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 인터뷰 모음집


 













5월에 인터뷰 기사에 대한 글(https://blog.aladin.co.kr/idolovepink/12630823)을 여기 알라딘 서재에 썼고, 여러 이웃분들이 인터뷰 기사 링크를 원하셨는데, 그때의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링크를 거는 행위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때 그 인터뷰 기사는 사회복지 분야 활동가(과거에는 흔히 빈민투쟁이라 불렀던) 였던 기자가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짧게 들여다본다는 기획으로 이어오던 활동가 인터뷰 연속 기사에 포함되는 글이었다. 활동가라는 단어의 뜻과 존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그런 주제로 연속 기사를 쓸 생각을 했다니 신기한 일이다. 아마 기자 자신이 활동가였기 때문에 가능한 기획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흔히 시민사회 진영이라고 불리는 이 운동판 안에서도 이미 유명한 사람들은 제외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잘 보이지 않는 활동가들을 만나겠다는 기자의 기획의도도 참 공감이 간다. 특히 기자 본인이 몸 담았던 분야 자체가 이 운동판 안에서도 무척 마이너한 분야이고, 그런 경험과 인맥 덕분에 정말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꾸준히 노력해 온 여러 활동가들의 삶을 담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인터뷰 기사들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제목은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라고 지었던데, 글의 주제와 별로 상관이 없어 보여서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부제를 보면 확실히 이 책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써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사실 인터뷰 글은 매우 쓰기가 어렵다.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말과 글을 옮겨야 하는 것이고, 그 안에 원하는 주제와 흥미로운 글감을 잘 녹여내야 하며, 내 주관도 살짝 그러니까 도드라지지 않지만 그래도 확실히 인지할 수 있는 정도로 넣어야 한다. 


인터뷰 글은 기본 시작부터가 힘든 작업이다. 인터뷰이에 대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어서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먼저 정리해야 하고, 그 내용들을 잘 끌어내기 위한 질문을 잘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사전 준비를 잘 했다고 해도, 인터뷰 당일 현장의 진행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되도록 인터뷰이가 편안하게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서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고, 그를 위해 적절한 대화의 스킬도 필요하다.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한 질문들을 적절한 순서로 던지고, 그 답이 원하는 방향과 흐름으로 나오는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체크해야 한다. 만일 현장에서 원하는 답이 잘 나오지 않으면 급하게 질문을 바꾸거나 방향을 선회하는 임기응변도 필요하다. 사전 준비를 아무리 잘 했어도 현장에서 순간 방심하면 결국 원하는 만큼의 정보는 얻지도 못하고 인터뷰 시간만 허비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인터뷰를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은 인터뷰 하기 전에 함께 밥을 먹거나 산책을 하면서 조금의 친분을 쌓고 본격 인터뷰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인터뷰가 끝나면 이제 녹취록과 메모와 기억을 바탕으로 글을 써야 하는데, 여기가 제일 난감하고 어렵다. 제일 쉬운 방법은 질문자의 질문과 답변자의 답변을 분량에 맞게 옮기는 것인데, 이 경우에도 분량에 맞게 조절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불필요한 표현이나 첨언한 부분들 등을 넣고 빼는 등의 재배치가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답변자의 말투나 늬앙스를 그대로 살려야 하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이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대부분의 경우 전체 글의 구성을 먼저 그린 다음 답변한 내용들을 잘 배치하여 매끄러운 글을 다시 써야 한다. 중간중간에 답변자의 말을 그대로 옮겨서 삽입하는 것은 괜찮지만, 기본 글은 인터뷰어가 직접 써야 한다. 이 부분이 참 어렵다.


물론 이건 내 개인의 경험에 따른 평가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나는 한동안 잡지에 인터뷰 기사를 연재했는데, 그 몇 달이 너무 힘들었다. 그 후로 절대 인터뷰 글은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뷰 글이 어렵다는 걸 이렇게 길게 나열하며 강조하는 이유는 이 인터뷰를 쓴 기자가 아니 이제 책을 냈으니 이 책의 저자라고 불러야겠군. 암튼 이 저자가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글을 상당히 잘 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장 내 인터뷰만 해도 그렇다. 나는 인터뷰 시간 내내 엄청나게 많은 내용들을 떠들었는데, 나중에 인터뷰를 마치고 과연 이 사람이 제대로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실은 이전에도 수없이 많은 인터뷰를 해봤지만, 나중에 기사를 보면 꼭 뭔가 사실관계가 다르거나, 미묘하게 왜곡된 경우가 많았고, 아예 내가 하지도 않았던 표현이나 내용이 들어가있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기사를 읽어보고 내가 만족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번이 거의 유일하게 만족한 경우였다. 정리한 초고를 읽으며 조금 감탄했다. 그리고 부러웠다. 내가 그렇게 어려워하는 인터뷰 글을 이 사람은 참 잘 쓰는구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자로부터 책이 알라딘에 등록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바로 책을 주문했다. 아직 책을 받기 전에 아이들에게 책 표지를 보여줬더니, 아이들은 곧바로 내 이름을 찾아냈다. 비록 저자로 이름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인터뷰이로서 올라간 것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출간된 책 표지에 내 이름이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그 전에 공저자로 참여했던 두 권에 책에서는 책 표지에 조금은 유명한 대표저자의 이름만 넣고 나머지 다수의 저자들은 '등' 혹은 '외'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두 번의 경우 모두 여러 명의 '등' 혹은 '외' 중 하나였을 뿐, 표지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다.


공저자로 참여해 짧은 글을 실었던 두 번 모두 여기 알라딘에 책을 소개했을 때, 여러 이웃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반응을 보여주셔서 무척 기쁘고 행복했다. 덕분에 이 알라딘 서재에 정을 붙이고 아직도 이렇게 가끔 들어와 글을 쓰고 또 그리운 이웃들의 글을 읽게 되었다. 이후 언젠가 내 이름을 걸고 책을 낼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늘 이런저런 핑계로 한번도 책으로 엮을만한 글을 써보지 못했다. 기획안을 출판사에 내봤다가 서로 의견을 조정하거나, 출판사를 운영하는 선배가 먼저 기획한 내용을 검토해 본 적은 있었지만, 매번 조율하는 단계에서 더 나가지를 못했다. 여러가지 핑계를 댈 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활동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지금 내 삶에 책을 쓸 만큼의 여유는 없다고 결론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먼저 첫 책을 낸 이 책의 저자에게 축하하는 마음과 함께 살짝 질투가 나기도 한다.


이 활동가 모음집은 18명의 활동가들을 소개한다.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나이도 성별도 활동경력도 활동분야도 제각각이다. 그 다양함이 참 마음에 든다. 물론 그 각각의 삶을 들여다보기에는 글이 너무 짧다는 한계도 있다. 게다가 글의 촛점은 활동가 개인의 삶에 맞춰져 있어서 관심이 가는 활동을 더 소개해주지 않는 것도 아쉽다. 다만 이 건 저자가 의도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 아쉬움은 개인적인 취향일 뿐, 글의 완성도와는 관계 없다.


이 책에서 소개한 활동가들 모두 다 훌륭한 분들이라, 여러가지 느낀 점이 많았다. 공통적으로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라 그 삶의 고단함에 대해 무척 공감이 가고, 그 현실의 무게감에 마음이 내려앉기도 한다. 그럼에도 혹은 그래서 더욱 이런 글이, 이런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잘난(돈 많은, 외모가 멋진, 큰 힘을 가진)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드러나고 더 많이 읽히고 더 많이 전해지면 좋겠다.


※ 그런 의미에서 알라딘 이웃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제 이야기가 포함되었기 때문에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은 맞지만, 꼭 제 이야기를 읽어주십사 추천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훌륭한 활동가들의 이야기가 훨씬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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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17 17: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꼬옥 읽어보겠습니다 감은빛님,
활동가들분이 계셔서 우리의 삶에 그나마 무지개 빛이 비쳐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감은빛 2021-08-26 13:29   좋아요 1 | URL
아이고, 꼭 읽어보겠다고 말씀해주셔서 무척 고맙습니다!
네, 그렇죠. 이 사회가 참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면이 많지만,
그래도 훌륭한 활동가들이 많이 계시기에 조금은 살만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syo 2021-08-17 2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도 되게 이쁘다 ㅎㅎㅎㅎ 😆
어쨌든 축하합니다 감은빛 님. 축하드릴 일이 맞지요? ㅎㅎ

감은빛 2021-08-26 13:30   좋아요 1 | URL
네, 쇼님. 축하해주셔 고맙습니다!
쇼님의 서재에 통 가보질 못하고 있네요.
조만간 들러 숙제하듯 글들을 읽어봐야겠어요.

cyrus 2021-08-17 2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담담책방을 운영하는 목사님이 예전에 NGO 활동을 했어요. 책방지기님에게 이 책을 책방에 들여놓으라고 전하겠습니다. ^^

감은빛 2021-08-26 13:32   좋아요 1 | URL
오! 시루스님. 고맙습니다!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점점 더 다양한 분야의 NGO가 생기고 있어요.
책방지기님은 어떤 활동을 하셨었는지 궁금하네요.

바람돌이 2021-08-18 0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우 축하드립니다. 책을 쓰는것도 축하할 일이지만 이번에는 감은빛님이 책 속 주인공이신거잖아요. 축하 축하!!!

감은빛 2021-08-26 13:33   좋아요 1 | URL
네, 제 분량은 짧지만, 그래도 제가 주인공이긴 하네요.
축하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바람돌이님.

얄라알라 2021-08-18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상에서 ˝활동가˝라는 말을 자주 쓰고, 또 ˝활동가˝라 하는 분들을 만나지만 정작 ˝활동˝하시며 그 분들이 어떤 뜻을 품고 펼치시는지 잘 모르는데 꼭 읽어보겠습니다. 감은빛님 축하드리고 좋은 책 세상에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은빛 2021-08-26 13:34   좋아요 1 | URL
북사랑님. 고맙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삶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이 책이 참 좋은 것 같아요.

