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곽미성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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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와 함께 성장해온 20년의 이야기를 담은 깊고 섬세한 에세이 <언어의 위로>. 낯선 땅에서 외국어와 씨름하며 얻게 된 자유,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그 여정은 무언가 새로운 걸 꿈꾸는 이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합니다.


그저 낭만적인 파리 생활을 그린 에세이가 아닙니다. 내가 한 일의 대부분은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었다고 말하듯, 외국어로 일상을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건 단순히 단어를 익히고 문장을 구사하는 기술을 넘어서, 그 언어가 속한 문화와 사고방식을 체화하는 과정입니다. 곽미성 작가는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통해 언어가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진솔하게 풀어냅니다.


<언어의 위로>는 크게 두 파트로 나뉩니다. 1부에서는 성인이 된 후 낯선 언어가 삶에 스며드는 과정을 다룹니다. 저자는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낯선 환경에서 고군분투했습니다. 서툰 프랑스어 실력을 처절히 자각했고, 정확한 감정을 전하기 위해 애쓰며 어쩔 수 없는 외로움과 상실감도 경험했습니다.


처음 프랑스어를 시작했을 때 모든 것이 낯설고 막막했습니다. 모국어와 달리, 프랑스어는 완벽하지 않은 표현만으로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것 같으면서도 늘 부족하다는 느낌을 남겼습니다. 그 갈증 속에서 자신의 언어 실력을 초라하게 느끼는 모습을 솔직히 털어놓습니다.


<언어의 위로>에서는 저자가 프랑스어를 익히며 겪었던 여러 경험과 심리적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가 직면했던 언어 장벽과 이국적인 표현들을 통해 프랑스어가 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펼쳐집니다.


언어라는 벽에 부딪힌 시절을 거치면서도 언젠가부터 프랑스어 해방 일지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프랑스어가 단지 어려운 외국어가 아닌, 오히려 스스로를 제한했던 고정관념을 깨뜨려준 해방의 도구였음을 설명합니다. 프랑스어를 익히며 느꼈던 좌절감이 있었기에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더욱 강렬했다고 말합니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프랑스 생활과 언어는 어쩌면 끝없이 반복되는 불편함일지도 모릅니다. 저자는 그 과정에서 다다르게 된 깨달음, 즉 외국어가 단순한 소통의 도구를 넘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었음을 언급합니다.


외국어는 그 자체로 또 다른 세계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의 내면에도 새로운 세계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에게 프랑스어는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구성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저자의 표현 중 '정확한 행복'이라는 말이 낯설면서도 가슴을 두드렸습니다. 프랑스어는 무뚝뚝하고 이성적인 언어로 알려져 있지만, 저자는 오히려 정확한 표현과 미묘한 감정을 나누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프랑스어로 자신의 감정을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행복과 위로를 느낄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프랑스어와의 첫 만남과 적응에 관한 이야기에 이어 2부에서는 그 언어가 저자의 삶 속에 어떻게 뿌리내렸는지를 다룹니다. 프랑스어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이국의 언어로 살아가는 저자의 생활을 엿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이 사용하는 애칭과 표현에 담긴 문화를 조명하며, 언어가 위로의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프랑스어의 냉정하고 무뚝뚝한 표현 방식이 오히려 때로는 이성적이고 단호하게 다가와 위로가 되었음을 언급합니다. 프랑스의 문화 속에서 자리 잡은 저자만의 위로 방식이기도 합니다.


한편 프랑스어의 거친 표현이나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는 인사말에 대한 이해와 적응 과정도 다룹니다. 처음엔 거부감마저 느꼈지만, 결국엔 프랑스어의 특성과 매력을 이해하게 된 과정을 솔직하게 기록합니다.





프랑스어를 익히며 경험한 계급에 대한 시각은 저자의 사고방식을 넓혔습니다. 프랑스 사회의 계층과 취향의 경계는 다소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었는데, 실상 그가 한국에서 갖고 있던 가치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서로의 이해를 도와주며 다양한 계층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를 풀어냅니다.


