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맨 -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고인류학자들의 끝없는 모험
커밋 패티슨 지음, 윤신영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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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류학계의 위대한 성취이자 인류 기원과 진화에 대한 기록 <화석맨 Fossil Men>. 커밋 패티슨 기자가 10년을 매달려 완성한 이 책은 최초의 인류 화석 아르디Ardi의 발굴 현장과 공개에 얽힌 생생한 여정을 보여줍니다. 인류 최초의 조상으로 알려진 루시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보다 100만 년 전의 고인류 아르디는 낯설 겁니다. 그만큼 홍보에는 관심 없이 발굴 후 철저히 비공개로 연구한 미들 아와시 발굴팀 때문입니다. ​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섰을 때 키가 1.2미터 정도로 루시보다 약간 크고, 뇌는 현생인류의 4분의 1 정도입니다. 골반은 루시와 비슷합니다. 마주 볼 수 있는 발가락을 지녔습니다. 현생 아프리카 유인원보다 더 본원적인 특성을 가진 아르디. 40년 인류 진화 지식을 뒤엎는 발견이었습니다. 그런데 공개 당시 이 화석은 논쟁 대신 얼토당토않다고 치부당했습니다. 발굴 팀을 이끈 고인류학자 팀 화이트의 성격도 한몫했습니다. 그와 대척점에 선 동료, 라이벌들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화이트는 신랄한 비판가였고, 무례함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학계 최고의 현장 발굴 전문가임에는 분명했습니다.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인류학과 교수인 팀 화이트는 루시 팀에도 합류했던 인물입니다. 1991년에 쓴 662쪽짜리 <인체 골학>은 전 세계 의학 및 인류학과 학생들 사이에서 교과서로 통합니다. ​


병적일 정도로 극한으로 검증하는 팀 화이트. 그는 루시가 불쑥 등장한 느낌을 받았고 그 틈이 궁금했습니다. 루시가 등장했음에도 여전히 420만 년 전부터 800만 년 전까지의 화석 암흑기는 그대로였습니다. 이 시기를 미싱 링크라고 부릅니다. 팀 화이트는 인류 계통의 초기 과정을 보여줄 화석을 찾아 나섭니다. 그렇게 다시 에티오피아로 갑니다. ​


미들 아와시 화석 발굴 현장. 그곳에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 정세로 인해 피해를 입기 일쑤였습니다. 제대로 훈련받은 에티오피아 학자도 필요했기에 버클리에서는 에티오피아인 베르하네를 교육했고, 화이트의 팀으로 합류합니다. 총알이 날아다니는 위험한 지역이었기에 무장 경호원도 필요했습니다.


발굴 현장의 생생한 묘사도 일품입니다. 범죄현장 다루듯 모든 것을 수집해 일단 모아놓고 봅니다. 화이트는 "처어언천히"라는 말을 달고 삽니다. 뭔가 하나 발견하면 모두가 지뢰밭 벗어나듯 뒷걸음질 쳐서 조심스레 물러서야 합니다. 어정쩡하게 걷다가 화석을 박살 내면 '그 사람'의 분노를 감당하기 힘드니까요. 이 책을 읽으며 화석 발굴에 대해 흥미진진한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화석은 돌처럼 단단한 형태로 있을 줄 알았는데, 흙처럼 바스러지기 쉬운 거더라고요. 발굴 현장에서 야간에 야생 동물이 밟아버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머리 아픈 경화제를 열심히 뿌려대며 발굴하는 현장의 고단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


오랫동안 찾아온, 인류와 아프리카 유인원 조상 사이의 진화적 사슬을 연결시킬 고리. 아르디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유인원스러운 호미니드 조상입니다. 인류 계통의 초기 과정을 보여줄 화석인 겁니다. 인류 계통을 나타내는 특징적인 형질 중 송곳니가 줄어든 최초의 사례입니다. 처음엔 허리 아래뼈는 발견하지 못했기에 직립보행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이후 발굴 탐사에서 전신 골격 화석을 발굴합니다. 결국 루시보다 100만 년 이상 오래된, 발견된 인류 계통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밝혀진 아르디. 440만 년간 묻혀 있었던 겁니다. 인류 암흑시대의 새로운 진화 단계에 속하는 새로운 종을 발견한 겁니다. ​


