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일기 - 남극의 비극적 영웅, 로버트 팔콘 스콧
로버트 팔콘 스콧 지음, 박미경 편역 / 세상을여는창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남극 이야기를 하려면, 꼭 스콧과 아문센의 이야기가 나온다.
국정 교육 과정 시절(초등중등고등...)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멘트 중 하나는..... 남극 최초 탐험은? “아문센”
스콧의 존재에 대해선 뭐, 한참 후에 알게 되었고, 그러나 늦게 알게 된 사람에게 오래도록 빠지게 되었다.
이재(理財)에 밝은 사람을 속으로는 부러워하되, 존경을 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된다.
성공을 거둔 탐험가들, 예컨대 남극까지 1,328킬로미터를 썰매로 달리면서 엄격한 일정에 따라 썰매를 끌던 개들을 잡아먹고, 네 동료 가운데 하나가 치통에 걸린 것 외에는 동상, 괴혈병, 설맹의 근처에도 가지 않고 말짱하게 돌아온 초실용적인 로알드 아문센 같은 사람에게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물론 그의 높은 실용주의 치밀함 같은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스콧보다는 감동을 덜 준다고나 할까.
‘극점 정복’이 전부인 아문센과 달리 ‘남극 탐사와 극점 정복'을 목표로 했던 스콧의 남극 탐험대는 한 공동체가 지향하는 최고의 매력적인 가치와 감동적인 면들을 모두 보여 주었다.

 이 책은 스콧이 쓴 남극일기를 번역한 것이라, 더 자세하고 풍요롭게 다루어 주었으면 좋았을 듯 싶은 부분이 많이 생략되었다. 
일테면 베이스 캠프(본격적인 극지방 탐험을 하기 전 그들은 좀더 문명화된 베이스 캠프에서 지내게 되는데 그들의 자투리 책꽃이에는 러시아와 폴란드의 소설이 있었다고. ) 에서 열렸던 강의들의 소재나 자세한 내용이라든지, 에드워드 윌슨이 1차 남극 원정시 길렀던 펭귄에 관한 이야기 같은 것...

스콧의 마지막 일기는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다. 특히 귀환 중 스콧의 팀 오츠가 동료들을 위해 눈보라 속으로 나가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는 대목에서는.... 음...

이건 다른 책에서 본 이야기인데, 수색대가 스콧의 썰매에서 발견한 것을 기록한 대목이다.

“글로소프테리스 속의 고생대 후기 잎과 줄기 화석이 박혀 있는 돌 16킬로그램. 그들은 비어드모 빙하로부터 650킬로미터나 이 돌들을 끌고 왔다. 스콧은 짐이 가벼워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원정대의 식량 무게를 소수점 이하까지 계산했지만 이 돌들은 버리지 않았다고 만일 돌을 버렸다면 그의 일행은 마지막 20킬로미터를 걸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겐 저마다 대의명분이라는 게 있을거다. 목숨을 버려도 좋을 무엇... 스콧일행은 그것이 글로소프테리스 속의 고생대 후기 잎과 줄기 화석이 박혀 있는 돌 16킬로그램이었을까!

훌륭하지 않지만 나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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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06-09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숨과도 바꿀수 있는 그 무엇의 가치...
산다는 것은 결국 그 무엇의 가치를 추구하다 끝나는 것 같아요. 가치가 무엇인지 인지도 못하는 대다수의 삶과 스콧처럼 잎과 돌에 인생의 가치를 부여한 삶....전 아직 그런 잎과 돌을 찾지 못하고 있군요.

2005-06-09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6-09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6-10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극의 비극적 영웅, 이라는 말에 저도 보관함에 넣어뒀는데... ^^ 일기라서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긴 한가 보군요. 그래도 참고가 되었어요. 훌륭하지만 나쁘지는 않다, 고 하시니... ^^

icaru 2005-06-10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이 책이지요~ 방금 님의 리뷰를 읽고 왔어요... 아... 풍부하다는 느낌 들었습니다... 아이들 대상 출판사에서 나온 아이들 책이라고 쉽게, 그냥저냥하게 보면 안 되는거라는 걸 또또 느껴요...

플레져 2005-06-10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문센, 까묵고 있었어요 ㅎㅎ
독자다운 독자만이 쓸 수 있는 리뷰라는 생각이 드네요, 님의 이 리뷰는.
아쉬움과 감동이 적절하게 배합된 리뷰 찌개 ^^

icaru 2005-06-12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 님...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아직 그런 잎과 돌... 못 찾았어요.. 찾을 수 있을란가도 모르겠고...

이안 님.. 예,, 좀 부실한 감이 있었죠... 하긴.. 제가 너무 많은 걸 기대한 건지도 몰라요...

하아... 고맙습니다... 플레져 님... 제가 지향하는 것이 바로 찌개 같은 글이거든요... 크크...
 
살바도르 달리 - 어느 괴짜 천재의 기발하고도 상상력 넘치는 인생 이야기, human RED 001
살바도르 달리 지음, 이은진 옮김 / 이마고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달리가 쓴 자신의 이야기이고, 그의 작품은 한 점도 수록되어 있지 않다. 이 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무엇은 얻어가지 못하리라 생각했었더라?

