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그리스 - 2021~2022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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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명의 뿌리가 된 그리스 스토리를 이해하면서 여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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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처럼 양자역학하기 - 직관과 상식에 맞는 양자이론을 찾아가는 물리학의 모험
리 스몰린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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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분자 등 미시적인 물질세계를 설명하는 현대 물리학의 기초, 양자역학. 띄엄띄엄 떨어진 양으로 있는 것이 힘을 받으면 어떤 운동을 하는지 밝히는 학문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양자물리학 세계의 이미지는 어떤가요. 원자와 전자는 파동일 수도, 입자일 수도 있고, 상자 속으로 들어간 고양이는 살아 있을 수도, 죽었을 수도 있다는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내 머리로는 이해 못 하는 신비한 세계라며 밀쳐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좌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 탄생한 양자물리학은 역설과 미스터리로 가득 차 있는 과학이론입니다.


현재 주류 물리학계에 정설로 수용된 양자역학은 자연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탄생되었지만, 동시에 논란의 소지가 가장 많은 이론이기도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죽는 날까지 영자역학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자연을 서술하는데 왜 신비하고 역설적이어야 하는지 의문을 품습니다. 직관에서 벗어난 신비의 영역처럼 서술된 것이 양자역학의 문제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주류가 된 양자역학을 '중요한 문제를 임시방편으로 해결한 땜방용 이론'으로 취급했습니다. 이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숨은 변수가 어딘가에 존재할 거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숨은 변수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처럼 양자역학하기>는 아인슈타인이 끝내 이루지 못한 것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양자중력 연구의 권위자 리 스몰린은 현재의 양자역학이 가진 개념적 문제는 앞으로도 풀릴 가능성이 없다고 합니다. 원자 규모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양자역학보다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이론을 찾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저자는 초창기에 또 하나의 양자물리학 이론이었지만 비주류로 취급되어 잊힌 그림자 이론을 부각시키며 대체 양자물리학을 제시합니다. 이 세상은 우리가 보고 있지 않을 때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상식적인 현실주의를 고집해도 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아인슈타인처럼 양자역학하기>는 먼저 양자물리학의 기초를 간략히 소개합니다. 두 개의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① 물질은 인간이 자신을 알건 모르건 상관없이 자신만의 안정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가? ② 인간은 물질의 특성을 이해하고 서술할 수 있는가? 이 두 질문에 Yes라고 답한다면 아인슈타인과 같은 현실주의자입니다. 두 질문에 No라고 답한다면 현재 주류 양자역학을 주도한 닐스 보어와 같은 반현실주의자입니다.


대부분의 과학자는 현실주의자인데도 원자 규모 물체를 다룰 때에는 탈 많은 양자역학 때문에 헤맵니다. 현재의 양자역학을 옳은 이론으로 받아들이려면 현실주의적 관점을 포기해야 하는 역설을 맞는 셈이죠. 현실주의자 안에서도 분파가 나뉩니다. 여기서 세 번째 질문이 등장합니다. ③ 자연은 우리 주변에 보이는 물체들과 그들의 구성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다시 말해서, 우주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가?에 Yes를 하는 것까지가 현실주의자이며 그렇지 않으면 마술적 현실주의자입니다.


리 스몰린은 기존의 양자역학을 갈아엎으려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양자역학을 완전히 포용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중력과 시공간의 양자이론과 통일장이론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유는 불완전하고 틀린 양자이론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잘못된 기초 위에 쌓아가고 있는 현대 과학인 겁니다. 양자역학이 완벽하지 않으면 양자중력이론, 우주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반현실주의를 대표하는 닐스 보어가 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아인슈타인을 제치고 물리학계 주류로 떠오르는 여정을 살펴보며, 양자역학 개발사 속에 담긴 사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인슈타인의 빛의 파동-입자 이중성 때문에 양자혁명에 불을 댕겼다고 합니다.


