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끄 라깡 왜! 예수 사랑을 욕망하는가? - 상처를 사랑으로 승화하기

자끄 라깡 왜! 예수 사랑을 욕망하는가? - 정신분석학이 사랑의 존재를 답하다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6년 11월

프랑스 철학자, 정신분석학자 자끄 라깡 (Jacques Lacan)의 유일한 논집 <에크리 Ecrits>를 바탕으로 인간 욕망을 분석하는 책 <자끄 라깡 왜! 예수 사랑을 욕망하는가?>.

자끄 라깡은 말을 통해 욕망, 무의식이 나타난다며 언어를 통한 인간 욕망을 분석하는 이론을 정립한 인물입니다.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에크리>를 윤정 저자는 예수의 사랑으로 자끄 라깡의 개념을 분석해봅니다. 여기서 예수는 신학적 예수가 아닌 인간 예수입니다. 쉽게 말해 일반 심리학 책에서 일상 사례로 분석, 설명하는 것처럼 이 책은 A씨 대신 예수의 사례가 들어갔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종교인이 아닌 저로서는 이 책에 조금 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자기소통상담가이자 시인인 윤정 저자는 상실당한 상처를 찾아 사랑으로 수용하고 스스로 상실시킨다는 '주체적 상실'의 해체심리학과 상실철학을 이야기합니다.  스스로 자기소통할 수 있는 주체를 갖기 위함입니다.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그 결여를 분리하여 자신에게 고백함으로써 진리에 다가갈 수 있다" - 책 속에서

정신분석학의 '거세' 개념은 금지당함으로써 성취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는데요. 태어나는 순간 탯줄거세부터 마지막 죽음거세를 겪으며, 거세라는 고통의 삶을 통해 승화된 결과는 자신을 진실하게 사랑하는 것으로 귀결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삶 속에 담겨 있어야 고통, 이해, 수용이 바탕된 긍정을 할 수 있다고 해요. 이때 환상적 긍정, 긍정 과잉은 경계해야 한다고 합니다.

고통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자아의 주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욕망의 주체인 자아. 상상에 머문 자아가 아닌, 언어로 말해질 수 있는 의미의 삶으로 드러난 자아여야 합니다. 자아가 주체를 가지고 사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나를 사랑할 수 있느냐는 물음과 같다고 합니다. 윤정 저자는 고통과 상처를 예수 사랑으로 회복하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예수는 세상 속에서 상처받지 않으면 살아 있는 사랑의 생명을 만날 수 없음을 삶으로 보여준 인물이기에 그렇다는군요.

"인간이 죽음을 넘어서 주체를 욕망한다는 것은, 죽음을 생명으로 살리려는 욕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욕망하는 주체가 요구하는 인간의 삶은 수많은 거세를 거쳐 존재하는 삶을 알게 한다. 그 느낌의 주인이 되려면 나르시시즘의 욕망을 거세해야 한다." - 책 속에서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굴복당하면 분노, 독언, 충동적 쾌락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킵니다.

대신 상처를 사랑으로 바꾸게 되면, 그만큼 상처가 많을수록 숭고하고 존엄한 사랑의 주체가 되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고요. 윤정 저자는 예수 사랑이란 무엇인지, 왜 예수 사랑처럼 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예수를 욕망하는 생명의 주체로 바라봤습니다. 자기를 사랑해 주기 원하지 않았던 예수, 죽음마저도 거세한 예수의 삶을 통해 지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보여줍니다. 

우리는 현실에서 사랑받고 싶은 상처 속에 머물고 있기에, 사랑받기가 아닌 그 상처를 사랑할 때에야 비로소 자신을 사랑하고 사랑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상처가 사랑으로 승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자끄 라깡 왜! 예수 사랑을 욕망하는가?>. 텍스트 하나하나를 단번에 이해하기엔 쉽지 않은 낯선 정신분석학 용어가 있긴 하지만, 철학 책을 읽는 기분이기도 하고 흥미로운 사례 설명도 많아 전반적으로는 생소해도 읽어낼 만한 책이었어요.

당뇨와 비만 건강혁명 - 잘못된 생활습관 바로잡기

당뇨와 비만 건강혁명 - KBS <건강혁명> 김동석 캠프 대장의 당뇨와 비만 클리닉
김동석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11월

KBS 건강혁명 캠프 김동식 원장의 책 <당뇨와 비만 건강혁명>.

