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오늘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 있었던 일들을 보니 지인의 아이가 아파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피가 많이 부족하다고 하여 지정 헌혈을 했던 일이 있었다. 기억 못하고 있었는데, 페이스북이 알려줘서 잠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본다. 헌혈 요청은 내 혈액형을 알고 있는 당시 아내로부터 들었다. 헌혈 요청일보다 한 삼사일 전이었다. 그 삼사일 동안 술, 담배를 끊고 건강한 혈액을 아이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그 당시는 정말 거의 매일 술을 마시던 시절이어서 그렇게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면 아이에게 건강하지 못한 피를 전할 뻔했다. 나는 그 요청을 받자마자 헌혈을 하는 날까지 술과 담배를 끊었고, 건강에 좋은 음식들을 챙겨먹으며 얌전히 지냈다. 헌혈은 자주 했기 때문에 오히려 별 일 아니었다. 지정 헌혈을 마치고 나중에 지인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그 지인과 잘 알고 지내는 동네 선배들 몇 명에게 칭찬도 받았다. 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기에 그 칭찬들은 오히려 민망했다.
그 지인이 나중에 페이스북에 자신의 아이의 몸 속에 여러 고마운 분들의 피가 돌고 있다며, 나를 포함해 지정 헌혈에 참여해 준 여러 사람들을 나열했다. 그 글을 읽고 나니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내가 다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는 지금 건강히 잘 자라고 있겠지? 최근 그 지인과 소통할 기회가 없어서 물어보지 못했네. 다음에 연락할 기회가 생기면 물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아니, 내가 일부러 물어보면 그 지인에게 또 미안함과 고마움을 상기시키는 일이 될테니 그냥 궁금해도 물어보지 말아야겠다 싶다. 뭐 아이가 다시 아픈 일이 생기면 그 소식이 내게도 전해지겠지.
최근 친하게 지내는 선배가 암 진단을 받고 큰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또 친하지는 않지만, 한때 여러 번 같이 활동한 적이 있던 후배 활동가 한 명이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아마 제일 가슴 아프고 슬픈 소식은 누군가가 크게 다치거나 아픈 소식일 것이다. 이런 슬픈 소식이 연달아 들려오니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다행히 암 진단을 받았던 선배는 수술을 잘 마쳤고, 무사히 퇴원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 사고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후배 소식은 그 후로는 듣지 못했다. 만약 상황이 더 나빠져 생을 달리하게 된다면 아마 내게도 소식이 전해지겠지. 지금은 궁금해하지 말자. 그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여기고 그가 잘 회복하기를 바라자.
저녁 운동과 밤 운동
어제는 아침부터 발목이 아팠다.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관절 통증. 여기 저기 온 몸의 관절들을 돌아다니며 언제 어디가 아플지 예측할 수 없는 통증. 벌써 몇 년째인지 기억하기도 어려운 지긋지긋한 통증이었다. 그렇게 하루나 이틀 아프다가 또 금방 사라지는 통증이었다. 관절 통증 자체는 익숙하지만, 문제는 당장 당일은 움직이기가 어렵고 불편하다는 점이다. 하필이면 일주일에 한 번 달리기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내가 그 모임을 이끄는 역할인데, 내가 달리기를 못하는 경우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아침부터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해 발목 마사지를 하고 주위 근육을 풀어줬다. 낮에 좀 걸어야 할 일이 생겼는데, 무리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저녁이 되어 다시 상태를 냉정하게 살펴보니 어쩌면 달리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무리하지 않고 조금 천천히 달리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았다. 발목 보호대의 힘을 빌리거나 테이핑을 하면 될 것 같았다. 후배 활동가에게 매장을 부탁하고 집에 가서 발목 보호대를 차고 왔다. 그리고 저녁 8시가 되어 매장 문을 닫고 달리기 모임 장소로 이동했다.
