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흔들려도 괜찮아 -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는 법
야쓰오카 료겐 지음, 김욱 옮김 / 다온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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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해도 괜찮아.
도망쳐도 괜찮아.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아.

 

한마디 한마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 사소한 실수에 끌려다닐 때, 불안해져 불만이 쌓일 때,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질 때... 내 잘못인 것만 같고, 다른 선택을 하는 게 더 나았을 것 같은 후회로 사로잡힌 나.
불필요한 감정에 휘말리며 좌절하는, 고민과 걱정거리로 힘들어하는 것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생은 이루어진 것보다 하지 못 했던 것에 얽매이기 마련입니다. 이럴 땐 자신에게 눈을 돌리라고 합니다. 오직 주위와 비교하지 말고 나에 관한 문제만 생각하라고 합니다.

 

 

 

선 禪에는 일일시호일 日日是好日이라는 말이 있다고 해요. 어떤 날이든 다시없을 소중한 날이라는 뜻입니다. 싫은 걸 억지로 낙관적이 되려고 노력하라는 게 아닙니다. 관점을 바꿔 적절히 대응하는 법을 깨우치면, 부정적이었던 감정도 그렇게까지 싫지 않음을 알게 된다는 거죠. <잠깐 흔들려도 괜찮아>는 받아들이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후회 대신 반성!
욕심이 되는 두 번째 생각을 멈추는 연습을 하라고 합니다. 첫 번째 생각은 본능이지만 두 번째는 욕심이라는 겁니다. 이 욕심은 한 번 시작하면 끝없이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배고프다'라는 본능적인 첫 번째 생각 뒤에 따라오는 'oo를 먹고 싶어'라는 생각은 욕심이라고 합니다. '왜 연락이 없을까?'라는 첫 번째 생각 뒤에 '연락하겠다고 약속했으면서!'부터는 욕심입니다. 첫 번째 생각에서 멈춰야 합니다. 연락 없는 이유를 미리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망상은 망상을 부르니까요.

 

첫 번째 생각에서 두 번째 생각으로 가기 전에 흘려보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야쓰오카 료겐 스님은 이때 "그만하면 됐어."하며 흘려보낸다고 하네요. 사소한 일에도 상처받고 예민한 사람은 이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다만 그것뿐이야.'라고 단언하며 생각을 끝낼 줄 알아야 하는 거죠. 이 말은 인생의 모든 부정적인 순간에 처방이 가능한 만병통치약과도 같습니다. 벌어지지 않은 일, 보이지 않는 일, 아직 가지지 못한 것들만 쫓아다니다 보면 부정적이고 고민만 많아집니다. 프로불안러들에게 필요한 조언입니다.

 

 

 

"적당히 해."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하죠.
그런데 적당한 선이 어디까지인지를 알려면 사실 한계에 다다르고서야 깨닫는 것처럼 폭발해서 부딪쳐봐야 중도가 어디쯤인지 알게 됩니다. 부딪쳐보지도 않고 '적당히'를 깨닫기란 솔직히 힘듭니다. 그래서 스님은 흔들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대신 깨달은 이후에는 책망하지 말고 앞으로는 덜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되는 겁니다.  

 

많은 걱정들 중 정작 내 진짜 모습이 있는가를 묻습니다. 외부와 연결된 보여지는 내가 있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현재 내가 보고 있는 현실은 모두 내 마음이 만들어낸 거라고 해요.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하는 삶, 나는 어떤 식으로 보이고 있을까에 사로잡히지 말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내 멋대로 굴겠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내가 택한 답이 정답이 아니어도 스스로 납득하는 것, 그것은 나를 믿어주고 나에게 거짓말하지 않을 때 가능합니다.

 

 

 

세상에는 절대 행복도, 절대 비극도 없다고 합니다. 어떤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는 건 피할 도리가 없지만, 거기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은 얼마든지 방법이 있다는 게 야쓰오카 료겐 스님이 이 책에서 하는 말입니다.

 

부정적인 마음의 시점을 바꾸는 법을 말하는 <잠깐 흔들려도 괜찮아>.  즐겁고, 평안하게, 무엇보다 나답게 살기 위해 위로하는 조언이 가득하네요. 그저 ~해도 괜찮아...라는 이 한마디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걸 보면, 감정 컨트롤은 정말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 같아요.

