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콘서트 : 핵, 과학이 만든 괴물 - 지식의 신세계로 떠나는 오싹한 호기심 여행 잡학 콘서트 시리즈 1
공공인문학포럼 지음 / 스타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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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잡학 상식을 찾아 정리하겠다는 목표로 공공인문학포럼의 잡학 콘서트 시리즈가 나왔네요. 첫 번째 책은 '핵' 이야기입니다.


현재 인류의 장래를 좌우할 운명 키워드는 핵, 에너지, 이슬람, 테러입니다. <핵, 과학이 만든 괴물>에서는 핵무기 탄생 과정, 핵보유국 실태와 국제정치에서 핵 개발과 핵무기 보유의 의미, 원자력이라는 에너지로서의 가치 등은 물론 북한 핵에 관한 궁금증까지 담은 책입니다. 핵의 기초 상식을 넓게 다뤄 일반인이 접할 수 있게 했네요.




인류 최고이자 최악의 발명품 원자폭탄. 원자핵을 이용해 핵분열에서 나오는 많은 에너지를 얻어 내기 위한 연구로 시작합니다. 연쇄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우라늄 원자핵을 찾은 이후 독일 나치스의 원자 폭탄 연구를 경계해 미국이 먼저 개발해내야 하는 정치적 이유가 깔려 있었죠. 

레오 실라르드는 당시 영향력 있던 아인슈타인의 서명을 받은 편지를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보내고, 이는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한 미국의 국가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으로 이어집니다. 원자폭탄 개발의 3대 주역으로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페르미를 손꼽더라고요.


무시무시한 위력의 원자폭탄 개발 이후 강대국 몇 나라만 핵을 보유하는 NPT 체제로 돌입합니다. 그러다 보니 몰래 개발 추진하거나, 경제 제재에도 불하고 핵을 보유하는 나라가 생깁니다. 제각각의 이유로 핵 개발과 핵 보유를 원하게 되죠. 




북한 핵에 관해서는 이 책에서 경계 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잡고 진행합니다. 같은 민족이니까, 설마? 하는 심정이 사실 대부분인 낙관주의로 우리는 북한 핵을 대하고 있습니다. 워낙 베일에 싸여있다 보니 일반인은 뉴스에서 전달하는 수준 정도로만 알고 있기도 하고요. 게다가 미국의 핵우산에 기댄 한국 실정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북한은 핵을 자신들의 마지막 보루처럼 생각해 매달리는 현실입니다. 북한 핵 무기의 위력이 낮다는 것을 안심해도 되는 상황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 정도여도 투하 반경 수십 킬로미터 이내는 초토화되고 수십만 명의 사상자를 내는 위력이라고 해요. 공중 요격할 수 있다 해도 요격 후 피해도 만만찮습니다. 북한의 짧아지는 핵실험 주기의 의미는 무엇인지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2의 히로시마가 될지도 모르는 가상 시나리오까지 다루고 있어요.


1945년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이야기는 요즘 세대에겐 실감 나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어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건은 조금 더 생생하게 다가올는지. 무엇보다 올해 경주 지진으로 우리나라 역시 원자력발전소가 그 주변에 숱하게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석유에너지의 약 230만 배로 큰 에너지가 생성되는 원자력 에너지. 이제 에너지로서의 가치는 더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테죠. 핵 안전지대라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핵무기 공격에서 살아남는 요령도 알려주는데 사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알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생사 갈릴 수도 있으니. 핵 공격 외에도 화학, 세균 무기 공격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비닐봉지와 테이프로 환기구 밀폐하는 요령은 소소하지만 아주 중요한 부분이더라고요.




핵을 소재로 한 영화도 소개하면서 할리우드 영화의 가벼움을 꼬집기도 합니다. 핵 불감증으로 만들기 좋은 수준이죠. 


잡학 콘서트 <핵, 과학이 만든 괴물>은 핵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때 백과사전처럼 활용하기 좋은 구성입니다. 기초 지식 전혀 없는 일반인이 읽어보기 괜찮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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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중학생이라면 꼭 알아야 할 영문법
전나리 지음 / 원앤원에듀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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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예비 중학생 영문법 <예비 중학생이라면 꼭 알아야 할 영문법>.

