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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 - 절망의 시대에 다시 쓰는 우석훈의 희망의 육아 경제학
우석훈 지음 / 다산4.0 / 2017년 2월
평점 :
어린 두 형제를 직접 키우는 우석훈의 이야기이다. 여느 아빠들과 달리 사내 둘 육아의 복판에서 겪어낸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그렇듯 글의 진정성 면에서는 훌륭하다. 우석훈은 현실에 대한 직관력이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경제학자인 것 같다. 그렇지만, 황금돼지띠 출생아를 대여섯살로 표현함(무려 5~6년의 과거 표현)과 동시에 최근 즉, 태양의 후예 류시진의 대사와 희대의 명언 '돈도 실력이야' 등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시차가 너무 혼돈스러워서 혼났다. 편집자를 탓하기에 앞서, 일말의 책임은 저자에게도 있다.
을,를 이,가 같은 조사를 잘못 쓴 오타가 더러더러 보여서 표기를 했다가, 317쪽에 두 문단이 중복되는 것을 보고, 뭔가 되게 급하게 만든 책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 책 내 현실과 딱 맞닿아 있는 내용이므로, (유모차, 기저귀, 분유 등과는 빠이빠이 했지만) 한번 잡고 이틀만에 끝냈다. (최근 2년 동안 그렇게 읽어낸 책이 있었나?)
대박대박 공감하는 다음 구절 옮겨 온다!
380~381쪽
"세 살배기 둘째가 아프면 아침부터 병원에 데려간다. 그럴 때 병원은 늘 붐볐다. 미세먼지가 아주 심한 날, 혹은 연휴가 끝나거나 주말이 지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부모의 품에 안겨 온 어린 아이들로 장사진을 치게 된다. 갑자기 아픈 거라 예약할 겨를이 없는데, 다들 비슷한 상황이다. 아픈 아이들이 평상시의 서너배는 많아진다.
큰 병원의 넓은 대기실에 아이들과 부모들이 꽉 차 있으면, 순간적으로 숨이 턱 하고 막힌다. ....우리는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이다. 이걸 이렇게 어린 시절에 아파하면서 배워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종종한다. 미세먼지는 개인어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고, 돈을 쓴대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집집마다 공기청정기를 놓으면 문제가 풀릴까? 일상을 모두 통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을 뿐더러, 공기청정기를 너무 강하게 돌리면 전기를 너무 많이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그 비율만큼 석탄 화력발전소가 더 돌아간다. 석탄을 줄이면, 원자력 발전소가 늘어난다. 태양광을 늘리면 되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
각자 개인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작은 노력을 하면서 그냥 버티는 수밖에 없다. 이런 종류의 문제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노력해도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더 나빠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환경 문제 중 상당수는 돈이 있으면 해결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다. 수질 오염 같은 것은 다른 장소로 이사를 가는 등 개인적인 해법은 있을 수 있다. 대기 오염도 비슷하다. 하지만 미세먼지 같은 경우엔 국내에서 지역에 따른 편차가 거의 없다.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풀릴 문제가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아주 오랫동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조금씩 풀리는 문제는 그 구조상 아주 많은세월을 필요로 한다. 바로 성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