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그곳에 : 세상 끝에 다녀오다
지미 친 지음, 권루시안 옮김, 이용대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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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이자 아카데미상 수상작 『프리 솔로』 감독 지미 친의 사진집 <거기, 그곳에 : 세상 끝에 다녀오다>. 야생의 자연 속으로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는 그의 경이로운 사진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영화 <에베레스트>, <K2>와 같은 산악 영화에 매료되어본 경험이 있거나 모험을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될 겁니다. 자연에 압도당하는 기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사진집입니다. 


1999년 파키스탄 차라쿠사 첫 원정을 시작으로 2017년 남극대륙에 이르기까지 20년의 세월에 걸친 모험의 기록 <거기, 그곳에 : 세상 끝에 다녀오다>. 10대 때부터 등반하는 걸 좋아했던 지미 친은 첫 원정에 참여한 이후 산을 타는 인생으로 완전히 정착합니다. 


이 책에는 존경받는 등반가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사진에 담긴 이들의 몇몇은 세상을 떠났지만 산악인, 체육인이라면 그리워할 만한 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보는 내내 '미친!' 소리가 절로 나올만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사진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 모습을 찍는 지미 친의 모습도 상상이 되어 입이 쩍 벌어집니다. 


"산만하고 사소한 일상에서 벗어나 생존이라는 단순한 일에만 집중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등반가들. 자주 등장하는 등반가 콘래드 앵커를 포함해 프리 솔로 등반가, 스노보드 등반가, 프리 스키 등반가 등 다양한 이들과 작업한 여정이 그려집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영화 제작에 합류하게 되면서 영화 촬영 방법을 배운 2002년 티베트 창탕 고원. 지구에서 가장 높고 가장 외진 사막 고원에서 촬영은 이후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시발점이 됩니다. 





언제나 능력을 넘어서는 일에 도전한 지미 친. 눈사태로 죽을 뻔하기도 하고, 결국 실패로 돌아간 일도 있었습니다. 정상을 60m 남겨두고 철수해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도들이 쌓여 다음번이 수월해집니다. 영하 29도에서 로프에만 의지한 채 2시간이 넘도록 절벽에서 눈과 얼음 세례를 받기도 하는 등 극악의 날씨에도 등반가들의 도전은 이어집니다. 할리우드 영화 『에베레스트』의 배경 영상을 위한 촬영에도 합류했던 지미 친은 당시의 경험으로 고산에서 대작을 촬영하는 방법을 훈련받기도 합니다. 


푸른얼음과 암벽,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장엄하면서도 거친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여성 프리 스키 세계 챔피언 키트와 그의 남편 롭과 함께 에베레스트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온다는 담대한 계획은 보는 내내 조마조마합니다. 치명적일 수도 있는 상황을 끊임없이 예측하고 순간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정신이 필요한 산악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스키로 타고 내려온 최초의 미국인이 되었습니다. 


"완벽한 장면이 시야에 들어오면 가슴이 두근두근해진다." - 책 속에서


어떻게 올라가면 등반가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기 가장 좋을지 고민한 흔적은 결과물로 나타납니다. 세계 산악인 중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한 명이자 파타고니아 설립자 이본 쉬나드와 등반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남위 180도』에서 노장의 기운을 보여준 이본은 이 등반을 마지막으로 등반가로서의 삶은 은퇴합니다.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한까지 넓히며 모험가들과 함께 하는 지미 친. 영화 『프리 솔로』의 알렉스 호놀드와의 여정에는 영화 카메라 위에 사진 카메라를 고정하면서 숭고한 순간을 목격합니다. 지미 친에게 큰 영향을 끼친 모험가들과 장소들의 이야기 <거기, 그곳에 : 세상 끝에 다녀오다>. 이 사진집은 그야말로 걸작 그 자체입니다. 무한 감동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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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가고시마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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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나폴리라 불리는 규슈 남단에 위치한 가고시마. 1년 내내 따뜻해 온천 여행으로도 트래킹 하기에도 좋은 가고시마입니다. 사쿠라지마 화산 덕분에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가 있는 곳이죠. 


