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3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규현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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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만화로 잠깐 본 적은 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해 그저 삼총사와 다르타냥의 이야기, 못된 추기경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 정도만 생각나던 차에 긴 연휴를 맞이해 <삼총사>를 읽기 시작했다. 오랫만에 만난 삼총사와 다르타냥. 이들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읽으며 기대했던 것보다 더 큰 재미를 얻을 수 있었다. 

  뒤마 탄생 200주년을 맞이해 완역된 이 작품을 읽으며 나는 다르타냥과 아라미스, 아토스, 포르토스 같은 삼총사에 이끌리기보다는 마성의 여자 밀레디의 매력에 푹 빠졌다. 물론 시골에서 갓 상경한 야심찬 남자 다르타냥, 늘 마음 한 켠으로는 언젠가 성직자의 길을 꿈꾸는 아라미스, 타고난 귀족다움을 보여주는 아토스, 어쩐지 허세부리기를 좋아하지만 허당인 포르토스. 이 네 사람의 매력도 무시 못할 정도였지만, 추기경의 뒤에서 그를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온갖 술수를 서슴지 않는 밀레디야말로 다르타냥 일당의 진정한 적수가 아니었나 싶었다. 과거는 꽁꽁 베일에 감춰둔 채 자신의 빼어난 미모와 목소리, 그리고 상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까지! 이야기의 마지막에 밀레디의 역할이 두드러져서였는지 몰라도 책을 다 읽고 나니 오히려 다르타냥과 삼총사보다는 밀레디가 강렬하게 남았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삼총사>에 품었던 이미지는 그저 '다르타냥의 모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익살스럽고, 어떻게 보면 유머러스한 네 명의 총사. 그들과 함께 하는 신나는 모험담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네 명의 총사는 검술 실력은 빼어나다 해도, 놀기 좋아하고 여자를 등처먹기 바쁜, 돈이 생기면 모아두기보다는 먹고 마시고 내기를 해 날려버리는 약간은 망나니과의 인물들이었다. 물론,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 때문에 마음 졸이는 인간다운(?) 모습도 보이지만 적어도 내가 그동안 생각해왔던 이미지와는 다른 '나쁜 남자' 스타일의 인물들이었다. 이들을 보좌하는 네 명의 하인들 또한 그들의 주인처럼 개성이 넘쳐 감초 같은 조연의 몫을 톡톡히 해줬다.

  단순히 모험담이라고 치부하기엔 정치적인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자칭 '공정왕'이라 하는 루이 13세.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부인 안느. 그녀를 사랑하는 영국인 버킹엄 공작. 이들의 삼각관계를 둘러싼 프랑스와 영국의 대립, 그리고 그 뒤에서 벌어지는 온갖 정치적인 술수는 읽는 내내 혹여 들키면 어쩌나 조마조마하게 했다(특히나 다이아몬드 장식끈을 둘러싼 모험에서는 부르르 떠는 리슐리외를 보며 통쾌하기까지 했다). 역사상의 실제 사건과 허구의 내용을 버무린 역사 소설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역사적 배경지식(예를 들면 루이 13세와 리슐리외 추기경의 관계 같은 것)이 있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겠지만, 오히려 책을 읽고 나서 그 당시의 사정에 대해 궁금함이 생겨서 좋았다.  

