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머니로드 - 돈의 흐름을 바꾼 부의 천재들
장수찬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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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금융 교육에서 벗어나 재미있는 역사 스토리텔링으로 금융 이해력을 키울 수 있는 <조선의 머니로드>. 기대 이상으로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입니다. 누구나 부를 꿈꾸지만, 정작 우리의 금융 리터러시는 썩 좋은 편이 아니라고 합니다. 경제 대국이라 불리는 선진국일수록 오히려 자만에 빠진다고나 할까요. 디지털 금융 전환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공교육에서도 제대로 된 금융 교육을 만나기 힘듭니다.


우리는 돈이 만들어낸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역사 커뮤니케이터 장수찬 저자는 이 세상을 이해하려면 돈이 탄생한 역사부터 살펴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인간 군상이 일구어낸 돈의 정치, 화폐의 흐름, 부의 비밀을 담은 <조선의 머니로드>를 읽다 보면 돈이 어디로 모이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부의 속성의 이해하게 됩니다.


시장경제의 새싹은 명나라의 조선 출병에서 돋아났다?! 무슨 이야기일까요. 조선은 당시 물물 경제 시스템이었습니다.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았고, 화폐도 통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임진왜란에 참전한 명나라 군이 군수물자를 보급 받아야 하는데 갖고 있던 은화를 쓰고 싶어도 쓸 곳이 없으니 쫄쫄 굶게 생긴 겁니다. 급하게 요동 상인들을 불러들여 해결합니다. 이때 들어온 요동 상인들이 눌러앉아 점차 조선 전역에서 은화가 통용되고 조선에 화폐경제 개념이 안착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임진왜란 이후 우리도 상비군 형식의 군대를 만듭니다. 재정력이 막강한 나라도 아니었으니 돈 먹는 하마 신세인 군대가 스스로 군비를 조달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탁월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펼쳐 보였다고 합니다. 여러 사업을 벌였는데 서적 출판 사업도 있었습니다. 당시 인싸였던 안평대군이 쓴 인쇄본도 출판하며 사대부들 사이에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팔릴만한 책을 전략적으로 선정하는 안목, 수요자 중심 마케팅 전략을 펼친 겁니다.


게다가 동전도 발행할 수 있었습니다. 군수 공장이 있었기에 돈을 주조할 수 있었던 겁니다. 돈을 주조해 이익을 취하는 시뇨리지 효과가 군비 증강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그런데 돈 좀 버는 군대를 왕이 가만 놔둘리 없습니다. 점차 통치를 위한 금고로 전락하게 됩니다. 수원 화성 건설 당시 축성 비용을 군대에 떠넘기며 노론 세력의 군부대를 와해하는 전략으로 이용한 정조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이처럼 조선 시대에 돈을 주조한 관청은 군영이었기에 부유한 엘리트 군인들이 탄생되었고, 그들이 주도한 유흥 문화는 내수 경제 진작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경제력과 권력이 생기니 제주에도 기와집이 등장할 정도입니다.





코로나19로 현금을 쟁여놓다 보니 오만 원 권이 시중에서 실종될 지경이 되었는데 이와 유사한 흐름이 조선 후기에도 있었습니다. 바로 고전소설 <흥부전>에서 그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금 부자 놀부는 이자놀이를 하는 사람입니다. 고리대금업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려 서민 털어먹기 방식으로 부를 쌓았습니다. 쌀이 부족한 춘궁기에 쌀 대신 돈으로 빌려주고 추수기에 이자를 포함해 갚게 했는데, 갚을 때는 현물인 쌀로 갚아야 했다고 합니다. 가을철엔 쌀 가치가 낮아지니 원금보다 몇 배나 많이 갚아야 했던 겁니다. 돈이 돈을 낳는 화폐의 본질과 속성을 이해했기에 등쳐먹을 수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놀부는 이미 소득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사람이었습니다. 흉년이 들면 토지를 구입하고, 급매로 나온 저렴한 노비를 매입해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다양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흥부전>은 권선징악 교훈을 알려주는 소설이 아니라 화폐경제 안에서는 돈이 돌고 돌아야 한다는 준칙을 알려주는 소설이라는 저자의 평이 흥미롭습니다.


