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쓸모 - 밤의 주인, 수면이 궁금하다면 인싸이드 과학 3
뮈리엘 플로랭 지음, 쥘리 레가레 그림, 김수진 옮김 / 풀빛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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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인싸되는, 흥미로운 과학 속으로. 인싸이드 과학 시리즈 세 번째 책은 밤의 주인, '수면'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잠의 쓸모>입니다.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자는 시간. 누구나 매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잠을 잡니다. 때로는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잠을 제대로 못 자면 그 부작용은 어마어마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잠은 미스터리입니다. 왜 반드시 잠을 자야만 형태로 진화했을까요. 그 누구도 잠을 자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잠의 쓸모>에서는 신경 과학자들이 밝혀낸 수면 메커니즘, 수면 습관, 불면증, 꿈, 낮잠 등 과학이 밝혀낸 수면 과학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잠에 대한 인식의 변화, 수면을 둘러싼 미신, 꿈에 대한 이야기 등 잠과 관련한 인문, 과학적 알쓸신잡과도 같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죽음과 형제처럼 인식한 잠. 아리스토텔레스는 수면에 관한 소논문도 썼을 만큼 고대부터 수면은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물론 잠자는 사람을 갑자기 깨우면 자칫 정신이 육체로 되돌아올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처럼 미신도 많았습니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수면 연구가 진전되면서 우리는 수면 메커니즘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잠이라는 것이 각성 상태에서 수면 상태로, 또 수면 상태에서 각성 상태로 바뀌게 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라는 것을요. 


잠을 자는 동안은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언제 잠에 들었는지 어떻게 잠에서 깨어나는지 스스로 인지하지 못합니다. 과학은 얕은 수면, 깊은 서파수면, 역설수면(렘수면) 단계를 밝혀냈습니다. 이 수면 패턴은 하룻밤에 평균 4~6회 반복됩니다. 신기한 건 뇌가 없고 신경계가 몸 전체에 퍼져 있는 해파리도 잠을 잔다고 합니다. 수면 부족 시엔 세포 손상이라는 결과를 낳는 걸 보면 신경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수면이 생겨난 것으로 추측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수면 메커니즘은 신비의 세계이고 수면이 가져다주는 이익은 아리송합니다. 수면의 역할에 대해서는 가설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동물마다 수면 시간은 제각각이지만 잠은 동물계 전체가 공유하는 행위입니다. 큰 비용이 드는 지속적인 각성 상태, 매우 경제적이지만 생물학적 기능 유지를 위협하는 동면 상태. 이 둘 사이 중간 상태로 수면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가설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잠을 자지 않았을 때 부작용은 꽤 크다는 거죠. 불면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과학적 사실로 입증된 것은 충분히 자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잠의 효용이 증명되진 않았지만 수면 부족의 부작용은 사실로 입증된 게 많습니다. 수면 시간이 짧은 것과 감정을 조절하는 것, 주의력이 부족한 것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잘 자는 것으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도 합니다. 





우리는 약 24시간 주기로 순환이 이루어지는 생체 시계에 따라 수면을 취합니다. 평균 9시간은 수면을 취해야 하는 청소년 시기에는 잠보다 중요한 게 너무나 많다 보니 수면 장애를 쉽게 앓기도 합니다. 사람의 순환 시스템은 습관, 상황, 환경의 자극, 특히 빛에 따라 속도가 느려지거나 빨라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잠을 방해하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입법 공백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의 법률에는 수면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반면, 중국은 노동자의 낮잠권을 헌법에 명문화했습니다. 


잠 자지 않고 가장 오래 버틴 기록은 1963년 한 청소년이 도전한 11일 25분이라고 합니다. 실험 후 다행히 빠르게 회복했다지만, 버틸 수 있는 기간이 겨우 11일인가 싶을 정도로 그만큼 잠이 생존에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걸 깨닫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수면 시간은 다릅니다. 모차르트는 하루 5시간씩 잤고, 볼테르는 커피를 40잔씩 마시며 4시간만 잤고, 베토벤은 보편적인 8시간씩 잠을 잤다고 합니다. 적게 자고도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은 뭐가 다른 걸까요? 얕은 잠과 역설수면 시간 대신 깊은 서파수면에 더 집중되어 있다고 합니다. 반면 못 자는 사람은 작은 변화 하나하나에도 예민합니다. 


꿈에 대한 비밀도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들이 있을까요. 꿈꾸는 활동을 통제하거나 측정, 기록할 방법이 없습니다. 뇌가 언제 꿈을 꾸는지 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저 잠에서 깨어나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만족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수면 단계에서 꿈을 꿀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잠에서 깨는 시점에 따라 꿈을 기억할 확률은 달라진다고 하는군요. 


