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방 - 우리 시대 대표 작가 6인의 책과 서재 이야기
박래부 지음, 안희원 그림, 박신우 사진 / 서해문집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기획도 좋고, 책도 예쁘다. 책 날개에 일러스트레이터의 소개글을 보면, 따뜻하게 전달되는 그림, 진정한 마음이 통하는 일러스트를 그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나와 있는데, 당신 재능 있어요 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6명의 작가의 서재를 내방하고 난 느낌은, 글이 서재를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하는 것. 역으로 말해서 자신의 글의 느낌이 서재의 한 구석에 옹송그리고 있는 것 같다.


단, 김영하는 제외. 자택의 서재를 공개한 것이 아니라, 대학 강단에서 마련해 준 연구실을 공개한 것이니....( 깍쟁이 같다.) 계란판을 문구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이색적이었고, 인터넷 이베이에서 중국 부자들이 버린 고가구 나무 책상을 삼십여만원에 사들였다는 책장이 인상적.


김영하 말하길,

“집에는 소설들이 쭉 있고, 좋아하는 책들 중에 기행과 여행을 주제로별로 다룬 서가가 따로 있죠. 그밖에 ‘암체어 탐험가’라는 거 있잖아요. 절대로 실제 모험은 하지 않고 책으로만 즐기는 안락의자 탐험가 말이죠. 그들이 볼 만한 남극 탐험, 에베레스트산악 문화 같은 책들이 좋아해서 좀 있죠. 그 밖에는 화집과 잡다한 책들입니다. ”

흠, 집에 상당히 많은 책들이 있다는 얘기다. 독자들이 볼 순 없어도... (우리집엔 금송아지 있는데--;; )



강은교 님의 허무주의 가득한 시를 즐겼던 때가 내게도 분명 있었는데, 지금은 가물가물..

아무튼 박래부 기자(저자)와 이 시인 사이에는 친분이 있어서 그랬겠지만, 맨처음 시작 문장 “착한 사람은 그 집이나 방도 아름다울 것 같다.”라는 문장이 왜 자꾸 거슬릴까.

50여평 아파트 내부 구석구석을 찍었는데, 화장실로 들어가는 복도 한켠에 쌓아 올린 두루마리 화장지가 퍽 사람내음 나는 것이,,,

강은교 님의 서재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쓸쓸한 느낌이 나는 것도 같고, 나이보다 귀여우신 것도 같다. 시를 쓰려는 혹은 쓰는 독자들에겐 꺼리들을 안겨 줄 그의 서재.


공지영 씨 서재는 볼 만한 소품이 많다. 고급스러운 목재 가구, 앤틱 스탠드. 뭐랄까 세련되었다는 개념은 아닌 것 같구, 참으로 있어 보이는(?) 서재였다. 서가에는 내가 읽었던 말랑말랑 류(해문사 추리물 시리즈나 스노우캣 권윤주 씨의 책들, 스키너의 심리 상자(이건 말랑말랑은 아닌가 -.-) )의 책들도 더러 보여서 친근하다.


김용택 시인의 신랄하고도 비장한 어투로 고향에 대한 실망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그 안타까움이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정신적으로 기댈 데가 없으니까 시도 잘 안 써진다니, “시인의 내면을 불모지로 만드는 것은 시대적 불행”이기도 하다는 박래부 기자의 말에 공감했다.


“시골에 사람들이 찾아와서 머물 만한 관광지가 없어. 여기 머물려면 강원도로 가지. 그런데 관리나 정치인들은 돈을 남기려고 하지. 시골 농업 정책은 아무것도 없어. 이 나라는 오직 관광 개발을 하는 토건 국가야. 온갖 도로와 뚝 공사를 하고, 온갖 집을 다 지어.”