초등 고학년부터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초5 아들녀석이 스스로 찾아 읽더라고요. (학교 들고 다닙니다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헐~) 뭔가 코드가 맞은듯싶네요. 알고 싶은 욕구 있을 때 마침 이 책 잘 만난 것 같아요. 


어휘와 표현을 뜻이 통하도록 잘 연결해주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규칙이 영문법입니다. 

초등 고학년 영어시간에도 영문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어요. 요즘은 형용사 파트 하더라고요. 셀 수 있는 명사와 셀 수 없는 명사 같은 것도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명사와 대명사 부분에서 깔끔하게 정리해둬서 우리 아이가 좋아하네요. 




영문법 개념 원리를 설명해 외우지 않고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있고, 이 문법 규칙들이 문장에서 어떻게 쓰이면서 실제 문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독해 원리까지 나와요. 


~해요, ~한답니다 문체여서 아이가 딱딱하지 않게 받아들이더라고요. 한 장 한 장 공부하듯이 파고들기보다는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쭉 완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아리송한 부분은 일러스트로 다시 알려주고 있고, 그림으로 한 번에 정리되기도 하면서 한 눈에 보기 쉽게 이해 잘 되네요. 


명사와 대명사, 동사, 시제, 조동사, 형용사와 부사, 동명사, to 부정사, 수동태, 접속사 등 기초 영문법을 읽었다면 문장 구조 이해와 독해 연습을 위한 첫걸음인 주어, 동사, 목적어, 보어 등 문장의 요소를 설명합니다. 




영어 어순은 우리말과 달라 영어 문장의 순서와 배열을 알려주는 문장 구조를 이해하면 확실히 영어 읽기가 수월해집니다.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하는지도 감 잡게 되고요. 영어 지문 읽기 연습에서는 모르는 단어를 어떻게 추측해내는지 연습할 수도 있고요. 일단 제가 먼저 완독해보니 영어 단어와 숙어를 많이 알수록 이 책을 읽어나가는데도 도움 많이 되겠더라고요.


영어를 설명해주는 규칙의 특징과 개념인 문법. 

초등 고학년 영어는 집에서 공부하려니 좀 막막하긴 하더라고요. 프린트물 받아오는 것으로 공부하고 시험 치는 수준인데 그것조차 뭔가 뚝뚝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랄까. 그러면서도 시험엔 문법 문제가 마구 등장하니. 암튼 엄마와 함께 다른 과목처럼 공부하기엔 뭔가 애매한 초등 영어여서 이 책 즐겁게 읽고 있어요. 영어 문법 흐름 잡기 괜찮은 수준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중학영어 뼈대도 튼튼히~! 


"문법을 안다는 것은 무엇보다 이해하고 있는 지식을 문장과 말속에서 실제로 활용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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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해부도감 - 인간과 자연이 빚어낸 결실의 공간, 농장의 모든 지식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담다 해부도감 시리즈
줄리아 로스먼 글.그림, 이경아 옮김 / 더숲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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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도시에서만 살아온 저자가 자연을 탐구하면서 배운 것들을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표현한 책 <농장해부도감>. 남편 부모님의 시골 생활 덕분에 자급자족의 농장생활에 관심 갖게 된 저자. 온통 눈이 휘둥그레지는 일 뿐이었다고 해요. 자연과 인간의 합작품인 농장을 통해 자연을 들여다보고 인간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낯선 농장 생활을 낱낱이 파헤칩니다. 흙이 주는 고마움을 먼저 느끼죠. 다 비슷해 보이는 흙도 물질의 구성과 질감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한다는 걸 알게 되고, 왜 흙에서 식물이 자라는지 흙의 힘을 배웁니다.