일단 기대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하자면, 첫째 그의 나이 36세 때에 쓴 것이기 때문에 한창 조명 받던 인생 후반기(그는 84까지 살았습니다.)에 대해서 들을 수 없다. 즉, 달리가 달러와 예술성을 맞바꾸었다는 평가에 대해 이 책에서 그 이야기의 진원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둘째, 달리는 자기가 ‘세계의 배꼽’이라고 생각하는 자기 도취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여느 자서전에서 볼 수 있는 한 인물 개인의 고뇌와 회고 같은 걸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기대하여 들을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달리에 대해서 알지 못했던 나와 같은 사람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그러니까 달리에 대한 특별한 배경 지식 없이도 읽을 수 있을만큼 부담을 주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한 인물의  ‘천재성’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했다는 것. 그의 특이한 행동들을 통해서....진짜...괴상망측한 사람이로구나... 
 
달리는 천재였다. 이 천재라는 말 뒤에, 광대, 쇼맨, 괴짜 세 단어도 붙여 주어야 할 듯하다.  만약 하느님이 우리에게 천재성을 주겠노라고 한다면 오롯이 그 천재성을 받아들이겠다고 할 수 있을까?
외줄을 타는 것과 같은 험하고 아슬아슬한 길을 걸어나갈 수 있는 용기가 내겐 없을 것 같다. 달리가 싫어하던 말, ‘둥글둥글 세상 그렇게 사는 거야’라던, 나는 그렇게 사는 게 천성이고 팔자 같아서. 하지만 이렇게 튀어나온 못과 같은 예술가의 삶의 접하노라면, 마음 속에서는 이상한 일렁임이 일어난다.

“나는 오직 두 가지만을 원한다. 내 아내 갈라를 사랑하는 것, 그리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도 불가능하고 미묘한 기술, 늙어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달리의 천생배필이었던 아홉 살 연상의 여인 갈라는 이 책에서 달리 못지 않게 중요한 인물.  스물 두살에 달리는 시인 폴 엘뤼아르의 아내 갈라를 운명적으로 만난다. 이후 갈라는 달리가 유년과 청소년 시절의 자뭇 철없어보이는 각종 기행들과 무분별과 빠이빠이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는 갈라를 통해 생을 사는 기쁨의 원칙들을 다시 배운다. 그는 그의 개성을 몰살시키지 않고도 그를 괴롭히던 여러 괴벽들을 내던졌다. 이 모두가 갈라 덕택이었다.


“<기억의 영속성>은 달리의 그림이 반대중적이라 팔리지 못한 것이라 예언했던 쥘리앙 레비의 빗나간 예측을 입증하지 못했고 팔리고 또다시 팔리면서 결국에는 현대 미술관에 안착되었다. 내 그림은 그 미술관에서 필경 가장 대중적인 작품일 것이다. 나는 지방 아마추어 화가들이  그 그림을 모사한 것을 자주 목도했는데 흑백 사진으로만 나의 그림을 보았던 화가들인지라 색깔은 마음대로 칠해져 있었다.”
---> 우리에게 ‘잃어버린 시간’이라고도 알려진 그의 흐물흐물한 시계 그림은 그의 초기 작품이었다. 이 그림은 사실 한번 보면 잘 잊히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달리가 두통에 심하게 시달리던 어느 날, 식탁에서 치즈를 보다가, 잎 하나 남아 있지 않은 올리브 나무를 보다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무슨 계시처럼 어둠 속에서 흐물거리는 시계 두 개가 떠올랐고, 두통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이것을 그림에 옮긴 것이 우리가 보고 있는 <기억의 영속성>이다.   이 당시만 해도 달리는 유명세는 있었는데, 수중으로 돈이 들어오지는 않았던 모양으로 이 책에서는 돈에 쪼들려하는 달리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달리와 갈라는 그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도록 내색하지 않는 것이 자신들의 힘이라고 생각한듯하다. “옆사람의 동정은 사람을 죽인다”라고 갈라는 달리에게 말하곤 했다고 한다. 진짜 힘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마지막까지도 천재성과 기품을.) 
 
스페인 내전은 나의 사고의 흐름이나 그 상승 곡선을 바꿀 수는 없었다. 다만 내 마음속에 모든 혁명에 대한 혐오감을 더욱 강렬하게 심어놓았다. 그렇다고 반동이 되고 싶지도 않았던 나는 불활성 물질처럼 피동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나는 늘 달리이고 싶었다. 내 주변에서는 하이에나 같은 여론이 내게 선택을 강요하며 짖어댔다. 히틀러냐, 스탈린이냐., 나는 오직 달리일 뿐이다.”
 --->그의 나라 스페인이 내전과 세계 대전을 치루며 죽음과 파괴의 문제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달리는 르네상스라는 미래의 스핑크스에 대해 골몰했다. 그는 얼핏보기에 반인도주의적이다. 실용적인 실리주의의 세계에 반대하는 사치스러운 상상력의 복수의 카드를 내밀곤 하는 인물이다. 귀족적이고, 미학적이며, 편집증적이다. 이것이 그의 독창성의 전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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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5-03-01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이사람의 전시전을 보고 왔었는데...그의 작품들은 꽤나 충격적이더군요!
정말 광기어린 천재성이 깃들어 있는듯 하더이다.
그리고 어느정도 괴짜기질도 있었구요!
그렇기에 그만의 독특한 예술작품들이 쏟아져 나온게 아니었을까? 란 생각을 해봅니다...그런 그가 이책을 썼단 말이지요?..음~~~^^

