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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비타민 플러스 UP
박경미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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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수백만 학생들을 사로잡은 수학 교양 필독서 수학비타민 플러스가 개정증보판으로 선보였습니다. 재밌는 수학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수학 원리가 쏙 잡히는, 재미있게 수학을 배울 수 있는 <수학비타민 플러스 UP>.


일상 속의 수, 대수, 기하학, 통계와 확률과 관련한 수학 개념과 원리가 숨어있는 일상 속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챕터별로 어느 페이지든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수학을 배우면서 일상 상식까지 채울 수 있는 수학 교양서입니다.


숫자 표기 방법의 진화를 보니 문명권마다 오래전에 사용했던 숫자는 읽는 것조차 힘들더라고요. 아라비아 숫자가 등장한 후 수 체계가 하나로 정립된 게 정말 다행입니다. 끊임없이 발전해가는 살아 있는 학문으로서의 수학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라비아 숫자는 십진법이지요. 그런데 12를 단위로 하는 시계도 있고, 일상의 모든 것들이 십진법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프랑스에서는 혁명기 때 달력도 1달이 10일씩 이루어진 3개의 십진수로 구성해 사용해봤다고 합니다. 그런데 9일 일하고 하루 쉬다 보니 노동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결국 폐지되었다고 해요.


불가사의하다, 모호하다, 찰나의 순간 같은 말을 종종 쓰는데 이것도 수의 단위라는 걸 배우게 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파워즈 오브 텐>에서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를 오가는 걸 보여준다니 시간 날 때 시청해보세요.


바코드 오류를 방지하는 장치가 수학에 기반하고, 카메라 f값은 무리수를 활용하고, 사다리타기는 함수의 일대일대응, 바이오리듬은 삼각함수의 사인 곡선과 연결되는 등 연관성이 전혀 없을 것 같은 분야에도 유용성을 발휘하는 수학을 보여줍니다.


맨홀 뚜껑이 원 모양인 이유, 네발의자보다 세발의자가 더 수평이 잘 맞는 이유 등은 평면 공간, 입체공간과 같이 구체적인 실체를 탐구하는 기하학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미로는 수학의 조르단 곡선의 정리를, 과일 가게에서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 올린 과일에도 케플러의 추측이 사용됩니다.


타당성과 객관성을 가진 통계, 직관적으로 추론했을 때보다 실제 계산해보면 다른 경우가 많아 놀라게 하는 확률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통계 이야기에서는 치사율, 사망률을 어떤 방식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꽤 달라진다는 걸 알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취업률을 자랑할 때 어떤 방식으로 계산했는지도 이제는 살펴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음악과 미술에도 수학은 활용됩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처럼 문학에도 수학이 등장하는 사례도 흔합니다. 영화도 물론이지요. 애정하는 공포 스릴러 영화 <큐브>는 소수와 소수의 거듭제곱이 아니어야만 안전한 방이라는 수학적 요소가 제대로 사용되었습니다. 


경외감을 일으키는 자연에서도 수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꿀벌의 벌집, 바이러스의 비밀, 피보나치수열이 적용된 자연물 등을 사례로 보여줍니다. 동서양 역사에서 수학의 발전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특히 주역과 60갑자 속 이진법 원리, 마방진의 힘 등 동양 수학사의 재발견은 흥미롭습니다.


수학 지식은 시공을 초월한 절대 진리가 아니라 잠정적이고 오류 가능성 있는 진리임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출현처럼 그 지식을 의심하고 비판하며 질적 변화를 이루어 온 변증법적 과정을 거친 게 수학임을 들려줍니다.


<수학비타민 플러스 UP> 후반에는 어떻게 수학 공부를 해야 하는지 조언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 수학 시험지를 보니 원주율 값을 3으로 계산하라고 문제에 미리 제시하고 있어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는 계산이 복잡해져도 무조건 3.14로 계산했었는데 말이지요. 이제는 훨씬 빠르게 계산할 수 있으니 이런 부분은 편리하게 바뀌었다 싶었어요.