개방이 유리한 최남단이라 일본 근대화를 이루는 출발지가 된 가고시마. 메이지 유신이 시작된 역사적 도시입니다. 가고시마는 역사적으로 정한론이 발생한 도시라 우리에게는 아픈 역사의 시작을 만든 곳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역사와 관련한 정보는 습득하고 가고시마 여행을 떠나길 추천합니다. 


가고시마 특산물로는 고구마를 원료로 한 소주, 흑소와 흑돼지 등이 있습니다. 고유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어 재미난 아이템들이 많아요. 가고시마는 관광지가 대부분 몰려있어 가고시마 시내 주요 관광은 하루면 충분합니다. 가고시마 근교 이부스키, 야쿠시마 섬도 놓칠 수 없는 곳이라 가고시마 여행 코스는 당일치기부터 3박 4일 이상까지 다양하게 여행 일정을 소개해뒀습니다.


도시를 천천히 돌아다니는 노면 전차가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가고시마. 주요 관광지를 순회하는 시티 뷰 버스도 있어요. 가고시마 시내는 포장마차촌, 예쁜 카페 도보로 도시여행하기 딱 좋은 가고시마입니다. 가고시마 중심부를 흐르는 고쓰키 강을 따라 벚꽃이 만개하는 시점에 여행을 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전엔 덴몬칸 지역이 남규슈 최대의 번화가였지만 하락세이고, 대관람차 아뮤란이 있는 JR 중앙역이 중심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규슈에서 가장 큰 수족관인 고래상어가 있는 가고시마 수족관도 있어 가족여행으로도 좋습니다. 박물관, 미술관, 동물원, 식물원, 천문대, 전망대 등 찾아갈 곳이 많습니다.


가고시마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모래찜질 온천. 겨울여행의 정수죠! 온천수가 바다로 흐르면서 모래찜질로 파도 소리와 함께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이부스키 바닷가의 모래 온천도 추천합니다. 가고시마에서 기차로 1시간여 가야 하는 이부스키 지역에 위치하지만, 해변의 풍경을 감상하며 모래찜질과 노천온천을 즐길 수 있는 재미를 놓칠 순 없죠. 모래찜질 순서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 배경지 야쿠시마 섬. 고속페리로 1시간 45분쯤 걸리는 곳에 있지만 아열대 원시림이 보존된 곳이라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신비한 숲을 만날 수 있어요. ​ 세계적으로 이름난 활화산 사쿠라지마도 페리로 15분이면 갈 수 있으니 가고시마 여행, 더욱 매력 있게 다가옵니다. 사쿠라지마 특산품 중에서 작은 귤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있다는데 궁금합니다.


역사, 명소, 음식, 숙소, 쇼핑에서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콕콕 짚어주는 해시태그 가고시마 여행가이드북으로 가고시마를 만나보세요. 일본 소도시 여행으로 선택하기 좋은 가고시마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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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않는 생활 - 정리, 절약, 낭비 문제를 즉시 해결하는
후데코 지음, 노경아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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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약은 해야겠는데 더 이상 줄일 게 없다?! 우리가 쉽게 하는 변명입니다. 딱히 낭비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 진짜일까요. 쓰지 않아도 되는 물건, 없어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 물건을 아무 의심 없이 사들이며 무심코 쓸데없는 물건에 지속적으로 돈을 쓰고 있지는 않는지 질문을 던지는 후데코 작가. 그 역시 쇼핑 중독자로 오랜 세월 살아왔습니다. 50세에 본격적으로 생활을 단순하게 만드는 도전을 했고, 이후 10년의 노하우가 <사지 않는 생활>에 담겼습니다. 