kleinsusun 2005-03-01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산지 한참인데 아직 안 읽었네요.
달리 전시회 다녀온 날 바로 주문한 책인데....
멋있네요. 오직 내 아내 갈라를 사랑하는 일....어디 달리 같은 남자 없나? ㅋㅋ

2005-03-01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0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 나무 님 오랜만이죠^^ 반가워요~ 저도 책 읽으면서 전시회에 가서 직접 그림 보면 정말 좋겠다 했었어요.. 누구는 그의 그림이 경건하다고 하더라구요... 이 책만 봐서는 그의 그림이 어떠했을지 예측이 안 되거든요... 경건할 거라는 생각은 더더욱 안들고요 ^^ 그가 쓴 자서전은 이거 말고도 또 있는거 같아요... 전방위 예술가 라는 수식어가 붙던데... 이 사람이 각분야에 달려 들었나봐요...하기는 서른 여섯살부터 자서전을 쓴다고 하는 사람인데 ^^

클라인 수선님... 이 책 있으시군요... ^^ 아홉살 연하의 남자... 예전 같으면 연인으로는 상상이 좀 안 되었는데... 이제 제 나이도... 하하 아홉살 연하면 대학생인거 있죠... 군대 안 가는 케이스로 치자면 그것도 졸업반이구요 .,..

속삭이신 님.. 호오... 저도 다른 지인들 뵈면서 그런 생각했었거든요... "저 분은 리뷰 쓰는 게 직업 아닐까... "
음...전 좀...걱정입니다... 이 노릇이 무슨 강박증 같아서요...

파란여우 2005-03-0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리 전시회에 갈 때 이 책을 먼저 읽고 갔더라면 그나마 그림을 보는 안목이 생겼을것을....그리고, 정말 수선님의 말씀마따나 어디 달리같은 남자 또 없어요? 복순이 언니님은 닉네임을 바꾸세요. 서평의 복덩어리가 어떠심이...제가 이래뵈도 추천 단추는 누르고 요런 말을 하고 있다죠...흐흐^^

내가없는 이 안 2005-03-02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위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달리는 언제 보더라도 유쾌한 사람처럼 보이니 그것도 참 톡특한 일 아닌가요? 며칠 전에 도서관에서 달리와 마그리트가 나오는 그림책을 한 권 봤는데 역시 거기서도 유쾌함이 철철 넘치는 사람들로 나오더군요. 그것도 재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의 내면에선 분명 유쾌함이 치고 나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거쳐왔을까 싶은데 이렇게 철없이 바라보는 저같은 관객에겐 마냥 유쾌한 화가로 보이니 말이죠. 전 그래서도 천재란 생각이 들었다는. 하하.

잉크냄새 2005-03-0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서부영화 주인공 같은 이름의 이 양반이 사뭇 유쾌하게 여겨집니다. 천재, 괴짜... 이 두 단어는 분명 엮이어 살아가는 운명의 단어들 같아요.

icaru 2005-03-02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 님...아직 달리 그림을 전시회를 통해 본 일이 없는 저는...... 그나마 순서를 지킨건가 몰라요... 책은 어떠하거나 읽었으니까는요 ^^ 파란여우님...또 칭찬해 주셨네요...에고 쑥쓰러워 그치만...이맛에 삽니당..

아...달리와 르네 마그리트가 공동작업한 그림책이 있군요...정말 보고 싶어요....
이 책에서 르네 마그리트 이야기도 나오거든요...둘이 처음 만났을 때 그녀에 대한 첫인상을 삐적마르고, 말수가 적다....라고 표현했더라고요.....
잉크냄새 님...옷...! 서부 영화 주인공?? ㅋㅋ 달리..

2005-03-03 0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3-03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르네 마그리트는 남잔가 봅니다.  >.< ..
이 김에 르네 마그리트에 대한 관심이 동하네요...
 굉장한 그림 하나를 검색했어요~ ~

 



▶뭘 봐? 아예 벗어줄까?◀    내용출처 : 미술 칼럼니스터 "김영숙" 님의 글 중에

노골적으로 얘기해서, ‘그만 좀 봐라’. 아무리 본능이라지만 야릇 한 눈매하며, 손가락 만지작거리는 것까지. 여성 특유의 직관에 모조리 포착되는 남성들의 ‘성욕’에 모욕감마저 느껴진다. 어째주랴. 다 벗어줄까? 그럼 보려우?

가끔 TV 오락프로를 보면 짓궂은 질문이랍시고, ‘당신은 여자를 볼 때 어디를 먼저 보시나요?’ 라고 묻는다.

