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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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으로 이미 심쿵한 독서가들 많을 테죠. 고서점, 고양이, 신비한 모험이 어우러진 판타지 소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독서법에 관한 책만큼이나 소설에서 책의 의미를 건져올리는 방식 신선합니다. 라이트노블에 가깝고 머리 싸매며 묵직하게 끌고 나가는 방식은 아닙니다.

 

 

 

발밑에서 천장까지 묵직한 책장에 수많은 서적이 꽂혀 있고, 세월을 느끼게 하는 석유스토브, 머리 위에는 복고풍 램프가 부드러운 빛을 내는 고서점 분위기. 퀘퀘묵은 먼지 대신 앤티크한 분위기가 절로 떠올라 상상만으로도 편안해집니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고등학생 나쓰키 린타로.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홀로 남겨졌습니다. 생면부지였던 고모와 살게 되어 할아버지가 남긴 고서점은 폐점해야 할 상황입니다. 린타로에게 유일한 은식처이자 피난처인 고서점을 떠나야 한다니 먹먹한 마음뿐입니다.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난 얼룩고양이. 나쓰키 서점의 2대인 린타로에게 인간의 말로 도움을 요청합니다. 어느 장소에 책이 많이 갇혀 있다며 갇혀 있는 책을 구해야 한다고 말이죠. 성격도 어둡고 서점에만 틀어박혀 있는 특별한 장점도 없는 린타로이지만, '책을 좋아하니까'라는 이유로 도와달라고 합니다. 책을 무사히 해방시키지 못한다면 빠져나갈 수 없는 미궁으로 말입니다.

 

얼룩고양이의 말에 홀려 고서점 뒤쪽 신비한 통로를 거쳐 간 미궁은 겉으론 풍요롭게 보이지만 알맹이는 없는 대저택입니다. 유리 책장에 모든 장르의 책을 분야에 상관없이 꽂아 혼돈스럽게만 보이는 데다가 책장에 자물쇠까지 채워뒀습니다. 게다가 모두 새 책으로 보일 만큼 깨끗한 서재입니다.

 

서재의 주인은 지식인입니다. 매우 매우 바쁜 사람이었습니다. 5만 권 이상의 장서를 소유한 그는 한 번 읽은 책을 두 번 다시 읽지 않습니다. 세상에 읽을 책은 무척 많아서 한 번 읽기도 바쁜 거죠.

 

이 서재 주인의 마음을 돌려 갇힌 책을 해방시켜야 하는 린타로. 과연 어떤 말로 갇힌 책을 구할까요. 소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에서는 책 속의 명글귀와 책과 관련한 명언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옵니다. 첫 번째 미궁에서 린타로는 니체의 말을 인용합니다. "책을 보기만 하는 학자는 결국 생각할 능력을 잃어버린다. 책을 보지 않을 때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책의 벽 안에 틀어박혀 무턱대고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알려줍니다.

 

 

 

두 번째 미궁은 전 세계의 책을 모아 싹둑싹둑 잘라버리는 남자를 만납니다. 효율적인 독서를 위해 빨리 읽기 위한 연구에 매달린 사람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워낙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으니 짧은 시간에 걸작을 만나게 해주려고 단 한 문장으로 된 줄거리만 뽑아내는 겁니다. 어차피 안 읽혀 사라지는 책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으니 오히려 책을 구해주고 있는 거라는군요. 린타로는 가위질 당하는 책들을 어떻게 구해낼까요.

 

 

 

세 번째 미궁에서는 세계제일출판사 사장을 만납니다. 아주 골치 아픈 상대였습니다. 팔리는 책을 만든다는 원칙하에 매일 산더미처럼 책을 만들고 팔아치우며 책은 소모품으로만 취급합니다. 가벼운 것, 저렴한 것, 자극적인 것. 사람들은 삶에 지쳐 자극과 치유만을 원하는 책을 찾는 현실. 세상이 원하는 책과 가치 있는 책은 다르다는 출판사 사장의 말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린타로는 멋지게 반격에 나서 책을 구합니다.

