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진화
데이비드 버스 지음, 전중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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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과 부제(사랑, 연애, 섹스, 결혼 남녀의 엇갈린 욕망에 담긴 진실)만 봤을 때는 다소 흥미로웠지만 엄청난 두께의 압박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것이 책이다. 사실 읽기 전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류의 책이겠거니하고 '뭐 안 봐도 뻔한 내용이겠지'라고 넘겨짚었다. 그렇게 미루다 미루다 맛이나 봐야지하고 몇 장 넘겨본 책은 단순히 심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남녀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성공적인 짝짓기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심리기제를 진화시켰는지에 연구 결과를 토대로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라 왠지 호기심이 생겨 읽어가기 시작했다. 

  저자는 책 초반에서 짝짓기 행동의 근거를 '진화적 근거'에서 찾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흔히 진화론이라하면 인간이 유인원에서 진화되었다는 내용이나 갈라파고스의 새(사회적 진화)에 대한 내용을 떠올린다. 나 또한 진화적 근거라는 용어를 접하며 그런 생각을 했기에 대체 진화적 근거와 인간 남녀가 어떻게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라는 호기심을 품게됐다. 내 생각과 달리 여기서 쓰인 진화적 근거라는 표현은 '동물들이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떨어뜨릴 것 같은 형질을 종종 발달시키는데(예를 들어 공작의 화려한 깃털), 이는 생존상의 이득이 아니라 번식상의 이득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라고 한 다윈의 '성선택'을 인간 연구에 응용한 것이라는 의미였다. 다시말해, 다윈의 성선택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진화심리학'이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간의 짝짓기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런 세부적인 방법에 들어가기에 앞서 여자가 원하는 것과 남자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러한 요소는 왜, 그리고 어떻게 진화되었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여자가 원하는 요소들로는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야망과 근면성, 신뢰성, 안정성, 지능, 몸집과 힘, 사랑과 헌신 등이 있는데 여성들이 이러한 요소를 원하게 된 것은 남자에게 적절한 자원을 제공받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편, 남자의 경우에는 젊음, 몸매, 대칭적 얼굴 등의 요소를 추구하는데, 이것은 이러한 요소들이 여성의 번식 능력을 보여주는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왜 남자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에게 관심을 돌리는지, 왜 여자는 외모는 좀 부족하다싶어도 능력있는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는지에 대해 단순히 남자는 원래 그래, 여자는 원래 그래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남녀 모두 좀 더 우수한 유전자를 남기고, 그것을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라 보여준다. 이런 남녀의 차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왜 혼외정사를 하는지, 강간을 하는지, 동성애는 왜 나타나는 것인지 등 남녀를 둘러싼 다양한 질문을 다루고 있다. 

  진화 심리학이라고 해서 인간의 심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인간의 행동을 비롯해 동물의 행동까지 끌어와 설명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구체적인 수치나 예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자료에 대해 믿음도 갔다. 다양한 환경에서 사는 다양한 인종들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지만 결국 어느 사회나 인간의 짝짓기 모습은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일처제 사회냐, 일부다처제 사회냐, 일처다부제 사회냐 등의 차이만 존재할 뿐, 그 사회 속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성상은 대동소이했으니 말이다.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한 인간의 탐색은 끊임없다. (심지어는 이미 결혼한 사람이라 할 지라도.) 인터넷을 하며 숱하게 만나는 기사들도 누구랑 누가 연애를 한다더라, 누가 결혼을 한다더라, 누가 이혼을 했다더라와 같은 것들이다. 결국 행위의 주체가 본인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한 인간의 짝짓기 행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서로 다른 요소를 지향하는 남녀. 이 책을 읽으며 그 둘이 서로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살인 본성에 대해 다룬 <이웃집 살인마>라는 책도 한 번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법 두꺼운 책이었지만 내용은 현실과 닿아있기 때문인지 크게 어렵지 않았던 책이었다. 이성에 대한 보다 깊은 부분까지 이해하고 싶다면 그냥 그런 연애참고서(?)들을 읽는 것보다 이런 책을 읽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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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2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07-10-22 00:58   좋아요 0 | URL
하기사 없잖아 그런 면도 있죠. ㅎㅎ
그래도 나름 어떤 면에서는 도움도 되고 그런 것 같아요 ㅎ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박현찬, 설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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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전문학을 공부하다보면 대개의 글들이 딱딱하고 유교적인 규범에 얽매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조선 후기가 되면 좀 더 규범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인물로 연암이 있다. 문체반정에 연루되어 고생을 치렀던 연암. 물론, 사대부가 아니었던 이옥이나 김려와 같은 인물들에 비하면 연암은 크게 벌을 받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 유명세는 예나 지금이나 대단했다. 어느 정도는 규범에 속해있지만 어느 정도는 규범에서 벗어나있었기에 어찌보면 현대적인 글쓰기를 했던 연암. 그렇기에 그의 글은 당시의 다른 이들의 글보다 매력적이었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라는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는 연암의 글들을 통해 직접 글쓰기의 방법론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했는데, 정작 책을 펼쳐보니 팩션의 형식을 띈 독특한 책이라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다. 

