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누가 더 좋아요? 가족그림책 3
오리타 리넨 지음, 나카다 이쿠미 그림, 유하나 옮김 / 곰세마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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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진지하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질문을 아이들에게 하는 부모는 없겠지만, 형제자매 집안에서는 "누가 더 좋아?" 질문만큼은 한 번쯤 나오지요. 직접적으로 질문하지 않아도 마음속으로라도 비교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아이들의 단골 질문 "엄마, 누가 더 좋아요?"에 어떤 대답을 하셨나요? 저는 외동아이를 키우고 있고 저도 외동으로 자라 형제자매간의 속 사정을 깊이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사촌들을 보면 우스갯소리로 지나치지 못할 만큼 아귀다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더라고요. 


가장 모범적인 답변이라 생각했던 "다 좋아."라는 말에는 함정이 없을까요. 아이들이 정말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림책 <엄마, 누가 더 좋아요?>는 아이와 어른 모두를 이해시키는 답변을 보여줍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몽글거리게 하는 부드러운 색감과 사랑스러운 그림에 단숨에 반해 이 그림책을 펼쳤는데, 너무나도 멋진 명답변에 저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은 "누가 더 좋아?!"라는 질문을 왜 하는 걸까요? 그림책 <엄마, 누가 더 좋아요?>는 그 질문에 숨은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짚어줍니다. 친구, 형제자매간에 비교하며 부러움과 질투를 느끼는 아이들.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확인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숨어있다고 해요. 보통 다툼이 있을 때 엄마로부터 "그러면 안 돼."라는 말을 들은 아이는 "맨날 나만 혼내고…."라면서 엄마가 나보다 다른 형제자매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 속 시하와 율이도 색연필을 두고 니꺼내꺼 따지다가 결국 "누가 더 좋아?"라는 말을 하게 됩니다. 





엄마는 사과와 귤을 들고 누가 더 좋은지 고를 수 없다는 대답을 하는데요. 그 말에 시하는 귤이 더 좋다고 하고, 율이는 사과가 더 좋다며 똑 부러지게 말하니... 저 같으면 여기서 한번 동공 지진을 일으켰을 것 같아요. 하지만 현명한 엄마의 모범적인 답변은 바로 '다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사과와 귤을 두고도 좋아하는 감정이 다른 것처럼 남매간에 그만큼 서로 다르다는 걸 짚어줍니다. 


좋아하는 음식, 물건, 놀이, 정리 습관 등 서로가 참 많이 다릅니다.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지만 각각의 매력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죠. 


"너희는 같은 곳에 있어도, 서로 다른 풍경을 보여 준단다. 그래서 엄마는 매일 다른 곳을 여행하는 것 같아 즐거워." - 책 속에서


둘 중 하나를 반드시 고르지 않아도, 저마다 가치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엄마, 누가 더 좋아요?>. 단순히 "둘 다 좋아!"라는 말보다 왜 둘 다 좋아할 수 있는지 그 이유를 들려준다면 아이들도 납득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랑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린 그림책입니다. 


장을 보고 들어오는 아빠에게 (흔하디흔한 퇴근하는 아빠 모습이 아니라 식료품이 든 장바구니를 든 아빠 모습이라니! 이런 세심한 장면 하나까지도 마음에 쏙!) 아이들은 사과랑 귤 중에 뭐가 더 좋냐며 묻는데요. 아빠는 뭐라고 대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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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대마도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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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제여객선이 조금씩 재개되는 가운데 대마도 뱃길도 얼른 열리길 기다리는 여행자들이 많을 겁니다. 그날을 위해 해시태그 대마도를 먼저 펼쳐봅니다. 코로나 이후 2023~2024를 맞이하는 대마도 여행책입니다. 


부산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여 달리면 도착하는 대마도는 일본 본토보다 부산이 더 가까울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해외여행지입니다. 낚시 여행, 자전거 여행, 온천 여행, 벚꽃 여행, 단풍 여행, 면세 쇼핑 등 당일치기 여행, 주말에 손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인 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대마도입니다. 


