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 생명진화의 숨은 고리
박성웅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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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할 가치 없는 생물 혹은 사라져야 할 생명체로 인식하는 혐오의 대상인 기생충.

기생충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생각나는 건 우리 어린 시절의 채변봉투가 번뜩 생각날 정도로 당시에는 회충, 촌충 등 박멸의 대상으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었던 터라 쉽게 와 닿는 생물이긴 하네요. 근래에는 연가시 때문에 기생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만 와 닿는 기생충입니다. 하지만 기생충은 나쁘기만 한 생물이 아니라는 것을 EBS 다큐프라임 <기생>에서 보여줬고, MiD 출판사의 《기생 寄生》 책으로 더 자세히, 방송에서 미처 다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과 함께 나왔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기생충의 세계를 알고 나면 기생충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될 겁니다.


 

 

 

 

회충, 구충, 편충, 촌충, 이, 벼룩 외에도 파리, 모기 등 흔히 알고 있던 인간 기생충 외에도 기생 식물이나 정보를 강탈하는 방식으로 기생 생활하는 동물들 등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기생충의 종류가 아주 많습니다. 학자마다 기생충의 정의는 다르긴 하지만, 변하지 않는 핵심은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에 있다고 합니다. 지구 생물의 약 절반가량이 기생생활을 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과 더불어 기생충이란 무엇인지,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 기생충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기생충 박멸과 공존의 역사를 보며 기생충의 존재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 기생충은 생명, 그리고 우리의 삶에 있어 기본 배경 같은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생물의 형질과 특성이 선택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쳐왔으며 지금도 이런 영향은 계속되고 있다. 기생충을 이해한다는 것은 생물 간의 관계를 이해한다는 것이며, 그 관계를 알아가는 것은 우리 주변을 둘러싼 생명 현상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 p25

 

 

 

 

다큐 프라임 <기생> 촬영의 에피소드가 등장하는데 우리나라 연구 실태 현황, 촬영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네요.

다큐멘터리 촬영 때 숙주 내부에 있는 자연상태 그대로의 기생충을 촬영하는 것이 힘들었다는데 기생충 연구 역시 살아있는 기생충 관찰의 까다로움을 이야기하며 자가 인체 실험의 역사를 소개하는 파트에서는 기함할 듯 놀라기도 했네요.

 

 

 

남이 일궈 놓은 양식을 그대로 빼앗아 먹는 행위인 기생은 어느 생물, 어느 집단, 어느 사회에서나 공통으로 나타난 지구에서 가장 보편적인 생활방식 중 하나라고 합니다. 박테리아같이 단순한 생명체들에서도 다양한 기생충이 발견될 정도라네요.

 

기생 생활은 진핵생물을 출현했고, 엽록체를 가진 식물의 등장을 일으켰습니다. 기생충과 숙주와의 공존이 없었다면 현재의 생태계가 형성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진화의 원동력이 되고 종의 분화가 일어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준 존재 의미로서의 기생충입니다. 기생충과 숙주와의 기발한 공격과 방어 기법들을 보면 헉 소리 날 만큼 놀라울 따름이더군요.

 

 

 

 

상상만으로도 몸이 근질거릴 지경인 연가시 정도는 우스운 축에 속할 정도로 기상천외한 기생충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특히 인간을 조종하는 메디나충을 보면서 기생충의 무시무시한 생존전략에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네요. 흥미진진하고 새로운 정보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얼룩말의 줄무늬 비밀은 특히 그럴싸했습니다. 얼룩말 줄무늬가 수면병을 일으키는 체체파리 때문에 생겼다는 가설은 흥미로웠고요, 사마귀에서 탈출하는 연가시의 모습이나 체체파리의 출산 장면 등 신기한 자료가 많네요.


 

 

 

 

『 기생충은 우리에게 질병을 가져다주지만, 오히려 기생충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질병들이 있는가 하면, 역으로 이에 대한 치료제로도 사용될 수 있다.  』 - p25

 

 

 

 

 

톡소포자충의 오해, 돼지 편충을 이용한 크론병 치료 등 면역질환에서 기생충이 오히려 해결사가 될 수 있는 연구 진행 과정도 소개합니다. 기생충 박멸과 더불어 증가하는 질환들을 기생충을 이용한 치료법으로 다가가고 있는 셈입니다. 백해무익해 보이는 기생충이 치료 역할을 한다 해도 사실상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부정적인 편견을 물리치는 게 관건이긴 하지만요. 