 

이제 책 해방 임무는 끝난 줄 알았는데 며칠 뒤 또다시 미궁이 나타납니다. 두 번째 미궁부터 린타로와 함께 모험을 한 소중한 친구를 납치해 린타로를 끌어들이려는 네 번째 미궁의 주인공. 뭔가 심상찮은 기운이 풀풀 나는군요. 미궁의 주인은 바로 책 그 자신입니다. 상처 입고 마음이 얼어붙은 책 그 자체의 존재를 만난 겁니다.

 

책은 린타로에게 묻습니다. 책의 힘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책으로 자신을 장식하고 가볍게 지식을 채운 뒤 쓰레기통에 버린다며 말이죠. 책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마음을 가진 책 대신 정보와 오락의 대상으로 전락한 책만 읽는 상황 때문에 말이죠.

 

걸작이라도 팔리지 않고, 읽히지 않으면 사라지는 법. 첫 번째 미궁부터 세 번째 미궁까지 기이한 설득력이 있는 궤변을 늘어놓은 그자들 역시 책의 위기를 깨닫고 나름의 방식으로 행동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책에는 어떤 힘이 있길래 우리는 책을 읽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다양한 유형을 보여줌으로써 책을 진정 좋아한다는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린타로의 대답이 궁금하다면 읽어 보세요.

 

소설에서 인용, 언급한 책도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로맹 롤랑 『매혹된 영혼』, 다자이 오사무 『달려라 메로스』,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등 그야말로 책 이야기에 한껏 파묻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신비한 고양이와 함께 떠나는 책 모험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이 모험을 통해 쉽게 자포자기하던 린타로가 스스로 소박한 일상을 선택해 자신의 발로 걸어가는 모습까지 내면의 성장 여정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독서 토론하기에도 딱 좋은 소설인 것 같아요. 청소년 독서 권장 용도로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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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칼이 될 때 -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홍성수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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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녀, 김치녀, 맘충. 처음 이 말들을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같은 여성 입장에서도 눈살 찌푸리게 하는 행태에 저런 소리 들을만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렇게 안일하게 바라봤습니다.

 

저 말들은 모두 혐오표현입니다. 남성을 대상으로 했을 때와 여성을 대상으로 했을 때 표현을 넘어 차별과 폭력으로 가는 파급력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말이 칼이 될 때>를 읽으며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남혐과 여혐이 우리 사회에서 작동하는 기제가 다르다는 것을요.

 

2012년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정책 제안 보고서>로 혐오표현과 인연 맺은 법학자 홍성수 교수의 책 <말이 칼이 될 때>는 단순히 비판, 의견으로 제시한 말이 차별의 현실과 만날 때 표현의 자유라고 말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정규직, 남성 노동자, 비장애인, 이성애자로 한국의 다수자에 속한 저자가 혐오표현이란 무엇인지, 왜 문제 되는지, 혐오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보자고 합니다.

 

 

 

혐오표현이란 소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다양한 수위의 차별, 적대, 배제, 폭력의 말들을 포괄적으로 담았습니다. 누군가는 그 정도 가지고 난리 법석이냐며 개인의 특수한 고통일 뿐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소수자 당사자와 제3자의 입장 차이는 크다고 합니다.

 

차별적 괴롭힘, 편견 조장, 모욕, 증오선동과 같은 혐오표현은 특정 집단의 부정적인 측면을 고정관념화합니다. 표현일 뿐이었겠지만 편견, 차별을 확산하고 조장하게 됩니다. 역사적, 사회적으로 차별받아왔기에 혐오표현의 파괴력과 파급력은 가벼이 여길 게 아니라는 점을 알려줍니다. 실체 있는 고통으로 다가오게 되는 거죠.