명확한 이유도 밝혀지지 않은 채 우리 삶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 각성 시간이 늘어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잠을 소홀히 대하고 있습니다. 파란 스크린을 보며 지새웁니다. 잠은 없어도 되는 사치품이 아니라는 걸 짚어주는 <잠의 쓸모>. 수면욕을 억제하며 다른 일을 하는 행위가 잠을 대체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잠을 보호하는 사회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를 잘 알려줍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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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오스트리아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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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맞이해 관련 문화 행사도 풍성한 요즘입니다. 해시태그 오스트리아를 통해 더 쉽게 오스트리아라는 나라의 이모저모를 살펴봅니다. 


유럽 패권을 장악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 책을 읽고 나서 오스트리아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는데요,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나라인 만큼 합스부르크 왕가의 빛나는 유산이 가득한 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가 낳은 수많은 위인들의 흔적을 만나는 즐거움도 큽니다.


수도 빈은 오래 머물수록 그 깊은 매력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반지 모양의 도로인 링 도로를 중심으로 트램을 타거나 걸으며 빈의 주요 볼거리를 하나씩 만날 수 있습니다. 트램을 타고 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한 달 살기 하기에도 좋습니다. 빈을 대표하는 케른트너 거리, 그라벤 거리, 콜마르크트 거리는 저마다의 분위기를 가진 곳이어서 도보 여행의 즐거움도 높습니다.


빈에는 꼭 들러야 할 박물관도 많습니다. 합스부르크 제국의 위엄에 걸맞은 예술 작품들이 비엔나로 들어왔었던 만큼 유럽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미술사 박물관, 자연사 박물관 등이 있습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 작품도 빈 시내에 자리한 벨베데레 궁전에서 만날 수 있어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별궁이었던 쇤부른 궁전은 베르사유와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궁전입니다. 광대한 정원에 압도 당하는 느낌이 들 만큼 멋진 이 궁전에는 곳곳에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잘츠부르크는 대표적인 음악 도시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도 있는 만큼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


오스트리아에도 알프스 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알프스의 작고 아름다운 도시 인스부르크는 스위스의 알프스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요들송의 본고장 티롤 마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중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오스트리아 북부 소도시의 매력까지 담은 가이드북입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군주국을 형성한 역사가 있는 만큼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연계한 가이드북입니다. 동유럽의 파리라 부르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온천이 발달해 겨울 여행으로 좋은 도시입니다. 부다페스트뿐만 아니라 주변국 슬로베니아와 체코와 일정을 연계하기에도 좋은 오스트리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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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저널 - 1820일, 내 삶을 바꾸는 5년 노트
댄 자드라 지음, 주민아 옮김 / 앵글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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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살아간다는 것은 그저 생존만이 다가 아닙니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살아갑니다. 5년이란 시간, 짧다면 짧고 길면 긴 1820일. 5년은 대부분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장기 프로젝트로 잡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연구 결과 인생 전반을 바꾸기 위한 성과로 나타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년이라고 합니다. 셰익스피어는 5년도 안 되어 4대 비극과 불후의 명작 5편을 세상에 내놓았고, 13평 아파트에서 살던 아마존 창업자 제프는 5년 후 순수익 100억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디자인적 사고법으로 유명한 스탠포드 대학교에서는 3, 4학년들에게 기말고사 대신 자신의 5년 후를 구체적으로 그려보게 만드는 과제를 내준다고 합니다. 모호한 미래와 비전, 자신의 가치, 잠재력 등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이 문제해결 방식을 바탕으로 한 <파이브 저널>. 의미 있는 삶, 자신이 원하는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 주세요. ​


지금의 내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 사고방식은 내 경험과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펼쳐지기에 한편으로는 편협하고 단조로울 수 있습니다. <파이브 저널>이 던지는 질문은 미처 생각 못 한 다양한 영역에 대해 새롭게 마주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삶은 내가 내리는 선택들로 이루어집니다.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을까요. 내 가치와 사명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높은 가치를 좌표 삼아 나아가는 겁니다. 가족, 우정, 건강, 부, 배움, 지속성, 커리어, 커뮤니티, 신념, 진정성, 예술, 여가, 창의성, 모험, 사랑 등 저마다 우선순위로 삼는 가치는 다양합니다. 내가 우선시하는 최고의 가치를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파이브 저널>이 던지는 질문에 대답해 보는 겁니다. 


가치를 세우는 것은 내 삶의 목표를 인식하는 지름길입니다. 더불어 내 삶의 사명도 찾아보세요. 삶의 좌표를 만들어주는 작은 약속이자 커다란 목적이 되기도 하는 삶의 사명. 유명인들의 사명을 예시로 보여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짚어줍니다. 


