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4 - 숙종실록 - 공작정치, 궁중 암투, 그리고 환국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4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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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사극으로 많이 접한 시대라 그런지 낯설지 않은 숙종. 13권에서 살펴본 효종, 현종 치세도 순탄치 않았지만 숙종은 그보다 더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간다. 하지만 효종, 현종 대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모든 혼란의 중심에는 숙종이 있었다는 것!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지만 대리청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숙종은 결코 만만한 왕이 아니었다. 자신만의 줏대가 있었고 서인이 판을 치는 정국에서 남인을 편애해 환국을 일으키고 그 뒤로도 특정 당파에 힘이 쏠린다 싶으면 환국을 거듭하며 왕권을 잃지 않는다. 단지 장희빈에게 흔들려 이리저리 마음을 바꿨던 것이 아니라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치밀한 계산 하에 환국을 단행했던 숙종. 그의 모습이 꽤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다. 

  그동안 대중에게 알려진 것처럼 단지 여자 치마 폭에서 놀아난 왕이 아니라, 정치적인 숙종의 면모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지만, 그렇게 숱한 계산을 통해 얻어낸 강한 왕권을 백성들을 위해 쓰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애초에 백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왕이었다면 몰라도, 나름 백성의 지도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숙종이기에 46년이라는 긴 치세 기간 동안 '관심'만 가졌을 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 자신의 독단으로 밀어붙였다면 해결됐을 일도 숙종은 혹여 자신의 독단으로 백성을 위해 개혁을 결행했다가 사대부를 불만 세력으로 돌릴까 우려해 슬쩍 한걸음 물러선다. 오히려 그는 백성을 위한 개혁보다는 역사의 패자들에 대한 신원 문제나 명 황제 신종의 제사를 주창하기 위해 대보단을 세우는 등 사대부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정책들을 시행한다. 만약 그가 자신의 강화된 왕권을 백성들을 위한 일에 썼더라면 그는 세종 이후의 또다른 성군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13권이 긴 상소문의 인용으로 다소 지루한 부분이 있었다면 14권은 상소문이 덜해서 그런지 덜 지루했다. 하지만 다소간의 지루함보다 더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백성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편안히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모든 힘을 쏟는 사대부와 왕의 모습이었다. 울릉도와 독도 문제에 있어서도 미적지근하게 대응했던 지배층보다 벼슬을 사칭하면서까지 우리 영토를 지켰던 안정복의 모습에 더 마음이 움직였다. 계속 반복되는 환국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잡느라 피곤하긴 했지만, 장희빈에 초점을 맞춘 자극적인 전개가 아니라 숙종 대의 일들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경종에 대한 부분은 그의 짧은 치세 때문인지 별로 아는 바가 없어서 다음 권에서 만날 경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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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1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1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1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1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편집자란 무엇인가 -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김학원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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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출판예비학교나 한겨레 문화센터 등에서 미리 출판에 대해 공부하고 출판사에 취직하는 경우도 많고, 편집자에 대한 책도 속속 출간되고 있어서 많은 예비 편집자들이 대충 출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감을 잡고 일을 시작하는 것 같다. 하지만 별다른 출판 교육도 이수하지 않고, 편집자에 대한 책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그저 책이 좋아서 편집자가 된 이제 8개월차 편집자인 내게 출판 시스템이란 낯설고 그렇기에 하나씩 배워가야할 부분이었다. 하지만 사수가 A부터 Z까지 일일이 가르쳐주는 것은 시간과 인력이 부족해 애초에 불가능했기에 그저 선배들이 이전에 본 교정지를 훔쳐서 공부하고, 적어도 하루에 하나씩은 배우자는 마음가짐으로 어깨 너머로 슬쩍슬쩍 살펴가며 '이제 좀 시스템을 알겠다'라고 생각할 무렵 이 책을 만났다.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편집자란 무엇인지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예전에 접했던 일본 출판에 대한 이야기인 <편집이란 어떤 일인가>의 경우에는 일본 출판사와 우리 출판사의 문화적인 차이가 존재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읽었다면, 이 책은 새길과 푸른숲 편집주간을 거쳐 푸른역사의 편집주간과 대표를 겸임했고, 휴머니스트를 창립한 근 20년 간 편집자로 살아온 김학원 대표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많은 부분이 할당되어 있기도 했지만, 특히 유용했던 부분은 '기획'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이제 업무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슬슬 기획 욕심을 내고 있었는데, 기획의 소재를 찾는 방법에서부터 저자를 섭외해 실제 출간으로 이어지기까지 그때 그때 필요한 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진행했기에 기획의 예시로 든 것들이 당연하게도 대부분 휴머니스트의 책이라 그 덕에 휴머니스트에서 나온 책들 몇 권을 보관함에 집어넣었지만 실제로 읽은 책들도 꽤 되서 친근하게 느껴졌다. (아, 예로 우리 회사도 언급되서 슬몃 미소가 떠오르기도ㅎ)

