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의 꽃 1~2 세트 - 전2권
최정원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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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밭에선 일해 본 적 없는 얼굴로 마을에서 제일 밭을 잘 갈기로 소문난 처자 솔. 병조판서 장남으로 온갖 능력은 다 갖춘 비주얼로 전직 천재 무관에서 현직 개망나니로 사는 민훈.

 

동양 사극 연애 소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한 신분 차이를 넘어 꽁냥꽁냥 연애 모드로 무르익는 스토리로만 생각하면 이런 소설이 있었다니! 하며 놓치기 쉬운, 숨은 보물 <묵호의 꽃>.

 

브릿G 연재작으로 선보인 <묵호의 꽃>은 최정원 작가의 첫 작품이지만, 무거움과 가벼움이 오가는 절묘함이 예사롭지 않더라고요. 900페이지 분량인데도 한번 손에 잡으면 멈출 수 없게 해 이틀 밤을 잠 못 이루고 묵호의 꽃과 함께 보냈답니다.

 

제목이나 표지를 보면 묵직한 사극 소설인가 싶은 첫인상을 받았어요. 묵호의 꽃 캘리그라피 대회 대상 수상작 캘리가 표지에 사용되어 분위기를 한층 살리네요. 제목의 무게만 생각하며 정통 사극 분위기인 줄로만 알았다가 황금가지 출판사 포스팅 보면서 빵 터져버려 급 호감 상승! 결과적으로는 놓쳤으면 후회할 뻔한 소설이랍니다.

 

묵호 서민훈. 검을 쓰는 무인이기에 깊은 대밭을 거니는 거대한 검은 호랑이를 떠올리는 묵호...는 개뿔. 어린 시절 유랑하다가 본 호수의 이름을 딴 호라는 사실. 새소리만 간간이 들린 안개 낀 새벽 호수의 침묵을 닮고자 만든 호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진실은 알지 못하고 검은 호랑이만 생각하면서 후덜덜~

 

 

 

한적한 시골에서 홀아버지와 사는 솔이와 한양에서 개망나니로 사는 민훈. 메마르고 차가운 공허한 눈빛을 가진 채 침착하게 제 할 일만 하던 그는 평정심 파괴녀 솔이에게 매번 말려드는데. 만날 접점 없는 둘이 얽히는 과정이 초반 유쾌하게 그려집니다.

 

어린 시절 솔이의 동네로 굴러들어온 사연 많은 집안의 도련님 이현의 삼각구도도 꽤 재미있답니다. 잔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반듯반듯한 현의 반전도 기대하시라.

 

인간이 아닌 것들과 말이 통하는 능력을 가진 솔, 기생집에서 한량처럼 지내며 밤마다 누군가를 쫓는 묵호. 자신도 모르게 거대한 음모 한가운데로 달려든 그들의 행보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됩니다.

 

로맨스 소설의 정석대로 풀어가면서도 캐릭터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동 음성 지원되는 것처럼 생생한 묘사가 일품인 <묵호의 꽃>, 놓치면 아쉬운 사극 로맨스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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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결과의 경제학 - 넘치는 데이터 속에서 진짜 의미를 찾아내는 법
나카무로 마키코.쓰가와 유스케 지음, 윤지나 옮김 / 리더스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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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젊은이들의 고용이 감소될까?
· 건강검진을 받으면 장수할 수 있을까?
· 남성 의사가 여성 의사보다 뛰어날까?
· 어머니의 학력이 높으면 아이의 건강 상태가 좋을까?
· 공부 잘하는 친구에 둘러싸이면 성적이 오를까?
· 여성 임원을 늘리면 기업은 성장할까?

 

사소한 일상과 사회 정책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 ~하면 ~한다는 이야기는 진실일까요. 믿기 힘든 말을 들었을 땐 "증거를 대봐라"라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문제들은 그럴듯한 추론에 납득하고 맙니다.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상관관계인 것을 인과관계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혼동하면 근거 없는 통설이 난무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려 돈과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경제, 통계 전문가나 알법한 내용이다 싶겠지만 가짜 상관관계에 지나지 않는 것을 인과관계로 잘못 해석하면 영향받는 사람은 결국 우리들입니다. 성공 스토리에서 보이는 사실만 보고 인과관계로 착각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언뜻 효과 있어 보이는 정책을 실시하기도 하고, 비즈니스상에선 광고와 매출 효과를 엉뚱하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한때 중년 여성들에게 붐이었던 호르몬 보충요법 같은 사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인과관계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결국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손해가 발생합니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혼동하기 쉬운 다양한 문제들을 다룬 책 <원인과 결과의 경제학>에서 어떻게 이 둘을 구분하는지 배워보세요.