예전에 <체질별 면역밥상>책을 흥미롭게 읽고 두 번째 책이네요. 이번에는 아시아인이 특히 취약하다는 당뇨와 비만에 관한 책입니다.

건강하게 내 몸 유지하며 사는 게 더 중요해진 100세 시대.

성인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소아, 청소년 시기에 이미 생활습관병이 자리 잡은 시점에서 평소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지만 습관 고치기는 어렵기만 합니다. 생활습관 역시 바로잡기까지는 금단 현상이 일어나게 되거든요. 그래도 이런 금단현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실천하면 의지박약이라며 금세 무너지기보다는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당뇨와 비만 건강혁명> 책은 잘못된 생활 습관을 고치려 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당뇨와 비만의 원인, 치료를 그 근본 원인인 생활습관에 집중한 책입니다. 고혈압, 고지혈증도 언급하고, 체질별 음식 처방은 물론 다양한 증상에 좋은 한방차를 소개하기도 하고요.

생활습관병 치료 시작은 해독이라고 합니다. 운동 부족, 영양 과다, 거기에 자연 오염과 독성 물질 노출 등 우리 몸에 쌓인 독소를 제거하는 해독이 먼저 필요한데 마음 해독, 물 해독, 공기 해독으로 구분해 설명합니다.

실천법으로는 면역을 떨어뜨리는 스트레스 관리법이라든지, 질병의 80% 이상이 물과 관련되었다며 좋은 물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피톤치드나 숲 치료의 효능도 소개하고 있고요.

우리 몸의 적정 PH를 유지하는 법도 유용했어요.

산성음식 20%, 알칼리음식 80% 섭취 비율이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평소 즐겨먹는 음식을 보니 대부분 산성음식이더라고요. 설탕, 육류, 초콜릿, 가공음식, 탄산음료, 커피, 술 등이 산성음식이고, 색깔 있는 생과일, 채소, 발효식품, 올리브오일 등은 알칼리음식이라고 하네요.

합병증이 동반되기에 무서운 당뇨병을 극복하려면 올바른 식습관은 물론이고, 운동, 체온 조절 등이 중요했어요. 잘못된 운동법은 당뇨병 환자에게 오히려 독약이라는 말과 함께 올바른 방법을 알려줍니다. 이 책에서는 당뇨병 캠프 참가자들의 개별 솔루션을 소개해 진단에 따른 각각의 해결책을 소개합니다. 개별 체질이 다르니 해결책도 다 다르더라고요. 흔하면서도 중한 질병인 비만에 관해서도 유전자와 관련한 체질에 따라 처방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두통에는 천궁차, 빈혈에는 대추차를 소개하는 식으로 질병 예방에 좋거나 가벼운 질병은 치유 효능까지 있는 한방차 소개도 있어요. 이 책에서 유용하게 건진 정보 중 하나로 물 제대로 마시는 법도 있었습니다. 가능한 한 깨끗한 물을 식후 바로 마시지 말고 식후 30분 이후에 마시면 좋다는데 이건 한번 바로 실천해봐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생활습관병이라는 용어 자체는 좋아하지 않는데, 어쨌든 내 생활 습관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고쳐나가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만큼은 변함없는 사실이죠. 과민하게 건강 염려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너무 내버려 두는 것도 문제 될 수 있어 가끔은 건강도서 읽으며 의식 관리를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신이 만든 것은 어떤 것이든 먹어도 좋지만, 인간이 만든 것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 AK응용근신경학 창시자 조지 굿하트 박사

사찰불화 명작강의 - 국내 최고 최상의 불후의 명작

사찰불화 명작강의 - 우리가 꼭 한 번 봐야 할 국보급 베스트 10
강소연 지음 / 불광출판사 / 2016년 10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감과 감동을 주는 작품들을 명작이라고 합니다.

세계 명화는 눈에 익숙하지만, 우리나라 명작은 얼마큼 알고 계시나요~

천 년 넘게 불교국가였던 우리나라에서는 불교 예술에서 불후의 명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꼭 한 번 봐야 할 국보급 명작 10개를 소개하는 책 <사찰불화 명작강의>에서 먼저 만나보세요.

그림으로써 부처님 세계를 나타낸 불화는 '공덕장엄'의 표현입니다.

모든 무형의 덕행과 유형의 조형이 포함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행위를 불교용어로 '장엄'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나 자신보다 타인을 돕기 위해,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순수한 마음을 내는 '공덕'을 중요시하기에 모든 불교의 조형미술은 공덕장엄의 표현이라고 하는군요.