어떤 이는 눈을 본다고 한 다. 호수처럼 맑은 눈이면 그 사람 성격도 맑을 거라는 식의 서정적 풀이도 당연히 뒤따른다.

손을 본다는 사람도 있다. 손의 섬세함을 보면서 상대의 됨됨이를 느낀다는 거다.

  그 외에도 오똑한 콧날, 전 체적인 얼굴형, 헤어스타일, 옷 입은 모양새 등등. 여자를 보는 눈에 대한 혜안을 자랑한다.

아마 원시시대에 똑같은 질문을 받은 남성들은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는 엉덩이나 그밖에 가슴이요’ 라고 대답했을 거다.

그러나 요즘 처럼 성이 상품화되어 곳곳에 넌더리나게 걸려 있는 상황에서는 남성 이 여성에게 가지는 첫 느낌은 ‘성(gender)보다는 성교(sex)’가 아 닐까 싶다.  

물론 배우잣감을 선택함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사회학적 인 요소들이 등장할 것이다. 기본적 외모나 호감도 이외에도 학벌, 집안, 능력 등등. 이 점에서는 여성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총체적 으로 남성들은 생물학적인 본능의 결과인지, 아니면 도처에 광고문구 보다 더 다양한 성의 상품화 탓인지, 여성을 자기와 같은 인간으로 보기에 앞서 정복하고 싶고, 가지고 싶고 또 그로 인해 쾌감을 느끼고 싶은 성적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심한 것 같다.

▶은밀한 시선에 대한 반성◀

 르네 마그리트는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이다. 초현실주의자들은 곧잘 꿈의 세계, 인간의 무의식, 그리고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놓인 아슬아슬한 삶의 철학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극도로 사실감 있 게 묘사한 그의 그림들은 붓끝 자국 하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완벽 해서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할 정도이다.그러나 그가 그려낸 세계는 우리의 무의식이나 꿈에서나 존재하는 어떤 환상들 이다. 아마도 ‘강간’이라는 이 작품에서 화가는 남성들의 여성을 보는 시각을 꼬집고 싶었거나, 좀더 좋게 말하자면 자신의 여성을 보는 시각 을 반성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혹은, ‘남자들은 당신네 여자를 다 이렇게 쳐다보고 있으니 조심하시오’ 라는 경고를 담은 것일 수도 있다.

 길 가다가 늘씬하게 잘빠진 여자가 지나가면 십중팔구 남자들은 여자 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휘익’ 훑어본다. 점잖은 척 고개를 뻣뻣이 하고 못 본 척하는 나머지 한두 명의 사람도 사실 머리 속에서는 르네 마그리트가 그린 그림처럼 벗겨놓았을 때의 모습은 어떨까 하고 상상하고 있을지 모른다. 상대 여성 얼굴을 쳐다보면서도 섹스를 떠올리는 남성들이 다 잘못된 것은 아니다. 왜냐면 그들 역시 성이란 관념을 팔아먹으려는 사람들과 지독한 물신주의에 빠진 여성들의 자기 팔아먹기에 너무 길들여진 탓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고 싶어? 그래 아예 보여주마’하고 벗고 나서는 여자들의 적극적인 공세에 남성들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성의 노예가 되어버 린다. 그런 점에서 한편으로는 현대 남성들의 지극히 이중적인 성에 대한 잣대가 측은해 보이기도 한다. 집에서는 ‘신사임당’처럼 정결한 아내를 쳐다보고 싶어하고 길거릴 나서는 순간은 다 집만 지키고 있어야 할 신사임당들이 ‘어우동’으 로 변해서 판을 치고 있는 세상. 그들은 그 어우동들과 걸출하게 놀 아나면서도 신사임당 단속하기에 급급해야 하니, 대체 누굴 믿어야겠는가.

르네 마그리트가 그린 강간에서는, 눈요깃감으로 변해버린 거리에 쏟 아져 나온 여자들에 대한 남성들의 무의식이 고스란히 엿보인다.

생각해 보라, 당신들은 얼마나 많은 여자들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머릿 속으로 그녀의 가슴과 배꼽과 잘록한 허리에서 이어진 성기를 떠올렸 는지를.

그리고 그렇게 은밀한 시선으로 강간해 왔는지? 한 번도 그 런 적 없다고?

당신 말이 사실이길 바랄 뿐이다.


2007-02-28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7-03-01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다시 오셔서 반가워요!!
 
