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둘째는 잘 크고 있는 것일거다.

즈이 형은 내가 볼 때마다, '숙제는 하고 노냐, 양치질은 했냐, 머리는 감았냐' 다그치고 관리 감독하기 일수이지만, 둘째 녀석은 걍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직은 모든 것이 용서되는 여섯살이니까, 눈만 마주쳤다하면 궁디 툭툭 쳐 주면서, "누구 닮아 이렇게 귀여워,," 그러기나 하고.

어떤 지원을 해주고, 은근 보상을 바란다거나 기대를 건다거나 하지 않을 수 있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가능한 나이다. 아직까지는....

그래서 즈이 동갑내기 사촌, 유치원 친구들  한글 척척 읽어도 자신은 절대 동요하지 않고, 한글깨치는 데에 일언반구 어림반푼어치의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는데도, 나 또한 문자카드 같은 것을 둘째에게 들이밀지 않고 있다. 먼저 관심 보일 때까지 느긋하게 지켜보자 하는 마음 절반, 신경이 거기까지 미치지 않는 그러니까, 둘째에게 소홀하여 그만큼 손을 놓은 것 절반이다. ㅠ,ㅠ

 

연휴 동안 둘째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시간이 많았던 게 사단이다. 항상 내 폰을 가로채고는 내가 하는 게임에 대한 코칭을 아끼지 않는, 잔머리대마왕 조짐까지 보이는 아이가 왜 유독 문자 인지는 느릴까 고민 아니,,, 고민은 안 한다고 했으니까, 의아함을 느끼다가

핸드폰과 한글 공부를 결합한 재미있는 유아앱이 있는지 검색했다.

처음엔 무료앱으로 보이는 것들이어서, 깔고 보니, 체험판으로 맛보기 한 개 있고, 더 해보려면, 결재결재결재..

결재로 향하는 시스템이 사방곳곳에 터치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나는, 잠깐 주방일하러 자리 비웠다가, 핸드폰의 구글플레이에 만원 결재 메일을 확인하고,

기함을 토하다...!

아들아,,, 기왕 결재할 거였으면, 네 수준에 맞는 통문자 단계나 낱글자를 누를 것이지, 두서너살 수준의 사물인지가 다 뭐니,,,

 

아이 손에 핸드폰을 들려준 엄마 잘못이라며, "너 도대체 뭘 누른거냐'고 고래고래 악을 쓰는 나에게 쯧쯧 하는 애아빠...

앱이 좌우지간 어떻게 이렇게 사기성 짙은 구조로 생겨먹었는지,,, 인상 구기고 꼼꼼히 핸드폰을 터치하는 내 모습에 트라우마 어쩌구(돈에 대한 트라우마 있다는 것이다.. 돈이나 지갑 따위를 잃어버리거나 소홀히 했다가 크게 혼난 어릴 적 경험이 있눈 사람 특유의 심리행동이라는??? 또한 당장 앞일을 해결하지 않으면, 다른 사안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성미가 있다나,,,) 하시는데, 비록 소리 지르는 내 모습이 우아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상적인 엄마였으면, "어머 얘야~ 방금 아무죄없는 네 검지손가락이 만원을 찰나에 소비했지만, 인생이란 함정투성이이고, 핸드폰 갖고 놀 여지를 만들어 주고, 자리비운 이 엄마의 불찰이지 뭐니~ 네가 혼난들 의미 없다, 다 괜찮아 했을까?? )  애가 잘못 누른 버튼 하나 때문에 만원이 쑝~ 하고 통장 잔고에서 빠져나가 것에 막 화나는 거, 인간 본연의 모습 아닌가... 

아무튼, 불행 중 다행 그 와중에 작은 수확이라면, 나중에라도 그 앱을 아이가 만지고 논다면, 필시 다음 단계의 결재를 감행할 수도 있기에,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설정에서 구매버튼 잠금 설정을 해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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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9-19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이 아이가 둘쨰인가요? 저희 둘째랑 귀여움 배틀 한 번 해야겠는데요.
저희도 국가가 인정하는 귀여움이라 쫌 귀여운데, 오호.... icaru님 둘째도, 완전 귀여운데요.

요기 위에 이상적인 엄마, 너무 이상적인데요. 우아하구요.
본연의 엄마가 인간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icaru 2014-09-19 15:48   좋아요 0 | URL
아롱이 좀 봤으면 싶네요 ㅎㅎ
아유 둘째들이란 ㅋㅋ 으스러지게 안아주곤 하죠,, 존재 자체가 귀여워서,
위에 사진 속 아이는 옷이 고무줄 풍선인줄 알아요.. 사정 없이 늘려놔서,, ㅠ.ㅜ
 

 

 

 

 

보드리야르 식으로 말하자면, 물건에는 사용 가치, 교환 가치, 상징 가치, 기호 가치가 담겨 있는데, 저 냄비받침은 도구적 의미에서의 사용가치가 큼에도 나에게나 혹은 알라디너에겐 상징 가치가 클 듯하다.

