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증명 증명 시리즈 3부작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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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인간의 증명』을 읽었을 때만 해도 이 책은 단순한 ‘퍼즐’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한 흑인의 죽음, 사회적으로 덕망 있는 한 가정, 아내가 실종된 남자.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다른 퍼즐의 조각처럼 보였던 세 사건이 차곡차곡 맞춰서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었을 때의 즐거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통찰이 눈에 띄었던 책이었다. 이미 읽었던 이야기지만, 새로운 번역으로 접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 ‘증명 삼부작’의 첫 권으로 『인간의 증명』을 시작했다.

 

  도쿄의 고급 레스토랑 엘리베이터에서 한 흑인이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된다. 피해자의 신분은 금방 밝혀졌지만 범행현장도 동기도 모든 것이 제대로 된 실마리 없이 막막하기만 하다. 간신히 범행현장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낡은 밀짚모자를 발견하지만 이 가느다란 실마리를 붙잡고 무네스에는 보이지 않는 범인을 쫓기 시작한다. 여기에 두 개의 사건축이 교차한다. 남편의 병 때문에 생계를 위해 화류계에 뛰어든 아내가 다른 남자가 생긴 낌새가 느껴져 수상히 여기던 차에 아내가 연락도 없이 사라지자 아내의 행적을 쫓는 오야마다의 이야기와 정치가인 아버지와 가정문제 평론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철부지처럼 살아가다 범죄까지 저지르는 교헤이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 세 개의 이야기축은 별개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아귀가 맞으면서 하나의 큰 그림이 완성된다.   

 

  한 번 읽었던 작품이기 때문에 대강의 얼개는 알고 있었지만, 다시 읽는 『인간의 증명』은 새로웠다. 원래 이 작품이 이렇게 현대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지닌 작품이었나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돈은 그야말로 제 의지를 가진 것처럼 사람 사이를 오가고, 인간은 무기물로 변한다. 오로지 돈만이 존재한다. 아무도 그 사실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사람들은 인간보다 물질을 믿게 된다”라는 식으로 물질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 대해 짚기도 하고, “애초에 요즘 엄마들은 조기교육이다 뭐다 해서 너무 조급하게 굴어. 아이의 재능은 언제 어디서 싹을 틔울지 모르는 일이야. 어릴 적부터 억지로 등을 떠밀어도 부모 마음대로 되라는 법은 없지. 대부분 부모의 허영과 이기심으로 아이를 경쟁시키는 거 아니겠니. 내가 보기에 치원, 국민학교 때부터 등수로 아이들을 줄 세우며 우쭐해하는 부모는 키우는 동물이 재롱떠는 걸 가지고 내가 잘났네, 네가 잘났네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야”라는 식으로 어린 시절부터 무한경쟁사회로 내몰리는 아이들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자신의 실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개인주의나 도덕적 해이, 희박해지는 인간미 등에 대해 곳곳에서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 작품이 쓰여진 시기가 1970년대임을 감안할 때 사회를 바라보는 모리무라 세이이치의 혜안에 탄복할 뿐이다.


