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공작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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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책에서도 나온다. 훌륭한 책은 반드시 서문이 좋다는 것. 그러면서 이 책의 서문을 예시로 들고 있다. 본문 전체의 맥락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이면서 그 자체로 힘 있는 멋진 글. 

 

머리말

 

나는 내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남들에게 들려주었으면 하는 유혹에 빠질 만큼 스스로를 대단한 인간이라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나의 세대에 보통 주어지는 갖가지 사건들, 파국, 시련보다 한없이 더 많은 사건들을 겪게 되고서야, 나를 주인공으로 삼아, 더 적절하게 말한다면 중심부에 내세워 책 한 권을 써 보려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중략)

사실 내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나의 운명이 아니라, 한 세대 전체의 운명이다. 역사의 진행 과정에서 어떠한 세대도 경험해 본 바 없는 그런 운명을 견뎌낸 우리 세대의 운명 말이다.

 

 

영원한 청춘의 도시 파리(158~159쪽)

 

파리 인상파 화가들의 생활은 외견상으로는 소시민이나 연금 생활자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들의 집은 증축한, 아틀리에를 가진 작은 집 같은 것으로, 뮌헨에서 렌바하나 다른 유명 화가들이 화화 별장에서 남에게 보이려고 만든 듯한, 모방한 사치스러운 그런 설비는 아니었다.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얼마 안 있어 개인적으로 친하게 된 시인들도 단순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거의 실제로 하는 일이 별로 없는 작은 정부 관리직을 갖고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최저 지위의 사람으로부터 최고 지위의 사람에까지 뚜렷이 보이는 정신적인 일에 대한 높은 존경이 수년 전부터 높은 수입을 얻지 못하는 시인과 작가에게 눈에 띄지 않는 한직을 주는 현명한 방법을 채택하게 했다. 예를 들어 그들은 해군성이나 상원의 부속 도서관 사서로 임명되었다. 이것으로 얼마간의 월급이 주어졌으나 일은 없었다. 상원 의원은 아주 드물게만 책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다행스러운 직장의 소유자는 훌륭한 양식의 오래된 상원 건물에서 뤽상부르 공원이 바라보이는 창문 앞에 조용하고 쾌적하게 앉아서, 집무 시간 중에도 조금도 원고료 생각을 할 필요 없이 시를 쓸 수가 있었다. 이 얼마 안 되는 안정도 그들에게는 충분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훗날 듀아멜과 듀르탕처럼 의사였다든지, 샤를 빌드라크처럼 작은 화랑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또 로맹이나 장 리샤르 블로크처럼 김나지움의 교사이기도 하고, 폴 발레리처럼 몇 시간을 통신사에 앉아 지내는 사람도 있었고, 출판사에서 일을 도와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중의 아무도, 영화나 많은 판매 부수로 버릇없게 되고, 최초의 예술적인 인기에 기고만장하여 곧 독립하여 살려고 하는 그들의 후배들처럼 오만하지는 않았다. 이 시인들이 그들의 작고 야심 같은 건 전혀 없는 직업에서 얻으려고 한 것은, 내면적인 작업에 대한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외면적인 생활의 조그만 안정뿐이었다. 이 소박한 안정 덕분으로 그들은 부패한 파리의 대 일간 신문들을 경멸하며 그냥 지나쳐 갈 수 있었고, 개인의 희생에 의해서만 유지되고 있는 그들의 작은 잡지에 원고료 없이 글을 썼다. ...언제나 도와주고 충고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성실함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데가 있었으며, 시계 장치처럼 어김없던 그는, 다른 사람에 관한 모든 일에 신경을 썼지만, 절대로 자신의 개인적 이득에 신경을 쓰는 일이 없었다. 만약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시간 같은  건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돈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참 이 책 맨 앞에는 유서도 있다. 사실 나는 슈테판 츠바이크를 60세에 아내와 동반 자살을 한 일로 그가 평생 펴낸 저작들보다 먼저 만나고 존재를 인지하게 되었으니, 그도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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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7-11-30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엄청 좋아하는 책! ^^

icaru 2017-12-04 16:07   좋아요 0 | URL
오오 역시 수준이 높으셩... 저는 범접 못하겠더라고요~ 여러번 읽어야 마땅한 듯 합니당 ㅎㅎ