신경숙 씨의 서재는 파격과 미적 센스가 공존하는 내실 있는 서재였달까. 리빙센스나 행복이 가득한 집 같은 잡지에서 본 것 같은 멋지고 내밀한 서재였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잉크냄새 2007-06-1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은 참 다양하게도 읽으십니다. 이제는 알라딘 서재를 넘어 작가들의 서재를 보시고....ㅎㅎ
참, 오타 : 화장식 -> 화장실

홍수맘 2007-06-13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처럼 알라딘 서재를 넘어 작가들의 서재들도 잠깐 둘러보고 싶어져요. ^ ^.

icaru 2007-06-13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 신고 고맙슴다 ~
오늘 저녁에 2.0오픈 때문에 일시 중지 된다기에... 부랴부랴.. 작성해봤슴다~ .. 이런 류의 책을 원체 좋아해요.. 남 사생활 들여다 보는 류...말이죠. ㅋㅋ

홍수맘 님~ 이 책은 박래부 기자가 인터뷰해서 글을 쓰고, 한 사람은 사진을 한 사람은 일러스트를 해서 세 사람이 만든 책인디... 작업이 썩 잘 이루어진 듯.. 책이 이뽀요~ 저는 도.되려..... 홍수맘 님 책장 구경하구 싶슴다~

2007-06-14 1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15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편집자 분투기
정은숙 지음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이제 교정 교열의 훈련 단계를 지난 편집자에게 기획이나, 디자인을 비롯, 홍보나 시장 조사 분석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편집 업무를 넘어선 업무들에 대한 조언을 해 주는 책이다. 자신의 미흡한(결코 미흡하지 않아요..정은숙님!!)  출판 경험을 후배들과 공유하려 한다는 배려가 잘 드러나 있고 말이다.


'분투기'라는 표현에서 일의 고단함을 알 수 있다. 정은숙은  편집일에 대해 때로는 ‘이런 신나는 일을 해오다니’ 하고 스스로 흥에 겨워 하다가도, ‘이 일이 나를 미치게 할 거야’라며 그 스트레스를 힘겨워했다고. (하긴 어떤 일이라고 어렵지 않을까만.)

 

"출판사에 근무하다 보면 단순히 업무량이 많다거나 혹은 대우가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 이상으로 존재의 결핍감을 느끼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내부 충전이 없는 상태에서 많이 소모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럴 때 쉴 수 없다면 방법적으로 곧장 전직을 생각하게 된다. 좀더 다른 환경에서 새롭게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곳 저곳을 전전하기 전에,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나름의 방법들을 알음알음 강구하는 것이 좋겠단 말씸...

 

2년 전부터 이  책에 대한 감상 혹은 기록 몇 자를 쓸 수 있기를 고대하며 책등을 쪼물락거렸으나, 어쩐 일인지 이 책을 키보드 옆에 펼쳐 놓고, 모니터 앞에 앉아 있을려면, 매번 이 책이 유독 나에게 내뿜는 아우라에 포로가 되어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말을 고르다가 에이 말자, 해버린다.  (이 책이 말하는 편집자에 딱 드러맞는 분야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의 나는(지금부터 완전 변할거다 라는 강한 의지를 담은 뜻은 아니다 에고..) 편집자가 아니라 그냥 직장인에 가까웠다. 그저 주어진 일만을 시간 내에 할 뿐, 그 이상으로 하고 있는 일의 분야에 대해 탐구를 해 본다는 엄두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 내 경험치를 가지고 일을 추진하는 것에 슬슬 한계가 오고, 이 분야에 종사하는 직업인으로서 정체성이라는 게 과연 있기나 한 거냐 라는 한심한 물음을 갖게 될 적마다 찾아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책으로 등극하였다.  

 

정은숙이 말하는


준비된 기획 편집자를 위한 4개명

 

첫째, 세상과 삶의 여러 가지 양태에 대해 왕성한 탐구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세상과 인생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은 결코 성공적인 기획을 할 수가 없다. 이것은 편집자의 성격이 외향적이냐 내향적이냐의 질문과 무관하다. 밖으로 표출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가 하니라 영혼의 심저에 세상에 대한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탐구 정신이 없는 편집자, 기획자는 그저 직장인일 따름이다.


