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규범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면 이상한 시선을 받으리라는 두려움 없이 말 걸기를 연습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도서관, 공원 등 상호작용을 촉진할 수 있는 공공장소가 최적입니다. 저자는 180센티미터가 넘는 백인 남성입니다. 거절당하기도 하고, 방어적이거나 겁먹은 것처럼 상대방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행위를 습관화했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그가 경험한 사례와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이 책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의 모범 사례와 유의해야 할 사항, 서먹하지 않게 대화를 시작하는 몇 가지 공식을 알려줍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에 "안녕하세요"라는 대답은 예의 바른 무관심의 대표적인 인사말일 겁니다. 이제는 "10점 만점에 7.5점이라고 할게요."라는 대답으로 각본에서 벗어나 보자고 합니다. 왜 7.5점인지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고 상대에게도 안녕하냐고 되물으면, 인간의 거울 반응 심리 덕분에 상대도 대답이 달라질 겁니다. 상대가 6점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면 8점이 될까요?"라고 묻는 겁니다. 이처럼 유대감을 쌓아올리는 대화 사례를 소개합니다. 


이렇게 상호작용을 하다 보면 상대의 눈을 바라볼 때 느낄 수 있는 연결감은 물론이고, 주의를 기울여 이해하려 애쓰는 경청의 중요성과도 맞물립니다. 저자가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감정, 효과들은 개인의 사례를 넘어 사회 전체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분열과 불만이 가득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일입니다. 


편견, 분열의 방어책으로서의 호기심과 대화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 희망이 없다고 여길수록 시작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처럼 낯선 이가 가진 반짝이는 이야기를 받아들이며 그와 동시에 내 세계를 확장하는 일을 시작해 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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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털 대장 꿈을 담는 놀이터 2
스기에 유우고 지음, 하나다 에이지 그림, 한양희 옮김 / 놀이터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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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 속 코털이 신경 쓰이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삐죽 튀어나오는 코털 따위 사라지면 좋겠다는 불만을 가진 아이라면 코털 대장을 만나게 해주세요. 친근하고 익살스러운 코털 캐릭터가 어쩜 이리도 귀여운지! 재미있는 상상력이 톡톡 튀는 그림책 <코털 대장>으로 콧구멍 속 코털의 활약상을 만나보세요. 


얼굴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은 콧구멍 속으로 출발~! 콧구멍을 확대한 그림만으로도 깔깔거리게 됩니다. 콧구멍 속에는 코털 수비대 용사들이 지키고 서 있네요. 새내기 용사가 된 코털에게 코털 대장이 임무를 줍니다. 오늘부터 이 개구쟁이 꼬마 녀석의 콧구멍을 지켜줘야 한다네요. 콧구멍을 공격하는 적들이 많은가 봐요. 뭐든 들어온다 싶으면 놓치지 말고 꽉 붙잡아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붙잡은 다음에는? 


똘~똘~ 잘 뭉쳐야 합니다. 이쯤 되면 이 덩어리의 정체를 눈치채겠죠? 바로 코딱지입니다. 코딱지는 코털이 있기에 가능한 거였군요! 코털이 없었다면 해로운 것들이 그대로 무사통과할 뻔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지켜도 모든 공격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때면 가슴 아파하는 코털 대장입니다. 다행히 아이가 아빠와 함께 등산을 다니며 몸을 튼튼히 하니 아픈 일도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다며 평소 면역력을 키우는 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려주기도 합니다. 




가끔은 후비적후비적 엉뚱한 적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아이가 코를 파는 장면을 코털 입장에서 바라보니 어찌나 재미있는지요. 코를 파는 행동 외에도 콧구멍 속에 있던 코딱지는 재채기를 통해 콧 속 먼지들과 함께 밖으로 밀려나오기도 합니다. 


새내기 코털에게 열심히 제 몫을 할 수 있게끔 알려주는 코털 대장. 하지만 튼튼하게 힘이 센 코털 대장에게도 위기가 닥치는데! 


