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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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지금 이곳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각자 떠돌아다니던 엄청나게 많은 수의 원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협력적이고 정교한 방법으로 배열되어야만 했다. 이것은 너무나도 특별하고 독특해서 과거에 존재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절대 존재하지 않을 유일한 배열이 되어야만 한다. 그 작은 입자들이, 우리가 바라듯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아무 불평도 없이 정교하고 협동적인 노력으로 당신의 육체를 유지시켜 줄 것이고, 그런 노력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도 않을 우리에게 귀중한 삶을 경험하도록 해 줄 것이다.

원자들이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수수께끼이다. 원자 수준에서 보면, 당신의 존재 자체는 조금도 감사할 것이 못 된다. 당신의 원자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하지만, 사실 원자들은 당신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당신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인식하지 못한다. 나아가 자신들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른다. 어쨌든 원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들 스스로 살아 있는 것도 아니다(좀 인상적인 상상이기는 하지만, 만약 족집게로 당신 몸에서 원자들을 하나씩 떼어 내면 미세한 원자 먼지 더미가 생길 것이다. 그 원자들은 당신의 일부였지만, 실제로 한순간도 살아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원자들 모두가 당신이 존재하는 동안에는 무엇보다 소중한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당신을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 목표이다."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이면을 보면 우리가 인식하지도 못하는 무수히 많은 존재들의 노력이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했다. 또한 굉장히 복잡한 과학적 지식도 결국 사소하고 작은 것들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싶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양한 지식들을 많은 독자에게 친근하게 이해시켜 줄 수 있도록 내용의 표현 단계에서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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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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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에서 해방되어 다른 운명을 상상하기 위해서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에서 패션지 편집장 메릴 스트립은 우리의 여주인공 신참의 패션 감각을 꼬집으며 "네가 입고 있는 옷의 디자인은 네가 감각이 좋아서 네 스스로 고른 것으로 착각하겠지만, 그 옷은 패션을 선도하는 우리 잡지의 지난해 기획 컨셉이었고, 그게 히트를 하면서 패션에 안습인 네 손에까지 들어가게 된 것이지 네 고유의 센스는 전혀 아니다.(쓰다보니 뭔소리래 ㅠ.. 그래도 절대 검색해 보지 않는 곰손되시겠다.)" 라는 말이 나온다.

유행과 기호의 아이러니를 말한다.  내가 고른 옷조차도 다 역사가 있어서 예전의 선구자가 골라놓은 디자인과 색상이라는 거다.

역사가 있었다는 것. 마찬가지로 호모 데우스, 이런 책을 만나면 흥분하는 이유도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되짚고, 우리가 꿈꾸는 것이 되려 우리를 파괴할 수 있음을 조사한다. 이 책의 얼개란다.  

 

진도를 팍팍 빼고 있지 못하지만 근래 쏟아져나오는 책들 사에서 드물게 독자를 흥분시키는 책임에는 확실하다. 하기는 뭔들 내가 진도를 팍팍 뺄 수 있으랴. 내가 잡고 진행하는 모든 것이 더디게 더디게 흘러가고 있으니....

 

위 알라딘에서 만든 유발 하라리의 책들 홍보 팜플릿 정말 잘 만들었다. 기발하다랄까? 그런데 한편으로는눙치나? 인과 관계를 흐트리나 하는 생각 들었다.총균쇠와 생각에 관한 생각의 책을 언급하며 따온 구절들은 유발하라리가 본책에서 두 책을 언급하면서 했던 말일 것 같은데 역으로 마치 두 책의 저자가 유발하라리의 저작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은 것처럼 표현해 놓았다. 알라딘에 전화해 물어볼까 뭐가 진실인지?