  사건 자체를 따라가다보면 사건의 해결이 너무 우연에 기댄 감도 있고, 미국으로 대표되는 현대사회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감정적인 면도 있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이런 다소간의 아쉬움을 각각의 캐릭터가 완전히 상쇄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미군에게 짓밟혀 죽음에 이른 뒤 인간을 미워해 인간에 대한 반발감에 형사가 된 무네스에부터 아이들을 자신의 성공을 위한 발판으로 이용하는 야스기 쿄코, 결국은 응석을 부리고 있을 뿐인 철없는 도련님 교헤이, 실종된 아내를 찾기 위해 아내의 내연남과 일시적으로 손을 잡는 오야마다, 할렘 출신의 형사 켄 등 각각의 인물은 저마다의 욕망과 가치관이 확고하다. 때로는 "인간이란 동물은 누구나 파헤쳐보면 '추악'이란 원소로 환원된다. 아무리 고매한 도덕가, 성숙하고 덕망 있는 성인의 가면을 쓰고 우정이나 자기희생을 역설하는 자라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자기 보신의 주판을 튕기고 있다"는 무네스에의 생각처럼 모리무라 세이이치는 이 책 속에서 '추악'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제각각 추구하는 바는 다를지 몰라도 저마다 자신의 주판을 튕겨 자신의 욕망을 좇는 사람들의 모습은 1970년대나 2010년대나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세월의 흐름에 묻히지 않고 『인간의 증명』은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 등으로 끊임없이 재생되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에 너무 감정에 호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방식 또한 작가 나름의 '인간의 증명'이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건 그 '인간의 증명' 때문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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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 봄에 죽기를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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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갖고 있어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심야식당>.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손님들이 밤이면 심야식당을 찾는다. 그렇게 그곳을 찾은 이들에게 마스터는 '음식'으로 그곳을 찾는 이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위로한다. <꽃 아래 봄에 죽기를> 속의 '가나리야'도 일견 심야식당과 비슷하다. 가나리야의 주인장인 구도 데쓰야는 손님들의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혹은 비밀을 조용히 듣고는 나름대로 조용히 해결해내기 때문이다. 심야식당에서 마스터는 "메뉴는 이것뿐"이라고 하지만 가나리야에서는 "맥주는 이것뿐"이다. 손님들의 상태를 캐치해 구도는 네 가지 도수의 맥주 중 하나를 알맞게 골라주고 필요하다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이 가게에는 특유의 게임 비슷한 것이 존재한다. 참가 조건은 명쾌하다. 수수께끼를 내는 사람, 수수께끼를 푸는 사람, 양쪽을 겸하는 사람, 셋 중 하나면 된다"라는 책 속의 설명처럼 가나리야는 단순한 바가 아닌 일상 수수께끼의 공동체다.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적절한 도수의 맥주와 구도가 내놓는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하는 일상미스터리의 만찬이 <꽃 아래 봄에 죽기를>에는 담겨 있다.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및 연작단편집 부문 수상작인 이 책에는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맨 처음 단편이자 표제작인 <꽃 아래 봄에 죽기를>과 마지막에 실린 <물고기의 교제>를 제외하면 각각의 이야기는 가나리야를 접점으로 하고 있지만 별개의 이야기다. 신원 불명의 하이쿠 시인의 죽음과 그의 과거를 다룬 <꽃 아래 봄에 죽기를> <물고기의 교제>, 역내 대여서가에 꽂혀 있는 책 여기저기에 꽂혀 있는 가족사진에 얽힌 <가족사진>, 강가에 오두막을 짓고 사는 노부부를 찍은 사진으로 보도사진상을 수상해 개인전을 여는 사진가가 거리에 붙여놓은 포스터를 잃어버리는 기묘한 사건을 다룬 <마지막 거처>, 살인사건이 발생한 뒤 인근 초등학생들 사이에 빨간 손의 악마에 대한 소문이 도는 것을 다룬 <살인자의 빨간 손>, 회전초밥집에서 참치초밥을 일곱 접시씩 먹는 남자에 대해 다룬 <일곱 접시는 너무 많다>까지 전체적으로 소소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손님과 시간을 포함하여 가게의 움직임이 모두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이곳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세계가 돌아가지만 "그런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결코 과시하려고 하지 않"고 그저 사람들이 "이곳에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구도를 만나러 "삼나무 문을 사이에 두고 세상과 격리된" 가나리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굳이 따지자면 안락의자형 탐정이지만 구도라는 인물은 그 범위와도 조금은 거리가 있는, 자기만의 주관이 강하다거나 개성이 강한 인물이 아니라 어쩐지 코끝을 간질이는 은근한 향 같은 캐릭터라 재미있었다. '미스터리'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굉장히 시시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갑남을녀가 비밀스레 품어온 이야기들은 분명 어떤 울림을 전달한다. 가나리야에 들어선 순간, 특별한 삶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남 모를 상처가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다고,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술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구나 싶어 위안이 됐다. 약간의 미스터리가 가미된 잔잔한 힐링소설 정도로 읽으면 의외의 만남이 될 작품. 가나리야에서 파는 필스너는 아니지만, 아쉬운대로 드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읽으니 어느샌가 나도 가나리야 테이블에 앉아 함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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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2-2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이 책 반가워요. 저도 흥미롭게 읽고 은근한 위로가 되었던 책이거든요. ^^