새로운 언어가 열어주는 가능성과 확장의 기회는 기대 이상입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장기간 생활하다 보면 그 언어 속에 흠뻑 젖기도 하지만, 반대로 모국어에 대한 애착이 더욱 강해지기도 합니다. 매일 새벽마다 한국어로 글을 쓰면서 마음속 깊이 다져가는 이야기들을 통해 모국어의 따뜻함이 전해집니다.


언어는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하며, 때로는 우리가 기대하지 않은 방향으로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한 사람의 삶 속에서 언어가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따뜻한 위로로 감싸주는 <언어의 위로>. 외국어와 문화에 적응하면서 겪는 현실적인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며 프랑스 사회의 독특한 화법과 문화적 특성을 더 깊게 이해하는 시간이 됩니다.


더불어 외국어를 통해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적 해방감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가 신선했습니다. 프랑스어로 시작된 해방의 여정, 나를 찾아가는 언어의 힘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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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어휘 사용법 - 세련되게 말하고 쓰게 되는 어휘력 비밀 수업
김선영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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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말과 글. 내가 고르는 단어가 내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휘력 공부의 필요성이 더욱 와닿게 됩니다.


글쓰기 코치 글밥 김선영 작가의 신간 <고수의 어휘 사용법>은 우리가 사용하는 어휘가 단순한 소통 수단을 넘어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임을 깨닫게 합니다. 이미지, 자신감, 관계까지 바뀌게 하는 세련된 어휘의 힘을 이해하고, 체계적인 PT 방식으로 어휘력을 다지는 법을 알려줍니다.


김선영 작가의 글쓰기 책을 꾸준히 읽어왔는데 이번 책 특히 마음에 쏙 듭니다. 이렇게나 탈탈 털어줘도 되나 싶을 만큼 알려주는 정보의 가짓수가 어마어마합니다.


능숙한 어휘 사용이란 단순한 말재주를 넘어선, 사람을 매료시키고 신뢰를 구축하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고수의 어휘 사용법>은 일상과 커리어에서 '고수'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어휘력 공부법을 전수합니다.


단어 하나를 선택할 때조차 그 속에 담긴 미묘한 의미를 깨닫고, 때로는 한 마디로 상대를 이해시키는 힘을 기르는 과정을 통해 어휘력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 보여줍니다. 말과 글로 성공하는 고수의 비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체력 훈련처럼 어휘력도 집중적으로 단련할 수 있습니다. 어휘력 PT 개념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훈련법이 9주 차까지 소개되어 있습니다.


먼저 내 어휘력의 수준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내가 사용하는 단어의 수준과 다양성을 알아보며, 없어 보이는 말과 품격 있는 말의 차이를 실감하는 시간입니다.


<고수의 어휘 사용법>은 읽기, 쓰기, 말하기로 구분해 상세하게 풀어냅니다. 먼저 읽기 훈련은 새로운 시각으로 단어를 인지하는 어휘 민감도를 높이는 훈련으로 시작합니다.


어휘 민감도를 높인다는 의미는 같은 의미의 단어라도 뉘앙스가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맥락에 맞는 어휘 선택법을 연습해야 한다는 겁니다. 어휘력이 높은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도 더 다양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생소한 단어 3등급으로 분류하기 방법이 특히 와닿았습니다. 평소 깔끔하게 책을 읽는 스타일이어도 이번만큼은 시간을 내어 일부러 책에 흔적을 남겨보세요. '하릴없이'와 '할 일 없이'가 다른 뜻이라는 걸 저도 이번에야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낯선 단어가 나오면 등급을 나눠 동그라미, 세모, 엑스 등 알아보기 쉽게 표시하며 쭉 읽어나갑니다. 나중에 표시해두었던 어휘를 갈무리 해 단어장에 적고, 정확한 뜻을 확인합니다. 습관처럼 유추하며 읽다가 이제는 자주 쓰는 단어와 그렇지 않은 단어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보니 뿌듯해집니다.


