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코 상
사노 요코 지음, 윤성원 옮김 / 펄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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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는 기록을 하려면 옆에 책이 있거나 하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날 때 틈틈히 기록을 해야겠다. 더 이상 늦어지면 읽었다는 동사만 남을 뿐 그 기억은 사라지며, 시간이 지나면 '읽었다'가 '읽었었나?'로 둔갑할 것이다. (진실을 말하지만, 이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가물가물할 리는 절대 없다. 치매에 걸리게 된다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내게 가장 두려운 말은 자신의 노후의 모습을 보고 싶으면 현재 부모님이 사시는 모습을 보라는 말이다. 노년의 삶도 보고 배우는 학습에 의해 일어난다는 의미의 말일테지만, 내게는 그것만큼 제발 그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게 또 없다.

 

적어도 존경과 사랑으로 이루어진 모녀 관계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참 발설하기 민망한 말이기는 하다. ㅠ

 

내가 늦게야 버닝하게 된 작가, 사노 요코가 자신의 어머니에 관해 쓴 에세이이다. 당시의 사회적인 상황 맥락에서 읽어야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엄마의 모습(시즈코 상)도 아니고 인과성에 따른 것이겠지만 천륜으로 대하는 자식(사노 요코)의 모습도 아니다.  

낳은 자식 중에서 셋을 잃은 어머니이다. 특히 남달리 사랑했던(?) 열한살 짜리 장남의 죽음 이후 한의 화살이 바로 아래 장녀이자 여동생이던 시즈코에게 향했던 점이 그럴수도 있나 그럴수도 있을거야, 아니 그래도! 하게 되었다. 학대를 하지 않았다. 깨끗한 옷을 만들어 입히고, 맛있는 음식을 해준다. 그러나 차갑게 대한다. 칭찬해 주지 않는다. 집안일을 많이 시킨다. 시대가 그래서 그랬다로 읽히지 않는 부분들이 툭툭 걸린다. 그런 엄마를 대하는 딸 절대 울지 않는다. 반항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뭔가 살기 등등한 게 느껴진다. 어린애한테 ㅎㅎㅎㅎ;;;  엄마와 딸 사이에는 많은 일이 있었고, 없어야 할 일도 많아 보였다.

사정이 이러하여서 한편의 책이 되었고, 뭔지 모를 강렬한 여운을 주었다.

 

" 나는 어른들이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던 것 같다. 분명 밉살
스러운 아이의 분위기를 풍겼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밉살스
러운 아이였다.
나는 동생 다카시를 커다란 등나무 시렁에서 떨어뜨린 적도
있다. 그리고 저녁 무렵 어둑어둑해진 모래밭에 다카시의 공을
묻어두고 온 적도 있다. 다카시가 그전에 내 공을 도랑에 내던
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카시가 한 일을 엄마에게 일러바치
진 않았다. 이르면 “네가 먼저 무슨 짓을 저질렀겠지.”라면서
눈을 흘겼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그런 눈초리를 받을 바에는
흙투성이가 되어가며 뒹굴고 엉겨 붙어 싸우는 편이 나았다."

 

반푼이 같은 리뷰가 되었지만 여기에서 서둘러 정리해야겠다. (방금 할일이 생겨서리...)

내 엄마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나야말로 엄마와 뼈속부터 다른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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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잘사는 집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나? - 사회계층 간 학력자본의 격차와 양육관행
신명호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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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수준은 학업 성취도에 미치는 효과 면에서 부모의 교육 수준만큼 강력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배경적 요인으로서 경제적 자원은 유일한 변인이 아니며, 출신 배경과 교육성과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는 경제적 자원 아닌 문화 자본 등 다른 변인들이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불평등을 낳는 사회 계층 간 학업성적 격차의 문제는 취약 계층 청소년의 학업성적을 끌어내리는 제약 요인 뿐 아니라, 동시에 중산층 자녀들의 학업성적을 끌어올리고 그 격차를 유지하게 하는 구조적 기제를 규명해야 비로소 문제의 본직에 도달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학업성적 격차의 문제가 궁극적으로 직업을 둘러싼 사회계층 간 경쟁의 문제.
교육 성취는 곧 직업 성취의 지름길이다.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과 경쟁은 노동 시장에서 '괜찮은 일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과 다름없다. 한 사회의 좋은 일자리는 무한정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는 자원이다. 이 한정된 자원을 쟁취하기 위한 사회 계층 간의 경쟁은 가장 확실한 수단인 학력 자본을 선취하는 경쟁으로 표현된다. 그런 점에서 교육은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여러 집단 간의 각축장으로, 집단 간의 관계 및 사회 역사적 맥락을 파악해야만 교육을 이해할 수 있다.
'자녀의 학업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교육 열망과 양육 관행이 사회 계층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직업적 지위가 낮은 계층의 부모들의 계층 하강에 대한 위기 의식이 낮아서 자녀의 교육에 대한 열망이 상대적으로 하다는 일련의 주장을 한다. 