붕붕툐툐 2021-08-18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감은빛님 표지에 이름이 실리시다니~ 넘 멋진 일입니다! 축하드려요~ 저도 꼬옥 읽어볼게용! 과연 저 18명 중에 감은빛님을 찾을 수 있을지~ 두둥!!ㅎㅎ

감은빛 2021-08-26 13:35   좋아요 1 | URL
툐툐님. 항상 고맙습니다!
툐툐님께선 제 서재 글을 여럿 읽으셨으니,
아마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음, 괜히 부끄러워지네요.

희선 2021-08-21 0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예전에 텔레비전 방송에서 인터뷰 했는데 그게 거의 잘렸다는 말씀을 하셨군요 그것과 이건 달라서 다행입니다 감은빛 님이 말씀하신 걸 잘 담아서 기분이 좋았겠습니다 축하합니다 ‘활동가’를 잘 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그런 분이 있어서 세상이 아주 안 좋아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보이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요

언젠가 감은빛 님 이름으로도 책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희선

감은빛 2021-08-26 13:36   좋아요 2 | URL
희선님. 고맙습니다!
예전에 썼던 티비 인터뷰 이야기를 기억해주셨군요.
저 역시 제 이름으로도 책이 나오기를 바라지만,
이렇게 게을러서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좀 더 부지런해져야 할텐데, 쉽지 않네요.
 

에너지자립마을 첫 강의 때 폭염에 대해 특별히 길게 강의를 하고, 일주일 후에 두번째 강의를 하러 갔더니 첫 강의를 들었던 어르신 한 분이 선생님 강의를 듣고 나니 에어컨을 마음껏 켜기가 망설여진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인류가 편하게 살려고 에너지를 많이 쓰다보니 폭염이 이렇게 심해진 것인데, 이 폭염 때문에 또 에어컨을 마구 사용하면 점점 더 기후위기가 심해진다고 내가 설명하긴 했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이 더위를 견딜 수 없을텐데. 인도나 파키스탄에서 몇 천명씩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온 것도 모두 열악한 주거 환경 때문이었던 것을.


그래서 질문하신 어르신을 포함해 현장 참석한 소수의 수강생과 줌으로 연결된 다수의 온라인 수강생들 모두에게 전했다. 다양한 기후 현상들 중에 가장 치명적인 것이 폭염이라고. 폭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에어컨 사용은 꼭 필요하다고. 다만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현명하게 사용하셔야 한다고. 이어서 한 20분에 걸쳐서 에어컨 사용 꿀팁을 자세히 설명했다. 선풍기나 에어서큘레이터를 적극 활용하면 좋고, 바닥에 놓고 사용하는 선풍기 보다 천장에 매다는 실링팬이나 벽걸이 선풍기를 설치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했고, 온도 설정 방법을 비롯해 여러 노하우들을 알려드렸다.


사실 가장 더운 날에 에너지를 아끼는 좋은 방법은 무더위 피난처를 만드는 것. 마을 단위 혹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가장 더운 날 저녁에 모여서 맛난 음식을 먹으며 함께 무언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각자의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냉방에 사용할 에너지를 아끼고 그 시간을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값지게 쓰는 것이다. 예전에 나는 가장 무더운 날 밤에 다큐 시청회를 열어 밤새 환경 다큐들을 함께 보기도 했고, 또 다음 해에는 작은 음악회를 열어서 각자가 좋아하는 음반을 갖고 오거나 유튜브로 검색해서 음악을 소개하고 함께 듣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물론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꿈도 못 꿀 일이 되어버렸다.


그나저나 올해 여름은 나도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만든다. 명색이 환경운동가로서 집에 에어컨을 들일 수는 없다는 일종의 자존심이 있기도 하고, 낡은 빌라의 집 구조상 에어컨 설치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도 있었다. 절대 돈이 없어서 설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겨우 여름에 며칠 쓰려고 그걸 설치해야 하나 싶은 마음도 있다. 암튼 아직 에어컨이 없는 이 집에서 여름을 나는 일이 정말 고역이다. 


2018년에도 무지 더웠는데, 왜 유난히 올해 더 견디기 힘들까 싶어서. 2018년은 어땠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때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누군가와 만나고 늦게까지 외부에 머무는 일에 특별히 제약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낮에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저녁에 퇴근하면 에어컨이 있는 곳(주로 술집)에서 누군가와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열대야 때문에 일찍 집에 들어가면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에 되도록 늦은 시간까지 시원한 외부에서 시간을 보내야했다. 간혹 저녁 일정이 없는 날에는 일부러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특별히 무더웠던 2018년 여름에도 집에서 고통받았다는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확실히 코로나에 무더위가 겹쳐서 더 큰일이 된 느낌이다. 최근 4차 대유행 때문에 일부러 며칠을 재택근무를 했다. 사무실에 나가면 그래도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데, 집에서 일을 하려니 선풍기 3대를 각각 다른 방향에서 틀어놓아도 별로 시원하지가 않다. 그닥 시원하지는 않아도 그래도 바람이라도 쐬어야 견딜 수 있으니 선풍기를 도저히 끌 수가 없었다. 밤에도 열대야라서 선풍기를 켜놓고 잠을 잤는데도 너무 더워서 땀을 흘리다 깨곤 했다. 선풍기 3대는 24시간 아니 48시간 이상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했지만, 나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흘러서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을 덮어쓰고 땀을 씻어내야 했다.


우리 집은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일 정도로 엄청 높은 곳에 위치하고 평소에 바람도 잘 들어오는 편인데, 이번 여름에는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 더운 날에는 바람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작년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엄청 들어와서 오히려 춥다고 느낀 날도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날이 거의 없었다.


2018년에 이어 올해 온갖 기상 이변이 속출하면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 서부는 54도에 이르는 폭염과 산불 때문에 큰 고통을 받았고, 미국 동부는 폭풍과 홍수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와중에 독일은 갑작스런 폭우로 큰 피해를 당했다. 아프리카와 중동도 폭염 피해를 입은 건 마찬가지고,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과 일본은 폭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우리나라 역시 간혹 국지적인 소나기가 좁은 지역에 집중되어 산사태를 비롯한 침수 피해 등을 여러번 입었다. 우리나라의 폭염은 온도만 놓고 보면 다른 나라들에 비할 비가 못 된다. 나는 이미 이렇게 죽을 것 처럼 더운데,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겨우 36도일 뿐이다. 물론 습도라는 변수가 존재하지만. 미국과 인도와 중동처럼 50도가 넘어가는 동네에서는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이미 몇 해 전부터 기후위기 강의를 할 때마다 2010년대 들어서서 심해진 세계 여러 나라들의 기상 재앙 현상들을 소개하면서 특히 폭염에 대한 내용들을 집중적으로 다뤘었다. 점점 인터넷 환경이 발달하면서 이런 이상 기후 현상들에 대한 정보들도 많이 공유되고 있다. 다른 이상 기후 현상들에 비해 유독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 바로 이 폭염이다. 10여년째 이어오고 있는 이 폭염으로 인한 사망 통계수치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에어컨은 이제 인권의 영역에서 바라보아야 할 필수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어컨과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세상.


코로나-19 시대를 설명하는 다른 단어는 아마 온라인 시대 혹은 비대면 시대일 것이다. 우리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실내에 갇힌 채,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교통수단에 이용되는 1차 에너지는 확실히 줄었다. 분명 해외여행이 금지되어 항공 운행이 급격히 줄었던 것은 온실가스 저감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온라인으로 영상을 보거나 수업을 듣는다. 영화관에 가는 대신 영상 콘텐츠들(영화나 드라마 등)을 모아놓은 몇몇 업체들에 접속해 집에서 혼자 영화를 보게 되었다. 하루종일 수많은 영상을 소모하는 요즘 사람들 덕분에 구글을 비롯해 영상을 주로 제공하는 기업들의 데이터 센터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전력을 소모하고 있다.


내가 방 구석에서 뒹굴거리며 영화 한 편 보는 행위는 지구 어딘가의 데이터 센터에서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영화를 보는 행위는 곧바로 기후 위기를 악화시키는 행위가 되고, 퇴근 후 혼자 좋아하는 영화 하나씩 보고 잠드는 것에도 죄책감을 느껴야 할 상황이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구글을 비롯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데이터 센터는 태양광을 비롯해 100퍼센트 재생에너지로만 운영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소식을 몇 해 전부터 듣긴 했다. 죄책감을 조금은 아주 조금은 내려 놓을 수 있으려나.


지금의 기후 위기는 이미 인간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고 말하는 학자들이 있다. 티핑 포인트를 지났다는 것이다. 반면 IPCC를 비롯해 국제적으로는 1.5도 안에서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있다면 희망이 있다고 보는 듯 하다. 과연 인류는 다른 수많은 생물종처럼 기후 위기로 멸종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과연 이 여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단지 혼자 에너지를 아껴 쓰는 실천 외에 무언가를 더 할 수 있을까? 기후 악당으로 낙인 찍힌 대한민국 정부의 헛발질 속에서 나는 무기력감을 느끼는 것 외에 무엇을 시도할 것인가? 여러 생각과 질문들이 머리를 어지럽힌다. 모르겠다. 일단 며칠에 걸쳐 두서없이 두드린 이 글을 마무리 하고 다시 일을 해야지. 당장 뭔가 답이 안 나오고 답답하기만 하더라도 내 노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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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8-02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고 있어도 전기세가 많이 나올까봐 에어컨을 비롯한 가전제품을 오래 켤 수 없어요. 코로나에 지치고, 더위에도 지치고.. 올해 여름도 험난하게 보낼 것으로 예상합니다.. ^^;;

감은빛 2021-08-17 17:26   좋아요 1 | URL
8월 중순이 되니 조금은 더위가 꺾이는 느낌이네요.
이제 다시 장마가 올지도 모른다고 하고,
어제와 오늘은 난데없이 국지성 호우(열대지방에서 스콜이라고 부르는)가 짧게
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네요.