 

라고 했다가 스스로 해결했다. 알라딘 쏘리~~

 

실제로 두 저자가 이 책에 대해 늘어놓은 찬사 맞다 맞아.... 진짜~~  알라딘 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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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5-27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이 책 시작해야지~ 맘만 먹고 아직 시작 못 하고 있네요. 사피엔스를 아주 재미있게 읽어서 기대됩니다.
알라딘 쏘리~ 는 알라딘이 잘 받아주던가요? ㅋㅋㅋㅋㅋㅋ

icaru 2017-05-29 08:56   좋아요 0 | URL
ㅋㅋ 심호흡을 한 다음에 시작에 들어갈 필요가 있어 보이긴 했어요! ㅎㅎ 제가 왜 저렇게 알라딘에 일단 틱틱거리고 시작했나 생각해봤더니~ 사은품이요~~ 저는 호모데우스 금장책갈피를 받았는데,,,마일리지 몇백원 추가해서 이걸 받을까말까 했었는데! ㅗㅗ 지금은 에코백으로 바뀌었더라고요~ 예약해서 안 샀더라면 에코백인데! 했다는요~~~
알라딘 쏘리는 ㅋㅋ 글쎄 들었을까? ㅎㅎㅎㅎㅎ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해서뤼..
 
퇴사하겠습니다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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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다니기 참 힘들다. 이런 마음을 떨쳐버리기 위한 대책 또한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곁에 두고 가끔 뒤적이는 책들을 또 열어본다. 러셀의 행복의 정복...

 

거기에 있던 구절

 

고민은 해서 효과가 있을 때만 고민하고 해도 효과가 없을 것같으면 고민하지 말라던 이야기. 그리고 밤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던...

 

내가 이렇게 힘든 건 생각이 많아져 그렇다고 작은 결론을 내고, 고민하지 말자고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을 하며, 카톡 상태 문구로 적어놨더니...

 

연락 뜸했던 사람들에게서 안부를 묻는 카톡이 온다. 이런 성격의 냄새의 문구를 잘 쓰지 않는 네가? 무슨 일? 이라는 요지의 ㅋ

 

 

 

 

 

170

 

다른 사람보다 자기가 더 뛰어나다고 믿고 싶은 마음. 조금이라도 풍요한 생활을 하고 싶다는 마음. 지금의 생활수준을 낮추고 싶지 않다는 마음. 그건 사람이면 누구나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나약함이며 욕망입니다.” 

 

 

193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해가는 곳이 아닙니다. 다만 언젠가 회사를 졸업할 수 있는 자기를 만들 것’. 그것만큼은 정말 중요한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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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7-05-24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보고 깜짝 놀라서 들어왔습니다.
그간 대선 때문에 쫄리고, 들뜨고, 신나서 하루에 뉴스만 3시간씩 보느라고..... 알라딘도 진짜 오랫만에 들어왔어요.
회사에서... 힘든시가봐요. 절망적인 2년을 보내고 나니, 저는 올해는 살만해지긴했는데요.
이카루님도 잘 지나가시길요.

icaru 2017-05-25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절망적인 날들이 지나면 약속처럼 살만한 날들이 올까요? ^^;;;
사표란,,, 항상 가슴에 품고! ㅎㅎㅎㅎㅎ

2017-05-26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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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존엄한 존재인가?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며 무감각할 수 있는가? 에 대한 것과 애국심에 대한 것이 이 소설의 화두이다.

작중 소년이 이해할 수 없는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나라'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혼란스러웠고 애국가가 불려지는 동안 절과 절에서 부딪치며 생기는 미묘한  불협화음에 숨죽여 귀를 기울인다. 필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 

 

잊지 않겠다. 용서하지 않겠다. 화해하지 않겠다는 필사적임이, 행간에 숨어 있는 그것이 느껴진다. 나도 끝까지 읽었다!

 

프리모 레비의 책과 여자는 전쟁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라는 책이 계속 떠올랐다. 다시 찾아 봐야겠다.  

 

77

학살자 전두환을 타도하라.

뜨거운 면도날로 가슴에 새겨놓은 것 같은 그 문장을 생각하며 그녀는 회벽에 붙은 대통령 사진을 올려다본다. 얼굴은 어떻게 내면을 숨기는가, 그녀는 생각한다. 어떻게 무감각을, 잔인성을, 살인을 숨기는가. 창 아래 등받이 없는 의자에 걸터앉아 그녀는 손톱들의 거스러미를 뜯어낸다.

