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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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관으로 똘똘 뭉친 세상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섯 편의 이야기 <거꾸로 소크라테스>. '거꾸로', '반대로', '아니다', '않다'라는 의미가 들어간 단편 제목처럼 기존의 선입관에 전면 대결을 선언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골든 슬럼버>, <사신 치바> 등 이사카 고타로 월드라고 부를 만큼 그만의 매력을 머금은 작품들을 선보였던 이사카 고타로. 현실 세계에서 마주하는 온갖 불합리들을 넘어서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따스하고 해피한 감정을 선사하는 작가만의 필력이 매력적이었는데요. 특히 비꼬기식 은유라든지 위트 감각이 탁월합니다.


이번 신작은 초등학생이 주인공인 소설이어서 아동용 소설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20년을 꾸준히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매진해온 이사카 고타로이기에 쓸 수 있는 소년 소녀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작가 스스로 20년간 소설가로 살아온 덕분에 이루어낸 성과라고 말한 <거꾸로 소크라테스>입니다.


교사를 절대적으로 올바른 존재라 믿어 의심치 않은 초등학교 시절. 그런데 일방적으로 단정하는 습관을 가진 담임 선생님을 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거꾸로 소크라테스>. 담임 선생님은 일부러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의 의견을 모두에게 주입하려고 하면서 자신이 옳다고 믿습니다.


교사 기대 효과라고 아시나요. 교사의 기대에 따라 학습자의 성적이 향상되는 것을 말합니다. 반대도 영향력이 미칩니다. 낙인찍기죠. 은연중에 무시하는 말과 행동을 하다 보면 학생은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습니다.


소설 제목이기도 한 첫 번째 단편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만을 안다'라고 한 소크라테스와는 거꾸로인 선생님을 향한 아이들의 반란을 그렸습니다. 선생님으로부터 유독 무시당하는 친구를 위해 아이들이 작전을 세웁니다. 단번에 해결되지는 않으니 꽤 많은 작전을 세우고 실행해 봅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깜찍한 작전을 보면서 작전을 주도하며 친구들이 동참하도록 선도한 아이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소설의 화자는 계획에 동참한 아이 중 한 명인데, 평소 대로였더라면 무관심으로 흘려보냈을 것들을 친구를 통해 깨달아갑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는 과정,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가서는 방식을 보여주면서 한 아이의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여정을 보여줍니다.


이 아이들은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라는 마법의 말을 갖게 됩니다.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남에게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 우리의 모습을 건드립니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더 신경을 쓰니 무슨 일이 생기면 대부분의 생각에 덩달아 끌려갑니다. 소설에서는 용기 있게 주도하는 아이와 동참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끌어내면서, 작가는 오히려 그 주변부에 있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이들을 건드리고 있는 겁니다.