재미있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흔히 시루스님처럼 ‘전기세‘ 라는 표현을 잘 쓰지요.
실은 전기를 쓰고 요금을 내는 건 세금이 아니니까 ‘전기요금‘이라고 불러야 하죠.
그런데도 대다수 국민들이 저런 표현을 한국전력이 전력의 송전과 배전을 독점하는 구조이고, 그 한전이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 되었기 때문이겠죠.
다른 대부분의 국가처럼 민간 기업이 발전, 송전, 배전을 나눠서 맡고 있는 경우라면 저런 말이 아예 생기지도 않았을텐데요.

바람돌이 2021-08-02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어컨을 열심히 틀어대고 있습니다. 창을 열어도 바람이 안불어요. 선풍기는 더운 바람만.... 말씀하신대로 코로나 때문에 계속 집에만 있게 되니 더 덥네요. 하루종일 에어컨과 찬음료들로 연명...ㅠ.ㅠ 에어컨을 틀면서 항상 마음한켠 불편함과 그래도 어떡해라는 마음이 부딪히는데 어쩌면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이 항상 이런 갈등을 내재하고 있는거 같아요.

감은빛 2021-08-17 17:29   좋아요 1 | URL
네, 바람돌이님. 선풍기는 정말 더운 바람만 보내더라구요.
정말 더울 때는 선풍기 3대를 돌려도 땀이 흐러더라구요.
우리나라가 이 정도인데, 40도를 넘어서 50도에 이르는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떨지 상상도 하기 싫네요.

이 더위에 에어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 같아요.
다만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가능하면 에너지를 아끼면서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

붕붕툐툐 2021-08-0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해 에어컨 한 번도 안 틀었어요!(칭찬 포인트!)
제가 워낙 더위를 잘 안 타기도 하고, 낮에는 도서관으로 피서 다니고(이건 코로나여도 진짜 어쩔 수 읍따!), 밤엔 그나마 산동네여서 바람이 불어오더라구요. 더워서 깬 적이 딱 하루 뿐이었어요~
하지만 말씀에는 참 공감합니다. 모든 해결 키워드는 공동체 혹은 함께가 아닐까 싶어요~
저도 혼자 할 수 있는 건 한다고 하는데, 여럿이 함께 고민하면 더 좋겠지요? 오늘 이런 화두를 던져 주신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고 좋네요!

감은빛 2021-08-17 17:31   좋아요 1 | URL
와! 저는 에어컨이 없으니 아예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에어컨이 있어도 이 더위에 한번도 사용을 안 하셨더니!
붕붕툐툐님은 위대한 선지자 혹은 선각자 이런 단어가 어울리는 분이시군요.
존경합니다! 툐툐님. ^^

카스피 2021-08-03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도 기상 이변은 계속 될텐데 과연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날수 있을지 무척 걱정이 됩니다.전 선풍기 하나로 버티고 있는데 밤에 거의 한시간 마다 꺠도 있어요ㅜ.ㅜ

감은빛 2021-08-17 17:33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카스피님.
선풍기 하나로는 힘들어요.
저는 세 개로도 부족한걸요.
올해 여름 더위는 이제 한 풀 꺾였다는데,
저는 벌써부터 내년 여름 더위가 또 걱정이네요.

희선 2021-08-14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나라는 온도가 더 많이 올라가기도 하다니... 팔월 둘째주가 지나면 큰 더위는 없다고 하지만, 아침에만 좀 시원합니다 이것도 시간이 더 가면 저녁에도 시원하겠습니다 이제는 밤에 바깥에 나가면 바람이 시원할지도 모르겠네요 제 방이 좀 더워서 여전히 덥다고 생각하네요 그래도 선풍기만 씁니다 많은 건 못하겠지만, 지구 온도 지금보다 더 올라가지 않기를 바라야겠습니다


희선

감은빛 2021-08-17 17:35   좋아요 2 | URL
네, 희선님처럼 실천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다만, 이건 개인의 실천이 미치는 영향 보다는 정책과 시스템의 문제라서요.
무조건 정부가 해결의 의지를 갖고 노력해야 하는데,
이 나라 정부는 거꾸로 가면서 마치 노력하는 것처럼 입으로만 떠들어대니 문제입니다.
 


자랑


한 10년쯤 전에 이 알라딘 서재에 남자의 로망을 언급하며 권투와 샌드백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샌드백을 갖고 싶었다. 아니 언제든 시간 날 때마다 샌드백을 두드리며 운동을 하고 싶었다고 표현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10년 전 글에도 언급했었는데, 국민학교 시절 마당이 넓은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나무에 샌드백에 걸려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샌드백을 걸어놓을 수 있는 집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중에 고등학교 시절에는 아파트에 사는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옥상에 샌드백을 걸어놓은 모습을 보았다. 그 친구의 아버지가 권투선수였다고 했고, 그 친구도 권투를 배웠었다. 아파트에 살면서도 샌드백을 치면서 살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그 이후에도 우리 집에는 샌드백을 걸어놓을만한 공간을 만들기는 어려웠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샌드백을 갖고 싶어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는 오히려 철봉이나 바벨 등 다른 운동기구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다. 그리고 이혼 후 혼자 살게 되면서 실내철봉, 케틀벨, 바벨, 불가리안백 등 다양한 운동기구들을 사 모으고 있다. 집을 이사할 때마다 도와주러 온 후배들과 화물차 기사님들이 고개를 절레절래 저을 정도로 온갖 운동기구들과 어마어마한 양의 책들 때문에 욕을 많이 먹었지만, 책과 운동기구를 향한 소유욕은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며칠 전 우연히 샌드백을 구입할 기회가 생겼다. 그 시작은 즐겨보던 유튜브 채널 '3분 운동과학'에서 만든 동영상에서 언급한 '펑셔널 샌드백'에 호기심이 생기면서였다. 바쁜 일상과 더위에도 어떻게든 조금씩만이라도 운동을 이어오고는 있는데, 요즘 큰 고민은 이거였다. 예전에 즐겨했고 좋아했던 동작들을 다시 시도하기에는 지금 내 몸은 근력도 부족하고 유연성도 부족했다. 단기간에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하기 어렵다고 느꼈다. 자칫 무리해서 시도하다가는 부상으로 이어져 오히려 긴 시간 운동을 못 할 수도 있었다. 지금 내 몸에 맞는 수준의 동작들은 너무 뻔하고 지겹게 느껴졌다. 뭔가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그 동영상을 본 것이다. 


그래서 그 '펑셔널 샌드백'을 찾아보고 마음이 동해서 구입하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가지 이유로 구매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가격이 비쌌다. 예상하긴 했었다. 어느 정도 가격은 이런 류의 운동 기구를 개발한 분들에게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내가 구매 버튼을 누르기 위해 머리 속에서 이런 저런 요소들을 고려하여 계산기를 두드려봤을 때, 선뜻 누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포기하게 만들었던 두 번째 이유는 샌드백의 껍데기만 판매하고, 그 속을 채울 모래는 별도로 구매해서 직접 채워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모래가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다. 그리고 모래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의 링크도 친절하게 안내해주었다. 다만 샌드백 껍데기와 모래를 각자 배송 받아서 집에서 모래를 채워야 한다는 것에 너무 피로감이 느껴졌다. 만약 별도의 작업 공간이 있거나 밖에서 이 작업을 할 수 있다면 또 달랐을 지도 모른다. 우리 집은 좁고, 이 좁은 집에 책이 가득 차있고, 딱 잠 잘 공간을 제외하고 운동기구로 꽉 차있다. 여기서 샌드백에 모래를 채우려고 생각하니 머리가 아팠던 것이다. 암튼 내 포기 결정은 합리적이었다기 보다는 감정적이었다 싶었는데, 막상 그렇게 포기하고 나니, 가격이 비싸보였던 것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그런데 펑셔널 샌드백을 포기하고 나니 그냥 샌드백을 사서 비슷한 방식으로 운동을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펑셔널 샌드백의 장점은 여러가지 운동에 용이하도록 손잡이가 다양하게 부착되어 있단는 점인데, 이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다른 도구들로 대체가 가능하다. 사실 펑셔널 샌드백으로 할 수 있는 대다수의 운동들은 불가리안 백이나 케틀벨 그리고 덤벨로도 할 수 있다. 각각의 동작에서 세부적으로 주동근의 범위와 자극의 강도가 다를 수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너무 무게에 욕심을 부리다가 불가리안 백을 무게를 내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구매했고, 지금은 구매 당시보다 근력이 더 부족해져서 원하는 동작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암튼 그래서 샌드백을 사려고 검색해보다가 갑자기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앱이 유행이라는 걸 떠올렸다. '당근마켓'이란 이름의 앱은 우리 아이들도 애들 엄마를 통해 종종 이용해봤을 정도로 유행이라고 했다. 나도 앱을 깔아놓긴 했지만, 이용해 본 적은 없었는데, 샌드백을 검색해보니, 마침 동네에 몇 개의 물건이 나와있었다. 몇 개는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스탠딩 샌드백이었는데, 샌드백이 아닌 공기를 채워놓은 풍선 같은 것처럼 보였다. 예전에 나도 아이에게 그런 걸 사준 적이 있었다. 스크롤을 내리다 하나를 발견했는데, 문틀에 철봉을 걸듯이 봉을 걸어놓고 거기에 샌드백을 매다는 방식이었다. 샌드백과 봉과 권투 글러브까지 판매한다고 적혀있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했다.


