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끝이 언젠가 오기야 오겠지.

보상 심리처럼, 평달 5개월치 구매할 분량의 책들을 주문해서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 놓기는 했지만, 그 무엇으로도 해갈이 되지 않는다.

이 와중에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는 일이 있었다. 기억하면 괴로운 일이 있다는 것. ㅠ,ㅠ)) 그래서 서재고 뭐고 아웃오브안중. 이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을 해야 할 것은 꼭 남기자며, 정색하고 들른 알라딘 서재이다.

 

전기현의 씨네뮤직을 보는게 주말의 낙이다. 좀 됐는데, 신년 특집으로 모짜르트 음악 특집이 있던 날 보게 된 영화 소개 내용을 말하려 한다.

루이지 코멘치니 감독, 영국의 작가 플로렌스몽고메리 원작의 소설 '오해'를 원작으로 서로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비극을 다룬 영화인데, 모짜르트의 선율과 합쳐지면서 보는이의 눈물샘을 자극하고야 마는 1966년 이탈리아 영화 <천사의 시>이다.

 

5학년 때였나, 티비에서 방영해 주어서  줄줄 눈물을 흘리며 보다가 일기장 한 켠에 "천사의 시"라는 영화 제목을 적었더랬다. 괄호하고 '내 인생의 영화'라고 적어더랬다. 그런데 12살 이후로 이 영화를 다시 만나지 못했고, 내 유년의 기억 저 깊은 곳에서만 잠자고 살아숨쉬고 하고 있던 영화였다. 어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애쓰지만, 도움이 되지 못했고, 장녀라고 어른대하듯 대우를 받았던 열두살의 내가 이 아이에게 감정 이입이 안 될 리가 없었다.

 

호수를 낀 대저택, 아빠는 어린아들을 만나는 게 겁이난다. 특히 여섯살 둘째 아들 때문에. 아내의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온 아빠는 아이들이 엄마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다. 형 안드레아는 듣고 싶지 않다. 어린 소년은 슬픔에 대처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으니까, 그래도 아빠에게 도움이 되는 아들이고 싶어서, 어린 동생에게는 극구 엄마의 죽음에 대해 말하지 않는 형 안드레아. 아빠는 안드레아를 다큰 어른 대하듯 한다. 그도 아직 어린 아이인데, 엄마의 굿나잇 키스 없이 잠을 청해야 하는 것도 무서운 아직 아이인데. 아빠가 곁에 같이 있어주었으면 좋겠는데. 어쩐지 아빠는 그런 마음을 몰라 준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날 형제의 잠자리를 봐주던 아빠는 엄마를 찾으며, 엄마는 죽었냐고 묻는 둘째 밀로의 말에, 큰아들 안드레아를 무섭게 쳐다본다. 밀로에게 무슨 일만 생기면 안드레아 탓을 한다. 언제나 그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안드레아를 마음을 알아주는사람은 아무도 없다. 형이니까 강해야 하고, 남자니까 울지 않아야 한다고만 한다.

 

 

 

 

 

 

호숫가 구부러진 나무에 매달려 나무가가 갈라지는 소리를 들으며 닫힌 마음을 위로하는 안드레아. 결국 두 형제는 호수에 빠지고, 아빠는 여전히 밀로 걱정 뿐인데, 밀로는 다행히도 괜찮지만, 안드레아가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바위에 부딪쳐 척추를 크게 닥치게 된다.

 

 

 

"선생님, 작문 숙제를 다 못했어요.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신을 잃고 사경을 헤매는 와중에도 작문숙제 걱정을 한다. "집에서 못했어요. 아빠가 도와주지 .."

안드레아의 끝내지 못한 숙제를 보고서야 , 아빠는 깨닫는다. 자기의 슬픔에 빠져 안드레아의 슬픔을 미처 돌보지 못했다는 것을. 아들이 더  슬플 수 있다는 것을 아빠는 늦게서야 깨닫는다. 아빠의 눈치를 살피고 동생을 돌보며  엄마를 잃은 슬픔을 홀로 견디던 외로운 천사 안드레아는 아빠의 슬픔을 뒤로 하고 엄마의 곁으로 날아간다.

