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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의 싸이코들 - 시나리오로 쉽게 이해하는 성격장애
두에인 L. 도버트 지음, 이윤혜 옮김 / 황소걸음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 사사건건 의심하거나 누가 봐도 지나친 반응을 보이는 사람. 우리는 흔히 이런 사람들을 싸이코라고 부릅니다. 물론 진단명 사이코패스와는 다르지만요.
두에인 L. 도버트의 <내 주변의 싸이코들>은 그들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나아가 나 자신을 돌아보기 위한 책입니다. 원제는 Understanding Personality Disorders, 즉 성격장애에 대한 이해입니다. 인간관계에서 겪는 고통의 실체를 파헤칩니다. 시나리오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예시를 보여주고 있어 쉽고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성격장애를 크게 세 유형으로 나눴습니다. 별나거나 이상한 성격, 감정적이거나 변덕스러운 성격, 걱정하거나 두려워하는 성격까지 총 11가지 성격장애를 다룹니다.
먼저 성격장애에 대한 흔한 오해부터 걷어냅니다. 성격장애는 조현병이나 망상장애 같은 정신병(psychosis)이 아니라, 개인이 속한 문화가 기대하는 바에서 현저히 어긋나는 감정적 동요와 행동을 지속하는 경향이라고 정의내립니다. 사춘기나 성인 초기에 시작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고착화됩니다.
문제는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그들로 인해 피해자는 생긴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말이지요.
성격장애를 앓는 사람은 대체로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낮습니다. 게다가 법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는 어디에도 하소연하기 어렵습니다.
별나거나 이상한 성격 유형에서는 편집성 성격장애, 분열성 성격장애, 분열형 성격장애가 등장합니다. 아내의 휴대폰 위치 기록을 뒤지는 남편처럼 편집성 성격장애는 극단적인 불신과 의심이 특징입니다. 친구의 말 한마디, 상사의 행동 하나에도 저 사람, 뭔가 숨기는 게 있다고 해석합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방어적으로 행동하지만 오히려 관계를 파괴합니다.

흥미로운 건 분열성 성격장애와 분열형 성격장애인데요. 정서 표현이 거의 없고 대인 관계에 관심도 없는 분열성 성격장애는 누군가를 기쁘게 하거나 슬프게 하려는 욕망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불편한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런 고독을 즐기는 타입인 겁니다.
기묘함도 스타일이다 식의 분열형 성격장애도 마찬가지입니다. 초현실적인 관심사와 기묘한 의상을 즐기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서툴지만, 예술적 창의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오히려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감정적이거나 변덕스러운 성격 유형으로는 행동장애, 반사회성 성격장애, 히스테리성 성격장애,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있습니다.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전조로 여겨지는 행동장애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거짓말, 무단결석, 동물 학대 등 사회적 규범을 무시하는 행동이 특징입니다. 여기서 한발 나아가면 죄의식 없는 괴물이 되어버립니다. 반사회성 성격장애는 영화 속 사이코패스처럼 묘사될 수도 있지만 바로 옆자리의 직장 동료일 수도, 화려한 말솜씨로 무리의 리더가 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사랑과 증오 사이를 오가는 불안정한 대인 관계,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겪는 경계성 성격장애도 흥미롭습니다. 작은 일에도 극단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피해자는 정신적으로 착취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
그 외에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극적인 행동을 하는 히스테리성 성격장애, 비판에는 매우 취약하면서도 칭찬에 굶주려 있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도 있습니다. 조직 내 갈등의 불씨가 되는 이들입니다. 공감 능력의 부재로 타인에게 정서적 상처를 주곤 합니다.
걱정하거나 두려워하는 성격 유형으로는 부정적인 피드백을 견디지 못하는 회피성 성격장애, 타인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는 의존성 성격장애, 완벽주의와 통제 욕구가 지나쳐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드는 강박성 성격장애가 있습니다.
읽다 보면 성격장애가 반드시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 정도를 가지고 성격 '장애'라고 말할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성격장애도 있습니다. 그 경계가 참 오묘하지만 성격장애는 지속적 행동 패턴이라는 걸 이해하면 됩니다.

<내 주변의 싸이코들>은 결국 우리는 모두 성격장애적 성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그리고 성격장애를 이해함으로써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적절한 대응 방식을 알게 된다면, 그들과의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성격장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갈등의 본질을 꿰뚫고 효과적인 거리두기와 관계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성격장애별 특징과 대응법을 구체적인 사례로 풀어내어 자신의 경험과 쉽게 연결할 수 있게 합니다.
성격장애는 극단적인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 안에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입니다. 그들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성찰하며, 결국엔 인간관계의 더 나은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상처 입은 이들을 위한 생존 매뉴얼이자 자기 이해의 지도 <내 주변의 싸이코들>. 직장, 가정, 사회생활에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때문에 지친 이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성격장애 이해를 통한 관계 개선의 지혜를 얻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