 

 

 

편견은 사회문화적, 정치경제적 배경을 바탕으로 싹틉니다. 소수자들을 향한 편견을 밖으로 드러내면 혐오표현이 되는 겁니다. <말이 칼이 될 때>에서 소개한 혐오의 피라미드를 보면 편견이 혐오로, 혐오가 차별과 폭력으로 가는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총기난사 사건 대부분은 소수자들을 향한 증오범죄였고, 홀로코스트라는 집단학살 사례가 있습니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으로 여성증오범죄에 대한 현재 우리의 사회적 인식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갑니다. 혐오표현으로 시민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없게 된다면?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너도 나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고 존엄한 존재인데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인간 존엄, 평등을 파괴할 권리는 없습니다.

 

혐오표현을 규제하면 해결될까요. 한국 사회 내 혐오 논쟁 사례들을 소개하며 규제 카드가 능사는 아니라는 점도 짚어줍니다. 다만 혐오표현을 관용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비하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하기보다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효과에 무감했던 것을 반성해볼 필요가 있음을요.

 

 

 

다른 나라는 혐오표현과 관련해 어떤 처벌과 정책이 있을까요. 법에 의한 강제 규제와 사회에 의한 규제 모두 살펴봅니다. 법에 의한 강제 규제가 없다는 말이 곧 혐오할 자유가 보장되었다고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표현 자체는 규율하지 않되, 선을 넘어가는 순간 강력 대처 전략은 필요합니다. 유럽의 법적 규제 한계와 부작용, 표현의 자유를 넓게 용인하는 미국에서의 다양한 사회적 기제들을 소개해 혐오표현 규제는 옳다 그르다 식의 이분법으로 볼 문제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혐오표현에 대처하려면 개인, 사회, 국가적 차원의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혐오표현은 정치, 사회, 경제적 배경이 깔려 있기에 그동안 사회적 관행이란 이름으로 불리던 것들을 없애야 합니다. 뿌리박힌 차별 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한순간에 되는 일이 아니기에 길게 바라보고 사회의 내성을 길러나가야 합니다.

 

 

 

정치인이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공인의 발언 사례들을 통해 연대의 실천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도 볼 수 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시절 성소수자들을 일일이 호명한 반기문 연설문, 일본 혐한 시위대에 맞선 카운터 운동, 서울대 성소수자 현수막 사건, 메갈리아의 미러링 등은 혐오주의자들의 선동에 역선동을 펼쳐 대처한 사례입니다.

 

 

 

최근 한국 사회를 보면 표현의 자유 옹호와 동시에 혐오표현의 규제와 관련한 논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말이 칼이 될 때>는 산으로 가고 있는 논의 방향에 키잡이 역할을 할만한 책입니다. 

 

편견, 차별, 혐오의 파급력이 폭발적인 SNS 시대에 평등과 공존의 가치를 묻습니다. 별거 아니라고 무감하게 생각했던 이들을 향한 일침이기도 합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민주시민으로서의 교양을 함양할 수 있는 책입니다. 중학생 되는 우리 아들과 함께 읽는 책 <말이 칼이 될 때>. 차별과 혐오 관련해 읽어봐야겠다 싶은 책도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공존의 시대를 향한 첫 발걸음, 가정에서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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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나 - 3개월 동안의 자기애 실험
섀넌 카이저 지음, 손성화 옮김 / 움직이는서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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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실험. 3개월 동안의 자기애 실험 여정을 담은 <미운 나>.

 

섀넌 카이저 저자는 평생 동안 스스로와 전쟁을 치르며 살아왔다고 고백합니다. 인생에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원인을 몸에서 찾았다고 해요. 뚱뚱하고 못나서 그런 거라고 말이죠.

 

다이어트에 실패할 때마다 자존감은 낮아지고 자기파괴에 시달렸습니다. 자신의 몸을 경멸했기에 자신을 전혀 사랑할 수 없었던 시간들. 가치 없는 인간으로 자기비하하며 너무나도 달라지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만난 상담 코치가 내준 유일한 숙제는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바꾸거나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거나. 첫 번째 선택은 대체로 실패했고, 작은 성공 이후엔 끝없는 욕망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두 번째 선택을 할 차례입니다. 세상에 나를 맞추려는 걸 그만두는 겁니다.