한국의 교육 체계는 순전히 학생들의 자발성에 기초한 학습 결과를 높이 평가하고 인정하는 데 모든 이들이 수긍하고 동의할 만큼 여유롭지가 않다. 중산층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가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 어떻게 자기 아이가 남보다 뛰어난 성적을 얻을 수 있는가'를 학습하고 획득된 지식을 바탕으로 자녀 공부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그만큼 "한국의 교육 제도를 통한 지위 경쟁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격렬하고 급속하며 순도가 높다.

교육 제도의 특성
학업상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빠를 수록 부모의 사회적 배경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크고, 그러므로 진로의 결정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제도가 교육의 평등화에 기여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교육제도는 어느 단계에서는 위계적 선발 단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획일적이고 평준화되어 있는 공립학교 체제 속에서, 중산층은 교육 만족도나 학업 성취도의 향상이라는 면에서 일반적으로 불만을 갖기 마련이고, 자신들의 높은 교육 열망과 능력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는 일종의 계급적 전략을 구사한다. 중산층 부모는 통학과 관련된 물리적, 시간적 제약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학교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따라서 높은 학업성취도와 명문 대학의 진학이 상대적으로 보장되는 사립학교나 엘리트 학교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의 교육 관여 및 양육 관행의 특징과 경향을 면접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로 보여 준다.
시회계층 간에 자녀의 학업성적을 결정하는 교육 관여 방식 및 양육 관행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준다. 크게 나누어, 고학력 중산층과 저학력 노동자층 부모에게서 나타나는 양육 관행의 특징이 각각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본다. 그리고 그 같은 양육 관행과 전략의 차이로 인해서 사회계층 간 성적 격차의 경향성이 나타남에도, 간혹 예외적인 현상이 생기는 이유를 살펴본다.
중산층 부모들은 고소득 전문직의 직업을 자녀의 장래 직업을 추천하고 제시한다. 그리고 자녀의 열망을 북돋기 위해 그런 직업으로 성공한 실제 인물들의 생활등을 소개한다. 따라서 중산층 가정의 자녀는 어떻게든 지켜야 할 현재 수준의 생활이나 도달해야 할 목표로서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고학력 중산층 부모들은 계층하강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고 계층 수준을 유지하거나 상승시키는 데 학력 자본의 위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학력군 내의 상대적 저학력자들은 최상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자신의 학업 이력이 시시때때로 가져오는 불이익과 차별에 안타까워할 것이다. 그들 역시 학력자본을 선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절감하고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자 다짐할 것이다.

 

 

 

"고만의 논문에는 그가 인터뷰한 한 공립학교 교사의 다음과 같은 진술이 인용되어 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 제도가 자기에게 유리하게 움직이도록 하고, 다른 아이들은 구석으로 밀어내려 하죠. 

확실한 것은 당신이 자녀를 위해 나서서 얻으려고 해야 얻을 수 있고, 또한 강력하게 나서야 한다는 거죠. 만약 댁의 자녀가 우수한 애라면, 그들은 그 아이를 알아볼 겁니다. 만약 댁의 아이가 보통 애라면, 당신이 나서서 학교에서 돌아가는 일을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줘야 해요. 부모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아서 그냥 구석으로 밀려나 있는 애들이 있죠. 만약 당신이 나서지 않으면, 댁의 자녀는 같은 종류의 교육을 받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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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인생
글로리아 스타이넘 지음, 고정아 옮김 / 학고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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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났다. 드디어 고만고만한 책들 사이에서 거물을 만났다. 연말에 나 혼자 꼽는 올해의 책 가운데 한 권으로 꼽게 될 듯하다.
59 쪽
아버지는 욕을 참지 못했기에 어머니는 두 딸 앞에서는 욕 좀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우리 개 이름을 '대밋'이라고 지었다. 아버지는 좀 더 강력한 단어가 필요할 때면 그 자신만의 기다란 합성어를 만들어내어 전속력으로 내질렀다. 우라질갈로라모르부스안토니오카노바스키피오아프리카누스1세2세같은 중늙은이. 안토니오 카노바는 19세기 이탈리아 조각가이고,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습세는 한니팔을 물리쳤고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2세는 카르타고를 약탈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감탄했다. 아버지에게 왜 그 이름들을 선택했냐고 물었더니 "그냥 소리가 듣기 좋아서"라고 했다.