스토리텔링 단어 학습법은 단어를 단순히 외우는 대신 이야기와 연관 지어 암기하는 창의적인 방법인데, 어휘 기억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어휘력 공부할 때 꼭 적용해 보세요.


말하기 훈련에서는 일상 대화에서 쓰는 말을 세련되게 다듬는 연습을 배울 수 있습니다. 좋은 어휘를 구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상황에 맞는 '말투'입니다. ‘대박’, ‘헐’, ‘아니’, ‘막’, ‘솔직히’와 같은 습관적 표현에서 벗어나 세밀한 감정 표현을 통한 깊이 있는 소통의 의미를 일깨웁니다.


작가는 혼자 하는 대화 연습도 어휘력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합니다. 더불어 능동적이고 너그러운 단어를 사용하는 법을 설명하면서, 긍정의 말투가 어떻게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고 관계를 개선하는지 다양한 예시로 보여줍니다.


말과 글의 격을 높이는 쓰기 훈련에서는 단어 스무고개, 마인드맵을 통한 어휘 연습을 통해 단어에 대한 이해도를 깊게 다질 수 있습니다. 금지어 지정해서 일기 쓰기 미션은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들을 제한하고, 새롭고 다양한 단어로 문장을 만들어보는 방식으로 어휘력을 확장하는 기발한 방법입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앞서 익힌 어휘와 표현을 실제로 사용하며 되새기기 위한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어휘가 단순히 기억에 그치지 않고 실제 대화나 글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돕습니다.


평소 접하는 뉴스 기사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어휘를 배우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습득하는 방법, 나만의 국어사전 만들기 등 어휘력을 단순한 암기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실전 훈련이 가득합니다.


자신감을 키우고 표현력을 높이고 싶은 사람, 간결하고 명확한 소통을 원하는 직장인, 더 높은 수준의 글쓰기와 발표력을 원하는 사람, 세련된 어휘 구사를 위한 영감을 얻고자 하는 작가 등 일상 대화와 업무 소통에서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는 말하기와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고수의 어휘 사용법>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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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 출간 20주년 기념 개정판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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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돌아온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학창 시절에 읽어 반가운 독자도 있을 겁니다. 그동안 잊고 지낸 성장의 고통과 그 순간들을 되새기게 합니다. 청소년 시기에 겪는 감정을 다룬 만큼 시대 불문하고 이 책을 지금 처음 접하는 청소년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2004년 출간 당시 파격적인 청소년의 일탈과 죽음이라는 주제로 청소년소설 장르를 개척한 이경혜 작가의 소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십 대의 무기력과 상실감, 그 속에서 진실한 우정을 이야기한 유미와 재준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에서의 혼란과 갈등을 이해하고, 일기를 읽듯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공감했다지요.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사고로 죽은 재준의 일기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마음의 준비 없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으로 발을 들여놓게 만드는 문장입니다.


소설을 끌어가는 '나' 유미는 평범한 십 대 소녀지만, 학업과 친구 관계에서 엇갈린 감정을 경험하는 중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일한 친구 재준이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우연히 재준의 일기를 받게 된 유미는 재준이가 남긴 첫 문장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도대체 재준은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을 남긴 걸까요?


재준과 유미의 첫 만남과 우정이 시작된 과거로 돌아갑니다. 처음엔 삐딱선을 타지만, 반항심과 불안감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이 독특하게 그려집니다.





이 소설이 20년 전 출간 당시 큰 관심을 받았던 건, 일명 날라리 여학생과 오토바이 타는 남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다양한 캐릭터의 주인공을 내세운 청소년소설이 많으니 저 정도로 충격이었을까 싶겠지만요.


이경혜 작가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의 목소리는 그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지금 이 시대의 이야기로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죽은 친구가 남긴 일기를 받아든 유미는 망설임 끝에 결국 일기장을 펼칩니다. 재준이 남긴 솔직한 감정과 생각들을 생생하게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친구의 죽음에 따른 상실감과 일기장에 대한 호기심이 교차하며, 유미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함께 따라가봅니다.