모든 이론에는 개발자의 철학이 반영됩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면 양자역학과 같은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보어의 파격적인 반현실주의 철학에 영향받은 물리학자들은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며 정통 이론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했습니다. 20세기 초 양자혁명을 주도한 세대들은 모든 과학 교과서를 점령했습니다. 그 결과 일반인들도 양자역학=반현실주의 공식에 익숙해진 겁니다. 하나의 이론이 어떻게 혁명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양자역학의 역설은 학계에서 밀려나버린 드보로이의 이론인 전자가 파동과 입자 동시에 모두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면 간단명료해집니다. 하지만 당시 유명한 이들이 모두 반현실주의를 지지했습니다. 데이비드 봄에 의해 쓰인 양자역학의 오류를 지적한 논문도 20년간 주목받지 못했고, 밝혀진 시점에도 힘을 쓰지 못합니다.


반현실주의자는 양자역학 자체엔 문제가 없고, 이해하고 서술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현실주의자는 이론 자체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어쨌든 반현실주의 철학이 양자역학의 모든 것을 지배해왔습니다.


양자역학의 수수께끼를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아인슈타인처럼 양자역학하기>. 각각의 연구가 가진 의미에 집중하고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연구들을 살펴보며, 양자의 한계를 넘어선 세계를 독자들에게 보여줍니다.


각 이론의 장단점까지 정리해준 저자는 지금까지 개발된 이론 중에서는 진실이라 단정 지을만한 후보가 없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시간적 관계주의를 지지하는 이론물리학자인데 그 역시 발을 두 군데 다 걸치고 있는 셈이라고도 고백합니다. 그렇기에 미래의 물리학이 나아가야 할 교훈을 생생하게 들려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아인슈타인처럼 양자역학하기>는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양자세계를 서술하고자 노력합니다. 일상적인 언어로 일상의 사례로 서술되어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양자역학과 관련한 수많은 이론 소개할 때 등장하는 낯선 용어들은 머리가 아파지지만요. 양자물리학에 관심 있는 예비 과학도들이 읽으면 좋은 과학적 사고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물리학도가 아닌 일반인이라면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한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철저한 문과적 사고방식을 가진 저도 일부 페이지를 제외하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양자세계는 우리가 사는 세계입니다. 풀어야 할 미스터리에 도전하는 설렘을 독자들에게 선사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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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희극인 - 희극인 박지선의 웃음에 대한 단상들
박지선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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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이 지났다니. 저는 박지선 팬도 아니고 코미디언이라는 걸 아는 정도뿐이었지만, 안타까운 소식에 짠했던 기억이 납니다.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며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도 받았고요. 그렇기에 이 책이 나올 수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멋쟁이 희극인>은 그를 그리워하는 친구들이 함께 모아서 만든 책입니다.


11월 2일 1주기를 맞아 발간된 박지선 추모 에세이 <멋쟁이 희극인>. 멋쟁의 희극인은 박지선 트위터 계정 이름입니다. 박지선에게는 일정, 강연 자료, 직접 그린 그림, 짧은 일기, 콩트 아이디어 메모 등 207편이 빼곡히 쓰인 노트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중 95편의 글이 이 책에 실렸습니다.


박지선 하면 못난이 여성의 비애를 주로 연기했기에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아닐까 싶겠지만, 그조차도 편견입니다. 민낯으로 다닌다는 걸 저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었어요. 햇볕 알레르기가 있어 화장을 못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선가 읽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스킨, 로션만 발라도 피부가 뒤집어진다 하니 어쩔 수 없이 생얼로 다녀야 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연예인 생활을 했으니 얼마나 큰 용기와 도전이었던 걸까요. 뜨거운 조명 빛과 사진 촬영이 힘들어 인터뷰도 많이 못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상상해 봐도 그가 경험한 불편을 오롯이 상상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대단하다는 말밖에는요.


외모에 대한 자학을 개그로 승화시킬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존감이 낮지는 않습니다. 가족과의 에피소드만 봐도 느껴집니다. 엄마, 아빠에게 박지선의 존재는 그야말로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예쁜 딸이었습니다. 그를 가슴 아프게 하는 건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낯선 사람들이었을 겁니다.


