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 - 윤대녕 산문집
윤대녕 지음 / 푸르메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어느 날부터 나는 걷기로 했다. 버스 안에서 차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을 움직여 겪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이를테면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의 변환이라 할 만한 사건이었다. <중략> 그동안 무심히 보아 넘겼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걸으면서 나는 느꼈다. 거리에서, 시장을 오가면서, 빌딩 계단을 오르면서, 이발소를 다녀오면서, 혼자 오래된 식당에 들어가 앉아 묵은 김치로 끓여 낸 찌개를 먹으면서, 노인들이 드나드는 허름한 동네 목욕탕에 다녀오면서……. 그러면서 나는 본다겪다의 차이를 깨달았고, 이 가속도의 시대에 오히려 거꾸로 움직이면서 그동안 잃어버렸거나 놓쳐 버렸던 많은 것들을 몸을 통해 실감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신선하고 가슴 벅찬 것이었다.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음은 물론이고 이제야 조금은 편견 없이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자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참에 한 가지 더 해 보고 싶은 일이 생겼다. 다름이 아니라 아날로그식으로 사람을 만나 보고 싶다. 전화나 이메일이 아닌 편지나 엽서로 오랜 친구에게 소식을 전하고 약속을 청해 들뜬 기분으로 해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덤으로 답장을 기다리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왕이면 아직 옛 풍경이 남아 있는 서울의 삼청동이나 인사동 혹은 광화문 언저리에서 만나기로 한다. 언젠가 그쪽에서 만난 적이 있었던 사람이면 더욱 좋겠지. 그래, 오늘 밤은 그동안 소원했던 친구에게 엽서라도 한 통 써야겠다.

                                                                  "

 

  

 

     본다겪다의 차이를 깨달았고, 그동안 잃어버렸거나 놓쳐 버렸던 많은 것들을 생생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이 경험을 통해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고 하였다.  운동 부족의 이유도 있고 나또한 여러모로 걷는 생활을 하고 싶다. 그런데 평소 내가 걷는 길의 풍경을 떠올려 본다면.... 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혹의 기술 - 권력보다 강력한 은밀하고 우아한 힘
로버트 그린 지음, 강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일시품절


2012년 작성 ...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이다.


‘유혹’이라는 단방약 처방전 하나 가지고 장장 600여 페이지로 각종 사료와 문학 작품을 천착해 나가는 저자의 끈덕짐에도 박수를, 그리고 간신히 마지막 장을 읽고 덮은 나 자신에게도 박수를...... 쉽게 잘 쓰여진 책이기는 하지만, 사실 길고, 반복된다.

 

영화 <물랭루즈>에서 그랬듯 이 책에서도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의 반증하려는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각양각색으로 발산하는 매력은 한 편의 연극이고 멋진 쇼와도 같으니.... 


앤디 워홀, 프로이드, 케네디, 엘비스 프레슬리, 레닌, 주은래, 루 살로메, 클레오파트라, 양귀비 기타 등등등..........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 역사와 문학 작품의 꽤 유명세를 떨쳤던 사람 중에 이 책 속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 있다면, 그 인물은 그야말로 너무너무 섭섭해 해야 할 지경.


그런데 읽다보니, 근본 밑바탕에는 다음과 같은 별로 유쾌하지 않은 진실이 이 책에 깔려 있음을 알게 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하지 않으며 모든 인간 관계는 심리전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 이 책에 나오는 역사와 문학 속에서의 유혹자들도 고도의 심리전에 능한 인물이었다.


같은 이유로, 이 책을 통해 단순한 ‘유혹’의 기술을 배워보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좀 무리다. 그런 생각일랑 아예 접어 두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실제 세상이 그닥 낭만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그저 동물적인 더듬이를 앞세워 유혹하고 또 상대를 굴복시키는 데에 골몰하다보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물론 세상이 아수라장이 될 것이기에.


따라서 그저, 현대의 사회를 읽는 키워드라고 하는 ‘유혹’-- 쾌락을 미끼로 삼아, 사람들의 감정을 조종하며, 욕망을 자극하고, 혼돈을 조성하며 결국에는 심리적인 굴복을 얻어내는 이 ‘유혹’의 정체에 대해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조금 얻어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 것이 좋은 터이다. 


살다보면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할 일이 생긴다. 정공법을 택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얘기할 경우, 자기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지긴 하겠지만 대신 얻는 것이 거의 없게 되는 것이 부지기수다. 사람들은 습관에 의해 돌처럼 굳어진 저마다의 사고 체계를 지니고 있다. 그 때문에 우리가 하는 말은 이미 사람들의 마음 속을 차지하고 있는 수천 개의 개념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 때에 필요한 것이 ‘유혹’일거다. 상대방으로부터 화를 유발시키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것.


 

사람은 참으로 복합적이고 애매모호한 존재들이며, 그 속에는 모순된 충동들로 가득 차있다. 그 끝간 데를 알 수 없기 때문인 듯, 사람의 마음을 얻는 유형도 가지가지이고, 마음을 주고 뺏는 양상도 가지가지이다.

저자는 세상에 모두 아홉 가지 유형의 유혹자가 존재한다고 밝히었다. 각각의 유형마다 사람들을 사로잡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특성이 있다.