이매지 2012-12-22 12:16   좋아요 0 | URL
아직 정리를 덜해서 비밀글로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댓글 달렸다고 해서 놀랐네요. ㅎㅎ 사실 봄에 읽었었는데 이제사 리뷰 쓰려니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다시 읽었는데 그래도 좋더라구요. :)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이든 필포츠 지음, 이경아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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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2012년의 달력도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아직 한 달이 남긴 했지만, 2012년을 가만히 돌아보면서 남들한테는 큰 의미도 없겠지만 혼자 올해의 책, 올해의 영화 이런 걸 두고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그래도 올해의 시리즈만큼은 고민 없이 정할 수 있겠구나 싶어 흐뭇했다. 몇 초의 고민도 없이 올해의 시리즈로 꼽은 것은 바로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이다. 기존에 DMB(동서미스터리북스)과 라인업이 겹쳐서 <환상의 여인>을 읽을 때만 하더라도 '이미 본 책인데...'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DMB와는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홀딱 반한 뒤 <가짜 경감 듀> <어두운 거울 속으로> 등 별 다섯을 줘도 아깝지 않을 작품을 잇달아 만나는 행복을 누렸다. 그리고 연말, 마치 선물처럼 또 한 권의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이 채워졌다. 바로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이다. 이 작품 또한 기존에 DMB에서 <빨강머리 레드메인즈>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지만, 다행히 아직 읽기 전이었던 터라 편견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서른다섯이라는 젊다면 젊다고 할 수 있는 나이에 런던경시청에서 높은 자리에 오른 실력 있는 형사 마크 브렌던. 매년 다트무어에서 송어 낚시로 휴가를 보내는 것 외에는 딱히 한눈팔지 않고 범죄자들을 체포하며 활약한다. 여느 해처럼 앞만 보고 달리다 휴가차 다트무어를 찾은 마크는 난생처음으로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러던 차에 낚시차 간 외딴 채석장에서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여자보다 아름다운 여자와 우연히 마주친다. 하지만 자신감이 없었던 마크는 그녀처럼 예쁜 여자가 혼자일리 없다고, 그녀 같은 사람이 자신을 쉽게 좋아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그저 스쳐보낸다. 그렇게 아쉬운 만남과 이별 뒤 그녀의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피해자의 아내가 마크에게 도움을 요청해 그는 어쩔 수 없이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피해자의 집에서 그가 만난 것은 그의 마음을 빼앗아간 그 여인. 삼촌이 남편을 죽인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그녀를 위해서 마크는 온힘을 다해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오토바이로 도주하는 처삼촌(로버트 레드메인)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었기에 쉽게 끝날 것 같이 보였던 이 사건은 예상 외로 로버트 레드메인의 행방은 묘연해지면서 미궁에 빠진다. 그렇게 몇 달의 시간이 흐른 뒤, 해외로 도주했으리라 추정했던 로버트 레드메인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의 형을 살해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양상으로 흐른다.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은 독특하게도 탐정이 두 명 등장한다. 전반부를 영국인 형사 마크 브렌던이 담당한다면 후반전은 미국인 탐정 피터 건스의 몫이다. 하지만 탐정이 두 명이라고 해서 독자가 혼란스러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 초반에 작가가 한껏 띄워준 명성에 걸맞지 않게 마크 브렌던이 형사로, 탐정으로 실격에 가까울 정도로 정줄을 놓고 끊임없이 자충수를 두기 때문이다. 사랑에 눈이 멀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덕분에 끝까지 바보 인증을 하는 마크는 심하게 얘기하자면 탐정실격이다. 피해자의 아내 제니를 자신이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저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마크의 모습에서 몇 번이나 '저기, 니가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좀 정신 좀 차리고 객관적으로 봐야 하는 거 아니니' 하며 가슴을 쳤다. 마크 때문에 때론 속이 터졌지만 사실 그게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의 매력이기도 하다. 엘릭시르 편집부에서는 띠지에서 "이 작품은 '사건'이 아니라 '인물'을 따라 읽으세요"라고 권장(?)했는데, 그 말처럼 이 책은 인물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에 눈이 먼 형사 마크 브렌던과  제3의 눈으로 통찰력 있게 사건을 조사하는 베테랑 탐정 피터 건스를 각각의 축으로 놓고 봐도 재미있겠지만, 이 책에서 (그들의 붉은 머리색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레드메인 가문의 사람들이다. 도주중인 로버트 레드메인을 비롯해 서적수집가인 앨버트 레드메인, 형과 달리 책이라곤 <모비딕>만 소중히 읽을 뿐인 퇴역 선장 벤디고 레드메인, 그리고 삼촌에 의해 남편을 잃은 제니 펜딘. 이들의 행동과 심리가 다른 어떤 추리소설보다 꼼꼼하게 묘사된다. 여기에 남편을 잃은 제니의 마음을 어느샌가 사로잡아 마크의 질투를 사는 이탈리아인 주제페 도리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압권은 거의 마지막 챕터인 '고백'인데, 사이코패스의 이 고백 앞에서는 오싹하지 않을 독자가 몇 안 되지 싶었다.  