초등학생 때는 운동 잘하는 아이가 인기였지요. 초등학교 운동회 날 이어달리기 주자를 뽑으면서 잘 달리는 팀과 잘 달리지 못하는 팀 간의 신경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이들의 왕따 문제를 다룬 <슬로하지 않다>. 왕따 당할 이유가 있어서 왕따를 당한다는 생각을 화끈하게 반전시키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낡은 옷을 입는 아이는 가난하다는 편견을 깨부수는 <비옵티머스>도 유쾌한 반전이 기다립니다. 평소 트레일러 모습을 하고 있는 트랜스포머 옵티머스 프라임처럼, 겉모습만으로 무시한다면 큰 코 다칠 일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범죄자와는 함께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묘하게 뒤틀어버린 <언스포츠맨라이크>의 마지막 문장도 큰 울림이 있어 좋았어요. 늘 차분하게 지도하는 코치와 폭언을 사용하며 엄하게 가르치는 코치를 대비시키는 게 어떻게 범죄자와 연결되는지 흥미진진합니다. 의붓아버지는 아이를 학대한다는 선입관을 비꼰 <거꾸로 워싱턴> 등 다섯 편의 단편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가 가진 편견이 아이들의 세상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거꾸로 소크라테스>에 실린 다섯 작품에서는 학창 시절에 한 번쯤 본인이 겪었든 친구가 겪었든 그 시절에 경험할 만한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악당인지 영웅인지 이도 저도 아닌 무관심주의였는지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는 나는 어디 즈음에 자리 잡고 있는지 살펴보게 됩니다. 여전히 무관심하게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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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 - 아직도 나를 모르는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여행
성유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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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는 게 재미없다’는 말을 달고 사나요? 재미가 없으면 찾아야 합니다. 시시껄렁한 재미로는 채워지지 않는 진정한 재미를 말이지요. 바로 '내 마음'을 아는 재미와 '내 감정'을 읽는 재미입니다.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는 내 감정을 스스로 읽어내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휘둘릴 필요가 없도록 돕는 책입니다. 광화문 연세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성유미 저자는 전작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에서 잘못된 관계에 대해 정리하도록 도왔다면, 관계를 정리한 후에도 자기 감정을 알지 못해 또다시 길을 잃지 않도록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에서 감정에 관한 모든 것을 들려줍니다.


자신을 빼놓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집착하고 고민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진정한 행복감을 느끼는 주체는 '나의 마음'인데 말입니다. 나의 마음이 빠져 있으니 당연히 공허하고 재미없습니다. 감정에 대한 갖가지 선입관과 편견을 짚어보며, 내 감정의 감각을 느끼는 연습을 돕습니다. 감정을 부정하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감정을 등한시합니다. 다 그러고 산다느니, 너만 그런 거 아니라느니 하면서 말이죠. 감정적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길 바라면서 감정을 '하급' 취급하지만 감정적인 것과 감정은 전혀 다릅니다. 감정적일 때는 정작 자기 감정을 제대로 모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에서 다루는 감정 공부는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감정에는 발생과 소멸의 이유가 있고, 감정이 해소되는 과정도 '순간'이 아닌 일련의 시간적 흐름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안과 두려움을 뒤로하고 행복한 삶으로 인도하는 발걸음을 내디디려면 내 감정에 주목해야만 가능해집니다.


역설적인 사례를 소개하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심리학 책을 탐독하며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온 B 씨.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독이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심리학에서 알려준 것들이 자신의 내면에서 훈수로 작용한 겁니다. 진정한 자기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채, 수많은 심리학 이론과 심리서들이 '지식화'되어 자기 감정과 친해지는 것을 오히려 방어하는 것으로 부작용이 일어난 사례입니다. 


"그 많은 심리서들은 왜 이리 내 심리 문제에 무능한 걸까."라는 생각을 해본 이들이 딱 공감할 만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내게 필요한 그것. 바로 그 말을 해 주세요!'라는 심리로 읽으면서 정작 내가 아직 내 문제를 구체화하지 못한 상태일 때 특히 이렇게 된다고 합니다. 독자는 어떤 해답을 바라고 읽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완전한 '열린 마음'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각자의 고집과 완고한 면이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기대치가 놓을수록 실망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심리서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책을 읽을 때도 별 기대 없이 읽은 책이 느낌 확 오며 인생책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감정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은, 타인에게 내맡긴 삶은 아니라 할지라도, 센서에 알람과 경고등이 아무리 요동쳐도 무시한 채 위험한 질주를 하는 것과 같다. 그러다가 진짜 삶의 의지마저 완전히 상실할 수 있다." - 책 속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그건 나만이 가장 잘 알 수 있고 그 감정이 무엇인지 판단할 권한 또한 나에게 있습니다.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는 감정을 성찰하고, 감정 시그널을 잘 활용하는 기술을 알려줍니다. 느낌만큼 생존의 문제와 직접 맞닿아 있는 건 없으니 내가 느끼는 건 항상 옳다는 마음을 가지라고 합니다. 이런 감정이 소화가 안되면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정신으로 체한 겁니다. 내 감정은 내 안에 함께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잘 소화시키고자 애써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자는 감정 발생 메커니즘과 알고리즘을 짚어주며 대표적인 감정을 살펴봅니다. 사랑, 분노, 슬픔 등과 함께 재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미는 우리 삶의 자양분입니다. 재미의 어원이 자양분이 풍부한 맛이라는 뜻의 자미(滋味)라고 합니다. 재미에 이렇게 깊은 뜻이 숨어있었네요. 이 재미가 의지입니다. 힘든 것도 견디고 감내하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대부분 문제의 핵심은 결국 재미 상실에서 온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는 잃어버린 재미를 찾게 도와줍니다. 저자가 알려주는 DASO 재미 지도로 테스트해 볼 수 있습니다. DASO는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 옥시토신, 세로토닌, 도파민의 첫 글자를 딴 약자입니다. 각각의 신경전달물질은 채집과 새기는 재미, 티키타카 재미, 아기자기 소소한 재미, 심장 쫄깃한 재미로 저마다 특징이 있습니다.