해시태그 대마도 가이드북은 대마도를 처음 가는 여행자는 물론이고 매번 같은 곳만 들르는 여행자들도 만족할 만한 정보가 가득합니다. 대마도 일주를 하려면 5박 6일 정도가 적당하지만, 주말여행으로 다녀올 경우 이동 루트를 최소화하면서 아쉽지 않은 여행을 누리기 위해서는 가이드북에서 추천하는 코스로 계획 세우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대마도 하면 일본 본토의 분위기와는 다른, 시간이 피해 간 듯한 느낌도 듭니다. 화려한 곳은 아닐 거란 생각에 볼 거리 가득한 관광지로서의 기대감은 덜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마도를 알면 알수록 우리나라와는 다른 해외여행 분위기를 내면서도, 쉽게 다녀올 만한 만만한 여행지로서 대마도가 딱인 것 같아요. 


대마도는 2개의 섬으로 크게 나뉘어 있는데 히타카츠와 이즈하라 항구 중 어디로 입출항하느냐에 따라 여행코스가 달라집니다. 성수기와 비수기, 주말과 주중, 여행 기간 등 대마도 여행 계획을 초보자도 쉽게 짤 수 있게 가이드북에서 알려줍니다. 대마도에서도 렌트를 해서 자동차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대신 렌터카를 이용하려면 인수와 반납이 같은 장소여야 하니 입출항을 히타카츠나 이즈하라항 중 한곳만 이용해야 합니다. 


시골길과 같은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도 늘었습니다. 현지 시티투어 버스를 활용해도 좋고, 테마를 정해 골라 다녀도 좋습니다. 프라이빗한 투어를 원한다면 택시투어도 좋습니다. 


대마도의 중심은 이즈하라입니다. 시내가 있는 곳인 만큼 쇼핑이 이곳에서 대부분 이뤄집니다. 관광지 간 이동거리가 멀지 않아 도보 관광을 해도 좋습니다. 대마도의 북섬과 남섬을 이어주는 만관교가 있는 미쓰시마는 공항이 있는 곳이라 후쿠오카 여행과 연계하기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히타카츠는 작은 마을과도 같은데 글램핑 등 예쁜 캠핑장도 있어 솔깃해집니다. 저는 대마도 북서쪽에 위치한 사스나 마을이 맘에 쏙 듭니다. 패키지여행에 포함되지 않는 곳이라 한적한 곳인 만큼 멸종위기 생물이 많이 사는 자연 생태에 반해버렸거든요. 


기대 이상으로 다양한 액티비티가 꽤 많습니다. 남태평양의 휴양지를 방불케 하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만끽하며 해수욕을 즐기고, 바다카약도 체험할 수 있고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가볍게 등산을 즐길 수 있는 산도 많습니다. 다양한 시설을 갖춘 온천도 많습니다.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테마 여행 코스를 소개하기도 해 만족스럽습니다. 


조선통신사가 반드시 거치는 기항지였던 대마도. 덕혜옹주 결혼 봉축 기념비부터 최익현 순국 기념비 등 우리나라 인물들의 흔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먼 일본 본토보다 가까운 조선과의 교류가 더 활발했던 만큼 한국과 연관된 유물, 장소가 많아 역사여행으로 다녀오기에도 손색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외국 대마도 여행에서 유용한 실전 팁이 가득한 가이드북 <해시태그 대마도>. 부산 여객터미널로 이동하는 방법부터 부산 당일치기 여행까지 세심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짧은 일정으로 쓱 다녀오는 경우가 많은 만큼 효율적인 여행 루트를 계획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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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컨슈머 -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온다
J. B. 매키넌 지음, 김하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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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욕구와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더 많이 생산하는 것 또는 더 적게 원하는 것입니다. 부유함 없는 풍요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수렵 채집 문화를 여전히 유지하는 곳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고 사고 또 사고 있습니다. 


실제 필요한 양보다 우리는 옷을 더 많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쓰레기도 많이 나옵니다. 우리의 반려동물도 제몫의 쓰레기를 만들어냅니다. 부유한 국가의 평균 소비량은 가난한 국가의 열세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경우 지금의 생활방식을 누린다면 지구 네 개 이상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 소비를 부추기는 한편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세계는 소비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여기서 소비를 적극적으로 줄이는 디컨슈머가 등장합니다. ​


소비자 이슈, 생태학 문제 등 환경 및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J. B. 매키넌 저자는 <디컨슈머>에서 흥미진진한 사고실험을 합니다. 경제, 소비문화, 환경문제를 아우르며 소비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을요. ​