제한 시간 내 풀어야 할 문제가 많아 계산이 느리면 치명적인 우리나라 수학 시험 특성상 박경미 저자는 계산 속도와 정확성에 조금 더 신경을 쓰자고 조언합니다. 어차피 학년이 올라가면 자연스레 되는 거라 생각하는데 집중 연습하지 않으면 저절로 빨라지지는 않는다고 해요.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쉽고 재미있게 수학을 만날 수 있는 <수학비타민 플러스 UP>. 수학의 눈으로 세상을 탐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서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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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쓰는 용기 - 정여울의 글쓰기 수업
정여울 지음, 이내 그림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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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숨은 기억의 보물창고를 찾는 데 도움 되는 글쓰기를 위한 책, 베스트셀러 작가 정여울의 글쓰기 수업 <끝까지 쓰는 용기>. 정여울 작가 특유의 문학적 문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글쓰기 책마저 정여울 식으로 쓸 수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랄 테고, 이미 다른 글쓰기 관련 책을 읽어본 이들이라면 지금까지 봤던 정보성 글쓰기 책과 느낌이 확 다른 신선한 매력을 만나게 될 겁니다. 


순수한 기쁨으로서의 습작의 가치를 일깨우는 정여울 작가. 무엇을 꼭 성취해야 한다는 목적 없이 그저 쓰고 싶은 글을 쓰라고 합니다. 나 자신에게는 마음 터놓고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글 말입니다. 내 안에, 내 삶에 최고의 보물인 글감이 있음을 국화차로 설명합니다. 꼬들꼬들 아주 작게 시든 것처럼 보이는 국화가 물속에서 싱싱하고 샛노랗고 아름답게 새로운 꽃으로 피어나는 것처럼 시들어버린 기억을 글쓰기라는 따뜻함으로 되살려내게끔 돕는 <끝까지 쓰는 용기>. 작가는 여전히 스스로를 습작생이라고 부릅니다. 매일 부담감 없이 무작정 신이 나서 쓰는 글이 쌓였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18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성실하게 글을 써온 정여울 작가. 매일 글을 쓰고 매년 책을 펴낸 작가의 조언을 만나보세요. 수년간 글쓰기 수업을 하며 수강생과 나누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글쓰기와 관련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들려줍니다.


1부 글을 쓸 때 궁금한 모든 것들에서는 예비 작가들의 공통 질문에 대한 답을 엮었습니다. 2부 매일 쓰며 배우고 느낀 것들에서는 글쓰기와 관련한 희로애락 에피소드를 들려줍니다. 3부 한 권의 책을 만들기까지 생각해야 할 것들에서는 취재법, 테마 찾는 법, 문장론 등 일반적인 작법서에서 봄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글쓰기의 기쁨을 오롯이 담은 노하우가 자리 잡고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질투심을 창조적으로 승화하는 비결, 모든 일상을 글쓰기로 집중시키는 지혜 등 글쓰기를 좌절시키거나 소망하게 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주제를 고르는 특별한 방법, 어휘력과 문장력을 키우는 힘, 글 쓸 때 꼭 기억해야 할 원칙, 창작과 퇴고 팁, 독서 습관, 정여울 작가만의 서평 쓰기 노하우까지 글쓰기의 힘을 길러주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글쓰기의 적은 자기검열의 생각들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글을 지나치게 감정적인 글이라고 판단하거나 내 안의 부끄러움이 자기검열로 나타납니다. 기대만큼 해내지 못하는 자신이 싫을 때도 있지만 글쓰기 자체를 싫어하진 않았다는 정여울 작가는 결국 마음을 다해 글을 쓰는 게 답이라고 합니다. 영감이 뚝 떨어지지도,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르지 않아도, 슬럼프에 빠져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쓰기가 가르쳐준 희망과 용기의 비밀을 들려주는 <끝까지 쓰는 용기>. 오랜 꿈의 실현법으로서의 글쓰기, 치유와 성장의 힘을 지닌 글쓰기를 이야기합니다. 저자의 책으로 사례를 설명하다 보니 비하인드스토리를 알게 되는 기쁨이 쏠쏠합니다.