 

 

 

 

데이터를 보자마자 체크해야 할 일을 알려줍니다. 우연의 일치가 아닌지, 교란 요인은 없는지, 역의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지.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것을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에 올바른 추론의 중요성이 대두됩니다.

 

합리적 의심이란 말을 종종 들어봤을 텐데 정치 문제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 개인의 경험담으로 우기는 상황은 흔합니다. 호구가 되지 않고, 삽질을 줄이려면 합리적 의심을 해야 합니다. 단서는 데이터 사이의 관계성입니다. 빅데이터 시대에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는 진실을 파헤치는 사고법, 인과 추론. 체계화된 인과 추론을 하면 통설, 착각, 편향된 거짓 상관관계가 드러나게 됩니다.

 

 

 

수치화하기 쉽지 않은 변수들을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아무래도 어렵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데이터 분석 입문자가 읽기엔 수월한 책입니다. 사실과 진실을 혼동한 경우가 많았다는 걸 깨닫기도 했습니다.

 

<원인과 결과의 경제학>에서 알려준 인과 추론의 다양한 방법들이 모두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사회 문제들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니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인과 추론을 제대로 배워야 하는 이유는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 포뮬리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예측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큰 그림을 보며 인생을 사는데 꼭 필요합니다. 절대적으로 정확한 것은 아니라는 한계를 알고 타당성 있는 추론을 이끌어내는 의미 있는 공부, 수 읽는 센스를 높이면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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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스피치 - 혼자서도 쉽게 연습하는 스피치 훈련 77
장한별 지음 / 더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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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쉽게 연습하는 스피치 훈련 77 <한 권으로 끝내는 스피치>. 이론은 기존 스피치 책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으니 이젠 HOW에 집중해볼까요. 장한별 저자는 스피치의 중요성을 또다시 강조하기보다는 실질적인 훈련 방법을 기초, 심화, 응용 단계별로 77가지 소개합니다.

 

스피치 기본기를 다지는 트레이닝 A에서는 자신감 회복법, 자세, 보이스 트레이닝, 연습 노하우를 다루며 스피치 실전 훈련의 첫 단계를 밟아나갈 수 있습니다.

 

 

 

떨지 않는 당당함의 비결은 자존감. 이 자존감을 높여야 자신감이 회복됩니다. 순간적인 임시방편 대신 득이 되는 자신감 회복 방법이 소개됩니다. 트라우마처럼 남은 기억은 성공의 경험을 많이 해서 덮는 것뿐이라는 현실적 조언이 인상적입니다. 몸으로 배워야 하는 스피치여서 그렇습니다. 면역력을 키우려면 임시방편으로 피할 게 아니라 계속 달려드는 게 정답입니다.

 

이쯤 되면 사실 스피치에 두려움 많은 이들에겐 더 막막할 수 있는 일침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그 두려움을 어떻게든 서서히 줄여나갈 수 있게 집에서도 혼자 할 수 있는 다양한 훈련법이 있더라고요. 스피치 현장에 있을 법한 사람 얼굴을 벽에 부착해 연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스피치 내용을 구성하는 방법 같은 건 스피치 관련 책에서도 일반적으로 다루는 주제이지만, 그렇게 구성한 내용을 실제 연습할 때 필요한 팁들이 <한 권으로 끝내는 스피치>에 잘 소개되어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트레이닝 B로 넘어가면 청중을 사로잡는 스토리의 발굴, 속 빈 강정이 되지 않는 내용 구성, 각색과 연출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좋은 스토리의 재료 발견, 맛깔스러운 스피치 구성과 각색을 위한 훈련을 해보세요.

 

마지막 트레이닝 C 단계에서는 청중과 주고받는 눈높이 맞춤 소통 기술을 다룹니다. 청중이 따라오도록 집중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질문, 이해와 공감을 확인하는 질문 노하우 등은 청중이 스피치에 참여하게 만들고 싶을 때 필요한 것들입니다. 질문을 던졌다면 공감의 피드백도 있어야겠죠. 포인트는 청중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데 있습니다.