  앞 부분에는 약간 개론적인 성격의 글을 수록하고, 뒷부분에는 실제 편집자로 일하면서 겪은 일화를 수록해 완급을 조절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편집자로 오래 일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보거나 겪은 일도 수록되어 있어서 더 공감하면서 읽었다. (예를 들어, '완벽한'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면 바로 출간이 되는 줄 아는 저자들이 간혹 있는데, '완벽한' 원고는 없을 뿐더러 초교, 재교, 삼교까지 거치다보면 몇 달은 훌쩍 넘어간다.) 또 뒷 부분에는 김학원 대표의 의견 뿐 아니라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한 다양한 편집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 부분도 꽤 생생하게 다가왔다. 특히나 편집자가 갖춰야할 덕목(우리 회사 사장님이 늘 말씀하시던 '시간을 견디는 힘'은 역시나 중요하더라)이나 자질에 대한 부분과 선배 편집자들이 경험한 제작 사고담을 읽으면서는 조만간 나도 필름을 볼텐데 정말 신중, 또 신중하게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히 책을 좋아하니까 출판사에서 일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예비 편집자나 '편집자는 그저 오탈자만 잡는 거 아니야?'라고 오해하고 있는 독자 혹은 편집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방황하고 있는 경력 편집자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책이었다. 기획에서부터 편집,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편집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한 권의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해 궁금해했던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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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3 - 효종.현종실록 - 군약신강의 나라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3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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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히 역사에 흥미가 있어서 공부할 때와 시험 점수를 따기 위해 공부할 때 마음가짐이 달라서 그런지 개인적인 '흥미'로 먼저 접한 것이 아닌 '암기'로 먼저 접한 효종과 현종 부분은 썩 끌리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는 그저 당쟁이 있었다는 사실로 슬쩍 넘어갔던 부분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혹시나 이 부분에서 문제가 나올까봐 달달 외우면서 대체 상복을 몇 년을 입을 것인지를 두고 죽고 죽이는 당쟁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불만이었을 뿐더러 그 와중에 누가 세력을 잡았는지를 외워야 했으니(게다가 오질나게 헷갈렸다) 이 시기는 더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박시백이라면 복잡한 당쟁도 조금은 쉽게 이해시켜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슬쩍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우선, 효종과 현종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북벌과 예송논쟁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흔히 효종의 북벌에 대해서는 조선의 자주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고 여기는 부류가 있는가하면 북벌은 사기극이라고 치부하는 이들도 있다. 박시백의 경우에는 북벌은 사기극이다까지는 아니더라도 북벌론에는 상당히 미심쩍은 부분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내용 때문에 저자는 혹여 학생들에게 혼란을 일으킬까 출간일을 미뤄가면서까지 고민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나 또한 효종의 북벌은 약간은 과장된 부분이 있지 않나라고 생각해온 입장이라 저자의 입장에 꽤 수긍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13권의 부제이기도 한 '군약신강의 나라'라는 말처럼 이 시기는 왕보다 신하들의 힘이 더 막강했던 시기였다. 왕의 말보다는 송시열과 같은 산림들의 말이 더 위에 있었던 이 시기. 왕은 대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정통성의 문제 때문에 미약한 왕권을 강화시키기 위해 북벌을 이용한 효종이나 예송논쟁을 신하들에게서 힘을 뺏는 기회로 삼는 현종의 모습은 사실상 왕권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지만 끊임없이 재기(?)를 도모했던 왕의 시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이후 당쟁은 더욱 심해져 다음 권인 숙종대가 되면 탕평책이 등장하기 시작할 정도로 종잡을 수 없이 흘러가 효종이나 현종의 신하 길들이기가 먹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지만 신하들과의 권력을 줄다리기를 해야만 했던 이들의 모습은 읽는 내내 불안불안했다. 