읽다 보면 이런데도 글 안 쓸래?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그야말로 글쓰기의 기쁨을 자랑(?!) 하는 정여울 작가입니다. 서평으로 데뷔한 만큼 서평 쓰기에 관한 노하우는 특히 인상 깊었는데요. 혀를 내두를 정도로 독한 과정이 자리 잡고 있더라고요. 재능이 있는 사람이니 술술 쓸 수 있었겠지라는 편견을 깨뜨리는, 정여울 표 글쓰기를 개발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어요.


이 책을 처음 쥐었을 때부터 기분이 좋아졌는데요. 읽기도 전부터 이미 부담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책이 있는가 하면 <끝까지 쓰는 용기>는 표지만 봐도 느슨한 행복감을 주는 힐링 책으로 다가왔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내 작가님의 정갈한 그림이 정여울 작가님의 문체와 찰떡궁합이네요.


진짜 나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글을 마주하다 보면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어느새 사라질 겁니다. 인문학 향기 넘치는 정여울 문체로 만나는 글쓰기 책 <끝까지 쓰는 용기>. 어떻게 전업작가가 되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러한 문장을 써 내려갔는지. 정여울의 작가 인생이 이번 기회에 잘 정리된 느낌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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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맞춤 다이어트 - 체질 구별법부터 식단, 지압, 스트레칭, 차 레시피까지
최인서 지음 / 시월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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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쉽게 살을 빼면서, 건강한 몸을 만들고, 약간의 관리만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바로 체질에 맞는 다이어트를 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개업 초창기 스트레스로 살이 쪘지만 '살 좀 찌면 어때?'라는 생각으로 크게 신경 쓰지 않다가 극심한 허리 통증이 시작된 후 짜증과 우울감에 일조차 할 수 없었다는 최인서 한의사. 헬스장을 다니며 운동하고 적게 먹는 다이어트에 돌입합니다.


초반엔 효과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살도 안 빠지고 근육도 안 붙는 걸 경험하고는 그제서야 한의사이면서 정작 체질을 따지지 않았다는 걸 깨닫습니다. 태양인인 저자는 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리려면 탄수화물을 적게 먹는 게 아니라 적당히 섭취해야 했다는 것을요. 체질에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적용하면서 몸 만들기에 돌입하고 한의사 최초 머슬마니아 Top4에 입상하는 쾌거를 거둡니다.


왜 살이 찌는 걸까요? 살이 찐다는 건 우리 몸이 항상성 조절에 실패했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사람마다 스트레스 받는 요인이 다르고 증상이 다릅니다. 스트레스 받을 때 식욕 폭발형이 있는가 하면 식욕 부진형이 있듯 개개인마다 호르몬에 반응하는 장기의 민감성이 다르다고 합니다.


같은 처방을 해도 누구는 낫고 누구는 낫지 않고 심지어 부작용까지 생기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체질 맞춤 다이어트>는 사상의학으로 설명합니다.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이라 우리가 익히 들어본 바로 그것입니다. 


각각의 체질에 따라 건강한 몸을 위해 즐겨먹어야 하는 음식이 다르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겐 탄수화물 끊는 게 효과가 있지만,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사람이 탄수화물을 끊어 몸이 망가지기도 합니다. 탄수화물을 너무 안 먹어서 비만이 되는 이상한 체질은 태양인입니다. 사람 좋아해, 먹는 거 좋아해, 간으로 보내는 영양분도 많아 살찌기 쉬운 태음인,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비만되기 쉬운 소양인, 생활 패턴 스트레스로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잘 안 먹다가 오히려 살이 찌는 소음인. 체질별 성격 특징이 소개되어 있는데, 읽으면서 격하게 내 상황과 공감되는 체질이 있긴 있더라고요.


