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지나고 할머니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아지셨었는데, 일요일 밤 9시쯤 오늘 밤을 못 넘기실 것 같다는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아빠랑 엄마랑 내려가셨는데 다행히 그 날을 넘기셔서 아빠는 남아 계시고 엄마는 출근하려고 다시 새벽에 혼자 상경. 그리고는 저녁 때 일을 마치고 돌아오셔서 지금 막 돌아가셨다고 준비해서 내려가자고 해서 또 부랴부랴 내려왔다. 다행히 기차 막차를 타고 지리한 시간을 버틴 끝에(4시간이나 기차에 있는 것도 고역이더라;;) 안동에 도착. 바로 할머니가 계신 병원으로 갔다. 뭐 다음 날 입관을 해야 손님도 받고 한다고 해서 그 날은 뭐 그냥 휴식. 쉬면서 돌아가실 때 상황을 전해 들었는데 조용히, 곱게 눈을 감으셨다고 한다. 일 때문에 올라온 엄마를 빼고는 임종하시는 모습을 다섯 남매와 며느리들이 모두 지켜봤다고. 임종하시는 모습을 그렇게 보기도 힘드신데 할머니께서 일부러 기다려주신 것 같다는 말씀도 나누셨다.
다음 날 오후가 되서 입관을 했는데, 사실 손녀인 내가 들어가도 되는 건가 싶었는데 뭐 다들 들어가도 상관없다는 분위기라 난생 처음 입관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정말 뼈만 앙상하게 남은 할머니를 보니까 안타깝다는 생각과 함께 한 편으로는 그래도 편하게 가셔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덤덤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관에 쾅쾅 못질을 하는 장면을 보니 정말 이제는 다시는 할머니를 못 뵙는다는 생각이 들어 울컥했다.
입관을 마치고 장례식장에 돌아와서 문상객들을 받기 시작. 나랑 사촌 언니 둘이서 상복을 입고 서빙. 다행히 도우미 아주머니를 써서 큰 어려움없이 할 수 있었다. 어린 애들은 한 쪽에 마련된 방에 있는 컴퓨터와 티비를 보며 노닥노닥. 다른 장례식장에서는 정말 통곡하는 소리가 몇 번이나 들렸는데, 우리는 그래도 할머니께서 연세가 있으셨고, 호상이라 그런지 뭔가 잔치 분위기;; (뭐 그래도 다들 한 편으로는 아쉬워했지만.) 서울에서는 거의 정장만 입고 팔에 완장(?)을 하는 정도인데, 여긴 다들 베로 된 상복을 입고 있어서 이걸 신기해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가 특이했다랄까. 때되면 밥먹고, 일하고 뭐 그러다보니 이틀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이제 내일 장지에 가서 할머니를 할아버지 곁에 묻어드리면 나의 일정은 끝이 날 듯 싶다. 기나긴 세월 혼자 계셨던 할아버지(34년쯤?)를 만나시니 할머니도 오늘밤은 기대하고 계실까?! 어쨌거나. 아직은 정신이 없어서 실감도 잘 안나고 뭐 그런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조금씩 할머니가 그리워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