나는 바로 연락을 했고, 판매자는 당장이라도 사러 오라고 했다. 대충 보기에도 제법 무게가 나가 보이길래, 대략 몇 킬로그램인지 물었더니, 재보지는 않았지만 20킬로그램 정도 될 것 같다고 답이 돌아왔다. 판매자가 지정한 위치는 산 중턱에 있는 아파트 단지였다. 우리 집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거리(고질적으로 막히는 도로가 있어서 이를 감안해)였다. 차가 없는 내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그 정도 무게와 부피의 샌드백을 갖고 오는 것이 원활하지 않았다. 또 대중교통이 한 번에 연결되지 않아 적어도 2번 이상을 갈아타야 하고, 환승을 위해 걸어서 이동하는 거리도 만만치 않았다. 물론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할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칠 것이 명백할 것 같아서 망설여졌다.


결국 차를 빌려서 가지러 가야 할 상황이었다. 주위에 차를 빌려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3명 정도 있었는데, 대부분 업무상 여러 번 차를 빌려 썼었고,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자꾸 부탁하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결국 돈을 주고 공유카 서비스를 이용하는 걸로 마음을 먹었다. 주말에 가지러 가기로 약속을 정했는데, 하필 주말에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공유카들이 대부분 이미 예약이 잡혀 있었다. 꽤 거리가 있는 곳에 딱 1대가 남아 있었는데, 전기차였다. 샌드백만 갖고 오는 건 1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런데 그 차는 최저 이용시간이 2시간이었다. 내가 망설이는 동안 누군가 이 차를 예약해버리면 나는 무조건 샌드백을 어깨에 메고 먼 거리를 걸어와야 할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2시간을 예약해서 차를 몰고 샌드백을 가지러 갔다.


거래는 금방 끝났다. 판매자가 정한 시간보다 약 2분 정도 늦게 도착해(차가 막혀서 조금 늦는다고 연락했다.) 판매자와 가볍게 인사하자마자 돈을 건네고 샌드백과 봉과 종이가방(글러브와 봉을 문틀에 결합할 틀 등이 들어있는)을 받아 차에 실었다. 차를 몰고 돌아오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가며 1시간의 대여료를 그냥 날려버리는 것이 아까우니 어디 드라이브라도 다녀올까 생각해봤다. 주말이어서 차량이 많았고 드라이브를 하기엔 또 1시간이란 시간은 너무 부족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것이 한강 공원이었고, 주차장에 잠시 차를 대놓고 쉬다가 돌아오자 싶었다. 그렇게 라디오를 들으며 한강을 향해 차를 몰았다. 생각보다 도로에 차가 많았다. 아주 오랜만에 운전을 해보는 것라 좀 달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강변북로에서 한강 공원으로 가지 않고 그냥 그대로 차를 몰아 자유로로 향했다. 거기서부터는 좀 즉흥적으로 달리다가 시간이 많이 흘러서 반납 시간이 걱정되어 다시 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최근에 새로 뚫린 도로를 달려서 늦지 않게 반납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샌드백을 사자마자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앞 베란다를 향한 문틀에 설치하려고 했는데, 못을 박으려고 했더니 못 대가리의 크기와 틀에 난 구멍의 크기가 맞지 않았다. 맞는 못을 사러 다시 나가야 했는데, 너무 더워서 그냥 포기해버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그 며칠간 나는 처음에 샌드백을 검색했던 의도대로 그 샌드백을 들고 여러가지 동작의 운동을 해봤다. 손잡이가 없어도 충분히 재밌게 운동을 할 수 있었다.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나에게 맞는 운동은 양쪽 어깨에 샌드백을 번갈아가며 올리며 런지를 하는 동작이었다. 어디서 보거나 배운 것이 아니라 그냥 런지를 이렇게 해보면 재밌겠다고 즉흥적으로 떠올라서 한 것인데, 생각보다 운동 효과가 좋았다.


그리고 어제 잡화점에서 못을 사와서 샌드백을 설치했다. 봉을 설치하고, 그 봉에 샌드백을 걸면서 무게 때문에 봉이 떨어지거나 문틀이 파손되거나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었으나, 봉에 매달려보고 내 몸무게를 버틸 정도라는 걸 확인하고 안심했다. 이제 곧바로 권투 글러브를 끼고 샌드백을 쳐봤다. 와! 재밌었다. 더운 날씨에 이미 못을 박고 봉을 설치하고 샌드백을 거는 과정에서 땀을 많이 흘렸는데, 더위와 땀 따위는 잊어버리고 한참을 샌드백을 주먹으로 두들겼다. 그리고는 발차기도 해봤다. 주위에 바벨과 케틀벨과 덤벨들이 어지러이 놓여 있던 걸 조금 치우고, 벽을 차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발차기를 해봤다. 어려서 태권도도 했었고, 고등학교 때는 태권도와 권투와 무에타이를 합친 것 같은 잡종의 운동도 배웠었는데, 그것도 다 옛날 일이라 이젠 발차기 동작이 어색하고 잘 되지는 않았다. 연습이 필요했다. 암튼 힘껏 발차기를 날려서 샌드백에 뻑 하고 맞는 느낌은 정말 좋았다.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샌드백은 봉에 걸려있는 고리에 걸었는데, 그 고리가 봉 사이에서 움직이며 샌드백이 양쪽으로 움직였다. 있는 힘껏 오른발로 발차기를 하면 샌드백에 덜컹 거리며 왼쪽으로 옮겨갔고, 이번에는 왼발로 차면 다시 오른쪽으로 옮겨왔다. 주먹으로 쳐도 마찬가지였다. 왼손 훅을 날리면 오른쪽으로 옮겨왔고, 다시 오른손 훅을 날리면 왼쪽으로 옮겨왔다. 예전에 여러번 반복해서 보곤 했던 영화 [겟썸](원제 never back down)의 주인공이 체육관에서 샌드백을 발로 차서 옆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장면이 떠올랐다.


저녁에 온라인 회의가 있어서 빨리 씻고,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고 접속할 생각이었는데, 지칠때까지 샌드백을 차고 두드리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전화가 울리는 걸 보면서 씻을 시간도 없다는 걸 깨달았고, 간단히 세수만 하고 노트북을 켜고 책상 앞에 앉았다.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상태로 셔츠 하나를 껴입고 회의에 임했다. 하체는 보이지 않으니 하의는 벗고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었다. 2시간 반 가량의 회의를 마치고 바로 씻으려다가 씻기 전에 다시 한 번 샌드백을 두들기고, 철봉에도 매달리고, 불가리안 백도 들어보고서야 씻었다. 그리고 늦은 저녁을 샌드위치로 때웠다.


샌드백 덕분에 다 늙어서 격투가가 된 것 마냥 다시 격투기 연습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계획을 세웠다. 일단 다 굳어 버린 다리를 다시 찢어야 하고, 이젠 다 잊어버린 권투 동작들도 다시 반복 연습해서 익숙해지게 만들어야겠다. 예전에 친구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보여줬던 발차기 동작들을 하려면 아마 연습을 많이 해야 할거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더위에 지쳐 아무 의욕이 없던 일상에 갑자기 새로운 활력이 생겨서 기분이 좋다. 뭔가 즐기고 집중할 일이 생긴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고작 샌드백 하나 구매했을 뿐인데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 맨 처음 생각했던 펑셔널 샌드백을 샀으면 지금처럼 걸어서 두드리고 찰 수 없었을테니, 지금과는 또 완전 다른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건 그것대로 새로운 운동들을 할 수 있어서 나름의 활력이 되었겠지만, 지금처럼 격투기를 다시 연습해 볼 마음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역시 삶은 에측할 수 없는 것이다.


폭염과 강의


어제 아침에는 에너지자립마을에 강의를 하러 갔다. 하필 아침부터 엄청 더운 날이라 땀을 뻘뻘 흘리며 찾아갔다. 거의 1년 전인 작년 7월 초에도 강의를 했었다. 작년에도 올해도 에너지 강의 기획과 진행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1개의 강의를 하는 걸로 끝났는데, 올해는 3개의 강의를 기획해줬고, 그 중 2개를 내가 맡고, 마지막 강의에 주택 단열 분야 전문가를 섭외했다. 강의 준비를 하면서 작년에 강의를 들었던 분들이 또 들을테니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준비했다. 특히 코로나19 국면에서 감염병과 기후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들을 넣었고, 미국과 캐나다의 폭염 이야기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들을 정리했다. 


사실 갑자기 확진자가 늘면서 사회적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하는 등의 분위기 때문에 강의가 연기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강의실에는 간격을 벌려 최소한의 인원만 수용하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연결해 강의를 하기로 했다고 전달받았다. 아침에 일찍 도착해서 보니 책상 사이 간격을 벌려 6개의 자리를 만들어 놓았더라. 그리고 사전에 신청 받은 사람들만 참석했다.


더운 날 폭염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니 듣는 주민들의 공감도 무척 컸다. 내 예상처럼 작년에 강의를 들었던 분들이 계셨고, 그 중 한 분이 작년하고 다른 내용으로, 그것도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줘서 너무 좋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말씀을 들으며 그걸 준비하느라 잠 못자고 책상 앞에 앉아 있었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래도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그리고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한 여성 분이 말을 걸었다. 강의실 맨 앞에 앉아서 제일 집중해서 듣던 분이었다. 강의 막판에 후쿠시마 핵 사고 이야기를 하면서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다뤘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죄스러웠다고 하셨다. 자신이 일본에서 왔다는 말씀은 뒤에 덧붙였다. 아! 일본에서 오신 이주 여성이셨구나. 일본이 급하게 법을 바꿔 방사선 측정 결과를 온라인에 올리지 못하게 한 부분을 비판하면서 과거 소련과 우리나라의 독재자와 비교하기까지 했는데, 그 분 말씀을 듣는 순간 그 발언이 너무 과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점심 시간에 강의를 마쳤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주최측과 같이 식사라도 하면서 다음 강의 이야기나 새로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 이야기도 했을 텐데, 그럴 수 없어서 땡볕에 길을 나섰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내 강의를 들은 분들은 정말 공감을 안 할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1년


소제목을 써 놓고 나니 브라운아이즈의 노래가 떠오른다. 이 노래가 티비에서 자주 나왔을 무렵 나는 사귀던 여성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던 중이었다. 살면서 그렇게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여성은 이 사람이 유일했는데, 그때의 복잡한 심경에 이 노래 가사가 많이 인상적이서 자주 따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아, 노래 얘기를 하려던 건 아니었고, 이제 몇 십분만 지나면, 아니 이 글을 다 두드려서 등록하기 버튼을 누르면 아마도 날짜가 바뀌어 있을테니, 이 글이 등록되는 시점은 내가 교통사고를 당한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정말 벌써 라는 단어가 너무 공감이 될 정도로 시간이 살같이 흘렀다. 병실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몸을 움직이지 못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누군가 다가와 빨대를 물려주어 목을 축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던 그 시간들이 바로 엊그제 있었던 일 같은데 말이다.