북극곰 2017-12-11 11:36   좋아요 0 | URL
힝... 무슨 말씀이십니꽈. ㅜ.ㅜ 이해와 통찰과 상관없이 그냥 좋은 책은 좋다고 느껴지는 거? 같은 거?? 라는 거죠. ㅎㅎ
 
일하지 않을 권리 - 쓸모없는 인간에 대한 반론
데이비드 프레인 지음, 장상미 옮김 / 동녘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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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애사적 계획이 우리 존재를 규정한다. 직업, 결혼, 여가 시간의 관심사, 자녀, 재산에 관한 계획이 우리를 앞질러 달린다. 그러나 때로 이 지도를 들여다보고 길을 건너고 표지를 따라가다 보면, 이상하게도 예측 가능한 여정과 너무 정확한 지도의 모습, 어제 지나온 길과 오늘 걸을 길이 상당히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걸음을 방해한다. 이게 정말 내 인생이 나갈 길일까? 어째서 매일의 여정이 지루함, 타성, 판에 박힌 느낌을 안겨 주는 걸까? -코헨, 테일러, <도피 시도>


대다수에게 일을 포기한다는 것은 극단적인 선택이며, 적게 일하기는 언제든 실행 가능한 선택지는 아니다. 주기적으로 불만족스러운 감정이 부풀어 오르면, 다들 보다 익숙한 도피 전략에 의존한다. 그러나 일시적 도피를 보다 영구적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사람을 곤경에 빠뜨린다. 또다른 소비주의로의 도피는 지속적 소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국 불행을 유발하고 단절점에 이르게 하는 것은 이상과 현실, 이 둘 사이에 존재하는 고통스러운 격차였다. 해법을 찾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누구든 원하는 일을 할 시간을 더 많이 가질수록 더 큰 행복을 느낀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다.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자기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더 행복을 느낀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확실해 보이지만, 일견 평범해 보이는 이 해법을 일상 속에서 실현하는 사람이 얼마나 적은지, 자기를 위해 꾸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적은지, 사랑하는 이와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적은지, 일출을 볼 기회가 얼마나 적은지 생각하면 놀라울 따름이다. <일과 여가의 혼합으로서의 자발적인 바다거북 보호 활동>


일에 대한 저항을 지켜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 첫째, 소득 의존성을 기꺼이 줄일 수 있는 방법, 일 중심 사회에서 일에 대한 저항이 유발하는 낙인 및 고립감으로부터 자기를 방어하는 데 사용할 만한 전략. 나는 그런 전략으로 틈틈히 육아의 세계로 도피를 택했다. 육아서를 읽는 일, 육아 일기를 쓰는 일. 물론 진정한 육아의 세계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현장에 있는 것이나,,, 나의 주업은 그게 못 되니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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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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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을 잡고 읽기 시작하면 어떤 책이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완독하기까지 1~2주가 흘러가고, 끝까지 읽지 못하는 책도 허다하지만, 삼분의 이가 넘어갔으면, 읽은 걸로 친다.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5월 연휴의 어느날 정오에 잡아서 2시에 덮었다. 보통 흡입력이 좋은 작품이 아니라서이기도 했을 것이고, 중편이어서 그랬던 것도 있을 것이다. 중편 분량에 하드커버라니, 고급스럽기도 하고, 이렇게 할 것까지야, 싶기도 했다.

장 도르메송의 서문을 보면 이 책은 전혀 무게감이 다른 두 이야기 즉 청소년기의 우정과 나치즘의 발흥에 대한 이야기를 똑같은 감정을 실어 결합하여 매혹적인 필치로 다루었으므로 기적에 가까운 위업을 달성했다고 했는데, 음 왜 아니겠냐마는 ㅎㅎ

이 리뷰는 세치의 혀에서 나오는 짧은 단상이기는 해도 온전히 나의 생각으로 말을 해도 되는 자리이니,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태생이 귀티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주인공 한스의 친구 호엔펠스(아 이름도 어려워.. 독일인은 다이럼?)의 곁에는 남다른 공기가 흘렀다. 아니 무엇보다도 한스는 그렇게 느낀 듯하다.