원하는 재밌는 일을 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고 즐겁다면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비로소 안정적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와 즐거움을 방해하는 요소들도 꽤 많습니다. 재미를 찾다가 삐끗해서 중독되기도 합니다. 새로움을 안다고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그저 흥분하고 들뜨는 상태의 재미도 아닙니다. 이 여정에서 중요한 건 내 마음 읽기입니다.


저자는 제자리에서 강박적으로 맴돌며 사는 대신 멈춰버린 찾기 시스템을 되살리라고 응원합니다. 달팽이처럼 느릿느릿이어도 괜찮으니 말입니다. 느낌과 감정을 통해 계속해서 감정의 더듬이를 세운다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그저 흥미 위주의 읽기 편한 에세이류가 아닌 전문성과 대중성을 두루두루 갖춘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 이젠 재미없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데 필요한 내 마음 알기와 내 감정 읽기의 재미를 찾아보세요. 감정을 아는 능력이 커질수록 재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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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숲 -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한 야생의 세계
크레이그 포스터.로스 프릴링크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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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수상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을 넷플릭스에서 시청하면서 놀라운 바다 세계 풍경과 바다 생물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크레이그 포스터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그 제작진의 기록 <바다의 숲 :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한 야생의 세계 (원제 Sea Change)>. 다큐만큼 경이로운 사진들과 문학적인 글이 가득해서 책장을 넘기는 내내 즐거웠어요.


"놀랍도록 아름다운 세계를 드러내 보여준다."는 제인 구달의 추천사처럼 바다 밑에서 이뤄지는 모험, 교감, 치유를 생생하게 전하는 매혹적인 바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바다의 숲에서 눈으로 보고 몸으로 감각한 것들을 영상으로 펼친 다큐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 영화에서는 크레이크 포스터가 문어와 감동적인 교감을 나누는 것에 초점 맞췄다면, 책 <바다의 숲>에서는 제작자 크레이그 포스터, 로스 프릴링크가 함께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근처 해저 숲을 잠수하며 경험한 내밀한 감정들을 더 자세히 들려줍니다. 그리고 크레이그와 로스 두 사람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영화감독 피파 에를리히의 섬세한 편집으로 선보입니다.


이들은 프리다이버였습니다. 잠수복 없이, 산소 탱크도 없이 맨몸으로 바닷속을 탐험합니다. 무모하지만 낭만적인 모험과도 같은 그들의 이야기. 프리다이버로서 오랜 경험자인 크레이그를 따라온 로스 프릴링크의 도전기도 무척 흥미진진했어요. 처음 새로운 세계를 마주한 그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개됩니다.