둘째, 지혜로워야 한다. 이 때의 지혜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는 성격이 다르다. 편집자의 지혜는 타인의 두뇌를 잘 빌릴 줄 알아야 한다. 저자, 회사 내부인사, 제작협력업체, 외부 홍보매체 관련자들과의 관계에서 그들의 두뇌를 빌려서 좋은 조건을 만들어가며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때로는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그에 합당한 예의를 갖춰 청구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예의 중의 으뜸은 겸손이다. 편집자가 만능일 수는 없다. 특히 지적인 세계에서 이런 존재는 없다. 타인의 능력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편집자는 지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셋째, 열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열정은 자신의 무지를 상쇄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바짝 자신의 편으로 옮겨 앉게 하는 거의 유이한 방법이다. 자신조차 설득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상대방에게 동참해 달라고 호소할 수 있을까. 탐구정신 왕성하고 지혜로운 사람도 열정적이지 않으면 일을 성사시킬 수가 없다.


넷째, 감동의 마케터가 되어야 한다. 감동 마케터는 그냥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감동 그 자체를 파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편집자는 책을 팔아야 생존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더욱더 감동을 팔아야 한다. 편집자가 팔아야 할 것은 책이라는 상품이 아니라 ‘저자’고, ‘주제’고 ‘오브제’다. 이도저도 자신이 없으면 오히려 책을 판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낫다. 감동을 팔려면 책을 만든 자신이 먼저 그 책에 감동해야 한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07-05-1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오래전에 사 놓고 여태 못 읽고 있어요...>.<;;

진달래 2007-05-15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지 관심가는 책인데... 읽어야 할 때가 됐네요. ^^
...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책으로 등극...
서평 잘 봤습니다. ^^

히피드림~ 2007-05-15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카루님에게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겠어요. 특히 내부충전이 없는 상태에서 많이 소모된다는 건 요즘의 저랑 비슷하네요 -_-

하늘바람 2007-05-16 0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담아갈게요

icaru 2007-05-16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세상에 읽을 책들이 으찌나 많은지요~ 재밌는 것부텀 읽으시고요~ 한 번 잡음, 이 책도 얼른 읽게 되실 거예요.

진달래 님! 반가워요 ^^ ... 이 분야에서 또 이 만큼 많은 내공이 담긴 책도 드물더라구요.

아-- 펑크 님 할말 있어요~ 서재로 쓩---

하늘바람 님... 도움이 되신다면 제가 기쁘것슴다~ 태은이는 잘 자라죠?

hanicare 2007-05-16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랑 그대로 두기랑...읽으면서 전 결코 편집자가 못되었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icaru 2007-05-1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오기~ 서재에 붉 밝히고 조붓한 독서의 시간을 갖고 계신 하니케어 님..
이 책...흠..그랬군요. 저도 편집일을 하고 있는 게 참 희한해 죽겠습니다. ㅋ ㅋ
신입 시절엔 이상한 병을 달고 살았어요. 탈모증 비슷한 땜빵...그리고 결막염.. 직업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거라는 아주 자명하고도 흔한 진단을 의사샘께서 내리시고...

2007-05-16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 - 함께살기 최종규의 헌책방 나들이
최종규 글 사진 / 그물코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 동네에 흙서점이라는 중고서점이 있다. 요즘엔 자기가 사는 동네에 유명한 중고서점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기가 일수인데, 나같은 경우엔 퇴근길을 그 서점 앞을 지나야 하는터라 왕왕 들르곤 하기를 4년이다.

그 서점에서 읽을 만한 좋은 책도 많이 샀다. 그 중에 안 읽은 것이 태반이지만....  언젠가는 모두 읽으려니 한다.