 

야쓰오카 료겐 스님 이력이 참 독특합니다. 컴퓨터공학 전공한 이과계 출신인데 졸업 후 다시 불교대학에 입학해 승려가 되었고, 현재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네요. 일본은 종파에 따라 승려의 결혼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젊은 아빠의 필이 묻어 나와 공감력을 끌어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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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엔딩 노트
tvN [내게 남은 48시간] 제작팀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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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내게 남은 48시간> 보셨나요?

'당신에게 죽음이 배달된다면'이라는 시한부 경험을 통해 가상 죽음을 맞이하기 전 무엇을 할 것인지 묻습니다.

1~4회차에서 이미숙, 탁재훈, 박소담의 체험이 있었고 5회차부터는 박하선, 장수원, 최민호가 나오더라고요. 

내 삶이 딱 48시간만 남아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방송에서 그들은 은사님께 직접 요리한 음식을 대접하기도, 절친과 힐링 여행을 하기도, 아버지와 생애 첫 술자리를 가지기도 합니다. 5회차에서는 해피 엔딩 노트가 소개되었는데요, 내게 남은 48시간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라이팅북입니다.

 

48시간만 남았다 해서 그 시간 안에 후다닥 써내는 게 아닌, 웰다잉을 위해 생각해봐야 할 부분들을 오랜 시간 동안 차근차근 짚어볼 수 있게 구성한 노트입니다. 나는 누구일까? 파트에서는 간단한 신상명세서 기록부터 시작하면서 다이어리 개념처럼 가볍게 접근할 수 있어요.

 

 

 

 

지금 나를 말하는 것들 파트에서는 내 신체 특징, 습관 등을 기록합니다.

한때 유행했던 내 머릿속을 지금 채운 뇌 지도도 있고요. 분노 유발자들을 떠올려 보게 하는 것도 재미있네요. 하나하나 적어 나가다 보면 내 몸과 영혼을 위한 처방전을 받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48시간이 남았을 때 하고 싶은 일, 24시간이 남았을 때 하고 싶은 일. 마지막으로 10초가 남았을 때 떠오를만한 장면을 묻습니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머릿속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은, 죽음은 급작스레 닥칠 수도 있는데 나는 왜 천수를 누리다 죽을 거라고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을까였어요. 한순간에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질 수도 있건만, 그런 일이 나한테는 해당사항이 아닐 거라며 살고 있었던 거죠. 내게 남은 48시간이란 의미가 비로소 무겁게 다가옵니다.

 

 

 

추억과 상처 돌아보기 파트에서는 마지막 기회가 있을 때 당장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이 특히 인상 깊었어요. 이 질문의 답을 생각하다 보면 이런저런 변명을 대며 하지 않았거나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못 했던 일들이 떠오를 겁니다. 그것들 중 한 가지쯤은 당장 오늘부터 시작해야 할 이유가 이제는 생길 수도 있고, 실천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지도요.

 

시작과 끝의 공존 파트에서는 나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와 닿았습니다. 나의 반려동물은 물론이고 나의 뜻을 헤아려 주변 정리를 해 줄 수 있는 사람. 연명 치료, 장기 기증, 장례에 대한 이야기를 미리 써두는 것은 남은 이들에게 힘든 결정을 넘겨주지 말자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남은 자들은 고인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렸어도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안게 된다고 해요. 그러니 이런 부분들은 미리 나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나의 삶에 대한 기록이자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 <해피 엔딩 노트>는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담을 수 있습니다.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을 위한 웰다잉 라이프를 실천하려면, 삶에는 끝이 있음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내게 남은 48시간 방송과 엔딩 노트의 가상 죽음을 대리 경험하면서 든 생각은, 준비 없이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해서는 안된다는 거였어요. 건강하고 젊은 나이일 때부터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 이 모든 과정이 결국 좋은 삶을 살기 위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죽음이란 주제가 우울하게 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후련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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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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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할리우드 영화화 중이라는 스티븐 킹의 공포소설 리바이벌.  강렬하면서 스산한 느낌의 표지만으로도 기대감 상승입니다. 초반 읽으면서 스티븐 킹의 떡밥에 걸릴만한 포인트가 제법 나오지만, 미묘하게 또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대로 진행되기도 하고... 이번 소설은 뭐랄까, 기대감 충족이 엉뚱한 곳에서 발휘하더군요.