로스 프릴링크는 단조롭게 느껴졌던 바다 아래 세계가 <스타워즈> 영화에 버금가는 흥미로운 세계로 다가왔다면서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야생 리얼리티 쇼"와도 같았다고 고백합니다. 크레이그는 바다 동물로부터 "클럽 가입을 허락받은" 느낌을 받았다며 바다 생물과의 교감, 우정을 쌓아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특색 없는 동물 중 하나인 삿갓조개가 가꾼 아름다운 조류 정원을 포함해 조수 웅덩이에서 만난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며 하찮아 보이는 동물들에게서 큰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동물들의 흔적을 추적하는 법을 배운 다음에는 도처에서 자국과 흔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겁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치유의 힘을 얻습니다. 크레이그의 이야기는 다큐 <나의 문어 선생님>에서도 접할 수 있었는데, 육체적으로 감정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피폐한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줬습니다. 로스 프릴링크 역시 외면해오던 결핍과 상처를 마주하는 용기를 얻습니다. 특별한 바다 생물에게서 무엇을 배웠던 걸까요. 한 편의 감동적인 성장 드라마를 만나보세요.


문어, 큰학치, 헬멧고둥, 성게, 갑오징어, 수달, 파자마상어 등 그들의 선생님이 되어준 많은 바다 생물들의 비밀스러운 세계. 바위에 붙어있던 흰덩이멍게를 잘라내 독이 있는 껍데기를 보호용 망토처럼 착용한 망토해면게, 껍데기와 돌을 임시 갑옷으로 만드는 문어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사진 등 경이로움이 쓰나미처럼 몰려옵니다.


바다 생물 표본 수집을 하는 우리 아들도 표본으로만 보던 것을 살아있는 생물 사진으로 감상하니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바다 생물을 관찰하며 발견한 신비롭고 놀라운 이야기와 사진이 가득한 <바다의 숲>은 바다 생물에 관심 많은 이들을 만족시킬 만큼 훌륭한 바다 생물 도감과도 같은 역할을 해냅니다. 공룡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바다를 누비고 다녔다는 조개낙지의 천재적인 살아 있는 예술 장면 목격담 등 수집품으로 갖고 있는 것들이 책에 등장할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읽게 됩니다.


8개월 동안 매일 차가운 물속으로 잠수하면서 마침내 문어가 사냥을 나설 때마다 함께 했던 크레이그. 문어가 크레이그에 대한 두려움을 거두기까지 몇 주일이 걸렸습니다. 그러다 문어가 크레이그를 살짝 만지려고 다리 하나를 슬쩍 내뻗는 장면에서는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더라고요. 사람과 문어 사이의 우정이 이토록 아름답고 먹먹한 느낌을 주리라곤 생각 못 했습니다.


"크레이그는 자신이 만난 문어에 관한 소식을 알려주길 특히 좋아했는데, 그 문어를 자신의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크레이그는 매일 그 문어와 함께 잠수를 했고, 마침내 문어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 - 책 속에서


야생 동물과의 교감을 그린 자연 에세이를 좋아하는 저는 헬렌 맥도널드의 <메이블 이야기> 만큼이나 <바다의 숲>을 애정하는 책으로 손꼽을 것 같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야생 동물을 세심히 관찰하면서 깨달은 교훈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 <바다의 숲>. 그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자연과 연결되는 느낌, 삶이 주는 고통을 뛰어넘는 경이로운 치유에 이르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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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하고 야무진 최신 경제 용어 해설 - 투자의 미래를 밝혀줄 핵심 키워드 160
권기대 지음 / 베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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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도 높은 핵심 경제용어 160가지로 오늘날 미디어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경제용어와 익숙해지게 도와주는 <명쾌하고 야무진 최신 경제 용어 해설>.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월스트리트에서 일했던 경제전문가이자 베가북스 권기대 대표의 책입니다. 