 

196쪽

캐나다의 로스쿨에서 우리는, 법은 보편적인 도구이기에 페미니스트들이 유연성을 기대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토론에 몰두하고 있다. 나는 유연성이 있으니까 재판관이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정의는 컴퓨터에게 맡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논쟁한다. 대부분이 남성인 로스쿨 학생들은 어떤 예외도 위험하며 "파멸에 이르는 비탈길"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예외를 하나 만들면 그 수가 증가할 것이고, 법이 사실상 뒤집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나는 변호사가 아니다. 말문이 막힌다. 저 젊은 남성들은 청중 가운데 상식을 가진 다수를 대표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승리감으로 의기양양했다. 그때 청바지를 입은 젊은 여성이 뒤쪽에서 일어난다. 그녀는 조용히 말한다. "저기요, 제가 보아뱀을 한마리 키워요." 이 말에 청중들은 바로 조용해진다.

그녀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한 달에 한 번, 학교 해부 실험실에 가서 보아뱀에게 먹이로 줄 냉동쥐들을 얻어요. 그런데 이번 달에 새 담당 교수가 말하기를 "냉동 쥐들을 줄 수 없어요. 만약 내가 학생한테 냉동쥐들을 주면, 모든 사람들이 달라고 할테니까요." ....

그녀가 정곡을 찔렀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정의로운 법은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정의롭기 위해서 법은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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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7-05-24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물.... 요 책이 그렇단 말이지요? 5만원 채우려고 남은 책 한 권을 찾아서 이웃들 서재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요책으로 챙겨넣을까봐요. ㅎㅎㅎ

icaru 2017-05-25 08:50   좋아요 0 | URL
북극곰 님!! 우아 반가워요~ 댓글들에서 여유가 흠씬 느껴지고, 좋아보이심요!!!
이 책도 좋았고, 호모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신작 호모데우스도 샀는데, 어후 좋더라고요~ 벌써 5만원 채우셨으려나! ㅎㅎㅎ
굿즈는 뭐 주문하셨어용?
 
독서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 서른 살 빈털터리 대학원생을 메이지대 교수로 만든 공부법 25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효진 옮김 / 걷는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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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생소했는데, 이 작가의 이런 표지의 책이라면 내가 읽었을텐데, 만약 읽었던 책을 또 고른 거라면, 재밌겠다며 고른 영화가 예전에 봤던 영화였던 거랑 뭐가 달라 반신반의하면서 검색해봤더니, 그 책은 같은 작가의 "내가 공부를 하는 이유"라는 책이었고, 책 표지의 배색과 디자인도 유사하게 책꽂이 책들이 있었다.

'어떤 삶의 위기에서도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 주는 무언가 있다면 억만금을 주고라도 얻고 싶다. 그런데 그게 다른 것도 아니고 책이라고 말하는 그간의 독서가 바로 그것이었다고 말하는 책이다.

이와 같은 류의 책을 거듭 찾아 읽는 것은 그런 이유다. 인생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삶을 진지하게 보고 싶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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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25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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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단지 당신 자신을 위해 글을 쓴다는 주장을 부추기지 않기 바란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믿지 말라. 그는 솔직하지 못한 거짓말쟁이 나르시시스트일 뿐이다.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 유일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쇼핑 목록이다. 그것은 여러분이 무엇을 사야 할지 상기시켜 주는 데 소용이 있을 뿐, 일단 물건을 사고 나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에 없애 버릴 수 있다. 그 외에 여러분이 쓰는 모든 것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말하기 위해 쓴다.

 나는 종종 나 자신에게 질문한다. 만약 내일 우주의 파국이 온 세상을 파괴하고, 따라서 내일 누구도 오늘 내가 쓰는 것을 읽지 못하게 될지라도, 나는 오늘 글을 쓸 것인가? 첫 순간의 대답은 '아니요'이다. 만약 누구도 나의 글을 읽지 못할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쓸 것인가? 두 번째 순간의 대답은 '예'이다. 왜냐하면 은하들의 파국에도 어떤 별이 살아남아서 미래에 누군가 나의 기호들을 해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절망적인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묵시록의 전야에도 글쓰기는 여전히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이다.

글이란 오로지 어떤 독자를 위해 쓰는 것이다. 단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쓴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불행하고도 절망적인 사람은 미래의 '독자'에게 말을 건낼 줄 모르는 사람이다.  "

 

 

시몬 드 보부아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대작가가 아니다. 대작가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내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솔직히 전해주는 데서 존재 가치를 두고 싶다." 라고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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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5-1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b 엄지척, 좋은 말씀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icaru 2017-05-17 20:01   좋아요 1 | URL
ㅋㅋ 그러게,,, 근데,, 완독하지 못하고 에코 선생님 글은 발췌만 해대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