 

 

 

 

'어떻게 보면 우리 인생은 영화와도 같다. 주연은 가족과 친구들, 조연은 날마다 만나는 사람들, 엑스트라는 수천 명. 하지만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이 출연하는 때도 있다.'로 시작하는 부분이 긴장감을 벌써 끌어올립니다.

 

조커, 제5의 인물, 변화 유발자라고 불리는 어떤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 소설 속 '나'에게는 찰스 제이컵스 목사가 그런 인물입니다. '나'의 인생에 처음 등장한 그날을 운명이 아닌 그저 우연으로 치부하고 싶을 정도라 하니, 찰스 제이컵스 목사와 '나'의 인연은 끊고 싶지만 끊지 못하는 악연의 관계일 거라 예상되네요. 그러다 보니 제이컵스 목사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읽게 됩니다. 도대체 언제쯤 빵 터질까 자꾸 안달하게 되더라고요.

 

제이컵스 목사는 평소 전기에 관심이 많아 실험을 많이 하는 편인데, 사고로 성대를 다쳐 말을 못하게 된 '나'의 형을 제이컵스 목사가 직접 만든 전기 신경 자극기로 치료하면서 기적을 보게 되죠. '나'에게는 그가 우상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제이컵스 목사의 아내와 아이가 사고로 죽으면서 그는 주님을 향한 믿음을 버리게 됩니다. 힘든 시기에 종교가 위로가 되어야 하건만, 신의 이름으로 이 세상은 얼마나 악을 행했는지 그리고 성경에는 모든 세상사를 믿음으로 받아들이라 하지만 우리는 믿음의 대가로 무엇을 받고 있는지 되묻습니다. 종교는 보험 사기극과 같다는 충격적인 설교 사건으로 제이컵스 목사는 결국 교회에서 쫓겨나고, '나'와 제이컵스의 인연도 이것으로 끝인가 싶었지만...

 

 

 

몇 년이 흐른 후. 마약 중독자가 된 '나'와 그 사이 순회 마술사가 된 제이컵스의 만남이 이뤄집니다.
상실의 고통을 경험했던 제이컵스는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데, 형을 치료했듯 이번에도 "아무도 모르는 전기의 능력은 실제로 존재하고 쓰임새가 정말 다양하지."라는 말과 함께 전기를 이용합니다. 그는 교회를 떠난 이후 계속 전기 실험을 해왔던 겁니다.

 

그리고 최종 목표에 몇 걸음 다가갔다고도 하는데. 이쯤 되면 그의 목표가 무엇인지 예측하는 데 정신이 팔리게 되네요. 처음엔 아내와 아이를 잃은 상실감을 프랑켄슈타인처럼 되살리고자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스티븐 킹 작가가 원한 최종 목표는 남다르긴 했어요.

 

제이컵스의 전기 치료를 받은 '나'는 순간 기억을 잃지만 깨어난 후 약물중독에서 말끔히 해방되는 기적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그가 소개해 준 휴의 목장 겸 녹음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며 새 인생을 누립니다.

 

 

 

제이컵스는 그만의 최종 목표를 위한 실험을 계속합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돈을 끌어모으는 행각을 벌이면서 말이죠. 기적의 치유란 이름하에 실상은 제이컵스의 전기 실험 모르모트가 되는 수많은 사람들.

 

무사히 치유되는 이들도 있었지만, 문제는 심각한 후유증을 앓는 이들이 나타난다는 겁니다. 모든 치료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일까요. 후유증의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자해 충동이 있거나, 흙을 먹고 싶은 충동이 있거나... 의식 없는 상태에서 강박증세를 보이는 겁니다. '나' 역시 처음엔 죽은 자들이 꿈에 보이는 후유증이 있었지만 자연스레 사라져 안심하던 시기에 이런 일들을 접하니 마음이 혼란합니다.

 

제이컵스의 큰 그림을 따라가지 못하던 '나'는 그가 평생 기다린 그 순간, 아무도 모르는 전기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하는 바로 그 순간을 함께하게 됩니다. 그것은 우리 인생을 통틀어 가장 두려운 순간이기도 한 죽음과 관련한 것이었어요.