 

 

 

스피치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들여다보면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남들 앞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으로 훈련을 마무리합니다. 상황 대처 훈련까지 익히면 돌발 상황에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스피치 훈련법을 단계별로 따라가다 보면 점점 스피치에 대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겠어요. 실전감각을 키울 수 있는 효율적인 스피치 훈련법 책은 <한 권으로 끝내는 스피치>로 도전해보세요. 본인의 스피치 강점과 약점에 따라 필요한 단계만 선택적으로 훈련하기 좋은 세세한 구성이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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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을 만든 기막힌 우연들 - 우주.지구.생명.인류에 관한 빅 히스토리
월터 앨버레즈 지음, 이강환.이정은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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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지구, 생명, 인류 영역이 결합한 빅 히스토리 책 <이 모든 것을 만든 기막힌 우연들>. 빅 히스토리를 다룬 입문서로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방대한 주제인데도 책 분량이 생각보다 얇은 편인데 핵심은 어쩜 이렇게 잘 뽑아냈는지.

 

저자의 위상이 대단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월터 앨버레즈 저자는 1940년생 지질학자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아버지 루이스 월터 앨버레즈와 함께 공룡 멸종 이유로 '충돌 이론'을 발표한 그분이십니다. <이 모든 것을 만든 기막힌 우연들>에서도 6600만 년 전 충돌에 의한 대멸종의 증거인 크레이터를 찾는 여정을 그려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 책은 빅 히스토리라는 주제를 우주, 지구, 생명, 인류사를 소개하는 집합소를 넘어 인류사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도록 유도합니다. 우주적 맥락에서 인간 역사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인간이 등장하지도 못했을 뻔한 극적인 사건들을 통해 우리 세상을 생각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합니다.

 

우주의 탄생 비밀은 알면 알수록 지구가 이토록 완벽한 곳이라는 걸 깨닫게 합니다. 상상 불가능한 대격변 속에서 조건들 중 하나라도 지금과 달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인간이 도구를 만들고 그로 인해 뇌가 발달하고 지성이 발전한 것은 지구가 규질암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처럼 다양한 원소가 뒤섞여 만들어진 지구가 우리가 사용 가능한 자원으로 바꾼 과정도 경이롭습니다.

 

지질학자인 저자여서 딱딱한 과학 이야기만 나오는 게 아니라 역사학자의 관점, 지질학자의 관점, 여행자와 예술가의 관점 등 빅 히스토리 차원의 접근에 다가가는 과정을 다양하게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인문학의 향기가 솔솔 풍깁니다.

 

턱이 움직이도록 진화되지 않았다면? 공룡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다른 생물학 경로로 진화가 일어났다면? 여전히 최초의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해선 다양한 가설이 있지만, 수백조 개 세포의 집합체인 인간 몸의 역사와 기원을 살펴보다 보면 얼마나 일어나기 힘든 일이었는지 새삼 놀라게 됩니다. 아주 특별하고 일어나기 힘든 사건의 연속이었습니다.

 

 

 

유럽 탐험사를 보면 어디에서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호모사피엔스는 지구 곳곳에 있게 되었는지 인류의 여정을 지질학 역사와 연결해 설명합니다.

 

월터 앨버래즈 저자는 우주와 지구라는 무생물의 세계와 생명과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세계를 연속성과 우연성의 관점으로 바라봅니다.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준 과정을 빅 히스토리 관점에서 지구 역사가 어떻게 가능하도록 했는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습니다. 지구가 만들어낸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 없었다면 인류사는 훨씬 달라졌을 거라는 걸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응축된 빅 히스토리를 보여주기에 단순화한 영역도 있지만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를 짚어준 책이니 빅 히스토리 세상에 들어설 때 놓치지 말고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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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장강명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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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히어로 소설 <이웃집 슈퍼 히어로>에 이어 최신작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까지, 그야말로 팔색조 매력을 만날 수 있는 히어로 중단편집입니다.

 

연작이 등장한다 하여 먼저 나온 <이웃집 슈퍼 히어로>와 최신작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를 동시에 읽어나갔습니다. 두 책 모두에 있는 작가인 김보영, dcdc, 듀나, 이수현 작가들의 소설부터 챙겨봤어요.

 

김보영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은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책에서는 《로고스 갤러리, 종료》로 이어집니다. 이 소설에서는 우리가 익히 아는 엑스맨 스타일의 히어로들이 등장하네요.