나에게 도움 되는 음식 위주로 먹는다면 항상성이 회복된다는 것을 바탕으로 <체질 맞춤 다이어트>는 체질별 맞춤 음식, 지압과 스트레칭, 차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중요한 건 요요 없는 다이어트라는 겁니다. 최소 열량으로 시작해 단계별로 칼로리 섭취량을 늘려가는 게 핵심입니다. 운동 없이 유지 가능한 몸무게에 따른 기초대사량 표를 참고해 식단과 운동으로 목표 체중에 도달한 다음 꾸준히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공통 식단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너무 세분화되어있으면 오히려 따라하기 힘들더라고요. 하루에 어느 정도 섭취해야 하는지 식단만 봐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인 식단은 단백질이 부족하니 평소보다 2배 정도 더 먹는다는 느낌으로 식단을 설계해야 합니다. 체질별로 안성맞춤 음식도 소개되어 있어요. 극단적으로 체질 음식 한두 개만 섭취하는 건 금물이라고 주의줍니다.


식단이 중요할까요, 운동이 중요할까요. 체지방 감량하는 데는 식단이 중요하고, 다이어트 성공 이후 유지하면서 살이 찌지 않는 몸으로 바꾸는 데는 운동이 필수라고 합니다. 운동도 섭취 칼로리에 맞게 해야 한다는 걸 강조합니다. 욕심으로 무리하게 운동하면 식욕 폭발하기 일쑤입니다. <체질 맞춤 다이어트>에서는 근육 운동 위주를 강조하면서 유산소는 생활 속에서 틈틈이 움직이는 니트 NEAT 운동을 권장합니다.


막힌 혈을 뚫어서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지압, 대사량을 올리는 데 도움 되는 스트레칭을 적절히 병행하면 좋습니다. 식욕 억제하는데 도움 되는 혈자리, 숙면에 도움 되는 혈자리, 허리 통증에 도움 되는 혈자리, 화병에 도움 되는 혈자리 등 증상별 맞춤 혈자리가 소개됩니다.


달달구리 간식을 먹으며 커피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아아를 먹는 것처럼 차 역시 몸에 안 좋은 것을 잔뜩 먹고 나서 살 빠지는 효과가 있는 차를 한 잔 마신다고 해서 큰 효과를 바라지는 말라고 조언합니다. 기본이 된 상태에서 나에게 맞는 차를 꾸준히 마실 때 다이어트에 도움 된다는 걸 강조합니다. <체질 맞춤 다이어트>에서는 가장 확실하게 그 체질이 섭취했을 때 가장 효과가 좋은 차를 소개합니다. 책에 소개된 차는 <동의보감> 탕액 편에 기록되어 있는 식재료와 약재를 기반으로 합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몸을 만들고 나면 보디 프로필도 찍어보고 싶고, 머슬마니아에도 관심 가질 분이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머슬마니아 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허고니 트레이너와의 인터뷰와 스타 원바디의 김남용 포토그래퍼가 알려주는 보디 프로필에 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다이어트는 체질에 따라 달라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체질 맞춤 다이어트>. 내 체질이 어떤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어떻게 자야 하는지 등 건강한 몸을 위한 다이어트를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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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흐르는 곳에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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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 스릴감 넘치는 초자연 미스터리 공포와 힐링의 빛이 온몸을 휘감는듯한 따스함까지, 스티븐 킹 작가의 팔색조 매력이 담긴 소설 네 편을 만날 수 있는 <피가 흐르는 곳에>. 