동네에 헌책방만 아니었다면 잘 몰랐을 중고책방의 세계...

이 책은 그 세계의 길잡이를 해 준다고 하면 맞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조희봉의 <전작주의자의 꿈>과 비교를 하게 된다. 조희봉의 글은 헌책방과 자신의 일화를 중심으로 써서 한 개인의 헌책방과 얽힌 역사를 들여다보는 맛이 있었다면 이 책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전국의 헌책방 하나하나를 돌아보고, 책방주인장의 인품도 묻어나게 기술하였다.

 

진주 망경남동 <중앙서점> 아저씨는 "고물상이 있기 때문에 헌책방도 있을 수 있고, 고물을 뒤지면서 보물을 찾아낸다"고, "헌책바에서는 고물을 사서 책손님들에게 보물을 파는 곳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2-10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 2007-02-10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주변에 헌책방이 하나 있으면 좋겠습니다.
멀리 찾아서 다니는 즐거움도 있지만
요즘 몸이 그럴 형편이 안되나서리...

내가없는 이 안 2007-02-1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까운 곳에 하나 있음 좋겠어요. 누군가와 헌책을 같이 고르고 있음 참 재밌어요. 특히 독서취향이 다른 사람이라면 더 흥미롭죠. 서로 보물이라고 생각하는 책이 참 다르거든요. (우연히도 제가 유일하게 가는 헌책방의 이름은, 보물섬이에요. ^^)

icaru 2007-02-12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 님.. 그러게요~ 동네에 헌책방이 있는 게 행운이라는 걸, 또 한번 실감하네요. 그런데 어디 아프세요? 아... 바쁘시다는 뜻일수도.

이안 님... 보물섬! 이름 한번 제대로네요 ^^ 저도 동생이랑 가서 골라 놓으면 제각각이었죠~ ㅎㅎ

파란놀 2007-02-19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club.cyworld.nate.com/50154471111/68509456
이 주소로 들어가 보시면, 전국헌책방목록을 내려받기 할 수 있습니다. 주소록 내려받기를 해서 살펴보면, 자기 집이나 일터에서 손쉽게 찾아갈 수 있는 헌책방으로 어느 곳이 있나 알아볼 수 있읍지요.

2007-02-20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7-02-2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된장 님 쿄쿄... 이런 좋은 정보를...!!
속삭님.. 주인 아저씨는 내가 가면 먼저 알은 체 해 주시는데...
아주머니는..아니여~
 
탐서주의자의 책 - 책을 탐하는 한 교양인의 문.사.철 기록
표정훈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10월
품절


지금 혼자인 사람은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일 것이며, 깨어나 책을 읽거나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날릴 때면 가로수 사이를 이리저리 불안하게 거닐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을날>


-51쪽


물론 좋은 부모라는 게 반드시 아이 마음에 쏙 드는 부모는 아닐 터이니, 나름대로 설정한 최선의 부모를 머리 속으로 그리며 일관성을 지켜 나가는 수밖에 없다. 아버지는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으로 자식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어머니는 있는 그대로의 자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둘 사이에서 중용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 듯....


-75쪽

책과 마주치는 기쁨은 사람과 마주칠 때의 기쁨과 똑같다. 독서의 기쁨은 해후의 기쁨이다. 그런데 모든 역사적 사건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것 같이 독서에서의 해후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해후란 말은 한편으로 어느 필연성을 뜻해야 한다. 완전히 우연하게 마주친 것 같지만 그것이 역시 필연이었다고 끄덕일 수 있는 것이 해후이기도 하다. 그것은 단순히 외적인 필연성이 아니라 오히려 내적인 필연성이다.
이리하여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해후했고, 괴테와 실러도 해후했다. 독서에서도 똑같이, 혹은 스승으로서의 혹은 친구로서의 책과 해후하게 된다. 일생 이런 해후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책을 읽어도 결국 아무것도 안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그런 해후를 경험할 수 있을까? 스스로 구해야 한다. 구하는 것이 없는 자는 마주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가령 마주친다 해도 그것임을 모르고 지나칠 것이다. (미키 기요시 <독서론>)
-121쪽