 

커다란 저택 물질적으로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환경 그러나 그곳에 사는 어린 소년들은 알 수없는 허기와 슬픔에 시달린다. 모든 게 흘러넘쳐도 이해와 사랑이 부족한 환경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어린 천사의 슬픔을 순수한 소년의 투명한 시선에 담아 관객의 눈물을 자극한다.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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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2-04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icaru님 근황을 제가 궁금해 하지요.
많이 바쁘셨군요. 근래 소식 없으셔서 바쁘신가 하고 있었어요.^^

씨네뮤직이 괜찮은 프로군요. 괜찮은 영화도 소개해주고요.
이 영화 너무 슬프네요. 자신의 슬픔의 빠져 아이의 슬픔을 몰랐던 아빠 이야기....

icaru 2016-02-04 15:21   좋아요 1 | URL
아,,, 역시 단발머리 님 그럴줄 ㅎㅎ;;;

뒤게 바빴고요, 더 슬픈 사실은요, 향후 일년은 그럴 것 같아요 ㅠ,ㅜ))

경인방송 나오는가용? 그쪽 프로그램인데, 저는 지난 프로는 홈페이지 들어가서 보기도 해요~ 그것도 최근에 알았지만,, 고품격 교양 영화 소개프로랄까요?

책읽는나무 2016-02-04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 보라구요?
제가 봅니다요^^
방학이고 새학기가 기다리고 있으면 당연 이카루님이 바쁘실 것이라고 생각은 했는데~~괴로운 일은 좀 슬프네요ㅜ

<천사의 시>가 5학년 여자아이의 `내 인생의 영화`였다니 역시 조숙하셨어요
그래서 이카루님이 영화와 음악등에 남다른 안목이 있으셨나?싶어요^^
나는 그시절 기억나는 영화가 있었나?더듬더듬 해봐도 저는 오로지 <사운드 오브 뮤직>밖에 기억안나요.크~~~^^

`천사의 시`는 좀 슬프네요
님이 적으신 내용만 읽는데도 눈물이 나는군요
안드레아가 지금의 나랑 비슷한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간 가엾은 아이군요ㅜ
이런 `오해`는 가슴아픈 오해입니다ㅜ
오랜만에 왕림하시어 이카루님도 괜스레 눈물샘을 자극하시었어요^^*



icaru 2016-02-11 15:54   좋아요 0 | URL
핳ㅎㅎㅎ ,, 걍 또래다웠으면 행복했었을텐데,,, 저는 막 그냥 구김살없이 자라게 하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었던 거 같아요!! ㅋㅋ

책나무님 댓글은 항상 풍성하고 정감이 흘러넘쳐요~~ 철철철 아!! 지금은 잠시 행복해요!

서니데이 2016-02-04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u님, 오늘도 편안한 저녁 되세요.^^

서니데이 2016-02-09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caru님, 설날 잘 보내셨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icaru 2016-02-11 15:53   좋아요 0 | URL
다정한 서니데이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북극곰 2016-03-15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 니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군요. =.=;; 이 영화 너무 슬프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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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에게 20분의 시간이 있어서, 간략한 근황 겸 페이퍼 하나 쓸까 한다.

화제의 서재글 어떤 분 글에 헤드라인만 보고, 생각해본건데,

요즘의 나도 아침에 일어나는 게 몹시 힘들다. 아침에는 인생관이 굉장히 비관적이 되는 것이다. 계속 잠들어 있으면 좋겠다(죽고 싶다는 것과 뭐가 다름??) 같은 느낌...  이제는 인이 박힐만도 한데, 겨울철에 일찍 일어나는 건 죽을만큼 힘드니 그래도 용케 지각은 안 한다. 야행성 체질이라고 에두르기엔 근거가 부족하고, 그렇다. 밤의 시간들을 너무 사랑하니 그런듯,,,

 

최근에 좋은 책들을 수중에 두고 조금씩 읽고 있다.