 

 

 

부정적 자기 대화 금지! 긍정적 확언 반복!
자기애 실험 1개월 차, 몸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살만 빼면 나를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스스로에게 사랑을 억지로 강요하는 일만 계속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학대하는 방식의 체중감량이었다면 이제는 조금 더 다정한 방식으로 대하기로 합니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억압대신 할 수 있게 해주면서 내가 하는 일에 죄책감,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 쓰기 시작합니다. 겪어보니 자기 연민이야말로 자기애의 토대라고 하는군요.

 

우리를 방해하는 것은 문제, 결점, 습관 자체가 아니라 그것들을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결함을 인생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 결함에 있던 부정적인 영향력이 점차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자기애 실험 1개월 차에는 자기 신뢰를 바탕으로 되고 싶었던 내 모습을 놓아버림으로써 참자아를 찾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1개월 동안 끊임없이 의심은 치고 올라오기 일쑤였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시간 낭비할 필요 없다는 것을 되새깁니다. 자기 신뢰는 외부의 압력을 털어내고 자기 자신을 스스로 빛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애 실험 2개월 차에는 나를 둘러싼 환경에 눈을 돌립니다.

 

옷장을 깨끗이 정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부엌, 사무실, 자동차 등 물리적 공간을 바꾸고 청소하자 에너지가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 에너지가 더 많은 기회를 끌어들이면서 인생에 또 다른 영향을 미치는 식입니다. 이와 관련한 것은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일맥상통합니다. 

 

 

 

자기애 실험 3개월 차. 이제 마음의 더 깊은 층위를 들여다보고 마음을 세상에 내보이는 데 충실하게 됩니다. 자기애는 많은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요. 단순히 외부에서 겉으로만 자기애에 접근하면 결코 바라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제 저자는 행복은 습관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매일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하면서 마음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의심과 불안 뒤에 숨은 속내를 눈치채게 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공포의 허벅지'라는 말 한 마디에 마음을 닫아버린 섀넌 카이저 저자. 그 말을 내가 사랑스럽지 않다는 증거로 받아들였던 겁니다. 이처럼 살면서 자신의 뿌리까지 뒤흔들며 '미운 나'로 살아온 고통의 근본 원인을 자기애 실험 여정 속에서 깨닫습니다. 이제는 아버지를 탓하는 대신 아버지로 인해 새롭게 배운 것들에 고마워하게 되었습니다.

 

재밌는 건 문제는 끝없이 생겨난다는 겁니다. 몸무게에 집착 버리자, 새로운 문제가 등장합니다. 집착이 다른 집착으로 대체되는 거죠. 저자는 한동안 팔로잉 숫자에 집착했다고 고백하는군요. 결국 모든 문제의 초점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감정을 눈치채는 거라고 합니다. 남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올리는 대신 내가 정말로 바라고 느끼는 것을 올리자 집착은 사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포기하고 안주하겠다는 뜻과는 다릅니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에 항복하고 사랑을 자기 안으로 불러들이겠다는 의미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입니다. 자기애는 얻기 위해 애써야 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자기 자신의 일부로 내 안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자기애가 빛나도록 겹겹의 층을 벗겨내기만 하면 됩니다.

 

 

 

3개월간의 자기애 실험 여정을 책으로 공유하는 것 자체가 또 치유의 한 여정이라는 저자. 개인적으로는 끌어당김의 법칙, 놓아버림 같은 주제에 퍽 끌리는 편은 아니지만, 자기 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는 것만큼은 무척 도움 되는 조언이었어요. 한 해가 다르게 중력에 저항하지 못한 채 탄력 잃고 처지는 나잇살을 보면서 미운 나가 되는 건 아닌가 생각 들던 시점이라 더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미운 나> 부록으로 있는 자기애에 이르도록 돕는 효과적인 질문들도 유용합니다. 자문과 자각을 통해 자기애에 이르는 층을 한 단계씩 발견할 수 있습니다. 두려움과 불안 뒤에 숨으며 변명을 늘어놓는 대신 자신에 대해 솔직해지면 자기애 발견에 한 발 다가섭니다. 20대~30대가 읽기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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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머무는 밤
현동경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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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속에서 읽어야 할 것 같은 <기억이 머무는 밤>.