묘지에서 전화벨이 울린다는 설정의 <해리건 씨의 전화기>. 스티븐 킹이 어린 시절에 했던 상상이라는데 정말 기막히게 뽑아냈습니다. 한때 통신사, 영화관을 소유했던 갑부 해리스 씨가 은퇴 후 이제는 노트북도 TV도 없이 지냅니다. 해리스 씨에게 책 읽어주는 일을 하며 푼돈을 받는 '나'는 그가 보내준 즉석복권이 당첨되는 행운을 누리고, 아이폰을 선물합니다. 새로운 여행길에 나선 노년의 탐험가처럼 신문명을 맛본 해리스 씨.


왜 신문기사와 유튜브 영상에 광고가 없는지 해리스 씨는 의아해합니다. 하지만 곧 내 이메일 주소가 돌아다니고 내가 뭘 검색하는지 추적당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앞으로 이걸로 뭘 할 수 있을지, 어떤 세상이 올지 그 본질을 간파하는 예리함은 녹슬지 않았습니다. 1세대 아이폰 시절의 당시 분위기를 엿볼 수 있어 신기했어요.


무던한 성장소설처럼 흘러가던 소설은 해리슨 씨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부터 미스터리하게 전개됩니다. 해리슨 씨의 장례식에서 그의 아이폰을 주머니에 넣어둔 '나'는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전화를 걸어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해리슨 씨의 번호로 기이한 문자가 옵니다. 게다가 몇 년이 지나도 배터리가 꺼지지 않고 연결됩니다. 죽은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는 건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이후 기이한 사건들은 솔직히 상상만으로도 오싹해집니다. 그래서 결말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막 고마웠어요, 척!으로 시작해 2막 길거리 공연, 1막 내 안에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설정으로 진행하는 <척의 일생>. 인터넷도 끊기고 전기도 곧 끊기면서 종말을 앞둔듯한 세상. 그런데 온갖 광고판에 "39년 동안의 근사했던 시간! 고마웠어요, 척!"이라는 구절과 함께 손등에 초승달 모양의 흉터를 가진 남자의 사진이 등장합니다. 대체 누구길래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걸까요. 세계가 기울어가고 있는 이 상황에서 말이죠.


스티븐 킹이 척을 주인공으로 두 편의 단편 3막과 2막을 먼저 쓰고 나서 1년 후 이 모든 걸 하나의 내러티브로 묶는 세 번째 이야기 1막을 썼다고 합니다. 여전히 이 소설의 결말이 의미하는 바가 안개처럼 뿌옇긴 하지만, 라라랜드를 연상하게 하는 분위기와 설정이 마음에 들어 스티븐 킹 소설 중 잊지 못할 소설로 자리 잡을 정도로 저는 마음에 쏙 들었어요.


"한 사람이 죽으면 온 세상이 무너진다고 본다. 그 사람이 알았고 믿어온 세상이." - 척의 일생 


스티븐 킹의 첫 탐정소설 <메르세데스> 3부작에 단역으로 등장했던 홀리 기브니는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이후 <아웃사이더>에도 등장시키더니 이제는 홀리를 주인공으로 한 경장편 소설의 탄생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전작 <아웃사이더>에서 이방인이라 지칭했던 미지의 괴물이 <피가 흐르는 곳에>서는 더 우리 주변에 파고든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재난이 닥친 곳에 가장 먼저 도착해 특종을 보도하는 기자로 말이죠. 생존자와 유족의 고통, 상심, 두려움, 슬픔을 먹는 그것. 사람의 감정을 먹는다는 설정이 흡혈귀를 떠올리게 합니다. '피가 흐르는 곳에 특종이 있다'는 뉴스업계의 오랜 정설이 초자연 미스터리와 접목되면 이런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겠구나 싶어 놀라웠어요.