사람이 의자에 앉는다는 것은 안락과 능률을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을 얻지 못한다는 것은 그가 의자에 앉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때 의자는 형이상학적인 존재가 된다. 모든 형이상학이 다 그러한 것처럼 의자의 형이상학적 의미도 처음부터 분명하거나 명백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자에 대한 각종의 음모와 와 유혈이 인간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 내려오는 것일까. 의자란 자리를 의미하며, 자리란 자기가 있어야 할 위치와 장소를 의미한다.
이것이 의자가 상징해 주는 사회적 지위와 직능적 성질의 구체적 의미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있어야 할 장소에 있지 않으면 자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자기의 의자를 갖는다는 것은 자기의 존재를 갖는다는 뜻이 된다. (조연현 <의자의 사상>)-179쪽



개념 공부는 개념들의 뿌리의 갈래에 관한 지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자, 그 지도를 길잡이 삼아 그물을 던져 새로운 개념을 포획하는 일이며, 이는 바꾸어 말하면 곧 독서가 된다.

-225쪽

과거의 자유 사회가 보여 준 중요한 미덕은 지적 생활의 다양한 형태를 가능하게 해주었다는 데 있다. 열정에 사로잡힌 반항적인 인물들이 있었는가 하면, 기품과 화려함을 뽐낸 인물도 있었고, 꼬장꼬장하고 엄격한 인물도 있었으며, 무척이나 영리하면서 복잡한 인물, 근면하면서 현명한 인물, 다만 묵묵히 바라보면 인내하는 인물도 있었다. (미국인의 반지성주의)

-24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정일의 독서일기 범우 한국 문예 신서 79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199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장정일의 독서일기 1993~1994를 읽다.

나온지 오래 된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읽다. 장정일의 지금의 모습에선 조금 옅어져서 찾을 수 없는 부분이, 이 책에서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비판의 날을 세우며  까칠하게 말을 하는 악동 장정일.  

장정일은 그의 책읽기 5권에서 복거일 그 이름 만큼이나 괴상망측(?) 사람은 본 일이 없다는 말을 했었다. 이 책에서부터 이미 장정일은 복거일을 주시하고 있었음을 본다.

그리고 대학 1~2학년 때 과제 때문에 읽었던 당시 신간 박일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하재봉의 <블루스 하우스>, 이인화의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발견. 흥미 때문에 열올려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화요일의 여자들>.  신경숙의 몇몇 작품들을 그의 이 책에서 발견하니... 옛날 레포트 제출용 노트를 다시 펼쳐보는 듯 콤콤한 회상에도 잠겨 본다. 

그러나 이 책에서 곧 여지없이 그 책에 대한 혹평 발견.

박일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
몇 해 전 어떤 허풍선이 ‘살아 남은 자의 슬픔’을 참칭하며, 그 슬픔을 가장한 바 있으나, 그것은 유치원생의 작문처럼 유치찬란한 것이었다. 그런 우스개가 모모한 문학상을 받고 나오는 난장 같은 한국 문단.


하재봉의 <블루스 하우스>
이 소설에 나오는 ‘황금의 삼각형’ 이미지는 무라카미류의 소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에 나오는 ‘검은새’의 이미지에 비하면 너무 왜소하고하고 설득력이 없다. 하재봉이 포스트 모더니스트라고 선전되는 것은 우스개스러운 일이다.

이인화의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일급의 평론가가 나쁜 소설을 쓸 수도 있다는 전례를 보임.