둘째 유대인과 나치라는 역사적 맥락에서도 읽히지만, 우정이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한다. 비단 청소년기의 우정만이 아니다. 한스에게 호엔펠스는 처음 열여섯살 그의 삶 속으로 들어와서 세월이 많이 흘러도 떠나가지 않았다. 큰 행복과 큰 절망의 원천이었다.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 마흔이 지난 이 시점에서 더듬어보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다. 시간과 관심으로 공을 들여야 할 대상이다. 저절로 내 속마음을 알아준다는 지음이라는 성어가 있기도 하지만, 저절로 시간을 들이고 있고, 관심을 갖게 되는 그리하여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들의 우정을 이어간 시기는 그 강렬함에 비하자면 짧다. 어른들에 의해 끝이 난 우정이지만, 끝이 난 것이 아닌 것. 한스와 호엔펠스가 아니어도 우리는(일반화할 게 아닌가? 다시 말하면 나는?) 갖고 있다. 예민한 청소년기에 강렬한 우정~ 그러나 지속되지 않았던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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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 명작 동화에 숨은 역사 찾기
박신영 지음 / 페이퍼로드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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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담 중에서 발췌

 

<장발장이라고 알려진 소설 <레 미제라블>에 자세히 묘사된 프랑스 파리의 하수도가 실은 전염병을 감소시킴으로써 평균 수명을 크게 향상한일등 공신이라는 사실이라든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는 베네치아의 상인 안토니오가 단지 배 한 척이 침몰했다고 해서 전 재산을 탕진할 위기에 처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베네치아의 상인은 일찌감치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현대식 투자 원칙을 준수하고 있던 터라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는 사실 등은 일종의 재미난 사실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겠다. -중략-

<빨간 머리 앤>, <베니스의 상인>, <소공자>, <마지막 수업>, <큰 바위 얼굴> 등 우리가 그저 재미있는 동화로만 알고 있는 책을 통해 주입된 강자의 논리와 입장을 대변한 역사 인식을 바른 역사 인식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P.44-48 : 빨간 머리 앤이 금발이었어도 길버트와 싸웠을까?

앤은 자신의 빨간색 머리카락을 놀린 길버트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외친다. 그렇게 어떤 식의 사과도 받아주지 않은 채 몇 년을 보낸다. (……) 게르만족은 유럽 서북부에 분포하는 민족으로 남유럽의 라틴족, 동유럽과 러시아의 슬라브족과 함께 유럽을 구성하는 3대 민족이다. 이들 게르만인은 대개 키가 크며 흰 피부와 금발에 푸른 눈을 가졌다. 이들에게 빨간 머리는 매우 드물게 보이는 유전형질이다. 반면 그들이 이동하면서 몰아낸 고대 유럽의 원주민인 켈트족에게 빨간 머리는 비교적 흔한 형질이다. (……) 여기까지 살펴보니 감이 온다. 게르만족의 후예인 서북부 유럽인들과 그들의 후손들인 앵글로아메리카 대륙의 사람들은 다수의 게르만족이 가진 금발머리를 아름답고 정상인 것으로 본 반면, 자신들이 몰아낸 켈트족에게 흔한 빨간 머리는 추하고 비정상인 것으로 본 것이다. , 빨간 머리 혐오에는 소수에 대한 다수의 박해가 깔려 있다. 금발에 푸른 눈이 다수인 서북부 유럽에서는 빨간 머리가 마녀로 여겨지지만 흑발에 갈색 눈이 다수인 남부 유럽에서는 오히려 푸른 눈이 마녀로 몰렸다는 사실이 이런 소수에 대한 박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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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13년 연속 와튼스쿨 최고 인기 강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8.0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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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332

 

어릴 때 자녀들과 돈독한 관계를 형성해 두어야 사춘기가 되었을 때,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멀어지지 않는다. 사춘기가 되면 대개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지지와 조언을 구한다. 하지만 사춘기가 되기 전에 아이와 친구가 되면, 그 이후에도 아이들은 부모를 친구처럼 친근하게 생각한다. 그러면 모든 협상이 훨씬 쉬워진다. 도움을 요청하는 일 자체가 아이들을 존중하는 태도다. 아이들은 분명 부모에게 받은 존중을 그대로 돌려줄 것이다.

이런저런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와의 협상이 잘 되지 않을 때에는 제3자의 도움을 구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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