그것은 오랜 세월 얼굴을 바꿔가며 기자 행세를 하며 배를 채웠습니다. 그동안은 특별히 해로울 게 없는 존재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이전과 다르게 행동합니다. 대학살을 직접 유도합니다. 홀리 기브니의 편집증적 의심이 발휘되면서 그것의 정체를 쫓는 홀리. 이번에도 홀리식 희망은 이뤄질까요.


<아웃사이더>에서 추상적으로 다가왔던 이방인의 정체가 <피가 흐르는 곳에>서는 좀 더 선명하게 와닿는 느낌입니다. 무엇보다 이방인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려는 스티븐 킹의 의도가 느껴집니다. 유독 조회수 높은 비극 사건 영상처럼 호기심처럼 비극을 즐기는 인간의 모습 말이지요.


마지막 단편소설 <쥐>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설가라는 소재가 흥미롭습니다. 창작의 고뇌를 이토록 오싹하게 다루다니요. 읽다 보면 신경과민 노이로제에 걸리는 기분입니다. 매번 장편을 쓰지 못하고 단편만 써온 소설가 드류는 어느 날 갑자기 완벽한 장편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거의 받아쓰기에 가깝다고 장담할 만큼 플롯이 탄탄합니다. 가족과 떨어져 몇 주 정도 숲속 통나무집에 머물며 집필하기로 합니다.


처음엔 술술 잘 풀렸지만 이내 독감 증상을 보이며 해롱대는 드류. 폭풍까지 들이닥쳐 떠나지도 못한 채 비몽사몽합니다. 폭풍으로 난장판이 된 창고에서 죽어가던 쥐를 발견한 드류는 집안 난로 앞에 두고 깜빡 잠이 들었다 일어나 보니. 세상에, 쥐가 말을 하네요. 게다가 보은하는 쥐인가요? 소원을 들어주겠답니다. 하지만 소원에는 언제나 대가가 필요하죠.


스티븐 킹도 드류처럼 창작의 고통을 겪었을까요. 그럴 때면 원고를 끝내고 싶다는 소원을 지니가 이뤄주는 동화 같은 꿈을 꿀까요. 대가도 감내할 만큼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쥐>까지, 지극히 현실적인 욕망과 꿈을 다룬 소설 네 편은 스티븐 킹 특유의 호러 미스터리가 강약 자유자재로 깔리면서 '역시 킹옹' 소리가 절로 나오는 매력을 듬뿍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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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독서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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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잃지 않도록, 성숙해지도록... 삶은,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 삶의 화두가 담긴 책 <걷는 독서>. 시인, 사진작가, 혁명가로 불리는 박노해 작가가 들려주는 한 문장이 길어올리는 사색의 시간을 만끽해보세요.


노동운동가 시절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 문구에서 딴 필명 박노해로 활동하며 1984년 시집 <노동의 새벽>은 금서였음에도 100만 부 기록을 세웠고, 군사독재 정권에서 사형을 구형 받고 무기수로 복역하다 7년여 만에 석방된 박노해 시인. 반전평화운동에 전념하며 현장의 진실을 기록해온 그는 고난의 인생길에서도 자신을 키우고 지키고 밀어 올린 것은 '걷는 독서'였다고 합니다.


"'걷는 독서'는 나의 일과이자 나의 기도이고 내 창조의 원천이었다." - 걷는 독서 


책 속의 활자와 길의 풍경들 속에서 '걷는 독서'를 해온 그는 무기수로 독방에 던져졌을 때조차 두 걸음 반짜리의 작은 독방에서 '걷는 독서'를 계속했습니다. 철저히 고립된 공간 속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광활한 정신 작용을 할 수 있게 한 '걷는 독서'. 자유의 몸이 되고서도 그렇게 걷는 독서는 계속되었습니다.