사람의 향기를 좇는 여행자, 현동경 저자의 조금은 독특한 여행에세이를 만났습니다.

 

첫 번째 밤부터 일흔여섯 번째 밤까지 짧은 단상. 시적인 감성이 가득해 잔잔한 느낌으로 읽어내려갔네요. 여행에세이라지만 일기장을 읽는 기분입니다. 무르익은 20대를 보내는 저자답게 청춘과 감성 코드가 어우러져있어요.

 

 

 

 

여행에세이면서도 정작 여행 이야기는 드문드문 만날 수 있어요. 지명조차 언급하지 않는 글도 있는가 하면, 여행 에피소드 역시 사람 냄새 가득한 글입니다. <기억이 머무는 밤>에서 말하는 여행은 기억의 밤으로 떠나는 여행에 가깝습니다.

 

 

 

소소한 소재로 이야기를 끌어올리는 힘이 있습니다. 유난히 빨리 닳는 신발을 보면서 그동안 지나온 길을 떠올리기도 하고, 문고리 돌리는 행위에서 삶의 의욕을 다시 조이는 '시작'의 의미를 찾기도 합니다.

 

감정과 온도를 머금은 기억은 언제나 머물다 가는 것이기에 여행길 위에서 사람과 함께였던 시간을 글로 남기기 시작한 현동경 저자. 누군가는 사진으로, 글로, 그림으로, 노래로...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하겠지만 누군가는 사람을 기억할 겁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은 다음에 다시 만나도 그때를 기억하게 되니까요. 뭔가를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었어요.

 

 

 

전반적으로는 유쾌 발랄보다는 글루미한 분위기였어요. 일상의 무게감을 팍팍하게 안고 사는 20대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저렇게 하자는 다짐은 최소한으로 줄입니다.

 

 

 

여행으로 여유를 배웠지만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달라질 줄 알았던 삶과 그렇지 않다는 사실 사이의 괴리감에 공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이 현실에서 잊혀가는 것을 안타까워합니다.

 

누구나 처음인 삶. 설레는 마음을 잊어버리고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합리화하는 모습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그것 또한 삶이라 자조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타인의 시선이 더 견디기 힘들어 애써 무시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제는 깨닫습니다.

 

다 그렇게 사는 거지 싶다가도 처음인 오늘을 살아내면서 만난 감정을 끄적이다 보면, 결국은 내 감정을 알아챈다는 걸 <기억이 머무는 밤>에서 볼 수 있었어요.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성장하는 거겠죠. 사람이 고플 때 그녀의 기억 속을 함께 거닐어보세요.

 

우리는 오늘도 설렘과 두려움, 사랑과 여행이 한데 섞여 인생을 살아가고 있겠지. 나는 내 방식대로 당신은 당신의 방식대로. 다만 문득 궁금한 것은 나는 그리고 당신은 무엇에 설레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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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공부법 - 공부머리를 뛰어넘는 최강의 합격전략
스즈키 히데아키 지음, 안혜은 옮김, 전효진 감수 / 21세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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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7일만 공부하면 합격하는 건가요?! 평소 꾸준히 공부하고 막판 스퍼트 공부법이겠거니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읽다 보니 시험 종류에 따라 7일만으로도 가능할 수 있겠구나 수긍되기 시작합니다.

 

스즈키 히데아키 저자의 이력을 먼저 살펴볼까요. 도쿄대 입학 후 500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합니다. 대학교 들어가서 자격증 시험공부하려니 할게 많아 시간이 없어서 대책 마련한 게 바로 공부 시간의 밀도를 높이는 방법이었다고 해요. 해이해지거나 슬럼프에 빠질 틈 없는 7일이란 시간에 집중했습니다.