  이야기는 연암의 아들인 박종채가 아버지의 유고를 모아 정리하던 것에서 시작된다. 아버지에게 글쓰기에 대한 가르침을 받기도 전에 아버지를 떠나보냈던 종채에게 글쓰기는 어렵기만 하다. 그때문에 종채의 집필은 늦어지고 있는 중. 그러던 차에 우연히 낡은 옷을 입은 선비가 문지기에게 남기고 간 한 권의 책이 종채에게 들어온다. 내용인 즉, 연암이 연암협에 기거할 무렵 가르친 지문이라는 제자와의 이야기. 연암협에서의 일은 종채도 잘 모르던 부분이었기에 흥미를 가지고 읽어가고, 그러면서 아버지에 대해, 글쓰기에 대해 배워간다. 

  대개의 글쓰기 책이나 인문도서들은 딱딱하다. 그래서 왠지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진지한 자세를 취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진지한 자세와는 달리 정작 내 것이 되어 남는 것은 별로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겉으로 보기에는 가벼워 무게를 잡지 않고 읽었지만, 책을 놓고 나서는 앞으로의 독서에 대한 태도와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조금 바꿔야겠다고 나 자신을 자극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글쓰기에 대한 방법론은 크게 독특하다거나 새롭지 않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보는 것. 그것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고, 그리고 책을 읽고 그것을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책을 읽을 때도 빨리 읽어 가는 것이 아니라 한 문장씩 내용을 곱씹어가며 그 뜻이 이해될 때까지 읽어간다. 속도가 느려 답답하고, 몇 달걸려 한 권을 겨우 끝내더라도 그것을 온전히 자기화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그 뿐이라 한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훑어 그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가물가물한 나의 독서생활을 반성하며 책을 느리게, 그리고 조금 읽는다고 아쉬워하지 말고 한 권이라도 꼼꼼하게 읽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그런 글쓰기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오히려 많은 것을 남긴 책이 아닐까 싶다. 딱딱한 글쓰기 방법론에 대한 책들을 읽고 오히려 글쓰기에 대해 흥미를 잃었던 분들이 읽는다면 이번에는 글쓰기에 재미를 붙여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용도 크게 어렵지 않아 중,고등학생들이 읽어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박지원의 아들이 쓴 <나의 아버지 박지원>과 연암의 글을 해석한 <연암을 읽는다>를 읽으며 좀 더 연암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에 집에 있는 <열하일기>부터 읽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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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08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내용이군요. 제목 듣고 궁금했는데... 열하일기, 저도 참 안 읽어지더군요.ㅠㅠ

이매지 2007-09-08 23:30   좋아요 0 | URL
제목보고 좀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쉬워서 금새 읽었어요 :)
순오기님도 한 번 읽어보세요~^^
열하일기는 아직 상권밖에 안 샀는데 중, 하권까지 다 사서 읽을까 싶은^^

순오기 2007-09-09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옙~~~장바구니에 담았답니다. 요즘 엄청 사 나르고는 책을 못 읽어서 지름심을 잠시 붙잡아 두었거든요! ㅎㅎ

이매지 2007-09-09 20:43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지름신과는 잠시 이별중인.
집에 쌓인 책부터 처리하고 보려고 하는데
뭐 한 1년은 족히 걸릴 것 같아요 ㅎㅎㅎ
 
선비답게 산다는 것
안대회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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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선비들의 삶과 그들의 사유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흔히 고전이라하면 어렵고 딱딱한 것이라 생각해 왠지 꺼려한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이전에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를 비롯해 이승수의 <거문고 줄 꽂아놓고>와 같은 책들을 읽으며 글로 옛 사람들의 지혜, 삶의 방식 등에 대해 접해보았기에 이 책을 비교적 쉽게 잡고 읽어갈 수 있었다. 