  인물뿐 아니라 영국의 다트무어, 크로우즈 네스트, 이탈리아의 코모 등의 배경에 대한 묘사도 돋보였고, 각각의 배경이 인물의 성격과도 잘 어울리는 듯했고, 같은 인물이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성격으로 변하는 것을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사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이거 진짜 물건인데' 싶었지만, 밑줄 그어둔 부분을 옮기느라 부분부분 들춰보고는 다시 한 번 놀랐다. 모르는 사이에 그냥 스쳐간 복선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작가가 잘 짜놓은 프레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어리숙한 독자는 그저 읽었을 때 한 번, 읽고 나서 시간이 흘렀을 때 다시 한 번 놀랄 뿐이다. 세계문학전집으로도, 미스터리 시리즈로도, 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작품. 엘릭시르가 다음에는 또 어떤 책으로 '미스터리 책장'을 채워줄지 설렌다.  


덧) 작품만큼이나 역자 후기도 깨알같이 재미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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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2-12-04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재미있어 보이는걸요?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하시니~

이매지 2012-12-04 10:16   좋아요 0 | URL
저 빈말하는 사람 아닙니다. ㅎㅎㅎㅎ
저 믿고 일단 한 번 읽어보세요. (읭?!)

2012-12-04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4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4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05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재는재로 2012-12-05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에 빠지면 바보가 된다는 말이 진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명?수사관 마크 후반의 피터건즈의 실수도 솔직히 아무리 봐도 저정도면 대충 눈치가 올텐데 여자한테 빠져 그대로 살인을 방조하는 마크의 호구짓은 진짜 필포츠의 다른작품 어둠의 소리도 괜찮죠 근데 필포츠 다른작품 혹시 알고 계신가요..

이매지 2012-12-05 10:26   좋아요 0 | URL
정말 마크의 삽질은 어이가 없을 지경이죠. ㅋㅋㅋ 피터 건즈의 실수도 그의 인간미(?)를 돋보이게 하려는 장치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참 그렇죠. 필포츠 다른 작품은 저도 읽어본 것이 없어요. ㅠㅠ 국내에 좀 더 소개돼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죠. :)

노이에자이트 2012-12-06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포츠는 다트무어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많이 썼죠.<바스커빌 가의 개>에도 나오는 지역이라 관심이 있습니다.이매지 님도 가보고 싶죠?

