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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엄마의 힘 - 작은 습관으로 기적을 만드는
안민정 지음 / 황소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작은 습관으로 기적을 만드는 일본 엄마의 힘.
엄마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본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고 해요. 노벨상 발표 때마다 배 아프며 아니꼬운 건 어쩔 수 없지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배워보자는 의도로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일본 특유의 문화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철저한 면이 있긴 하더군요.
장인 정신이야 말할 것 없고. 놀라웠던 건 타인에게 폐가 되면 안 된다는 인식이 뿌리 깊이 박혀있더군요. 그런 국민성을 가졌으면서 타국민에게는 엄청난 폐를 끼친 역사를 가졌다니 놀랄 수밖에요.
목조 주택 위주인 일본은 방음이 잘 안 돼 특히 층간 소음 문제라든지 아이 울음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군요. 대신 우리처럼 대면해서 다투는 게 아니라 서면을 통한 해결이 일찌감치 자리잡혔다 합니다. 어쨌든 일본 특유의 분위기는 공공장소에서 폐를 끼치는 것을 엄청 민망해하고, 남에게 실례하지 않으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는 것, 이쯤되면 가정교육 바탕이 무엇일지 짐작하게 합니다. 그렇기에 아이를 키울 때도 아이가 그저 어리다는 이유로 방관하지 않고 예절 지키는 것에 초점 맞추겠죠. 한마디로 버릇없는 아이로 만들지 않으려는 가정교육이 육아의 기본 마인드로 잡혀있습니다.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토대로 아이를 대하는 것이 일본 보육의 핵심입니다.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학습 면에서가 아니라 일반적인 생활 습관과 태도를 말합니다.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니라 그냥 꾸준히 설명하고 설득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교육,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율성을 최고로 치죠. 아이가 제 일을 스스로 깨닫고 행동할 수 있게끔 하는 교육을 목표로 한다는 점은 우리 부모들도 한번 생각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좀 느리다고 해서 냉큼 도와주거나, 버럭하거나... 반성할 부분이 많습니다. 참고로 일본 부모의 자녀 교육 의식 1위가 아이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지 않는 엄격한 어머니라고 하네요. 타인에게 피해 주지 않도록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어머니상입니다.
전체적으로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스타일을 유지하는 일본 육아. 규칙이 철저한 일본사회를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겠어요. 그러면 오히려 경직되고 고리타분한 인간상이 되지 않을까 싶을 테지만, 일본 보육 현장을 보면 그 말은 쏙 들어갑니다. 여기서 말하는 보수, 전통이란 말은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는 것에서만큼은 타협하지 않는다는 의도로 볼 수 있어요.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하면 한국, 중국, 일본의 육아 스타일이 달라도 너무 다르긴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와 중국은 아기는 보호 대상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로 확인할 수 있답니다.
만 0세부터 커뮤니케이션이 들어갑니다. 잔소리가 아닌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안 돼!가 아니라 이유를 설명하는 거죠. '아직 어리니까 괜찮아'는 엄마의 착각일 뿐, 타인에게 피해 주기 싫어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상 이런 훈육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됩니다. 개인적으로 공중도덕 훈육만큼은 공감 많이 되었어요. 오죽하면 요즘 우리나라는 노 키즈 존이 생길 지경이겠어요.
일본 교육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는데, 일찌감치 공부냐 다른 쪽이냐 결정지어 중학교부터 진학 목적의 사립 중학교와 공립 중학교로 나뉜다 하고요. 사립파는 우리 강남 학원가와 유사한 분위기입니다.
공부에 적을 두려면 에스컬레이터식 진학 시스템이 많아 사실상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시절부터 수험생 입장이 되어야 한다는 게 놀라웠어요. 유치원 면접부터 부모와 아이 따로 면접을 본다는데, 평소 생활습관과 가정교육이 당락의 열쇠라고 합니다. 어쨌든 이때도 아이의 학습능력이나 부모의 경제여건만 따지는 게 아니라 아이 자체의 심성을 본다는 건 일본 보육 핵심을 벗어나지 않죠. 이런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가정교육이 잘 된 상태여야 가능할 테니까요.
대신 기술은 기술대로 인정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일본 특유의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기술만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분위기 자체를 가진 일본. 그 부분은 솔직히 부러웠네요.
10월에 읽었던 <흙 땅에서 맨발로 노는 아이들 / 학지사> 책을 읽으면서 일본 보육 현장에 감탄했었는데요. 아이가 아이답게 잘 놀 수 있는 환경, 일방적인 가르침에서 벗어나 자립심을 길러주는 게 인상적이었거든요. 일본 보육의 예의, 자립심을 핵심으로 하는 부분이 결국 성장하면서 기가 하는 일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해요.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연구 지원을 하는 상황에서 왜 노벨상 수상자 배출에 차이가 날까. 이 의문에 일본인들은 노벨상을 개인의 노력으로 본다고 하는데, 그만큼 좋아하는 일을 평생 파고들 수 있는 저력, 바탕이 탄탄하다는 것. 어렸을 때부터 체감하지 않고서는 몸에 배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엄마의 힘, 부모의 힘이 미래를 좌우한다는 말이 결코 허튼 소리는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닫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