  <선비답게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을 보고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책은 '옛 선비들의 삶의 태도'에 대해 보여주겠구라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고개를 갸웃했다. <미쳐야 미친다>는 18세기 지식인들의 마니아 경향에 다루었고, <거문고 줄 꽂아놓고>에서는 옛 사람들의 우정에 대해 다루었다. 한 가지 주제를 놓고 논지를 진행해갔기 때문에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해도 산만하다는 생각이 비교적 덜 들었는데, 이 책은 미시적인 주제보다는 아무래도 '삶'이라는 포괄적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그런지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짤막한 연재기사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요컨대 선비'답게' 산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는 느낌보다는 선비'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약간은 아쉬움이 들었다. 

  흔히 선비라하면 집안 살림은 상관하지 않고 방에서 글만 읽는, 왠지 고지식하고 유머감각이라고는 없는 사람들과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적당히 먹으면 편안하고/지나치게 먹으면 편치 않다/ 의젓한 너 천군이여/ 입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라고 과식을 스스로 경계하는 시를 짓는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모습과는 다르다. 이렇듯 이 책 속에 등장한 많은 선비들의 모습은 때로는 재기발랄함으로, 때로는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세상을 은근히 비꼬는 것으로, 때로는 우직하게 등장한다. 다양한 그들의 삶을 보면서 때로는 나의 생활을 반성하기도 하며 옛 사람의 지혜를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산이 자신보다 200년 앞서 살았던 퇴계의 글을 읽으며 글로 그를 스승으로 모셨던 것처럼 말이다. 비록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는 못하지만 그가 남긴 글을 통해 가르침을 받고, 스스로 삶의 방식을 고쳐갈 수 있다면 한 번 만나지 못했어도 스승과 제자라 일컫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 안에는 스승으로 모실만한 선비들의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했고, 관심이 있는 경우에는 그들의 글이나 이야기에 대해 더 찾아보고 싶다는 욕심도 들었다.

  이 책은 인생과 내면, 취미와 열정, 글과 영혼, 공부와 서책으로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지만 사실 어디를 펴서 읽어도 좋은 글들을 접할 수 있다. 박규수가 만든 일종의 논술 도서인 <상고도>에서처럼 골패를 던져 나온 숫자를 따라가 글을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책을 다 읽고 선비답게 사는 법에 대해 깨닫지는 못했으나, 각각의 선비들의 인생관에 대해서는 느낄 수 있었다. 한 번에 끝까지 읽기보다는 조금씩 맛을 보며 음미하는 게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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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11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비들의 생활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식인가 봐요.
잘 읽었습니다. 추천^^

이매지 2007-08-11 14:46   좋아요 0 | URL
어맛. 이런 글에 어째서 추천을;;
감사합니다(--)(__)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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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 해마다 TV에서는 기아체험 24시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벌써 10년 간 방송되었다는 이 프로그램에는 단순히 좋아하는 가수를 보겠다며 참여하는 철없는 학생들도 있고, 때로는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보겠다며 참여하는 학생들도 많다. 하지만 그 행사의 본질적인 취지는 전 세계 곳곳에서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애초에 불순한 의도로 참여한 학생이라도 한 번쯤 지구 저 편에서 굶주림을 겪으며 죽어가는 아이들에 대해 느끼고, 자신이 누리고 있는 행복이 얼마나 큰 것인지 느낄 수 있게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잡으면서도 막연하게 굶주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에 대해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과연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UN 식량 특별 조사관인 장 지글러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일들에 대해 아들에게 이야기해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굶주림의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활동들이 있어왔는지 등에 대해 쉽게 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무겁고 답답하기만 했다. 

  사실 그동안 아프리카의 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그것이 그들의 환경때문에 발생한 굶주림이라고 생각했었다. 농사를 지어도 입에 풀칠하기 힘들 정도로 척박한 땅이기에 그런 현상은 어쩔 수 없고, 그 부분은 구호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 책에 따르면 기아는 경제적 기아와 구조적 기아가 있다고 한다. 환경재난이나 내전 등의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경제적 기아, 그리고 부정부패때문에 관료들은 배부르고 사치스런 생활을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굶주림을 겪는 구조적 기아. 이것은 단순히 자연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지배하는 구조 자체가 잘못되었기에 발생하는 것이다. 소수의 사람들이 욕심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은 제대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한 채 죽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인 기아의 문제를 떠나서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들이 굶어죽거나 말거나 자신의 이익만을 철저히 따지는 다국적 기업들과 국가들이었다. 예를 들어, 칠레의 아옌데 정부에서는 자국의 어린이에게 하루 0.5리터의 분유를 무상 배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 네슬레와 계약을 맺으려고 했지만 네슬레에서는 이를 거부한다.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엄연히 돈을 주고 사겠다고 했음에도) 결국 이 정책은 이뤄지지 못하고 아옌데는 CIA와 결탁한 군인들에 의해 습격을 당해 죽게 된다. 결국 아옌데와 칠레의 아이들은 굶주림을 타개할 수 있었지만 네슬레와 미국이라는 거대한 조직에 의해 부서진 것이다. 이것은 세계 질서 속에서 어쩔 수 없는 흐름이 아니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그리고 막아야했던 흐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희망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굶주린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을 해야할까 등을 찬찬히 생각해볼 수 있었다. 크게 어렵지 않아 청소년들도 무난히 읽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히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이런 책들을 읽고 세상의 불합리에 좀 더 눈을 떴으면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불편한 진실이지만 꼭 알아야할 진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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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1:39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
 