 

알라딘의 기준에 준하는 책들 혹은 그 비용만큼을 구매한 댓가로 받은 냄비 받침이지만, 냄비 받침 소기의 목적으로서가 아니라, 저 자체로 받는 사람의 정신과 생활에 큰 기쁨과 만족을 주는 것이다.

 

아이쿠야 뭐 쉽게 이야기해서, 나한테는 보통 이상의 너무나 이쁜 선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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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9-06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시겠다....저는 사실 컵이나 텀블러는 별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데 이 냄비받침은 갖고 싶더라고요. 특히 저 "히치하이커"가 제일로 갖고 싶었어요.

icaru 2014-09-0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머그컵도 상당히 탐내던 부류이긴했지만, 냄비받침만큼 참신한 아이템이 아닌 건 맞는듯 하죠?
은하수... ㅋㅋ 나인 님하고 비슷한 취향인 것만 같아 으쓱해지는 이 기분은 뭘까나요??
 

 

 

 

연휴 기간에 읽게 될 두 권의 책이다.

 

 

   뉴스가 우리에게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은 무엇일까? 뉴스가 정말로 의미하는 바는? 뉴스가 우리 삶의 핵심적인 질문들과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 이 모든 게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뉴스와 무관하게 살고 싶었던 적도 있다. 그렇게 살면 시대에 뒤떨어진 인간이 될 거라는 암묵적인 협박들에 이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태도 또한 융통성 없는 잘난척의 일종일거다. 보다 지혜롭게 살고자 한다면, 뉴스와 떨어질 게 아니라, 그렇다고 뭐든 들어와라 다 받아들일테닷, 도 아니고, 뉴스를 늘 접하면서도 이 정보와 거리를 두고 익숙한 필터링 마저도 의심해야겠다. 왜냐하면, 진실이란 복잡한 거니까.

 

 

 

 

보통 님의 책들은 내가 퍽 많이 덤벼들었다가는, 겉만 핥고, 말았던 경험이 수두룩이다. 모두 열거하면 다섯손가락이 모자란다... 불안, 일의 기쁨과 슬픔, 여행의 기술, 행복의 건축,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같은 책들... ㅠㅠ) 그래도 특유의 위트와 통찰... 내 완벽히 이해는 못해도...! 인정인정...

 

전에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알랭 드 보통 님의 서재 이미지를 가져온 적이 있다.

 

 

 

 보통 님의 서재... 사진 촬영이 있던 저무렵 보통 씨네 부부는 어린 자녀 양육에 바쁜 나날들 보내느라, 서재를 꾸밀 여유 같은 건 없었다는 설명 글도 읽었던 듯하다.

 

서재도 이름(?)처럼 정말 노말하시구먼. 알랭 드 노말 님. ㅋ

그다지 멋있지는 않지만, 책꽂이와 책이 가득한 매우 기능적인 공간인듯,, 미적 요소가 있는 곳도 아니고, 알랭 드 보통 님 왈,

'만약 제 작업공간이 매우 아름답다면 전 일을 하지 않게 되요. 저에게 있어, '일'은 제 주변에 존재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다소 의도적으로 저는 고풍스러운 서재 같은 것은 두지 않습니다.'

 

 

 

 

최근 2년간 다산북스, 유유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을 꽤나 사들이고 접했던 듯하다. 주로 공부법 혹은 평생공부, 인문학 강의 등과 같은 책들이 주로 출판되는 회사인데, 이 책 내가 공부하는 이유,가 나온 출판사 걷는나무도 눈여겨 봐야겠다. 사람의 인생이란 어차피 늘 지는 게임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질 때 지더라도, 책으로 내공을 쌓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쓰러지고 난 후의 태도와 질량(?)이 다르다. 