코털이 보기 싫다고 해서 무작정 뽑아내면 어떻게 될까요. <코털 대장>에서는 코털이 하는 역할을 코믹 스토리로 보여주면서 그와 함께 코털이 꼭 필요한 이유를 정리해서 알려줍니다. 우리는 하루에 1만 리터 이상의 공기를 들이마신다고 합니다. 이 공기에는 해로운 것들도 많은데, 코털이 밖에서 들어오는 이물질을 걸러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만약 코털이 없다면 바람이 불 때 콧속이 무척 따가울 거라고도 하니, 이 작은 코털이 엄청난 재주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콧구멍 속 세상을 재미있게 풀어낸 그림책 <코털 대장>. 하찮게 여겼던 것들이 우리 몸에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깨닫게 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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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과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 위대한 고전
김성근 지음 / 빅피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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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교양 과학서를 (소장하길) 좋아하는데 소장의 욕구를 넘어 그 책의 핵심 내용을 알게끔 지적 만족감을 선사하는 책을 만났습니다. 하버드대에만 유명 강의가 있는 게 아닙니다. 6년 연속 탁월한 강의상, 최우수 과목상을 받은 명강의가 우리나라에도 있었습니다. 전공자가 아니어도 꼭 들어봐야 할 교양 수업을 하는 분으로 찬사 받는 김성근 교수는 이 책에서 과학 고전 30권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 줍니다. 


학문의 각 분야에는 역사상 그 물줄기를 바꾼 고전들이 있습니다. 과학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가 추구해온 지식의 대장정에 가장 빛나는 별, 과학 고전 30권. 그 책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 책 내용, 그 책이 미친 영향, 함께 읽으면 좋은 책까지 소개하는 <위대한 과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 과학 분야는 워낙 가파르게 변하는 분야라 생각되어 오래된 지식을 굳이 볼 필요가 있겠나 싶었는데, 고전이라는 딱지가 붙는 아우라는 역시 다른가 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과학 고전은 구닥다리 유물이 아니라 그 파급력과 이후 과학사에 미친 영향력이 남다른 책들이었습니다. 


근대 과학은 튀코 브라헤가 신성 관찰한 시점을 중요시하는 만큼 튀코 브라헤의 <신성에 관하여> 책을 첫 책으로 소개하며, 달이 흠결 없는 투명한 천체가 아니라 산, 골짜기, 크레이터로 이루어진 모습이란 것을 그림으로 표현한 갈릴레이의 <별세계의 보고> 등 과학에 푹 빠져들게 되는 과학 명저들을 소개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과학적 법칙들도 우리 실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것인지 대중에게 알려준 패러데이의 <촛불 속의 과학>, 불후의 명작이 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저자의 전공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친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등 이름만 알고 있거나 아예 몰랐던 책들을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유명 과학자들의 대표작 중에서는 난해한 수학적 기술로 쓰여 일반인이 읽기 쉽지 않은 책도 많습니다. 그런 책도 이 책을 통해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요. 과학 고전에는 분야 특성상 도무지 일반 독자에 대한 배려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난이도 높은 책도 많습니다. 어떤 점이 그 책을 인류 역사상 최고의 책으로 만들었는지 김성근 교수가 하나씩 짚어주고 있는데, 요약해 준 <위대한 과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을 읽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어떤 책은 원전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불쑥 드는 책도 있으니... 이만하면 이 책은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소장용으로 책장에 꽂혀 있기만 했던 책도 얼른 들춰보고 싶어집니다. 딱딱하고 낯선 과학 지식의 기본적인 내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읽게 되니 더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외로 놀라웠던 부분은 우리나라 과학 고전이었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홍대용의 <의산문답>이 조선 최고의 SF 소설이라니요! 고루한 유학자를 상징하는 인물과 그의 무리를 일깨우는 인물 간의 문답식 대화로 구성된 이 책에서 당시 과학 지식으로는 파격적인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동서양 학문을 융합한 독자적인 지식 체계를 구축한 최한기의 <기학>, 한국 과학 기술사에 관한 최초의 천문 종합 연구서로 평가받는 전상운의 <한국 과학 기술사> 등 미처 몰랐던 우리의 과학 명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인류사를 바꿔놓은 과학 명저, 오늘날 과학의 위상을 만들어낸 근현대 과학 명저 등 이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위대한 과학 고전 30권. 천문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의학, 유전학 등 과학의 분과에서 한 획을 그은 명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가장 최신 책이 1976년 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이니 정말 어마어마한 고전들이 수록되어 있답니다. 교양 과학 도서에 도전하고 싶은 문과생, 다양한 분야의 명저에 도전해 보고 싶은 지적 욕구 높은 일반인, 과학 분야에 관심 많은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더 기대되는 점은 과학 고전 분야뿐만 아니라 앞으로 철학 고전, 경제학 고전 등이 빅피시 고전 시리즈로 쭉 나올 예정이라니 딱 시리즈 소장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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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 고블 씬 북 시리즈
송경혁 지음 / 고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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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입냄새가 심해 트라우마가 있는 영길. 흡사 마늘 냄새와 비슷한 시큼 알싸한 스멜~. 괴롭히기조차 싫은 사람이었기에 왕따조차 피해 갈 정도였으니 그와 관계를 맺을만한 사람 없이 외롭게 성장합니다. 물론 가족은 그의 구취에서 자유로웠습니다. 엄마 역시 같은 증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엄마를 사랑해 결혼까지 한 아빠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줌이나마 의지할 가족마저도 사고로 잃게 됩니다. 