조선사뿐만 아니라 서유럽 금융 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올린 템플 기사단 이야기 등 여러 나라의 이야기도 함께 나오니 읽는 맛이 풍성합니다. 템플 기사단과 필리프 4세의 치열한 밀당 스토리는 예전에 읽은 로판 <실버 트리>의 배경이라 소설로 배운 셈인데, 이번 기회에 역사적 팩트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21세기 빅테크와 같은 모습이 18세기 조선에도 있었다고 합니다. 한강 변 주막집 주인의 창고들은 장사꾼에게 물건값의 1% 금액을 보관 수수료로 받아 일명 물류센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몰리니 자연스레 돈놀이도 하게 됩니다. 금융업이 탄생합니다. 가입자 상대로 쇼핑몰을 개설해 플랫폼 수수료를 챙기고 핀테크 금융업도 하는 요즘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역사적 교훈이 가득합니다. <조선의 머니로드>를 읽으며 그때나 지금이나 부의 천재들은 기막히게 돈의 흐름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란 걸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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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 - 50대 구글 디렉터의 지치지 않고 인생을 키우는 기술
정김경숙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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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쉰 살에 구글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로 떠나 현재 구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디렉터로 재직 중인 정김경숙. 느리지만 작은 성공을 쌓아 꾸준히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구글러입니다. <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에서 초심을 유지하며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의 비밀을 들려줍니다.


30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정김경숙 저자. 원하는 커리어를 개척해나가며 직장인의 삶을 살면서도 자기 가치관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와 긍정으로 삶을 채울 수 있었는데는 몸과 마음의 코어 근육을 튼튼히 한 '체력' 덕분이라고 합니다. 경기 30초 만에 전광석화로 패배하지만 14년 넘게 검도를 하고 있고, 아직도 제대로 소리를 못 내는 대금을 7년째 하고 있습니다. 최고령 라인에 들어선 구글러가 될 수 있었던 건 자기만의 속도를 지키면서 삶을 꾸준히 확장해나갔기에 가능했습니다. 


대한민국 평균 은퇴 나이 49.3세. 남들은 은퇴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할 시기에 정김경숙 저자는 실리콘밸리행을 결심했습니다. 직원 15명 안팎에서 수백 명 규모로 성장한 구글코리아 초창기 멤버로 알파고 대국 때도 무대 뒤편을 분주히 뛰어다녔던 저자는 50대에 다시 구글 미국 본사의 신입 사원이 된 겁니다. 그것도 구글 행사에서 용감하게 아이디어를 제안했던 신생 팀 자리에 채용되면서 말입니다. 당연히 걱정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이 쉰 살이어서 못 가겠다가 아니라, 내 나이 쉰 살이니 지금이라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고 합니다. 300만 달러만 들고 갔다가 신용점수가 없어 신용카드 신청이 안 된 바람에 동료가 빌려준 돈으로 궁상맞게 미국 살이를 시작했던 제로베이스 상태를 거치기도 했지만 그의 도전에 그 무엇도 걸림돌이 되지 못했습니다.


잘하지 못해도, 실패에 부딪혀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단단하게 버틸 수 있게 한 건 몸과 마음의 체력이 탄탄했기 때문입니다. 50년간의 물 공포증을 구글 캠퍼스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없앴습니다. 올여름엔 라이프가드 자격증에도 도전한다고 합니다. 마흔 살에 검도를 시작해 쉰 살에 검도 4단을 딸 정도로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운동에서만큼은 실력과 꾸준함이 비례하지 않지만 그 정도는 쿨하게 인정합니다.


우리의 삶에 안 되는 이유만 따지며 포기하는 경험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그까짓 수영, 뭘 그렇게까지 해" 하는 순간 나는 그냥 맥주병으로 남고, 직장생활에서 "뭘 그렇게까지 해" 하는 순간 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남게 되니 저자는 늘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되기를 지향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끈질기게 하는 것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고, 그렇게 쌓인 경험들이 나를 지치지 않게 하고, 성숙하게 삶을 이끄는 무한한 에너지가 되어주더라고 합니다.


일에 대한 권태, 지겨움만 남은 보어아웃 상태일 때는 업무를 확장해 보라고도 조언합니다. 더 일을 많이 하라는 게 아니라 기존에 업무에서 일정 비율만큼을 다른 분야에 열정 쏟다 보면 자존감을 되찾는 계기가 된다고 합니다. 하고 있던 일에서 한 발 떨어져서 시선을 돌려보는 겁니다. 물론 포기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도 열패감보다 내가 가야 할 길을 온전히 찾았다는 기쁨을 누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포기하기까지 나름의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하지 않는 겁니다.





