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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탄생 - 책은 어떻게 지식의 혁명과 사상의 전파를 이끌었는가
뤼시앵 페브르 & 앙리 장 마르탱 지음, 강주헌.배영란 옮김 / 돌베개 / 2014년 2월
평점 :
1958년 프랑스에서
초판 출간 이후 한국어판으로는 56년 만에 소개되는 책, 문헌사학의 고전
《책의 탄생》.
인쇄된 책의 출현부터
발전 과정을 다룬 《책의
탄생》은
인쇄술의 기술적인 측면을 살펴보며 인쇄된 책의 출현이
낳은 영향, 15~16세기 책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분석, 책의 변화 등을 담고 있다. 책을 만드는 방식의 변화가 가져온
원인과 결과를 단순히
인쇄술의 역사에 관한 초점에만 맞춘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귀족 중심이던 유럽 사회에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으로서의 책이 유럽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즉 문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녔고 예측했던 목적을 넘어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인쇄술 발명의 토대는
종이의 발전이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헌 옷을 이용해 종이를 제작했는데 수작업 방식에서 기계적 생산방식이 도입되는 과정, 인쇄산업 태동기에
어떠한 기술 변천 과정을 통해 초창기 인쇄본이 성공적으로 인쇄될 수 있었는지 짚어보고, 15~16세기에 더 많은 양을 인쇄해내기 위해 원시적
인쇄방식을 어떻게 개선해 나갔는지 알아본다. 그리고 18~19세기 인쇄술에 있어 어떤 기술적 혁명이 있었기에 책과 신문 수요에 부응할 수
있었는지 살펴본다.
인쇄술의 발달이 미친
영향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데 책의 외형 변화에
끼친 영향, 속표지가 탄생하게 된 배경, 페이지를 표시하게 된 이유, 서체의 변화, 번역본의 왕성한 출판 계기 등 생각외로 그
인과관계가 밀접했다. 유럽을 중점적으로
소개하지만, 우리나라의 인쇄술에 관한 역사도 짤막하게 소개되고 있다.
도서시장 역시 다른
모든 시장과 같은 원리로 움직였다. 인쇄소 환경, 책의 지형도, 독서 수요층, 책의 생산이나 판매와
관련한 직업구조, 원가와 재정조달 문제 등을 살펴봄으로써
인쇄술의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역사는 물론 당시 경제사회사를 엿볼 수
있다.
당시에는 인쇄업자와
서적상들은 사업에 대해서만큼 이나 학식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 인문주의 성향의
인쇄업자와 철학적 소양을 가진 서적상의
시대였다. 문인이나 학자로서
인쇄업에 뛰어든 활동 성향도 높았던 시기라고 한다. 그러다 16세기 말부터 인쇄업자와 서적상들의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하고 동시에 저자와 편집자
사이의 관계도 그 성격이 달라진다. 경제 위기, 인쇄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출판, 인쇄업계 위축 상황에서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일단 살아남는
것이었고 그것은 확실히 팔리는 책을 만드는 일이 급선무로 작용한 것이다. 이후 절대왕정 반대 심화, 종교적 광기가 불타오른 18세기가 되면
투쟁문학의 발달, 신문의 생활화로 철학자들이 출판업자와 다시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철학적 움직임을 확산시키는 데 이롭게 작용한다.
더불어 인쇄산업이
출현하면서 생긴 저자의 권리도 나타난다. 후원자의 그늘에서 벗어난 저자는 책의 판매수익에 연연하게 되며 판매 부수를 높이려는 생각에 질적
생산보다 양적 생산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인쇄술 등장 이후
생산된 인쇄물들이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시기에 이루어진 여러 혁명적 변화에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언어 개혁, 자국어 표준 언어 체계 확립 등으로
인한 대중문화의 시작, 라틴어 입지 약화 등 사회문화적
변화의 원동력으로서의
책의 의미도 살펴본다.
《책의
탄생》은
책에 있어 결정적인
역사적 전환기가 되는 15~16세기의 인쇄본과 관련한
'총체적 역사'를 다루고 있다. 책 그 자체만을 다루지 않고 사회 속에서 책이 맡았던 기능을 고려하며 사상을 보조하던 역할로서 책의 문화적
작용을 다룬다. 그리고 상품으로서의 책,
책을 다루는 사람이나 관련 직업, 책의 지형과 통계에 대한 언급 등 경제에 관한 문제로 접근하기도 한다. 기술적 측면과 아울러 경제, 금융,
사회, 지식, 문화 차원에서 복합적인 역사 문제로서 책의 사회사를 이야기한다.
종합적 시각에서 바라본
역사의 구조적 측면에 관심 가지고 새로운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는 아날학파의 창시자 '뤼시앵 페브로'가 이 책의 구성과 전체적인 방향을 잡았고
앙리 장 마르탱이 집필을 맡았다.
발문,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페이지만 해도 어마어마한 분량이고 주제 자체가
제법
묵직한 책이지만
통계수치 같은 정보전달
부분은 가볍게 읽되 문제 제기 부분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책의 탄생이 가져온 사회경제적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면 생각외로 수월하게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책이란 것 그 자체의 역사를
다루기보다는 사회경제적 측면의 비중을 높게 다룬
만큼 원래 생각했던 내
의도와는 다른 주제의 책으로 판명되었으나.......
인쇄술의 발달로 책의 제본방식이나 폰트 변화 등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까지도 영향을 끼친 부분들을 보며 새로운 관점에서 다양한
지식을 얻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