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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 지음, 김경숙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나와도 일면식이 있는 남편의 절친한 회사 동료 중에 아직 싱글인 사람이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최근 같은 회사 여사원과 사내 커플이 되었다고 했고, 여자 분과 인사 겸해서 넷이서 약속을 잡고 저녁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같은 회사에 있으니 나만 여자 분을 초면으로 뵈었고, 셋은 회사라는 공간에서 어느 정도 생활을 함께 했을터다.
그 쪽 여자 분과도 어지간히 말을 트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여자 분이 내게 다음과 같이 말을 했다.
“유머러스한 남편 분과 함께 사니 참 좋으시겠어요.”
이 말은 분명 남편에 대한 칭찬이고, 더불어 내게도 퍽 기분 좋게 들려야 할 발언일텐데, 난 일순 기분이 묘했다. 내가 그동안 딴 사람이랑 함께 살았나.
1차적으로 든 생각은 ‘회사 여사원들 앞에선 꽤나 재밌는 사람으로 통하는 모양이네만, 내 앞에서는 왜 입에 지퍼를 단 거지?’
욱하는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2차적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을 정리하였다.
‘고된 회사 생활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일 거고, 나처럼 편한 식구가 아닌, 남 앞에서는 대외적 이미지도 있고 하니, 자기 관리를 잘한 거라고 할 수 있을거야. 좋은 거야. 딴지걸지 말자!’
남편은 항상 그런 건 아니고, 시시때때로, 입에 자크를 달 때가 있다. 집에 들어와서는 쓰다달다 아무 말도 없고, 되도록이면 일찌감치 꿈나라에 빠지려 침대 속으로 들어가버리고, 말이다.
걱정이 되서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으려 하면, 대답은 ‘아무 일도 없다’가 메아리가 되어 내게 돌아온다. 내가 질문을 하는 방식이 원하는 대답을 도출해 내기엔 꽤나 서투른 무엇이었나 싶게 말이다..... 얼굴에다가는 ‘아무 일 분명 있다.’ 이렇게 써 놓고서는.
그럴 때마다 무지 답답했었다. 이 책에서 보니, 그것은 남자들이 자기의 동굴로 기어들어간 거였다.
남자들이 동굴을 찾고 싶을 때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할 때, 기분이 언짢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라고, 또는 이제 막 사랑에 빠져서 자기 자신마저 잃어간다고 느낄 때 상대와 거리를 두기 위해 이러는 수도 있다고는 한다.
남자들이 이럴 때는 스스로 동굴에서 나올 때까지 내버려 두는 것이 상책이라고.
하지만, 문제는 남자가 동굴 속에 있는 동안에 상할대로 상한 여자의 마음에 있다. 동굴에서 나온 남자는 그 동안의 냉냉함을 만회해 주기 위해 평소보다 엄청 여자에게 잘 해 준다고는 하는데....
이 책을 1990년대 사랑학의 지침서라고들 소개했다. 그건 맞다. 실제 상황의 모든 인생 국면에서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다른 의사 소통을 하며, 그에 대한 반응은 또한 얼마나 다른지를 정말 너무도 자세히 조목조목 보여 준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어 반복이지 않나 하는 느낌도 없잖다. 매 다른 상황이라 하지만, 전달하는 요지도 내 눈에는 다 같아만 보이니 말이다.
이 책은 특별히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남녀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혹은 이제 막 함께 살기 시작한 신혼 부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