이 책의 장점은 평소 생각했던 것들이 일부 영역에 국한되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는 겁니다. 뭔가 나름대로 목표를 세우고 해왔었지만 사실상 삶의 한두 가지 영역으로 좁게 바라보고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파이브 저널>은 삶의 바퀴에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일, 운동, 여행, 봉사, 교육, 연애, 친구 등 자신의 삶을 이루고 있는 요소에서 부족한 곳이나 아예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을 투자할 수 있게 합니다. ​





꿈을 써 내려가다 보면 머릿속으로는 '아, 이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 잠식되어버리진 않는지요. 불가능한 꿈이었지만 계획 쪼개기를 통해 실현 가능한 일로 바꿀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불가능할 거라 믿었던 것이 현실에 가까워진다는 걸 <파이브 저널>을 쓰면서 직접 증명해 보고 싶지 않은가요? ​


삶은 계속되는 모험이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때때로 평소와는 다른 일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 길을 단 한 번만 지나가는데도 반복되는 일상만으로 지속된다면 변화의 기회는 오히려 찾아오지 않습니다. 모르는 이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보고, 화려한 색깔의 양말을 신어보고, 예전에 먹어본 적이 없는 채소나 과일을 먹어보고, 무술이나 색다른 춤을 배워보고, 엉뚱할 정도로 놀라운 식사를 준비해는 등 일탈을 했을 때 얻는 경이로움도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


2005년 대학생 3명이 온라인에서 친구들과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들은 유튜브를 만들었고, 1년 후 16억 달러에 구글에 매각했습니다.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가 올해의 발명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하나씩 내놓는 습관을 가진다면 5년 후면 250개의 아이디어가 생길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내놓는 아이디어보다 더 많은 수이고, 그중의 몇 개는 천재성이 번뜩이는 아이디어 될 수도 있습니다. ​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짜증 내며 살기에는 삶이 너무 짧습니다.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내 세상은 달라집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100가지 중에 99가지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절망과 두려움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자신감, 기회, 해결책에 중점을 두며 기꺼이 바꾸려는 사람으로 살아나가자고 응원합니다. 


생각만 하지 말고 펜을 들어 5년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를 생각나는 대로 써보게 하는 <파이브 저널>. 지금 그대로 머물러 있겠다는 의지보다 더 크고 강력해질 수 있도록 마음을 정할 수 있게 돕습니다. 책에 직접 쓰는 공간이 있지만 자신의 취향대로 꾸며 쓰는 불렛 저널 사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파이브 저널>로 내 미래를 키워보세요. 


"이것은 당신 시간의 기록이다. 이것은 당신의 영화다. 당신의 꿈과 환상을 마음껏 펼치며 살아가라." - 책 속에서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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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읽느라 하루를 다 썼습니다 - 책이 나를 살린 순간
공백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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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튜버 공백 산문집 <당신을 읽느라 하루를 다 썼습니다>. 책소개에 초점을 맞춘 독서 에세이나 책 읽는 방법을 다룬 독서법 책과는 다른 결을 가졌습니다.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위기를 독서라는 행위로 소소하게 변화를 일구어가는 여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세상의 크고 작은 일들이 날카로운 돌부리가 되어 발걸음을 잡아채고 마음을 넘어뜨릴 때, 손을 뻗어 잡은 것은 책이었습니다. 한때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주나 점을 보러 다녔다고 합니다. 노련한 맞장구 앞에서 눈 딱 감고 믿고 싶었고 안심했고 위로받고 싶었던 마음. 스스로는 확신을 할 수 없었기에 그렇게 남의 말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당신을 읽느라 하루를 다 썼습니다>는 과거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재를 잘 살아내기 위해, 다가올 미래에 닥칠 위기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책이 건넨 조언으로 삶의 태도를 단단히 하는 여정입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할지를 배우는 것은 온갖 불안과 두려움에 빠졌을 때 건강하게 헤쳐 나올 수 있는 힘을 얻는 것과 같습니다. 흔들리는 마음의 중심을 잡아줍니다. 스스로를 치유하는 독서를 합니다. '마음의 낙차를 거스르게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책에는 그가 읽은 책의 줄거리나 요약이 전혀 없습니다. 인용마저도 겨우 한두 문장뿐입니다. 구글 드라이브에는 책 속 명문장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다는 공백 작가. 글 쓸 때도 써먹고 힘들 때도 위로받았지만 의존의 시간이 너무 길었던 건지 청탁 글을 쓰면서 그중 한 장이 인용문으로 채워져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 글에는 자신의 사유가 빠져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당신을 읽느라 하루를 다 썼습니다>에서는 인용문이 극히 적습니다. 글을 채우고 있는 건 오로지 그의 경험과 사유입니다. 흔한 독서 에세이보다 이 책이 더 끌리는 이유입니다.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 공감대를 끌어내는 건 누구나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내면의 불안이라는 보편성을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조화롭고 현명한 일상을 위해, 곧잘 기운을 차릴 수 있는 힘을 책으로부터 얻는 공백 작가의 이야기 <당신을 읽느라 하루를 다 썼습니다>. 몸과 마음이 체화하지 못하는 시간을 조바심 내지 않고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일 시간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독서와 사유의 매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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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변상련
김유례 지음 / 유연한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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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입 밖에 내놓지 않는 단어, 똥!  내 평생 '똥'이 들어간 단어를 이 책을 읽으며 다 만난 느낌입니다. 여기도 똥, 저기도 똥...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고자 방콕에서 보내며 마음속 실타래를 풀어낸 <뒷걸음치다가 열대야를 피했다>의 김유례 작가의 두 번째 책 <똥변상련>은 더 시원하고 상쾌하게 비움의 미학을 선보입니다. 


