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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기술 - 권력보다 강력한 은밀하고 우아한 힘
로버트 그린 지음, 강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일시품절
2012년 작성 ...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이다.
‘유혹’이라는 단방약 처방전 하나 가지고 장장 600여 페이지로 각종 사료와 문학 작품을 천착해 나가는 저자의 끈덕짐에도 박수를, 그리고 간신히 마지막 장을 읽고 덮은 나 자신에게도 박수를...... 쉽게 잘 쓰여진 책이기는 하지만, 사실 길고, 반복된다.
영화 <물랭루즈>에서 그랬듯 이 책에서도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말의 반증하려는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각양각색으로 발산하는 매력은 한 편의 연극이고 멋진 쇼와도 같으니....
앤디 워홀, 프로이드, 케네디, 엘비스 프레슬리, 레닌, 주은래, 루 살로메, 클레오파트라, 양귀비 기타 등등등..........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 역사와 문학 작품의 꽤 유명세를 떨쳤던 사람 중에 이 책 속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 있다면, 그 인물은 그야말로 너무너무 섭섭해 해야 할 지경.
그런데 읽다보니, 근본 밑바탕에는 다음과 같은 별로 유쾌하지 않은 진실이 이 책에 깔려 있음을 알게 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하지 않으며 모든 인간 관계는 심리전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 이 책에 나오는 역사와 문학 속에서의 유혹자들도 고도의 심리전에 능한 인물이었다.
같은 이유로, 이 책을 통해 단순한 ‘유혹’의 기술을 배워보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좀 무리다. 그런 생각일랑 아예 접어 두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실제 세상이 그닥 낭만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그저 동물적인 더듬이를 앞세워 유혹하고 또 상대를 굴복시키는 데에 골몰하다보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물론 세상이 아수라장이 될 것이기에.
따라서 그저, 현대의 사회를 읽는 키워드라고 하는 ‘유혹’-- 쾌락을 미끼로 삼아, 사람들의 감정을 조종하며, 욕망을 자극하고, 혼돈을 조성하며 결국에는 심리적인 굴복을 얻어내는 이 ‘유혹’의 정체에 대해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조금 얻어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 것이 좋은 터이다.
살다보면 어떤 식으로든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할 일이 생긴다. 정공법을 택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고 솔직하게 얘기할 경우, 자기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지긴 하겠지만 대신 얻는 것이 거의 없게 되는 것이 부지기수다. 사람들은 습관에 의해 돌처럼 굳어진 저마다의 사고 체계를 지니고 있다. 그 때문에 우리가 하는 말은 이미 사람들의 마음 속을 차지하고 있는 수천 개의 개념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 때에 필요한 것이 ‘유혹’일거다. 상대방으로부터 화를 유발시키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것.
사람은 참으로 복합적이고 애매모호한 존재들이며, 그 속에는 모순된 충동들로 가득 차있다. 그 끝간 데를 알 수 없기 때문인 듯, 사람의 마음을 얻는 유형도 가지가지이고, 마음을 주고 뺏는 양상도 가지가지이다.
저자는 세상에 모두 아홉 가지 유형의 유혹자가 존재한다고 밝히었다. 각각의 유형마다 사람들을 사로잡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특성이 있다.
먼저 ‘세이렌’은 성적 에너지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그 이용 방법에 정통하다. ‘레이크’는 지칠 줄 모르고 이성을 탐닉한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전염시킬 정도로 강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 ‘아이디얼 러버’는 로맨스를 불러일으킬 만큼 심미적 감각이 뛰어나다. ‘댄디’는 자신을 연출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양성적 매력을 발산한다. ‘내추럴’은 자발적이고 열린 태도를 갖추고 있다. ‘코케트’는 자기 만족적이면서 동시에 상대방을 매료시키는 차분함을 지니고 있다. ‘차머’는 즐거움을 주는 방법을 알고 싶어하며 또 알고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아주 사교적이다. ‘카리스마’는 자신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며, ‘스타’는 지상의 존재가 아닌 듯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