청소년기의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는 묘사가 일품입니다. 감정적 혼란 속에서 겪는 답답함, 그리고 내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묻는 자아 성찰로 이끕니다.





이경혜 작가의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는 단순히 상실의 슬픔을 다루는 소설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던지는 첫 번째 '왜?'라는 질문이 녹아 있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가? 왜 친구는 떠났는가? 왜 나는 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는가? 유미는 재준이 남긴 일기를 읽으며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을 겪습니다.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자신이 세상과 연결된 방식을 되짚어 보게 하는 소설입니다. 재준이가 던진 죽음의 의미에 대한 질문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지면서도, 삶의 가치와 자기 존재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청소년기의 자아 성찰의 표현과도 같습니다.


읽고 나면 잔잔하게 남는 아련한 여운.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의 삶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누구나 '그때의 나'로 돌아가,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마법 같은 책입니다.


20년을 지나온 청소년 문학의 클래식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감동과 울림은 여전히 강렬합니다. 누구나 겪는 성장통, 그 진실한 순간의 기록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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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 -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어떻게 우리의 건강을 좌우하는가
아누팜 B. 제나.크리스토퍼 워샴 지음, 고현석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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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우리 건강을 좌우한다? 하버드 의대 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저자들은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의료 현장과 건강에 끼치는 영향력을 파헤칩니다.


세상의 숨겨진 이면을 파헤친 <괴짜경제학>의 건강 편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은 의학계의 괴짜 경제학자로 불리는 저자들이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의료 현장 속 현상들에 주목했습니다.


저자들은 다양한 인구 데이터와 건강보험 기록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연구 방법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상관관계와 변수들을 추적합니다.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이 독감에 걸릴 확률이 높은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아이들의 병원 방문 패턴을 분석하고, 자연실험을 통해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의료적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드러냅니다.


의사도 모르는 복잡한 변수들이 이토록 많을 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대규모 심장학술대회로 병원에 심장 전문의가 비운 날, 고위험군 환자의 사망률이 오히려 감소한 사례는 주목할 만합니다.


치료는 환자에게 언제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대해 의문을 던집니다. 과잉진료의 위험성을 제기하며 때로는 기다리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는 점을 들려줍니다. 더 많은 개입이 항상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저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 중 하나입니다.





저자들의 입증 방식 중 흥미로운 점은 자연실험을 활용한 문제 해결 접근 방식입니다. 일상적으로는 실험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우연적 변수를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을 보여줍니다. 일반적인 실험 방식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도 현실에서 발생하는 우연적 사건들을 연구함으로써 의학적인 의문에 경제학적 해답을 찾아갑니다.


“대통령은 과연 더 빨리 늙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통령 선거에서 아깝게 떨어진 후보들을 대조군으로 삼아 국가 지도자의 스트레스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등의 독특한 접근 방식이 재미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쉬운 선택을 선호하는 법이라고 하죠. 인지편향은 의사들조차 쉽게 빠지기 쉬운 함정입니다. 진단과 치료에 대한 지나친 확신과 편향이 때로는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의사들은 적극적인 치료가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한다는 믿음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이 책에서는 의료진이 무심코 저지르는 인지적 오류를 고발하며, 의사들이 이러한 오류를 경계할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의사들에게도 쉬운 선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입증하며, 그 편향이 환자의 치료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분석합니다.


독감에 걸리는 확률이 계절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태어난 계절이 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는 부분도 재미있습니다.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이 독감에 더 잘 걸리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하는데, 그 이유는 단순한 날씨의 차이뿐 아니라 의료 접근성과 병원 방문 패턴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 결과임을 밝혀냅니다.


이 사례는 의료 데이터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저자들은 우리가 흔히 지나칠 수 있는 정보 속에 수많은 인과관계가 숨어 있음을 증명하며, 일상에서의 건강 데이터 활용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의료비용의 증가가 의료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심도 있게 다룹니다. 의료비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환자의 건강 결과가 반드시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들은 주장합니다. 불필요한 검진과 진료는 그저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높일 뿐입니다.