지난 1년이 내 삶에서 가장 변화가 많았던 시기였다. 죽을 뻔 했다가 살았다는 의사의 말처럼 그만큼의 극적인 상황이 지나갔으니, 변화가 없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과거와 달리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보고, 좀 더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냈고, 앞으로도 지금까지와는 달리 나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위해 남은 시간을 보내려고 마음 먹었다.


젊은 시절부터 머리칼을 길러보고 싶었던 걸, 시도할 때마다 머리가 자라는 특정한 시기(소위 말해 거지 시기라 불리는)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짧게 자르기를 반복했었는데, 이번에는 지난 1년간 한번도 머리칼을 자르지 않고 길렀다. 요며칠 날씨가 너무 더워서 머리칼이 목을 덮고 있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지긴 하는데, 머리를 묶고 있으면 또 괜찮으니 아직 후회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언제까지 기를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이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 것 같다.


수염도 그렇다. 나는 환경단체 활동가였기에 주위에 종종 수염을 기른 중년의 남성 활동가들이 있었다. 나도 가끔 수염을 기른 채 지내기도 했는데, 수염을 일정한 길이로 다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깎아버리곤 했다. 이번에는 사고 이후 휴직 기간동안 수염을 기르기 시작해서 이렇게 저렇게 내 얼굴에 어울리는 형태로 수염을 다듬어 볼 시간 여유가 충분했다. 그리고 일터에 복귀하고 나서 초기에 "산적 같다."고 거부감을 나타내곤 했던 여러 사람들도 이젠 이 얼굴에 익숙해졌는지 별 말을 하지 않거나, 잘 어울린다고 태도를 바꾸기도 했다. 물론 내 직속상관은 여전히 불편해하는 눈치인데, 최근에는 "도인 같다." 고 말하는 걸로 역시 태도를 바꾸기는 했다.


머리칼을 기르는 것과 수염을 기르는 것은 마침 일을 쉬는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해보겠어 라는 생각이 있어서 감행한 것이었다. 앞으로 남은 평생 이럴 기회는 다시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일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일이 많을 때는 내 몸보다 일이 우선이라 40시간 이상씩 잠 안 자고 일을 하기도 했었고, 일이 마무리가 안되면 다른 어떤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스스로 견디질 못하는 편이었는데, 그런 강박적인 생각도 오래 일을 쉬면서 사라졌다. 이젠 일이 잘되면 잘되는대로, 잘 안 풀리면 또 그런 상황에 맞게 시간 계획을 조절하면서 일을 하고, 그래도 생각대로 일이 안 된 것에 대해서는 예전처럼 자책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전적인 요인과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가 심했다. 10년 전 사진과 지금 사진을 보면 다른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외모가 많이 변했다. 아니 늙어 버렸다. 주위에서 자주 탈모약을 먹어 보라고 권할 때마다 어차피 집안 어른들의 머리 스타일을 보아 나도 피할 수 없는 길일텐데, 뭐하러 약 까지 먹어야 하나 생각하며, 그냥 생긴대로 살다 죽겠지 여겼었다. 그런데 이제는 탈모약을 꼬박꼬박 먹는 내 모습을 본다. 확실히 예전과 달라졌다는 증거다. 다만 처방전을 써준 의사도 약은 남성 호르몬을 막아주는 역할만 할 뿐, 주 원인인 스트레스는 본인이 알아서 잘 해결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약 한 달쯤 전부터 그러니까 사고 11개월째부터 얼굴에 신경쪽 통증이 심해졌다. 통증은 간헐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며, 가끔 아주 심해졌다가 조금 약해지기를 반복했다. 다친 상처 부위 주위로는 신경이 끊어져서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었다. 만지면 남의 살처럼 느껴지는 그 기분은 정말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가장자리부터 일부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만져보면 내 살을 누르고 있구나 느껴지는 것이다. 이 당연한 현상이 내게는 너무 큰 사건처럼 느껴졌다. 이제 조금씩 감각이 돌아오는구나. 앞으로 평생 감각 없이 남의 살인 것처럼 살아야 할 줄 알았는데. 


작년 여름은 병실에서 보내느라 휴가를 즐기지 못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마찬가지로 휴가를 즐기기는 틀린 것 같다. 아이들과 어디 놀러 갈까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4차 대유행이 번지고 있다는데, 겁나서 어디 나가질 못하겠다. 올림픽을 강행한다는 일본의 상황도 우려스럽고, 백신 접종률이 높고, 사망률이 낮다는 이유로 방역조치를 전면 철폐하겠다는 영국의 상황도 걱정이 된다. 과연 우리는 이 유례없는 시기를 잘 이겨나갈 수 있을까? 우리가 역사책에서 흑사병 창궐 부분을 몇 개의 문장으로 배웠듯이, 이후 세대들은 역사 책에서 이 시기를 배울까? 요즘은 영상이 남아있으니 이후에는 영상자료로 역사를 배울 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지금의 인류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코로나도 기후 위기도 모두 인류가 지혜를 모아 잘 극복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을 겪고 있을 많은 분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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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7-17 00: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오랜만에 남기시는 글이 희망과 위로의 내용이라 너무 좋네요~ 긴 터널을 지나오셔서 이젠 샌드백도 맘껏 치시게 되었다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더 좋아질거고~ 좋은 일만 많으실 거예요~^^

감은빛 2021-07-20 09:40   좋아요 1 | URL
툐툐님.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이렇게 반겨주셔서 무척 고맙습니다!
늘 마음 써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것도 감사합니다!
샌드백이 생각보다 훨씬 더 스트레스 해소에 좋더라구요.
왜 진작 저걸 살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들더라구요.
물론 이것도 한 때일거예요.
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시들해지겠지요.
처음 실내철봉을 샀던 때에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매달려 놀았으니까요. ㅎㅎ

samadhi(眞我) 2021-07-17 01: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이 긴 글을 쓰고 다듬느라 얼마나 오래 걸렸을지. 점점 회복되고 강건해(?)지기까지 하신다니 다행이네요. 무엇보다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하게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10여 년 전에 복싱을 배웠는데 정말 재밌더라구요. 그 역동성, 땀이 뚝뚝 떨어지고 끊임없이 가볍게 뛰면서 원투원투... 그 재미난 걸 한 달 밖에 못 배우고 말았지만요. 동양챔피언 출신 관장이 치근덕대서 ㅠㅠ
지금은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 늘 마음만 복싱 생각 합니다. 가장 재밌었던 운동이에요. 남편 때문에 알게 된 아웃복서, 토머스 헌즈에게 반했죠.

몸도 마음도 더 튼튼해지고 자신을 더 아끼는 나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참, 잘 아시겠지만 노푸가 머리카락에 좋습니다. 이미 하고 계신지도 모르겠지만요. 노푸는 환경에도 좋고요. 저는 천연비누 하나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씻은지 5년 넘었네요. 제가 그리 하다보니 남편도 2년 전부터(우리 남편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을 때 제가 길들였죠. 제가 머리를 감겨줘야 하니 제 뜻에 따라야 했던 거지요^^) 노푸했어요. 다만 지독한 곱슬이라 린스는 꼭 써야겠대서 그건 봐주고 있어요. 처음 비누로 머리 감으면 뻑뻑함을 견디기 힘들지만 곧 익숙해집니다.

감은빛 2021-07-20 09:48   좋아요 2 | URL
진아님. 이렇게 긴 댓글로 응원해주시고, 노하우도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일단 저도 샴푸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환경운동가의 삶을 시작했던 20년 전부터 어떻게하면 샴푸를 쓰지 않을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실천해왔어요. 다양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식초나 EM발효액을 이용한 시간이 무척 길었습니다만,
냄새와 번거로움 때문에 불편했죠.
저도 천연비누를 한동안 이용했는데,
그건 머리결이 너무 뻣뻣해져서 좋지 않았어요.

결국 제가 선택한 방법은 아무것도 안 쓰고 그냥 물로만 감는 거예요.
대신 오랫동안 꼼꼼하게 잘 헹궈야 하고, 매일 머리를 감아줘야 해요.
좀 게을러져서 하루나 이틀 정도 머리 감기를 미뤘다간,
그냥 물로만 감아서는 잘 해결이 안 되더라구요.
그땐 다시 식초나 비누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저는 세탁세제도 거의 안 쓰고 세탁볼 여러개를 활용하고,
조금 때가 탄 옷은 미리 빨래비누로 지워서 세탁기에 넣어요.
당연히 주방세제도 거의 안 씁니다.
예전에 부지런했던 시절에는 쌀뜨물을 주로 이용했고,
요즘은 EM발효액과 생협에서 판매하는 고체 세제를 조금씩 이용합니다.
기름기가 없는 그릇들은 그냥 물로만 씻어도 깨끗해져요.

감은빛 2021-07-20 09:51   좋아요 2 | URL
음 쓰다보니 이거 무슨 환경을 위한 실천 간증대회처럼 되어 버렸네요. 죄송해요!

