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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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8쪽
수용소는 우리를 동물로 격하시키는 거대한 장치이기 때문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동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곳에서도 살아남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똑똑히 목격하기 위해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최소한 문명의 골격, 골주, 틀만이라도 지키기 위해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가 노예일지라도, 아무런 권리도 없을지라도, 갖은 수모를 겪고 죽을 것이 확실할지라도, 우리에게 한 가지 능력만은 남아 있다. 마지막 남은 것이기 때문에 온 힘을 다해 지켜내야 한다. 그 능력이란 바로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201쪽
오늘은 바람이 불지 않는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상하게도 인간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이 어쩌면 아주 보잘것없을 수도 있는 상황이 우리로 하여금 절망의 문턱을 넘지 않도록 해주고 계속 살아가게 해준다.

276쪽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다행하게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 모른 척하고 싶었기 때문에 알지 못했다. 물론 공포정치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거기에 저항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렇지만 독일 국민은 전체적으로 저항하려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던 것 역시 사실이다. (...) 그들은 입과 눈과 귀를 다문 채 자신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환상을 만들어갔고, 그렇게 해서 자신은 자기 집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의 공범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 그리고 나는 바로 이런 고의적인 태만함 때문에 그들이 유죄라고 생각한다.

298쪽
100여 년도 더 전에 독일계 유대인인 시인 하이네는 이렇게 썼다. "책을 불태우는 사람은 조만간 인간들을 불태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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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1-08-25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경석 선생의 프리모레비를 찾아서를 읽고난후 릴레이로 읽게된 책이네요.

icaru 2011-08-3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프리모레비를 알게 된 것도 잉 과장님 덕택인듯~
전에 제 서재 간판 문구가...
나는 날마다 좋아진다, 였는데, 그것도 그에게서 갖고 왔었어요.
한 4년은 달고 있었으니... ㅎㅎㅎ 정말 날마다 좋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하면, 믿어들 주시려나 흠..

그리고~ 서경석~ 헤에.... 석이나 식이나.. 전 알아들었어요 ^^
 
사람 VS 사람 - 정혜신의 심리평전 2
정혜신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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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쪽
동일한 경험을 했다고 해서 그로 인한 고통이나 기쁨 같은 감정조차 똑같은 것은 아니다. 미국의 연구자들은 동일한 물리적 자극에 대한 통증의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그동안 의료계의 통념은 그것이 심리적 요인에 의한 차이일 것이라는 쪽이었는데, 실험을 해보니 동일한 자극에도 어떤 이들은 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느 것은 뇌의 특정 부분이 남들보다 더 활성화되기 때문이었다.


126쪽
문호근 씨가 사회활동을 하면서 일의 성과가 좋지 않아 안달할 때면 아버지 문익환 목사가 하던 말이란다.
"이놈아, 관 뚜껑에 못질 할 때 알아보는 거야."

152쪽
사람에게는 '자아 동조적(ego-syntonic)' 측면과 '자아 비동조적(ego-dystonic)' 측면이 있다. 원래 자아 동조적/자아 비동조적이란 개념은 정신과에서 성격장애와 신경증(노이로제)을 구분할 때 중요한 잣대가 된다. 청결과 반복적 확인, 정리정돈에 집착하는 두 질환인 강박증과 강박성 성격 장애를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하루에 수십 번 손을 씻어야 직성이 풀리는 '강박증' 환자는 본인도 괴로워한다. 안 그러고 싶은데 계속해서 그런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자신의 행동이 힘들고 짜증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아 비동조적'이다. 그래서 치료받기 위해 스스로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강박적 성격'을 가진 사람은 '자아 동조적'이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청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하루 종일 걸레를 들고 살며 쉴새없이 닦고 또 닦는 것도 단지 집이 더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안 그러는 남들이 오히려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에 대한 갈등이 없다.

165쪽
김민기는 몇 년 전 어느 인터뷰에서 "난 아직 '현재 진행형'이야. 지난 것 가지고 폼 잡고 있을 시간이 내겐 없어."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문득 그가 미대 입시생 시절 또래의 경쟁자들에게 주눅이 들어 데생이 진척되지 못하고 질척거릴 때 그의 데생 선생이 그에게 했다는 한마디를 떠올린다.
"네가 자꾸 지우는 것은 네가 그릴 것이 있기 때문이다."