  어린 시절 만화로 봤던 것처럼 마냥 순수한 모험담은 아니었지만, 모든 독자를 아우를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청소년들에게 딱딱한 고전을 억지로 읽히는 것보다 오히려 <삼총사> 같은 매력 넘치는 작품으로 고전의 벽을 낮추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권으로 제법 두꺼운 분량이었지만, 1권에서는 다르타냥과 삼총사가 우애를 쌓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로, 2권에서는 각 총사들의 비밀을 엿보는 재미로, 3권에서는 미모와 영악함을 갖춘 팜므파탈 밀레디를 지켜보는 재미로 지루할 새 없이 읽어나갈 수 있었다. 영화로, 드라마로, 애니메이션으로 끊임없이 변주되어 등장하는 다르타냥과 삼총사의 매력적인 모험담을 통해 나 또한 한 순간 이들과 함께 작당하는 또 한 명의 총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일상을 벗어나게 해줄 모험이 필요할 때 이제 뒤마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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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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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은 두말할 것 없이 <오만과 편견>이겠지만, 사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도 어지간한 TV 드라마 못지 않은 재미가 있다(실제로 드라마나 영화화 된 작품도 숱하게 많지만). 젊은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대부분인지라 할리퀸의 원조라고 평가절하 되는 면도 있지만, 단순히 남녀간의 애정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인간의 본질 또는 시대에 대한 날카로움도 담고 있어 고전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작품으로 제인 오스틴을 꼽고 싶다. 하지만 <오만과 편견>만 주구장창 번역되어 나와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을 만날 기회가 적어 아쉬워하던 차에 <설득>이 출간되었다. 

  <설득> 역시 기본적으로는 엇갈린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비슷한 성향 탓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던 앤과 웬트워스. 하지만 준남작인 앤의 집안과 걸맞지 않은 신분에 재산도 없는 웬트워스와의 만남을 말리는 주변의 '설득' 때문에 앤은 웬트워스와 이별한다. 그리고 8년 뒤, 얽히고설킨 인연의 끈은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한다. 8년 전과 달리 이제는 해군대령이 되어 부와 명예 모두 거머쥔 웬트워스. 껄끄러운 재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만나게 되는 상황에 처하는 이들. 8년이라는 세월과 오해의 장벽이 이들의 사이를 가로막지만 조금씩 서로에 대한 애정의 불씨가 살아나기 시작하는데...

  주변의 설득 때문에 엇갈리지만 결국 진정한 사랑을 되찾는다는 스토리는 어디선가 본 듯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인 오스틴인 것은 역시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희화화해서 소재로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어디 여자가 건방지게~"가 어느 정도 통한다. 하지만 이런 문화는 비단 우리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책에 나오는 예를 드는 일은 삼가주셨으면 해요. 남자들은 자기들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어느 모로 보나 우리보다 유리했던 거지요. 높은 수준의 교육도, 펜도 남자들의 전유물이었어요. 책으로 뭔가를 증명하려는 건 안 될 일이지요"라는 앤의 말을 읽으며 어쩐지 세상의 편견이나 차별에 부드러운 글로 맞서는 제인 오스틴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작품에 비해서 직접적으로 밀당, 즉 밀고 당기기가 드러나지 않은 점은 아쉬웠지만, 마지막 웬트워스의 격정적인 편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로맨틱했던 작품. 정말 오랫만에 읽으면서 가슴이 콩닥콩닥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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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9-1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의 글들로 인해,
장바구니에 제인 오스틴 책이 몇권이나 담겨 있습니다.
마기님은 이미 제인 오스틴에 푹 빠져있다더군요.

담주에 저도 몇권 살 생각입니다. 아하하, 지름신 이매지님, 책임지세요!

이매지 2010-09-12 23:42   좋아요 0 | URL
엇, 제 미약한 뽐뿌에도 넘어가시는 분들이 계신단 말입니까? ㅎㅎ
정작 제인 오스틴 몰아 읽으려던 저는 한템포 쉬었다가
<노생거 수도원> 들어가려구요 ㅎㅎㅎㅎ

마기님, 마녀고양이님 저 이렇게 셋이서
제인오스틴 북클럽이라도 만들어야 할 기세 :)

마녀고양이 2010-09-13 09:59   좋아요 0 | URL
오호, 제인 오스틴 북클럽이라...
멋지네여! ^^

이매지 2010-09-13 10:13   좋아요 0 | URL
아. <제인 오스틴 북클럽>이라는 책도 사실 있어요 ㅎㅎㅎ
제인 오스틴 한 번 쫙 읽고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아껴두고 있어요 ㅋ

2010-09-13 0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3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크레이그 실비 지음, 문세원 옮김 / 양철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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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진 벽돌 뒤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소년. 그리고 그 옆에 장난스럽게 박힌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라는 제목자. 어쩐지 세상을 향해 불만을 가진 듯한 이 소년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이 책을 시작했다. 

