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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 노벨상 수상자 24명의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
스테파노 산드로네 지음, 최경은 옮김 / 서울경제신문사 / 2022년 11월
평점 :
노벨 화학상, 물리학상, 생리의학상, 경제학상을 받은 노벨상 수상자들과 젊은 과학자의 영감 가득한 대화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과 과학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은 물론이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통찰을 안겨주는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과학자는 노벨상 수상자가 됩니다. 그리고 린다우에서 날아온 초청장 한 장으로 전 세계 젊은 과학자들이 보덴호 연안에서 열리는 노벨 회의에 참석합니다.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회의는 노벨상 수상자들과 전도유망한 과학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입니다. 저마다 개성 강한 사람들이 모여 과학을 토론하고 인생 경험을 나눕니다.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는 제64회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회의에서 생리학·의학 분야 젊은 과학자로 선정된 뇌과학자 스테파노 산드로네 저자가 과학계 스타 24명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입니다.
코로나19 검사로 우리에게 익숙한 PCR, MRI의 기초기술이 된 핵자기공명 분광기,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 노화 질병과 관련한 텔로미어와 텔로머레이스 효소의 염색체 보호 기전,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 우주의 가속팽창, 경제성장이론 등 위대한 발견을 이뤄낸 과학자들의 열정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로알드 호프만은 희곡을 발표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과학과 예술을 사랑하고 대중을 위해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 활발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은퇴 때까지 거의 매년 1학년을 대상으로 일반화학을 강의하며 방정식 없이도 열역학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그는 미래세대의 과학자들에게 과학에 매몰되지 말라는 조언을 건넵니다. 인생의 도덕적, 사회적, 예술적 측면을 이해하는 노력을 하라고 합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대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건 인문학적 고찰이었습니다.
인문학이 인생의 여러 문제에 명확한 해답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겸손함, 공감하는 마음, 인간적인 호의가 나름의 역할을 한다는 걸 인생의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교차 결합했을 때 문이 활짝 열릴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화학은 쉬워요.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어렵죠." - 로알드 호프만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의 단골 질문은 바로 스톡홀름에서 노벨상 수상을 알리는 전화가 걸려 왔을 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입니다. 차고에서 자전거 타이어를 고치고 있었다거나, 새벽 시간이라 잠을 자고 있었고, 누군가는 비행기에 있던 와중에 조종실로 가서 무선 통신으로 노벨위원회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연구자로서의 성취를 이루기까지 바탕이 된 인생 경험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배낭여행을 통해 인간적으로 성숙해졌고 자신의 꿈을 명확히 한 노벨화학상 피터 아그리, 생명의 위협을 종종 느낄 만큼 집에서 다양한 실험을 어린 시절부터 하며 꿈을 키운 노벨화학상 리하르트 에른스트 등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젊은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조언도 많습니다. 노벨 생리의학상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는 성차별 문제를 겪고 있는 여성 과학자들에게 공감 어린 조언을 했고, 마틴 챌피는 박사후연구원 신청서 준비할 때 뻔하지 않게 잘 준비하는 법을 예시로 꼼꼼히 알려줍니다.
노벨수상자들은 자신의 연구나 창의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물건을 노벨박물관에 기증하게 됩니다. 노트, 현미경 등 과학자들의 소중한 물건들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다 보면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의미 있는 물건을 살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반세기 동안 사회과학, 심리학, 철학, 경제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노벨 경제학상 대니얼 카너먼은 의사 결정과 인지 편향에 대한 연구를 해왔지만, 그 스스로도 의사결정에서 실수를 여전히 한다는 웃픈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노벨수상자들도 불안이 가득했던 젊은 시절을 거쳤습니다.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과학계. 실험실 화재로 모든 연구 노트와 문서가 소실되어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했던 노벨 생리의학상 팀 헌트는 그 과정에서 오히려 단순함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배웠다고 고백합니다.
커리어의 각 단계에서 수많은 위기 때마다 어떻게 대처했는지 노벨수상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젊은 학자들의 부담감이 조금은 덜어질 것 같습니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스럽게, 번득이는 영감을 안겨주며 멘토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직접 마주 앉아 듣는 듯한 인터뷰 방식의 글이어서 까마득하게만 보이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한결 가깝게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