 

이론(이론 뿐이랴, 작은 아이디어를 비롯 여러 떠오르는 생각들)을 자기가 사고할 때 쓰는 언어로 변환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제목만 보고 느낌이 오길래 구매한 책인데, 탁월했던 것 같다. ㅎㅎ 이 책을 통해, 난잡한 중구난방의 독서방식도 가닥을 잡아가게 된다면 좋고 아니면 아닌대로도 좋은 만남이다.

 

 

 

 

감당이 안 될만큼 전율이 올라오는 저작이다.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인 그녀소설가도 시인도 아니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문항 장르를 창시하고 자기 인생 필두의 테마를 찾아서 동시대를 비롯 이후 세대에게까지 고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나 강력하다... 올해엔 만난 최고의 심쿵작!!!!이 될거다.

 

 

위의 두 대작의 아우라 때문에 불운한 상황을 맞게 된 김영하의 읽다,,,, 저 두 책을 읽고 여운이 가신 후에 다시 잡아야겠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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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6-03-15 0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어두겠습니다. 김영하의 작품에 대한 평에서 빵~ 크크.

고양이라디오 2016-08-25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힘> 읽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icaru 2016-08-26 10:21   좋아요 1 | URL
네~ 만약 읽어보신다면 코멘트 편달 부탁바랍니다 ㅎ
이 책 부끄럽게도 초반에 읽다 중단하고 이어서 읽지를 못했어요... 사는 게 독서를 막아서 ㅠ
 

나 자신이 이토록 빠진 대상에 대해 말을 하는 일은 역시 쉽지가 않다. 단순히 천재를 바라보는 일이 기쁜 것일 수도 있겠다. 갤탭 사진폴더를 털었더니, 저런 것도 딸려 나왔다. 화면 캡처를 하려고 받은 사진들이 아니고, 저게 4~5시간 육박하는 파일이다 보니, 원하는 장면보기 플레이버튼 찾느라 미스터치를 해서 그렇게 됐는데, 매 장면이 어색하지 않으니 거참.

 

평일 오후 아홉시무렵이면, 내가 유뷰트에 접속해 있는 평상 시간 맞음. 3라운드인가 보다.

 

이것도 3라운드네.

 

 

이렇게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까지 듣고보고 하기도 한다.

 

 

 

 

 

 

 

 

1위를 발표를 남겨두고 있는 순간, 뒤에 아줌마들은 벌써부터 오열할 준비를 하고 있고, 2위 아믈랭을 비롯 다른 주자들은 성진의 1위를 예상하며, 시선을 일제히 모았다. 삭발의 머리는 1위 조성진을 심사위원들 구역으로 데려가려고 대기한 경호원 두상인듯.

 

 

새벽 시간에도 보고 앉았었나보다. 바르샤바 필 하모닉의 바이올린.

 

 

오후 4시는 뭐지? 아 주말 오후에도 본다. 북플 이모티콘 봐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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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산 계급과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동일하게 인간의 자기소외를 구현한다. 하지만 전자는 그러한 자기소외 안에서 편안해하고 더 강력해진다. 그들은 소외를 자신의 권력으로 인식하며 그 안에서 유사 인간 존재를 발견한다. 반면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소외 안에서 무화됨을 느끼며, 존재하기를 멈추게 된다. 그들은 소외 안에서 자신의 무력함과 비인간적 존재의 현실을 목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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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5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5-10-15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어려워 보이고 그리고 또 엄청 읽고 싶네요~ icaru 님은 이런 스탈 책을 좋아하시나요? ㅋㅎ 저는 이런 내용도 좋아는 하지만 이런 외모, 하얀 바탕에 빨간 줄 넘 근사한것 같아요. 십여년전에 읽은것 같은데 기억은 가물가물@@

icaru 2015-10-28 13:45   좋아요 0 | URL
아,,, 또 열흘이나 훨씬 지난 후에 댓글을 달고 앉았네요...께으른 이카루 쯧쯔...

저는 이런 스탈 책 선뜻 읽지를 못합니다~ 위험한 독서의 해라는 책에 인용된 것을 또 제가 인용해 온 것인데요...

어쩐지 싸한게... ㅎㅎ;;
그래도 단발머리 님은 읽으신 거잖아요! 오올~~ 멋찌심 **