 

 

 

 

박멸하기 위해 사람이 생태계에 가한 인공적인 개입의 영향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많은 생각을 낳게 합니다. 토끼와 점액종바이러스의 생물학적 방제법 에피소드 등 인공적 개입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은 사례를 소개하며 박멸 대신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다가서야 하는 이유를 알리고 있습니다.

의학 역사상 인간이 의도적으로 개입하며 박멸한 질환은 천연두 단 한 가지라는 사실도 놀라웠네요. 그만큼 끊임없이 공격, 방어의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기생충과 숙주 사이의 공진화 관계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질병 통제를 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한 종을 박멸하면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생태계가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기생충과의 대결은 공존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아토피, 알레르기와 관련해서 면역계와 장내 미생물과의 관계에 관한 주제의 책을 예전에 읽었는데 그 때문에 미생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었답니다. 이런 면역계 질환과 관련된 인간의 미생물총 같은 기능을 생태계 내에서는 바로 기생충이 담당하고 있는 거였습니다. 그렇기에 오로지 제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관리' 역할로 다가가야 합니다. 한 생물 종의 진화는 그와 연계되어 살아가는 생물들도 변화에 맞추어 진화하도록 만듭니다. 기생충이 인간의 역사에 미쳐온 영향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했습니다. 《기생 寄生》을 통해 기생충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생명진화의 파트너이자 숨은 고리인 생태계의 중요 조정자 역할로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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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내복의 초능력자 시즌 1 : 4 - 인체의 비밀을 풀다! 와이즈만 스토리텔링 과학동화 시리즈
서지원 지음, 이진아 그림,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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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원리를 배우는 과학동화 <빨간내복의 초능력자> 시리즈 4권이 나왔네요.

엄마와 함께 읽는다면 저학년부터 충분히 읽을만하고요,

주인공 '나유식'이가 열한 살 아이니 초등 중~고학년 아이들은 동질감을 느끼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전기, 에너지, 냄새 등의 과학 원리를 습득했는데 이번 4권은 인체 관련 정보를 배울 수 있네요.

1권부터 출간될때마다 읽어왔는데 초등 저학년 우리 아이가 빵빵 터지는 웃음과 함께 보는 책입니다.

출간 후 다음 권 나올때까지 어찌나 기다리는지... 아직 완결은 되지 않았어요.

 

 

 

지난 줄거리가 나와있어서 중간부터 읽어도 큰 무리는 없긴하지만

스토리 진행방식의 과학동화여서 1권부터 쭉 읽으면 더욱 재미있어요.

<빨간내복의 초능력자 4권 인체의 비밀을 풀다>는 나유식과 은행털이범의 몸이 바뀌어 은행털이범이라는 누명을 벗어야 하는 나유식의 감옥 탈출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가짜 나유식의 정체를 밝히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야 하는 열한 살 나이의 어린 나유식은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할까요. 
 

 

초능력 별똥별을 이용해 과학 지식을 깨우칠때마다 관련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나유식은

감옥 탈출을 위해 몸을 변신하는 '인체' 관련 과학 지식을 공부하게 됩니다.

뼈, 피부 등 인체의 과학이 탈출 이야기와 함께 버무려지니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나오네요.

두꺼운 피부를 가진 손바닥, 발바닥을 공부하고선 온 몸이 발바닥처럼 두꺼워지는 과정도 배꼽잡았네요. 

 

변신과 관련해서 동물도 함께 언급됩니다. 문어의 변신은 상상을 초월하는군요.

 

 

무엇보다 아이의 재미를 돋구는 빵빵 터지는 그림과 에피소드가 우리 아이에겐 최고 장점으로 통하네요.

 

 

스토리와 함께 함으로써 딱딱하게 느껴지는 과학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과학동화의 장점이지요.

<빨간내복의 초능력자> 시리즈를 통해 실생활의 호기심을 질문으로 표현하고 해답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요. 

 

 

중간중간 나오는 과학 관련 정보 페이지는 스토리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관련 지식 확장을 잘 건드려 주고 있습니다.

 

교과서에만 나오는 과학이나 멀게만 느껴지는 과학이 아니라 주변 사물을 통해, 실생활에서 충분히 체험할 수 있는 과학의 세계를 맛보게 해줍니다. 영웅 심리라든지, 4차원적인 생각이라든지... 말썽꾸러기 나유식의 엉뚱한 질문이나 호기심은 딱 그 나이대의 상상력과 관찰력을 보여주고 있어 아이들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4권 인체의 비밀을 풀다 편에서는 감옥 탈출을 하기 위한 과정이 대부분이어서 전체 이야기 중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뻔한 전개가 아니어서 함께 읽는 엄마가 보면서도 두근두근~ 다음 스토리가 어떤 과학 원리 주제와 합작품을 이룰지 궁금할 지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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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되라 - 당신의 가능성을 폭발시키는 감정의 힘
에릭 라르센 지음, 김정희 옮김 / 한빛비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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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하면서 결정적인 순간 주저하는 한계를 돌파하는 것은 진심이 담긴 감정에 있으며 인간 본연의 욕구와 감정을 극대화해 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북유럽 최고의 멘탈 트레이너 에릭 라르센의 책 《최고가 되라》.