 

지금도 매년 50개 이상의 (평균 7일에 하나씩 꼴) 자격증을 준비하고 시험 치르고 있다네요. 대학교 입시부터 자격시험까지 오로지 독학으로 공부했으니 이쯤 되면 이 저자는 자격시험에 특화된 공부법을 갖췄겠다 싶군요. 자격증만 저렇게 따서 뭐하려고 그러나 싶었는데 결국 독학으로 하는 자격시험 공부법에 관한 전문가가 되어 그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니 자기가 잘 하는 일로 성공한 케이스인 것 같습니다.

 

 

 

시험의 달인이 알려주는 독학으로 시험 합격하는 공부법책 <7일 공부법>.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안고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가 큽니다. 단순히 벼락치기라고 말하기엔 굉장히 효율적인 공부법으로 보였어요. 최근 읽은 <하버드 새벽 4시 반> 책에서도 하버드의 효율적인 공부 중시 풍토를 소개했는데 <7일 공부법>을 평소 공부에 적절히 활용할만한 내용도 많았어요.

 

 

 

<7일 공부법>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기출문제입니다. 전체 범위를 다 공부하기 어려운 시간인 만큼 범위를 최소화하려면 기출문제로 시험공부해야 한다고 합니다. 시험은 합격이 목적이죠. 기출문제로 시험 구조를 파악하고 현재 자신의 지식수준과 비교하면 내 위치와 목표까지의 길이 보인다네요.

 

기출문제를 보면서 해야 할 일은 공부할 부분과 안 할 부분을 분류하는 일입니다. 기출문제를 분석해서 안 할 부분 버리기, 기출문제집의 해설을 살펴보며 주입하기, 마지막 암기 위주의 몰아치기까지 7일 동안 가능하다고 합니다.

 

 

 

여기서 공부할 부분과 안 할 부분을 분류하는 작업이 솔직히 생각만큼 쉽지는 않겠다 싶었어요. 저는 이것 자체가 공부머리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기출문제를 보면서 유형을 잡아채는 눈썰미 있는 사람이 시작도 수월할 것 같습니다. 다양한 시험을 치러보면 감 잡기 좀 더 수월해질 테고요.

 

 

 

지금까지 제가 읽은 공부법 책을 기억해보면 교재든 문제집이든 한 번만 보고 끝내는 공부 스킬 같은 건 (당연하게도) 없었습니다. 7일 공부법에서조차 기출문제집을 최소 4회 정도 보게 되는 시스템이었어요.

 

단기간 시험 준비에 적합한 <7일 공부법>은 자투리 시간 활용보다 온전한 시간 몰입을 요구하고, 요일별 공부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합격 기준점과 내 실력 사이의 격차를 바탕으로 시험까지 남은 날짜를 역산해 그날 해야 할 공부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하네요. 외워야 할 단어가 총 500개인데 다 못할 것 같다 싶으면 300개로 추려내 외워야 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공부 안 할 부분을 추려내는 것이 7일 공부법의 관건입니다. 중요한 20퍼센트 외 80퍼센트 중 안 할 부분을 추려야 하는데 기출문제를 여러 번 보면서 해야 하는 작업인 거죠. 여기서 안 할 부분은 정말 안 해도 되는 부분과 버리는 부분 두 종류입니다. 주의할 점은 그저 자신 없다는 이유로 버리면 안 되니 (뜨끔!) 책에서 알려주는 포인트를 잘 숙지해야겠어요.

 

 

 

일본 원서를 번역한 책이어서 전효진 공단기 1타 강사가 감수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더 생생한 정보를 전달합니다.

 

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7일간의 초고효율 공부법 <7일 공부법>. 공부 안 하고 합격하는 비법이 아닙니다. 단순히 외운 척 한 것은 아닌지 주의해야 하고, 짧은 시간 내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막판에 몰아서 하는 효과적인 공부법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보세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조건을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는 초반 분석, 계획 작업은 분량 많은 공부를 길게 해야 할 때나 학생들의 평소 공부에도 적용할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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