전체 뼈 중 가장 놀라운 건 발가락뼈입니다. 발가락으로 뭔가 쥘 수 있는 관절을 가진 아르디. 아르디의 발가락을 보면 손을 길쭉하게 늘린 형상처럼 느껴지는데, 엄지발가락이 엄지손가락처럼 마주 볼 수 있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면서 두 번째 발가락이 지금 우리의 엄지발가락처럼 튼튼하게 작용을 했으니, 나무를 오르면서 직립 보행을 했던 겁니다. 인류 가계 일원으로 포함되려면 이족보행을 해야 합니다. 발가락은 앞을 향해야 하는 겁니다. 결국 아르디는 이족보행으로 전이되는 중간 과정 또는 최소한 그에 아주 근접한 과정을 보이는 존재입니다. ​


팀 화이트는 '종'이 다양한 변이를 허용하는 커다란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르디피테쿠스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거쳐 호모속에 이르는 연속적인 변화가 이뤄졌다고 주장합니다. 인류 진화는 점진적 진화와 적응에 따른 정체기가 이어지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아르디가 살던 플라이오세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과거 생태계를 묘사할 자료들 역시 주변 화석들이 큰 역할을 합니다. 모든 동물이 과거의 증거라고 합니다. 그 결과 초지가 아닌 숲에 살았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


2009년 10월 <사이언스> 특별호에 드디어 공개한 아르디.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온 지 15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고인류학계의 맨해튼 프로젝트는 발굴한지 15년 만에 공개된 겁니다. 당연히 논란은 많았지만,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인류 가계 일원으로 인정받기까지 25년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빨리 입성한 편이라고 합니다. 다만 대중은 여전히 아르디보다는 루시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상황이지요. 이후 더 많은 아르디피테쿠스 화석을 발견했고, 완벽한 입천장 화석도 발견해 보관함은 꽉 찬 상태입니다. 이 연구들은 미싱 링크 역할을 한 아르디의 또 다른 증거물이 되어줄 겁니다. 


추리소설 읽듯 긴장감 넘치는 발굴 탐사기를 그린 기자 커밋 패티슨의 입담이 매력적인 <화석맨>. 자신의 일에 있어서만큼은 고집이 대단한 팀 화이트의 에피소드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읽는 맛이 좋았습니다.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고인류학자들의 모험과 경쟁, 발굴 현장에 동행하며 생동감 가득한 에피소드를 보여준 <화석맨>.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아르디를 만나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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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몰타 한 달 살기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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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몰타 여행. 동유럽과 비슷한 수준의 물가여서 한 달 살기와 유럽 은퇴자의 천국으로, 아프리카와 가까워 유럽여행자들의 호캉스 인기지역으로 알려진 몰타를 책으로 만나봅니다. 


이탈리아와 리비아 사이에 자리 잡은 6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몰타. 섬을 모두 합쳐도 서울의 반 밖에 안되는 작은 나라입니다. 영국의 지배를 받은 역사 때문에 지중해에 있는 영국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생활 면에서 영어를 사용하고 있어 덕분에 어학연수지로도 인기 있습니다. 렌터카 여행 시 차량 핸들 위치와 도로 진행 방향이 우리와 달리 영국처럼 되어 있으니 잘 확인하고 가야 합니다. 왕좌의 게임, 트로이, 글래디에이터 촬영지도 만날 수 있답니다. 


아직 직항은 없어 두바이나 유럽을 경유해 몰타로 이동해야 합니다. 유럽 자유여행을 하다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저가항공으로 몰타로 이동하는 루트가 일반적이라고 하네요. 작은 나라이지만 섬과 섬의 이동, 도시와 도시 간의 이동에서 시간 소요가 많은 편이라 일정 배정을 잘해야 하는 몰타 여행입니다.


<해시태그 몰타 한 달 살기>에서는 사람이 사는 몰타 본섬을 중심으로 고조 섬, 코미노 섬을 소개합니다. 코발트빛 바다와 연중 내내 온화한 날씨, 아름다운 절경이 가득한 지중해에 둘러싸인 보물섬 몰타의 매력을 만나보세요.


