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책쟁이들 -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임종업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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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날로그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책이었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맛은 없지만, 책에 미친 이덕무와 최한기의 후예다운 우직함이랄까 고집스러움이랄까 자족적인(?) 자부심이랄까. 그런 게 강하게 느껴진다.


1부 꿈꾸는 자들의 책

chapter 1 만화 숲속 방에서 세상으로 가는 길 찾기 _ 만화 마니아 박지수

만화와 함께 자라고 만화와 함께 꿈꾸는 박지수씨. 그에게 만화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당신의 삶은 무엇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그가 답변을 찾지 못하고 헤맨 것은 ‘만화’를 삶으로 코드변환하지 못했거나, 정리된 삶을 이야기하기에는 젊기 때문이다. 만화처럼 젊은 박씨는 또다른 스물여덟해 뒤 고집 센 책쟁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chapter 2 내 인생의 화양연화를 꿈꾼다 _ 밑줄 긋는 여자 성수선

책이 너무 좋은 성수선 씨는 책으로 밥벌이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해서 문화센터에 출판관련 강좌를 들었다. 하지만 생업으로 삼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하고 싶은 일과 읽고 싶은 책 읽기를 모두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알라디너이기도 한 분.

chapter 3 진실을 전하는 미디어 SF _ SF 마니아 박상준

“SF를 모른다고 자학하지 마세요.” 그는 한 도서 평론가도 <당신의 이야기>를 읽고 비로소 눈을 떴다고 말하더라고 했다. 이제부터라도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설득적인데, 20세기는 특별한 시대라는 거다. 과학 기술의 변화가 일상적인 시대. 토플러는 “고대 로마 시대나 중세 장원 경제를 가르치면서 미래 사회학이나, 변화 양상은 왜 가르치지 않는가” 역설했다.

한번은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박람회를 다녀오는 길에 파리에 들렀다가,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에 나오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에서 주인장 조지 휘트만 할아버지를 만났다고 한다. 한국에서 온 번역가 라고 소개하자, 머물다 가라며 2층의 전방 좋은 방을 내주었다고.

석사논문이 완성되면, 과학문화사 기술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한다. <과학 조선>, <학생 과학> 등 지나간 잡지는 물론 요즘 나오는 과학동아도 모으고 있다고.

2부 사람을 읽다 책을 살다

chapter 6 우체국과 책, 사라지는 것의 끄트머리 _ 화천 상서 우체국장 조희봉

전작주의자의 꿈,을 쓴 바로 그 분이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다가 화천에서 우체국장을 한다는 그는, “안도현의 <바닷가 우체국>이란 시처럼 서울에 있는 지인들은” 그가 그렇게 사는 줄 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에서보다 오히려 생존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신참국장 5년차, 이제는 제법 자리가 잡히고 실적이 좋은 우체국에게 주는 상을 받아 제주도 포상 관광을 두 번이나 다녀오고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에도 다녀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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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편집하다 - 기획자노트 릴레이
기획회의 편집부 엮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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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3쪽

실현 가능한지의 여부를 결과로 추궁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독자들에게 산처럼이 대체 어떤 의미로 다가가기를 원하며 책을 만드느냐 물어와 허심하게 대답하라 하면, 카프카가 했다는 "우리 머리에 주먹질을 해대는 책이 아니라면, 우리가 왜 그런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라는 말 대신에 감히 이렇게 외치고 싶은 것이다.
"우리 머리에 주먹질을 해대는 책이 아니라면, 우리가 왜 그런 책을 만들어야 한단 말인가!"

-윤양미(산처럼 대표)


110~111쪽
하지만 책이 만들어져서 늘 아버님 집에 갖다 드리면 첫 번째 책부터 지금까지 그 책의 첫 구매자는 늘 부모님이셨다. 부모님께 책을 드리고 돌아 나올 때면 문밖까지 나와 내 손을 슬며시 잡고 책값을  집어 주며 "내가 먼저 사야지 마음이 놓인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님의 마음을 나는 아직까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장은성(그물코 대표)


162~163쪽
표지를 바꾸면서 오랫동안 호흡을 함께하던 디자이너와 관계가 틀어졌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서로가 나빠서가 아니라, 관계는 꽃처럼 활짝 피었다가 지는 거니까.