물건을 쉽게 사는 습관이 있냐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 혹은 그렇지 않다고 답하기 애매한 경우도 많을 겁니다. 다 쓸 데가 있으니 샀고, 효율적으로 절약하며 샀다고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쇼핑 습관을 낱낱이 분석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소유하는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일단은 사야겠다!라는 생각부터 먼저 하게 되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신속, 간단하게 해결하려 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동네마다 있는 균일가 매장이 있으니 저렴하다는 이유로 사기도 합니다. 편의 용품, 아이디어 상품들은 구매 욕구를 자극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쇼핑은 늘어났고, 외출은 못해도 쇼핑만큼은 내 통제력이 작용하는 기분이 들기에 더 쉽게 물건을 사게 되었습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쇼핑을 통해 삶이 더 행복해진다는 착각 속에 지갑은 얇아지고 집은 잡동사니가 쌓이게 된다는 걸 짚어줍니다. 버리지 못하고 어떻게든 활용할 수 있을 거란 착각도 있습니다. 저자는 원래부터 잡동사니였던 것은 시간과 노력만 낭비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사지 않는 생활>에서 짚어주는 물건을 소유했을 때의 문제점들을 이해하고 나면 나쁜 쇼핑 습관을 고치는 법으로 나아가야겠지요. 먼저 자신의 쇼핑 습관을 점검하는 게 우선입니다. 지금 내 물건의 목록을 얼마나 알고 있나요? 존재마저 잊고 지냈던 물건이 분명 많을 겁니다. 


유난히 양이 많은 품목, 자주 사는 듯한 품목부터 살펴봐도 됩니다.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얼마에, 왜 샀는지 쇼핑할 때마다 기록하는 습관도 필요합니다. 여기서 저는 왜 샀는지라는 항목에서 찔리더라고요. 최근 것만 생각해 봐도 할인을 해서, 추천상품으로 떠서, 필요한 것 사는 김에 추가로 살펴보다가... 등등 다양한 이유들이 생각납니다.


자신의 쇼핑 습관을 파악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고쳐야 할 부분이 드러나더라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까요. 일주일에서 반년 등 쇼핑 제한 목표를 세워보는 겁니다. 이때 앞으로는 필요한 물건만 사겠다 식의 모호한 목표는 실패로 이끕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돈 쓰지 않는 날, 1년간 옷을 사지 않겠다 식으로 명확한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무언가가 갖고 싶어질 때마다 저자는 "이거, 어제는 필요하기는커녕 존재조차 모르는 물건이었어. 그런데 왜 오늘 갑자기 필요해졌을까?"라고 자신에게 묻는다고 합니다. 저도 저렇게 질문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물건을 써야 비로소 가치가 생깁니다." - 책 속에서


항상 쇼핑의 목적을 의식하라고 조언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주의할 점들을 짚어주니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쉬운 것부터 하나씩 따라 해보면 됩니다. 쇼핑 습관을 점검하는 것과 동시에 절약에 도움 되는 건 바로 물건 버리기라고 합니다. 물건을 버리는데 오히려 절약에 도움 된다니요?! 신박한 정리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그 비싼 한 평에 쓰지도 않는 쓰레기를 두는 셈이라는 멘트가 나왔는데 정말 저도 집안을 둘러보면 주객전도가 된 상황 같습니다. 물건을 보관하는 공간 중 그나마 빈자리에 사람이 끼어들어간 느낌이랄까요. 


더불어 돈 관리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답답한 현실을 외면하느라 하지 못한 돈 관리법을 배운다면 지출, 수입, 잔고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아무 생각 없이 쓰는 일이 줄어들게 될 거라고 합니다. 돈의 흐름을 파악하면 돈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게 됩니다. 자신에게 정말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소중한 것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투입하게 되니까요. 


쇼핑 습관과 돈 관리에 신경 쓰면서 사지 않는 생활에 적응하게 되었고, 이제는 심플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후데코 작가. 오히려 진짜 원하는 것에 집중하며 결국 충만한 삶으로 이끈다는 걸 <사지 않는 생활>에서 보여줍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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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지음, 윤진 옮김 / 엘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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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작가 역대 최초 수상이라는 타이틀을 안긴 2021 공쿠르상 수상작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90년생 MZ세대 작가이자, 세네갈 출생으로 프랑스 문단에서 활동하는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Mohamed Mbougar Sarr)의 장편소설입니다. 


초판 한정 친필 사인 인쇄본에 작가의 메시지 카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소설을 읽기 전에 읽게 되는 메시지이지만, 읽고 나서 다시 한번 읽게 될 겁니다. 소설에 담긴 주제가 꽤 방대해서 망망대해 한가운데 솟아난 한 평의 섬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그제야 정리되는 기분입니다. 