 

 

 

붕괴된 마트에서 사람을 구조하는 전광석화 같은 '번개'를 중심으로 소시민 히어로들이 떠맡은 실상의 이면을 보여줍니다. 능력을 가진 초인들이라는 것 때문에 오히려 일상은 변변찮은 히어로들. 재난이 일어나면 영웅들에게 책임 전가하기 바쁘고, 진짜 힘 가진 이들은 사건을 덮기 바쁩니다. 부조리한 사회에서 소시민 히어로의 선택은 과연...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에서 '번개'라는 인물에 집중했다면, 《로고스 갤러리, 종료》에서는 그 이후의 세상을 보여줍니다. '번개'와 맞짱 뜨기 위해 나선 초인 소녀와의 대결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도 기대하세요.


한국 SF 환상 문학계에서는 하이텔 시절부터 독보적인 몇몇 작가들이 있지요. 그중 듀나 작가를 손꼽아봅니다. 조금은 음울한 느낌의 단편이 이번 히어로 책에 실렸습니다. 전작 《아퀼라의 그림자》는 신간에서 《캘리번》 작품으로 이어집니다. 《캘리번》이 오히려 전편의 과거로 돌아간 배경을 이야기하고 있어 프리퀄이자 속편인 셈입니다. 염력을 사용하는 히어로와 범죄자 초능력자의 대결이라는 특별하지 않은 소재임에도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걸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에 첫 작품으로 실린 장강명 작가의 《알골》은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더군요. 우주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출현한 우주 초인을 만나러 간 초자연 현상 전문 르포 작가의 이야기는 뒤통수 때리는 반전까지 짧은 분량에 담겨 있습니다. 히어로를 다시 보게 만든 나쁜 소설이기도 ㅋㅋ

 

 

 


책 제목으로 쓰인 임태운 작가의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는 제목으로 쓰일만한 대표 작품으로 손꼽을만했어요. 배경 자체가 너무 웃겨서 빵빵 터지기도 했습니다.

 

배달콜도 아닌 히어로콜이라니. 영등포구 히어로 레인보우걸, 마포구 히어로 리얼맨, 중랑구 히어로 잔망풍뎅이 등등 히어로가 가득한 데다가 히어로콜 호출 알림에 수락 버튼을 누르면 출동~! 히어로톡 친추도 하며 히어로들끼리도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둘씩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히어로들. 히어로의 능력을 삭제시켜버리는 악당이 존재한다는 도시괴담이 만연한 상태에서 히어로 별점 하락을 신경 쓰며 닥치는 대로 혼자 출동하는 마포구 히어로 리얼맨의 운명은?!

 

 

 


웃고 즐기는 히어로물만 있는 게 아닙니다. 착잡한 마음으로 읽은 구병모 작가의 《웨이큰》은 정말 엄지 척이에요. 구병모 작가의 소설 중에서 <한 스푼의 시간>도 제 취향에 딱 맞았었는데,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에 실린  《웨이큰》 역시 구병모 작가여서 기대한 만큼 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요.

 

한국어가 서툰 필리핀 출신 여자의 고백으로 이뤄진 이 소설은 처음엔 낯선 문법에 어색해하다가도 읽다 보면 어느새 스토리에 흠뻑 빠져들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겁니다. 가상현실 체험학습을 하러 간 아이들이 데이터 세계 안에 갇혀버리는 사고가 생깁니다. 결국 전문가들이 그 세계 안으로 직접 들어가 아이들을 구해내지만...


그 외 많은 작품들이 유쾌, 씁쓸, 감동~ 다양한 매력을 뽐냅니다. 한국형 히어로 소설의 공통점이라 하면 마블 히어로처럼 삐까번쩍하게 근사해지는 그런 류는 없는 것 같아요. 소시민이기도 하고, 시간제 영웅들도 많습니다.

 

사회파 소설로 묶을만한 내용도 꽤 됩니다. 초인의 능력이 오히려 역차별 받는 사회, 용감한 시민영웅이면서 범죄자로 취급받는 현실, 지극히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활동을 하는 영웅들의 모습은 이 사회가 요구하고 수용하는 수준을 지그시 드러냅니다.

히어로물의 단골 소재이기도 한, 영웅과 악당의 한 끗 차이. 과시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가진 히어로도 있고, 근근이 살아가며 정의를 불태우는 히어로도 있습니다. 그 정체성이 자아를 흔드는 사건과 만나 변할 때도 있고요.

 

한국형 히어로는 너무 배고파 보이는 애들만 모인 것 같다는 아쉬움도 들 수 있겠습니다만, <이웃집 슈퍼 히어로>와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에서 이런 히어로, 저런 히어로를 만나보세요. 뒷얘기가 궁금해지는 스토리가 많았으니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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