발목 보호대를 꽉 조이고, 신발 끈도 꽉 조여 매고 참가자들과 준비운동을 했다. 이번에는 하체 힘을 기르는 간단한 맨몸 운동 두어가지를 알려주고 가볍게 몇 회씩 함께 했다. 다들 입으로는 신음소리를 내며 달리기 하기 전에 벌써 힘들다며 투덜거렸지만, 잘 따라했다. 그리고 달리기를 했다. 참가자들 중 가장 연장자인 60대 언니는 처음 몇 초는 잘 달렸지만, 금방 지쳐서 속도가 떨어졌다. 다른 참가자들은 다들 자세도 괜찮았고, 복식호흡도 잘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처음에는 발목이 신경쓰여 제대로 뛰지 못했다. 휴식 시간에 좀 쉬고 두 번째로 달리기를 할 때부터는 달리면서 발목이 괜찮은 것 같았다. 만약 계속 통증이 있었다면 그렇게 달리지 못했겠지. 그때부터 나는 마치 아프지 않은 날처럼 그러니까 평소처럼 달리기를 했다. 속도도 내보고 남들보다 두 배 정도 더 긴 거리를 달렸다. 괜찮았다. 꽉 조여놓은 보호대 때문에 좀 답답하기는 했지만, 무리했다는 느낌은 없었다. 다시 휴식을 취하고 세 번째 달리기를 했다. 이번에도 달리면서 다시 발목의 상태를 체크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세 번째 달리기까지 마치고 신발을 벗고, 보호대도 벗고 발목의 상태를 살폈다. 신기하게도 통증이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아침에 느낀 통증이 100이었다면 달리기를 마친 상태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10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 시간이 조금 넘게 달리기를 마치고 다들 헤어졌다. 나는 한 가지 더 중요한 일정이 남아있었다. 바로 당근 거래였다. 당근을 깔고 세가지 키워드 알람 등록을 했었다. '덤벨', '케틀벨', '불가리안 백' 이렇게 세 개였다. 케틀벨과 불가리안 백은 알림이 거의 안 왔는데, 덤벨은 알림이 자주 왔다. 그 중 3가지 무게의 덤벨 한 쌍씩 세 쌍과 덤벨 거치대까지 한번에 판매하는 사람이 잇었다. 딱 보자마자 욕심이 났다. 물론 그 덤벨들은 3kg, 5kg, 6kg 이렇게 낮은 무게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내게는 불피요한 것들이었다. 우리 집엔 이미 원판을 끼우는 덤벨 바가 있어서 무게를 늘리기 위한 원판들이 더 필요할 뿐이었다.
다른 물건에는 욕심이 없는데, 책과 운동기구 욕심은 왜 이렇게 강한 걸까? 나는 그 덤벨세트와 거치대를 누군가에게 선물하거나 아니면 사무실에라도 두려고 마음 먹고 구매하겠다고 말을 걸었다. 그래서 어제 밤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마침 그가 지정한 장소는 내가 덤벨을 선물할까 생각했던 후배 집과 가까웠다. 그런데 그 후배는 최근 5kg 덤벨 한 쌍을 이미 샀다고 자신은 필요 없다고 답이 왔다. 그럼 사무실에 갖다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약속 장소에서 사무실까지는 걸어서 약 15분 거리였다. 무게를 한 번 계산해봤다. 3*2=6, 5*2=10, 6*2=12, 6+10+12=28 일단 덤벨 무게만 28kg 이었다. 거치대는 무게를 알 수 없지만, 쇠덩어리로 되어 있으니 가볍지는 않을 것이다. 한 3~4kg쯤 되지 않을까? 그럼 31~32kg 정도 되리라. 그 정도면 걸어서 옮기기에는 좀 무거운 무게였다. 그 사람이 어디 가방이나 상자에 담아 줄 리도 없어서 들고 옮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아까 그 후배가 최근에 차를 구매했고, 그 후배가 부탁해서 운전할 때 옆에 타고 조언을 해 준 적도 있었다. 후배에게 차를 빌려달라고 했더니, 본인이 운전해서 사무실까지 실어 주겠다고 했다. 아! 드디어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
밤 10시 약속이었는데, 55분쯤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내가 아주 잠시 기다리니 반대쪽에서 바퀴달린 손수레를 끌고 한 여성이 나타났다. 그 수레에 덤벨 3쌍이 걸린 거치대를 담고 있었다. 어떻게 가져가실거냐고 약간은 걱정 섞인 듯한 채팅을 주고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물건을 받고 값을 치루고 나니 그 분은 다시 차는 어디 있냐고 어떻게 옮기실 거냐고 묻는다. 친구가 차로 옮겨줄 거라고 저 길 건너편으로 가져가서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더니, 건너펀까지 어떻게 옮길 것인지를 다시 걱정했다. 나는 씩 웃으며 걱정 마시라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실제로 들어보기 전까지 나는 자신만만했다. 겨우 30 남짓 정도 되는 무게 밖에 안 되는 걸! 그러나 손잡이도 없고 마땅히 잡을 공간이 없는 거치대를 이리 저리 들어보려다가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네 싶었다. 바닥 쪽에 가로대가 하나 있길래 거기를 오른손으로 잡고, 제일 위쪽을 왼손으 받치고 들어올렸다. 음, 이렇게 하면 되네. 그러고 걷기 시작했다. 자세가 거치대를 살짝 눕혀서 걸을 수 밖에 없었는데, 몇 걸음 걷지 않아서 덤벨들이 아래로 쏠리면서 자꾸만 쏟아지려고 했다. 걸으면서 쏠리지 않게 바로 잡으려고 해보다가 도리어 팔로 덤벨을 건드렸더니 한쪽이 툭 빠져버렸다. 결국 바닥에 내려놓고 덤벨을 제대로 끼우고 잠시 쉬었다. 음, 몇 걸음 안 걸었는데, 엄청 힘들었다. 생각보다 무겁구나.