  몸은 약하지만 책을 좋아하고 공부도 제법 잘 하는 찰리. 히스테릭한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무심하지만 그를 존중해주는 아빠 사이에서 평온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그의 창문을 마을의 문제아 재스퍼 존스가 두드린다. 재스퍼 존스를 따라 한밤중에 집을 나선 찰리는 재스퍼 존스의 비밀 아지트에서 목을 매단 채 죽어 있는 주지사의 딸 로라를 목격한다. 이 상황이라면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날 때마다 범인으로 지목됐던 재스퍼 존스이 저지른 일이 되어버릴 상황. 재스퍼 존스는 찰리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에 찰리는 마을에서 진실을 알고 있는 단 한 사람이 된다. 과연 범인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을까?

  처음에는 단순히 한 소녀의 죽음의 진상을 밝혀내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오히려 재스퍼 존스를 그런 상황으로 몰고간 사람들의 편견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 우리는 얼마나 '객관적'일 수 있을까? 자신의 프레임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가능할까? 누군가의 말에 의해, 그로 인해 생긴 오해로 인해 우리는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힌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이 책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는 재스퍼 존스와 찰리의 절친 제프리를 통해 독자에게 선입견과 편견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늘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아왔던 재스퍼 존스와 빼어난 크리켓 선수지만 베트남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모욕에 가까운 대우를 받는 제프리의 본 모습을 알고 있는 이는 마을을 통틀어 찰리 뿐이다. 하지만 찰리마저도 가만 보면 약간은 정상의 범주를 벗어나 있는 인물이라  결국 이 소설의 주축이 되는 멤버는 '일반적인' '보통의' 삶에서 약간 비껴난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내부의 고발이 아니라, 외부에서 내부의 어두운 면을 꼬집고 있다.

  비교적 많이 접한 적 없는 오스트레일리아 소설이라 기대한 부분도 있었는데 그 점은 좀 아쉬웠다. 오스트레일리아 특유의 색깔보다는 찰리와 제프리가 슈퍼 히어로에 대해 티격태격 말싸움(?)을 하는 장면에서 언급되는 슈퍼맨, 배트맨, 독서광인 찰리가 읽는 마크 트웨인의 작품 등 소재 면에서는  미국적인 면이 더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주제 자체도 오스트레일리아가 아니라 한국의 한 마을로 옮겨놓아도 이상할 것 없는 보편적인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거부감 없이 진실에 대해,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에 대해 어렵지 않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유연성 있는 사고를 가진 청소년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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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27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입견과 편견.. 그리고 오만.
정말 무서운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저를 그리 보는 것도 무섭고,
제 안에서 자동적으로 생성될 때도 무섭고........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이매지 2010-08-27 17:30   좋아요 0 | URL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것 같았어요.
<앵무새 죽이기>와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홈으로 슬라이딩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지음, 김선희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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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스포츠와 관련한 책을 정리하다가 눈에 띈 책이었는데, 우연히 트위터 이벤트에 당첨돼 읽게 되었다. 2009년 책따세 추천도서로 선정된 <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로 유명한 저자의 책이니만큼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생각거리를 얻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리뷰를 쓰기 전 도서 정보를 보다보니 이 책 또한 2010년 책따세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던데, 남녀 평등에 대한 문제부터, 열정이나 용기, 올바른 토론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어려서부터 야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나 야구선수로 맹활약을 했던 조엘은 부모님을 따라 아이오와의 작은 시골 마을로 이사간다. 당연히 이곳에서도 야구를 계속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조엘은 야구부에 입단하려고 하지만, 여자는 야구를 할 수 없으니, 대체 경기인 소프트볼을 하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소프트볼과 야구는 별개의 운동이라고 생각한 조엘은 교장 선생님, 교육감 등을 찾아다니며 여자가 야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설득하려 한다. 하지만 모두들 규범이 그렇다고 하며 선뜻 조엘의 생각을 따라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 쉽게 포기하지 않는 조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며 야구를 위한 열정을 불태워가는데...