신조어는 경제 용어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긍정적 이미지로 다가오는 '그린워싱'은 사실 비난의 언어이고, 희소가치도 아닌 '휘소가치'라는 말은 MZ 세대와 밀접한 용어입니다. OTT, ESG, NFT 같은 약자로 이루어진 경제용어는 또 얼마나 많은가요. 처음 보는 경제용어들은 물론이고, 들어는 봤지만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안다고 착각하는 용어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자는 경제를 움직이는 기본적인 원리를 담은 경제용어를 알아야 경제적 자유를 위한 노력 및 투자 활동에서 기회를 놓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명쾌하고 야무진 최신 경제 용어 해설>은 경제적 자유를 위한 학습, 시사 트렌드에 관심 많거나 새로운 트렌드 팔로잉에 발 빠르게 접근하려는 이들을 위한 책입니다. 


낡은 용어가 아닌, 현재 우리 사회에서 사용하는 실용적인 경제용어 160가지를 왜 이런 용어가 생겨났는지 배경지식도 알려주니 쉽게 이해됩니다. 청소년에게도 추천하고 싶어요. 그저 정의 내리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그 용어가 가진 경제적인 함의는 무엇인지 경제활동과 투자 맥락에서 짚어주고 있어 훨씬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용어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례를 알려주고 사진, 도표, 차트를 활용해 시각적 효과도 높였습니다. 


은행 앱을 보면 언젠가부터 ISA라는 메뉴가 떡하니 있지만 뭔지 몰라 눌러보지 않은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뜻하는 만능통장입니다. 영국은 국민의 90% 이상이 가입한 재테크 기본 통장입니다. 모든 은행을 통틀어 딱 1계좌만 개설 가능합니다. 올해 3월 가입 조건이 완화되었으니 살펴보세요.


비트코인만 들어봤는데 비트코인이 뭔지 이해되기도 전에 무슨 코인이 이렇게 많아졌을까요. <명쾌하고 야무진 최신 경제 용어 해설>에만도 코인 용어가 꽤 많이 등장합니다. 전력 소모량 적은 저전력 가상화폐인 '그린 코인', 과열된 우리나라 가상화폐 투자 시장에서만 일어나는 김치 프리미엄, 비트코인 이외의 모든 가상화폐를 가리키는 알트코인, 메이저 알트코인에도 속하지 못할 정도로 위험천만인 중소 가상화폐들을 뜻하는 잡코인... 왜 이런 것들이 등장하고, 그 영향력은 어떠한지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네이버 장보기 코너에 이마트까지 결국 입점할 정도로 오프라인 급감에 비해 급증한 온라인 주문으로 생긴 '다크 이코노미' 개념, 경제활동하는 모든 사람이 흥미롭게 지켜볼만한 의미 있는 지표라고 말하는 한국은행이 매주 발표하는 뉴스심리지수(NSI), 그리고 도대체 이건 뭔 소리인가 매번 궁금했지만 그냥 흘려넘긴 NFT에 대한 이야기 등이 소개됩니다. NFT가 왜 생겨났는지 개념은 물론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자산으로 만드는지 핵심을 알려주고 있어 한방에 이해됩니다.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및 한계 등 전망을 엿볼 수 있는 깔끔한 정리가 만족스럽습니다. 


사회 경제 도서를 읽을 때 사전처럼 옆에 두고 읽기 좋은 <명쾌하고 야무진 최신 경제 용어 해설>. 경제 용어이지만 실생활 깊숙이 들어온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입니다. 현명한 재테크 기술 습득을 위한 참고도서로 갖춰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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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X다 - 부디 당신은 O를 골라요
김별로 지음 / 포르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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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참 X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X같은 인생을 읊조립니다. 결혼도 못하고 돈도 없고 승승장구하던 시절을 떠올리려고 해도 마땅찮다며 고백하는 저자는 마흔n 살에 림프종 진단을 받습니다. 짧으면 6개월, 길면 2년. 시한부 판정을 받은 순간 지난날을 회상합니다. 암에 걸릴 수밖에 없는 X로 가득했던 과거를요. 쪽팔려서 본명을 숨기고 김별로 라는 예명으로 책을 낼 정도입니다.