 

“당신의 능력은 항상 당신의 상상을 초월한다.

최정예 공수부대 사관학교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멘탈 트레이닝 기법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아는 걸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사소한 선택(결정)에서 차이난다고 합니다. 본능적으로 '안전한' 해결책을 선택하는 경향을 가진 인간은 성과를 향상시키고 싶다면 이 안전지대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당신이 자의식을 높이고 사고방식을 개선하도록 돕는 것. 둘째, 당신의 실행 능력에 해가 되는 사고의 특정 패턴을 바꾸도록 돕는 것. 셋째, 내가 '좋은 기분'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당신이 더 많이 경험하도록 돕는 것.』 - p15

여기서 좋은 기분이란 뭔가를 성취할 때,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자각할 때 느끼는 좋은 기분을 말합니다.

 

사소한 선택에서 차이난다고 하니 이전의 습관들을 끊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마음의 준비가 우선 필요하겠지요. 인내, 끈기, 의지력을 바탕으로 일상생활, 깨달음, 결심하기, 목표 정하기, 좋은 습관 만들기를 구체적인 사례를 다루며 실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신적 도구들을 소개합니다.


 

『 멘탈 트레이닝을 특정 유형의 정신적 충격에서 회복하거나 결점을 보완하는 일 정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내 관점에서 멘탈 트레이닝, 즉 정신 단련은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수학문제를 풀거나 기업 관리자가 직원들에게 열정을 불어넣는 것, 혹은 스키 선수가 평소에 훈련 일정을 잘 소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기술일 뿐이다. 따라서 다른 어떤 기술과 마찬가지로 멘탈 트레이닝 기술 역시 훈련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 - p39

 

사소한 차이가 모여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는 것은 그렇기에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사소한 일상에서 주의력을 날카롭게 유지하게 하는 하루 일과의 중요성으로 나아갑니다. 그가 말한 폭발하는 감정을 이용한다는 것은 습관을 바꾸는 방법에 감정을 이용하는 것이 됩니다. 최선을 다해 값진 삶을 살았는가...... 삶을 넓은 관점으로 바라보는 준비가 필요하기도 하고요.


 

『 인생은 당신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다만 이 선물은 1회용이다. 』 - p70

『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여기서 포기하지. 하지만 난 계속 갈 거야. 』 - p109


 

의도적으로 감정을 자극함으로써 변화를 기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본성을 깨뜨리려 노력해야 합니다. 시련을 이겨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생각해보면 솔직히 잠들어 있던 경쟁심이 깨어나기도 합니다. 의지력, 배짱, 훈련. 이 세가지가 있다면 필요한 요소를 갖춘 셈이라고 하네요.  

 

 

최고가 되라는 것의 숨은 의미는 결국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입니다. 그것도 사소한 하루 일과에서부터 말이지요. 습관에 따라 사는 생활의 힘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습관은 생각해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변화를 꺼리는 건 대개 그것을 희생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라 합니다. 하지만 습관이 들면 더 이상 희생이라고 느껴지지 않게 됩니다. 결정적인 성공의 열쇠는 결국 준비의 차이, 작은 것까지 놓치지 않는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기에 멘탈 트레이닝이라 것은 내 인생을 이루는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정신차려서 아낌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는 것이겠네요.

 

군인 출신이어서 그런지 저돌적인 문체에 '네 정신을 바로 잡아주겠어' 라는 강렬함이 풀풀 풍깁니다. 책에 소개된 사례는 주로 스포츠 분야, 기업 분야가 많은데 그들의 '최고'의 의미와 나에게 있어 '최고'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그 어떤 '최고'를 위해... 감정의 힘을 이용해서 저자가 말하는 '좋은 기분'을 느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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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개의 카드로 목돈을 만든다 - 목돈이 모이는 소비체질 개선 프로젝트
고경호 지음 / 다산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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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관리와 투자에 관한 기본 원칙과 실천 방법을 알려주는 재테크 도서 『4개의 통장 고경호 저자의 새책이 나왔어요. 신용카드의 덫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며 소비체질을 개선해 목돈을 모으는 재테크 습관을 알려주는  《나는 3개의 카드로 목돈을 만든다는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돈 관리 시스템을 통해 소비체질을 목돈체질로 개선하자는 주제의 책입니다.