 

122

그들은 장전한 소총을 들고 의자와 의자 사이를 다니며, 자세가 바르지 않은 사람의 머리를 개머리판으로 쳤습니다. 재판소 밖에서 가을 풀벌레가 울고 있었습니다. 그날 아침 새로 받은, 세제 냄새가 풍기는 깨끗한 푸른색 수의를 입고서 나는 즉석 총살이란 말을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정말 닥쳐올 총살을 기다리듯 숨을 죽였습니다. 죽음은  새 수의같이 서늘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때 생각했습니다. 지나간 여름이 삶이었다면, 피고름과 땀으로 얼룩진 몸뚱이가 삶이었다면, 아무리 신음해도 흐르지 않던 일초들이, 치욕적인 허기 속에서 쉰콩나물을 씹던 순간들이 삶이었다면, 죽음은 그 모든 걸 한번에 지우는 깨끗한 붓질 같은 것이라고.

재판장님이 입장하십니다.

서기의 말이 떨어지자 앞문이 열리며 법무장교 셋이 차례로 들어왔습니다.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내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 건 그때였습니다. 앞에서 두번째 줄 정도였습니다. 반쯤 고개를 들고 나는 앞쪽을 살폈습니다. 누군가가 소리 죽여 흐느끼듯 애국가 첫소절을 부리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어린 영재라는 걸 깨달았을 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이미 합창이 시작돼 있었습니다.

 

161

무엇이 문제인가, 라고 당신이 자신에게 물은 적 있다. 모든 게 지나갔지 않은가. 당신에게 고통을 줄 가능성이 백분의 일, 천분의 일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당신 스스로 깨끗이 밀어냈지 않나.

 

오래전 동호와 은숙이 조그만 소리로 나누던 대화를 당신은 기억한다. 왜 태극기로 시신을 감싸느냐고, 애국가는 왜 부르는 거냐고 동호는 물었다. 은숙이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까. 태극기로, 고작 그걸로 감싸보려던 거야. 우린 도륙된 고깃덩어리들이 아니어야 하니까, 필사적으로 묵념을 하고 애국가를 부른 거야.

그 여름으로부터 이십여년이 흘렀다. 씨를 말려야 할 빨갱이 연놈들. 그들이 욕설을 뱉으며 당신의 몸에 물을 끼얹던 순간을 등지고 여기까지 왔다. 그 여름 이전으로 돌아갈 길을 끊어졌다. 학살 이전, 고문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없다.

 

199

어른들끼리 사진집을 돌려본 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내가 몰래 그 책을 펼친 것은, 어른들이 언제나처럼 부엌에 모여 앉아 아홉시 뉴스를 보고 있던 밤이었다. 마지막 장까지 책장을 넘겨, 총검으로 깊게 내리그어 으깨어진 여자애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을 기억한다. 거기 있는지도 미처 모르고 있었던 내 안의 연한 부분이 소리 없이 깨어졌다.

 

206

특별하게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다. 처음 자료를 접하며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연행할 목적도 아니면서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살상들이었다. 죄의식도 망설임도 없는 한낮의 폭력. 그렇게 잔인성을 발휘하도록 격려하고 명령했을 지휘관들.

 

212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피 흘리는 사람을 업어다 병원 앞에 내려놓고 황급히 달아난 공수부대원이 있었다. 집단발포 명령이 떨어졌을 때, 사람을 맞히지 않기 위해 총신을 올려 쏜 병사들이 있었다. 도청 앞의 시신들 앞에서 대열을 정비해 구가를 합창할 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된 병사가 있었다.

 

소년이 온다, 금속 책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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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7-05-25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고 싶었던~~읽어야지~~그러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고 있는 올봄이네요.
이책이 독서의 길로 인도해줄 것같기도 하구요^^
잘 지내시죠?^^

icaru 2017-05-25 11:42   좋아요 0 | URL
우앙~~~~~~~~~~~~~! 책나무님!!!
하루하루 피로의 강도가 더해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어요!! 백세 시대라던데... 이렇게 마음이 쇠약해서리 우찌하나 싶고용 ㅎ
오늘 문득 생각해 보니까~
예전에는 이렇게 마음맞고 통하는 온라인 벗들과 소통하는 깨알재미가 그래도 일상 피곤을 위로해 주었지 하는 생각 들더라고용!!