247쪽
'당신이 가장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잘 몰라서다. 자신의 무의식적 욕구에 집중하면 '자기'의 실체가 보인다. 그렇게 발견된 '자기'의 실체가 설사 초라해 보이기까지 해도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남들이 보기엔 지극히 평범하고 남루해 보이는 촌부에 불과하지만 그게 '내 어머니'일 경우 내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진정한 개성이란 물리적 차별화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과의 본질적인 조우가 가능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인 셈이다.

278쪽
어린 시절 어느 날의 아버지를 회상하는 손석희의 육성으로 그 해답 혹은 소망을 여운으로 남겨보자.
"아버지는 당신 앞에 나를 불러 앉히시더니 내게 법(法)을 한자로 써보라 하셨다. 물수(水) 변에 갈거(去), 물이 흐르는 이치대로 양심이 편한 쪽으로 행동하면 그것이 곧 법과 같다는 말씀이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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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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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6쪽
위녕, 삶이 힘들까봐, 너는 두렵다고 말했지. 그런데 말이야. 그래도 모두가 살아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오르막은 올라보니 오르막일 뿐인 거아. 가까이 가면 언제나 그건 그저 걸을 만한 평지로 보이거든.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눈이 지어내는 그 속임수가 또 우리를 살게 하는지도 모르지. (...)  가야 할 것은 결국 가고 말 것이라는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되기까지, 그 모든 것이 혹시 다 내 손에 달려 있어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무언가가 달라질까하고, 가야 할 것이 가는 시간을 결국 늦추어 놓고 말았던 그 시간까지, 엄마는 참으로 많은 것을 지불했단다. 가만히 고요하게 있을 수 없어서 말이야. 그리하여 이런 평범한 말들은 엄마의 가슴 속에 드디어 사무치게 들리게 되었다.   

네 앞에 수많은 길들이 열려 있을 때, 그리고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모를 때, 되는대로 아무 길이나 들어서지 말고 앉아서 기다려라. 네가 세상에 나오던 날 내쉬었던 자신의 깊은 숨을 들이쉬며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네 마음속의 소리를 들어라. 그러다가 마음이 네게 이야기할 때 마음 가는 곳으로 가거라.  (수산나 타마로)


35쪽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내 삶을 사는 것, 그건 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남에게 살도록 요구하는 것, 그것이 이기적인 것입니다. <깨어나십시오> 안소니 드 멜로


66쪽
우정은 정적이지 않다. 우정은 마치 강물과 같아서 어떤 방향으로건 흐를 때만 의미가 있다. 언제나 발전하고 변화하고 넓어지고 새로운 경험을 흡수해야 한다. 누군가 말했듯이 잉글랜드 사람들은 친구가 아니라 무엇인가에 대한 친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친구는 결코 배타적인 소유물이 될 수가 없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친구를 나누거나 잃는 일임을 배우게 될 것이다. <손녀딸 릴리에게 주는 편지> 맥 팔레인

109~110쪽
네 속에 없는 것을 네가 남에게 줄 수는 없다. 네 속에 미움이 있다면 너는 남에게 미움을 줄 것이고, 네 속에 사랑이 있다면 너는 남에게 사랑을 줄 것이다. 네 속에 상처가 있다면 너는 남에게 상처를 줄 것이고, 네 속에 비꼬임이 있다면 너는 남에게 비꼬임을 줄 것이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떤 의미든 너와 닮은 사람일 것이다. 자기 속에 있는 것을 알아보고 사랑하게 된 것일 테니까. 만일 네가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너와 어떤 의미이든 닮은 사람일 것이다. 네 속에 없는 것을 그에게서 알아 볼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야. 네가 남에게 사랑을 주든, 미움을 주든, 어떤 마음을 주든 사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네 것이 된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면 말 한마디 시선 하나가 두려워진다. 정말 두려워져.