유럽과 이슬람의 지배 권역에 있었던 역사가 많아 음식 문화가 다채로운 편입니다. 몰타의 어느 곳에 숙소를 정해야 할지, 몰타에서는 뭘 먹어야 할지, 자동차로 여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 몰타 여행에 필요한 기본 정보와 함께 역사적 배경도 잘 알려줍니다. 수도 발레타의 경우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이니 역사를 알고 가면 훨씬 잘 보일 겁니다. ​


가이드북으로 알게 된 몰타 기사단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워 기사단 관련 책도 더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국가의 상징인 몰타 십자가는 원래 구호기사단의 문장이었고, 수도 발레타도 구호 기사 단장이 만든 요새 형태의 도시라고 합니다. 현재도 로마에 본부를 두고 존재하는 몰타 기사단의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기념품 가게에서 만날 수 있는 몰타 기사 피규어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아요.


빅토리오사의 뒷골목이 매력적이더라고요. 벌꿀과 같은 옅은 노란색으로 통일되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골목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역사가 깃든 건물, 집마다 문 손잡이를 보는 재미가 있는 곳입니다. 북부 해안에 위치한 멜리에하의 뽀빠이 빌리지도 특이해 눈길을 끕니다.


​건축학적으로 화려한 도시인 발레타, 현대적인 분위기의 슬리에마,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조용한 요새 도시 임디나, 멋진 해변이 있는 북부와 흥미로운 사원이 있는 남부 등 볼거리가 가득한 몰타 섬입니다. 몰타 섬에서 페리를 타고 이동하는 고조 섬에서의 시간도 즐거울 것 같아요. 시골의 느긋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일정 여유만 있다면 몰타 교통 패스로 고조 섬의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알뜰 여행도 가능합니다. 몰타 섬과 고조 섬 사이에 위치해 몰타 속 휴양지로, 당일치기 여행으로 좋은 코미노 섬의 보트 투어도 빼놓을 수 없답니다.


몰타 어학연수 준비생에겐 학업과 동시에 휴식을 할 수 있게 몰타 정보를 주고, 뉴노멀 시대 안전한 여행을 하고 싶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충족시켜주는 여행 가이드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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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스코틀랜드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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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본토 섬 북부 지역 스코틀랜드. 스코틀랜드는 영국을 이루는 나라 중 하나지만 민족적인 자긍심이 대단합니다. 지금도 대영제국에 합병된 상태에서 자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영국인 듯 영국 아닌 스코틀랜드는 에든버러라는 수도가 따로 있습니다. 복잡한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하는 여행 준비의 기본! 현재는 영국이라는 나라로 묶여 있지만, 앵글로 색슨 족에 의해 지금의 스코틀랜드로 밀려난 영국 땅의 토착민 켈트족의 역사와 문화는 분명 영국과 다릅니다.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를 중심으로 스코틀랜드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법을 알려주는 <해시태그 스코틀랜드>. 스코틀랜드 수도 에든버러의 핵심 관광코스를 포함해 스코틀랜드의 두 번째 도시 글래스고와 호수와 고성이 산재한 하이랜드 투어, 휴양지 스카이 섬 등 스코틀랜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소들을 소개합니다.


스코틀랜드는 거점 도시인 수도 에든버러에서 여행루트가 시작된다고 해요. 영국 런던으로 입국해 저가항공이나 기차 등으로 에든버러로 들어가야 합니다. 런던에서 에든버러 이동 시 여행경비를 줄일 수 있는 정보도 놓칠 수 없죠. <해시태그 스코틀랜드>에서는 런던에서 잠시 머물 때 필요한 핵심 정보도 함께 알려주고 있습니다. 