 

경제적 의미의 행복은 욕망과 소비와 관계있다고 합니다. 소비를 늘리거나 욕망을 줄여야 한다는 것인데 대체로 욕망을 줄이기보다는 돈을 많이 버는 것에 더 끌리는 게 본능이죠. 주관적 감정 상태에 따른 행복의 크기는 돈보다는 사실 욕망에 더 영향을 받습니다. 즉, 욕망을 관리하지 못하면 돈을 벌어도 결국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신용카드가 생긴 유래는 참 어처구니없긴 하네요. 외상카드라는 말이 이렇게나 딱 맞아떨어지다니. 카드라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보면 평소에 외상으로 생활한다는 것 자체에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아예 그런 행동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텐데 지갑 속에 몇 개씩 차지하는 카드를 습관적으로 쓰는 시점에서는 이 신용카드 시스템이 외상(빚)이라는 생각조차 못한 채 무심코 사용해왔던 것 같습니다. 이런 소비체질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저축은 어렵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선 쓰고 나중에 확인하는 습관이 굳어지는 신용카드의 덫은 결국 당장 이 순간의 편함을 추구하다가 미래의 행복을 망치는 지름길이 되는군요.

 

 

 

언제부턴가 일정 소득이 있어도 고정지출이 많아져 삶의 질은 불만족스러운 빈곤층, 푸어 계층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월급은 그저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허다한 오늘날입니다. 외상을 빚이라 인식 못 하고 쓰는 카드 사용 습관을 개선해 목돈을 모으는 체질, 즉 자유를 모으는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계획적인 소비생활을 하는 데 효과적인 소비체질 개선 시스템으로 저자는 3개의 카드시스템을 소개합니다. 소비체질 개선의 기술적인 방법을 다루며 이렇게 변화시킨 소비체질로 100세 시대를 행복하게 살아갈 힘, 삶을 바꾸는 방식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소득공제율 차등화 이후 비율을 적절히 나눠 사용하는 일명 '카드 재테크' 역시 기본적으로 소비체질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결국 실패한다고 합니다.

 

 

 

용도에 따라 소비카드, 예비카드, 비상카드 이렇게 세 개의 카드로 나누고, 3개의 카드 용도를 각각 이야기하는데 생각외로 복잡하지 않고 간단한 해법이네요. 매월 지출 한도를 정해 돈을 쓸 때마다 수시로 사용하는 소비카드와 정해진 지출 한도를 초과하여 돈을 써야 하는 경우나 비상금이 필요한 경우에 사용하는 예비카드는 체크카드로 준비하면 되고, 통장잔액이 부족해져 두 가지 카드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에 사용할 비상카드는 신용카드로 준비하라고 합니다.

 

이렇게 3개의 카드를 번듯하게 가진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앞서 말한 소비 체질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결국 통장잔액이 부족해진 상태로 비상카드를 자꾸 사용하는 도돌이표 신세가 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책에는 카드결제잔액을 0원으로 돌리는 단계별 노하우를 알려주고는 있지만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과도한 신용카드 결제잔액이 있는 상태는 그 무엇보다도 긴축 소비 외에는 답이 없네요. 왜 이렇게 됐을까 후회해봤자 엎질러진 물 상태에서는 결국 정신상태 단단히 붙잡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 경우 현재 체크카드 사용이 압도적이며 신용카드 사용은 사업용으로 극히 일부에만 사용중이어서 사실상 3개의 카드 시스템 재료상으로는 이미 준비된 상태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많이 있더라고요. 사례와 함께 단계별로 차근차근 소개하고 있어 쉽게 이해되며 술술 잘 읽힌 책이네요.

 

 

 

3개의 카드라는 시스템을 제대로 써먹으려면 돈, 행복, 욕망 등에 관한 본인의 가치관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소비습관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물려줘야 할 재산입니다. 저자는 목돈을 모으는 것은 곧 자유를 모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무조건적인 절약이나 소비 욕구억제가 아닌, 계획과 절제를 통해 현명한 소비생활을 해서 미래의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읽어봐야 할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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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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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뮤즈이자 영국의 전설적인 문학 에이전트 팻 캐바나가 뇌종양으로 사망 후 5년 만에 입을 연 줄리언 반스가 아내에 관해 쓴 회고록 에세이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상실의 고통을 구구절절한 감정폭발이 아닌 소름 끼치도록 담백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는 사랑과 이별의 비가입니다.