-오지연(지호 전 편집장)


353쪽
누군가 불행한 유년의 기억은 뛰어난 작가를 낳고 행복한 어린 시절의 추억은 쓸만한 편집자를 만든다고 했던가. 어린이책 편집자들은 열이면 열 모두 어린 시절 책과의 행복한 만남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황현숙(아이세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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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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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나는 언제나 '중용의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알게 되었다. 내가 '중용의 사람'이 되고자 했던 노력은, 우리 사회의 가치를 내면화하고자 했기 때문도 맞지만, 실제로는 무식하고 무지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렇다. 어떤 사안에서든 그저 중립이나 중용만 취하고 있으면 무지가 드러나지 않을 뿐더러, 원만한 인격의 소유자로까지 떠받들어진다. 나의 중용은 나의 무지였다.
중용은 본래는 칼날 위에 서는 것이라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사유와 고민의 산물이 아니라, 그저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것을 뜻할 뿐이다. 그러니 그 중용에는 아무런 사유도 고민도 없다. 허위의식이고 대중 기만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무지의 중용을 빙자한 지긋지긋한 '양비론의 천사'들이 너무 많다. 
 

49쪽
논픽션 작가이자 과학 칼럼니스트이면서 출판 평론가이기도한 다치바나 다카시의 논지는 매우 분명하다. 지식이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여 주는 지적 작용의 집적과 방향이 끊임없이 확대되어 가는 곳에 있다.  그러면서 그는 현대의 지식은 자연과학에 집적되어있으며 그 방향을 향해 확대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대담하게도 그는 철학자들이 말하는 인식론도 이미 과학의 문제가 되었다고 말하는바, 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간의 인식론마저 훤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다.


103쪽
사실대로 말하면 국기, 국가, 국경일 등등의 국가적 표상물은 속이 비어 있는 민족이라는 '상상적 공동체'를 불안하게 비끄러매는(단일 민족이라고 자랑하는 우리 속에서는 얼마나 많은 차이와 대립이 존재하는지!), 급조된 상징 기제(태극기가 얼마나 임의적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생각해 보라!)일 뿐이다.

117쪽
문학이란 무엇인가? 우주 질서(신)라는 더 큰 빚을 의식하는 소수의 작가를 제외한 대개의 문학인은 자신을 키워 준, 산, 강,들,바다(자연)와 이웃(사회)에 글로써 빚을 갚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206쪽
윤해동의 <식민지의 회색지대>(역사비평사, 2003)는 <나치 시대의 일상사>와 공통된 문제 틀을 가진다. 데틀레프 포이케르트가 나치 시대의 일상을 분석하면서 국민들의 광버위한 "체제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면 나치 정권이 유지될 수 없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윤해동 역시 책 제목과 동일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쓴다.: "제국주의 식민 지배는 제국주의 지배자의 일방통행적 지배가 아니라, 식민지와의 상호 작용에 의해 유지된다. 따라서 제국주의 지배에 대한 협력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275쪽
하이데거의 제자였던 한나 아렌트는, 일상인들의 삶은 구체적인 다수의 세계인 반면 철학자들은 자신만의 윤리적 이상에 사로잡혀 자신과 다른 다양한 인간들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철학자들은 설득과 의견이 조정되는 청치적 현실을 무시하고, 자신의 내적인 행위가 정치적 영역에서도 모법이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견의 복수성이 활동하는 공적 세계에서, 의견의 복수성 자체를 부정하는 철학적 진리는 제대로 된 정치에 접근할 수 없다. 근대의 정치가 윤리나 신학과 결별한 곳에서 시작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한나 아렌트는 플라톤 이래로 서양의 정치철학을 규정해 왔던 진리의 현실 가능성을 거부하고, 인간들 사이의 조정, 균형 그리고 공동체의 법과 공론의 여할을 정치의 실마리로 삼았다.


319~320쪽
20세기 초, 폭력으로 유린된 미국의 노동 운동에 깊이 공감하고 잇는 그의 민중관은 그가 신랄하게 비난하는 지식인관과 달리 매우 따뜻하다. "때때로 국민은 세상사를 완벽하게 꿰뚫어 보고 있지만 혁명 세력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그는 대중들이 혁명을 하지 않는 까닭은 현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누군가가 노동조합을 만들었을 때, 그의 동료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겠지만 본인은 그 열매를 즐길 수 없을 뿐 아니라 끊임없는 회유와 협박에 시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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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 지식에서 행동을 이끄는 독서력
구본준.김미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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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자 둘이서, 책의 고수라는 사람들(그들은 30대와 그 언저리 나이)을 수소문하여 인터뷰하여 엮은 책이다.  독서에 대한 책도 많고, 독서에 이력이 남다른 사람이나, 애서가들을 찾아 인터뷰한 것을 엮은 형식의 책들은 시중에 더러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 책이 이례적인 것은 책을 꽤나 읽는 사람들을 인터뷰 한 후, 그 명암 그러니까 대개의 책에서는 빛에 대한 부분에서만 서술하고 그치는 사례들이 많으나 이 책은 짧게 나마 그림자 부분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일테면,  