 

죽음이란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인 건 분명하네요.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클라이맥스는 나름 충격적이었습니다. 사후세계니 천국이니 하는 건 평소 별생각 없는 무신론자인 저도 그 장면만큼은 섬뜩했어요. 이 부분은 사실 책을 덮고 생각해보면 무척 우울해집니다. '진짜...? 진짜 그럴까...?'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걸 보면 스티븐 킹의 작전은 성공한 것 같네요. <리바이벌>을 읽고 나면 죽기 싫어질 겁니다.

 

스티븐 킹 특유의 유머와 젠장맞을 묘사가 적나라하게 등장하고, 공포의 기대치에 따라 전체적인 느낌은 오히려 밋밋할 수도 적당할 수도 있습니다. 스티븐 킹 전적을 생각해보면 아주 쎈 묘사는 이번엔 오히려 덜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차원의 공포를 느꼈어요. 책을 덮고 한참 지나고서 스멀스멀 솟는 오싹함. 죽음 너머라는 판도라의 상자는 열고 싶지도, 아니 알고 싶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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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1-06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어지는 !! ( 언제?) 에휴 볼 책이 당장은 밀려서.. 2월쯤? ㅎㅎ 잘 읽고가요!^^
 
100년을 견뎌내는 집, 내가 짓는다 - 시공전문가 박강현이 ‘건축주’에게 전하는 메시지
박강현 지음 / 멘토프레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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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시공기술사 박강현 시공 전문가가 말하는 좋은 집 짓기란? 집다운 집이 되는 탄탄한 집입니다.
디자인만 예쁘고 정작 살기 불편한 집, 냉난방비 폭탄 맞는 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설계에서부터 준공까지 어떻게 지어야 잘 지은 집이 되는지 <100년을 견뎌내는 집 내가 짓는다>에서 꼼꼼히 알려줍니다.

 

집에 대한 인식, 생각의 프레임을 넓혀야 한다고 합니다.

작지만 탄탄한 집 짓기. 이것은 단지 건축사, 시공사, 감리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축주 스스로가 집에 대한 마인드가 어떠한지, 집짓기 전반의 흐름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환경을 생각하며 경제적인 집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등에 달려 있습니다.

 

 

 

한 번쯤은 꿈꿔봤을법한 나만의 집. 어떤 집에 살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목가적인 풍경에 널따란 마당이 있고, 햇살과 바람이 잘 들어오는 집처럼 머릿속에 꿈꾼 이미지가 있을 텐데요.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 천장 높은 집은 전기세 폭탄, 요즘 한창 인기인 노출 콘크리트 집은 냉기에 건강 해친다니 꿈 주머니가 하나씩 펑펑 터지는 기분입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계속 현실과 먼 꿈만 꿨을 거예요.

멋지거나 예쁘장한 디자인을 보면 이제는 그 이면도 생각하게 됩니다. <100년을 견뎌내는 집 내가 짓는다>는 집짓기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오해를 적나라하게 끄집어내고, 건축주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짚어주면서 실전 집짓기에 도움 되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건축은 사람이 하는 일.

어떤 건축가에게 맡겨야 할지 사람 보는 눈을 높이는 일에서부터, 집짓기 설계 진행, 공사 진행 과정을 하나씩 알려줍니다. 건축, 시공, 감리 과정은 전문가에게 무조건 맡겨만 둔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었어요. 건축주가 반드시 직접 챙겨야 할 사항이 소소하게 많았습니다.

 

집 하나 짓는데 이렇게 많은 과정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동네 오다가다 보면 하룻밤 새 헌 집 허물고 눈 깜짝할 새 번쩍번쩍한 빌라 들어설 때마다 어찌 이리 뚝딱 지어 올릴까... 이런 것만 보다가 이 책에서 알려준 집짓기 전체 과정을 쭉 보니... 죄다 날림공사하고 있었구나 싶네요.

 

 

 

특히 콘크리트 양생과 타설 부분은 집짓기에서 엄청나게 중요하고 긴박하게 진행되는 과정이더군요.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책 읽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손을 꽈악 움켜쥘 정도였으니. 그러고 보면 박강현 저자의 글 솜씨도 참 좋습니다. 건축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글을 썼고요, 중간중간 집짓기와 관련한 명작동화의 재해석 코너도 감칠맛 나게 써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집은 재난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게 저자의 신념이기도 합니다.