편집자 치고 어느 날 사라졌다가 십여 년 만에 돌아온 이 작가를 모르는 이는 없다는데, 읽는 내내 톡톡 튀는 말 센스는 숨겨지지 않더군요. 항암 에세이인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웃음 터지게 만드는지... 너무 웃어서 미안해질 지경입니다.


"죽음이 남의 일이었을 때 나의 하루는 지루했고, 삶을 뺏기기 일보 직전에야 비로소 일상이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 책 속에서


비염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가 비강형 NK/T 세포 림프종이라는 암 선고를 받은 저자. 의사는 암은 그냥 재수 없으면 걸리는 거라고 위로의 멘트를 날리지만,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니 언제나 O가 아닌 X를 선택해왔다는 걸 깨닫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엉망진창 식습관에 체력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고백합니다.


어쨌든 암에 걸렸으니, 그것도 보험사에서 더 높은 금액을 쳐주는 고액암에 걸렸으니 치료를 받아야지요. 초스피드로 지급된 보험금을 받아들고나니 진짜 죽을 병에 걸린 게 맞구나 하며 죽음이 실감됩니다. 작가가 걸린 암은 항암치료는 잘 받으면 생존 확률이 50%라고 합니다. 치료를 받아도 죽을 확률과 살 확률이 반반이라니, 언제나 남의 일이었던 죽음이 훅 다가왔습니다. 하필 발병 부위도 비강이니 말 그대로 코앞까지 찾아왔습니다. 남의 일 같던 암미 내 것이 되니, 완치도 남의 일처럼 여겨집니다.


병원치료냐 자연치유냐의 선택길을 두고 숱한 암 서적을 열심히 살펴봅니다. 암 에세이를 쓴 저자들의 근황이 궁금해 검색해보면 대부분 고인이 되어있더라는 말에 마음이 착잡합니다. 고민한 끝에 자연치유를 위해 고창에 자리를 잡은 작가는 좋은 환경에서 스트레스 덜 받는 생활을 하며 좋은 음식을 찾아 먹으며 지내봅니다. 김별로 작가가 자연치유를 선택한 이유를 알게 되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누나는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형은 회복과 전이를 반복하다 중환자실에서 쓸쓸히 임종을 맞이했는데 그때의 경험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다 유명하다는 의사선생님의 무례한 행동을 접한터라 자연치유 쪽으로 마음이 더 갈 수밖에 없는 상태였던겁니다.


마음을 다잡고 자연치유에 도전하지만 생존확률 짧으면 6개월이라던 그 기간이 지나자 이런저런 핑계 대며 온갖 X를 서서히 가까이합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지납니다.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길면 2년이라고 했던 그 시간입니다. 하지만, 암은 그 순간을 기다려왔던건지 본색을 드러냅니다. 온갖 X에 대한 후회를 뒤로 하고, 허지웅이 다녔다는 병원에서 몇십 번의 항암 치료와 무균실 입성을 반복하며 일단은 치료 결과가 괜찮은 상태로 퇴원합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다른 긴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항암치료로 주저앉은 코 재건 수설입니다. 항암 치료를 끝내고 5년이 지나면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데 성형수술은 그때서야 가능한겁니다. 그런데 이 수술이 만만찮은 수술이더라고요. 전신마취를 요하는 수술이 최소 세번, 암 선고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정도로 심적으로도 힘든 수술이라며 걱정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전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김별로 작가. 다행히 완치 판정을 받을지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를 일이라고 말하지만, 이제는 X보다는 무엇도 넣을 수 있는 가능성의 미지수 X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에세이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그 시간들을 건너온, 그리고 앞으로도 힘든 나날들을 견뎌낼 작가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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