중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채, 유일한 혈육이던 외삼촌으로부터 버림받고 영길은 홀로 살아갑니다. 그의 피가 세상에서 단 네 명뿐인 희귀한 혈액형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 피를 팔아 근근이 살아가면서 말이죠. 그런 그에게 동창 상일이가 연락을 합니다. 어떻게든 영길을 도와주려고 하는 상일의 곁에서 귀찮아하면서도 노동의 참맛을 조금씩 알아가게 됩니다. 입냄새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서로를 챙기는 상일이와 영길. 


그러던 어느 날 입냄새가 괜찮아졌다느니 아끼던 사슴의 피를 마신다느니... 상일이의 행동이 의심스러워지는데... 그것은 유럽발 신종 전염병의 증세와 비슷한 게 아닙니까. 12세기 루마니아 지역에서 창궐한 병. 수백 년이 지나 세상에 풀려난, 바로 뱀파이어가 되는 전염병이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확진자가 급증하더니 이 동네 사람들도 죄다 이상해집니다. 녹색 새마을 모자를 쓴 청년회장도 영길의 피를 빨아먹으려 달려듭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는 어떻게 위기를 빠져나갈지, 이 신종 전염병에 걸린 것 같은 상일이는 어떻게 될지... 빠른 호흡으로 순식간에 진행하는 소설이어서 다 읽고 나니 외전을 외칠 수밖에 없는 독자의 마음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충청도 사투리를 상일이에게 쓰게 한 건, 충청도 출신 작가의 자조적 개그가 아니라 스릴감 넘치는 진행 속에서 느슨한 웃음을 집어넣어 절묘하게 강약 조절을 하는 듯했습니다. 이 짧은 스토리 속에 미스터리 스릴러는 물론이고 한국형 조폭 서사, 눈물겨운 가족 서사, 찐 우정 서사 등 뻔한 드라마급 소재가 다 들어있지만 그걸 펼쳐내는 방식이 색다르게 다가왔어요. 


짧지만 강고한 중,경장편 소설 시리즈 고블 씬 북 일곱 번째 소설 <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 이 책의 백미는 작가의 말이었습니다.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작가의 개인적인 서사를 알고 나면 가볍게 읽어낸 스토리텔링의 무게감이 확연히 더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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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도감 - 캐릭터로 이해하는
스즈카와 시게루 지음, 김한나 옮김 / 생각의집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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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의 재미를 널리 알리고 있는 생물 강사 스즈카와 시게루의 <캐릭터로 이해하는 세포 도감>. 우리 몸속 세포의 주요 특징을 묘사한 흥미진진한 캐릭터, 쉽게 이해하기 좋은 만화,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알려주는 생물학 지식까지 삼박자가 척척 맞아떨어지네요. 인체에 관심 많은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모두 읽기 좋은 세포 도감 책입니다. 