경주 지진 이후 특히 불안해진 부분이죠. 대한민국 내진설계 건축물은 5.4%뿐이고, 재난시 필요한 소방서 건물의 71.1%가 내진설계 건물이 아니라는 사실은 깜짝 놀랐습니다. 출동하기 전 소방서 건물이 먼저 무너질 판이니.

 

 

 

환경질환 문제도 언급하는데요.

새집증후군은 새집뿐만 아니라 살면서 하는 개보수 인테리어 공사도 심각하다 하니 저자가 알려준 실내공기 관리법은 꼭 실천해야겠더라고요. 난방 후 환기하는 베이크 아웃으로 새집증후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외 평소 환기 관리에 관한 이야기도 무척 도움 되었어요. 가만 생각해보니 사시사철 냉난방 하느라, 미세먼지 때문에 웬만해선 창문 안 열고 살거든요.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환기의 중요성이 크더라고요.

 

침하, 단열 등의 문제도 다루고 있어 유독 곰팡이가 생기고 누수가 되는 집이나 유난히 덥고 추운 이유를 풀 수 있기도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사용설명서처럼 유용한 내용이 많았어요.

 

그저 예뻐 보이는, 유혹하는 집을 번드르르하게 소개하지 않고 집의 의미에 대해 강조하는 저자의 신념이 마음에 들었어요. 안전하고 쾌적한 집, 살기 위한 집, 집다운 집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집장수가 아닌 진짜 건축주를 위한 집짓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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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테레사가 들려준 이야기 (반양장) - 개정판 두레아이들 인물 읽기 6
에드워드 르 졸리.자야 찰리하 지음, 앨런 드러먼드 그림, 황의방 옮김 / 두레아이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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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6학년 1학기 도덕 교과서 수록 도서 <마더 테레사가 들려준 이야기>는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해 봉사한 마더 테레사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두레아이들 인물 읽기 시리즈 중 <루이 브라유> 편을 감명 깊게 읽었는데 그 책은 스토리텔링 방식이었다면, 이번 책은 스토리텔링과 전기 형식을 동시에 담은 구성이네요.

 

 

 

테레사 수녀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겪을 수 있는 작은 일들이지만 뭉클한 감동이 묻어나는 이야기들이었어요. 경험담을 들려주기만 할 뿐 이야기에 담긴 교훈을 끌어내려는 군더더기는 없습니다.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찾아낼 수 있는 감동의 의미는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봅니다. 

 

마더 테레사는 유럽 마케도니아 출신이지만 인도 콜카타에서 활동했습니다.
두 얼굴의 도시라 불리는 콜카타. 영국 식민지의 화려함 이면에 빈민가가 있는 곳이죠.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들 간의 충돌이 벌어졌던 콜카타의 상황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마더 테레사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늘 가까이서 도왔습니다.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다해 봉사했습니다.

 

 

 

홀로 외롭게 죽어 간 남자를 본 마더 테레사는 '죽어 가는 사람들의 집'을 열게 되고, 비참한 죽음만큼은 피하도록 도왔습니다. 그곳은 카스트도 인종도 종파를 구별하지 않는 곳이었어요.
이후 버림받은 아이들을 위해 '때 묻지 않은 어린이들의 집', '나환자들을 위한 집' 등 사랑의 힘을 몸소 전파합니다. 사랑의 선교회 활동은 한국에도 진출하며 마더 테레사는 80년대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가난한 자들, 버림받은 자들에게 실제로 도움 되는 일을 함으로써 사랑을 실천한 마더 테레사는 197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 버림받은 이들을 돕고 싶은가요.
마더 테레사는 주변을 둘러보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고 합니다. 물질적 빈곤 외 현대의 정신적 빈곤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일이어서 부끄럽습니다.

 

우리는 애써 노력하는 사랑의 실천을 보이려고 하는 거라면, 마더 테레사는 자연스럽게 흘러넘치는 능동적인 사랑을 보여줍니다. 우리 아이 마음속에 마더 테레사는 참된 사랑과 나눔의 멘토로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마더 테레사의 생애를 들려주는 전기 파트는 단어 수준이 제법 높았어요. 마더 테레사의 경험을 스토리텔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파트보다는 딱딱한 느낌이었고요. 초등 고학년이라면 읽을만한데 용어를 낯설어하고 어려워한다면, 사진 위주로 먼저 훑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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