나, 가족, 일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 대한 단상이 담긴 <멋쟁이 희극인>. 배꼽 잡는 에피소드도 많고,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문장도 많습니다. "나는 넘어질 때마다 무언가 줍고 일어난다."는 말처럼 기똥찬 명언을 날리기도 합니다. 화낼 법한 일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보여주는 장면도 꽤 많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 뒤에 자리 잡은 수많은 고민들을 사유한 흔적을 슬쩍 엿볼 수 있습니다.


딸을 으샤으샤 힘나게 해주는 든든한 엄마는 때로는 위로 대신 오히려 함께 욕하면서 딸을 보듬어줍니다. 화장을 못하는 딸을 둔 엄마는 언젠가부터 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걸 알아차렸을 때 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저는 자녀를 둔 엄마다 보니 박지선의 엄마 입장에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엄마 처방 글들을 보면 끝까지 딸과 함께 하기로 결심한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울컥해집니다. <멋쟁의 희극인>을 읽다 보면 웃음이 나면서도 울게 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먹먹한 마음을 안고 책장을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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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방스에서 죽다 1 - 마티스, 피카소, 샤갈 편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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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따뜻한 남부 지방 프로방스에서 말년을 보낸 마티스, 피카소, 샤갈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방스에서 죽다 1 - 마티스, 피카소, 샤갈 편>.


유럽도자기여행 시리즈, 일본도자기여행 시리즈 등을 출간한 문화탐사 저널리스트 조용준 작가는 2010년부터 프로방스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프로방스에서 죽다 시리즈를 5권까지 계획했다고 합니다. 프로방스에 유명 문화예술인들이 얼마나 몰렸길래, 프로방스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한 걸까요.


"아침마다 새로운 니스의 광선을 발견합니다."라며 리비에라 해안의 가득한 햇빛을 찬미한 마티스. 생폴 드 방스를 마지막 안식처로 삼은 샤갈, 무쟁을 마지막 정착지로 삼은 피카소. 3인의 거장들은 프로방스에서 말년을 보내며 화려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프로방스가 하나의 거대한 아틀리에였습니다.


그 외 윈스턴 처칠, 샤넬, 안톤 체호프, 니체, 카뮈, 르누아르, 고흐 등 수많은 이들이 사랑한 프로방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 4부를 니스에서 썼고,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의 초고 집필을 했습니다.


예술인에게는 요양지이자 영감을 준 곳이고, 부호들에게는 휴양지가 된 프로방스. <프로방스에서 죽다 1>에서는 마티스, 피카소, 샤갈을 중심으로 프로방스의 비밀과 매력을 살펴봅니다.


앙리 마티스는 프로방스 햇볕을 인생의 축복이라고 말할 만큼 사랑했습니다. 강렬한 햇볕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호텔 안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광선을 좋아했는데, 그의 작품을 보면 호텔 안에서 바라본 구도의 그림들이 무척 많습니다.


화실 안에서의 빈틈없는 작업에 지쳤던 마티스. 1917년 기관지염에 걸려 온화한 기후를 가진 니스에 가게 되었습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자연 광선에 반했고, 덕분에 마음의 평안과 행복감을 느낍니다. 결국 파리의 집을 남겨둔 채 프로방스에 정착했고, 숨을 거둘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프로방스는 마티스 인생 후반기에 가장 큰 영감을 준 곳입니다. 기력이 다할 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남깁니다. 종이를 오려 붙이는 컷아웃 작품도 이 시기에 대대적으로 선보입니다.


스페인 출생 피카소는 19세에 파리로 입성하고 이듬해 첫 전시회를 열어 명성을 빠르게 쌓아올린 예술가입니다. 평생 마티스와 앙숙인 듯 친구인 듯 경쟁자 관계로 서로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친분을 유지합니다. 마티스가 죽자 공허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피카소의 유난스러운 바람기로 자녀들의 비참한 말로가 안타까워 인간적으로 피카소를 좋아하진 않지만, 새로운 여인을 만날 때마다 작품 경향이 변한 피카소를 보면 참 심란해집니다. 뮤즈로서 여인은 그에게 중요한 주제였던 겁니다. 한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한 채 유랑인처럼 돌아다녔던 피카소 역시 40년여를 프로방스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말년을 보냈습니다.