  여자라는 이유로 야구를 할 수 없다는 예상 밖의 장벽에 당황하는 조엘의 모습을 보며 문득 나의 중고등학교 때의 일이 떠올랐다. 소프트볼 경기를 앞두고 포수로 쭉 연습을 했었는데, 경기를 앞두고 심판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여자는 포수를 할 수 없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다른 포지션으로 옮겨야 했던 적이 있었다. 애초에 포수라는 포지션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여자라서' 포수를 할 수 없다는 얘기에 화가 났었다. 그런 개인적인 사연이 있어서인지 조엘의 이야기를 읽으며 꼭 세상의 편견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으면 하고 나도 모르게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야구'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야구나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모두의 사고를 얽매고 있는 관습(혹은 규범)에 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어떤 근거에서 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예전부터 쭉 그래왔으니까 하는 이유로 유지되는 것들. 주눅들거나 포기하지 않고 그런 폐단에 당당하게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야말로 용기 있는 것임을 이 책은 이야기한다. 자신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해서 그들을 무시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한발짝 물러나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함을 배울 수 있었다. "관심을 갖는 한, 기적은 언제나 가능하다. 특히 열심히 애쓰고 스스로를 믿을 때 말이다"라는 책 속의 구절처럼 모두가 조엘 같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세상이 조금은 더 희망적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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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8-08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시죠? 다음에 꼭! 뵙고 싶습니다.^^
더위 조심하세요~

이매지 2010-08-08 23:22   좋아요 0 | URL
아, 정말 너무너무너무 아쉽네요.
다음에 꼭 다시 뵐 기회가 닿기를!
 
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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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Q84> 3권이 드디어 나왔다. 꼭 소설이 어떤 결말을 가져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어쩐지 아쉬움만을 남긴 채 마무리되어버린 <1Q84>의 이야기에 작가는 예정에 없던 뒷 이야기를 내놓았다. 대체 아오마메는 방아쇠를 당긴 것일까, 만약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의 1Q84의 세계는 어떻게 흘러갈까 하는 궁금증을 잔뜩 품고 따끈따끈한 <1Q84>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700페이지가 넘어 전편에 비해 더 두께감이 있었지만 오랜 기다림과 궁금증에 정신없이 읽어내려갔다. 

  전편과 같이 3권도 교차 형식으로 서술이 진행된다. 다만 새로운 것이 있다면, 1, 2권이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여기에 선구의 리더를 저쪽으로 이동시킨 아오마메를 쫓는 우치카와의 이야기가 더해져 총 3개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전편과는 달리 동떨어진 공간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서로를 그리고, 서로를 찾는 모습이 아니라 손 내밀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이제는 서로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때문에 과연 아오마메와 덴고 두 사람이 언제쯤 만날 수 있을런지, 아오마메는 무사히 우치카와의 추격을 피할 수 있을런지, 우치카와는 아오마메와 덴고의 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해갈 수 있을 지 등에 집중하며 읽어갔다. 