 
 
조선왕비실록 - 숨겨진 절반의 역사
신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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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에 있어서 주목을 받는 것은 '왕'이다. 그들이 한 인간으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들이 이룬 업적이나 정책은 무엇이 있는 지에 자연히 초점이 맞춰진다. 하지만 사실 그 시대에는 왕 뿐만 아니라 그의 곁에서 그를 보좌하던, 혹은 왕에게 큰 영향을 미친 사람들도 있으니 이 책에 실려 있는 왕비들도 그 중 일부라 할 수 있다. 여성 가운데 최고의 권력과 부귀영화를 누린 존재인 왕비들. 그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를 이 책은 주목하고 있다. 

  조선왕조가 500여년 간 이어져 왔기에 그에 따른 왕비의 수도 제법 된다. 게다가 한 명의 왕비만 들인 것이 아니라 왕비를 두어명씩 두고 있기 때문에 이를 책으로 다 담기에는 분량이 지나치게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그들에 대한 자료도 부족하고. 이에 이 책의 저자는 정치적, 문화적으로 특출난 면모를 보여줬던 왕비 7명을 대표주자로 뽑아 그들의 삶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실린 7명의 왕비들에 대한 자료도 완전하지 않아 기록이라는 기본적인 뼈대 위에 저자의 상상력이라는 살을 붙여 왕비들을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 

  이 책에 실린 왕비들을 살펴보면 드라마를 통해 익숙한 경우도 보이고, 한 편으로는 기존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경우도 있다. 익숙한 경우에는 인수대비와 명성황후를 들 수 있을 것이고, 조금 문학적 지식이 있다면 혜경궁 홍씨나 인목왕후 정도도 익숙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성계의 아내로 뒤에서 이성계를 왕위에 앉히는데 공헌을 했던 신덕왕후나 왕자의 난 등을 겪으며 늘 남편의 안위에 불안을 경험하며 기껏 왕비가 되었지만 남편의 배신으로 친정 식구들이 몰살되는 참화까지 겪으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태종의 아내인 원경왕후 등의 이야기는 낯설어 그녀들의 삶을 읽는 재미를 더해줬다. 

  자신의 남편을 왕위에 앉히기 위해 정치적 수완을 발휘했던 적극적인 왕비들의 모습이 대다수였지만, 때로는 소극적으로(인목왕후), 때로는 남편보다는 자식들을 택했던(혜경궁 홍씨) 경우도 많아서 지루하지 않게 읽어갈 수 있었다. 만약 너무 비슷한 성향의 왕비들만 등장했다면 어느 챕터를 읽어도 비슷비슷한 분위기라 되려 아쉬움이 남았을텐데 그나마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무게는 좀 정치적인 면으로 기울지만) 

  왕비의 가족의 내력, 왕비가 되기 전의 삶, 그리고 왕비가 되어 궁중에서의 삶에 대해 쉽게 쓰여져 있기 때문에 역사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경우라도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을 듯싶다. 결국 사람의 삶도 인과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전후 사정을 파악한 뒤 본론에 접근하는 방식이 이해를 도운 것 같다. 7명의 왕비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부록으로 조선왕실 가계도와 함께 각 왕비들의 삶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미처 소개되지 못했던 왕비들에 대해서도 짚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자료의 부재함을 채울 수 있는 저자의 추측이 다소 빈약하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간 만나지 못했던 조선시대 왕비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다. 역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혹은 주체적인 여성으로의 삶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봄직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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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7-21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 참 책 드린다니까 벌써 신청하셨군요 ㅎ
그나저나 제 별점 4개는 그리 후한게 아니예요.
왠만하면 3개가 넘으니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