236~237쪽
사막을 생각하고 갈 수 없는 나를 생각하고 그러다가 너희들을 생각한다. 그러자 이 도시 한 구석에서 모래가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가 떠날 수 있었던 이유와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와 그가 단지 고비를 횡단하고 나서 늙어보이게 되었을 뿐이라고 말하는 모든 이유는 같다. 거기에 가지 않을 때 그는 항상 어딘가에 출석했고 언제나 연락이 가능하도록 일상을 성실히 열어두었으며 어떤 질문에 대해서든 늘 답변이 준비되어 있도록 공부했기 때문이지. (....) 붙박여 있기만 한 삶도 떠돌기만 하는 삶도 실은 그 뿌리는 같다. 그것은 두려움과 무책임이다. (....) 명심해라 딸, 어디든, 너를 부르는 곳으로 자유로이 떠나기 위해서는 네가 출석해야 하고 대답해야 하는 그보다 많은 날들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매일 내딛는 한 발자국이 진짜 삶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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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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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40쪽

박정희 시대나 전두환 시대, 즉 한국 경제의 '영광의 30년'을 많은 사람들이 좋았던 시절이라 추억하고 회상하는 것은 그 시절에 국민 소득이 높아서만이 아니다. 그 시절에는 스카이대학이라고 부르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졸업하지 않아도, 그리고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육사 출신이 아니더라도 성실하게 경제생활에 임한 사람들에게는 적절한 기회와 다양한 패자부활전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다양한 입체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했다.




142쪽

 마케팅 세력이 아닌 어른들은 10대가 독서하고 자신의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예산과 제도를 비롯한 많은 지원을 해주겠지만, 마케팅 세력은 10대들에게 주어진 용돈을 독서가 아닌 다른 곳에 사용하도록 계속 유도할 것이다. 작지만 이 두 가지 힘의 싸움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나머지 힘들 사이의 균형을 결정할 가장 큰 요소이다. 마케팅 세력과 비마케팅 세력은 10대의 용돈이라는 1318 시장에서 그야말로 건곤일척의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여기에 한국의 미래가 걸려있다. 이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는 지표는 간단하다. 10대들이 상대적으로 책을 사는데 더 많은 용돈과 에너지를 지출할지 아니면, 1318 마케팅 세력을 지시하는 화장품과 소비재를 사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나라의 운명이 바뀌는 셈이다. 




 178쪽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음 세대'에 관한 문제의 절반 정도는 지금의 386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생겨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적 자본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386세대를 다른 세대와 비교한다면, 해방 이후 가장 많은 독서를 했던 세대이고, 현재도 가장 많은 독서를 하고 있기 때문에 포디즘 이후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대해서도 이전 세대에 비하면 확실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편이고, 독서할 여력이 없는 다음 세대에 비해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사교육에 의한 지적 소화력 상실의 집단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 세대는 포디즘 이후에 새로 생겨날 변화들에 대해 오히려 지금의 20대보다 훨씬 높은 적응능력을 가지고 있다. 개별적 능력과 세대 내 단결이라는 두 가지 장치를 모두 가지고 있는 이 세대가 향후 세대 내 경쟁을 점차 완화시키고, 세대 간 경쟁을 통해서 다음 세대에게 돌아갈 몫을 선점할 것이라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195쪽

"문제의 원인은 학력과잉"이라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언론도 보인다.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줄 생각은 하지 않고, 대학생이 너무 많다는 식으로 엉뚱한 화풀이를 하고 있다. 정답은 따로 있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듯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한국 사회의 특징인 학벌주의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에 따라 능력 있는 고졸자들에게 그나마 열려 있던 기회의 문이 닫히고 있는 것이다. IMF 이후 은행과 공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당수를 다시 고용했다. 여전히 필요한 인력이었기 때문. 제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물론 다시 고용한 인력은 거의 다 비정규직이었다. 쉽게 쓰고 버릴 수 있는 인력으로 교체되었다. 예전에 괜찮은 일자리였던 것이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252쪽

프랜차이징의 지나친 증가는 사업다양성의 손실과 지역 경제의 붕괴 그리고 서민과 20대 경제의 버팀목의 상실이라는 결과를 낳지만, 우리나라처럼 소비자들이 프랜차이징 업체를 자영업자들에 비해서 선호하는 현상이 강력한 상황에서는 경제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경제학적으로는 우리나라는 외국과는 달리 자영업이 프랜차이징에 비해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영업이 프랜차이징에 밀릴 이유는 없는데, 실제 소비 단계에서는 더 비싸면서 평균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상품을 소비하는 현 상황을 분석하는 일은 경제학 영역 바깥의 일이다.

만약 20대가 그들이 먹는 음식 혹은 일상적 구매의 일부를 생협 방식으로 전환하는 조합원이 된다면 더 많은 20대를 그들끼리 구제하면서 새로운 자신들의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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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론
에밀 뒤르켐 지음 / 청아출판사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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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사회학의 학문적 접근 방법은 이래야 한다는 기본기를 보여 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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