 

그저 일러스트만으로 구성된 방식이 아니라 소소한 팁이 소개되는데, 방풍림이 집에서 얼마큼 떨어져야 시원함과 따뜻함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지, 구름을 보며 날씨를 예측하는 법, 밭갈이 요령 등 자연을 관찰하고 농장 생활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알려줍니다. 외국 농장하면 뭔가 빨간 헛간의 목가적 풍경이 그려지는데, 헛간 지붕도 모양에 따라 제각각 이름이 다르더라고요.

 

 

 

과수원의 나무는 무조건 같은 품종인 줄 알았는데, 벌의 수분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두 가지 이상의 품종을 심어야 하고, 두 품종의 간격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책 읽다 보면 왠지 농장 하나 지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어떤 부분은 참 시시콜콜한 것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축 동물의 종류, 가축우리도 하나씩 살펴봅니다. 닭은 달걀을 얻기 위해 키우는 닭과 고기를 얻기 위해 키우는 닭의 품종이 또 다르더라고요. 소, 돼지는 정육점에서나 보던 부위별 그림도 나오고요 ㅋㅋ

다양한 농기계들 편에서는 자동차 변천사처럼 농기계 변천사를 보여주고 있고 바퀴 달린 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도 좋은 책이더라고요.

나무 베어 넘어뜨리기, 장작 만들기, 장작 쌓는 법 등은 물론이고 흔한 시골 음식도 가득 나옵니다. 식물 이야기도 빠질 수 없죠.

 

 

 

전작 <자연해부도감>이 출간되었을 때 구입해뒀는데, 이것도 시리즈인가 봐요.
이번 <농장해부도감> 다음에는 <음식해부도감>이 예정되어 있다네요. 시리즈는 또 다 깔맞춤해줘야 하는지라 ^^


시골에서 접할 수 있는 거라면 거의 모든 것이 다 있는 것 같아요. 한글판에서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추가 정보를 코멘트 해 뒀지만, 이 책은 철저히 미국식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 해부도감 시리즈를 소장하게 되는 이유는 일러스트가 가득하고 어쩌면 시시콜콜한 팁들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자연과 친하지 않은 우리 실생활에서 자연이 주는,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배운다는 게 의미 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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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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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대넓얕 채사장 작가님의 책 <열한 계단>을 가제본으로 먼저 만났습니다. 이번 책도 기대한대로 엄지 척! 묵직묵직하면서 울림 주는 인문서입니다.

 

<열한 계단>은 채사장의 삶에 영향 미친 지식 탐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추상적인 느낌인 내면의 성장과정이라는 것이 열한 계단이라는 제목처럼 한 계단씩 올라가면서 선명하게 보이는 기분이 들어 신기했어요. 여기서 말하는 계단은 내가 믿었던 세계입니다. 한 계단을 넘어서는 것은 다른 세계를 접하며 성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계단은 '책'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런데 자기에게 익숙한 책만 읽게 되면 다른 세계의 계단을 오를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죠. 내 세계의 전부라 믿는 계단에 머물러 있기만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채사장은 어떻게 다양한 세계관을 탐험하는 걸까요.

 

 

 

바로 불편한 책이었어요. 불편한 책이란 우리가 처음 몇 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불편하고 반감 일으키는 책을 말합니다. 기독교인이라면 다른 종요에 관한 책이 될 수도 있고, 무신론적인 철학이나 과학에 대한 책이 될 수도 있어요. 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는 불편합니다. 불편한 세계의 지평을 넓히는 방법은 불편함을 선택하고 극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불편하게 만드는 책을 선택해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런 방식으로 접하니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채사장은 고2 때까지 책 한 권 읽은 기억이 없었다는데, 고3을 맞이하는 겨울방학 때 누나 방에 꽂힌 책 중 그럴싸해 보이는 것을 골라 읽어봤다고 해요. 힘겹게 읽어낸 그 책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 사건이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참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세계관을 흔드는 인생책을 만났으니 말입니다. <죄와 벌>의 주인공 로쟈를 통해 인간의 의지와 실천으로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해 보인 겁니다. 내 삶의 주인이라는 자존감이 생기면서 공부에도 열정이 생기게 됩니다.