체력이 차오르니 더 공부해도 지치는 것도 덜하더라고 합니다. 죽기 전에 영어 한번 잘해보고 싶어서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마흔에 제대로 시작한 영어 공부. 기회의 문을 정말 '좌아아아악!' 열어주기에 영어 실력은 적당히가 아니라 정말 잘하면 좋다고 조언합니다. 대학원 1년 치 등록금 정도의 금액이라는 구글의 자기계발비 지원금을 100% 다 쓴다는 저자는 시간관리도 남다릅니다. 그만의 미라클 루틴 만드는 법이 책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일상에서는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기 어렵다. 성장은 일만 잘한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내일의 내 일을 놓치지 않으려면 매일매일 꾸준히 채우는 자기만의 '채우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책 속에서 


워킹맘들의 힘듦을 잘 알기도 합니다.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할 때 업무 성과가 성에 차지 않아 힘들어하고, 아이랑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죄책감을 가지는 워킹맘. 어떻게 하면 불안하고 흔들리지 않는 워킹맘이 될 수 있는지 소중한 조언을 들려줍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위로 올라갈수록 여성 리더는 적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선을 긋고 포기하게 되는 분위기가 조직 전체에 퍼져나간다고 합니다. 정김경숙 저자가 여성 롤모델로부터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 동력을 배웠듯 그도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되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존경할 만한 상사가 없어도 영역별로, 시기별로 찾아내는 롤모델 이야기가 흥미진진했어요.


갓생을 살고 싶은 이들, 수십 년을 해온 일에 동력을 잃은 상태거나 번아웃에 허덕이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저는 아직 저자만큼의 체력엔 자신있지 않지만... 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깡인데!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걸까 조금하고 불안하다면 우리 삶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 줄 정김경숙 저자의 조언이 힘이 될 겁니다. <계속 가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를 읽는 내내 저자의 유쾌한 에너지가 스멀스멀 밀려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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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사랑 - 유튜브 채널 수다몽이 들려주는 사랑과 욕망의 세계사
수다몽 지음 / 북스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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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접하는 세계사는 사건 중심입니다. 그런데 관점을 살짝 달리해보면 그 사건들에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관심 가진 수다몽은 유튜브 채널 수다몽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이면에 담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부각시켰습니다. 그중 사랑이라는 주제는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수다몽이 들려주는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사랑>, 역사 속 인물들의 사랑과 스캔들이 어떻게 역사에 영향을 끼쳤는지 만나보세요.


조선사에서 악녀로 평가받는 장희빈의 생애와 닮은 사람이 있습니다. 16세기 영국 튜더 왕조 두 번째 국왕인 헨리 8세와 얽힌 여인 앤 불린입니다. 애초에 형수 캐서린과 결혼한 것부터 경악스럽지만, 왕비의 시녀 앤 불린과의 러브스토리는 더합니다. 교황청에서 왕비 캐서린과의 이혼을 허락하지 않자 헨리 8세는 영국 국교회를 만들어버리며 종교개혁을 단행해버렸으니 사랑 때문에 영국의 종교사는 급변하게 된 셈입니다. 당시 이혼 문제를 반대하고 앤 불린과의 결혼식에 오지 않았다며 반역죄로 사형시켜버린 이들이 많았는데 <유토피아>의 저자 토머스 모어가 이때 처형되었다고 합니다. 앤 불린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엘리자베스는 이후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평가받은 엘리자베스 1세로 등극했으니 앤 불린이라는 한 여자가 영국에 남긴 유산이 어마어마하지요.