음울했던 시기의 청색시대를 끝낸 건 프로방스에 이르러 유희적인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프로방스는 예술적으로 큰 변화를 안겨줬고, 그 시기의 작품을 보면 피카소의 영감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유대인이어서 박해를 받으며 살아온 샤갈은 러시아, 파리, 미국을 거쳐 말년엔 프로방스를 최종 안식처로 삼습니다. 풍성한 녹색을 보았다며 찬사를 보낸 샤갈은 프로방스의 햇빛과 맑은 색조에 영감을 받은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프랑스 남부의 따뜻하고 유쾌한 풍경에 만족한 샤갈의 작품은 쾌활하고 과감해집니다.


이미 마티스와 피카소가 터를 잡고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한 샤갈. 세 명의 거장이 말년에 이웃사촌으로 모여 살았다는 사실은 예술사에서 다시 볼 수 없는 희귀한 예라고 합니다. 세 명의 이름을 건 박물관이 다 있다고 하니 프랑스 여행에서 프로방스를 어찌 놓칠 수 있겠어요.


거장들이 왜 프로방스에 갔는지 살펴보다 보니 그들의 생애와 작품 활동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프로방스의 매력만큼이나 거장들의 삶과 예술관, 미술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프로방스 하면 저는 라벤더 밭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해바라기는 그렸지만 정작 라벤더는 등장하지 않는 고흐의 이야기도 궁금해집니다. 프로방스에서 죽다 시리즈의 다음 편에서 고흐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하니 기대됩니다. 한 편씩 나올 때마다 모으는 맛이 있는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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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2
김보람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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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 작가 프로젝트에 선정된 공포 단편 소설과 네이버와 함께 개최한 YAH! 공포 문학 공모전 수상작들이 모인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두 번째 밤>. 2017년에 출간 첫 번째 책을 읽었을 때 당시까지만 해도 공포물은 일본소설이 제대로라고 여겼던 저였기에 한국 공포소설 수준에 깜짝 놀랐었는데, 두 번째 책은 공포가 더 진하게 담긴 느낌입니다.


전설, 초자연 공포물뿐만 아니라 현대를 배경으로 한 호러틱한 사건들까지 담은 황금가지의 이 시리즈 매력 있어요.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녹아있는 10편의 공포 단편 소설을 읽으며 다양한 공포를 맛봅니다. 미지근한 공포, 센 공포 다 있어서 들었다놨다~ 재미있어요.


김보람 작가의 <점>은 남편 눈에는 안 보이고 아내 눈에만 보이는 모르는 남자가 처음엔 창문 밖에서 나타났다가 점점 집 안으로 들어와 자리 잡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을 그렸습니다. 귀신이 있는 쪽은 곰팡이가 핍니다. 나중엔 화장실에까지 들어선 귀신 때문에 화장실 사용도 못 할 지경입니다. 환장할 노릇이죠. 간신히 신축 임대 아파트에 이사 왔건만 맨 정신에 치매 환자가 된 기분으로 만들어버리는 귀신의 존재. 이미 죽은 귀신에게 살의가 치솟을 정도입니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곰팡이 핀 쪽에 귀신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찜찜해질 수 있다는 것!


아소 작가의 <구조구석방원>은 스티븐 킹의 공포 스타일과 닮은 느낌입니다. 현실 배경인데 초자연 미스터리가 의뭉스럽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주일 동안 문을 잠그지 않고 지내는 걸로 동기 간의 내기가 붙은 상황. 발단은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도둑이 침입했는데 남자가 사는 집이었다면 절도로 끝났을 일이 성폭행에 이르게 된 사건을 두고 남녀 간의 해석 차이로 서로 오기가 발동한 겁니다. 문을 잠그지 않는다는 건 현관문의 잠금장치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베란다 창문까지 다 오픈된 상황을 말합니다. 처음엔 가뿐하게 시작했지만 점점 수상한 남자들이 집 주변에 나타나고, 결국 침입하기에 이릅니다. 신상 털기, 혐오, 차별 등 인터넷에서 쉽게 벌어지는 일들을 미스터리 공포와 버무린 아이디어가 신선했습니다.