  어쩌면 내가 지긋지긋하게 생각했던 예송논쟁 부분도 박시백의 해설이라면 조금은 쉽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몇 장씩이나 빽빽하게 이어진 글을 읽자니 정신이 아연해졌다. 물론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었겠지만 단순히 글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또 예송논쟁 시에 사용된 어휘 자체도 좀더 풀어서 해설해줬다면(혹은 각주로라도 부연 설명을 해줬더라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런 저런 아쉬움은 들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잘 몰랐던 효종과 현종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던 점은 마음에 들었다. 권을 더해갈수록 텍스트(사료 인용)가 많아지는 것 같아 아쉬운데, 다음 권에서는 초기의 간결하고 핵심을 찌르는 전개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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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9-11-23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 이번 권은 상소문 인용이 너무 많았어요.

이매지 2009-11-23 22:43   좋아요 0 | URL
사실 인조 때도 상소문 인용이 좀 많다 싶었는데,
효종&현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듯.

무스탕 2009-11-23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핑에 뜬 제목을 전 '북별' 로 읽었어요. 즉 김혜린님의 '북해의 별'로 읽었다는 것이지요..;;;
오랜만이세요 ^^*

이매지 2009-11-23 22:43   좋아요 0 | URL
북벌과 북별. 점 하나 차이로 ㅎㅎㅎ
오랫만에 리뷰 몰아 쓰고 있어요 ㅎㅎㅎ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 - 인조실록 - 명분에 사로잡혀 병란을 부르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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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해군까지 읽고 인조는 너무 읽기가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 그래도 언젠가는 견뎌야 할 고통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단단히하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나 그 어느 때보다(심지어 선조 때보다도 더!)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한 장 한 장 책을 넘겼다.

  김훈의 <남한산성> 때문에 정묘호란은 다시 주목받았다. 하지만 <남한산성>이 남한산성에서 명분이냐 실리냐를 놓고 다투는 사건에 주목을 하고 있다면 이 책은 당연하지만 그보다 좀더 폭넓게 '인조'라는 임금에 대해 보여준다. 왜 그들은 남한산성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는지, 왜 그들은 삼전도의 굴욕을 겪어야 했는지, 그리고 왜 그들은 치욕을 설욕하지 못했는지 등 원인과 결과를 세세하게 보여준다.  

  반정으로 광해군을 쫓아내고 왕위에 오른 인조. 그의 모토는 '광해군과는 다르게'였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주변 상황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무조건 광해군과 다르게 나아간 그의 행동을 조선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명나라는 멸망하지만 조선은 그런 흐름을 읽지 못하고 언제까지나 명을 상국으로 숭상하며 그것이 '의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선과 같은 소국에게 필요한 것은 의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는 '중립외교'였다. 결국 그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여 삼배구고두라는 치욕을 당하지만 치욕은 딱 거기까지다. 인조는 와신상담을 통한 설욕을 꿈꾸기보다는 그저 오랑캐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만 하며 다시 평온한 생활에 빠져든다. 책에서도 나온 것처럼 '진정 치욕을 치욕으로 여기고 설욕을 꿈꾼다면 왕실이나 종친들, 훈실들, 나아가 양반들이 가진 갖가지 특전을 개혁해 재정을 확충한 다음 그 재정으로 굶주리는 백성을 먹여 인심을 수습하고 군대를 모아 훈련시키고 무기를 장만해야 했다. 아울러 지난날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강구했어야 설욕까지는 못하더라도 같은 치욕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생각은 언제나 생각만으로 남았다'.