에든버러 중심부에 숙소를 잡으면 효율적인 동선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앞서나가는 첨단 건물의 조합이 어우러진 스코틀랜드는 많은 박물관들이 무료여서 누구나 문화를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직접 걸으며 하나하나 살펴본 흔적은 핵심도보여행 파트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실제 그곳에 있는듯한 생생함이 전해집니다. 최고의 중세 분위기를 만날 수 있는 에든버러 도보여행은 정말 매력적으로 와닿네요. 주인의 무덤에서 수년간 기다렸던, 그림책으로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에든버러 판 충견 보비의 동상도 보고, 잉글랜드 못지않은 펍 문화도 즐기고, 에든버러 성도 제대로 즐겨보세요.





스코틀랜드 출신 작가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았어요. <피터 팬>의 제임스 베리, <보물섬>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셜록 홈즈>의 코난 도일, 시인 로버트 번스 등... 작가 박물관이 있을 정도로 문학을 소중히 여깁니다. 특히 <해리포터> 시리즈의 조앤 K. 롤링 작가 덕분에 에든버러는 더욱 유명해졌죠. 스코틀랜드 출신은 아니지만 에든버러 성이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카페에서 <해리포터>를 집필했다는 일화가 알려져 해리포터 투어에 빠질 수 없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활기찬 예술의 거리가 곳곳에 있어 여행자들을 즐겁게 하는 글래스고. 영국 런던 지하철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지하철이 있는 도시입니다. 실내 관광 명소도 많아 날씨에 영행을 덜 받는 편이라고 해요.​


스코틀랜드의 심장부에 위치한 유서 깊은 도시 스털링, 해변마을 세인트 앤드류스, 스코틀랜드 북부 고지대 하이랜드 투어도 매력만점입니다. 네스 호도 이곳에 있고, 미드 왕좌의 게임 스타크 가문의 윈터펠 성 촬영지인 둔 성도 있어요. 자연 경관이 멋진 스카이 섬은 아이슬란드의 비현실적인 풍경에서 받았던 경이로운 느낌이 떠오를 정도로 꽤 매력적입니다.​


에든버러에 도착한 다음 스코틀랜드 이곳저곳을 빠짐없이 여행할 수 있는 최적의 추천코스와 생생한 정보가 담긴 가이드북입니다. 중세 풍경과 세련된 도시의 두 가지 이미지가 공존하는 스코틀랜드. 그 매력을 책으로 먼저 만나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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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 낭만과 상실, 관계의 본질을 향한 신경과학자의 여정
스테파니 카치오포 지음, 김희정 외 옮김 / 생각의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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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을 알게 되는 사랑.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사랑에 눈이 멀었다, 첫눈에 반했다, 한 번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사랑했다 잃어버리는 게 낫다 등 오래된 이야기들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좋은 사랑은 왜 식을까요. 산산조각난 마음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을 포함해 현대 과학이 사랑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책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Wired for Love)>. 낭만적 사랑을 담당하는 회로를 발견한 신경과학계의 세계적인 권위자 스테파니 카치오프가 들려주는 사랑의 모든 것을 만나보세요. 


'내 심장을 다 바쳐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를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다시 쓰면 '오늘부터 나는 내 온 뇌를 다해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가 됩니다. 궁극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능력은 뇌이지만 낭만과 열정은 심장의 일로 치부해왔습니다. 


이 책의 주된 사례는 바로 신경과학자인 저자 본인입니다. 영원히 싱글로 사는 것이 운명이라 믿으며 살아온 그는 서른일곱에 실험실 밖에서 큰 사랑을 만납니다. 그리고 7년간의 결혼생활을 하게 합니다. 과학의 눈으로 관찰한 사랑에서 인간적인 눈으로 사랑을 보는 방법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 뇌를 깊이 들여다보며 마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 여정을 보여줍니다. 


길이 15cm 정도에 약 1.36kg의 뇌. 그 안에는 수많은 신경세포가 존재하고 신경세포 간의 연결이 이뤄져 있습니다. 각각의 활동을 담당하는 회로를 식별해나가는 신경과학자들 덕분에 우리는 뇌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스테파니 역시 신경과학자로서 사랑을 연구하면서 싱글의 삶이 오히려 객관적 거리 유지에 도움이 될 거라 믿어 왔습니다. 처음엔 뇌 장애 회복과 관련한 연구를 했는데 뇌졸중 환자의 회복을 돕다가 사랑의 힘이 중요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사건이 생겼습니다. 


