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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 - 신화가 된 여자
자넷 로우 지음, 신리나 옮김 / 청년정신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인데 미국에서 어떤 책의 저자가 오프라에게 소송을 걸었던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이라는 코너를 비난한 것이었죠. 발단인즉슨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을 통해 소개된 책은 그 내용의 수준과 장르를 막론하고 출판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에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오프라가 먼지 덮인 책표지에 재채기를 해서 먼지를 벗겨내면 그 결과를 전 출판계가 주목한다니. 국민들의 전체적인 독서량 증진하는 효과를 불러왔다고는 하지만. 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은 들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최근에, 오프라 윈프리의 토크쇼를 채널 돌리다가 얼핏 본 적이 있습니다. 마침 내가 보았을 때는, 영화와 드라마 홍보차 어떤 쌍둥이 어린 여배우 둘이 나와서 그들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죠. 글쎄요. 그 쇼는 미국에 흔하게 있는 그런 넌덜머리나게 영양가 없는 쇼 프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보여졌습니다. 물론 한 번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이만저만 무리가 아닐껍니다. 게다가 오프라 윈프리 쇼가 80년대 후반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장수 프로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이 프로는 2002년까지 30회나 ‘에미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각설하고 오프라 윈프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호기심이 동하는 사람입니다. 백인들이 득세하는 보이지 않는 인종 차별이 판을 치는 미국에서 흑인으로, 게다가 15세에 미숙아를 낳았으며, 한때 몸무게가 100킬로그램에 육박했을 만큼 뚱보 시절도 있었던 그녀이기에, 지금의 놀랄 만한 위치에 점하기까지 뒷이야기들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요,
이 책의 필자는 ‘이 시대 가장 성공한 미국인들’이라는 시리즈 연재물 중에 네 번째 인물로 오프라를 다루었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의 가장 성공한 투자가인 워렌 버펫을 다루었고, 그 다음은 GM사의 회장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 경영인의 한 사람인 잭 웰치,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인 빌 게이츠를 다뤘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세 사람의 반열 속에 오프라를 둔 것에 대해 의아해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버펫, 웰치나 게이츠처럼 자신이 하는 일을 다시 정의하도록 만들었고, 자신의 이미지로 재구성한 사람임에 분명하지요.
이 책에서 본 오프라는 자뭇 인간적이었습니다. 똑똑했고, 처세에 능했지만, 솔직하고 눈물이 많고, 방송에서 실언도 종종하고, 소송도 많이 걸렸더군요. 옐로 페이퍼에도 그녀를 향한 비난 기사가 빗발친 때도 많았고요. 동성애자라는 둥, 과거지사가 어떻다는둥 일반 유명인들이 그렇듯 혹독한 유명세말입니다. 항상 좋지만은 않았어요.
이렇듯 오프라 윈프리 만큼 상반되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 사람도 흔치 않아 보이더랍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유명인이란 있을 수 없겠지만요. 어떤 사람은 그녀에 대해 촌스럽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교묘하게 잘 한다고 하고, 모방의 천재라고도 하며, 혁신적인 일을 하는 사람으로 추켜 세우기도 합니다. 그녀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에 대해 의견이 모두 같지 않지요. 하지만 오프라가 재미있고 항상 재미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들 동의하는 눈치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프라가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그녀의 돈을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녀는 누구보다 선량한 방식으로 돈을 쓰는 사람이더라고요. 가난한 흑인 학생들을 위한 장학 재단에 열성을 보이는 것, 자기가 CEO로 있는 회사의 사람들에게 파격적인 선물을 하는 방식같은 것(아랫 사람을 부리기 위한 노하우일지언정).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오프라 윈프리에게 작은 동정이 가기도 했습니다. 역동적으로 사는 대단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시키고의 가장 전망 좋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자기 집에서 유유자적 전망을 바라볼 시간도 없는 바쁜 여자이기도 했지요. 이 책에 보면 오프라는 자신이 어항 속에서 물고기를 쳐다보고 있는 시간이 늘고 있다고 말을 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물고기를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다니,,,, 왜? 물고기가 자신과 같다고 느껴진 거겠죠. 투명한 유리를 통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노출당하는 운명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