  역사에 '먄약'이라는 가정은 부질없는 것이지만, 만약 '소현세자'가 왕위에 올랐다면 조선은 어떤 방향으로 변했을까? 청의 문물을 경험하고, 성리학만이 길이 아니라 좀더 현실적인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소현세자가 왕이 됐더라면 조선은 좀더 유연한 사고를 갖게 됐을 지 모른다. 물론, 저자도 책에서 밝혔듯이 왕 한 사람의 개혁 의지만으로는 부족했을 지 몰라도 최소한 경직된 조선 사회에 하나의 충격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인조라는 아이러니한 이름. 그 이름처럼 인조 대는 차마 웃지 못할 이야기 들이 많이 들어 있었다. 이전의 책보다 사료를 인용한 부분이 믾아서 텍스트가 많아진 느낌은 있었지만, 작가 특유의 유머나 날카로움이 있어서 그리 지루하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모쪼록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인조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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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0-26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만으론 그 어떤 것도 이룰수 없다는 걸~~
나오는대로 사서 아이들만 보고 나는 한권도 제대로 읽은 게 없어요.
읽어야지 하면서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지요.ㅜㅜ

이매지 2009-10-26 17:49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도 어여 읽으세요~
한 권 한 권 줄어드는 게 아까울 정도예요 -_ㅜ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 심리학자가 만난 조선의 문제적 인물들
김태형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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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나를 가장 끌어당긴 텍스트는 <한중록>이다. 이름만 들어봤을 뿐 읽어보지 않았던 <한중록>을 편집하면서 몇 번이고 읽다보니 어느새 정이 담뿍 들었다. 영조의 명으로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 늘그막에 그런 남편을 그리며 쓴 책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한 장 한 장 읽다보니 단순히 '회고록'의 수준을 넘어선 한 시대를 풍미한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 덕에 한동안 잠잠했던 영정조 시대에 대한 관심이 샘솟아 이 책도 찾아 읽게 됐다. 

  정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이 책은 정조, 이이, 허균, 연산군. 이렇게 네 명의 역사적인 인물을 융의 심리 유형 이론을 계승, 발전시킨 성격이론을 토대로 분석한다. 하지만 한 인물을 면대면으로 상담 혹은 관찰을 통해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나와 있는 책을 통해 한 번 걸러서 평가를 하다보니 저자가 참고로 한 도서의 시각에 많이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다. 애초에 참고도서로 한 책도 주관적으로 해석된 부분이 있는데 거기에 맞춰서 혹은 거기에 따라서 한 인물을 분석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저자가 좀더 역사적으로 고증을 할 수 있었다면, 혹은 역사에 밝은 저자였다면 더 독특하고 흥미진진한 책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쉬웠다. 

  뭐 객관성 부분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이 책은 대중서답게 잘 읽힌다. 소개하고 있는 인물들도 일반 대중들에게 익숙한 인물들이고, 그들의 삶 자체도 충분히 대중의 흥미를 끈다. 각각의 인물의 삶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그 속에서 개인의 심리를 결정짓는 요소들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건강한 환경에서 건강한 아이가 자란다'는 결론을 내고 있었다. 그만큼 어린 시절의 경험 혹은 환경과 양육자의 심리상태가 중요하다는 것. 물론 정조의 경우로 미뤄볼 때 환경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한 인격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애초에 관심이 있었던 정조를 다룬 부분도 재미있었지만, 정조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성격의 연산군도 꽤 흥미로웠다. 이 책을 통해 각각의 인물을 100프로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한 번쯤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또 다른 자료들을 통해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자의 저서를 살펴보니 <심리학자, 노무현과 오바마를 분석하다>도 있던데 다음에는 그 책을 통해 좀더 현대적인 인물의 심리분석은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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