의료비용의 경제학 부분에서는 우리 사회가 더 많은 비용이 건강을 더 좋게 만든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의료진이 데이터에 근거해 더 현명하게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의료체계의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삶의 끝자락에 이르는 의료 결정이 경제적 관점으로 재조명됩니다. 연명의료를 둘러싼 딜레마,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 선택 등 경제적 관점과 가치가 결합될 때 비로소 환자와 가족이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경제학적 관점으로 기존 연구 방법의 한계를 넘어서 의료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다각적인 접근 방식과 해석이 재미있습니다.


데이터와 경제학적 모델링을 통해 치료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재해석하며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 의료 환경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대해 알게 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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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 모든 판단의 순간에 가장 나답게 기준을 세우는 철학
히라오 마사히로 지음, 최지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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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끊임없이 "어떻게"를 묻는 동안, 이 책은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라고 말이죠. 이 질문은 삶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히라오 마사히로 저자의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는 윤리적 선택을 내리는 법을 탐구합니다.


윤리적 판단의 순간,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나요?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질문은 우리 삶에서 매일 맞닥뜨리는 도전입니다. 하지만 "어떻게"보다 더 중요한 "왜 그렇게"를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는 걸 제목을 곱씹으며 깨닫게 되었습니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는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선택의 순간에 우리가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지 윤리학 공식으로 짚어줍니다.


윤리학은 단순한 인생론이 아니라고 합니다. 인생론이 특정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한다면, 윤리학은 추상적이지만 보편적인 원칙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그 원칙을 개인의 상황에 맞춰 스스로 적용하게 만듭니다. 이 차이가 결국 개인의 자유를 더욱 확대시키고, 자신만의 인생철학을 구축하게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정의를 추구하라는 말은 윤리학에서 흔한 명제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정의로운지, 어떤 상황에서 정의를 실천할지에 대한 선택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집니다. 이처럼 자유로운 해석의 여지가 윤리학을 더 깊이 있는 학문으로 만듭니다.


이 책은 사회적 정의, 개인의 자유, 사랑이라는 세 가지 윤리적 기둥을 바탕으로 우리의 일상에서 왜 그런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알려줍니다. 이론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도구로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조금은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정의에 대한 다양한 오해와 편견을 하나씩 풀어갑니다. 정의를 단순히 법이나 도덕적 기준으로만 보지 않고 경제, 정치, 사법 시스템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복합적인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사회에서 정의는 개인의 권리를 지키고 공정한 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축으로 작동합니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적용될까요? 직장에서의 부당함을 마주했을 때, 정의는 단순한 불평등 해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각 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어떻게 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자유는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는 것일까요? 저자는 자유를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소극적 자유는 외부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반면, 적극적 자유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를 실현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적극적 자유는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이를 실행할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 특히 사회적, 직장 내 관계에서의 자유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자유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사랑과 윤리는 어떻게 연결될까요? 저자는 사랑을 윤리적으로 분석하면서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해 논합니다. 단순한 감정이 아닌 상대방과의 상호 존중과 배려가 윤리적 사랑의 핵심입니다. 연애, 우정,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까지 윤리적 관점에서 살펴보며 사랑이 단순한 감정적 관계를 넘어서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생생한 윤리적 딜레마를 중심으로 어떤 철학적 기준을 세워야 할까요? 단순히 이상적인 개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장 생활, 인간관계, 가족과 친구 관계, 심지어 우리가 마주치는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삶의 모든 선택에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는 윤리적 판단이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필요한 지침을 안내합니다. 당신만의 철학적 나침반을 설정하는 윤리학 실전 가이드북입니다.


삶의 방향을 고민하며 자신의 철학적 기준을 세우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윤리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어렵지 않게 설명되어 있어 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생론을 넘어 깊은 성찰을 원한다면 이 책을 만나보세요.


뻔하고 입바른 소리가 아닌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그렇기에 더욱 '왜 그렇게' 라는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는 걸 일깨웁니다. 윤리적 판단이 필요한 순간 내 삶의 주인공으로서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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