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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꾼들
발따사르 뽀르셀 지음, 조구호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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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에 이 책을 읽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낯선 지명과 이름에 몇 번이나 책의 앞뒤를 왔다갔다해야 했고, 종이에 이름과 간단한 인물소개(?)를 쓸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초반 30장 정도는 한 세 번쯤 읽은 것 같다. 읽고 한동안 손을 놓고 또 다시 읽고 읽고...

 

 얼마 전에 남자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혹시 전쟁이 나서 우리가 만나지도 못한 채로 살아야 한다면,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라고. 나 역시 절대 죽지 않고 악착같이, 무슨 짓을 해서든 살아남을테니. 살아야 우리가 만날 희망이라고 가질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 --- 이 때의 대화가 책을 읽으며 문득, 떠올랐다.

 

 사실 이 책은 이 '이름'만 넘어가면 그렇게 어려운 책은 아니다. 전쟁과 가난이라는, 개인이 어찌 해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개인들의 투쟁기로 봐도 상관 없으리라. '밀수'라는 불법적인 일을 하지만 그 일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밀수품은 이 배를 탄 이들에게 희망이라고 해도 좋고, 자신이 가진 꿈을 실현시켜줄 그 무언가를 상징한다. 이 물건만 넘기면, 제대로만 된다면 꿈꾸던 일이 실현될 것이다!, 라는 희망. 힘들 때면 이들은 과거를 회상하고, 밀수품을 넘긴 이후의 미래를 꿈꾼다. 이들에게 현재는 그만큼 각박한 것이며, 파도처럼 차가운 것이다.

 

 내일은.....(선장은 생각했다) 좋은 날이 될 거야.

 

 그래서 선장의 이 말은 깊은 울림을 지닌다. 두려움을 터뜨리고, 절망하고, 만신창이가 될 지언정,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모습은 -때로는 비참할지라도- 그 자체로 감동을 준다. 이 책에서 내가 느낀 것처럼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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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4-23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있든 모두 같은 하늘 아래에 있는걸요.
떨어지는 법은 없다고 느껴요..
 
[눈의 아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눈의 아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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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 책의 이야기들 속에는 조금씩 초현실적인 면이 섞여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현대판 유령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의 어린시절의 추억을 보여주는 인형탈이라거나(지요코), 어린 시절 소꿉친구의 유령이 나타나는 이야기(눈의 아이), 살해당한 여인의 유령소동(돌베개), 죽은 소년이 자신처럼 약하고 힘 없는 이들의 원한을 갚아준다는 이야기(성흔)가 이 책에 실려있다. 그런데 어째서인가. 초현실적인 유령 이야기를 읽는데도 이 이야기들이 이다지도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 책에 나타나는 사건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초등학교 때의 동창들이 모이던 날 밤의 이야기(눈의 아이)가 있고 전단지를 배포하는 아르바이트 이야기(지요코)이며, 정의감에 뜬 소문의 근거를 파헤쳐보려고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돌배게), 어린 아이들의 뜬소문(장난감), 인터넷 사이트 상의 괴소문이야기(성흔)는 우리 주변에서 쉬이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책 속의 인물들이 움직이는 동기도 그리 거창하지 않다. 여기에는 억대의 돈이 움직이지도 않고, 부모님의 원수같은 것은 아예 등장하지도 않으며, 연쇄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살인이 나올 때도 그 살인이 기기묘묘해서 신문에 대서특필될 사건은 아니다. 기껏해야 신문 귀퉁이 정도에 실릴 정도의 일인 것이다.(성흔의 소년 A 사건은 좀 예외적이지만)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이 이야기들이 그렇게 멀리 느껴지지 않는 것은 말이다. 그래서 성흔을 제외한 나머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도 이 이야기들이 유령 이야기라는 것을 잠시 망각하기까지 했더랬다. 어쩐지 당장 내일이라도 직장의 누군가가 '있잖아,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이지...'라는 말로 썰을 풀어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은 단편이 '성흔'임에도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눈의 아이'와 '돌배게'였다. 이 두 단편은 '열등감'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이 열등감이야말로 평범한 사람의 마음에 찾아드는 살의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사람이 사람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순간이 어니 하나 뿐이랴.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기고, 비교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 현대에서 열등감을 부채질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어있다. 열등감을 극복하게 하기 보다는 오히려 부추기게 하는 것이 훨씬 많은 듯하다. TV를 틀면 쭉쭉빵빵 예쁘고 멋진 사람들이 보는 우리를 초라하게 만든다. 어떻게든 나아져 보겠다 무수히 쏟아져나오는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그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열등감은 더욱 깊어질 뿐이다. 열등감이 깊어지면 어떻게든 그 상대방에게 흠집을 내고 싶어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흠집을 내는 것을 넘어 상대방 자체를 지우고 싶다는 생각 한 번 해 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있을까.

"문제는 그 언니가 그런 여자였다고 꾸며낸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는 거야."
"왜?"
"그런 여자애라서 그런 일을 당했다고 말해야만 자기들이 안심할 수 있어서야. (중략)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들 그렇게 믿고 싶은 거야. (중략) 그래서 그 언니를 깔애뭉개고 싶어 해. 그런 짓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로 만들고 싶어 해." (<돌배게> 중)


나는 유키코가 미웠다.

나처럼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나처럼 착한 아이도 아니명서 언제나 생글생글 웃고 있는 유키코가 미웠다. (중략) 유키코가 가진 모든 것들이 나에겐 증오의 대상이었다. 노력 없이 얻은 것들을 유키코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즐겼다. 그게 미웠다. 유키코가 좀 더 자기를 내세우는 아이였다면, 나와 맞서 지지 않으려고 했다면, 나를 미워해 주었다면, 나는 유키코를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눈의 아이> 중에서


  읽으면서 어쩐지 아아, 하고 이해해 버려서.
  내 안에도 그런 어두운 면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는 유령을 만들고, 유령은 다시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는 또 다른 유령을 만든다. 인공적인 빛이 어둠을 몰아낸 현대에 살지만, 유령은 우리 옆에서 여전히 떠돌고 있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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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아이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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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없는 소문이 퍼지게 되는 이유- 88쪽

-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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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4-11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받을 아이라서 사랑을 받겠지... 하고 말하면서
서로 좋은 마음 나누면 참 아름다울 텐데요...

이카 2013-04-14 20:45   좋아요 0 | URL
그러지 못하는 게 참 안타까울 뿐이에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어떤 마음인지 이해한다는 건, 제게도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이탈리아 데이 - 2012-2013 개정판 Terra's Day Series 2
윤도영.박기남 글.사진 / TERRA(테라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탈리아 여행 서적에서만큼은 이 책이 최고인 듯합니다. 다만, 부라노섬 관련 정보가 없어 별 하나 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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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니콜라 (양장) 꼬마 니콜라 1
르네 고시니 글, 장 자크 상페 그림, 윤영 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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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담뿍 추억에 잠겨 비소를 지었습니다 지금 보니 니꼴라 일당은 어른들의 속을 뒤집어놓는 개구쟁이들이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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