오프라 윈프리 - 신화가 된 여자
자넷 로우 지음, 신리나 옮김 / 청년정신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인데 미국에서 어떤 책의 저자가 오프라에게 소송을 걸었던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이라는 코너를 비난한 것이었죠. 발단인즉슨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을 통해 소개된 책은 그 내용의 수준과 장르를 막론하고 출판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에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오프라가 먼지 덮인 책표지에 재채기를 해서 먼지를 벗겨내면 그 결과를 전 출판계가 주목한다니. 국민들의 전체적인 독서량 증진하는 효과를 불러왔다고는 하지만. 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은 들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최근에, 오프라 윈프리의 토크쇼를 채널 돌리다가 얼핏 본 적이 있습니다. 마침 내가 보았을 때는, 영화와 드라마 홍보차 어떤 쌍둥이 어린 여배우 둘이 나와서 그들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죠. 글쎄요. 그 쇼는 미국에 흔하게 있는 그런 넌덜머리나게 영양가 없는 쇼 프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보여졌습니다. 물론 한 번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이만저만 무리가 아닐껍니다. 게다가 오프라 윈프리 쇼가 80년대 후반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장수 프로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이 프로는 2002년까지 30회나 ‘에미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각설하고 오프라 윈프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호기심이 동하는 사람입니다. 백인들이 득세하는 보이지 않는 인종 차별이 판을 치는 미국에서 흑인으로, 게다가 15세에 미숙아를 낳았으며, 한때 몸무게가 100킬로그램에 육박했을 만큼 뚱보 시절도 있었던 그녀이기에, 지금의 놀랄 만한 위치에 점하기까지 뒷이야기들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고요,

이 책의 필자는 ‘이 시대 가장 성공한 미국인들’이라는 시리즈 연재물 중에 네 번째 인물로 오프라를 다루었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의 가장 성공한 투자가인 워렌 버펫을 다루었고, 그 다음은 GM사의 회장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 경영인의 한 사람인 잭 웰치,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인 빌 게이츠를 다뤘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세 사람의 반열 속에 오프라를 둔 것에 대해 의아해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버펫, 웰치나 게이츠처럼 자신이 하는 일을 다시 정의하도록 만들었고, 자신의 이미지로 재구성한 사람임에 분명하지요.

이 책에서 본 오프라는 자뭇 인간적이었습니다. 똑똑했고, 처세에 능했지만, 솔직하고 눈물이 많고, 방송에서 실언도 종종하고, 소송도 많이 걸렸더군요. 옐로 페이퍼에도 그녀를 향한 비난 기사가 빗발친 때도 많았고요. 동성애자라는 둥, 과거지사가 어떻다는둥 일반 유명인들이 그렇듯 혹독한 유명세말입니다. 항상 좋지만은 않았어요. 

이렇듯 오프라 윈프리 만큼 상반되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는 사람도 흔치 않아 보이더랍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유명인이란 있을 수 없겠지만요. 어떤 사람은 그녀에 대해 촌스럽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교묘하게 잘 한다고 하고, 모방의 천재라고도 하며, 혁신적인 일을 하는 사람으로 추켜 세우기도 합니다. 그녀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에 대해 의견이 모두 같지 않지요. 하지만 오프라가 재미있고 항상 재미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들 동의하는 눈치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프라가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그녀의 돈을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녀는 누구보다 선량한 방식으로 돈을 쓰는 사람이더라고요. 가난한 흑인 학생들을 위한 장학 재단에 열성을 보이는 것, 자기가 CEO로 있는 회사의 사람들에게 파격적인 선물을 하는 방식같은 것(아랫 사람을 부리기 위한 노하우일지언정).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오프라 윈프리에게 작은 동정이 가기도 했습니다. 역동적으로 사는 대단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시키고의 가장 전망 좋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자기 집에서 유유자적 전망을 바라볼 시간도 없는 바쁜 여자이기도 했지요. 이 책에 보면 오프라는 자신이 어항 속에서 물고기를 쳐다보고 있는 시간이 늘고 있다고 말을 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물고기를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다니,,,, 왜? 물고기가 자신과 같다고 느껴진 거겠죠. 투명한 유리를 통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노출당하는 운명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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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5-02-23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프라 윈프리의 <다이어트> 강추!!!
오프라 윈프리가 "어떻게 살을 뺐나" 하는 내용이 아니라
오프라 윈프리가 "어떻게 자아를 찾았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나" 하는 내용이예요.
오프라 윈프리는 40번째 생일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어요.멋있죠? 저도 그러고 싶어요. 복순이 언니님이 좋아하실꺼 같아요.
근데....존댓말로 쓴 리뷰 상큼하네요. 헤어 스타일을 바꾼 것 같은 느낌!

줄리 2005-02-24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오프라윈프리가 정말 대단한 여자인가 보다 라는 생각을 하긴 하는데 그녀가 사장인 O 라는 잡지의 매달 표지모델이 매번 오프라 윈프리 일때는 이거 너무 좀 너무 하는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가 없습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2-24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리뷰를 참 재밌게 쓰셨네요. 복순이언니님의 다른 면을 본 것 같군요. 얼마 전 뉴스에서 오프라 윈프리 쇼에 참석한 방청객에게 모두 새로 출시된 차를 선물했다는 걸 본 적 있는데... 눈물을 흘려가며 엄청 좋아하더군요. 저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

미네르바 2005-02-24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인이라면 어디나 그렇게 혹독한 유명세를 치르는가 보군요. 전 그 유명세 치를 자신이 없어서 유명인이 못 되고 있어요^^ ㅎㅎ<투명한 유리를 통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노출당하는 운명>.. 숨막힐 것 같아요. 새로운 문체의 리뷰, 정말 맛깔스럽네요. 저도 다음엔 이렇게 써 보아야겠어요. (후후~ 따라쟁이^^)

icaru 2005-02-24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 님 그렇잖아도... 오프라 윈프리 본인이 쓴 책을 함 보고 싶다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님이 추천하시는 <다이어트>란 책이 그런 책이겠네요~
그나저나...제가 정말 바꾸고 싶은 건 헤어스타일이라는 걸....님께서 아시고서 하시는 말씀 같아요..하하...