천재로 추앙되었다가 사라진 미스터리한 작가의 자취를 따라가는 젊은 작가의 여정을 그려내고 있다는 간단한 줄기 안에 추리, 사건 조사 기록, 가족 연대기, 로맨스, 교양, 철학, 정치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문학에 끌려 작가의 꿈을 키워온 디에간. 청소년 시절 이름을 알게 된 T.C. 엘리만이라는 작가가 궁금해 더 알고 싶었지만, 그가 남긴 단 한 권의 소설은 만날 수 없습니다. 1938년 출간된 그의 작품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는 표절 논쟁으로 전량 회수되었고, 재고는 폐기되었습니다. 파리에 온 디에간은 유명한 세네갈 작가 시가를 만나게 되고, 첫 만남은 엉뚱했지만 우연이 운명으로 작용합니다. 찾을 수 없었던 엘리만의 책이 시가에게 있었고, 디에간이 빌려 읽게 됩니다. 


신화처럼 여겼던 엘리만의 책을 읽은 그날 밤, 몇 번을 다시 읽고 다음날에도 읽습니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책을 만나게 되면 오히려 뭔가를 말할 수 없는 심정처럼 위대한 작품을 읽고 나니 벌거벗겨진 기분이 듭니다. 시가는 디에간에 그 책을 빌려주면서 분명 충고를 했습니다. "네 인간성의 가장 깊은 곳으로 이어진 계단을 내려가게 될 거야."라고 말이죠.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은 디에간의 첫 책 『공허의 허무』로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문학의 유망주"라는 칭송을 받았음에도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얼마나 흔들리기 쉬운지 보여줍니다. 특히 같은 세네갈 출신 시가는 뼈 때리는 말을 스스럼없이 합니다. 야심차고 결정적인 위대한 소설을 꿈꾸며 삶의 매 순간을 글쓰기의 순간으로 만들고, 모든 것을 작가의 눈으로 바라보려 하는 디에간에게 제대로 한 방 먹입니다. 


문학이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인 듯 굴 수밖에 없는 작가의 세계. 문학적 관념 자체를 부정하는 책을 쓰면서도 글을 쓰지 않고는 버티지 못하는 작가들을 일컬어 '문학적 요실금'이라는 질병으로 표현한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엘리만의 소설을 읽은 디에간은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독자의 입장에서 경험하는 마음을 내비치기도 해서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을 읽는 독자의 마음을 끌어당기기도 합니다. 애정 하는 작가를 발견한 독자라면 첫 책에 담겼던 아름다움을 이후의 책에서도 발견하길 기대하잖아요. 적어도 그 흔적만이라도 볼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을 때 독자가 겪는 상실감을 디에간과 나눌 수 있을 겁니다. 파리의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문단에서 관심의 대상이란 어떤 의미인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계 작가가 프랑스 문단에 들어섰을 때 일어나는 일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집니다.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은 디에간의 시점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시점을 오가며 흑인 랭보로 칭송받다 표절이라는 비판이 나왔을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사라진 미스터리한 작가 엘리만을 찾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디에간 외에도 이미 많은 이들이 엘리만을 찾아 나섰지만, 침묵한 인간 엘리만을 찾아 나섰을 뿐 그의 작품에 대해 더 알고자 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한 작가에 대해 진정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한 작품에 대해 진정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명제 아래서 엘리만이라는 작가와 『비인간적인 것의 미로』의 이야기를 파헤쳐 들어가는 디에간.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한 인간의 스토리는 평면적일 수가 없습니다. 엘리만의 이야기를 떡밥처럼 조금씩 던지면서도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미스터리를 묵직하게 유지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 수치스러운 이야기를 결코 떨쳐낼 수 없다. 영원히 그 이야기에 묶여 있다. 원하지 않는 아기를 한밤중에 내다 버리듯이 그렇게 버릴 수 없다. 우리는 그 이야기와 싸운다. 계속 싸운다. 싸움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싸우고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쉼 없이 가리키고 이름 붙이는 것뿐이다. 그 이야기가 우리를 끌고 가려고 가면을 쓰고 다가오면 그 가면을 벗겨내야 한다." - 책 속에서


화자가 주거니 받거니 연결되는 부분이 많은데 깜박 놓치면 화자를 짐작할 수 없어 읽을 때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 흐름을 잘 이어가세요~ 작가뿐만 아니라 비평가, 독자 등 문학이라는 거대한 세계에 발을 들인 이들 모두에게 불편한 말을 던졌음에도 은연중에 공감했던 것들이라 오히려 시원한 느낌도 받을 수 있어요. 