먼저 ‘세이렌’은 성적 에너지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그 이용 방법에 정통하다. ‘레이크’는 지칠 줄 모르고 이성을 탐닉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전염시킬 정도로 강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 ‘아이디얼 러버’는 로맨스를 불러일으킬 만큼 심미적 감각이 뛰어나다. ‘댄디’는 자신을 연출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양성적 매력을 발산한다. ‘내추럴’은 자발적이고 열린 태도를 갖추고 있다. ‘코케트’는 자기 만족적이면서 동시에 상대방을 매료시키는 차분함을 지니고 있다. ‘차머’는 즐거움을 주는 방법을 알고 싶어하며 또 알고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아주 사교적이다. ‘카리스마’는 자신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며, ‘스타’는 지상의 존재가 아닌 듯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6-20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7-06-20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홉가지 유형의 유혹자들 모두 근사해요.
유혹하면 막 넘어가고 싶은.... ㅎㅎㅎㅎ

잘 지내고 계시죠? icaru님~~~
날이 많이 더워요. 건강 조심 하세요^^

icaru 2017-06-21 18:50   좋아요 0 | URL
ㅋㅋ 단발머리 님 아시나요~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심돵!!
오프에서 뵈면 완전 폭발할거 같은데~~ ㅎㅎㅎ;;;;

아~ 최근에 매력자본이라는 책이 이 책과 같은 선상에서 눈에 들어오더라고용!
 
유럽건축 뒤집어보기 - 감성과 이성의 경계에서 유럽을 말하다
김정후 지음 / 효형출판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구겐하임 재단은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할 건축가를 선정하기 위해 공모전을 벌였다. 이 공모전에서 프랭크 게리의 작품이 최종안으로 선정되었다. 공모전에 제출된 다른 안과 비교했을 때, 도시를 대변하는 강력한 이미지라는 점에서 게리의 안이 가장 탁월했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프랭크 게리는 최첨단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상상을 초월하는 형태의 건축물을 디자인하기로 유명하다. 길이 130m, 30m에 이르는 단일 형태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비행기 외장재인 티타늄 조각 수만 개를 이어 붙여서 완성했다. 미술관은 마치 거대한 조각품 같기도 하고, 네르비온 강에 정박한 배 같기도 하고, 강에서 막 튀어 오른 은빛 물고기 같기도 하다.

또한, 탁월한 부지 선택으로 이 건물은 주변의 거의 모든 위치에서 조망할 수 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빛을 받을 때마다 눈에 보이는 형태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거리를 거닐며 모두 다른 입면으로 이루어진 구겐하임 미술관을 감상하는 것은 빌바오 지역 감상의 백미임이 틀림없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하나의 꽃봉오리처럼 보이기에 메탈 플라워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그 상상력과 화려한 이미지에서 건축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대작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컴퓨터 게임과 문학 - 문학의 기본개념 5 문학의 기본 개념 5
최유찬 지음 / 연세대학교출판부 / 200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컴퓨터 게임을 서사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관점이 게임에서 볼거리의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게임 제작자들은 아직까지 서사의 내용이나 질을 향상하는 작업보다도 볼거리를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예를 들어 게임 제작 실무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논의하는 것은 온라인 게임을 얼마나 실제와 흡사하게 실현할 수 있는가?’, ‘영상물 등급 심의를 통과하려면 잔혹한 장면을 얼마나 삭제해야 하는가?’와 같은 문제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6-15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17-06-16 11:00   좋아요 0 | URL
나온지 좀 된 책이긴 한데, 자료적 가치는 있는 것 같아요! ㅎㅎ;;
 
순자 을유세계사상고전
순자 지음, 김학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과 불에는 기운은 있으나 생명이 없고, 풀과 나무는 생명은 있으나 지각이 없고, 새와 짐승은 지각은 있으나 의로움[]이 없다. 사람은 기운도 있고 생명도 있고 지각도 있고 의로움도 있다. 그래서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것이다.

힘은 소만 못하고 달리기는 말만 못한데, 소와 말은 어째서 사람에게 부림을 받는가? 그것은 사람들은 여럿이 힘을 합쳐 모여 살 수 있으나, 소나 말은 여럿이 힘을 합쳐 모여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떻게 여럿이 힘을 합쳐 모여 살 수 있는가? 그것은 분별이 있기 때문이다. 그 분별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그것은 의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로움으로써 사람들을 분별 지으면 화합하고, 화합하면 하나로 뭉치고, 하나로 뭉치면 힘이 많아지고, 힘이 많으면 강해지고, 강하면 만물을 이겨 낼 수가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집을 짓고 살 수가 있다.

그러므로 사철의 질서를 따라 만물을 성장케 하여 온 천하를 함께 이롭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바로 분별과 의로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사람이 존귀한 이유는 다른 존재와 다르게 분별과 의로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7-06-07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문제죠.아무리 나쁜 제도도 사람에 따라 좋게 시행될 수 있거든요.반대로 아무리 좋은 제도도 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제도가 망가지는 거라서요....

icaru 2017-06-14 11:0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사람이 문제죠... 저는 유레카 님 말씀이 확장 적용되어 ㅎ 월요일 출근이 두려운 건 특정 사람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ㅎㅎㅎ 하하 일요일 저녁에 들었던 생각을 수요일에 적다니 참 느립니다.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