사실, 공부법에 대한 책들을 읽어오면서,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는 느낌이 드는 책도 있었다. 제도권의 기관(대학원이나 기타 등등)에서 학업을 수행할 때, 따라야 할 설계도 같은 것이 주로 나와 있는 책이었거나, 철학 관련 학술적인 내용을 공부할 때의 길잡이에 관한 것이었거나... 그러니까 책에 결함이 있다는 게 결코 아니다. 내가 집을 잘못 찾아갔다는 거지. 그런데, 이 책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아서 말이다. 이 책이나 일본 수학자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처럼, 책에 자기 이야기가 있어야 진정성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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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5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추운 북반구에 서식하는 알바트로스는 거대한 양 날개로 높은 창공을 유유히 배회하는 새로도 유명합니다. 알바트로스가 나는 모습은 여느 작은 새들과는 달리 참으로 위풍당당한 그런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 새가 착륙하거나 이륙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고 합니다. 알바트로스는 날개가 너무 커서 이륙할 때 몹시 뒤뚱거리는 몸짓에 날개를 거세게 푸드덕거리며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연출하기 때문입니다. 창공으로 높이 솟아오르기 위해서는 알바트로스는 상대적으로 작은 발로 아주 엄청난 거리를 뒤뚱거리며 뛰어야만 합니다. 바로 이런 모습에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착륙할 때 역시 요란스럽고 우스꽝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참새처럼 살포시 착지하는 것이 아니라, 과장된 동작으로 거의 떼구르르 구르다시피 해서 간신히 착륙하기 때문입니다. "

 

시인 유하와 보드리야르는 논하는 4장에서 옮겨온 구절.

아무래도 나는 그동안 시인 유하를 평가절하했지 싶다. 물질문명에 대한 가볍고 경박한 비판을 드러내는 혹은 자본주의에 부흥하고 의탁하는 시인쯤으로 판단내려버린 .. 그런데, 유하에 대한 재조명 하게 한다. 거대한 몸짓 때문에 선원들로부터 비웃음을 사는 알바트로스에 감정이입한 보들레르에 감정이입한 유하. 그런 유하를 이야기하는 강신주.

 

모든 시인이 그렇듯 유하도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는' 시인, 더구나 자본주의의 유혹과 인간의 욕망을 사유하려 했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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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홀릭하는 증세가 있다.

좋은 말로 하면 승부사 기질 같은 것이고, (헐~ 거창하군...)

나쁜 말로 하면 도파민 조절 장애(질병이란 거다)이다.

시간 안에 많이 처리해야 하는 순발력 발휘 핸드폰 게임도 좋아하고,

마작이나 지뢰찾기 루미큐브처럼 시간 구애받지 않고 해결하는 컴퓨터 게임도 좋아하고,

우파루 마운틴,처럼 키워꾸미고 주관하고 생산하는 핸드폰 게임도 즐겁더라는....

 

한 시즌에 한 가지 성격의 게임만 할 수 있도록 생활 패턴이 잡힌 듯 하다. 

일테면, 애니팡2도 우파루 마운틴도 틈틈히 하는 식으로 두 가지 성격의 게임을 모두 즐기는 성향의 사람으로 생겨먹지 않은 정도라 너무나 다행인 것.

 

게임만 하고 있기엔 인생이 너무 짧지 않겠나...

 

하던 차에 체스체스체스...

 

뭐눈엔 뭐만 보여, 전엔 안보이던 게 체스판으로 둔갑해 눈에 확확 들어온다. 

아이 학교 건물 그늘막(?)에 실내 운동장 느낌나는 공간에는, 두 가지 색깔의 정사각형을 교차한 바닥재인데, 내 눈엔 꼭 체스판으로 보이고, 동생네 식탁보도 체스판인게 비로소 보이고, 심지어 어그제 본 빨간머리앤의 침대 담요도 체스판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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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8-27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스는 게임에 별로 재능이 없는 저도 오래전부터 재미있게 하고 있는 게임인걸요.
우리말로 '바둑판 무늬'라고 하지요. 체스판이 우리 주위에 깔려있어요 ^^
"체스"라는 제목의 뮤지컬도 있지요. (여기 좋은 노래들 많아요.)
슈테판 츠바이크의 단편 "체스 이야기"도 생각나네요.

icaru 2014-08-28 08:36   좋아요 0 | URL
아, 진짜 꿀같은 정보이지 뭐예요!! 제게 밀려있는 일들이 많긴 하지만, 뮤지컬 체스와 슈테판 츠바이크의 단편 체스, 곧 수소문해야겠다고!!

저는 오래전부터 체스를 즐긴 쪽이 아니고, 늦게 배운 도둑질 날새는 줄 모르는 부류라 ㅎㅎ.. 초기에 할 때는 상대의 퀸의 활약상에 속수무책 당하고는 했고, 제 말을 쓸 때는 비숍이 가장 익히기 쉽더라고요 ㅎ 그래서 게임할 때 무조건 퀸부터 잡고 볼 일이었다는,,, 뭐 지금 비하니까 장족의 발전이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