문제는 헨리 8세의 불꽃 튀는 사랑의 감정이 어찌나 빠르게 솟구치고 사그라지는지요. 약 천 일 동안 왕비였다가 처형당한 앤 불린의 인생을 보면 종교개혁까지 하며 이룬 사랑을 지키지 못한 헨리 8세에게 심히 유감의 감정이 남게 됩니다. 후대 엘리자베스 1세의 위업 덕분에 앤 불린의 평가는 악녀에서 신교의 성인으로 이미지가 바뀝니다. 저자 수다몽은 장희빈의 아들 경종 역시 성군이 되었었다면 장희빈의 이미지도 다르게 평가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마음에 품은 여자 때문에 폐위 위기에 처할 정도로 국고를 탕진한 왕의 사랑도 있습니다. 어떤 악명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감정을 가슴 깊이 품고 있었던 바이에른 왕국 루드비히 1세의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나의 불행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오."라는 글귀가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죽음조차 갈라놓을 수 없는 영원불멸의 사랑을 한 왕도 있었습니다. 14세기 포르투갈의 페드로 1세는 왕자 시절 만난 시녀 이네스와의 사랑을 모두가 반대하며 급기야 페드로가 사냥 간 사이 이네스를 처형해버리는 일이 생기자, 이네스의 시체를 왕비의 의자에 앉혀 놓고 대관식을 치르는 복수를 해버립니다. 이네스의 사형에 관련된 인물들을 화형에 처하고 도망간 이들도 끝끝내 잡아들인 페드로 1세는 이후 재혼도 하지 않은 채 이네스와의 사랑을 지킵니다. 포르투갈에는 이들의 러브스토리와 관련한 관광 명소도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사랑>은 이처럼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가 그 나라의 역사에 일으킨 파급이 있는가 하면 허영, 물욕, 타락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여인 메살리나처럼 막장급 사랑, 세기의 스캔들이 끼친 영향력도 즐비합니다. 프랑스와 영국 간 백년전쟁도 그 계기가 프랑스 공주이자 영국의 왕비였던 이사벨라로부터 시작됩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정략결혼이 대부분이었던 그 시대에는 근친혼은 물론이고 약혼과 결혼이 무산되기 일쑤에다가 치졸하기까지 한 눈치싸움이 만연했던 결혼시장이었습니다. 특히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의 이야기는 유럽사 곳곳에서 등장하는데요. 마침 조만간 읽을 책이 합스부르크 가문사를 다룬 책이어서 쉽고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진행하는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사랑>에 등장하는 합스부르크 핏줄의 이야기가 더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오스트리아 루돌프 황태자와 연인 마리 베세라의 동반 자살로 끝난 비극의 사랑 때문에 오스트리아의 왕위 계승권이 사촌 동생에게 이어졌는데, 이는 제1차 세계대전을 촉발시킨 오스트리아 제국의 또 다른 비운의 황태자를 낳게 되니 참 파란만장한 세상사입니다.


악녀, 바람둥이 소재가 이토록 많이 모여있는 책이라니 재미없을 수가 없는 책입니다. 남의 연애, 결혼사가 뭐라고 이토록 재밌나 싶겠지만 한 나라의 운명을 휘두를 수 있는 권력자의 사랑은 그야말로 폭탄 급이었구나 싶더라고요. 둘만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에게 얽힌 가문과 나라가 얽히고설켜 그게 바로 우리가 아는 유럽사가 된 거였습니다. 역사의 방향을 바꾼 24가지의 사랑 이야기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사랑>. 또 하나의 관점을 통해 세계사를 배우는 시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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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와 생명에 관한 이야기
오이시 마나 지음, 후카이 아즈사 그림, 김한나 옮김 / 생각의집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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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막내딸을 임신했을 때 여덟 살 큰아들이 "아기는 어떻게 엄마 뱃속으로 왔어?"라는 질문을 했을 때, 어떤 말로 알려주면 좋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가정에서의 성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되면서 영유아 보호자를 위한 성교육 강좌를 열었고, 여러 부모님들과 저자의 실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만든 그림책이 <생리와 생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기라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생리하는 소중한 현상을 연결해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일정한 나이가 되면 한 달에 한 번 출혈하는 것이라는 생리의 개념 정의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생리가 생명으로 연결되는지를 이해한다는 것은 생명 존중을 통해 올바른 섹슈얼리티를 배울 수 있는 여정입니다.


<생리와 생명에 관한 이야기>는 그림은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는 적절한 조합이 잘 된 성교육 그림책입니다. 아기 키울 침대를 준비했는데 아기가 안 왔으니 그 침대를 부숴서 몸 밖으로 내보낸다는 비유 정도면 잘 이해할 수 있겠죠? 예민한 내용을 부끄러워하는 건 오히려 성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는 부모 세대에게서 나타나지만, 실제로 아이들은 편견이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여자라면 다 하는지, 동생도 하는지 궁금해하는 아들처럼 이렇게 엄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은 가정 성교육에서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피가 나올 때 아프지 않냐고 묻는 아들의 다정함이란!





생명 현상의 지식 정보 전달에 치우치지 않고 마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던 그림책입니다. 더불어 몸이 예민해지는 시기에는 학교에서 여자친구들이 힘들어할 수도 있다고 알려주는 엄마의 코멘트도 인상 깊습니다. 만약 남자친구들이 여자친구들을 짓궂게 놀린다면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지도 알려줍니다.


"엄마는 너희들이 부모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아기가 와 주면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한 엄마처럼 아직 어른처럼 아기를 가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아기가 생기면 큰일입니다. 생리를 하면 아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몸의 소중함으로 연결됩니다. 적절한 가정 성교육은 아이의 성 가치관이 올바르게 형성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건 부모도 이해하고 있지만, 부모 스스로도 제대로 교육을 받은 게 없으니 난감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부모도 따라잡기 힘들 만큼 그릇된 방향으로 노출되기 쉬운 디지털 환경에서는 아이의 연령에 맞게 좋은 그림책과 동화책의 도움을 받는다면 수월해질 거예요.