자유분방한 삶을 살고 있는 세레나. 과음하고 들어온 날 뉴런 박사가 뿅~! 나타납니다. 세레나 때문에 몸속은 지금 아주 바쁘다며 체내 세포들을 하나씩 안내합니다. 불필요한 물질을 치우느라 퀭한 세포 캐릭터를 보자마자 빵 터졌어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이 몸으로 살아가는데도, 정작 어떻게 생명을 유지하는지 모른 채 살아갑니다. 저 역시 나이가 점점 들수록 건강이 최고라는 말을 실감하고는 있지만, 그저 삐걱거리는 증상 때문에 그러려니 할 뿐 여전히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뉴런 박사가 안내하는 수많은 세포들을 만나볼까요. 


인간의 몸은 약 37조 2천억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생명의 최소 단위인 세포는 인간 활동을 뒷받침합니다.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게 바로 세포인 겁니다. 종류, 크기, 형태, 기능이 다양한 세포. <캐릭터로 이해하는 세포 도감>에서 혈액 세포, 뇌와 신경 세포, 뼈와 근육 세포, 내장 세포, 생식기 세포, 감각세포를 차례로 만나봅니다. 


산소와 영양소 등을 운반하는 혈액 세포. 상처를 아물게 하거나 체내 침입한 이물질을 제거하는 놀라운 기능의 세포들이 있습니다. 몸속 세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적혈구는 고속철과 비슷한 속도인 시속 약 2백 킬로미터로 혈관 속을 흐르며 일한다고 합니다. 혈액 세포에는 산소 운송업자 적혈구, 혈관 수리공 혈소판, 이물질과 싸워서 제거하는 청소부 백혈구가 있습니다. 다양한 기능을 하는 이런 세포들이 아프면 어떡할까요. 적혈구, 혈소판, 백혈구는 모든 혈구의 어머니라 불리는 조혈모세포가 분화해 만들어집니다. 조혈모세포는 끊임없이 세포분열을 합니다.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기 어려워진 백혈병 환자의 골수이식이 바로 조혈모세포가 포함된 골수액을 이식하는 겁니다. 


뭔가를 생각하거나 정보를 받아서 몸을 움직이게 지시를 내리는 뇌와 신경 세포에서는 뉴런이 등장합니다. 뉴런은 뇌 속에 무려 1천억 개 넘는 수가 모여 있다고 합니다. 뉴런에게는 측근들이 필요하더라고요. 정보 전달꾼인 뉴런이 어떻게 피부, 근육 등으로 신호를 전달하는지 그림으로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몸을 지탱하거나 움직이게 하는 뼈와 근육 세포에서도 놀라운 사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 뼈는 태어났을 때 그 뼈로 평생 사는 게 아니었더라고요. 오래된 뼈를 파괴하고 새로 재생하면서 우리 몸을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성인 남성의 경우 1년에 전체의 5~10%의 뼈가 녹는다고 합니다. 물론 녹는 뼈는 철저하게 재활용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기능도 점점 떨어지는 거겠죠. 이걸 알게 되니 칼슘이 왜 뼈에 중요한지 실감하게 됩니다. 


영양원을 소화, 흡수하고 불필요한 물질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내장 세포, 부모가 자녀에게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생식기 세포, 다양한 자극의 센서 기능을 하는 감각 세포까지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었습니다. 아주 작은 하나의 역할이어도 삐걱거리면 큰일 나는 오묘한 인체. 수많은 세포들이 제각각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숨 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내 몸의 소중함이 더욱 와닿습니다. 


전자현미경 등장 후 활발해진 세포에 관한 연구는 계속 진화 중입니다. 아직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세포도 많습니다. ips세포, 암 면역세포 연구 등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현황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요. 우리나라도 최전선에서 활약하길 응원합니다. 


혈관을 수리하는 혈소판은 접착제를 들고 다니는 수리공 모습으로 표현하고, 이물질과 싸우는 백혈구 중 하나인 호중구는 쏘쿨한 모습으로 표현하는 등 세포의 특징을 잘 묘사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세포 캐릭터들을 하나씩 만나다 보면 무엇보다 세포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생활습관을 반성하게 되기도 합니다. 세포 도감 외에도 물리 도감 편도 재미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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