권투를 재밌게 배우셨는데, 그 놈의 나쁜 관장 때문에 그만두게 된 사연을
읽으니 너무 속상하네요.
집에서 거울 보시면서 쉐도우 복싱 연습도 하시고,
만약 공간이 허락한다면 저처럼 샌드백을 들여놓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어디 체육관에 가서 운동하는 것도 불안하잖아요.
필요한 스킬은 동영상으로 배우고, 혼자 운동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samadhi(眞我) 2021-07-20 09:55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 저는 감은빛님처럼 하지는 못해요. 사실 물로만 감는게 진짜 노푸인줄 알지만. (아는 선배도 그렇게 하더라구요.) 근데 그렇게까지 할 자신이 없어서. 냄새날까봐요.

권투는 ㅠㅠ 무릎 때문에 하지 못합니다. 걷는 것보다 달리기가 더 좋은데도 가볍게 뛰는 것조차 할 수 없어서요. 대학 때 춘 탈춤 때문에 ㅠㅠ 무릎이 나빠져서. 사실 요가도 무리라서 줌수업만 겨우 하고 있어요.

붕붕툐툐 2021-07-20 17:23   좋아요 1 | URL
우와~ 여기서 노푸족 친구들(?)을 만나니 너무 반가워요~ 저도 물로만 감는데, 말리는데 훨씬 에너지가 많이 들긴 하지만 만족합니다!ㅎㅎ

samadhi(眞我) 2021-07-20 17:24   좋아요 1 | URL
노푸계 들어야겠네요. ㅎㅎㅎ

감은빛 2021-07-28 17:45   좋아요 2 | URL
와! 툐툐님도 물로만 감으시는군요!
제 주위에 샴푸 안 쓰는 여성들이 몇 있지만,
그들도 그냥 물로만 감는 건 안 된다고 하던데.

진아님. 정말 우리 노푸 모임 하나 만들까요? ㅎㅎ

붕붕툐툐 2021-07-28 17:51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내고 있답니다! 하하핫!!

희선 2021-07-22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해 사고가 나고 한해가 지났군요 길면서도 짧은 한해 같은 느낌이 듭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아주 안 갔겠습니다 한해가 흘러서 다행이기도 합니다 그 시간을 지나와서 지금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하고 싶은 운동도 하시게 됐네요 어릴 때부터 갖고 싶어하던 샌드백도 갖게 되셨군요 운동하시는 게 즐거워 보입니다

지난주보다 이번주가 더 덥네요 감은빛 님 더위 조심하시고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감은빛 2021-07-28 17:47   좋아요 1 | URL
희선님. 안녕하세요.
올해 더위는 참 견디기 힘드네요.
물론 2018년 더위도 견디기 힘들긴 했는데,
그땐 코로나가 없었죠.
저녁 늦게까지 지인들과 시원한 생맥주 마시며
놀다 들어갔기 때문에
더위도 열대야도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사람들도 못 만나고
에어컨도 없는 집에만 박혀 있으려니 정말 힘드네요. ㅠㅠ

희선님께서도 건강 잘 챙기세요!
 

무언가 끄적이는 일


4월부터 점점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일의 종류가 많아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가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자꾸만 하나에 빠져들고 그렇게 잠시 방심하다보면 어딘가에서 구멍이 생길 상황이 벌어진다. 간신히 구멍이 나기 전에 수습하고 나면 또 다른 영역에서 급한 상황이 벌어지고, 급한 불을 끄고 나면 또 다른 영역에서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다보니 쉬 피곤해지고, 피곤하다보니 일 외에 다른 영역은 나 몰라라 하게 되어 버렸다. 그나마 운동 만은 잊지 않고 하려고 노력 중이다. 제대로 내가 원하는 만큼 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떻게든, 아주 간단히라도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한동안 먹는 양이 확 줄어서 운동량이 부족해도 배가 나오지는 않았는데, 최근에는 스트레스 덕분에 먹는 양이 점점 늘어서 조금씩 배가 나올 조짐이 보인다. 먹는 양을 다시 줄이거나, 운동량을 늘려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그냥 포기해버린다. 오늘 하루 정도야 생각했던 것이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되고, 그러다 금방 일주일이 되어버리곤 한다.


거울을 볼 때마다 왜소해진 내 몸이 너무 초라해보여 이제라도 운동을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곤 하지만, 바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면 씻지도 않고 그냥 뻗어버리고 싶은 마음 뿐이다. 오늘은 특히 일이 잘 풀리지 않았고, 내 잘못도 아닌데, 오해로 인해 누군가에게 한 소리 듣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내 업무와 관계없는 부분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그걸 대체 왜 나한테 말하는 거지? 내 잘못이 아닌데, 애초에 제대로 된 자료를 줬으면 당연히 그에 맞춰 결과물을 전달했을텐데, 왜 자꾸 그게 내 탓인 것처럼 받아들이지? 오해를 풀어보려해도 쉽지 않고, 내가 듣지 않아도 될 말이라고 지적하고 싶어도 쉽지 않다. 에이 진짜!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 모르겠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폭발할 지경인 날엔 미친듯이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당장 내일까지 넘겨야 할 자료를 만드느라 자정이 넘을 때까지 야근이나 하고 앉아 있어야 하는 내 처지가 서글프다. 이제 퇴근해야지. 일단 집까지 걸어가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미친듯이 운동을 하고,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씻고 뻗어서 자야겠다.


아침부터 자정 너머까지 쉴 틈없이 일에 시달린 후, 어떻게든 자료를 마무리했으면 빨리 집에가서 쉬면 좋으련만, 굳이 알라딘에 들어와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는 이유는 뭘까? 그냥 이렇게 뭔가를 끄적이면, 아니 두드리면 조금은 마음이 풀어진달까. 일종의 감정의 찌꺼기를 벗어던지는 것처럼 조금은 스트레스를 놓아버린 느낌이 든다.


이렇게 글을 두드릴 알라딘 서재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이, 더 늦기 전에 집에 가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고, 또 내일은 내일의 스트레스가 오겠지. 오늘의 스트레스는 이 글과 함께 사라져 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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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6-03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일에 치이고 스트레서 만땅일 때 그걸 어딘가에 주절주절 풀기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속에 다 쌓여서 스트레스가 되는듯해요. 어제의 스트레스는 이 글로 다 날려보내시고 오늘 일이 좀 줄어들고, 술술 좀 풀리기도 하고 하는 하루 되세요. 저녁에 운동까지 완벽한 하루를 기원합니다. 힘내세요. ^^

감은빛 2021-06-17 18:43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공감해주셔서 무척 고맙습니다!
엊그제 병원에 다녀왔는데,
의사 선생님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근데 이 스트레스라는게 내가 주의한다고 받지 않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말처럼 쉽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ㅠㅠ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

북극곰 2021-06-03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렇게라도 쏟아내면 그래도 숨이라도 쉬게 되는 것 같아요. 내 맘 같지 않게, 내 잘못도 아닌데 싶은 일들로 기분이 상하는 일이 생기면 더 축 처지게 되죠. 늘 일복이 많으신 감은빛 님. 회사에서는 꼭 일 잘하는 사람들한테만 일을 몰리더라고요. ㅠㅠ 못 하는 사람 혹은 성질 드러운 사람들은 그냥 피해가죠들.

오늘은 조금 수월한 하루를 보내시기를.

감은빛 2021-06-17 18:46   좋아요 0 | URL
네, 북극곰님.
정말 그래요. 이렇게라도 풀어놓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공감해주시고, 따뜻한 말씀 남겨주셔서 무척 고맙습니다!

카스피 2021-06-04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에 치이면서도 운동을 꾸준히 하신다는 것이 무척 대단하시네요.전 별로 일도 없는데 운동을 늘 하겠다고 맘을 먹어도 항상 뺴먹게 되더군요ㅜ.ㅜ

감은빛 2021-06-17 18:48   좋아요 0 | URL
저도 조금 방심하면 자꾸 빼먹어요.
몸이 힘들고 피곤하면 쉬고, 귀찮아서 쉬고, 바쁘다고 쉬고 그러죠. ㅎㅎ
이 핑계, 저 핑계 대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흘러가버리구요.
그래서 가능하면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더 몸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고맙습니다! 카스피님.

희선 2021-06-09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을 많이 해도 운동만이라도 하려고 한다니 대단하십니다 몸을 움직이면 스트레스가 조금 줄어들겠지요 이렇게 여기에 글을 쓰는 것도... 이렇게 쓰시고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아지셨기를 바랍니다


희선

감은빛 2021-06-17 18:50   좋아요 0 | URL
사실 제일 스트레스를 덜 받는 일이
몸을 움직여서 하는 일인 것 같아요.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기획안 쓰고, 보고서 쓰고, 회의록 쓰고,
이 문서, 저 문서, 문서, 문서, 문서
이러다 보니 자꾸만 스트레스가 쌓이네요.

고맙습니다! 희선님.
 

어느 생활 광고


5월 18일자 한겨레 신문에 실린 작은 생활광고 하나가 온갖 SNS에 떠돌아다니고 있다. 1980년 5월 17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전국대학 총학생회장단 회의에 참석했다가 난입한 공수부대의 체포를 피해 어느 건물 지하 보일러실에 숨어 지독한 공포에 시달리다 18일 자정에 천운으로 함께 탈출한 한 남자를 찾는다는 광고다. 그 날로부터 41년이 지난 지금 60대 중반의 중노인이 되었다는 광고주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그 남자의 안부를 묻고 찾는다고 했다. 단 신촌역 앞 광장에서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를 단서로 내걸었다. 광고주가 그 남자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라고 했다.