불교 용어에 낯선 저로서는 새로운 분야의 교양예술 책을 만난다는 느낌으로 읽은 책입니다.

전문적인 내용도 많지만 이 책은 대중을 위한 책이어서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보였습니다.

<사찰불화 명작강의>는 소박한 사찰 풍경을 여행기 느낌으로 들려주면서 작품의 배경, 전설, 의미 그리고 불화의 시대별 차이 등 종교와 미술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최근 <붓다 컬러링>을 하면서 불교미술 특유의 문양을 만나기도 했는데요, 특히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한 문양의 의미도 이 책 덕분에 알게 되었어요. 공덕장엄이 피어올라 가득 채워지는 변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는군요. 그리고 불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연꽃. 진흙탕 속에서 맑고 청정한 꽃을 피우는 연꽃은 번뇌에 물들지 않는 청정한 본성, 진리의 성품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불화는 첫 느낌이 소박한듯하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화려하다는 것도 알 수 있어요.

극세필 기법이 예술 그 자체더라고요. 색감도 참 오묘합니다. 붉은색, 녹색, 황금색, 감색 정도가 주 색깔이어서 단순해 보이면서도 그것들이 어우러져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국내 최고의 걸작이라 평하는 무위사 <아미타삼존도>, 석가모니 부처님의 대표적 설법 장소 영산에 무수한 청중들이 모인 일화를 그린 <영산회상도>, 팔공산 동화사 <극락구품도>,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용문사 <화장찰해도>, 장대함 속에 섬려한 맛이 살아있는 쌍계사 <노사나불도>,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 주요 장면을 그린 법주사 <팔상도>, 그림에서 자비를 느낄 수 있는 운흥사 <관세음보살도>, 공주 갑사 <삼신불도>, 김천 직지사 <삼불회도>, 근대 불교미술의 보고 안양암 <지장시왕도>까지 마음이 정화되는 이야기와 함께 불후의 명작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장시왕도>의 지옥 풍경이 흥미진진했어요.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저승 편을 재미있게 봐서 더 관심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불교미술의 방대한 지식을 한 번에 접하기보다는 그중 불화를 통해 불교미술의 가치를 접할 수 있는 <사찰불화 명작강의>. 이 불후의 명작들은 우리나라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불화라는 데 의미가 더 큰 것 같아요.이 불후의 명작들을 우리나라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쎈연산 6-1 연산에서 틀리면 너무 아깝잖아!

쎈연산 11권 초등 6-1 (2018년용) ㅣ 쎈연산 (2018년)
홍범준.신사고초등콘텐츠연구회 지음 / 좋은책신사고 / 2015년 11월

연산문제집은 아이들 성격에 따라 아주 좋아하거나 혹은 질려 하거나. 극과 극을 달리는 것 같아요. 연산 실력이 탄탄하지 않으면 시험 칠 때 시간 부족으로 다 못 풀고 제출하기도 하더라고요. 우리 아이가 단원평가 때 제대로 그런 경험이 있는 ㅠ.ㅠ 그 이후 애가 정확하게 빨.리. 푸는 연습을 스스로 하려고 하더라고요. 역시 한번 데어봐야 아는.

연산문제집은 문제집마다 별 차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문제 유형이나 난이도, 문제 수, 하물며 편집 구성에 따라 아이의 선호도가 미묘하게 차이 나더라고요. 이번에 쎈 시리즈를 처음 접해봤는데 아이 반응은 괜찮았습니다.

만화 스토리텔링으로 해당 단원 학습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요.

쎈연산은 매일 두 쪽씩 풀게끔 1일차, 2일차... 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5학년 2학기 분수의 나눗셈이 그대로 6학년 1학기 수학의 기본으로 들어가는지라 5학년 2학기 기말고사 준비용으로도 딱 좋아서 겨울방학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먼저 풀게끔 했어요.

교과서 속 쎈 연산 코너는 딱 한 문제로 아주 임팩트 있게.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를 연계해 수식이 아닌 서술형 문제 방식을 함께 보여줘 이런 식으로 응용된다는 걸 아이가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문제를 풀기 전에 앞서 학습내용 팁이 일러스트로 간단히 소개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저는 쎈연산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저 작은 그림 하나가 개념을 한눈에 잘 표현하더라고요.