그로부터 사랑이 손상된 뇌를 회복시키는 것뿐 아니라 건강한 뇌를 더욱 확장시키는 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연구를 하게 됩니다. 연구를 할수록 사랑이 심오하고 신비한 방식으로 뇌에 영향을 주는 매우 복잡한 현상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상대방이 내 스타일인지 200밀리초 사이에 판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화면을 왼쪽으로 스와이프하는 것보다 더 빨리 마음을 정하는 겁니다. 사랑에 빠지면 생물학적 불꽃이 터집니다. 도파민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하고, 노르에피네프린은 터널시야를 만들고, 세로토닌이 떨어지면서 강박장애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옥시토신으로 공감과 신뢰를 하게 됩니다. 


물론 사랑에 대한 연구는 쉽지 않았습니다. 사랑에 관한 신경 기반을 연구하는 것이 애초에 의미가 있기나 할지 의문을 갖는 동료 신경과학자들의 회의적인 관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연구비 지원서를 제출할 때도 사랑이라는 단어 대신 관계 형성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랑의 두뇌 지도를 완성하면서 사랑이야말로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특징들과 함께 진화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단지 감정일 뿐 아니라 사고방식이기도 하다는 것을요. 낭만적 사랑은 모성애와도 달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자신만의 사랑이 특별하다고 생각할 테지만 사실 생물학적 차원에서 사랑은 그것을 느끼는 주체에 관계없이 같은 형태였다고 합니다. 태어난 곳이 어디이든, 동성애자든 이성애자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전환자이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특별한 존재라면 이 사랑의 회로에 똑같은 방식으로 불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렇게 사랑 박사로 알려진 저자는 신경과학 학회장에서 외로움 박사로 알려진 신경과학계의 스타 존 테렌스 카치오포 박사를 만납니다. 그가 자신의 삶을 바꿔 놓으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관계를 연구하는 두 명의 신경과학자는 그렇게 장거리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기에 이릅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는 신경생물학적 차원에서 그들의 사랑 여정을 보여줍니다. 사랑과 욕망의 근원이 되는 뇌의 영역과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당시 존은 60세, 스테파니는 37세였습니다. 나이 차이에도 과학을 바탕으로 한 그들의 관계는 혼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수준의 창의성을 발휘하며 더 나은 생활을 이끌어가게 됩니다. 행복하게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생산적으로 사랑합니다. 하지만 존은 생존 확률이 지극히 낮은 희귀암을 진단받게 됩니다. 지독한 수술과 치료를 이어가는 동안 고난 앞에서 계속 싸울 힘을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함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랑이 어떻게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끌어내고 스트레스를 진정시키며 실제로 치료에도 도움되는지를 알게 됩니다. 문제가 있는 관계에서는 이런 보호 효과가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도요. 이런 이야기들은 모든 관계의 질과 만족도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더불어 건강한 관계를 맺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여러 위험요소들을 피해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들려줍니다. 


사랑을 지키려고 노력해도 다양한 이유로 사랑을 잃기도 합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으로부터 분리될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스테파니는 존의 사망으로 지독하게 겪게 됩니다. 감정적 뇌와 인간의 심리에 관해 알고 있던 모든 지식은 존의 죽음 앞에 의미가 없어 보일 만큼 무력감에 빠집니다. 앞으로 의미 있는 삶이라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극심한 고통과 혼란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애도가 필요했습니다. 어떻게 슬퍼해야 하는지, 어떻게 회복 탄력성을 살릴 수 있는지 그가 겪은 시간들을 통해 깨달은 것들을 들려줍니다. 


사랑의 신경과학을 다룬 뇌과학 도서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한 사람을 향한 사랑과 열정을 뇌의 관점에서만 다루는 게 아니라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해야 하는, 훨씬 광범위한 개념이라는 걸 보여줌으로써 사랑을 예찬하고 사랑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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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폴리스맨
베선 로버츠 지음, 민은영 옮김 / 엘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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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영국 브라이턴과 1999년 피스헤이븐을 오가며 세 사람의 사랑을 그린 소설 <마이 폴리스맨>. 수십 년이 흐른 시점에서 눈부시게 찬란했던 젊음의 열정과 아픔을 소회하는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세 사람의 관계는 이 사회가 정의하는 보편적인 사랑의 관계를 벗어납니다. 