“어느 날 이 세상은 소비를 멈췄다.” 소비자 4분의 1, 즉 25퍼센트가 쇼핑을 멈출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겨우 10년 전 지출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밖에 안되지만요. 아마존의 일일 택배량이 25퍼센트 감소한다는 건 맨해튼에서 드디어 조깅하는 사람 속도보다 차량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 같지만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봉쇄령으로 세계가 쇼핑을 잠시 멈췄다는 겁니다. 이 시기 온실가스 오염이 역사상 가장 가파르게 줄어들었습니다. 탄소배출량은 소비가 멈출 때 단 7퍼센트였지만 줄어들더라는 걸 확인한 셈입니다. 2050년 탄소배출량 제로 목표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와닿습니다. 2030년엔 45퍼센트를 감소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


저자는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소비의 속도를 늦추거나 경제 성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경제의 동력은 소비입니다. 소비를 줄이면 세계 경제가 초토화될 거라고 다들 우려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디컨슈머>에서는 경제 성장의 종말이 곧 세상의 종말이 되지 않음을, 운명의 날에 영향받을 산업들을 살펴보며 짚어줍니다. 오히려 성장 없는 삶이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더 질 좋은 물건을 더 적게 구매하는 경제를 지향하는 리바이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며 반소비주의를 사용해 디컨슈머 시장을 확대하는 파타고니아 등 과시적 소비 대신 과시적 비소비를 장려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오래가는 제품을 만들지 않는 요즘 시대에 고민해 봐야 할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서비스, 경험은 모두 발자국을 남깁니다. 우리가 소비로 여기는 소비에만 초점 맞추면 안 된다는 것도 짚어줍니다.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소비 외 식사, 세탁, 냉난방,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등 일상의 배경이 되는 소비들에 대해서도 들려줍니다. 





소비습관에 저항하는 네 종류의 집단이 있습니다. ① 친환경 생활방식을 추구하고자 하는 환경에 관심 많은 소비자, ② 돈 절약을 좋아하는 알뜰한 소비자, ③ 돈 쓰기를 싫어하는 구두쇠, ④ 적극적 선택으로 소비를 줄이는 자발적 단순주의자. 이들 중 환경 파괴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집단은 어디일까요. 


④번 집단이 가장 성공적입니다. 2위인 ③번 집단과도 2배 이상 차이 날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보여주는 ①, ②는 의외로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를 뚜렷하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


팬데믹 동안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자연 세계의 복원 증거들도 봤고, 그동안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느라 우리 자신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문화에 뿌리 깊게 박힌 소비자의 사고방식은 이상적 자기와 실제 자기 사이의 괴리를 넓혀왔습니다. 한편 간소한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오히려 아웃사이더로 살아간다는 생각에 시달렸습니다.


이 모든 사고실험을 하면서 저자도 더 질 좋은 것으로 더 적게 갖는 것으로 이행하는 실천을 해봅니다. 물론 잦은 과로는 여전했고, 불안정한 시대에 더 적은 소득으로 살아간다는 생각을 편히 받아들이긴 힘들었다고 토로하지만요. 그럼에도 어떻게 해서든 소비 속도를 늦추는 것만이 지구를 구할 우리의 선택이라는 걸 이 책에서 수많은 증거로 보여줍니다. 


5퍼센트만 소비를 감축해도 두어 해 전의 생활방식으로 되돌아가는 거라 사실 체감되지 않는 작은 변화라고 합니다. 소소한 목표부터 시작해 보자고 합니다. 디컨슈머사회가 되었을 때 우리가 만날 세계는 꽤 괜찮았습니다. 이 세상의 종말이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했던 세상이 종말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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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 노벨상 수상자 24명의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
스테파노 산드로네 지음, 최경은 옮김 / 서울경제신문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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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화학상, 물리학상, 생리의학상, 경제학상을 받은 노벨상 수상자들과 젊은 과학자의 영감 가득한 대화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과 과학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통찰을 안겨주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과학자는 노벨상 수상자가 됩니다. 그리고 린다우에서 날아온 초청장 한 장으로 전 세계 젊은 과학자들이 보덴호 연안에서 열리는 노벨 회의에 참석합니다.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회의는 노벨상 수상자들과 전도유망한 과학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입니다. 저마다 개성 강한 사람들이 모여 과학을 토론하고 인생 경험을 나눕니다.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는 제64회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회의에서 생리학·의학 분야 젊은 과학자로 선정된 뇌과학자 스테파노 산드로네 저자가 과학계 스타 24명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입니다. 