한강의 이 책은 한강이 언젠가는 써야만 할 통과의례 같은 작품이었던 거 같아요~ 작가가 되는 데에는 그날의 일이 저 아래에 깔려 있지 않았을까???

저는 사내 독서모임 지정도서라서 읽었는데....

icaru 2017-05-25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 책은 출간된 그때부터 읽어야 하는데 하는데... 했던 책이었어용!! 읽고 나니, 읽어야만 했던 책이었구나! 하는... ㅎㅎ 읽는 과정에서의 감정선이 ...음... 쉽지는 않아용 ㅠ
 
시즈코 상
사노 요코 지음, 윤성원 옮김 / 펄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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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는 기록을 하려면 옆에 책이 있거나 하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날 때 틈틈히 기록을 해야겠다. 더 이상 늦어지면 읽었다는 동사만 남을 뿐 그 기억은 사라지며, 시간이 지나면 '읽었다'가 '읽었었나?'로 둔갑할 것이다. (진실을 말하지만, 이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가물가물할 리는 절대 없다. 치매에 걸리게 된다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내게 가장 두려운 말은 자신의 노후의 모습을 보고 싶으면 현재 부모님이 사시는 모습을 보라는 말이다. 노년의 삶도 보고 배우는 학습에 의해 일어난다는 의미의 말일테지만, 내게는 그것만큼 제발 그것이 아니었으면 하는 게 또 없다.

 

적어도 존경과 사랑으로 이루어진 모녀 관계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참 발설하기 민망한 말이기는 하다. ㅠ

 

내가 늦게야 버닝하게 된 작가, 사노 요코가 자신의 어머니에 관해 쓴 에세이이다. 당시의 사회적인 상황 맥락에서 읽어야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말하는 엄마의 모습(시즈코 상)도 아니고 인과성에 따른 것이겠지만 천륜으로 대하는 자식(사노 요코)의 모습도 아니다.  

낳은 자식 중에서 셋을 잃은 어머니이다. 특히 남달리 사랑했던(?) 열한살 짜리 장남의 죽음 이후 한의 화살이 바로 아래 장녀이자 여동생이던 시즈코에게 향했던 점이 그럴수도 있나 그럴수도 있을거야, 아니 그래도! 하게 되었다. 학대를 하지 않았다. 깨끗한 옷을 만들어 입히고, 맛있는 음식을 해준다. 그러나 차갑게 대한다. 칭찬해 주지 않는다. 집안일을 많이 시킨다. 시대가 그래서 그랬다로 읽히지 않는 부분들이 툭툭 걸린다. 그런 엄마를 대하는 딸 절대 울지 않는다. 반항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뭔가 살기 등등한 게 느껴진다. 어린애한테 ㅎㅎㅎㅎ;;;  엄마와 딸 사이에는 많은 일이 있었고, 없어야 할 일도 많아 보였다.

사정이 이러하여서 한편의 책이 되었고, 뭔지 모를 강렬한 여운을 주었다.

 

" 나는 어른들이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던 것 같다. 분명 밉살
스러운 아이의 분위기를 풍겼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밉살스
러운 아이였다.
나는 동생 다카시를 커다란 등나무 시렁에서 떨어뜨린 적도
있다. 그리고 저녁 무렵 어둑어둑해진 모래밭에 다카시의 공을
묻어두고 온 적도 있다. 다카시가 그전에 내 공을 도랑에 내던
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카시가 한 일을 엄마에게 일러바치
진 않았다. 이르면 “네가 먼저 무슨 짓을 저질렀겠지.”라면서
눈을 흘겼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그런 눈초리를 받을 바에는
흙투성이가 되어가며 뒹굴고 엉겨 붙어 싸우는 편이 나았다."

 

반푼이 같은 리뷰가 되었지만 여기에서 서둘러 정리해야겠다. (방금 할일이 생겨서리...)

내 엄마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나야말로 엄마와 뼈속부터 다른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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