  3편에서는 아쉽게도, 전편에서 <공기 번데기>라는 작품을 가지고 홀연히 등장한 후카에리의 모습은 많이 만날 수 없다. 묘한 말투 때문에 처음에는 낯설게도 느껴졌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인물이었는데 이번에는 그저 덴고에게 경고를 해주는, 그의 오랜 염원이 곧 이뤄질 것임을 알려주는 안내자 정도의 역할을 하고는 자취를 감춘다. 후카에리를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지만, 그런 아쉬움을 벌충하듯 후카에리와는 다른 의미에서 독특한 캐릭터 둘을 더 만날 수 있었다. 일단 보기만 해도 어쩐지 거부감이 느껴지는 선구에 고용된 조사관 우치카와. 1, 2권을 복습하지 못했던 터라 우치카와가 누구?라는 낯선 느낌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이미 기존에 잠시 엑스트라처럼 등장했던 인물. 기묘한 생김새를 가져 남에게 호감을 주는 타입은 아니지만, 감 하나는 날카로워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아오마메와 덴고의 관계, 노부인과 아오마메의 관계를 알아내기에 이른다. 게다가 아오마메와 덴고를 제외하고는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것을 확인한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여기에 또 한 명, 아오마메가 숨어 있는 방과 후카에리가 머물고 있는 덴고의 집, 그리고 덴고를 감시하는 우치카와의 집에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NHK 수금원이 등장한다. 아마 1984의 세계에서 조금씩 생명이 사그라들어가는 덴고의 아버지가 1Q84의 세계에서는 여전히 자신의 본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집요하리만치 갇힌 상태에 머문 사람들의 신경을 긁는 그의 방문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덴고의 어린 시절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숱한 해설서를 낳은 <1Q84>. 하루키가 말하고자 하는 바, 하루키가 심어놓은 상징, 그것은 독자 각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어떤 이에게는 아오마메와 덴고의 사랑 이야기로, 어떤 이에게는 1Q84의 세계와 1984의 세계가 혼란스럽게 펼쳐지는 일종의 판타지로, 어떤 이에게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로 닿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 <1Q84>는 결국 이 폭력이 가득한, 비뚤어진 세상 속에서 우리가 좇을 수 있는 것은 '믿음과 희망'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대상이 종교, 자기 자신, 혹은 사랑 어떤 것이라 하던지 결국 믿음이 없는 곳에선 희망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아도, 애써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저 서로의 존재를 지켜주고, 함께할 수 있는 것. 비록 그것이 이 세계가 아닌 다른 곳이라고 해도, 비록 새로운 세계에서는 무슨 일을 겪게 될 지 몰라도 함께라는 사실만으로 힘이 되는 것. 인간은 혼자가 아니기에, 아오마메와 덴고처럼 단단한 결속이 아니라 해도, 어딘가에는 덴고 같이(혹은 아오마메 같이) 힘이 되어줄 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3권을 다 읽고 나니 여기서 만족하기엔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덴고가 풀어가는 <공기 번데기>의 후속작도, 1권의 앞 부분에 속할 1~3월의 이야기도, 3권의 뒷 이야기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속작이 나오건, 번외편이 나오건 간에 하루키의 <1Q84>는 이로써 일단락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놓고도 어쩐지 아쉬움에 책을 몇 번이나 쓰다듬으며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혔지만, 어쩐지 가슴 한 켠은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만 같다. '하루키 문학의 정점'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1Q84>. 역시 하루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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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0-07-3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는 왜 그런지 별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네요.ㅎㅎ;

이매지 2010-07-31 23:01   좋아요 0 | URL
하루키는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작가인 것 같아요 ㅎㅎ
저야 뭐 하루키 팬이라 :)

lazydevil 2010-08-01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3권은 읽지 못했지만, <1Q84>의 가장 큰 장점은 엄청난 분량이 순식간에 읽힐 정도로 재미있다는 거... 솔직히 이 작품은 분석과 해석을 요할 만큼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루키답게 가벼워요. 그런데 알맹이가 탱글탱글하게 차있는 가벼움이랄까요? 그래서 읽는 내내 즐겁더라구요. 하루키 소설, 흉내낼 순 있을 지 언정, 그만큼 재미있게 쓰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독자로서 이거면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조만간 3권 볼려구요, 재밌잖아요^^ㅎㅎ

이매지 2010-08-01 01:05   좋아요 0 | URL
1,2권이 좀 스피디하게 진행이 됐다면 3권은 호흡을 가다듬는 느낌이 들었어요. 레이지데블님 말씀처럼 사실 뭐 다른 거 다 떠나서 하루키는 재미있잖아요. ㅎㅎㅎ 전 1,2,3 다시 정독해볼까 생각중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