아프리카계 작가에게 독자가 기대하는 것과 아프리카계 작가 본인이 고민하는 보편성 사이의 상흔이 가득한 소설 <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프랑스 문학계를 비판한 이 소설에 공쿠르상이라는 영예를 안긴 프랑스 문학계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신비주의, 식민지, 홀로코스트, 디아스포라 등 현대사를 살아낸 인물의 생애에 걸친 거대한 이야기를 마주하고 나면 먹먹해지는 감정을 받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소설 속 엘리만의 사건이 실제 일어났던 일을 모티브 삼았다는 데 있습니다. 번역자의 해설까지 읽고 나면 이 소설의 참맛을 더 진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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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기 위한 로켓 입문
고이즈미 히로유키 지음, 김한나 옮김 / 생각의집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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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배우는 우주 입문서 <우주로 가기 위한 로켓 입문>. 우주공학, 로켓공학, 우주탐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이 책 한 권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로켓 전문가 고이즈미 박사가 알려주는 우주와 로켓 이야기. 나로호와 누리호 덕분에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아이들과 어른 모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어요. 


<우주로 가기 위한 로켓 입문>은 우주는 어떤 곳인지, 우주에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우주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주 개발의 방향성까지 풍부한 사진 자료로 보여줍니다. 


국제 우주정거장(ISS)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어요. 겨우 400킬로미터 상공 위에서 지구 표면을 스치듯이 날고 있습니다. 이처럼 손에 닿을 듯한 우주부터 아득히 먼 태양계 바깥까지 광활한 우주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의 도전기가 펼쳐집니다. 


수많은 인공위성이 어떻게 지구를 도는지도 이번 기회에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공을 던지면 결국 떨어지듯 인공위성 역시 떨어지면서 날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즉시 떨어지지 않고 도는 이유는 장애물이 없어서 계속 움직일 수 있는 거였어요. 지면에 부딪치지 않고 돌려면 필요한 속도와 높이도 충족해야 합니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도는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어린 시절 지구 자전 속도가 팽팽~! (1초에 약 465m) 돈다는 걸 알았을 때의 충격이 어마어마했었기에 더 이상 놀랄 일은 없지만 그래도 흥미진진한 건 여전합니다. 





로켓은 우주선을 우주로 옮기기 위한 발사 장치입니다. 로켓 발사 장면은 언제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폭발적인 불꽃 가스의 비주얼이 폼 나기도 하지요. 그러다가 뭔가를 휙휙 버립니다. 사용이 끝난 부품을 버리고 가벼워지면서 점점 가속해가는 겁니다. 우주선, 로켓, 인공위성 등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부터 로켓이 우주로 날아가는 구조를 상세히 알려줍니다. 세계의 다양한 발사 로켓 성능을 직관적으로 비교해 주기도 합니다. 


스페이스X의 로켓 재사용에 관한 가치를 평가하기도 합니다. 1조 9천5백억 원에 달한 누리호 개발사업비에 비해 스페이스X 의 팰컨 9는 약 830억 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처럼 비용 절감으로 인한 우주 개발의 속도가 앞당겨진 셈입니다. 어쨌든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라도 왜 우주로 가고 싶어 하는 걸까요. <우주로 가기 위한 로켓 입문>에서는 우주 개발이 단순히 미지에 대한 도전을 넘어 사업 측면에서 유용한 점이 무엇인지 짚어줍니다. 


이런 우주 이야기를 알면 알수록 가장 가까운 화성조차도 휘릭 다녀올 수 없는 세상인데 광대한 우주 속의 우리은하, 그 안의 태양계, 그 안의 지구... 까마득한 세상으로 느껴지지만, 인간의 도전은 끝이 없습니다. 초소형 위성을 통한 심우주 탐사 및 달을 전초기지로 삼아 먼 우주를 목표로 나아가는 인간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주 탐험, 탐색, 개척 활동을 위한 우주 개발의 역사와 현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를 가늠할 수 있는 책 <우주로 가기 위한 로켓 입문>. 우주 개발의 흐름을 이해하는 시간이 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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