광고를 읽는 순간, 왜 많은 이들이 이 광고를 공유하면서 두 분이 꼭 만나기를 바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더 늙기 전에 혹은 죽기 전에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연락이 닿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지만, 연락처를 알 수 없는, 심지어 저 광고에서처럼 아무런 정보도 없이 다만공수부대에 쫓겨 몇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사실과 헤어질 때 어디로 갔다는 방향 밖에 단서가 없는 경우라면, 그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광고주는 신문에 생활광고를 냈다. 신문을 읽지 않는 시대에 그 작은 생활광고를 당사자가 읽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나 역시 사연의 두 사람이 41년 만에 다시 연락이 닿아 긴 세월의 여운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라고 바라지만, 한편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그 남자는 이 글을 읽고 연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헤어진 순간 자신이 어느 방향을 향해 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면 어떨까? 혹은 자신이 이동한 방향을 설명하고 연락을 했는데, 설명을 잘 못해서 광고주가 이해하지 못 했거나, 그 남자의 기억과 광고주의 기억이 다르다면 어떨까? 이런 엉뚱한 생각이 드는 이유는 그 만큼 이 두 분이 실제로 만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도 죽기 전에 다시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몇 있다. 이제는 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사람, 얼굴이 가물가물한 사람, 그래도 사진이 남아있어서 뒤져보면 얼굴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 흐릿한 오래전의 상황만 기억날 뿐 다른 정보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 사람 등 그 몇 사람에 대한 내 기억은 제각각이다. 어쨌거나 공통점은 현재 연락할 수단이 없다는 것. 어떤 경로로든 연락이 닿을 확률이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물론 모를 일이다. 어쩌다 우연히 마주칠 일이 있을지도. 어쩌면 우연히 마주쳐도 서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릴지도.


한편 누군가의 SNS 를 통해 이런 소식도 접했다. 어느 날 문득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던 어느 친구가 궁금해져서 전화를 걸었는데, 잘못된 전화번호라는 안내가 나왔다고 했다. 그는 다시 그 친구의 아내 연락처를 검색해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그 아내가 전한 소식은 충격이었다. 이미 여러해 전에 그 친구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전화 연락을 시도했던 이는 자신이 그 친구와 그렇게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 받지 않았음을 깨달았고, 친구의 부고 조차 모른채 긴 시간을 지냈다는 생각에 무척 놀랐다고 했다. 아마 슬픔은 그보다 조금 뒤늦게 찾아왔으리라.


어쩌면 저 위에 소개한 광고주가 찾는 남자가 살아남아 광고주처럼 중노인이 되어있지 않을 수도 있다. 매일 쏟아지는 온갖 사고에 대한 소식들을 생각하면 더욱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학창시절 친구들을 포함해 인연을 맺어온 많은 사람들 모두와 계속 연락을 주고 받으며 친분을 이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살면서 인연을 맺어왔던 수많은 사람들 중에 현재 자주 연락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현재 나와 자주 교류하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는 그래도 적은 편은 아니더라. 어쩌면 나 역시 한때 나와 친했던 누군가의 부고 소식도 모른채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작년 여름에 나는 그 부고의 주인공이 될 뻔 했다가 천만다행으로 살았다.


앞서 소개한 광고주처럼 60대 중반의 중노인이 되었음에도 아직도 국민학교 친구들과 교류하며 친하게 지내는 선배가 한 분 계시다. 남성 몇 명, 여성 몇 명이 일상을 교류하는 톡방이 있고, 자주 만난다고 한다. 심지어 고향 부산이 아닌 이 낯선 서울 땅에서. 나는 어느 날 홀로 서울로 떠나온 후로 고향 부산에서 맺어왔던 대부분의 인간관계들이 단절되었다. 국민학교는 물론이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조차 대부분 연락이 끊겼다. 서울 생활 초기에는 그래도 가끔 연락하고 어쩌다 부산에 내려가면 만나기도 했던 것 같다. 서울에서 지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그런 인연들조차 하나 둘 끊어졌던 것이다. 사실 찾아보면 대학시절 선후배나 친구들 중 서울과 경기도에 사는 이들이 제법 있을 것이다. 어쩌면 찾아보면 만날 수도 있겠지만, 찾아보지 않는다는 건 바쁜 일상에 쫓겨 그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기 때문일 것이고, 그만큼 절실하게 만나고픈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는 얘기일 것이다.


며칠 전에 대학 동기 한 명과 그 동기의 막내동생을 함께 만났다. 그 친구는 내가 긴 타지 생활하면서 꾸준히 연락하고 지낸 몇 안되는 고향 사람 중 한 명이고, 그 동생 역시 종종 함께 만나고 소식을 주고 받는 사이였다. 오랜만에 만나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차를 마시며 한참동안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각자의 일 이야기, 가족 이야기, 최근 관심사 이야기 등등 끊임없이 수다가 이어졌다. 그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잊지 않고 서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가!  


인터뷰 기사


지난 4월에 어느 인터넷 매체 기자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그 기자와는 오래전에 어떤 인연으로 만났었지만, 이후 각자의 삶에 바빠 잊고 지냈었다. 아주 우연히 다시 만난 그를 나는 쉽게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는 나를 알아보았다. 잠시 안부를 나누다가 옆에 있던 누군가가 그 기자에게 내 인터뷰 기사를 쓰라고 권했다. 알고보니 그 기자는 활동가 인터뷰를 연재하고 있었다. 유명한 활동가가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활동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활동가들. 그런 컨셉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해 흔쾌히 수락했다. 내 입장에선 그런 인터뷰 요청이 왔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기도 하다.


사실 활동가의 삶을 살면서 인터뷰를 제법 많이 했다. 대부분 어떤 사건 혹은 이슈에 대한 인터뷰였다. 나는 활동가로서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고, 조리있게 말을 잘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우리 단체에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내가 맡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주로 인터넷 매체의 기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영상 매체의 인터뷰도 있었다. 심지어 몇 해전에는 누구나 제목을 알만한 공중파의 유명한 프로그램에서도 인터뷰 영상을 찍었었다. 당시 그 프로그램 작가의 연락을 받고 내가 많은 내용을 조언해주고, 함께 내용을 채워줄 여러 사람들을 섭외해주고, 촬영 당일 하루종일 서너곳의 장소를 이동하면서 안내하고 연결해주느라 애를 많이 썼다. 그런데 나중에 방송을 보니 내 인터뷰는 통째로 편집되어 단 한 장면도 사용되지 않았다. 그게 1시간 반짜리 방송이었던가? 내가 나오는 장면은 아주 짧게 한 장면. 그것도 한쪽 구석에 잠깐 나타났다가 곧 사라지기 때문에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들 외에는 알아볼 수도 없는 정도였다. 방송 한참 전부터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하루종일 촬영을 돕고 함께 했던 입장에서 서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인터뷰는 지금까지 했던 사건이나 이슈 중심의 인터뷰와는 달랐다. 오로지 활동가로서 내 삶에 촛점을 맞춘 인터뷰였다. 질문에 답하면서 나로서도 20년 가량의 활동가 경력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기자는 나중에 좀 당황했다. 내가 계속 쉴새없이 말하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갔기 때문이다. 하나를 질문하면 열을 답한다고 해야하나. 내 답변이 자연스럽게 계속 이어져서 중간에 끊고 다른 질문을 던질수도 없었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그만큼 떠들었음에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는데, 과연 이걸 어떻게 정리해서 기사로 만들어낼 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예전에 잡지사에 있을 때 인터뷰 기사를 써봤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할 때는 즐거워도, 기사를 쓰려고 자판을 두드리려고 하면 머리가 얼마나 아픈지 모른다. 차라리 시를 쓰거나 소설을 쓰는 일이 쉬웠을 것이다. 당시 내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글이 인터뷰 글이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 그 기자가 기사 초안을 공유해왔다. 와! 읽으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 방대한 이야기를 정말 잘 간추려서 정리했다. 역시 인터뷰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자였던 것이다. 내 걱정과 우려처럼 그 역시 내용이 너무 많아서 쳐내느라 어려웠다고 말했다. 기사 초안에 대해 사실관계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한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인터뷰 기사가 등록되었다. 기자는 내게 널리 퍼뜨려달라고 기사의 주소를 보내왔다. 기사를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 그 기자가 찍은 내 사진이 너무 이상하게 나왔던 것이다. 물론 내 얼굴은 어떻게 찍어도 이상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진이 이상하게 나온 일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진이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왜곡되어 있다고 느껴졌다. 일단 각도가 이상했다. 너무 얼굴을 중심으로 찍었는데, 몸은 작게 나와서 얼굴만 큰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는 얼굴이 작은 편이라 이런 각도, 이런 구도의 사진은 처음이라 놀란 것이다. 또 너무 비쩍 말라 뼈 밖에 없는 사람처럼 나왔다. 수염 때문에 더 그렇게 보였다. 기사에는 총 3장의 사진이 실렸는데, 맨 위의 사진 하나만 그 기자가 찍은 것이고, 나머지 2개는 내가 보내준 예전 활동 사진들이었다. 나는 그에게 대략 십여장의 사진을 보내줬다. 환경운동을 시작했던 초기부터 최근 모습까지 다양하게 맞춰서 보내줬다.