이매지 2012-12-06 13:54   좋아요 0 | URL
다트무어는 물론이고 영국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가보고 싶네요 ㅎㅎ
그곳에서 <바스커빌 가의 개>나 필포츠의 소설을 읽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4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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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민속 미스터리(특정 지역의 민담 혹은 괴담과 풍습이 어우러져 기괴한 사건으로 발현되는 미스터리를 제멋대로 이름붙여봤다) 분야에서 워낙 긴다이치 코스케라는 캐릭터의 존재가 크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대개 읽고 나면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보다'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긴다이치 시리즈와 닮은 듯하면서도 달라서 긴다이치 코스케와 별개로 하나의 작품으로 판단했던 시리즈가 있었으니 도조 겐야 시리즈다.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산마처럼 비웃는 것>에 이어 세번째로 소개되는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은 도조 겐야 시리즈의 첫 권임에도 불구하고 호러, 민속, 미스터리 세 마리 토끼를 잡는데 별 무리없이 성공한다. 

  편벽한 산골 마을 가가구시 촌. 흑과 백으로 마을의 주요 가문이 서로 반목하는 이곳에 이야기를 찾아 도조 겐야가 찾아온다. 아무리 넉살 좋은 도조 겐야마저도 움츠러들 정도로 외지인에게 배타적인 분위기의 가가구시 촌. 그의 도착과 함께 가가구시 촌에서 기괴한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삿갓에 도롱이 차림의 허수아비 형상으로 발견되는 죽은 자들. 그들의 입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물건을 물고 있다. 정황상으로는 밀실살인일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사람들은 '염매'가 한 일이 틀림없다고 공포에 떨기 시작한다. 기괴하게 발견되는 사체는 진짜 염매 때문일까? "신령에게 납치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불가사의한 상황에서 사라진 아이들, 인습의 의례 중 죽으면 산신령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하는 노파, 생령을 봐서 그에 씌었다며 시름시름 앓는 소녀, 염매가 나왔다며 수군거리는 마을 사람들, 죽은 언니가 돌아왔다며 두려워하는 동생, 흉산을 침범했다가 공포 체험을 한 소년,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에 쫓기는 무녀"(8쪽) 등의 인물과 잇달아 발견되는 기괴한 빚어내는 마을을 둘러싼 "기이할 정도로 사위스러운 분위기"가 호러소설인지 본격 미스터리인지 그 정체를 제대로 알 수 없게 독자를 이끈다.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을 수월하게 읽기 위해서는 우선 두 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염매란 무엇인가다. 책의 뒷표지에서는 염매를 "① 가위 누르는 귀신 ② 짚으로 만든 인형(제웅)을 매개로 삼는 주술의 일종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병에 걸리게 하려고 귀신에게 빌거나 방술을 쓰는 행위"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③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자 그 어떤 마물보다 가장 꺼림칙한 존재"라고 덧붙이는데 이 책에서는 ③에 가깝겠지만 ②와도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듯하다. 의미는 좀 다르지만 '마귀' 정도로 이해해도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싶다. 두번째는 무녀인 사기리의 구분이다.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긴 하지만, 처음에는 사기리 옆에 찍힌 점이 무슨 의미인지 이거 오자인가, 하는 생각까지 하면서 고개를 갸웃갸웃했다. 알고보니 한 집안에서 무녀와 혼령받이를 한 대에 한 쌍(이 둘은 늘 쌍둥이 자매다)씩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의 이름이 사기리. 초대 사기리, 2대 사기리, 3대 사기리 이 여섯 쌍을 사기리 옆에 점으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이름 옆에 달린 점 하나에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중반을 넘어서면 그나마 속력이 붙지만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은 빈말으로라도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책이라고 할 수 없다. 사기리만 해도 여섯에다가 대립하는 두 가문 사람들까지 따지자면 일단 주조연을 막론하고 등장인물만 수십 명이 되는데다(가계도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가 가가구시 촌의 과거사에 염매 관련한 괴담에 아무튼 가볍게 머리나 식히자고 읽기에는 이건 말이 많아도 너무 많다. 하지만 초중반에 홍수처럼 밀려오는 이런 문자의 습격을 무사히 넘기고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면 그 다음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느샌가 사건의 기묘한 설정에 눈이 가고, 기담(인지 괴담인지)에 홀리듯 빠진다. 도조 겐야, 사기리, 렌자부로. 총 세 사람의 입을 통해 그려지는 이야기는 하나하나 볼 때도 재미있지만 이를 조각처럼 하나씩 모아볼 때 그 매력이 더해진다. 호러소설 뺨치게 오싹하기도 했지만 책을 다 읽었더니 그래도 역시 가장 무서운 건 인간, 이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소름이 돋았다. "현실과 비현실, 합리와 비합리, 흑과 백. 세상 많은 사람들이 매사가 그런 식으로 명쾌하게 구분된다고 무의식 중에 믿는다"는 도조 겐야의 말처럼, 이 책의 내용은 얼핏 이분법적인 구분 위에 놓인다. 하지만 결국엔 이조차도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이자 공포일 뿐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불가피한 흐름 속에서 전통이라는 것은, 풍습이라는 것은 과연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과 함께 읽고 나서도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중간에 포기하고 그만둘 뻔도 했지만, 역시 고비를 넘기고 다 읽고 났더니 벌써부터 도조 겐야 다음 시리즈가 궁금해진다. 다음엔 뭐'처럼' 뭐'하는 것'으로 찾아올지. 도조 겐야의 기이한 발자취를 따라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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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2-12-03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등장인물 스무 명 넘어 가는 일본 소설에 차츰 이름 외울 부담감에 손이 잘 안간다는.... -_-;