 

"충분한 시간과 경험이 주어지지 않은 가운데, 자신의 궁극적인 모습으로 한 번에 도약하는 사람은 없다. 인생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자신만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 책 속에서.

 

 

 

문학에서 삶의 이유와 목적을 찾아 나섰던 첫 번째 계단. 하지만 정확한 정답을 갈구하던 그에게 문학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낍니다. 두 번째 계단에서는 삶의 의미와 목적을 구원에서 찾아봅니다. 그 구원의 방법을 성서가 알려줄지도 모른다며 성서를 읽어봤지만, 곧바로 얻거나 해결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세 번째 계단, 붓다의 구원 방식을 통해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구원을 탐구하고, 니체를 통해 구체적인 현실과 실존하는 인간의 존재에 관심 가지며 네 번째 계단 철학이라는 지식 탐구 단계까지 이릅니다.

 

종교와 철학에 대한 신뢰는 주관적이라 객관적 세계가 필요함을 깨달으며 다섯 번째 과학 계단을, 현실 너머의 세계를 꿈꾸며 이상주의자로서의 여섯 번째 계단을, 사회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길목에서는 현실이라는 일곱 번째 계단을 밟습니다. 이렇게 주관과 객관을 탐험하고, 이상과 현실의 대립을 겪으며 결국 삶에 감사해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여덟 번째 계단까지 오릅니다. 삶을 넘어선 곳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해서 죽음이라는 아홉 번째 계단을, 자아의 실체를 탐구하는 '나'라는 열 번째 계단을 거쳐 이제 마지막 한 계단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지만 아직은 가려져있다는 열한 번째 계단인 초월 단계. 세계란 내 마음의 반영이며 나의 의식에 의해 구성된 산물일 뿐임을 깨닫고 있으니 채사장 스스로는 아직은 가려져있는 계단이라 말하지만 반쯤은 디딘 상태겠지요. 

 

모든 계단 앞에서 채사장은 먼저 질문을 합니다. 과학은 믿을 수 있는가, 이상적인 인간이란 무엇인가, 왜 살고 있는가 등 질문하며 답을 찾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가 소개하는 책은 물론 불편한 책입니다. 책 속 인물과의 질답 방식은 그의 사고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 계단씩 올라서며 그가 읽은 책은 제각각의 의미를 더해 세상과 자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도 하고 확장하게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삶 속에서 나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이건 처음부터 잘못된 접근이었는지도 모른다. 삶 안에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 안에 삶이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나는 삶의 세계와 죽음의 세계를 포괄하는 존재인 것이다." - 책 속에서.

 

 

 

계단은 결국 삶입니다. 한 계단씩 밟아가는 과정은 불안한 삶을 극복하려는 의지의 실천이기도 합니다.

<열한 계단>은 읽어나갈수록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지식 탐구를 원하는 마음이 들게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었어요. 결말로 가면서 뭔가 울컥하게 하더라고요. 열한 계단을 밟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해 그런 것 같습니다. 성장하는 인간의 사고 흐름이란 이런 방식이라는 것을 보며 저또한 삶을 살아내는 방식을 배웁니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지금의 계단에 머무를지, 아니면 한 걸음 더 오를지."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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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 마인드 - 내 마음속 미친 원숭이
대니얼 스미스 지음, 신승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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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프라 윈프리가 꼽은 '마흔이 되기 전 꼭 읽어야 할 책'에 선정되었던 <몽키 마인드 Monkey Mind>.

원숭이처럼 날뛰는 불안의 상태를 몽키 마인드라고 한다네요. 내 마음속 미친 원숭이라는 부제에 이끌려 관심 가진 책인데요, 대니얼 스미스 저자의 재치만점 글에 반했어요. 불안장애를 다룬 책이라 무거울 줄만 알았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조언을 철저히 잘 따른 대니얼 스미스 저자. 첫 에피소드부터 적나라한 장면을. 아니, 불안장애 있다는 사람이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용기를 냈다니, 솔직히 읽어갈수록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더라고요. 도대체 그는 어떻게 '불안'이 시작되었을까. 그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몇 가지 에피소드로 들려줍니다. 거기에 가장 일조를 한 것이 어이없게 동정을 잃게 된 사건이었어요.