dsx 님.. 그러게요....그녀에게는 다소간의 배우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컬러 퍼플>이라는 영화를 찍었을 때가 인생에서 꼽는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말했거든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그렇게그렇게 좋은가봐요~

여울효주 님...반가워요!!! 조악한 글인데...좋게 보아 주셨어요... 잘 읽었다고 말씀하시니...너무 기분 좋아지는 거 있죠! 님 오프라 윈프리에게 관심이 있으시군요~ 아하.. 오프라 윈프리는 정말 괜찮은 역할 모델 중 하나인 거 같아요...

이안 님.. 헤헤... 존댓말 체를 썼을 뿐인데... 좋게들 말씀해 주셔서...^^;; ....토크쇼에 참석한 모든 이에게 신차를 선물로...... 정말 통이 큰 사람입니다... 저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 입이 찢어졌을 거 같네요 ^^장롱면허지만...모,...다른 사람 운전시키면 되겠죠..ㅋㅋ

미네르바 님... 그죠오... 제가 유명인을 안 하는 이유도 바로 그거라니깐요... ! 하하하....
저 책은 후딱 읽어 치울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어떤 땐 빨리빨리 읽히는 책이 사랑스럽게 여겨질 때가 있고요... 요즘처럼 성격만 급해지는 나날에는 더욱요...


로드무비 2005-02-25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렇군요.
그녀에게 호감이 갑니다.
조금 늦게 봤죠?
추천하고 가요.^^
(존대말 리뷰 상큼해요. 묘한 맛이 있군요.^^)

로드무비 2005-02-25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오프라 윈프리의 <다이어트> 강추라고요?
책임지실 거죠?^^

icaru 2005-02-25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켈님..그러게요~ 힘들게 성공하면 주머니를 움켜쥐지 않는 오프라 윈프리 같은 사람,,, 보기 힘들어요.... 이건 좀 다른 이야긴데...저만 해도, 오프라 윈프리 처럼되겠단 싶단 생각은 가히 못하고..아는 사람 중에 오프라 윈프리 같은 사람 있었음좋겠다는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네요...흐흐음..

로드무비 님!! 요리왕 등극 축하해요!!!!

2005-02-26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콧 니어링 자서전 역사 인물 찾기 11
스콧 니어링 지음, 김라합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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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이라는 책을 읽고, 그와 유사한 내용을 보기 위해 이 책을 읽으려 했던 독자라면 다소 실망할 부분이 발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니어링 부부의 소박한 시골 생활의 모습을 이 책에서는 자세히 볼 수 없으니까요.

대신 이 책에서는 스콧 니어링의 성장 과정과 그의 사상의 역경을 훑어 볼 수 있습니다.
스콧 니어링은 자신의 일생을 두 가지를 지키기 위해 산 사람인 것 같습니다. 첫째 이 지구상에서 모든 전쟁의 근원인 인간의 착취 행위가 근절될 때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명한 것이지요. 둘째, 진실을 찾아내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그것을 가르치고, 공동체 생활 속에서 그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둘 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고, 반면 규제와 제한과 금지는 증가했지요. 하지만 스콧 니어링은 자신의 일생을 자신의 신념대로 끝까지 그렇게 살았더군요.
스콧 니어링의 “기질에 따라 사람을 나눈다면 안락한 삶을 열망하는 사람들과 끊임없는 결단과 투쟁으로 이어지는 힘겨운 삶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라는 말에 비추어보면 그 자신의 일생은 당연히 두 번째 부류에 속한 것이었지요. 그는 자신의 신념처럼 철저한 사회주의자였습니다.

미국의 주요 언론과 출판사는 반전을 부르짖고 자본의 분배 문제를 깊게 천착하려는 그에게 점점 배타적이 되다가 결국엔 그의 글을 기고해 주지 않았고, 미국의 대학 강단에서도 해직되었습니다. 미국뿐인가요. 서구 사회 자체가 그를 따돌렸지요. 그는 스스로가 서구 문명에 안녕을 고합니다. 세 가지 이유에서 그러했습니다. 첫째, 서구 문명의 위선적 태도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 둘째 서구 문명이 경쟁을 으뜸의 원리로 삼아 세워졌기 때문. 셋째 문명의 중심지들이 남아도는 잉여금을 파괴자들에게 넘겨 주고 있으며 군대의 모험가들이 도박을 하고 있는 사이 가망 없는 파산 상태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

그리고 1930년대 미국 우익의 압력 아래서 살아가는 삶의 수단으로 택한 것은 자급농이었습니다. ‘생계를 위한 노동 네 시간, 지적 활동 네 시간, 좋은 사람들과 친교하며 보내는 시간 네 시간이면 완벽한 하루가 된다.’것은 여기서 나온 말이지요.