배명은 작가의 <홍수>. 태풍이 강타한 마을. 둑이 무너져 집들이 물에 잠기고 미처 피신하지 못한 나는 간신히 옥상으로 대피하곤 정신을 잃습니다. 깨어나 보니 뒷산에 있다가 떠밀려 내려왔다고 하는 왠 모르는 남자가 있습니다. 눈치 빠른 사람은 이쯤에서 이미 이 남자가 귀신이라는 걸 알아차릴 겁니다.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은 물귀신이 되어 사람을 홀려 물에 빠뜨린다는 공포 이야기를 색다르게 풀어낸 소설입니다.


유아인 작가의 <상어>. 돌아가신 친구 할머니가 꿈에 자꾸 나와 혼란스럽습니다. 뭔가 부탁할 게 있어서 꿈에 나오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꿈에 누군가가 등장했을 때 기묘한 일이 생기면 꿈 해석도 신중해지지요. 애초에 꿈에 그렇게 등장하는 방식이 무의식의 반응이라고 얼버무리기엔 참 기묘하잖아요. 어쨌든 복수심을 가진 인물이 꿈에 나타나 피폐하게 만드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습니다.


배상현 작가의 <심해어>  제 취향입니다. 지하철에 갇힌 사람들. 하루가 다 지나가도록 구조대는 오질 않습니다. 휴대폰 배터리도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지하철은 깜깜한 어둠 그 자체입니다. 그러다 보니 작은 소리 하나에도 예민합니다. 점점 사람들은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입니다. 완전한 어둠의 상태인 이 상황에 빠진 사람들을 심해어에 비유하는 작가. 인간 본연의 공포심을 자극하며 공포가 극대화되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전사라 작가의 <공포의 ASMR>도 엄지척입니다. 찐따였던 여학생이 선망하던 친구를 따라 하며 SNS를 하면서 인기녀가 됩니다. 하지만 동급생의 폭로로 무너지게 되자 복수에 나서는데, 그 이야기를 ASMR로 속삭입니다. 이 영상을 우연히 본 누군가가 ASMR 영상에 이상한 소리들이 들린다며 커뮤니티에 걱정과 두려움을 담은 글을 올립니다. 솔직히 유사 범죄를 일으킬까 봐 걱정스러울 만큼 소재가 리얼합니다.


이규락 작가의 <아기 황제>는 전설의 고향 분위기입니다. 데릴사위로 장가를 온 남자는 밤마다 긴 목을 한 뱀 같은 여인이 나타나는 악몽을 꿉니다. 귀신같은 인상을 가진 아내에 대한 의심이 더해지면서 남자의 운명과 이 여인의 정체가 궁금해집니다. 그냥 일어나는 사건은 없습니다. 여인들의 한 많은 삶과 억압의 역사가 녹아든 공포물입니다.


최정원 작가의 <할머니 이야기> 역시 극한에 다다른 여인의 안타까운 삶이 담겨 있습니다. 가장 슬펐던 공포 소설이었어요. 할매 괴담이 있는 마을의 역사는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처절한 복수를 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효빈 작가의 <처형학자>는 꽤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전쟁에서 매번 99명의 전쟁 포로를 데려오는 장군의 이야기입니다. 포로들은 각자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럽고 끔찍한 죽음을 구상해 내야 하고, 1등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자신이 생각해낸 죽음의 방식으로 죽는 겁니다. 그래서 장군의 별명이 처형학자입니다. 장군은 10번을 우승하면 영원히 해방시켜 주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려 9번이나 우승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장군은 왜 이런 악마 같은 행위를 하는 걸까요.


차삼동 작가의 <검은 책>은 질투심이 낳은 검은 유혹에 빠진 여학생의 이야기입니다. 저주를 걸어 해를 끼치는 소재는 흔하지만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라이벌 의식을 건강하게 펼치는 게 아니라 심기 불편함으로 받아들인 아이의 마음, 한순간의 유혹에 빠져드는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그렇기에 더 안타까워집니다.


이번에는 SF 요소의 공포물은 없어서 살짝 아쉬웠지만, 지금 현실의 어두움을 반영한 소재가 다양하게 담겨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다음엔 어떤 공포를 선사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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