이매지 2012-12-03 15:02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초반에 정말 쓰나미처럼 나와서 순간 정줄을 놓게 되더라구여. 재밌자고 읽는 책인데 이게 뭐꼬 싶어서 집어던질 뻔했던. ㅎㅎ 뭐 암튼 끝이 좋으니 다 좋아, 가 됐지만요. ㅎㅎ
 
가짜 경감 듀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피터 러브시 지음, 이동윤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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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십 년이 지났지만 가짜 경감 듀 사건의 진상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최근 들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강렬한 첫문장으로 시작되는 <가짜 경감 듀>. 이 책 또한 <환상의 여인>처럼 오래전 동서판으로 읽으려고 사뒀다가 몇 페이지 넘기다가 흥미가 일지 않아 관뒀던 이력(?)이 있어 망설였으나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에 반해 내친 김에 집었는데 '탄산수처럼 톡톡 튀는 선상 미스터리'라는 표지 문안처럼 톡톡 튀는 매력 때문에 읽는 내내 몇 번이나 키득거렸다. 영국에 금의환향하는 찰리 채플린과 대형 여객선 루시타니아 호의 침몰이라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두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가짜 경감 듀>. 그리고는 뜬금없이 담당 치과의사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꽃집 아가씨와 예쁘장한 소매치기가 연달아 등장한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러는 건가 고개를 갸웃하다보면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식으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극단에 소속되어 마술사의 플랜트(관객인 척 객석에 앉아 있는 조수) 생활을 하다 독심술사가 된 월터는 연극배우로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은 아내의 도움으로 치과의사가 된다. 이후 줄곧 그녀의 그늘 아래서 아내의 말에 순종하며 별 트러블 없이 살아간다. 치과의사로서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고 자리를 잡아가던 차에 아내가 영화배우가 되겠다며 할리우드에 가겠다고 한다. 자신은 미국에서 영화배우로 다시 시작하고, 월터는 치과의사가 아닌 자신의 매니저로 새 삶을 시작해야 한다는 아내의 말에 자신의 삶이 부정당한 것 같아 낙담한다. 그런 그의 곁에 그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젊은 꽃집 아가씨 앨마가 있다. 로맨틱 소설을 즐겨 읽던 앨마는 월터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고 심지어는 월터에게 미국행 여객선에서 가명으로 함께 탄 뒤 선상에서 아내를 살해하고 신분을 바꿔치기해서 미국에서 둘만의 새 삶을 시작하자는 계획을 세운다. 그 누구의 명령이 아닌 자신의 뜻대로 살기 위해 살인이라는 수단을 택한 두 사람. 이들은 계획을 실천에 옮기지만 다음 날 바다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놀랍게도 그 시체는 월터의 아내가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 명백해보이는 시신의 모습에 고민하던 차에 승객 중에 유명한 살인범 크리펜을 체포한 듀 경감이 있다는 소식에 선장이 그에게 SOS를 청한다. 하지만 알고보니 그는 듀 경감의 이름을 가명으로 쓴 월터. 도망갈 수도 없는 배 위에서 살인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가짜 경감 듀(월터). 