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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일본을 왜곡하는가
박유하 지음 / 사회평론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에서 아주 평범하게 초, 중, 고등 교육을 마친 나로서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인식이 과히 좋지 않았다. 그것이 선입견이든, 무엇이 되었든간에 말이다. 나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보고 배운 바 때문이었는지, 나 또한 어쩔 수 없는 소위 민족주의적인 경향들을 키우며 지금껏 지내왔다. '우리 고유의 전통은 소중하고, 또 지켜 나가야 할 맥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그런 고로, 일본에 대한 선입견이 더더욱 심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된 데 대한 궁색한 변명을 하자면, 나는 가까운 예를 지금껏 내가 읽어온 우리의 문학에서 찾아 보고 싶다. 박경리의 <토지>라든지, 박완서의 몇몇 작품(그 여자네 집 외), 그 외 작가들의 굵직한 유수의 작품에서 일제 시대의 강제 징용, 위안부 문제로 겪었던 비극적인 가족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이를 읽고, 잠시 울분에 잠기지 않은 적이 없던 사람 있었을까. 박유하 씨가 말하듯 김진명의 민족주의 삼류 소설 운운은 제쳐 두고라도 말이다.

어제 저녁 텔레비전 프로에서 한민족 리포트를 보았다. 일본에서 대가로 불리우는 바이올린 제작자인 진채현이라는 칠십대 노인이 그 주인공이었다. 일본은 장인 지향의 나라라고 했던가. 그런데 재일 교포로서는 진채현씨가 바이올린의 대가가 되기까지 쉽지 않은 인생살이가 보여 주었다. 무엇보다도 일본 사람들은, 한국인이라고 하면 아무리 배우고자 하는 기본 자세가 된 사람일지라도 수제자로 삼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채현씨는 예외적으로 모든 대가에게 있을 법한 스승이 없다. 혼자 책 읽고, 만들면서 혼자 터특한 기술이기 때문이었다. 박유하 씨는 일본에서 아주 운좋은 재일 한국인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을 때는 전적으로 글쓴이의 의견에 동조에 따라가 보자, 하는 게 내 지론이다. 그런데 이번만큼 책을 읽으면서 나의 그 지론에 갈등을 느낀 것은 또 간만이다. 그 만큼 나의 일본에 대한 반감의 골이 깊었었나보다. 하지만 불쾌하다거나, 시간 낭비하고 있다는 느낌은 결코 아니었다.

시종일관 박유하 씨가 독자들에게 외치는 메시지는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일본사람들이 잔인하다고 말하기 전에 너 자신이 그렇지 않았는가 돌아보고, 우리만의 고유의 것이라는 것에 대해, 과연 그것을 고수하기 위해 다른 것들을 왜곡하고 비난해야 하는가를 반문하라고 말이다. 그것은 단지 과거에 일본의 침략과 그들의 만행을 잊자는 것이 아니다. 왜 그랬는지를 보고 앞으로의 우리 미래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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