공지영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오문과 악문으로 가득한 책. 여성적 글쓰기에 대한 형식적인 전략이 전혀 배려되지 않은 엉터리 페미니즘 소설. 노회한 김수현이 도리어 ‘언니’라고 불러야 할 만큼 닳고 닳은 상투. ,를

무라카미 하루키의 <화요일의 여자들>
하루키의 단편은 그가 쓴 장편의 낙수에 불과하다. 이 단편집의 번역자인 서계인은 그의 또 다른 하루키 번역에서와 같이 서양인의 인명을 옳게 표기하는 일에는 젬병이다. 

신경숙의 <깊은 슬픔>
너무 많은 헛것으로 나를 짜증나게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짜증을 독자들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까닭은 물질주의와 쾌락주의가 득세하는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감상주의로 복귀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  감상은 '사랑없는 사랑'의 무절제에 대한 반작용이다. (...) 그러나 감상주의로의 도피보다는 '살 없는 사회'에 대한 직시가 더 진실해 보인다. 그리고 어긋난 사랑의 비가와 순애보의 역사는 이광수에게서 혹은 더 멀리 샬롯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에서 이미 완성되었고, 철없는 복고주의자들에게 나는 그것을 되풀이 권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은 비판의 날을 누그러뜨린 것만 같은 김형경의 작품 경향에 대한 장정일의 말.

김형경의 문학적 관심과 기술은 정적주의적인 것이고 심리주의적인 것이다. 그녀는 낚시를 즐기는 한 주인공을 통해 “안개가 피어오르는 강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 그 하염없음 속에 몸을 담그고 모든 정신을 이완시키는 것. 그렇게 이완된 정신의 어느 한 곳을 뚫고 오래 풀리지 않던 문제가 명징한 깨달음처럼 스스럼 없이 풀리는 상태를 동경한다.

이 책을 통해서 좀 솔깃했던 책들은 다음과 같다.


래이 브래드버리 <화씨 451>

공선옥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 살>

사강의 <어떤 미소>

장 그르니에의 <까뮈를 추억하며>

폴 존슨의 <지식인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5-09-0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것은 많지 않지만, 거즘 읽었던 책이고 느낌이 있었던 터라 장정일님의 의견에 80% 이상을 지지합니다! 근데 저두 김형경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안개 낀 강둑에서 제게 닥친 문제를 생각해봤지만 정신은 흐트러져가기만 하고..배는 고프고..바지춤을 풀어헤친 아자씨가 불쑥 튀어나올까봐 무섭기도 하구..암튼 고민은 계속 되더라구요. 근데 근처 식당에서 해장국 한 그릇을 먹고 나왔는데, 곧바로 해결이 되었어요. 그 해장국의 뜨거움과 개운함이 제게 삶에의 열망을 불러일으켜줬다니깐요. 살자! 이거였습니다! 가끔 골칫거리 문제들은 아주 단순한 곳에서 해결될 때가 있더라구요. 흐..

2005-09-01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9-0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정일씨는 상당한 독설가인가 보죠? 어찌되었든 저들 작가의 작품이 찜쪄먹듯이 뚝닥 나온것은 아닐테고 나름 고뇌와 고통의 산물일텐데...어차피 발전은 그런 독설가들이 있음으로써 이루어질테지만...극단을 싫어하는 저로서는 좀 안맞는 사람이 아닐까 싶네요.

비로그인 2005-09-0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전에 한겨레 섹션을 읽어보니까 어떤 젊은 소설가 왈, '작품이 얼마나 힘들게 나오는데, 감히 별점으로 좌지우지하려는 게요?'라며 섭섭함을 드러내던데..사실 알라딘의 별점 제도는 저도 탐탁치 않긴 해요. 대충 읽을만한가 부다, 라는 시각적인 정보를 주긴 하지만..(잉크냄새님 댓글에 곧바로 비굴하게 꼬리 내리는..깨개앵..)