코로나19 검사로 우리에게 익숙한 PCR, MRI의 기초기술이 된 핵자기공명 분광기,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 노화 질병과 관련한 텔로미어와 텔로머레이스 효소의 염색체 보호 기전,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 우주의 가속팽창, 경제성장이론 등 위대한 발견을 이뤄낸 과학자들의 열정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로알드 호프만은 희곡을 발표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과학과 예술을 사랑하고 대중을 위해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은퇴 때까지 거의 매년 1학년을 대상으로 일반화학을 강의하며 방정식 없이도 열역학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그는 미래세대의 과학자들에게 과학에 매몰되지 말라는 조언을 건넵니다. 인생의 도덕적, 사회적, 예술적 측면을 이해하는 노력을 하라고 합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대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건 인문학적 고찰이었습니다. 


인문학이 인생의 여러 문제에 명확한 해답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겸손함, 공감하는 마음, 인간적인 호의가 나름의 역할을 한다는 걸 인생의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교차 결합했을 때 문이 활짝 열릴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화학은 쉬워요.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어렵죠." - 로알드 호프만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의 단골 질문은 바로 스톡홀름에서 노벨상 수상을 알리는 전화가 걸려 왔을 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입니다. 차고에서 자전거 타이어를 고치고 있었다거나, 새벽 시간이라 잠을 자고 있었고, 누군가는 비행기에 있던 와중에 조종실로 가서 무선 통신으로 노벨위원회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연구자로서의 성취를 이루기까지 바탕이 된 인생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배낭여행을 통해 인간적으로 성숙해졌고 자신의 꿈을 명확히 한 노벨화학상 피터 아그리, 생명의 위협을 종종 느낄 만큼 집에서 다양한 실험을 어린 시절부터 하며 꿈을 키운 노벨화학상 리하르트 에른스트 등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젊은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조언도 많습니다. 노벨 생리의학상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는 성차별 문제를 겪고 있는 여성 과학자들에게 공감 어린 조언을 했고, 마틴 챌피는 박사후연구원 신청서 준비할 때 뻔하지 않게 잘 준비하는 법을 예시로 꼼꼼히 알려줍니다. 


노벨수상자들은 자신의 연구나 창의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물건을 노벨박물관에 기증하게 됩니다. 노트, 현미경 등 과학자들의 소중한 물건들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다 보면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의미 있는 물건을 살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반세기 동안 사회과학, 심리학, 철학, 경제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노벨 경제학상 대니얼 카너먼은 의사 결정과 인지 편향에 대한 연구를 해왔지만, 그 스스로도 의사결정에서 실수를 여전히 한다는 웃픈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노벨수상자들도 불안이 가득했던 젊은 시절을 거쳤습니다.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과학계. 실험실 화재로 모든 연구 노트와 문서가 소실되어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했던 노벨 생리의학상 팀 헌트는 그 과정에서 오히려 단순함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배웠다고 고백합니다. 


커리어의 각 단계에서 수많은 위기 때마다 어떻게 대처했는지 노벨수상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젊은 학자들의 부담감이 조금은 덜어질 것 같습니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스럽게, 번득이는 영감을 안겨주며 멘토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직접 마주 앉아 듣는 듯한 인터뷰 방식의 글이어서 까마득하게만 보이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한결 가깝게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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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신박한 정리 - 한 권으로 정리한 6,000년 인류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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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과 중국에 편중된 세계사는 이제 그만! 인도, 중동, 몽골, 이슬람 등 동서양을 아우르는 방대한 세계사를 균등하게 담아낸 세계사 입문사 <세계사 신박한 정리>로 6,000년 인류사 흐름을 잡아보세요.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등 30여 권이 넘는 역사서를 집필한 박영규 저자의 책인 만큼 믿고 읽어봅니다. 


인류의 생존 활동에 관한 모든 기록 '역사'. 객관적 사실을 담았지만 기록되는 순간 이미 가공됩니다. 결국 승자 중심의 역사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아는 세계사는 18세기 이후 승자의 자리를 굳힌 유럽인의 역사관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원시-고대-중세-근세-근대-현대 구분법으로 서술되어왔지요.


하지만 한국사만 해도 봉건제를 시행하지 않았고, 중세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시아 문화권에 적용할 수 없는 시대 구분법 대신 <세계사 신박한 정리>는 경제 활동 중심의 시대 구분법을 사용합니다. 채집시대-농업시대-공업시대-상업시대-지식시대로 말입니다. 반쪽짜리 서양의 틀에 갇힌 세계사 대신 동서양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는 책입니다.