출산율 저하로 인구 감소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기를 반드시 낳아야만 할까요. 아기를 원해도 안 생기거나 뱃속에서 잘 자라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어 만족스러웠어요. <생리와 생명에 관한 이야기>는 생리를 하는 여자의 몸과 마음을 짚어보며 아기라는 생명 탄생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에서 성 가치관뿐만 아니라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단단한 마음까지도 다루고 있는 성교육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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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푼 영화 - 술맛 나는 영화 이야기
김현우 지음 / 너와숲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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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보았다>, <신세계>, <마녀 Part 1, Part 2> 등의 프로듀서 김현우의 술맛 나는 영화 이야기 <술푼 영화>. 술에 대한 전문서적은 아니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술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로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잡는 잡학 에세이입니다. 애주가라면 영화와 어우러진 찰떡궁합의 술을 만나는 반가움이 있을 테고, 애주가가 아니지만 영화 팬이라면 영화의 감칠맛을 더하는 술이라는 장치의 재발견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영화 속 술에 관심 쏟는 김현우 저자와 술을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성욱의 그림 조합이 멋진 <술푼 영화>. 가볍게 분위기를 띄우는 용으로, 실연 극복용으로 인생에서도 때와 장소에 따라 등장하는 술. 인생의 온갖 변주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영화 속에서도 술은 적절하게 등장합니다.


김현우 저자가 손꼽는 인생 영화 중 하나인 배창호 감독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는 가난한 새댁의 남편 기 살리기에 사용된 썸싱스페셜이 등장합니다. 집들이용으로 쇠주나 댓병 사려고 했던 새댁은 동네 슈퍼마켓에서 남편과 직장동료들과 마주치자 이내 썸싱스페셜을 외치게 되죠. 여기서 위스키의 등급을 슬쩍 정리해 줍니다. 발렌타인 17년산, 로얄살루트처럼 15년 이상의 슈퍼 프리미엄급부터 디럭스급, 프리미어급, 스탠더드급 순으로 숙성 시간에 따라 분류된다고 합니다. 썸싱스페셜은 가장 가격대가 낮은 스탠더드급이라 이름처럼 스페셜한 고급술은 아닌 겁니다. 하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90년대 초만 해도 특별한 술로 취급해 줬습니다.





썸싱스페셜 에피소드 덕분에 막걸리, 소주, 호프와 병맥주, 칵테일, 위스키 등에 수없이 노출되었던 20대 시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추억 돋는 시바스리갈, 가짜 양주로 판명된 캡틴큐... 몇 차째인지 세지 못할 만큼 마시고도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자취방에 다들 모여 슈퍼마켓에서 산 양주를 딱 꺼내 마셔댔던 대학생 시절의 객기도 추억이 되었네요.


세상엔 참 많은 술이 있구나 싶을 정도로 처음 들어보는 술 브랜드도 등장하고, 여전히 로망만으로 남아있는 고급술도 만나게 됩니다. N차로 본 영화이지만 술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장면을 이야기할 땐 얼른 다시 그 영화를 보고 싶어 마음이 설렙니다. 클로즈업 되지도 않았던 작은 소주병을 캐치한 김현우 저자의 눈썰미도 대단합니다. 정확한 고증으로 그 시대 술이 등장하는 경우라면 더욱 반갑습니다.


유명 와이너리에서 와인 만드는 과정도 나오고 어바웃 와인이라는 부제를 붙일 만큼 와인에 관한 지식 창고 같은 영화 <사이드웨이>처럼 이 책을 읽으며 두근거릴 정도로 보고 싶은 영화를 수두룩하게 발견하게 됩니다. 영국의 자랑 스카치위스키와 미국의 자존심 버드와이저가 나란히 출연하게 된 배경도 엿볼 수 있었던 <러브 액추얼리>, 영화엔 정작 나오지 않는 장면이지만 시나리오엔 있었던 <신세계>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만나게 됩니다.


폭탄주는 우리나라가 원조인 줄 알았더니 술꾼의 세계는 똑같나 봅니다. 1954년 고전 명작에도 등장했던 맥주와 위스키를 섞은 폭탄주, 보일러 메이커의 역사도 알게 됩니다. 발렌타인 30년산을 따지 않은 채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는데 술맛 당기게 하는 글발 덕분에 하마터면 딸 뻔했습니다. 대신 가성비 좋은 스페인산 와인을 한 잔 때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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