부부인 경찰관 톰과 교사 매리언 그리고 톰을 사랑한 학예사 패트릭. <마이 폴리스맨>은 퀴어 소설입니다. ​영국 가수 해리 스타일스와 골든글로브상 수상 배우 엠마 코린의 주연으로 영화화된 덕분에 이미 이 사랑의 형태는 대중에게 알려진 상태입니다. 예고편을 보니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들 만큼이나 저는 중, 노년 시기를 연기한 배우 세 분도 무척 마음에 들더라고요. 50년대와 99년의 톰, 매리언, 패트릭을 연기한 배우들 모두 2022년 토론토국제영화제 트리뷰트 어워드(연기 부문)를 수상했다고 합니다. 


'나는 이제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다.'라는 고백의 일기를 쓰는 매리언.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했던 '당신'의 정체는 바로 뇌졸중으로 청각만 남은 채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 도 못하는 패트릭입니다. 매리언과 톰이 살고 있는 집으로 패트릭을 데려와 돌보면서 매리언은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그토록 톰과 함께 하고 싶었던 삶을 이제서야 함께 하게 된, 하지만 그가 바랐던 모습이 아닌 침대에 누워만 있게 된 패트릭을 바라보면서요. 


매리언은 어린 시절 친구 오빠인 톰에게 한눈에 반하며 톰을 향만 갈망을 가슴에 품습니다. 친구는 "톰은 좀 달라, 매리언."하며 분명 톰에 대해 힌트를 줬었지만, 당시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매리언의 회상으로 진행하는 1장은 톰과 매리언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에 따라붙는 다른 모든 것에 대한 설명입니다. 다른 모든 것에 바로 패트릭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경찰관이 된 톰과 교사가 된 매리언, 그리고 톰이 소개해준 박물관 학예사인 패트릭까지 셋은 곧잘 어울려 다니게 됩니다. 톰의 동생은 또다시 말합니다. "톰은, 그러니까,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고...". 하지만 행복에 취한 매리언에게는 그런 말이 들리지 않습니다. 커밍아웃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은 은연 중에 알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사가 나오지만 톰과 매리언의 결혼으로 인해 바뀔 수 있다고, 또는 그동안 자신들이 잘못 생각했었구나 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2장은 패트릭의 시선으로 진행합니다. 어떻게 톰을 만나게 되었는지 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이름을 특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마이 폴리스맨이라고 씁니다. 빛이 날 정도로 아름답고 힘찬 톰의 모습에 끌린 패트릭. 그리고 그의 영역에 들어온 톰. 그들의 관계는 동성이라는 것만 빼면 여느 사랑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성소수자는 성범죄자였습니다. '사회가 고립과 두려움과 자기혐오의 나락으로 밀어낸 사람들을 가리키는' 동성애자의 삶.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고 감옥에 갇히며 사회적 낙인을 찍힙니다. 경찰관 톰은 사회가 용인한 교사 아내와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패트릭의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자신이 톰에게 줄 수 없는 안전, 품위, 승진 기회... 이런 것들을 매리언은 줄 수 있기에 톰을 '공유'하는 패트릭의 복잡한 심정이 잔잔하게 이어집니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 남편의 연인에 대한 증오... 매리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들의 관계에 개입합니다. 물론 그 결과는 생각보다 쓸쓸했습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독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마이 폴리스맨>. 톰의 목소리로 직접적으로 들려주는 파트는 없지만, 매리언과 패트릭의 시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톰의 의지와 불안을 엿볼 수 있습니다. 


놀라운 건 이 이야기는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데 있습니다. 중대한 성적일탈 행위, 부자연스러운 행위로 취급 당했던 동성애를 하고 감당해온 인물들의 이야기 <마이 폴리스맨>. 미화하는 것 없이 그려지고 있는데도, 먹먹한 상실의 이야기임에도 연민의 아름다운 감정이 맴도는 결말까지 완벽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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