인류가 혁명적인 전환기를 맞이한 농업혁명은 큰 강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동서양 양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 문명의 결합과 확대는 그저 학창 시절 열심히 외운 4대 문명을 간략적으로 요약하는 수준을 넘어, 그 안에 고대 왕국들의 흥망성쇠가 자리 잡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인류 최초의 문자인 쐐기 문자가 언제 어디에서 발명되었는지, 기념비적 기록물로 평가받는 길가메시 서사시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법전인 함무라비 법전은 어느 시대인지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배우니 더 경이롭게 다가옵니다. 고대 국가들의 이름은 낯설지만 베일에 가려진 채 미처 알지 못했던 문명 이야기는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특히 당시 최상급 문명을 형성하며 수세식 화장실과 배수 시설을 갖춘 과학적이고 고도화된 도시를 가졌던 인더스 문명을 재발견하기도 합니다.





인류 문명을 중심으로 살펴본 후에는 동서양 최초의 대제국들을 살펴봅니다. 문명을 가장 먼저 탄생시킨 곳인 만큼 인류 최초로 대제국을 건설한 중동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페르시아, 알렉산드로스 대왕 시절 아프리카까지 아우른 헬레니즘대제국, 인도 최초의 대제국 마우리아, 병마용갱으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진시황이 군림하던 중국 대륙 최초의 대제국 진나라까지. 농업혁명 이후 국가 간 약육강식의 법칙이 적용된 시대를 들려줍니다. 


이후 혼란의 시대가 이어집니다. 새로운 지배자가 끊임없이 나타납니다. 중국 한나라부터 수, 당, 송, 원으로 이어지는 역사 속에서 유라시아 대륙을 제패한 몽골대제국도 탄생합니다. 이 시기 한국은 고조선에서 삼국시대, 남북국 시대를 거쳐 고려에 이르는 역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중국에 형성된 대제국 때문에 아시아 각국은 희생양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일본은 중국 대제국의 흥망성쇠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비교적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합니다. 


유럽 쪽에서는 서양 문화의 뿌리가 되는 유대교와 기독교의 탄생과 함께 권력 투쟁기가 펼쳐집니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로마 번성 시대 이후 흔히 알고 있는 중세시대인 동로마의 비잔티움제국이 1,000년의 역사를 이어갑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중세시대입니다. 이 무렵 중동과 인도 역시 부활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페르시아대제국을 부활시킨 사산왕조를 기점으로 중동의 새로운 지배자 이슬람 왕국들이 탄생하고, 인도에서는 쿠샨왕조를 바탕으로 굽타왕조 시대에 이르러 다시 한번 인도 대제국을 형성합니다. 


유럽에서는 르네상스, 종교개혁 등 변혁의 바람이 불면서 중세시대는 막을 내리고 시민혁명의 막을 열게 됩니다. 과학혁명 역시 변화의 원동력이 됩니다. 이런 기술 발달은 선박의 발전을 가져왔고 이는 또 대항해시대를 가능하게 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유럽의 팽창과 침략 시대를 맞이합니다. 유럽의 상선은 동아시아 지역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치열한 내전을 겪고 있었던 일본에 조총이 등장하며 철포 전쟁의 시대가 열린 겁니다. 그로 인해 전쟁 없는 평화시대를 유지하던 조선은 일본 군대의 침략 앞에 속수무책으로 붕괴됩니다. 


식민지 확대에 혈안이 된 유럽 열강들의 쟁탈전은 발칸전쟁과 제1차 세계대전을 낳았고, 오늘날까지도 그 영향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공황의 여파를 잠식하기 위한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상업시대가 열립니다. 자유무역시대를 거치며 무역 시장은 국경을 무너뜨렸고 이후 경제의 중심은 점차 지식 집약 형태의 4차산업으로 이행했습니다. 세계 경제구조가 변화되는 양상을 짚어주며 오늘날의 정보 전쟁 시대의 핵심을 이해하게 됩니다. 


동서양을 아우르고 있는 책이지만 이 책에 이름 한 번 등장하지 않는 나라도 수두룩합니다. 모든 나라의 역사를 다루진 않습니다. 세계사라는 큰 덩어리로 봤을 때 중요한 영향을 끼친, 나비효과를 일으킨 역사적 사건은 잘 설명하고 있어 말 그대로 흐름을 꿰뚫는 데는 탁월한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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