연산문제집에도 QR코드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네요. 매차 시마다 개념 동영상 QR코드가 있어 스마트폰으로 바로 개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 은근 도움 되더라고요. 연산 원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저 연산 문제 풀이에서 끝내는 게 아니라 기본 개념 학습까지 가능하니 일석이조였어요. 로그인 같은 것 필요 없이 그냥 스마트폰에서 QR코드 찍기만 하면 연결되니 편하기도 하고요.

연산 실력을 키우면 더욱 자신감 있게 수학 문제를 접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초집중해서 풀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단순한 사칙연산 외 측정, 통계, 도형 영역에서도 필요한 연산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겠더라고요. 아이의 수학 능력에 따라 연산 문제도 오답노트를 작성해도 되고, 정확하긴 한데 느린 경우에는 속도를 좀 더 치중하고, 아직 서툴다면 동영상으로 연산 원리 공부하면서 차근차근 풀어나가도 됩니다.

연산에서 실수해 틀리면 정말 아깝다는 말이 나올 정도잖아요. 그러면서도 연산 훈련은 은근 무시하는 영역이기도 하고요. 꼼꼼하고 정확하고 빠르게! 바탕부터 잘 다져놔야겠습니다.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 한 생물학자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긴 회고록

[세트]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 전2권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올해 75세로 인생의 말년에 접어든 리처드 도킨스의 회고록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생물학 분야에 낯선 대중에겐 그의 이름은 몰라도 한 번쯤 들어봄직한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입니다. 건강이 썩 좋지 않은 그에게 이번 자서전은 스스로에게도 의미가 깊어 보이고, 대중과학도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자서전 1권 어느 과학자의 탄생에서는 유년 시절 이야기와 생물학에 입문하는 과정, 학부 시절 연구한 것들 그리고 그의 첫 책이자 스테디셀러가 된 <이기적 유전자>의 탄생까지 다룹니다. 자서전 2권에서는 본격적인 그의 학문적 업적 이야기가 나오고요. 

회의주의자에 무신론의 아이콘인 리처드 도킨스 명성 때문인지 좀 완고해 보이고 꼬장꼬장한 성격일 것 같았는데 자서전 1권 읽으면서 생각지 못했던 다른 면을 많이 봤습니다. 은근 유머감각 있고 재미있는 분이더라고요.

어린 시절 아프리카에서 보낸 이야기, 옥스퍼드 진학할 때 전공을 생화학에서 동물학으로 바꾼 일, 학부시절 튜터 제도의 장점을 톡톡히 받아 지금의 그가 되기까지 유년시절부터 70세 생일 만찬때까지를 회고해봅니다.

인생에 영향을 준 중요한 조언자들과 동료들을 만나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면서 인생 전반부의 마침표를 찍을 책 <이기적 유전자>가 탄생하기까지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가득한 1권. 그리고 2권에서는 그의 대표 책들이 탄생한 과정과 과학계 거장, 신학자들과의 논쟁, 대화가 담겨있습니다. 

특히 12장 '과학자의 베틀에서 실을 풀며'에서는 주제가 어떻게 연속적으로 발전되었는지 그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볼 수 있어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더 많은 이야기를 원했던 독자라면 만족할 만한 장입니다.

그와 학문적으로 논쟁이 잦았던 스티븐 제이 굴드와의 일화는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색인을 통해 농담했던 부분은 정말 놀라웠어요. 그래도 리처드 도킨스는 스티븐 제이 굴드에게 전화로 스티브라 부르며 개인적인 조언을 들을 정도로 인간적인 면에서는 존중한 사이였다는 걸 짐작하게 됩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그와 다시는 논쟁할 수 없다는 것을 아쉬워하는 속내를 비추기도 하고요.

철학적 논증이 탁월한 <확장된 표현형>, 진화의 증거를 체계적으로 펼친 <지상 최대의 쇼>, 어린 독자들을 겨냥하고 쓴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등 35세에 쓴 첫 책 <이기적 유전자> 이후 과학의 대중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 힘썼던 리처드 도킨스.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은 그의 개인적인 면모를 보고 싶은 독자 혹은 그의 학문적 업적의 배경을 보고 싶은 독자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구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열정 가득했던 그의 삶은 이제 인생 말년을 지나고 있습니다. 자서전이 나오니 독자 입장에서는 벌써 마음이 심란합니다. 이 책이 그의 마지막 책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