"독서광들 만나보면 뭔가 배우고 감동을얻기 때문에 보람도 컸지만 반복되는 취재에 조금씩 질리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었다. <중략> 그 중에는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받아 적기만 해도 될 것처럼멋진 말을 쏟아낸 이도 있었다.  그러나 이 지면에 실지 않기로 했다는, 인터뷰를 마친 뒤 지독한 세속주의자를 만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어서 였다고. 

그러면서 궤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있다. 책쟁이들을찾아 나선 것은 단지 책 자체의 즐거움에 빠져 사는 책벌레들을 만나려는 것이 아니라, 책으로 자기를 경영하고 계발하는 이들을 만나려는 것이 목적임.

책벌레들의 특징은 차분하고 조리있다. 생각이 뚜렷하고 펼쳐나가는 이야기에는 흔들림이 없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노는 것 좋아하는 대단한 활동가들 중에도 책벌레들이 있다. 결론은 성격과 무관하게 책을 좋아하면 독서광.   

글쓴이가 말하는 다음과 같은 서평이 주는 매력도 인상적이었다.  

"서평이 습관이 되면 재미가 하나 더 생긴다. 나중에 자신의 서평을 볼때마다 '내가 이때 이런 생각을 했구나.' 새삼 놀라는 재미다. 자기 생각의 변화를 자기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언제나 신기하고 보람 있는 경험이 된다. 그리고 자기 사고의 유연함 또는 확고함을 점검하는 수단으로도 탁월하다.' 

그밖의 인터뷰 밑줄

김문경 씨 : 소설의 좋은 점은 여러 가지 상황을 제시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거예요.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 이렇게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 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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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력 -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왜 읽어야 하는가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선종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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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느냐 마느냐는 자유 라면서 강요하지 말라고 리포트에 적어 제출하는 학생들을 가끔 본단다. 그런데 정말 책을 읽으라는 설교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니 정말 그럴까?

이 책은 "왜 독서를 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썼단다. 덮어놓고 강요하면 귀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독서 습관이 없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설득의 논리가 이 책에 주로 제시되어 있는 것.

독서의 기쁨을 모르는 사람이 책 따위를 읽어서 무엇 하느냐고 말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데, 독서를 충분히 해온 사람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화가 날 일이라고.
이렇게 말하는 어른들은 혹시 자신의 뒤를 쫒는 사람들이 독서 습관을 지니지 않은 채 무지하게 있으면 자신이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라고 한다. 글쓰기가 글 읽기라는 빙산의 일각이기에.
독서는 단순히 정보를 섭취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사고력을 단련하고 사람을 만들어 가기에, 독서라는 성실한 행위를 가벼이 여기는 발언은 일종의 탈권위적인 척하는 기만적인 모습이 아닐까?

독서가 나 자신을 형성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며, 독서로 길러진 사고력이 뭔가를 생각할 때 큰 힘이 되고 있으며, 대화를 나눌 때도 독서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독서력이 있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독서를 즐긴다'는 말과 '독서력이 있다'는 말은 엄연히 다르다.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를 들어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의 작품만을 읽은 사람은 독서가 취미라고 말할수 있어도 독서력이 있다는 보증은 없다는 것이다. 그 기준이란 바로 '정신의 긴장을 동반하는 독서인가의 유무를 두고 말한다.

국어 교육이 문학 교육에 치우쳤다는 비판도 쭉 있어왔던 것이 사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문학 교육이 빈약해지고 있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다양한 명작을 읽은 것을 독서력의 한 조건으로 내세움.

"나는 책을 읽을 때면 저자가 내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이 땀을 흘리며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단 둘만의 공간에서 정중하게 내게 전해주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

강연회는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 그것은 구어체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글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흡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에 정신적인 긴장이 요구된다. 하지만 글에 익숙해지면 다른 데서는 맛볼 수 없는 높은 영양가에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책장을 술술 넘길 수 있는 기술이 자신의 세계를 한없이 넓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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