이번에는 아예 바닥 양쪽 끝 다리를 들고 올렸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신음이 흘렀다. 가까운 교차로 횡단보도까지 거리가 유난히 멀게만 느껴졌다. 지하철 역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나를 스쳐지나가며 흘끔 흘끔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부지런히 다리를 놀려 겨우 횡단보다 앞 까지 가서 다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도로를 건너고 조금만 더 가면 후배네 주차장이었다. 아! 전화! 나는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 동안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내려오라고 전했다. 드디어 신호가 바뀌고 다시 덤벨 거치대의 양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아까 자신있게 출발했던 때와는 달리 엄청 무겁게 느껴졌다. 횡단보도를 빠르게 건너는데, 건너편에서 다가오는 여러 사람들의 눈길이 모두 내게로 쏠렸다. 그 중 내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간 젊은 여성 두 분의 대화가 들렸다. "저 사람 좀 봐. 엄청 무거울 것 같은데, 저런 걸 저렇게 들고 가네." 낯선 여성의 관심 덕분에 순간적으로 다시 힘이 났다. 팔에 힘을 주어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열심히 걸었다.
나중에 지도 앱으로 거리를 재보니 약 170 미터 정도를 걸었더라. 약 32 킬로그램을 들고 170 미터를 걸었을 뿐인데 상의가 완전히 땀으로 젖었다. 이미 아까 달리기를 하면서 젖었다가 다시 말랐던 옷인데 또 젖은 것이다. 주차장 바닥에 조심스레 물건을 내려놓고 후배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며 심호흡을 했다.
차에 싣기 전에 혼자 한 번 들어보려던 후배는 놀란 표정으로 이걸 어떻게 들고 왔냐고 물었다. 나는 씩 웃으며 이 정도는 별거 아니지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솔직하게 죽는 줄 알았다고 답했다.
드디어 사무실에 덤벨이 생겼다. 이제 일하다 졸리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담배 피우러 나가지 말고 운동을 해야겠다. 다만 좁디 좁은 사무실에 제대로 된 운동 공간이 없는 건 문제다. 어디서 운동을 해야 할지는 좀 고민해봐야겠다.
오늘도 저녁에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달리기 하러 가기 전에 덤벨 운동을 간단히 하고 가야지. 운동 다 마치고 집에 가서는 케틀벨과 바벨을 들며 놀아야지. 내일은 샌드백과 불가리안 백하고도 좀 놀아줘야겠지. 아, 철봉하고도 놀아줘야겠네. 바쁘구나 바빠.
글을 마치려다가 다시 깨달았다. 나 당근마켓에서 덤벨 세트를 하나 더 구매하기로 했었다. 이번에는 우리 집에 있는 것과 같이 바에 원판을 끼우는 형태의 덤벨이고 원판이 총 20개에 바는 6개인데 가격은 정말 저렴했다. 물론 원판들이 다 무게가 낮아서 조금 아쉽기는 했다. 여기는 일단 거리가 제법 멀고 부피가 커서 무조건 차로 옮겨야 한다. 또 차를 빌려야겠구나. 아! 운동기구 욕심은 정말 끝이 없구나. 이제 당근마켓을 지워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