 

 

1장 비상의 죄, 2장 평지에서, 3장 깊이의 상실, 세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는 것으로 시작하는 세 이야기의 첫 문장은 각각 독립된 이야기에서 결국 하나의 점으로 합쳐지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일으킵니다. <비상의 죄>는 기구 비행을 통해 높은 곳을 열망하며 자유를 대변하는 의미를 가진 기구 예찬 이야기입니다. <평지에서>는 모든 사랑 이야기는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라는 사랑의 진실을, 날아오르다 떨어지는 기구와 접점을 이뤄 이야기합니다. <깊이의 상실>에서야 드디어 줄리언 반스 자신의 사별 고통을 이야기합니다.

 

바람과 날씨의 권력에 영합하는 자유를 의미하는 기구 비행. 항공술과 사진 두 가지를 최초로 하나로 합친 19세기 인물 나다르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은 합쳐진 순간을 미처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세상은 달라졌다며 줄리언 반스는 이런 항공술이 이카루스의 비극처럼 비상의 죄, 혹자에게는 분수를 넘어서는 짓으로 알려진 죄를 사하여 주었다고 말합니다. 자유를 누리되 변덕스러운 자연 때문에 어디로 움직일지 알 수 없어 위험하기도 한 기구 비행을 통해 사랑의 균형을 이야기하고, 상승과 추락을 동시에 품은 기구 특유의 모순적 속성을 통해 비상에서 평지로의 추락인 상실의 고통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전에는 함께였던 적이 없는 두 사람을 하나가 되게 해보라. 어떤 때는 최초로 수소 기구와 열기구를 견인줄로 함께 묶었던 것과 비슷한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추락한 다음 불에 타는 것과, 불에 탄 다음 추락하는 것, 당신은 둘 중 어느 쪽이 낫겠는가? 그러나 어떤 때는 일이 잘 돌아가서 새로운 뭔가가 이루어지고, 그렇게 세상은 변한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머지않아 이런저런 이유로 그들 중 하나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빈자리는 애초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의 총합보다 크다. 이는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가능하다. 』 - p109

 

줄리언 반스는 삶의 심장, 심장의 생명인 아내를 잃은 슬픔의 단계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별과 상실의 고통을 이야기한 <차마 울지 못하는 당신을 위하여> 책에서도 말했듯 충분한 애도야말로 남은 삶을 살아가는 중심이 되듯 줄리언 반스는 사별 후 겪은 그의 비탄과 상실의 진정한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 사별의 슬픔은 인간으로서의 상태이지 의학이 필요한 상태가 아니며, 그 고통과 더불어 다른 모든 것을 잊는 데 도움이 되는 약은 있어도 치유해주는 약은 없다. 』 - p116



'세상이 그녀를 구할 수도 없고 구하려 하지도 않는다면, 도대체 내가 뭣 때문에 세상을 살리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단 말인가'하며 정작 불상사가 일어났을 때 기분 전환 거리나 조언은 다 필요 없을 정도로 인생의 무심함에 대한 분노를 겪기도 합니다. 사람은 비탄을 이겨내게 돼 있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더 강한 인간이 된다는 언어도단적인 말에 분노하고, 사별한 사람 그 자신조차 진실을 말하지 못하며, 회피하고 방어적이고 움츠러든 자세를 강요하는 이 시대의 삭막함을 이야기합니다.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고독의 문제, 사랑의 증거로서의 고통, 비탄의 함정... 이런 상실의 단계를 겪으며 결국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관한 그의 답은 '아내가 살아있다면 그러길 바랐을 모습대로' 아내의 부재를 견디며 아내의 실재를 마음속에 품게 됩니다. 애도에 성공한다는 것이 기억하는 데 성공한다는 것인지, 잊어버리는 데 성공한다는 것인지 사별 정리 보상의 의미를 묻습니다. '과거적 현재형'으로 딱히 현재에 존재하지 않지만, 완전히 과거에 속하지도 않고 그 사이 어딘가의 시제에 속하듯 결국 살아있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죽음이, 곧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것으로 줄리언 반스는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사별의 고통을 비상, 추락, 그리고 깊이로 이야기하는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읽으며 기만적이고도 세속적인 위안을 경계하고 사랑의 증거로서의 고통을 공감하게 됩니다. 죽음이 가져온 비탄, 아내와 함께했던 마지막 일들을 잔잔히 내뱉는 그를 보며 상실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고 사랑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한 줄리언 반스와 팻 캐바나가 부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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