그 기자의 요청과 달리 나는 인터뷰 기사를 친한 사람들에게조차 말하지 않고 그냥 지낼 생각이었다. 사진이 이상하게 나왔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 내가 스스로 그 기사를 누군가에게 읽으라고 권한다는 것이 너무 민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사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아는 누군가가 내가 속해있는 단톡방에 그 기사 링크를 공유했다. 단톡방에 비쩍 말라 뼈 밖에 없어 보이는, 그러면서도 얼굴만 크게 나온 내 사진이 떴다. 기사 링크를 걸어도 사진이 자동으로 뜨는 톡방의 시스템 때문인 것 같았다. 아! 나는 그 사진이 너무 싫었고, 그 많은 사람들이 속해있는 단톡방에 내 기사가 공유된 사실이 너무 민망했다. 그 다음은 연쇄반응이었다. 그들 중 누군가는 그 기사를 다른 곳으로 퍼날랐다. 누군가 자서전을 읽는 느낌이었다고 잘 읽었다고 훈훈한 감상을 남겨주셨지만, 나는 너무 민망해서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었다. 그냥 모르는 척 아무 반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후로 기사를 읽은 몇몇 분들이 밥을 사주겠다고 연락해왔다. 그 사진을 보면 막 빨리 밥을 사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한번은 이사님 한 분이 내게 밥을 사준다고 나갔는데, 오리 백숙을 시켜주시고, 본인은 조금만 드시고는 나머지는 다 먹으라고 했다. 잘 먹어야 한다는 잔소리도 함께였다. 나는 매일 원하는 대로 충분히 잘 먹고 있다. 나를 아는 이들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나만큼 많이 먹고 잘 먹는 사람도 드물거라고 자신한다. 그런데 이 왜곡을 어찌한단 말인가! 이 기사가 나간 후로 여기저기서 잘 얻어먹고 다닌 덕분에 한동안 걱정없이 살았던 뱃살이 다시 나올 지경이다.


고생해서 기사를 써주신 기자님께는 미안한 얘기지만, 그 기사가 더이상 퍼지지 않기를 바란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르는 이유


몇 해전부터 시간이 빨리 간다는 푸념을 자주 한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내 주위 40대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그러더라. 벌써 하루가 다 갔네. 벌써 일주일이 다 갔네. 벌써 한 달이 다 갔네. 마치 겨우 한 마디 말했을 뿐인데 한 달이 다 지나가버린 느낌이다.


어쩌다 우연히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그 이유를 설명하는 영상을 보았다. 이게 과학적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사람은 어릴 때 뇌의 신경세포가 정보를 매우 빨리 처리한단다. 신경세포가 빠르다는 말은 아주 짧은 순간까지도 인지한다는 뜻이고 그래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반면 나이가 들수록 뇌 세포의 처리속도는 느려지고 그래서 인지하는 순간이 적어지고, 그래서 듬성듬성 세상을 느끼기 때문에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했다.


아! 이럴수가! 그냥 기분 탓이려니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우리 뇌가 그렇게 된다는 얘기를 듣고 절망했다. 앞으로 더욱 빨라지겠구나. 나이가 들면서 노안이 오고, 별 이유없이 관절이 자꾸 아프고, 점점 흰머리가 늘고, 또 점점 머리 숱이 적어지며, 열심히 운동해도 별로 효과가 없어지는 것 등등 서럽다고 느껴지는 일들이 자꾸만 생기는데, 그 와중에 뇌 세포마저도 활동이 느려져서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라니!


김대식 교수는 대신 우리처럼 나이 든 사람들도 젊을때처럼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방법 2가지를 알려줬다. 하나는 커피를 마시는 것인데, 이는 겨우 5분 지속된다고 했다. 효과가 너무 짧기도 하지만, 나 처럼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용없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집중하면 시간이 느리게 가는데, 그것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고 했다. 당연하겠지만, 하루종일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길어도 한 두시간이겠지. 


김대식 교수 말로는 인간의 뇌는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그것을 자꾸 지운다고 했다. 그래서 아주 평범한 일상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거라고. 자꾸만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집중하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나중에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가 뇌는 인지적 구두쇠라고 반복되는 정보나 변화가 없는 정보 등은 인지하지 않는다고 한 말과 통한다. 결국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사람은 변화가 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고, 매너지즘에 빠진 사람일 확률이 높다. 바로 내가 그렇다는 얘기다.


이제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푸념을 그만둬야겠다. 대신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던가, 별 것 아닌 일에도 집중해본다던가 하면서 반복된는 일상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보려고 시도해야겠다. 나중에 이 시기를 떠올렸을 때, 코로나, 집콕 외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여기서 김경일 교수와 김대식 교수의 글과 영상을 보면서 하나 떠올린 것이 있다. 예전부터 내가 난치병이라고 불렀던, 유난히 사람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현상 역시 나의 뇌가 다른 사람의 얼굴에 집중을 안 하거나 혹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20년 이상 고민했던 문제였는데, 어느 정도 답을 찾은 것 같다. 


최근에 읽은 몇 권의 책 이야기를 쓰려고 알라딘에 들어왔건만, 다른 이야기만 길게 두드려 놓고 나가게 되었다. 518 이야기, 이상 기후 현상 이야기, 산림청의 미친 벌목 이야기, 5월에 있었던 다양한 일상 이야기 등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두드릴 시간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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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5-20 2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사 링크가 있을까 없을까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없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ㅋㅋㅋㅋ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쏟아낼 이야기 거리가 저에겐 없는데 감은빛님 열심히 살아오신 것 같아요~ 다양한 이야기 읽을 시간이 충분한데, 감은빛님 두드리실 시간이 부족하신게 아쉽네요!ㅎㅎ

감은빛 2021-05-21 15:21   좋아요 1 | URL
아이고! 툐툐님을 아쉽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인터뷰 기사를 공유할 생각이 없어요.
부디 양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평소에는 말이 없는 경상도 남자인데요.
일과 관련해서는 아주 말이 많아지고 또 빨라지는 편이에요.
제가 특별히 열심히 살아서라기 보다는 그냥 그런 사람인것 같아요.
저는 툐툐님의 이야기가 많이 궁금해요.
언젠가 툐툐님의 수다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ㅎㅎ

scott 2021-05-20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툐툐님 말씀에 동감합니다
감은빛님은 우리 사회 곳곳에 빛처럼 살아 오신분이 아닐까,,,,ㅎㅎㅎㅎ

인터뷰 기사 궁금한 1인 ^ㅅ^

감은빛 2021-05-21 15:23   좋아요 1 | URL
아유! Scott 님. 아닙니다.
그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평범한 한 사람일 뿐입니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인터뷰를 여기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좀 복잡해서 설명드리기가 어렵네요.
부디 양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바람돌이 2021-05-21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우 사진만 아니었으면 감은빛님 인터뷰 기사를 볼 수 있었을 텐데.... 글 잘쓰는 그 기자님은 왜 사진은 못찍어서리 말이죠. ㅎㅎ
나이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가 결국 나의 인지능력의 쇠퇴때문이라니, 쬐끔 슬프네요.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그 많은 걸 다 기억해 뭐할까 싶기도 하니 역시 시간이 흐르는대로 그에 맞춰 사는거지 싶기도 하구요. ^^

감은빛 2021-05-21 15:26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꼭 사진 때문에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아니구요. ㅎㅎ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부디 양해 부탁드립니다.
아, 그 기자님은 사진을 너무 못 찍어서 미안하다고 제게 사과하기는 했어요.

그에 맞춰 사는 거라는 바람돌이님의 말씀에 감탄했습니다.
저는 자꾸만 늙어가는 제 몸이 원망스럽고,
제대로 일하지 않는 뇌가 원망스럽다고 여겼거든요.
어떻게 해서든 극복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이 글에도 썼듯이 커피와 집중이라니!
결국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실망할 뿐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바랍돌이님께서는 현명하시네요. 부럽습니다! ^^

레삭매냐 2021-05-21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이야기,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디 신나게 두드려 주시길
기원합니다.

감은빛 2021-06-17 18:3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레삭매냐님.
답이 거의 한 달 가량 늦었네요.
게다가 그 한 달 동안 책 이야기를 못 썼네요.
이번 달이 가기 전에 꼭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1-05-21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인 중 몇 명의 부고 소식을 들었거나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70살도 안 돼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충격이었죠.오랫동안 연락이 단절되었다가 뜻밖에 부고 소식을 알게 되면 그 순간 좀 멍해지더라고요.

제가 인터뷰 하는 일을 한 적이 있는데요, 제가 한 가지를 물으면 몇 가지로 대답하는 이를 참 좋아했죠. 그러면 얻는 정보가 많아 기사를 쓸 때 유리하거든요. 그런데 어떤 이는 묻는 말에 딱 한마디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런 분 만나면 얼마나 힘들던지.ㅋㅋ

여기서 동지를 만나네요. 제가 사람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해서 애먹은 적이 많아요. 일부러 모른 척하는 걸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지금도 기억이 잘 안 되는 가수가 있어요. 보아, 라는 가수요. 볼 때마다 저 얼굴이었나, 해요. 참 이상해요.
동지를 만났습니당~~

감은빛 2021-06-17 18:3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페크님.
동지라고 말씀해주셔서 무척 반가웠습니다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게 반가워할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바로 드네요. ㅠㅠ

인터뷰가 참 힘든 일이죠.
페크님은 내공이 있는 분이시니 잘 해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희선 2021-05-2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텔레비전 방송은 그렇다고 하더군요 길게 찍어도 나오는 건 아주 짧다는... 통편집 되는 일도 자주 있는가 봅니다 그런 일을 겪으시다니... 여러 가지 도와줬는데 그래서 좀 섭섭했겠습니다

사람에는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 있다고 합니다 저는 잘 기억하는 편이에요 새로운 일이나 뜻밖의 일이 있으면 시간이 정말 안 가지요 병원에서... 그렇다고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면 안 되겠네요 그런 일은 싫으니... 어떤 사람은 날마다 새로운 걸 하다고도 하더군요 그것도 힘들 듯한데, 누구였는지 그 사람은 지금도 날마다 새로운 걸 할지... 나이는 먹어도 뇌는 덜 나이들게 하면 좋겠네요


희선

감은빛 2021-06-17 18:40   좋아요 0 | URL
네, 저 통편집 당해서 엄청 섭섭했어요.
아니 실은 그 프로그램 준비 과정에서 크고 작은 도움을 준 입장에서,
좀 화가 나더라구요.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는 편이라고 하시니 부럽습니다.
저는 이 문제로 곤란했던 일이 많았어요.
문제는 앞으로도 많을 것 같아요. ㅠㅠ

희선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