 

 

 

심리치료실을 가는 중에 머릿속에서 한 생각은 그야말로 무한 인과관계의 연속.

사람이 생각만으로 자멸할 수도 있는 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나는 불안해로 시작해 죽을 거야로 끝나는 사고의 흐름. 그것도 단 여덟 문장만에 말이지요.

 

그가 겪는 불안은 '고드름 같은 느낌'이라고 합니다. 불안을 심하게 겪지 않는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의 경험이 완벽히 공감되지 않을 수 있지만, 불안을 촉발시키는 원인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흔한 것들이었어요. 대학 기숙사로 들어가며 불안발작을 일으키게 되고, 무엇보다 일상적인 환경에서조차 일어나는 불안과 공황. 이 책을 집필하던 순간에도 말이죠.

 

 

 

불안이 덮치는 과정을 보면 먼저 생각이 무리지어 몰려들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당혹감이 들면서 자기혐오하며 불안발작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생각이 무리지어 몰려드는 것을 멈출 수가 없는 겁니다.

그가 알려준 개인적인 불안 측정 기준을 보면, 0은 긴장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이고 10은 뭉크의 작품 절규의 남자 상태와도 같다고 해요. 여기서 공황발작은 10이라는 수치를 훨씬 더 넘어서며 정점을 찍는다고 하니...

 

왜 이렇게 심각한 불안을 겪는 것인지 어린 시절의 경험, 가족 관계 등을 살펴봅니다.

그런데 대니얼 스미스 집안은 불안 덩어리 그 자체였어요. 어머니는 불안장애를 전문으로 하는 심리치료사이면서도 불안증이고 (물론 거의 극복한 사례라고는 하지만), 변호사 아버지는 공황발작을 겪었었고, 형은 심각한 건강염려증을 가진 신체적 불안증을 가졌으니. 아이고~ 이런 환경에서 그는 불안을 치유할 수 있을까요.

 

 

 

불안한 청년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도서관 책에 빠진 시기도 있었습니다.

필립 로스의 <유령 작가> 책은 자신을 등장인물과 동일시할 불안해하는 사람은 현실을 너무 많이 인식하고, 인정사정 없이 잔인한 죄책감에 빠져든다 합니다. 책을 읽고, 심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며 유전과 환경의 질병이란 것을 인식하며 완치 불가능함도 인지합니다. 오히려 이런 결론을 알게 되니 안심되고 안도감이 들었다고 해요. 불안장애는 완치 불가능하더라도 다스릴 수는 있는 법. 심각한 불안 발작까지 가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게 됩니다.

 

 

 

이 책의 추천사를 보면 폭소가 터졌다는 말이 나와 적당히 유머가 있겠거니 싶었는데, 진지함과 자학 유머를 강약 조절해 독자를 들썩이게 하는 재치가 대단하더라고요. 특히 겨땀 에피소드는 정말 헉 소리 나오는 수준이었어요. 상관 앞에서 겨드랑이 땀에 흠뻑 젖은 휴지뭉치가 굴러내려 철퍼덕~! 결국 겨땀 해결에 일조한 것은 무엇일지 한번 상상해보세요 ㅋㅋ 최첨단 흡수성을 자랑하는 물건입니다. 그나저나 겨땀 패드가 따로 있는 줄은 처음 알았네요. 그에게는 턱도 없었긴 했지만요.

 

보통 불안에 시달린다 하면 주변에서는 스트레스 제어하며 긴장 풀라고 조언하죠. 그런데 그 정도 수준으로는 어림없는 불안장애를 보며 많이 안타까웠어요. 정말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자신의 경험과 노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그에게 박수가 절로 나오기도 하고요.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을 평생 배우고 실천해야 하는 그의 인생은 그 자체로 인간승리인 것 같아요.

 

"자신의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을 너무 경계하다 보니 인간의 존재에 필수적인 선택과 (중략) 시간 낭비인 선택을 구별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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