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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4 - 그리스도의 승리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1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6년 2월
평점 :
13권이 나온지도 어언 1년이 다 된 시점에 14권이 나왔다. 매번 약 1년의 주기로 다시 찾아오는 <로마인 이야기>의 리듬을 뻔히 알면서도 귀찮고, 시간도 없고라는 이유로 13권까지의 흐름을 대충 연보로 파악하고 14권을 잡았다. 13권까지의 표지가 그 시기를 이끄는 지도자의 모습을 싣고 있다면, 이번에는 좀 다르게 성 암브로시우스의 모습을 표지에 싣고 있다는 점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독자들에게'를 빌려 시오노 나나미 스스로도 이전의 지도자들과 성 암브로시우스의 모습이 왜 다른지에 대해서 약간의 암시를 주고 있다. 13권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죽음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14권에서는 당연히 그의 뒤를 잇는 이들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전의 책에서는 한 황제의 성장과정을 통해 그가 어떤 성격을 띄고 있으며, 어떻게 로마를 이끌어갈지 짐작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반비례하여 인간에 대한 관심은 낮아진 것이 제국 말기의 특색인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뒤를 이은 세 아들(콘스탄티누스 2세, 콘스탄티우스, 콘스탄스)의 성장에 대한 정보는 부재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세 아들은 제국을 삼분하여 다스린다. 하지만, 한 사람이 퇴장하고, 또 한 사람이 퇴장하여 콘스탄티우스 혼자 남게 된다. 콘스탄티우스의 행보는 씁쓸함만 남긴다. 아버지인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행보를 밟으면서 그 자신의 계략(?)에 스스로 얽매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나 유일한 친족이라 어쩔 수 없이 부제로 율리아누스를 앉히는 모습에서 특히나 씁쓸함이 크게 남았었다.
콘스탄티우스 황제는 아버지인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바톤을 이어받아 기독교 우대정책에 있어 '확신을 가지고 걸음을 옮긴다'. 그는 특히 다른 종교 중에서 로마의 전래 종교를 배척하는 방침을 명확히 하여 우상 숭배 금지, 희생의식 금지, 심지어 신전 폐쇄 명령까지 내린다.(신전폐쇄명령은 그리스, 로마교 뿐만 아니라 시리아의 태양신전과 이집트의 이시스 신전까지 폐쇄하여 폭동을 낳기도 했다.) 이렇게 기독교를 로마의 정신적 기둥으로 삼으려고 하나 기독교는 이미 내부적으로 삼위일체설을 주장하나는 아타나시오스파와 아버지와 아들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아리우스파로 나뉘어져 대립하고 있다. 이런 기독교 내부의 갈등뿐만 아니라 페르시아와의 대립, 야만족과의 대립으로 이래저래 로마는 심란한 모습을 보인다. 기껏 율리아누스 황제에 이르러 일신교을 버리고, 개혁을 해보려고 하나 시대를 거스르려는 그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흘러가고, 대세는 어쨌거나 '기독교를 로마의 국교로'가 되버린다.
이번 책에서는 이전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두 계급이 돋보인다. 하나는 콘스탄티우스 황제 때 활발히 활동한 '에우누코스'라는 환관계급이다. 그들은 왕과 자신의 관계를 중요시여겨(달리 자신의 자식이 없으므로) 국가의 행정을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이끌어간다. 어느 지역을 불문하고 그들의 지역망은 촘촘히 있었고, 그 때문에 실제로 콘스탄티우스 황제는 환관의 입놀림에 많은 인재들을 처형하기도 한다. 율리아누스 황제가 이들을 몰아낸 뒤에는 '대제'가 힘을 발휘한다. 보통 이전의 황제들은 죽기 바로 전에 세례를 받았던 반면, 테오도시우스 황제는 병때문에 일찍 세례를 받는다. 때문에 그는 다른 황제들과 달리 일찍 주님의 '양'이 되버렸고, 그를 인도하는 '양치기'인 대제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게 되버렸다. 황제인 테오도시우스를 좌지우지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 바로 책의 표지에 나온 성 암브로시우스였다.
사실 14권은 '어떻게 기독교는 로마국교가 되었는가'에 대한 답이라고 볼 수 있다. <로마인 이야기>는 시오노 나나미에 의해서 쓰여지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그녀의 사적인 감정이 실리는데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기독교도가 아니다. 때문에 어느 정도 공정한 시선에서 로마 안에서 기독교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게 됐다(만약 독실한 기독교도에 의해서 책이 쓰여졌다면 율리아누스는 배교자로 낙인찍혔을 것이다.). 기독교라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 속에 로마인들이 어떻게 살아갔는지에 대한 이해, 그리고 제국의 영광을 다시 돌릴 수 없게되는 흐름에 대한 안타까움 등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이미 관용과 같은 로마다움을 상실해버린 로마의 모습. 지는 해는 아름답지만 로마가 지는 모습은 참 껄끄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