2005-09-01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9-0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에서 언급한 것 중에서...그야말로...읽은 것은 읽은 것이로되, 읽지 않은 것은 도통 무슨 소리인지...ㅋ 날카로운 비평들이지만... 사실..좀 어렵데데 합니다.
뜨거운 해장국을 들이키면서...“살자!” 하는 경지... 흠.. 인생의 실마리는 그렇게 단순한 데서 풀리기도 하지요~

속삭이신 교열부장 님...(앗 누구신지 알법하죠?) 저는 밤낮없이 좁니다요~ 고맙심더... 다 반영했어요!!!

잉크냄새 님... 그래도 2,3,4,5,6으로 갈수록 그런 악동같이 날이 퍼렇게 서 있는 비판은 좀 누구러지는 추세가 아닐까 보여져요... 나이를 먹으면 포용력이 생기나 봐요..

복돌언니..후후후..꼬리는 내리라고 있는 것잉게...
한겨레에 그런 글이 있어요... 음...찾아서 읽고 싶네요...뭐라고 했는지 듣고 싶어요...

파란여우 2005-09-01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권 아끼는 책입니다. 저와 언제 한 번 장정일 흉보기 함 하실래요?^^
아참, 이주의 리뷰 당선되신건 이 페이지에다 축하 드려요.
으흠, 그 쪽 방은 정신이 없어서^^

내가없는 이 안 2005-09-01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동이란 표현, 참 귀여워요. 전 뭣보다 공지영과 신경숙을 너무 후려쳐놔서 당사자도 아니면서 괜스레 당황스럽지 모예요. 전 요즘 신경숙 소설집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만, 그래도 장정일의 이 책 참 재밌게 읽었어요. 반갑네요, 오랜만에 이 책 표지를 보니깐.
이주의 리뷰 당선이시라고요? 역시 제가 그랬잖아요. 여러 리뷰 중에 하나 될 성싶다고. (고거 말한 타이밍이 맞나 싶지만서도. ^^) 축하축하.

icaru 2005-09-02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 님..고맙심더...저도 그쪽 방면과는 인연이 없어요....어쩐일일까..놀랍기도 하고..뭐 땡 잡은거죠... 흐흐..아끼시는 책이구먼요...전 책 보고 흥분하면...저렇게 옮겨다 적기 바쁘니...참...

이안 님..그러니까요... 그는 공선옥과 공지영을 대비시킴서...공지영을 한껏 끌어내리기도 했드랬지요... 흠.. 아흠.. 그리고 정말 쑥쓰럽네요... 그냥 요즘에 알라딘 사이트에서 책을 샀다고 상 주네비다...합니다...정말로요..

2005-09-03 0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9-0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정말 찌찌봉 해야 겠네요.. 누가 빌려달랬는데, 막상 빌려주려니까 괜히 싫어서 ㅎㅎㅎ 깍쟁이!! ㅎㅎ
다른 책 보다...장정일의 독서일기는 누구 빌려 주기도 좀 그렇고 빌려 읽기도 그런 책 같습니다... 누구 빌려 주고 나서... 아 장정일은 어떻게 말했더라 하고 뒤적뒤적 찾게 되는 경우가 있고...역으로 빌려 읽고, 돌려 주고 나서... 아..돌려 주기 전에..적어둘 걸 하기도 하고...

2005-09-03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9-03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속삭님은 중학교 시절부터 문학소녀의 길을... 교육방송 세계의 명화 시간은... 딱 문학소녀의 정도(正道). 이죠..

히피드림~ 2005-09-0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부터 관심있게 보아온 책이었는데 여적 읽지도 못했네요.
꼼꼼하게 써주신 리뷰, 잘 보구 갑니다.

icaru 2005-09-04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그런데.. 절판이구만요...
명불허전이라고 책은 되려 빨리 절판 되더라고요..

인터라겐 2005-09-04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지영에 대한 비판에서 너무 웃겨서 웃었어요.. 김수현이 도리어 ‘언니’라고 불러야 할 만큼 닳고 닳은 상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