아는 것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것, 혹 자기 자신을 넘어서 다른 사람 또는 하나의 이념과 목표를 향해 부단히 나아가는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 이것을 실천하면서 사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스콧 니어링, 그의 논리는 아주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논리와 사상을 삶 속의 실천으로 구현하였으며, 시종.....자본주의 문명과 패권적 국제 질서에 대해 성찰과 비판을 하였기 때문에 그 위대함에 고개를 숙입니다. 


밑줄 친 부분

우리는 정치적 견해보다 식사법이 공격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


치열한 싸움은 계속된다. 삶이 있고, 열정이 있고, 목적과 기능과 경험이 있는 한 진보는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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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없는 이 안 2005-01-23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콧 니어링의 삶의 철학도 그렇고 삶 속의 실천도 대단하지만 그의 시간분배가 왜 이렇게 눈에 들어오는지요? 생계를 위한 노동 네 시간, 지적 활동 네 시간, 좋은 사람들과 친교하며 보내는 시간 네 시간. 제 시간분배와 대단한, 엄청난, 쨉도 안 되는 차이가 있군요. ^^

비로그인 2005-01-23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부분이 화악~ 눈에 들어오네요. 유럽에서는 보통 6시간 근무라고 하던데..그리고 자유시간~ 캬..최장노동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선 정말 부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군요. 그리고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른쪽으로 기울어져도 한참 기울어진 우리나라에서 사회주의자, 로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인데 가끔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편견을 드러내고 무의식중에 차별을 일삼는 행위들을 보면..(실명비판 좀 해야 쓰겄습니다. 갑자기 '김규항'이 생각납니다..쿡쿡..)매우, 실망이랍니다..

파란여우 2005-01-2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돌 아우의 김규항 비판은 내가 고자질 해야지..큭큭^^..그리고 복순언니님!! 추천 하나로는 부족한 투시력 깊은 리뷰였습니다.

호밀밭 2005-01-23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정치적 견해보다 식사법이 공격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 부분 저도 밑줄 긋고 싶네요. 생계를 위한 시간 노동을 4시간만 하는 사회가 오는 날이 있을지. 스콧 니어링의 삶은 왠지 제가 서 있는 곳이 너무 다른 세계라는 생각도 들어요. 좋은 리뷰 잘 읽고 가요.

icaru 2005-01-23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의 하루 시간 분배가 무지 궁금하옵니다 ^^ 우리들에겐 자신을 위하지 않은 일하는 시간이 압도적이네요~

복돌이 언니님~ 김규향이요...마자요... 예전에 그의 글 중에 애들을 위해서 이민가고 싶다고 토로하는 글을 읽고 좀 실망했었다지요~ 정말...대한민국 사람들은 너무 바쁘게 삽니다...일하느라...말이죠...과거에는 더 심했겠죠! 저희 아버지도 재작년에 정년퇴임하셨는데...젊은시절에 너무 일만 하셔서...마땅히 취미 생활을 갖지 못하셨기 때문인듯... 노년을 그닥 재미있게 지내지 못하시는게..보여...늘...마음에 걸립니다...

파란여우 님~ 저 이 책 읽으면서 님 서재를 아니~ 님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땅의 생활 속에서 스스로의 의지를 실천하는 스콧의 생활과 사상이 님의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듯 여겨졌습니다....

호밀밭 님~ 하하...님..맞아요!! 사회 생활하면서 저도 식성이 많이 바뀌었답니다.. 육식 위주로요.. 특히 저는 아웃백이나 티지아이 같은 페밀리 레스토랑 음식을 즐겨 하고 싶지 않음에도...회식을 하게되면...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곳을 선호하거든요..
전...채식주의자는 못되고...육식주의라고 하기도 어렵고...ㅋㅋ....생선주의잔가..??
생계를 위한 시간 노동을 4시간만 하는 사회가 오는 날이 있을지... 글쎄 말입니다~~

플레져 2005-01-2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쉽게 쓴 리뷰를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압니다.
비결 좀 가르쳐주세요. 부럽습니다. 생선주의자님! ^^

icaru 2005-01-24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물마시면서...님의 코멘트 보다가...생선주의자 부분에서...사레 들였어요....
님도 참... 왜 제가 하고픈 얘기를 하십니꺼...

잉크냄새 2005-01-24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콧 니어링은 실천적이고 충실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다간 대표적인 인물이죠.
그의 삶의 시간 배분을 어리숙한 제가 따라한다면 굵주리기 딱 좋겠네요.^^

icaru 2005-01-25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 냄새 님~ 님이 쓰신..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정말 인상 깊게 읽은 사람 중 하나랍니다~

잉크냄새 2005-01-2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헬렌 니어링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이 님의 리뷰를 통해서였답니다.
그 당시 땡스투가 있었다면 당연히 땡스투였을텐데요.^^
 
나는 달린다 - 개정판
요쉬카 피셔 지음, 선주성 옮김 / 궁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어떤 골초들은 금연을 권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대답을 하곤 한다. “나, 그냥 이렇게 맛나게 담배 피우다 죽을래.”