표지를 장식한 걷는 사람 이미지는 2008년 알자지라 평원에서 만난 '걷는 독서'를 하는 소년의 사진이라고 합니다. 선조들의 복장과 걸음과 음정 그대로 낭송하는 '걷는 독서'는 근대 묵독 이전의 전통으로 오래된 독서 행위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휴대폰이나 보면서 걸을 뿐이지 걷는 독서를 해 본 경험이 없는 저는 글쎄요. 언제쯤에나 해볼 수 있을까 싶다가도, 독방에서도 하셨는데 우리집 정도쯤이야. '걷는 독서'가 가진 의미만큼은 이참에 깊게 새겨두려고 합니다.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는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명문장 423편이 수록되었습니다. 20여 년간 직접 찍은 작은 컬러사진이 어우러져 시각적으로도 호강하거니와 짤막한 한 문장을 소리내어 읽기 좋고 필사하기 좋은, 오감을 자극하는 책입니다. 한국문학 번역의 대가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의 영문 번역이 함께 있어 영어로 소리내어 읽었을 때의 색다른 느낌도 받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었다'와 '읽어버렸다'의 차이를 아시나요. 읽어버리는 순간 소멸의 자리만큼 진정한 나를 마주하고 새로운 삶을 잉태하는 하나의 성소가 된다고 합니다. 온 삶으로 읽고, 잃어버린 것을 살아내야만 한다고 합니다. 독서의 완성은 '삶'이니까요.


참된 독서의 의미를 되새겨봅니다. 박노해 시인은 책을 읽지 않는 것만큼이나 사람을 버리는 것이 책을 많이 읽는 거라고 합니다. 머리로 외우고 익힌 지식은 쉬이 잊히기에 창조성을 깨어나게 하려면 조금 더 심심해져야 한다는 거죠. "경험은 소유하고 쌓아가는 것이 아니다. 체험 속에 나를 소멸해가는 것이다."처럼 이쯤 되면 "따사로운 햇살은 파릇한 밀싹을 어루만지고, 그는 지금 자신의 두 발로 대지에 입 맞추며 오래된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걷는 독서'의 가치를 짐작하게 됩니다.


"진정한 독서란 지식을 축적하는 '자기 강화'의 독서가 아닌 진리의 불길에 나를 살라내는 '자기 소멸'의 독서다." - 걷는 독서 


"삶은 짧아도 영원은 사는 것. 영원이란 '끝도 없이'가 아니라 '지금 완전히' 사는 것이다."처럼 일상을 살아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걷는 독서>. 그렇다고 해서 일상을 이벤트처럼 살아내는 것은 안된다고 합니다. 지나치게 다른 무언가가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것으로 충분함을 생각하게 합니다. 나만을 위한 나가 아닌 나만의 이야기를 쌓아올려 온몸으로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한 문장이 가득합니다.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사회 문제를 고뇌하며 깨달은 한 문장, 내면의 상처를 바라보며 치유에 이르는 한 문장, 실수를 후회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성찰로 이끌어내는 한 문장, 자기 자신을 찾는데 도움되는 한 문장 등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으며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살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기로 한 박노해 시인.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내 삶의 수많은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머리 굴리지 말고 욕심 세우지 말고 겉멋 부리지 말고 단순하게 그냥 가기. 본질로만 승부하기.", "나 어떻게 살 것인가 막막할 때는 어떻게 살지 말 것인지를 생각하라." 등 깊은 울림을 주는 글은 사색의 시간을 안겨줍니다. "여행은 편견과의 대립이다.", "패션은 사상이다."처럼 짧은 한 문장만으로 사상의 정수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사전을 보는 듯한 압도적 두께감을 자랑하지만, 앙증맞은 판형에 하늘빛깔을 담은 시원시원한 편집이 부담스러움을 덜어줍니다. 사유의 밀도가 함축, 응축된 한 문장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걷는 독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특별히 마음을 사로잡는 한 문장은 달라질 테지만, 언제 어디에서나 페이지를 펼쳤을 때 쏟아지는 삶의 기본 원칙이 되는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루 한 문장씩 낭송하며 필사하기 좋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사유를 끌어내는 소중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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