사건은 점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유명한 경감으로 오인받아 타인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 새로운 삶을 위해 바다를 건너는 연인. 설정만 보기에는 진지한 정통파일 것 같은데 <가짜 경감 듀>는 허를 찌른다. 배라는 이동수단 안에서 오도가도 못 하는 상황에서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잘 섞여 있다는 점에서 어쩐지 애거사 크리스티의 몇몇 작품이 떠올랐지만, <가짜 경감 듀>는 그보다 더 유쾌하다. 인물간의 갈등이나 상류사회의 풍속, 살인사건 자체를 구성하는 음모도 물론 등장하지만 <가짜 경감 듀>는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음모와 반전이 양념처럼 들어간 로맨스 소설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월터-앨마 러브의 메인 러브라인뿐만 아니라 배 위에서 그려지는 앨마-조니, 바버라-폴-포피 등 여러 등장인물이 배 위에서 얽키고설키며 서로 사랑의 작대기를 들이대는 모습은 정말 이 배 위에서 살인사건이 있기는 했나 싶을 정도로 분홍분홍하다. (하긴 뭐 살인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모든 승객이 범인이 잡힐 때까지 벌벌 떠는 것도 좀 우습긴 하겠다.) 아무튼 명탐정(혹은 명형사)이 사건을 진두지휘하면서 휘어잡는 스타일도 아니라 긴장감은 떨어지지만 그런 느슨함이 오히려 매력처럼 느껴져 부담없이 즐겼다. 

 

  하지만 유머러스하고 개구진 것만이 <가짜 경감 듀>의 매력이 아니다. 사랑(이라고 믿은 것) 때문에 살인과 신분세탁을 감행했던 앨마는 "치과에 드나들 때는 당신을 우상처럼 떠받들었죠. 그렇게 자신만만하고 강인하면서도 매력적인 남자와 이야기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남자 경험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어요. 가족 마고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뿐이었으니까요.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연애 소설 속 주인공 말이에요. (중략) 하지만 그건 집착일 뿐이었어요. 전쟁 기간 내내 꿈꿔왔던 소녀 취향꿈이나 좌절감, 환상 같은 것들을 모두 당신에게 쏟아부었어요. (중략) 배에서 며칠을 지내면서 분별력이 생겼어요"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배 위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로맨스 소설 밖의 세상으로 발을 내디딘다. 아내에게 한 번도 반항해본 적 없었던 소극적인 월터도 변하기는 마찬가지다. 듀 경감으로 오인받아 수사에 나서면서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존재감(그것이 다른 이의 이름을 빌린 것이라 할지라도)을 드러내고 하나의 중심으로 존중받는다. 그는 "지금껏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은 없었어요. 처음에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았죠. 영리한 질문을 할 필요도 없었고 숨겨진 단서를 찾을 필요도 없었어요. 형사 일이란 그저 상대방이 이야기를 하도록 만드는 것뿐이더라고요. 난 듣는 걸 잘하니까. 그것도 리디아 덕분이지만, 어쨌든 상대가 모든 걸 털어놓게 한 다음 진상에 도달한 공로를 차지하는 거죠"라고 이야기하며 새로운 지위를 부여받은 자신의 삶에 눈을 뜬다. 이런 식으로 하나의 사건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변모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살해당한 여자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모두가 즐거운 추리소설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웃으며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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