똥방귀 이야기에 입틀막하며 킥킥대다가 지하철에서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생존 게임을 펼쳐야 하는 급똥을 마주하며 결국 세상사는 돌고 돈다는 이치를 깨달은 작가. 누구나 다 똥싸개들이지만 누구도 쉽게 말하지 않는 우리의 가장 흔한 민낯에 대한 이야기 <똥변상련>.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기는 동병상련처럼 먹고 싸야만 하는 숙명을 가진 우리들의 똥에 얽힌 에피소드가 때로는 애잔하게 때로는 빵 터지는 웃음으로 펼쳐집니다. 


똥에 대한 별의별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똥 만드는 기계도 있다 해서 저도 궁금증이 도져 찾아봤어요. 그 기계의 정체는 인체의 소화 과정을 재현한 클로아카라고 부르는 기계입니다. 사람의 소화작용처럼 음식을 넣은 후 똥을 생산하기까지 25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요. 저 거대한 똥통이 축소된 배를 바라보면 인체의 신비를 절감하게 됩니다.


뒷간에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른 것처럼 꽉 막힌 것들이 해소될 때의 그 개운함은 모닝똥, 1일 1똥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똥 통, 똥꼬발랄, 똥 손, 똥값, 똥폼, 똥고집, 똥줄, 똥 군기, 지우개 똥, 똥개, 별똥별... 그러고 보면 똥을 붙여 만든 단어가 꽤 많고 꽤 자주 쓰고 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찌꺼기라는 것 때문에 더럽게 보면서도 때로는 귀엽게 쓰일 때도 있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똥변상련>에 등장하는 똥이 들어간 단어들은 김유례 작가의 사적인 에피소드가 더해져 웃음을 안겨 준다면, 그 단어들을 마주한 독자 역시 저마다의 에피소드가 쏟아질 겁니다. 억누를 수 없는 똥. 결국은 배출해야 합니다. 신기하게도 마음을 이야기할 때도 이 똥 철학이 유용하게 작용합니다. 배설의 쾌감은 마음의 묵은 짐을 벗어내는 것과도 같습니다. 


"비움에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미니멀라이프 책에나 등장할 법한 문장이 여기에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듯 말입니다. 공중 화장실에 예민한 저자가 최대한 집에서 해결하려면 시간을 정해서 투자해야 했습니다. 채워 넣기에만 바빴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똥과 관련한 짧은 글쓰기의 정수를 보여주는 <똥변상련>. 직설적인 똥 그 자체의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똥을 비유한 관계와 상황을 이야기하는 에피소드도 흥미진진합니다.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이들을 두고 똥 싸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라고 말하고, 어려운 처지에 혼이 날 지경일 땐 피똥 쌀 지경이라고 말하듯 인생살이를 비유할 때 똥은 빠지지 않습니다. 


절친 사이에 서로의 안부를 묻는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도 똥입니다. 거리낌 없이 변비에 좋은 차를 추천하기도 하면서 똥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함께 있으면 마음 틈틈이 막혔던 숙변들이 쑥하고 밀려납니다. 


먹고 싸야 하는 존재로서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른 스스로의 두 얼굴을 마주하는 <똥변상련>. 똥이라는 한 글자가 가진 매력이 참 묘합니다. 시원한 쾌변처럼 채우고 비우는 일을 순조롭게 해내는 삶을 희망하는 김유례 작가의 똥꼬발랄한 똥=인생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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