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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혁신
피터 드러커 지음, 권영설.전미옥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3월
평점 :
근래 최대의 화두는 단연 '혁신'이다. 기업이든, 정부든, 개인이든 할 것 없이 모두 혁신을 입에 달고 사는 현상은 얼마 전 '웰빙'에 저마다 올인하던 모습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사실 그래서 때로 씁쓸한 심정이 들기도 하는데, 아무튼 치열한 경쟁체제 아래서 개인과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자원이 많지 않은 시대에 사활을 걸고 혁신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에 크게 시비 걸 생각은 없다. 그만큼 세상 살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일 테니까.
하여튼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 혁신이라면 그것에 맞춰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건 당연할 터. 기왕에 혁신에 몸을 내맡기기로 했으면 제대로 할 일이다. 섣불리 덤벼들기보다 우선 개념을 정립하고 꼼꼼히 준비한 후 구체적으로 실천하기까지 세밀히 다듬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혁신』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학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세대를 뛰어넘어 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수많은 책을 썼고, 그가 내는 책은 매번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의 글은 일종의 전범이었으며, 그는 자본주의 시대의 전도사였다. 수십 년 동안 경영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해 왔다. 그런 그가 쏟아내는 말 한마디에 주목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었을까.
그가 작년 11월 우리 곁을 떠났다. 일각에선 그를 두고 경영학의 본령을 떠나 학문적 경계도 명확치 않은 미래학에 경도된 사람으로 보기도 하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섣불리 폄하될 만큼 가볍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의 마지막 유작이라고 할 이 책은 어쩌면 그가 평생에 이루어 놓은 경영학적 사고와 실천을 집대성한 것일 수 있다.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임종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필요한 말을 남기듯 생의 마지막에 남긴 이 책에서 그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은 이 시대를 향해 폐부로부터 울려나는 고언을 쏟아냈으리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느 때보다 정제된 언어로 기술된 이 책은, 혁신에 관한 한 종합선물세트라고 아름 붙여도 좋을 만큼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유사 선물세트에서 볼 수 있듯이 별반 먹을 게 없다거나, 따져보면 되려 실속 없이 비싸기만 하다든지 해서 선물로 받아들 때만 기분 좋고 뒤끝은 영 아닌 그렇고 그런 선물세트가 아니다.
각 장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실례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소화해내기가 버거울 정도이기는 하지만 그것들을 핵심을 파고들어 집약적으로 묘파해 냄으로써 난삽하다는 인상을 차단하는 한편,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아울러 거두고 있다.
또한 8개로 구분한 장은 그 각각의 장을 별도로 떼어놓고 봐도 좋을 만큼 독립적이지만 구분된 장이 서로 교호하듯 상호작용을 강화함으로써 혁신에 관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으리라는 짐작이 가능한 대목이다.
"혁신은 번뜩이는 천재성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고된 작업이다. 기업의 모든 작업 단위 및 모든 구성원의 정규 업무로 인식되어야 한다. (...) 혁신가들은 낭만적인 인물이 아닐뿐더러 '위험'을 향해 돌진하기는커녕, 현금흐름분석표를 들여다보며 몇 시간 동안 따지는 사람들에 더 가깝다."(p104-105)
혁신은 하루 아침에 떠오르는 심상이라든지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지속적 관심과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이 책에서 성공 사례로 소개되고 있는 IBM, 인텔, 블루밍데일 백화점, 포드자동차, 시티뱅크, J.P. 모건 등의 기업들은 끊임없이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직접 시장으로 나가 조사를 벌였으며, 그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틈새 시장을 파악하고 그곳에 기업의 자원과 인력을 집중했다.
바로 그런 것이 혁신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한 드 하빌랜드de Havilland와 미국전화전신회사(ATT)와 같은 공룡 기업들은 후발 업체에 시장을 내주고 전보다 크게 축소된 시장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혁신을 거둔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보인 특성은 무엇일까? 먼저 기회의 원천들이 무엇인지 철저한 분석하고 연구했으며 직접 밖으로 나가 고객을 만났다. 그리고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혁신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거쳐야하는 조정과 수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작은 작게 했다. 그렇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주도권을 잡아가는 데 주안점을 두고 그것에 전력투구했다는 것이다.
원칙에 충실한 혁신이야말로 기업을 재조직화하고 치열한 경쟁구조 하에서 생존을 보장하는 유일한 수단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혁신의 밑그림을 그리느라 바빴다. 혁신에 관한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책들이 혁신을 가리키는 이정표 역할에 머물렀을 뿐이다.
혁신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집중해야 할 핵심적인 요소는 또 무엇인지, 혁신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전략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슨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하는 질문에 대해 이 책만큼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책을 보지 못했다. 반면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와 내가 속한 조직의 혁신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느라 바빴다. 그 과정에서 오류는 바로 잡았고 안은 구체화됐다. 그만큼 실제적이었다.
원칙에 충실한 혁신이야말로 나와 기업, 공공부문이 공히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임을 믿고 땀흘리기를 마다하지 않는 이 땅의 역군들이 이 책을 통해 더 큰 확신을 갖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