담배 피우기를 일시적으로 정지한 순간부터 시작해서 점차 엄습하는 금단 현상을 지속적으로 참아내는 일. 그것을 참는 것은 상당히 ‘불쾌하고’, 사람을 ‘공격적으로’ ‘조바심나게’ 만들며, 한마디로 낙천적인 모습이 온데 간데 없게 만드는 나날을 지속시키는 것일 것이다. 상당히 오랫동안.

담배를 피운다는 한 사람의 기호를 바꾸는 일도 이러한 데, 35킬로그램을 감량하는 그런 육체를 개조하는 일에서야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까.

우리가 사는 세상사란 게, 항상 술술~ 잘 풀려 주기 만무하다. 요시카 피셔처럼 역동적이고 과감하게 일을 추진하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위기와 모험의 순간이 끊이질 않을터다. 상황상황 문제 해결에 대한 압박감은 계속해서 커지고, 책임감이 사람을 더더욱 억누르게 되면, 스트레스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쌓이고, 어디에도 탈출구는 보이질 않게 된다. 도망갈 비상구도 없었다. 이렇게 자신을 공격하는 요소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요시카 피셔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무장을 해야만 할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그는 닥치는대로 먹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정신과 육체를 위해 항상 팽팽하게 불룩해진 배를 지닌 모습의 철갑옷을 입게 되었다.

독자도 이런 경지가 어떤 건지 알듯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면, 맛있는 저녁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진다. 이 일(맛있는 식사)을 의식적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그렇다.

그러던 그가 연일 격무 속에서도 철저한 식이요법 꾸준히 실천되는 달리기를 했고, 그것을 통해 뚱뚱보 시절 그렇게 원했던 급격한 체중 감소를 이루어낸 것이다. 아니 이루어내 가고 있다.

달리는 일!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영화 <불의 전차>를 생각했다. 달리는 일은 단순한 스포츠의 의미를 떠나서 인간이 꿈을 가지고 매진하는 것, 그리고 꿈을 이루어내는 과정이라는 것.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서 느끼게 된다는 일종의 정신적 법열과 해탈 상태인 ‘러너스 하이’의 경지란 어떤 것일까. 불의 전차의 반젤리스 영화 음악을 배경에 깔고, 숭고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의 짜릿함을 요시카와 더불어 느끼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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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11-30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는 수월한데, 실행하기는....ㅎㅎ, 전혀 수월하지 않을 것이란 정도의 머나먼 감만 잡고 덮은 책입니다.

그나저나, 요즘 '나는 걷는다' & '나는 달린다'에 빠져 사셨겠네요? ^^

내가없는 이 안 2004-11-30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걸을 생각은 안 하고 체중계에만 올라서서 눈금만 확인하니 저 같은 사람 문젭니다. ^^

icaru 2004-11-30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글게요...가만히 앉아서 읽으려니...다리가 근질대더군요 ^^ 최근에 발편한 운동화짝... 장만했는데... 얼렁 닳고 닳게 만들고파요...(과연...)

두꺼운 재생종이의 <나는 걷는다>가...떠억하니...순번을 기다리고 있네요...달리다가 걷다가... 이거 원...당최...몸이 둔해서...



이안님...정말 몰랐어요...이안님처럼 여리여리한 몸매의 소유자께서 체중계의 눈금에 민감하실줄이야줄이야....!

비로그인 2004-11-30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복순 아짐 진짜 깜딱 놀랐어요. 책 잘못 신청한 줄 알구요. 아, 그나저나 불의 전차, 사운드트랙이 생각나네요. 짜자잔~ 찬,찬,찬,찬...

hanicare 2004-11-30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의 리뷰 반갑네요. 계속 몸에 붙이고 있는 몇가지 악습을 타파해야지 결심만 하다가.. 실천하기.음...이게 요즘 나의 과제입니다. 혹시 복순이 언니님도 그러셨는지.군더더기가 너무 많아요.물건도 자꾸 자가증식한다는 착각을 합니다.모든 것의 주체는 나인데.

icaru 2004-12-0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자잔~ 찬,찬,찬,찬, 짜자잔~ 찬,찬,찬,찬, 찬,찬,찬,찬, 찬찬...찬,찬,찬,찬, 찬찬...

찬,찬,찬,찬, 찬찬...



제가 주제가 한 소절 다 불렀네요~ 복돌성님... 성님은...나는 걷는다 다 읽을거유?

저도 반절 읽었어요!!



하니케어님... 제가...왜케 저 종류의 책들만 골라 읽게 되는가....그 이유를 몰랐었는데... 지대로....긁어주셨어요...두꺼워진 몸피와 ....몸에 붙은 악습 찌꺼기를 걷어내고...좀...가뿐히 살고픈...바람...



실천은 없고 바람뿐이면...잉...싫은데.. 진실은 책 속에 있을 때만...보여지고...이게...삶 속으로 잘 직행하지는 않네요...

비로그인 2004-12-0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절 읽었어요. 밥 먹고 리뷰 올릴게요.

2004-12-01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10-26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리기를 하고 어느 정도 한계를 넘어서면 뇌에서 엔돌핀을 분비하도록 한다. 이를 '러너스 하이'라고 하는데, 이 상태가 되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뛰는 게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으며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지는것을 느낄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