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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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월에 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다. 그때 같은 병실에서 허리가 아파 들어온 파주 돼지농장 주인과 이야기 나누던 중 그 해 2월에 있었던 구제역 파동 일에 대해 잠깐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말의 요지는 그 수많은 돼지들을 생매장하여 가축을 다 죽이고는 정부에서는 아직 보상을 해주지 않고 있다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시 산 돼지를 땅 구덩이에 쏟아 붓는 동영상이 문득 생각났다.

 

2012.2월에 정유정의 소설 <7년의 밤>을 하룻밤 새에 다 읽었다. 소설을 이렇게 빨리 읽은 적이 있었던가? 당시 신문은 이 소설을 극찬하고 다음에는 어떤 소설이 나올까 기대했었고 나도 궁금했다.

 

이 책의 작가 정유정은 그 당시 동영상을 보며 하룻밤 사이에 시놉시스를 완성하고 바로 글쓰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2013.7, 결국 소설 <28>은 세상으로 나왔다. 이 소설 역시 하루 만에 다 읽었다. 덮어놨다가 읽는 책이 아니기에 아예 하루를 잡아 놓으리라 생각을 해놓은 터였다.

 

돼지 농장 주인은 보상을 해 준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불쌍하지만 생매장에 동의하였고 그 이후 보상액이 궁금했다. 일반 시민도 어떨 수 없이 동영상을 시청하였다. 그 이후 그 사건은 기억 저 편으로 아련하게 흩어져 버렸다. 소설가는 어쩔 수 없이 동영상을 시청하였지만 결국 새 작품으로 태어난 것이 다를 뿐이다. 그것이 현대의 소설가로서의 역할이고 의무이기에 나는 그들의 두뇌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내용은 이렇다. 화양이라는 도시에 원인불명의 인수공통전염병(사람과 동물이 동시에 전염)이 퍼지며 그 원인으로 지목된 개가 도살되고 결국 당국은 이 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를 폐쇄하고 시민들에게 총질을 해댄다. 마치 개를 도살하고 돼지들을 생매장하는 것처럼.

그러나 미국 영화처럼 그 전염병의 원인이 무엇이고 한 사람의 영웅이 나타나 인류를 구하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영화 <월드워Z>가 연상되기도 하고 다른 시각으로 80년 광주가 떠오르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병의 원인이 아니라 문제는 그 이후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상황에 대해 여섯 주인공을 몰아넣고 그 개인의 중심에서 단편을 엮듯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 주인공에는 개도 포함한다. 우리가 최근에 반려동물이라는 좋은 이름을 지었지만 좋을 때는 반려였다가 필요 없으면 내다 버리는 세태에 대해서 고발하기도 한다.

 

소설 <28>은 전작 <7년의 밤>처럼 독자들을 긴장하게 한다. ‘사람으로서 저럴 수가 있나라는 극한상황과 잔인함은 더 하다. 그러면서 인간성의 심연을 바라보게 한다. 마치 극과 극이 만나 카타르시스를 이루듯또한 스케일은 더 크고 문제의식도 더 깊고 넓어졌다.

 

대재앙의 설정 속에 철저한 리얼리티를 구사하고 그 종말엔 결국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필연,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동물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과 인간의 이기심, 심지어 가족의 구성원까지 차별하는 인간의 비열함과 그 분노, 생명 자체의 논의보다 명예와 권력 중심의 세태와 정치행태 등이 이 소설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蛇足 : 이 여름에 보신탕을 생각한다면 찝찝할 할 것이며 개를 사랑한다면 필독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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